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듯 닫힌 듯 돌고 도는 길 눈 뜨면 언제나 막다른 골목
누가 나를 던져 놓았나 거미줄 같은 미로
여기로 저기로 돌고 돌아도 눈 뜨면 언제나 막다른 골목
누가 나를 버려 두었나 들어온 곳 있으나 나갈 길 없네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
열린 듯 닫힌 듯 막다른 골목 내 손에 쩔렁대는 엽전소리
잊기위해 꿈을 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혼을 팔아 술을 사고, 취하려고 혼을 파네
잊기위해 꿈을 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혼을 팔아 술을 사고, 취하려고 꿈을 파네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는 김생의 한과 설움, 그 분노와 원망을 가장 잘 드러낸 곡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피맛골 연가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 영상은 2010년 피맛골 연가 오디션 현장을 촬영한 것인데, 오디션을 기다리는 지원자의 긴장한 표정,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 같은게 노랫말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오디션을 보는 지원자들의 이상은 구름 위를 노니는 푸른 학이건만, 선택받는 사람은 소수다. 열린 듯 닫힌 듯 막다른 골목이라니 얼마나 서글프고 절망적인가.
박은태도 지금은 대극장 주연을 맡을 정도의 실력을 쌓고, 인지도도 높였지만, 데뷔 초에는 부족한 성량 때문에 오디션에서 탈락한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본인 표현에 의하면 운이 좋게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해서 합격했다고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찾아온 기회를 잡지도 못했을 테지. 기회라는 건 준비된 자에게만 잡히는 거니까.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한 청년이,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해서 아마도 딴 길로 새지 않았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을 길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기로 했을 때, 아마도 이 노래와 같은 상황을 좀 더 많이 맞닥뜨리지 않았을까.
잊기위해 꿈을 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힘겨운 현실속에서도 여전히 꿈을 쫓는 사람들,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꿈을 노래하는 이 곡이 그래서 더욱 가슴에 사무치는 것 같다.
손이 참 예쁜 박은태 배우, 영상 찍는 분도 뭘 아는 분인지, 손 클로즈업이 자주 잡혀서 참 모에로운 영상.
내가 피맛골 연가에 낚인 이유 중에 하나는 시대극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참으로 예쁜 우리말 가사와,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싯구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극중에 김생이 뒷골목 대시인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는 시가 몇 구 등장하는데, 그 중에 몇은 창작인듯 하고, 몇은 한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젠 한시까지 공부시킬 기세.
먼저, 김생이 홍생의 과거시험을 대신 봐줘서 장원급제까지 시켜줬다는 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한가하니 살구나무 꽃 떨어지고
밤이 조용하니 봄산도 비엇으라
벗이여 술이나 한 잔 하잣으라
인정은 손바닥 같이 뒤집히렷다
이 시는 왕유의 '새 우는 물가(鳥鳴澗)'와 '벗과 함께 술을 마시며(酌酒與裵迪)'를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진 시로 원작은 아래와 같다.
鳥鳴澗(조명간) - 王維(왕유)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사람 한가하니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밤이 고요하니 봄 동산이 비었어라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달이 솟아오르니 산새 놀라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때때로 봄 시내에서 울어대노라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 王維(왕유)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친구여 술이나 드시게
人情翻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인정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늙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성공한 이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봄바람 차가와 꽃은 피지 못하거늘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뜬구름 같은 세상 말을 해 무엇 하랴
不如高臥且加餐(부여고와차가찬) 누워서 배불리 지내는 게 제일이지
그리고 극중 창고에 갖혀 죽을 일만 기다리던 김생을 홍랑이 구해주고, 홍랑의 방에서 치료를 받으며 김생이 읊은 시가 있는데, 원작이 가진 정서와 좀 다르게 살짝 연시의 느낌을 살렸다.
