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17 (금) 14: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내가 공연을 보면서 JCS만큼 자리에 구애받지 않은 공연이 있을까 싶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자리는 나오지 않고, 아는 동생이 샤롯데 2층도 상당히 괜찮다며 적극 추천해줘서 첫 2층 데뷔(;).
공연의 감동은 좋은 자리에서 오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서 이제까지 맨눈으로 배우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 자리는 가본 적이 없었건만, 여러모로 JCS가 내 경험치를 높여주고있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니 샤롯데 2층은 오글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가치가 있더라. 생각보다 무대와 멀지 않은 거리, 시야도 트여있고, 1층 앞열에서 음향에 뭉개지던 앙상블 가사가 2층 2열에선 오히려 더 잘들리기도 했으니. 물론 1층 앞열에 자리가 있을 땐 주저없이 그리로 가겠지만, 1층 뒷자리(14열 이후)로 갈 바엔 차라리 2층 앞열로 가는게 나은 선택일 것 같다.
하여튼 2층이라도 잡아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이날 공연도 상당히 좋았고 이 앞으로는 계속 더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 기대도 품게 한 공연이었다.

- 1층에서만 보다가 2층 올라오니까 확실히 무대의 휑함이 느껴진다. Overture에서 앙상블들이 튀어나와서 군무를 추는데 이렇게 비어보일 수가! 물론 배우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저 빈 무대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배우가 기댈 구석을 최소화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조명이다. 이 연출의 장기 중 하나인데, 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추구한 무대에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공간을 나누고, 효과를 준다. 특히 JCS에서는 역광을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신비로운 느낌, 경건하고 거룩한 느낌을 잘 살렸다.

- 조명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지저스에게는 수직 조명이 자주 사용되는데, 하늘에서 비추는 후광 효과를 통해 성스러움을 강조한다. 다만, 지저스는 애시당초 신의 아들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데, 굳이 조명을 통해 그 신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JCS의 지저스는 신의 아들보다는 사람의 아들쪽이지 않았는가.
수직 조명의 나쁜 예 : 아무도 없다 @ Strange Thing, Mystifying
수직 조명의 좋은 예 : forever Amen! @ Simon Zealotes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조명은 역시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장면인데, 지저스를 찾아 달려가는 마리아의 발걸음을 따라 물결처럼 퍼지던 바닥 조명과 마리아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던 따스한 오렌지 빛 후광 조명과 청명한 푸른 밤하늘. 기도하는 지저스를 두고 돌아서는 마리아의 뒤로 총총히 빛나던 별밤하늘이다.

가장 섬뜩했던 조명은 채찍신이 끝나고 십자가에 못밖으라고 군중들이 난리칠 때, 마치 핏물이 흘러내리는 듯 보였던 붉은 사선 무늬로 물들은 바닥 조명이었는데, 그 사선의 운동성으로 인해 진짜 무대 전체에 핏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조명은 십자가 씬. 수퍼스타 마지막에서 십자가를 향해 서슬퍼렇게 내려꽂히는 그 조명이 아니라, John 19:41가 흘러나오면서 후방에서 십자가를 향해 핀조명이 떨어지는데 그 빛으로 인해 무대 바닥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가 진다. 조용히 흔들리는 그 십자가 그림자는 이상하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홀연한 느낌마저 주더라.

- 배우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우선 한유다. 사실 JCS에서 유다는 정말 시작부터 쉽지 않다. 뭐, 어떤 배역은 쉽겠냐만은 유다 넘버 중 가장 어려운 곡을 시작하자마자 불러제껴야 한다는 거. 원래 오프닝이 가장 임팩트있는 법이라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 이게 피겨로 치면 3-3 점프 같은 거라. 하여간 Heaven On Their Minds는 참 감탄할만큼 잘 불러줘서 좋았지만, 이후 고음 올릴 때 힘겨워하거나, 종종 피치가 떨어지는 등 성대의 피로도가 여실히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트리플 캐스팅이 무색한 이 2주간의 스케줄을 보라.


더블 캐스팅된 지저스가 저렇게 꼬박꼬박 번갈아 무대에 서는 것과 달리, 유다는 트리플 캐스팅임에도 마치 한유다 원캐에 김유다 얼터인 것 같은 스케줄이다. 부디 죽음의 주간에 살아남기를. 난 내일도 모레도 보러오니까;;

