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람'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4.12.06 어느 대리님의 임종전 마지막 메일
  2. 2004.10.12 성우 이야기 1
  3. 2004.09.14 첫사랑 - 주윤발
  4. 2004.09.06 오, 브라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라고 현자들이 그렇게 말했다.
내 건강은 확실히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프린팅 사업부의 최대리님(아무래도 열린 공간이라 실명을 쓰기 어려웠다.)은 병원에서 검사도 수차례 받았는데도 초기 진단에 실패한 경우라 더 안타깝다.
(그런데, 사업부가 달라도 그렇지, 이 글이 '이쪽'에 도착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빛의 속도 어쩌구가 다 헛소리같다;;)


갑자기 엄마, 아빠께 종합검진을 '반드시'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치고있다.


지난 주에 큰고모가 병원에 또! 입원하셨다고 해서 부모님이 병문안을 가셨는데, 대장암이라고 한다.
세상에 올 초, 그리고 여름에 병원에 입원하셨을땐 그냥 노환에 우울증이 겹치셨다..그래놓고 이제와서 대장암이라니.
의사들이 초기진단을 제대로 못해서 사람이 죽는다더니, 딱 그짝이다.
▶◀ 故 장정진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제일 처음 '성우'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 나이는 몇 살 쯤이었던가.
그 전엔 '성우'에 대한 개념도 없고, 만화 주인공들이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더빙의 개념에 대해 깨달은 것은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를 열렬히 시청하면서 부터 였다. 그 전에는 만화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까.

처음 계기는 '어째서 죽은 안소니와 테리우스의 목소리가 똑같은 거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동네 친구들은 누구 하나 내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안소니 목소리와 테리우스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그 아이들은 우겼고, 나는 내 나름대로 안소니를 매우 아꼈기 때문에 안소니의 목소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며, 테리우스 목소리와 같다고 우겼다. 서로 우기다 싸움이 나고,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무슨 만화 잡지(보물섬? 어깨동무? 소년중앙? 뭐였는지 모르겠다;;)에 캔디의 성우에 대한 기사가 실려서 내 귀가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렇다. "권혁수"님이 안소니와 테리우스의 1인 2역을 하신 것이다!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캔디 역에 김진숙 님, 이라이자 역에 송도영 님과 안소니/테리우스 역에 권혁수 님이었다.
그때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성우 리스트 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때 좋아했던 성우분들 리스트

송도영 - 주말의 명화에서 거의 여주인공은 이 분이 다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곱고, 공주여성스러운 목소리에 때때로 앙칼진 연기를 하시기도 한다. 은하철도999의 메텔, 천년여왕에서 천년여왕, 캔디의 이라이자(충격;)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음. 맥 라이언 전문 성우.

주희 - 이 분은 '삐삐'로 대표되는 목소리로 기억한다. 장난기 가득한 소녀의 목소리에서부터 지적이며 쿨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까지 연기의 폭이 넓으신 분. 말괄량이 삐삐에서 삐삐, 요술공주 밍키에서 밍키,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 외화시리즈 [V] 1기에서 다이애나 역.(2기에선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 아쉽게)

송도순 - 마치 구연 동화를 듣는 듯한 '톰과 제리'의 나레이션으로 기억되는 목소리다. 나는 이 분의 어딘지 푸근한 목소리가 좋았다. 요즘은 홈쇼핑에 자주 출몰하시는 듯하다.

장유진 - 개구쟁이 스머프의 똘똘이 스머프. 송도영씨가 주말의 명화에서 단골 여주인공이었다면, 장유진씨는 토요명화에서 자주 여주인공을 맡았다.(MBC와 KBS를 대표하는 '공주'님들 ^^;) 내 기억 속엔 똘똘이 스머프가 압도적으로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지만, '가요산책' 이라는 라디오 DJ로도 꽤 유명하셨었다.

탁원제 - 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 심술궂은 아저씨 역에도 잘 어울리지만, 믿음직스런 보스역에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계심. 주로 중년 이상의 배역을 자주 맡으시며, 최근에 이누야샤의 자켄 역으로 열연하시고 계시다. (한때 이 분의 따님과 친분이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_^)

그 외에 만화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외화 더빙을 전문으로 하는 성우중에 좋아하는 분들

이선영 - 굉장히 기품있고 나긋한 목소리로 한때 라디오에서 '영화음악' DJ도 하셨다. 글렌 클로즈, 캐서린 햅번 전문 성우

김세원 - 주로 나레이션 전문 성우(?) 차분하고 맑고 경쾌한 목소리에 발음이 야무지고 명쾌하다. 원래 아나운서 출신이시던가;; 알고보면 CF에서 자주 들리는 목소리. 월북 작곡가 김순남씨의 딸.

박일 - 보통 '목소리가 좋으면 얼굴이 못생겼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속설에서 멋지게 빗나간 미남이시다. ^^; 권혁수님이 아니라면, 테리우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닐까. 에어울프의 호크 외 다수. 출연작이 꽤 많은데, 잘 생각이 안난다. OTL

양지운 - 스타워즈의 한 솔로, 인디애나 존스의 인디애나를 비롯 해리슨 포드 전문 성우로 각인된 목소리. ^^;

배한성 - 맥가이버의 맥가이버, 외계인 알프의 알프외 다수, 진짜 천의 목소리는 이 분을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요즘은 동물 나오는 프로에 나레이션도 많이 하신다.

