사실은 일본에 와 있어서, 잘 실감은 못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첫 화면에 확인 기사가 떴을 때도 이건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 이후 일본에서도 뉴스로 방송을 타는 걸 보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힘겨워서, 매일 부족한 잠과 싸우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가는 와중이라 그랬나 그저 멍~하더군요. 
지난 일요일, 일본에 하루종일 비가 왔었더랬습니다. 주륵주륵 내리는 비에 외출 생각을 잠시 접고, TV를 켰습니다.
마침, 뉴스에서 한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화면을 보여주는데, 그제서야 주륵 눈물이 나더군요.

한국에서 주류에 도전하는 비주류의 모습은 이렇게도 치열하고, 아프고, 비참하구나.....

"천박하다"는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정부의 모든 것이 절망적입니다.

외국으로의 도피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만, 이렇게까지 깊은 절망과 실망과 허무를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같이 섞여 살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고, 지향하면서, 돈 외에 다른 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걸 견딜 자신이 없어집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지향했던 사회는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었는지요. 지금의 몰상식한 정부와 그 정부의 행태에 나날이 분노만 쌓여가고, 허탈함만 깊어져갑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너너너너넌~♪
연아야, 언니가 주책이지. 아이고, 하이컷. 꼴랑 300원이라는 가격에 이런 고퀄릿 화보집을 내주는 건 고맙지만, 발기사에 조선일보산이라 내 허벅지를 찔러가며 구입을 참았건만. 어쨌거나 피사체가 여신이니, 사진도 예술이라.

"물이 올랐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아름답게 꽃봉오리를 틔웠는지, 물 오른 신록의 나무처럼 싱그럽기 그지없다.

며칠 안 남았다. 연아를 이 두 눈에 담을 날이.
보고싶다, 연아야~ 고맙고, 사랑한다 연아야~~~

from The Queen to The Queen


정말 축하합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해서 참으로 마음이 즐겁고 기뻤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연아 선수로 인해서 많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더 길게 쓰고싶지만, 오늘의 벅차오르는 감동을 썼다 지웠다만 백만번 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세운 Short program 세계기록 갱신, 총점에서 세계기록 갱신, 그리고 첫 월드 우승.
정말 많이 많이 축하합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크리스티 야마구치 선수는 김연아 선수의 열렬한 팬이라고 인터뷰 하더군요.
문득 나는 굉장한 행운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여정이 끝이난 건 아닙니다만, 지금만큼은 챔피언의 여유와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고, 더더욱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어주세요.

김연아 선수, 사...사..., 에잇, 사릉합니다.
(난 여자인데, 김연아가 좋소!)

+ 영상 링크 추가 (NBC ver.)
http://youtu.be/-TiCV5HESQk

올 시즌 보여줬던 그 어느 세헤라자데 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실수도 있었고, 착오도 있었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연기를 즐기는 데 아무런 지장이 되지 못했습니다.
시즌 초반, 죽음의 무도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세헤라자데는 좀 심심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완성도가 올라가더니, 마침내 무르익어 깊고 청아한 향기를 뿜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안무가 좀 비어있지 않나 싶은 부분마다 섬세한 손동작과 표정 연기가 따라붙었고, 동작 하나 하나에 그녀의 마음이 실려있었습니다. 그냥 팔만 휘저어도 안무고, 활주만으로도 예술이 된다고 했지만, 이번엔 정말 그 몸짓 하나 하나가 달랐습니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최고의 연기를 연아양이 빙판 위에 펼쳐보였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빙판 위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숨기는 것 없이 드러내는 일입니다. 뭐라고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연기자는 결국 그게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어떤 모습이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소위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가 정말 어려울 겁니다. 그런면에서 동양 선수들이 서양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면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2위를 한 조애니 로세트와 3위의 안도 미키 선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데, 조애니 선수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데 어떤 주저함도 느낄 수 없었던 반면, 안도 미키 선수는 아직도 자기를 드러내는 방법을 찾지 못한 느낌입니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아예 연기에 대한 생각이 보이지 않았고요.
그런데, 연아는 이제 자기를 드러내는 방법을 제대로 깨달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록산느에서 보여줬던 그 번뜩이는 재능과 카리스마, 그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습니다. 참으로 다음 시즌이 기대됩니다. 이 아가씨는 우리에게 또 어떤 신세계를 보여줄지.
새해가 지난 지 얼마인데, 계속 새해인사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으니, 마치 철 지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 (웃을 일이냐;)