살구꽃 밤비 머금어 붉게 피고
버들잎 푸르러 안개를 이었네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아니하고
소쩍새 우건만 손님 아직 잠 못드네
이 시도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전원 생활의 즐거움(田園樂 七首)' 일곱수 중 여섯번째 시를 차용했는데, 절구를 살짝 다르게 해석해서 분위기가 좀 미묘하게 바뀌었다. 극중 홍랑의 이미지 컬러는 분홍색과 하늘색, 김생은 파란색으로 저 시를 들으면 살구꽃 홍랑과 버들잎 김생이 딱 떠오르는데, 원작은 아래와 같다.
田園樂七首(전원락칠수) 중 제6수 - 백거이(白居易)
桃紅復含宿雨(도홍부함숙우) 밤비 머금은 복사꽃 더욱 붉어지고
柳綠更帶春戀(유록갱대조연) 버들잎 푸른 위로 아침 안개 끼었네
花落家童未掃(화락가동미소) 꽃잎이 떨어져도 어린 하인은 쓸지 않고
鶯啼山客猶眠(앵제산객유면) 꾀꼬리 우는데 산속 나그네 잠만 자고 있네
+ 그리고 백거이의 한시집을 뒤적여보다 찾은 '꽃이나 꽃이 아니네(花非花)'는 정황이 딱 '아침은 오지 않으리' 이후에 홀로 남은 김생이 읊었을 법한 싯구여서, 또 원작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해석이...;
화비화 (花非花) - 백거이(白居易)
花非花霧非霧(화비화무비무) 꽃이나 꽃이 아니고, 안개이되 안개 아니어라
夜半來天明去(야반래천명거) 밤 깊어 왔다가 날 밝아 떠나가더라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봄 꿈처럼 왔던 것이 얼마나 되던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아침 구름처럼 떠나고는 찾을 곳이 없어라
원작은 뭐랄까, 깊은 밤에 찾아왔다 이른 새벽 꿈처럼 사라지는 님을 원망하는 듯한 시인데, 피맛골 연가의 정서를 끼얹으니, 단 하룻밤, 자시에서 해뜨기 전 그 단 한순간 만나서 영영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김생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ㅠㅠ
프리뷰 보고나서 저렇게 혹평을 쏟아놓고, 손바닥 뒤집듯 마음이 바뀌냐 싶겠지만, 사실 쥐떼만 자체 스킵하면 꽤 괜찮은 뮤지컬이라;;; 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연출을 까기는 했지만, 뭐 그런 빈 구멍도 메꿔주고 채워주는 배우들의 호연과 음악에 낚여낚여 내 발길은 자꾸 세종으로 향하더라. 아, 그렇다고 전관을 찍은 건 아니다;;
아무리 애정하는 배우가 멋진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고 한들, 감탄스런 앙상블들이 나온다고 한들, 병맛인 내용이 바뀔리도 없는데, 그래도 이게 자꾸 보다보니 정이 들더란 말이지. 그러다보니 출구로 들어가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니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박은태의 노랫 소리에 홀렸다고 하는 편이 정직하겠다. 진짜 살구나무 가지 위에서 부르는 첫 일성이 터지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꿈처럼 누가 날 불러 봄꿈에 젖었네
나비와 노래에 취해 꽃등을 달고 가네
- 홍랑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를 보고 부르는 김생의 시
김생이라는 역에 맞춰 사극톤의 대사를 아주 찰지게 치는데, 대사톤만 그런 게 아니라, 노래하는 발성법도 타령조를 살짝 섞어서 아주 제대로 가락을 탄다. 게다가 남자 뮤지컬 배우 중에 정말 드물게 곱고 청아한 미성을 가지고 있어서, 고음으로 깨끗하게 올라가고, 성량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이제는 떼어도 좋을만큼 파워가 붙어서 후음의 울림도 풍부해졌다. 성악 레슨을 꾸준히 받는다고 하더니, 진짜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참 내 마음에 드는 담백한 창법도 좋다. 과도한 꺽기, 바이브레이션 이런 건 진짜 취향이 아닌데, 정말 딱 듣기 좋을 정도로 기교를 부려 정직하게 부르는 노랫 소리가 귀에다 사이다를 부은 것 처럼 청량하다.
