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올해도 만우절을 돌아왔습니다.
故 장국영 씨의 6주기이기도 하네요. 정말 거짓말처럼 우리 곁에서 떠난 그 사람. 명복을 빕니다.

비록 2D지만, 나의 Sunshine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예이~ >.<
슬램덩크 연재가 90년에 시작됐으니까, 내년이면 벌써 20주년이 되겠군요. 우와~ OTL
청춘의 한 장과도 같은 작품이 이 만화도 내년이면 성년!!
그래도 나의 Sunshine 하나짱은 여전히 15세!

예전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꼬꼬마 시절엔 운동선수에 대해 어떤 편견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아서 하는걸까? 라는.
그리고 점차 깨달아갑니다. 정말 좋아서 하는구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은 재수없다고 치부될 수 있겠지만, 공부가 정말 지겹기만 하고,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은 절대 없다든가...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거, 새로운 지식위에 점점 더 앎이 쌓여가는 것이 즐거웠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겁니다. 지식이 쌓이면서 점점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가 더 넓어져 간다는 걸 실감할 때,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물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운동도 그렇지않은가...저는 백호를 보면서 간접경험을 했습니다.
운동신경만은 타고난 천재인 백호도 농구에 있어서는 초보자. 농구라는 경기는 생각보다 규칙도 까다롭고, 배워야 할 기술도 많습니다. 그런 농구를 배워가면서 백호는 자기가 '바스켓 맨'이라는 걸 자각하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갑니다. 덩크만이 최고라고 우기다 점차 서민 슛도, 리바운드 도 그리고 팀웍이라는 걸 배우지요.
점프슛 2만번의 특훈. 억지로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지요. 분명 힘들고 지치고, 때론 팔이 어깨위로 올라가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겠지만, 백호는 자신이 또 하나 새로운 무기가 될 기술을 몸에 확실히 익힌다는 그 희열감에 2만번의 슛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신이 났을까. 덩달아 그 성취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연마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생각해봤습니다.

언제까지나 빛나는 15세 소년, 사쿠라기 하나미치 군!
건강하게 밝게 자신있게(는 원래 천재니까) 있어줘~
10월 10일. 10이 두 번 겹치는 오늘은 하나미치 데이 [각주:1]입니다.

01
  • 저 등을 보고 있으면 문득 '지금은 아프지 않니?'라고 묻고싶어집니다.

  • 같은 1학년인데, 같은 16살인데, 오오후리의 아이들과 하나미치는 참 많이 다릅니다. 이게 단지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의 차이일까요. (소년 점프와 애프터눈의 차이일지도;;)
    현실적이지만, 묘하게 판타지스러운 건 양쪽이 다 똑같습니다. 슬램덩크의 고등학생이 NBA 수준의 경기를 한다든가, 오오후리의 아이들이 고등학교 운동부의 남자아이들 치고 지나치게 맑고 순수하고 착하다는 것 등등 말입니다. (제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난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은 대화할 때 '졸라' '지랄' 을 빼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히는 지 말끝마다 욕설이 빠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 요즘 슬램덩크는 완전판을 넘어 프리미엄이라는 뜨악한 한국 온리 기획 물건이 20만원돈에 팔리고 있더군요. 대원 입장에서는 슬램덩크가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보이는 걸까요. --;;
    그러는 저도 집에 슬램덩크는 문고판으로 31권, 완전판 24권, 그리고 일본 원서로 완전판 24권 등 세질을 갖고 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양장본 프리미엄은 별 생각 없으니 무크지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 나 빨리 내주길 바랍니다. 근데, 이거 일본에서도 칠판 사진을 찍은 엽서판으로만 나왔지 책으로 나온 건 없는데, 정말 책으로 내주는 건 가 싶기도 하네요. (가격도 무려 1만5천원 씩이나 하던데)

  • 여름은 끝났지만, 여름의 태양을 그대로 닮은 하나미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부시게 빛을 내고 있겠지요. 그리고 그 온기에 마음을 녹이면서, 저는 또 한 번 희망을 믿을 용기를 얻을 거에요. 하나 짱,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1.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등번호는 10번. [본문으로]
빨간 날이 아니라 서러운 식목일, 식목일에 어울리는 벚나무 꽃길이 소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니, 사실은 만우절 생일을 못 챙겨줘서 핑곗김에;;)

이   름 : 桜木花道 (사쿠라기 하나미치 / 강백호-대원판)
등번호 : No. 10
포지션 : Forward
생   일 : 4월 1일
신   장 : 189.2cm
몸무게 : 83Kg
애   칭 : 멍청이, 빨간 원숭이, 자칭 천재(;)
소속팀 : 湘北 (쇼호쿠 / 북산-대원판) 1학년 7반
특   기 : 리바운드, 슬램덩크(단, 성공률이 낮다.)를 비롯하여 특훈에 따른 풋내기 슛, 골밑 슛, 점프 슛(단, 경기중에 기회가 별로 없다.)