뒷북은 이미 일상! 김연아 선수는 이미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하는데, 저는 이제사 축하글을 올리는군요.
그래도 안 하고 넘어가는 것보단 낫지않냐고 자기합리화 끝에 올려봅니다.
이번 4대륙 대회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있었던 대회였습니다. 김현정 선수 (14위) , 김민석 선수(19위)가 이번에 첫 국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고, 김나영 선수(16위)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얼굴 도장을 찍었고, 김연아 선수는 첫 출전에 쇼트 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갱신, 우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병맛 심판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까요.

김연아 : 죽음의 무도 - 2009 4대륙 피겨스케이팅 대회 SP 세계신기록 72.24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김죽무 님, 김세계신 님이십니다. ㅠ.ㅠ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실 그랑프리 시리즈 SA에서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에 듭니다만, 그건 아마도 강렬한 첫인상에 가산점이 붙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첫 동작에서의 그 눈매는 정말 전율이었으니까요. 첫인상이 강렬했던만큼 그 뒤에는 오히려 충격이 좀 덜하달까, 그런 느낌도 있었지만, 이번 4대륙에서의 연기는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바람처럼 미끄러져 날아오른 3F-3T, 이륙한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후덜덜한 비거리의 3Lz, 우아하고 안정된 2A. 점프뿐만이 아닙니다. 플라잉 싯 스핀에서의 도약 높이, 변형자세의 아름다움, 안정적으로 고정된 축, 우아한 아치를 그리는 레이백 스핀과 비엘만 스핀, 물 흐르듯 그저 막힘없이 자연스러운 스파이럴. 연아양의 기술은 이미 완성단계입니다. 거기에 더해 표현력 또한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관객을 잡았다 놨다하는 경지에 이르른 링크 장악력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스텝 시퀀스에서 저렇게 방긋방긋 웃어가며 연기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세헤라자데가 심판들의 농간에 점수가 그 모양이지만, 프로그램을 하면 할 수록 몸에 착 붙는게 눈에 보입니다. 다음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아름다운 연기 부탁합니다. ^^

그리고 이번 4대륙 대회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성장을 한 우리 김현정 선수 얘기를 해볼까요.

김현정 : 장화홍련 OST + 아리랑 랩소디 - 2009 4대륙 피겨스케이팅 대회 FS


연아의 고등학교 2년 후배인 김현정 선수는 키가 작아서 그런가 더 앳되어 보입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코스튬에 언니가 골라준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짜온 현정이.
첫 국제 시니어 데뷔인데도 이 아가씨, 어찌나 무대 체질이신지. ^^ 쇼트 프로그램에서 스케이트 날에 손가락을 베이는 부상을 입었는데도, 프리 프로그램을 정말 잘 해줬습니다. 첫번째 3T-2T 콤비네이션을 착지 불안으로 3T로 처리한 다음, 뒤에 뛰는 3T에 2T를 붙이는 재치도 있어요. 3S-2T도 참 안정적이고 예쁘고.
제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아리랑 랩소디에 맞춘 스텝 시퀀스 부분인데, 아흑~ 이 깜찍한 아가씨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면서 방긋방긋 웃어요. ㅠ.ㅠ 피겨 스케이팅은 점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줍니다. 음악을 타고, 그 음악에 몸을 싣고, 마찰력이 느껴지지 않는 빙판 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내는 능력, 이런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아 : Gold - 2009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Gala

AOI에서 본 Gold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Gold는 언제봐도 너무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사실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닌데, 보다보면 어라, 벌써 끝이야? 한다니까요. 한층 더 아름다워진 엔딩 포즈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진짜 어디서 이런 보석같은 아이가 뚝 떨어진 건지. 그저 쳐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