덕분에 참 매일같이 세종으로 출퇴근하게 만든 그 기록;
110823 - 프리뷰 공연만의 레어템은 두가지. 염라대왕과 술내기 바둑 한 판! 할때, 바둑알로 바둑판을 내려치는 것 같은 효과음. 이날 뿐이었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은생이 은랑한테 살구가지 건넬때, 소맷부리에서 뿅 하고 꺼낸 살구꽃 가지에 하닥하닥. 진짜 딱 그날 뿐이었음. ㅠㅠ
일단 영상 찍어주신 분, 제 절을 받으세효~ (_._)
대략 3분 30초쯤 부근인 거 같은데, 아우 은생-은랑 커플 아주 달달달 꿀물이 흘러넘친다.
정은랑, 우리 선녀님 '어디서 왔을까~'할때 고개 살짝 외로 꼬면서 눈 살짝 치켜뜨고는 다정하게 묻는 거 아주 녹아내리겠음. ㅠㅠ 그리고 작업남 은생, 깜짝 이벤트로 '갑자기 찾아와~' 하면서 진짜 갑자기 소맷부리에서 살구꽃 가지 뿅하고 내미는데, 은랑 선녀님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즐거워하시는 표정이 얼마나 곱고, 아름답고, 선녀돋고, 영롱하고 어여쁘신지ㅠㅠ
어우, 내가 진짜 은생에 발려서 회전문은 돌았지만, 은랑님께 홀랑 반해서, 난 여잔데, 은랑님이 둏소!!!!!!!!!!
내 정체성 어쩔;;
110824 - 초반에 하울링이 좀 울렸고, 푸른 원피스의 김보근 배우님 무대 오른쪽 끝에서 처음으로 넘어지셨음.
110825 - 1막 마지막 인연은 깨어져~ 하는데, 행매님 마이크 안나와서 그냥 생목으로 1절을 그냥 치셨음. 근데도, 참 1층 객석에서는 참으로 또렷하게 들리던 노래. 양희경 씨 목청에 감탄했다.
110826 밤공 - 첫 2회 공연일의 두번째 공연이라 자잘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 얼치기 4인방 등장씬 다 생목으로 대사 쳤고, 2막 초반 살구나무와 등장한 은랑도 '언제나 오시려나' 생목치고. 무엇보다 행매님이 2막 '숨어라 사랑아'에서 한 소절 더부르는 바람에 뻐꾹이 커플, 여 앙상블님이 당황해서 노래없이 오케 반주만 흐르던 짧은 순간. 그걸 한 소절 건너뛰고, 순택 배우가 재치있게 넘겨서 다행.
110827 밤공 - 은랑 아가씨의 분홍 저고리, 분홍 치마를 봤음. 이것도 단 한 번 뿐이었던 레어템. 드디어(?) 창고씬에서 쥐모형과의 대화가 좀 줄었다. 얼치기 넘버까지 가는 건 좀 지루하다싶더니, 그냥 몸통 얼룩과 꼬리 얼룩이 서로 섞일 수 없다는 대사에서 끝내서 참 다행. 커튼콜 때 객석에서 준상이를 발견하고 활짝 웃는 은태 배우를 볼 수 있었음.
110828 - 푸른학에서 마지막 우는 데~~~~~~~~~~~~~~~~~~~~를 오케보다도 길게 뽑은 은생. 쥐 모형 등장하는 씬에서 한동안 숨을 몰아쉬더라.
110830 - 2주차 공연 들어서면서 연출이 조금씩 바뀌었다. 사물놀이패 장면이 좀 짧아졌다. 다행이다. 무대의 흥이 객석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만, 어쩌랴. 2막에서 홍생 등장 전에 홍랑 나오는 동선이 원래 왼쪽 → 오른쪽이었는데, 홍생과 통일성을 주려했는지, 오른쪽 → 왼쪽으로 바뀌었더라. 그리고 아침이 오지 않으리 이후에 행매가 '잘 가시게~'라며 대사를 하는데 그 부분 싹 빼고 바로 한천년으로 이어지는데, 나는 이게 더 나은 거 같아. 수미쌍관에 행매의 회상이었다는 게 더 잘 드러나서. 그리고 마지막에 행매가 살구나무 둥치에서 죽는게 아니라 아예 사라진다는 설정으로 바뀐 것도 좋더라.
