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람'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7.10.23 잡다한 근황 + 소식 8
  2. 2007.07.09 남이섬에 다녀왔습니다. 6
  3. 2007.06.09 덕수궁 그늘 아래서 2
  4. 2007.05.26 故 피천득 님의 명복을 빕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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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징징대는 것도 민망합니다만, 여전히 회사에선 쪼이고,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그동안 블로그질을 못하고 있었네요. 사실, 머릿속에선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돌아다니는데, 그걸 다 포스팅 했으면 이번 달은 개근상을 찍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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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년만의 종합건강검진을 받고왔습니다. 후~ 2년 전에 얄짤없는 "비만"판정을 받고 다이어트 돌입하고 2년. 그 성과는 있었지만, 중간에 초심을 잃고 나태해진 것도 있는지라 체지방량은 여전히 정상치를 훨씬 웃돌고, 근육량과 체수분량은 정상치를 밑돌아서 쵸큼 우울할 뻔 했습니다.
위장내시경은 한 번 해봤으니까, 이번엔 위장조영술을 해봐야지 하고 시도해봤는데, 저 다음부턴 그냥 내시경 하려구요. ㅠ.ㅠ 그 이상하고도 꿀럭한 액체를 1컵이나 마시게 하다니!!! 게다가 사람 정신을 쏙 빼놓도록 아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엎드려라 바로 누워라 정말 몸이 고되더군요.
그리고 처음 해본 유방암 검사. 아파 죽는;;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아팠어요. ㅠ.ㅠ 앞으로 내시경보다 더 고역인 검사가 될 듯 합니다.
아, 지난번 초음파 검사 때 나왔던 결석은 이번엔 안 보였어요. 다행히 물을 자주 마셔줬더니 그 효과를 본 건지, 살을 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다행이고요. 대신 담낭 주위에 자잘한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보인다고. OTL 물론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지만, 일단 화면에 잡히니까 얘기해 준다는데, 어찌 신경을 안 써요. ㅡㅜ 이것도 조심 리스트에 올라갔습니다. 그 이외는 검사 결과 나와봐야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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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하는 친구를 둔 덕에 오랫만에 염장 사진을 올려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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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개봉한답니다. → 관련 기사
누누히 말했던 것 같은데, 제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차례차례 개봉하면서 왜 이건 개봉 안 하나 했는데, 이제서야 개봉한답니다. ㅠ.ㅠ 일단 눈물부터 닦고. 그런데, 이거 극장에 얼마나 걸려있을지, 제가 시간 될 때 볼 수 있을지 불안하네요.
뭐, 그래도 일단 국내 개봉하면 DVD가 나오니까, DVD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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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주는 노래.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남이섬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정말 오래전에 부모님과 같이 친목회 야유회로 다녀온 뒤로 거의 20년 만에 남이섬을 다시 찾았습니다.
제 기억속의 남이섬은 들어가서 놀아도 되는 잔디밭이 있었고, 소달구지가 아니라 말이 끄는 달구지가 있었다는 것 정도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말이 끄는 달구지는 없어졌더군요. 아쉽게 ^^; 대신 전기로 가는 투어용 자동차와 가족용(?) 자전거, 전동기가 달린 서서 가는 탈 것(뭐라고 하는지 잘;) 등등이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섬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숲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한 건 아직도 겨울연가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일본 및 중국 관광객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드라마에 열광해서, 그 드라마가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촬영지를 추억하러 사람들이 온다는 것. 이런 것이 문화 컨텐츠의 힘인가 싶었습니다.
겨울연가로 유명한 길은 메타세콰이어 길이지만, 그 비슷한 소나무 길이 있길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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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남이섬이 유원지 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새로 단장한(?) 남이섬은 휴양지 적인 성격이 강화된 것 같았습니다. 손님을 끌기위한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없고, 그동안 힘써온 나무 가꾸기가 결실을 맺어서 숲이 울창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서,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데이트 족 모두에게 환영받겠더라구요. 어제도 일요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섬을 오가는 배가 쉴새없이 사람을 실어나르더군요. 펜션 시설도 잘 갖춰놓은 듯 했고요. 가격은 좀 비싼 듯 하지만, 평일은 4인 가족이 16만원이니까 아주 많이 비싼 건 아니고요.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이 준비한 듯 하고, 전시회도 있고. 그러나 그런 다른 것보다 숲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숲속 탁자밑은 비록 개미집이라 개미가 우글거렸어도. ^^;

+ 저희 집 화단에 꽃이 펴서 핸드폰으로 찍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쓸만하네요, 핸드폰 카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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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수궁 가서 궁 사진은 안 찍고, 단풍나무 밑에서 찍은 사진


친구가 캐나다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오늘 같이 덕수궁을 갔다왔습니다. 둘이 참 시간이 맞으려니까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은게 저는 친구와 약속이 깨졌고, 그 친구는 오늘 저녁에 콘서트 볼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같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종로에서 길거리에서 순대볶음도 사먹고, 덕수궁에 갔는데, 어떻게 딱 시간대가 맞아서 수문장 교대식까지 보게되었습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두근두근 하더군요. 덕수궁은 궁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궁이죠. 나무도 많고.

그리고 그 맞은 편 시청앞 광장에서는 6월 항쟁 20주년과 이한열 열사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23살 청년 이한열은 지금 살아있다면 43살이네요. 한창 사회의 기둥으로 일하고 있을 나이겠죠. 내가 23살이었을 때 뭘하고 있었던가 생각도 해보고, 이제는 이런 추모제에 깃발과 최류탄 대신에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축제가 되었습니다. 10년 전에도 이렇지 않았는데, 20년 세월의 힘이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물론 거저 얻은 것은 아니지만요.

돌아갈 시간이 되서 이왕 온 김에 청계천을 살~짝 들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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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청계천 새단장 이후에 처음 와보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제가 여기 살아도, 관광객과 함께가 아니면 참 오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저는 인사동도 쌈지길도, 덕수궁도 청계천도 올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친구는 떠나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훨씬 더 그립고, 보고싶고,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난다고, 이제 출국할 날이 얼마 안 남아서 많이 아쉬워 하더군요. 내년에는 더 많이 다녀보자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인연'의 수필가 피천득 별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국어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피천득 님의 글귀들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나중에는 '인연'을 교과서처럼 들고다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5월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 수필에 대한 직관적인 정의. 참 담백하고 고운 어휘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그 분의 글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 가고 싶다.

피천득 수필집 - 인연 中

이 글귀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나도 이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늙어 가고 싶다고 동경했습니다. 말씀처럼 살다가신 인생,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