이   름 : Dennis Keith Rodman
등번호 : 피스턴스, 스퍼스 시절 10번, 시카고 불스 시절 91번
포지션 : Forward
생   일 : 1961년 5월 13일
신   장 : 204cm
몸무게 : 95kg
별   명 : The Worm(;)
출신대학 : 사우스웨스턴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NAIA [각주:1])
소속팀 :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 샌안토니오 스퍼스 → 시카고 불스
특   기 : 7년 연속 NBA 리바운드 1위

슬램덩크 팬들 사이에서 슬램 캐릭터와 NBA 선수를 매치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 중엔 의견이 분분한 선수도 있고 [각주:2], 한눈에 바로 알아버렸다는 선수도 있다. 바로 강백호와 데니스 로드맨의 관계가 그렇다. 초기에 리젠트 머리일 때는 바로 로드맨을 떠올리기 어려웠지만, 병아리처럼 깎아놓은 머리는 영락없다. 찾아보면 안 닮은 점도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일단 코트에서의 모습이 닮았고, 어린 시절도 조금 비슷하다.


루스 볼을 향한 이 집념!! 광고에도 쓰일 정도로 유명한 사진이다

원작에서는 백호가 자라온 환경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딱 한 부분 아버지가 쓰러졌던 모습 외에는 나온 적이 없어 미루어 짐작해볼 수밖에는 없지만, 편부 가정에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또 발작을 일으켜 쓰러진 아버지의 뒷얘기가 없는 걸로 봐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크다.
로드맨의 어린 시절도 그다지 평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하고, 농구를 시작한 것도 고등학교 2학년부터였다고 한다. (백호보다 늦게 농구를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키가 작아서 농구팀에서 쫓겨나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공항 청소부를 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키가 30cm나 자라는 기적 같은 성장을 보이며 오클라호마 대학에 스카우트 되어 본격적인 농구 선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한다.

백호의 농구 선수로서 가장 뛰어난 점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운동 능력, 그리고 타고난 리바운더라는 것인데, 백호의 리바운드 하는 장면은 거의 로드맨의 그것과 같다. 로드맨이 포워드치고는 크지 않은 키(204cm는 NBA에서 장신 축에도 못 낀다.)에 7시즌이나 리바운드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높이 뛰어오르기 보다 여러 번 자주 뛰어 오른다."는 리바운드의 비결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안 선생님도 감탄했던 한 번 점프 후에 빠르게 회복, 다시 점프하는 강백호

로드맨이 처음 입단한 팀은 디트로이트 피스턴스(Detroit Pistons)였다. 'Bad boys'라고 불리는 바로 그 팀이다. 자동차 공업이 발달한 도시 특성상 노동자 계급이 많은 그 동네 특유의 지역색도 한 몫 해서, 이 팀의 팀성향은 거칠고 강력하게 상대팀을 몰아붙여서 승리를 따내는 팀이다. 슬램덩크에서는 풍산의 스타일과 닮았다고 할까. 아무튼, 어찌나 거칠게 플레이를 하는지 후에 같은 팀이 된 스코티 피펜은 경기중에 로드맨에게 맞은 상처가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을 정도라고 한다.
(시카고 불스가 첫 우승을 하기까지 제일 어려운 고비는 바로 같은 동부 컨퍼런스의 이 팀이었다. 두 번이나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피스턴스와 만나서 떨어지고, 세 번째에야 겨우 이 팀을 꺾고 NBA 결승에 올라 우승할 수 있었다. 하기야 불스를 두 번 물 먹인 피스턴스는 그 2시즌 연속 우승한 팀이기도 했고.)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 시절은 팀과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2시즌 만에 다시 이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떠났던 황제가 다시 돌아온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였다. 이 시기의 로드맨은 화려한 머리 염색을 비롯한 기행은 계속됐지만, 코트 안에서만큼은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쓸데없는 거친 파울 같은 것도 현저히 줄어들어서 캐스터들이 '개과천선'이라고 했다든가. 사실 불스와 로드맨의 궁합은 꽤 잘 들어맞았다. 뛰어난 수비력에 비해서 한 경기 평균 한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로드맨의 공격력은 만약 공격력이 약한 팀이라면 꽤 큰 핸디캡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에는 이미 30점, 40점씩 넣어줄 슈터들이 즐비했고, 로드맨은 장기인 리바운드와 끈끈한 수비를 펼치면서 가끔 공격에 가담하기만 하면 됐다. 그는 슛을 한다기보다 던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슛을 하지만, 그게 어쩌다 들어가기라도 하면 온몸으로 기쁨을 표시했다. (누구와 똑 닮지 않았는가. ^^)
결국 로드맨은 자신이 존경하는 플레이어(마이클 조던)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면서, 최강의 멤버들과 함께 95-96 시즌부터 97-98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우승 한 번 못해보고 은퇴한 찰스 바클리를 생각하면 5번의 우승을 경험한 로드맨은 운이 좋은 사나이다.)