110831 - 2막 초반에 행매님이 대사 실수가 있었다.
2막 첫 부분.
중간계에서 깨어난 김생과 혼령이 되어 나타난 홍랑이 서로 스쳐가고, 행매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데, 행매가 홍랑의 자결을 알려주고, 그럼 김생이 그럴리 없다며 부정하는 대사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날따라 감성이 넘치신 행매님은 자네와 그 아가씨의 이생에서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었다고, 이 불쌍한 사람, 하지만 자네는 힘을 내어 살아야 한다...고 넘어가셨더랬다.
한 순간이지만, 행매님도 살짝 당황하셨는지, 대사를 중언부언 이어가셔서 - 그래서 내가 자네를 이리로 데려온걸세 까지 가셨지;;
은생이 대사칠 타이밍을 놓치고 행매가 저만큼 나가버렸는데 이걸 어찌 하려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와우~ 박은태 언제 이렇게 노련한 연기자가 되었나.
저렇게 헝클어진 사이에 '지금 내게 홍랑이 죽었다는 거요!'라며 감정선을 흐트리지 않고 다시 원래 대사가 나올 수 있도록 되돌리더라.
그래서 행매가 '자네가 죽은 줄 알고 자결을 했네.'라고 하고, 은생은 드디어 '그럴리 없소. 날 더러 그렇게 살라고 하던 홍랑이 그럴리 없소!' 라고 원래대로 진행할 수 있게 돌려놨다.
110901 - 푸른 원피스의 김보근 배우님, 이번엔 커튼콜에서 지난 번과 같은 자리에서 또 넘어지셨음. 날짜는 기억안나지만, 다른 날 남자 앙상블 한 명도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는 걸로봐선, 요주의 자리가 있는 모양.
홍남매의 감정선, 노래가 포텐 터진 날이면서 개인적으로 이 날 은생은 분노의 감정이 증폭되어, 커튼콜까지 분위기 싸늘했던 날.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공연 내도록 그 싸늘함이 계속 유지되고 있더라. 커튼콜에서 마저 그렇게 냉기가 풀풀 넘치는 걸 처음봐서 개인적으론 좀 의아했더랬다.
110902 밤공 - 자체 첫번째 레전드를 찍은 날이며, 처음으로 1층 앞열에서 기립이 나온 날. (프리뷰때도 기립은 몇몇 있었지만, 1층 뒤쪽이었고, 행매님 나오실 때부터였지.) 홍생이 토사구팽 rep.에서 대청마루를 내려오다 미끄덩했지만, 노래엔 흔들림이 없고 아주 매끄럽게 넘겨서 임현수 배우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은생이 칼맞고 끌려가는 걸 은랑이 눈을 못떼고 바라보다 무릎 걸음으로 쫓아가는 디테일 추가되면서 두 연인의 비극이 더 크게 다가왔음.
110903 낮공 - 레전드급 관크의 날. 문화 바우처 행사로 인해 R-VIP, R석 잔여석이 0석이었던 이날. 전날 첫 기립이 나와서 기대하고 간 공연이었건만, 기침에 대화에 벨소리, 아기 울음소리, 게다가 창고씬 내내 들리던 괴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선 붙잡고 집중하고 몰입해서 푸른학을 부른 은생에게 애도를. 그래도 이 날 살구나무 가지가 은생 머리카락을 뽑아가는 바람에, 토사구팽에서부터 봉두난발의 은생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이 위로 아닌 위로. 머리를 흐트리고 색기를 얻었으니, 이만하면 남는 장사....쿨럭;;
110904 - 은생 + 선영랑. 개인적으로 선영랑 자체 첫공. 별다른 사건 사고는 없었고, 선영랑이 은랑보다 체구가 작다보니, 무대 위를 이동할 때 좀 더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했다는 게 기억에 남음. 동선 범위도 좀 작은 편이라, 토사구팽 넘버 끝나고 홍랑 등장할 때 좀 늦게 등장하더라. 그리고 이날은 토사구팽 - 푸른학은 또 그냥 상투 머리.