유강진 - 동물의 왕국 나레이션 목소리로 처음 인식했기 때문에, 언젠가 다른 성우분의 나레이션을 듣고 굉장히 어색했던 적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렛 버틀러 역은 유강진 님 말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외 주로 숀 코네리 전문 성우님.

이정구 - 전격 Z작전의 마이클외 다수, 실베스타 스텔론, 브루스 윌리스 전문 성우. 반지의 제왕 더빙에서 아르곤 역을 싱크도 120%로 연기하심.

TV와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성우에 대한 관심도 옅어져서,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우분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내가 좋아했던 성우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꺼나.
내가 주윤발(周潤發)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삼류극장 (재개봉관)에서 였다. 영웅본색1과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동시상영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들킬까봐 (누구에게?) 조마조마해서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영화를 제대로 봤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운명은 때로 이렇게 찾아오는 법이다. 내가 주윤발에게 결정적으로 반한 장면은 그 유명한 쌍권총 난사씬도, 위조지폐에 불 붙여 담배불 붙이는 장면도, 홍콩판 희나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테이블위에 의족을 올려놓고 술병을 들이붙는 장면도 아닌, 마지막에 빗발치는 총격 속에 죽는 장면이었다.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미화되어멋지게 나온 영화는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첩혈쌍웅(諜血雙雄)' 이다. 완벽하고 냉정한 킬러이면서, 내면은 따뜻한 그런 정말 멋진 남자로 그려졌다. (그런 역할이 주윤발의 단골이기는 하다;) 오우삼 감독의 춤추듯 유려한 총격 장면도 환상이었고, 처절한 사나이들의 의리, 이유없이 비장한 슬로우 모션 같은 것도 참 멋있다...고 느꼈었다. 결국 난 그영화가 삼류극장에 내려왔을때 극장에서만 5번을 봤다. 이틀에 걸쳐서. Ⅲorz (난 이럴때 나한테 편집증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

영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제껏 그렇게 많은 남자아이들을 접해보고 살아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대생이었고, 직장도 남자수가 월등히 많은 데를 다니고 있고...
뭐 하여튼..
이렇게 요리를 즐기는 남자애를 본적이 없다. --;;
아빠의 영향이 지대한 것 같은데, 나로서는 신기하기 그지없다.

팥빙수를 만들어 먹자고 빙수기를 산다.
사두고 먼지만 쌓여간다는 집이 많다는데 빙수기를 정말 요긴하게도 쓴다.
생각나면 한번씩 팥빙수를 만들어주는데, 그 배합이 또 기가 막히다.
떡, 칵테일후르츠, 팥, 연유, 우유는 기본이요, 가끔 신기한 걸 넣어 시험해보기도 한다.
미숫가루를 넣기도 하고, 수박을 넣으면 풍미가 좋아진다는 것도 알고.
거기다 어디서 배웠는지 우유 슬러시를 만들어 넣기도;;;

도깨비 방망이를 그렇게 잘 쓸수가 없다.
TV홈쇼핑에서 보고 엄마를 졸라서 샀다고한다.
이제 홈쇼핑은 내동생의 애청프로가 되어버렸다. (이래서 백수는;;)
어쨌든, 사서 지금까지 제일 많은 빈도로 사용하는 주방기기가 아닐까 싶다.
이 녀석은 또 홈쇼핑에서 보고 배웠는지 스스로 뭘 만드는걸 즐기는 거 같다.
처음엔 한창 카푸치노를 만들어준다, 과일주스를 만든다 하더니
요즘 열을 내고 있는것은 집에서 만드는 드레싱, 생크림 종류다.
마트에 가서 휘핑크림을 찾아해메더니 기어이 입수.
1차로는 휘핑크림에 꿀만 넣어서 생크림 만들기에 성공.(맛있었다. orz)
2차로는 만들어진 생크림에 후르츠 칵테일을 넣어서 마치 제과점에서 파는
생크림 케잌같은걸 만들기..

고구마 맛탕을 만든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정말 신기한 녀석이다. 집에 고구마 사놓은 게 있었는데,
그걸 씻어다가 감자껍질 벗기는 도구로 슥슥 껍질을 벗기고 있길래
고구마는 껍질째 쪄야 맛있다고 했더니, 그걸로 맛탕을 만들어왔다.
나는 아직도 고구마 맛탕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녀석이 정말 시중에서 파는 것 같은 그런 맛탕을 만들어 내왔다.
아, 정말 불가사의~

스파케티도 만든다!
무..물론 이탈리아 국수니까 만드는게 그렇게 많이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하나?
모짜렐라치즈까지 얹어서;;

그러더니 급기야, 카스테라를 구웠다. OTL
나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다. 계란 6개는 너무 많았다는둥, 베이킹 파우더가 좀 부족했다는둥 하지만, 호두, 땅콩, 건포도까지 넣어서 구워낸 카스테라는 그야말로 '엄마의 맛'이 났단 말이다.

어쨌든, 이녀석은 라면을 하나 끓여도 그냥 끓이는 법이 없고
TV에서 뭐 맛있게 하는 비법 같은게 나오면 꼭 한번씩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여동생인줄 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요리와는 담을 쌓다시피한데다
두번 손 가는 요리는 하지 않는 주의다.
그래서 내 동생이 요리하는 걸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아, 집에 있었으면 당장 맛탕이라도 해오라고 닦달을 했을텐데.
(단, 이녀석은 지가 내켜야 하기때문에 왠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