로드맨과 강백호 사이의 성격적인 공통점이라면 둘 다 불량하고(^^;), 자의식 과잉의 자신가 [각주:3]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기보다 덩치가 큰 선수들과 인사이드에서 맞서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또한 득점이 아닌 수비와 리바운드로 게임의 흐름을 뒤바꿔놓는 흔치않은 선수였다는 것도 이 둘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ps. 이 둘은 등번호도 같은데, 강백호는 원래 태웅이가 쓰려던 번호를 무력과 떼쓰기로 빼앗은 번호였고, 데니스 로드맨이 왜 10번을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 번호에 애착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시카고 불스로 이적했을 때, 로드맨은 10번을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카고 불스의 10번은 밥 러브라는 선수를 기리는 영구결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로드맨은 91번을 선택하는데, 감이 오지 않는가. 9+1=10 그는 10번을 어떤 형태로든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
  1. 미국의 대학 농구는 크게 NCAA 소속의 팀과 NAIA 소속의 팀으로 나뉘는데 NCAA 쪽이 가입된 학교도 월등하게 많고, 팀이 많다 보니 좋은 선수도 많고, NBA 드래프트에서도 좋은 순위를 받는다. 로드맨이 다녔던 오클라호마 대학은 NAIA 소속으로 어찌 보면 농구 무명 '북산'과 비슷한 위치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로드맨이 NBA에 진출 후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무명 대학 출신의 무명 선수다.'라고 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레지 밀러가 정대만이냐 신준섭이냐 라든가, 매직 존슨이 이정환이냐 윤대협이냐 등등 [본문으로]
  3.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선수는 명예의 전당에 헌정될만한 훌륭한 선수다.'라는 말을 스스로 한다는 점이 굉장하다. [본문으로]
오늘이 10월 10일이라는 것을 깜박 잊고 넘어갈 뻔했다. --;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몰라도 슬램덩크의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팬에게는 그의 등번호 10이 두 번 겹치는 경사스런 날이다. 작년에는 재탕으로 넘어갔고, 올해는 생일 챙겨준 것 외에는 관심이 온통 미키신에 쏠리는 바람에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이루고 있는 성분 중의 하나는 하나짱 러브~ 니까. (하나 짱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
농구에서 10번은 그렇게 중요한 숫자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게 축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 팀의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들은 모두 10번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펠레를 시작으로 마라도나(때문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10번이 영구 결번이 되기까지 했다.) 영국의 오웬, 프랑스의 지단 등등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에게 부여하는 등번호가 10번이다. 박주영 선수도 지금 팀에서 10번을 달고 있다. (대표팀의 10번은 아니지만)
슬램덩크는 농구지만, 나는 강백호의 저 10번은 북산의 대표선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북산이라는 농구팀에는 여러 선수가 있고, 제각각 주인공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지만, 나는 강백호-하나미치 사쿠라기-야말로 북산의 팀컬러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무명의 서투른 선수(팀)이지만, 그 잠재된 가능성은 끝을 모르고, 성장 또한 빠르다. 농구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알고, 농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거짓은 없다. 완성도 높은 세련된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할지 모르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폭발적인 열정과 전력을 쏟아내는 플레이를 한다.
그리고 아직 성장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자랄 것인지 아무도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더 뻗어나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저 등번호를 지고 있는 강백호가 더 높이 날아오를 거라는 것을 믿고있다.
작품은 끝나도 플레이는 계속된다.
어딘가에서 아직도 열심히 달리고 있을 하나짱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자!

(그리고 그 에너지의 일부라도 받아보고 싶은 중늙은이가 여기 한 명, 에구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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