110906 - 처음이자 마지막 사인회가 있던 날. 2일 한 번 레전드를 찍고나서는 배우분들이 막공 주간 내내 물이 오를대로 오른 농익은 연기들을 보여주심. 이 날의 사고라면 2막 숨어라 사랑아 이후에 전차가 렉이 걸려서 전차 퇴장이 늦어졌다는 거. 반대편 턴테이블에선 은랑님이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꿈처럼 누가 날 불러~'를 부르고 등장하시는데, 퍼런 조명등의 전차는 내도록 시야에 남아있더랬다. 그래도 이게 회전무대라 다행이지, 끝내 무대에서 밀어내지 못했으면 어쩔뻔.
이날 부터는 토사구팽 - 푸른학은 계속 봉두난발. 그리고 이날의 푸른학이 공연 전체 통틀어 가장 어둡고, 날카롭고, 냉기가 서린 포스였더랬다. 눈빛에 베인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음. 막공주간 들어서면서 이젠 커튼콜에서의 기립이 자연스러워졌음. 프리뷰 주간의 싸늘한 객석 반응을 생각해보면 참 격세지감.
110907 - 성환생 + 선영랑. 개인적으로 성환생 자체 첫공이자, 2세대 김생홍랑 커플 자체 막공. 1세대에 비해 발랄함, 씩씩함은 2배, 애절함은 1/2. 어려서 감정표현은 직설적이고, 거칠지만, 그 풋풋함때문에 둘이 귀염귀염. 커플 케미로는 괜찮더라. 공연 횟수도 적고, 아직은 여유가 없어 보여서 보는 이쪽이 더 조마조마한 감은 있었지만, 내년에 다시 올라온다면 한층 여유를 갖고 캐릭터를 잡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날 선영랑이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서 살짝 가사 실수가 있었음. '어둠속에서 등불이 흔들리네~'를 해야하는데 '창문밖에서 등불이 흔들리네~' 하고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창문밖에서만 두 번 반복했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잘 넘김.
110908 - MBC에서 촬영이 있던 날 - 찍었으면 풀어라!!!!!!!!!!!! - 총막공을 제외하면 가장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공연이었다. 하루 쉬고 왔다고, 은생, 은랑 아주 쩌렁쩌렁하게 세종 무대를 그 낭랑한 목소리로 가득 채우고, 연기에 감정표현도 자연스럽고, 더 깊어진데다 객석 반응도 포함해서. 깨알같은 개그 포인트마다 빵빵 터져주고, 집중해야 할 땐 조용히 무대에 집중하고, 이렇게 관객이 무대와 소통하고 그 상호작용이 시너지를 일으켜, 참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 완성되었다. 무대는 살아있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110909 밤공 - 막공을 하루 앞둔 이날, 그리고 2회 공연있는 날의 저녁 공연은 언제나 그렇듯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피로감에서 오는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할까. 2막 숨어라 사랑아에서 야옹이 커플의 박삼섭 배우님, 실수로 돈다발을 떨어뜨리시고 타격이 크셨는지 '나도 좀 사랑해줘~ 누님!' 이 소절을 그냥 다 날리시고, 나중엔 가발까지 떨어뜨리셨던가. 아주 넋을 빼놓으신듯ㅋㅋㅋ 그리고 거의 대사 씹는 법이 없는 은생이 함이-각이 커플씬에서 '니들도 참 답답..답답한 것들이다'라고 두번 씹었는데, 뭐 어지간히 답답한 모양이구나 했음; (그러는 너나 잘하세요;;)
개인적으로 푸른학에서 은생의 미모는 이날이 갑이었;; 진짜 토사구팽이후 그 짧은 시간에 뭔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몰락한 귀족의 향기며, 나른한 색기를 뿜어대는 건가 싶었음.