- 정마리아와 장마리아, 둘 다 좋고 잘하지만, 역시 나는 장마리아 쪽에 좀더 기운다. 정마리아도 참 잘하는데, 장마리아의 음색도 음색이거니와, 좀 더 지저스에 집중하는 느낌이랄지.
What's The Buzz에서 군중들이 자꾸만 매달리고 언제 뜻을 이루실거냐고 귀찮게 굴 때, 더이상 걱정하지 말라며 마리아가 끼어드는데, 여기서 정마리아와 장마리아가 다른 게, 정마리아는 지저스의 뒤쪽으로 빙 돌아서 이동을 하고, 장마리아는 군중과 지저스의 사이를 가르며 이 둘을 분리시켜서 좀 더 독점욕을 내보인다. 
Everything's Alright에서도 유다의 비난 이후 두 마리아가 보이는 태도가 다르다. 정마리아는 자신을 천한 여자라 비하한 유다까지 위로하는!(그것도 지저스보다 먼저!) 성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마리아는 시선은 유다를 향했어도 마음은 지저스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라,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 유다를 욕할 것 같은 마리아다. 
이후 2막에서 정마리아는 점점 더 성녀로서의 모습이 강해지면서 지저스의 체포 이후 와해된 사도들을 다시 하나로 묶고 일으켜 세우는 지도자의 모습마저 보인다. 장마리아는 그런 면에 사도들과 유대감 같은 게 옅고, 끝까지 지저스 하나만 바라보는 인상이 더 강하다. 

- 지현준 빌라도를 보고 난 다음이라 그런가 태한 빌라도는 뭘 해도 다 좋고, 동현 헤롯도 자기 색을 확실히 찾아서 좋았다. 제사장 삼인방도 내가 본 중에 이날 공연이 가장 좋았는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는지 커튼콜에서는 이제 환호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더라. 시몬은 여전히 별로였는데, 뒤에서 고음 서포트 하는 앙상블을 시몬 커버로 쓰는 게 어떨지. 베드로의 '난 몰라요~'가 근래 들은 것 중엔 개중 나아서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질러줬음 싶더라.

-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면서 차곡차곡 감정이 쌓이고,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마치 파이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이날의 은저스는 지난 수요일과 또 다른 감정을 보여주었다.
2막의 시작 최후의 만찬에서부터 은저스의 목소리엔 물기가 가득하다. 자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었으나, 아~무것도 모른채 공명심에 차있는 제자들을 보며 부질없다 한탄하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잊혀짐을 서글퍼한다. 지레 찔린 유다의 변명을 듣기 싫다 물리치고, 그 와중에 눈치 없는 제자들은 또 한 번 스승의 속을 긁어놓는다. 골치 아픈 일 때가 되면 알게되리~ 라니, 진짜 제자복도 없는 지저스. 그런 지저스를 또 한번 유다가 도발한다. 이 가여운 인간! 하지만 더 불쌍한 건 당신을 위해 희생양으로 선택된 나라고 주장하는 유다를 지저스는 진절머리난다는 듯 떨쳐낸다. 그냥 닥치고 네 일이나 하라고. 그 말에 절망한 유다는 그 발앞에 꿇어 엎드려 절규한다. 꼭 그래야만 하는거냐고. 지저스의 옷자락에 손도 못대고 자신을 외면하는 지저스를 애처롭게 바라보다 등돌려 떠나는 한유다. 그러나 그가 떠날 때 고집스럽게 외면한 지저스가 그 뒤에서 아련한 시선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걸 알았다면 그는 다시 돌아왔을까.
그리고는 유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아무도 곁에 없구나~' 하는데, 그럼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다른 제자들은 뭐가 되나요; 

이어지는 겟세마네. 이제와서 레전이니 뭐니 하는 것도 유난스럽지만, 정말 너무 좋았다. ㅠㅠ 베드로, 요한, 야고보 부르는 목소리에서부터 흐느낌이 느껴지더니, 전에 없이 이날은 시작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소리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처연하게 시작된 노래는 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한 순간 피눈물을 삼키 듯 울컥해서 나도 같이 울컥대고, 찢고 쳐서!!할 때의 처절함은 더 강렬해지고, 내 맘 변하기 전!에서 보여주는 단호함은 더 단단해졌다. 당신이 정해놓은 운명에 따르기는 따르겠으나, 하나 뿐인 당신 아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똑똑히 보시라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이날 가장 가슴에 남았던 유다의 죽음. 솔직히 유다의 죽음 장면에서 동어 반복만 계속되는 하다만 번역이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한유다가 보여주는 찌질한(;) 유다의 죽음이 마음에 안들기도 해서 썩 좋아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정재일 음감의 귀신같은 편곡으로 재탄생한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 코러스 뒤로 울려퍼지는 비장한 음악때문에 좋아하게 된 장면인데.....
아놔, 이날 은저스가 장례 행렬을 향해서 한쪽 손을 뻗는게 아닌가. 안그래도 이 장면에서 은저스 표정 디테일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더해서 저렇게 손을 들어 애도의 표시를 하니, 유다의 배신까지 자책하며, 그 죄를 자신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ㅠㅠ
(그런데 환생해 돌아온 유다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받는 스승을 향해 '하늘나라 친구들은 어떠세요~' 이러고 있고. ㅠㅠ)

지난 수요일 공연부터 은저스는 '다, 이루었다'에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냥 눈 앞에 장면, 소리를 흘려보내다 이 대사를 들으면 갑작스레 오열이 터져나와서 주체할수가 없다.