110910 낮공 - 세미막공. 푸른학에서의 재채기 5번 관크로 인해 그 좋은 공연에 대한 기억이 다 휘발휘발 ㅠㅠ
110910 막공 - 배우분들의 기합이 범상치 않았던 막공. 기분좋을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감정을 싣고, 깊게 몰입하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린 레전드 오브 레전드 공연으로 마무리지었다. 레전은 이미 찍은 이후에 그 정점에서 더 위로 피치를 끌어올려 최고의 공연으로 마무리지은 배우님들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고, 그런 배우분들께 아낌없이 기립박수로 보내드릴 수 있어 기분좋은 그런 이상적인 막공이었음. 커튼콜에서 임현수 배우의 큰절, 은생의 콩주머니 인사, 막공만의 작은 이벤트도 고마웠음. 총막공 멘트도 없고, 더블 캐스팅 배우들의 인사도 없었는데, 이 마저 없었음 참 서운했을 듯.
낮공은 다른 거 다 떠나서 푸른학 때 그 엄청나게 거대한 재채기 4번에 참 할 말을 잃었다.
은태는 푸른학 할 때마다 무슨 퀘스트 수행하는 거냐? 집중력 테스트라도 받는 건지;;
9월 3일엔 객석에서 이상한 괴성이 창고씬 내내 들리더니, 오늘은 정말 노리고 그런 것 처럼 조용해질 만 하면 한 번 씩 거하게, 완전 쩌렁쩌렁 울리게 가리는 것도 없이 맘놓고 재채기를 해대대?
재채기가 어찌할 수 없는 생리 현상인 거 알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사리는 거 없이 그렇게 막해대는 건 좀 짜증이었다.
그리고 그 재채기가 한 두번으로 그친것도 아니고 네 번이 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나니까 앞자리 객석에서도 웅성웅성.
근데, 그 와중에도 처음에 잡은 감정선 놓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해서 푸른학을 부른 은태는 참 장하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부분은 진짜 격하게 흐느끼면서 부르는데, '나한테 왜이래~ '라며 악에 받쳐 부르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뒤로는 그냥 다 휘발휘발~ ㅠㅠ
정말 이대로는 서운해서 피맛골을 보낼 순 없고, 저녁 총막공에는 제발 저런 관크 없이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객석에 앉았다.
그런데 총막공은 이런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이 배우분들 기합이 다르더라.
피맛골 회전무대가 돌아나오며 '예이~예이~ 물렀거라~' 첫소절부터 분위기가 확 다른게 느껴졌다.
소리 자체도 평소보다 훨씬 기운차고, 진짜 기합이 단단히 들어있는 거다.
막공이라 앙상블 분들 목상태가 썩 좋을리 없는데, 그걸 기합으로 다 커버하고 들어가는 느낌.
다들 역에 완전히 몰입해서 군무도 더 열심히, 더 활기차게, 노래도 더 크게, 더 감정을 실어서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린 무대를 보여주시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공이라는 게 긴장도가 너무 올라가면 뻣뻣해질 수도 있고, 또 역으로 너무 풀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오늘 피맛골 연가 막공은 딱 기분좋을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채 그야말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앙상블 분들이 저렇게 분발해주시는데 우리 주인공들이 또 얼마나 멋진 연기를 보여줬겠는가.
유가행렬에서 얼치기 삼인방이 은생 기분을 풀어주느라 앞에서 재주도 부리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하니, 그 친구들 마음씀이 고마워서라도 언제까지고 우울해 할 수만 없으니 같이 어울려주기는 하는데, 뭐랄까 은생이 입은 웃고있어도 눈은 웃지 않는 거 같더란 말이지.
그 억누른 감정이 냉소로 터져나오는 게 '사람이 한가하니 살구나무 꽃 떨어지고~' 씬이었고.
낮공에서 한이 맺힌 푸른학은 막공에선 아무런 관크 없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좋앗다. ㅠㅠ
오늘도 봉두난발의 은생은 색기+미모 포텐이 터졌고, 한숨 소리같은 노래가 정말 처연했다.
갈수록 눈빛에 감정을 싣는게 더 깊어져서,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담은 그 눈빛, 처절한 절규와 같은 노래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은랑 아가씨와 참 면구스러운 상태로 재회하는 씬에서, '나에대해 뭘 안다고 그러시오!' 할 때, 평소라면 그냥 웃음으로 능숙하게 얼버무렸을 것을, 가슴 속 상처를 그대로 내보일 만큼 여유가 없구나 싶었다.
밉살맞은 소리만 하는 이 남자를 그래도 은랑 아가씨는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어르고 달래고. 누가 연상인지 원~
게다가 뭐가 이쁘다고 한 밤중에 약방에 가서 약 사다 탕약을 다리고, 고약을 지어 붙여주고, 피갑칠한 저고리까지 깨끗하게 빨아주고.
이러는데 정분이 안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인 거지.
처음엔 언감생신 누구를 넘보랴던 은생도 손등의 흉터를 꽃잎 같다고 하는 말속에 연심을 다 숨기지도 못하면서 동시에 주저하고.
사랑이 내게로 왔네 넘버에서 약사발을 저만치 밀어놓으며 '우리는 서로 먼 사이~' 라며 자기 마음도 밀어놓으려 하지만
그래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흔들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이 남자.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어도 이게 첫 사랑이 아니었을까.
뭐가 이리 폭풍 전개에 노래 한 번 부르니 사랑에 빠지고,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었냐고 처음엔 참 욕도 많이 했는데, 이게 배우빨, 노래빨에 힘입어 이렇게 애절한 사랑이었더라고 다 설득이 된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은 그래도 이게 '금사빠'로밖엔 안 보일 거라는 게 이 작품의 한계. ㅠㅠ
유희성 연출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장면 하나 하나의 완성도는 정말 높다. 그게 배우들의 열연에 기댄 결과라해도.
정말 그 장면에서 그 감정의 절절함, 진심은 다 이해가 되는데,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단 말이지.
나머지는 관객이 알아서 상상력으로 채우라는 건지;; 모차르트!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피맛골 연가에서도 그런 점은 여전하다.
이제는 2막의 쥐떼들도 다 귀엽기만하고, 쥐떼들이랑 흥겹게 한 판 놀다보면 어느새 아침은 오지 않으리. ㅠ.ㅠ
오늘도 은생-은랑의 하모니는 더할나위 없이 조화롭고, 애절하고, 전율이었다.
마지막으로 행매님의 한천년은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채 세종을 가득 채웠다.
커튼콜에서 사물놀이패 등장할 때부터 기립해서 정말 그동안 무대 위에서 좋은 공연을 위해 수고해준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각이 김승회 배우는 평소보다 워우어~를 길~게 질러주셨고, 함이 김정현 배우는 옆에서 구경하시고ㅋㅋㅋ
홍생 임현수 배우는 아주 목청이 터져라고 토사구팽을 부르다가 '여러분 감사합니다'로 마무리, 큰절까지 하셨고,
은랑님 그냥 조신하게 인사하셨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생은 콩주머니 드는 포즈로 인사해줘서 아주 빵 터졌다.
행매 양희경님도 그냥 평소 하시던대로 인사해주셨고.
임현수 배우는 눈물 글썽글썽 울컥하셔가지고, 옆에서 양희경 쌤이 툭툭 다독여주시더라.
은생은 내내 웃고있더니, 나중에 막 닫힐 때 손 흔들어주면서 그제야 울컥, 울음 참는 거 같더라. 이럴 땐 좀 눈물도 보이고 해도 괜찮은데, 끝내 꾹 참는 거 보니까 내가 더 울컥해서 괜시리 눈물이 났다.
참 그동안 정말 울고 웃고 행복한 시간이었고, 마지막 공연까지 이렇게 훌륭하게 마무리해줘서, 가슴에 보름달을 품은 것처럼 만족하고 돌아왔다.
내년에 은생, 은랑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고, 내년에는 더 다듬어져서 돌아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