+ 공연장을 나서는데, 어떤 꼬마가 하는 말이 들려왔다.
"있지, 지저스가 죽을 때 웃으면서 죽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15 (수)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장은아, 빌라도 - 지현준,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관극 다섯번 째만에 지현준 빌라도 자체 첫공. 태한 빌라도가 뜻밖의 수확이었기에 공연에서 처음 만나는 지현준 씨의 빌라도는 어떨지 궁금함을 안고 보기 시작했는데, 어........Overture에서부터 확 다른 빌라도. 저기 그건 치마가 아니라 토가인데요...라는 말이 절로나오는 격렬한 치마질에 일단 식겁했다. 그리고 이때 품었던 불안한 마음은 2막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지. 훗,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ㅠㅠ

- 명경지수에 조금씩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무심함과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은저스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게 앞머리를 신경쓰면서 그런 건지. 전에는 앞머리가 내려오던 말던, 눈앞에 커튼을 치던말던 하던걸 좀 신경쓰는 게 보이더라. 특히 유다를 바라보는 시선의 싸늘함은 여전한데, 이게 간혹 미묘하게 흘깃 확인해보는 것 같은 시선이랄지.
이건 한유다의 집착이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더 그런 것도 있기는 한데, 이날따라 한유다의 시선이 진짜 집요하게 지저스만을 쫓아서; 어디서 뭘 하던 그 시선의 끝에는 늘 지저스가 있다. 그러니 그 집요한 시선을 은저스가 모를리가 있나. 알면서 외면하고 그런데 또 그 시선이 아직 자신에게 와 있는지 슬쩍 확인하고, 한유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 때만 골라서 또 한유다를 바라보는 은저스는...이 무슨 밀당의 고수들도 아니고;

- Strange Thing, Mystifying에서 Everything's Alright 으로 이어지는 이 두 곡에서 한유다의 질투심이 참 제대로 폭발인데, 여기서 장마리아의 상심한 표정 연기도 좋고, 그런 마리아를 위로하는 은저스의 손은 또 왜 그리 고운지.
빈정대며 날린 화살은 마리아를 향한 것이었는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돌아오는 건 '너에게 실망했다.'는 스승의 싸늘한 반응이다. 그리고 누구도 내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지저스를 위로한 것 역시 마리아의 몫이다보니, 지켜보는 한유다는 한 소리 들은 것도 있고, 마냥 지켜만 본다. 그러나 향유를 발라주며 지저스를 주물주물(;) 마사지하는 마리아를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또 딴지를 건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정마리아는 직접적인 터치가 별로 없는데, 장마리아는 좀더 진한 스킨십을 보여준다. 말하는 내용은 그 향유에 쓸 돈이면, 가난한 자들을 얼마든지 더 구할텐데, 왜 그리 낭비하냐는 비난인데, 이게 한유다의 몸짓, 시선이 겹쳐지면서, 어떻게 들어도 마리아의 향유 조공이 아니꼽고, 그걸 좋다고 받아주는 지저스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심통으로밖에 안들린다. 호모로운 한유다여. ㅠ.ㅠ
그런데 문제는 은저스가 이런 한유다의 감정을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군중들의 찬양을 들으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다가도 유다와 시선이 마주치자 싸늘하게 굳어버리는 표정. 그러니 한유다는 더 안달이 날 수 밖에; (나 지금 JCS 감상 쓰는 거 맞음;)

- 제사장 삼인방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맞지않는 음역대를 좀 높이면서 가야바의 자신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요망한(;) 안나스와 무색무취 사제 삼인방의 연기합이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안나스는 위혐, 위염을 오가는 위험한 발음을 어떻게 좀 해줬음좋겠다. 이 셋의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도 난 이 넘버에서 박수를 칠 수가 없는데, 내가 아무리 날라리라도 대놓고 예수를 죽이라는 넘버에 박수를 칠 마음은 안들어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수퍼스타에서도 박수가 안 나온다.

- 저 삼인방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시몬은 아직도 목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 하고, 앙상블은 여전히 하모니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싶은 째지는 소리를 낸다. 이게 나름 오합지졸 사도들, 무조건 떼쓰고 보는 군중들, 2막에서 악을 쓰며 십자가에 못박으랄 때만 박력이 터지는 군중을 염두에 둔 캐스팅이었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다들 생목소리로 질러대는지 ㅠ.ㅠ Hosanna에서 떼창 사이로 은저스 솔로 흘러나올 때, 마치 소음 가득한 공간에서 맑은 계곡 물소리 들리는 숲으로 들어갔을 때와 맞먹는 감동을 느낀다.

- 앞에서 명경지수에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게 Simon Zealotes에서부터 전엔 진짜 무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이날은 조금씩 표정이 달라진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표정, 걱정하는 표정,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가야할 길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르키는 것을 보고 짓는 서글픈 표정으로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제자들마저 내 뜻을 몰라주는구나 깊은 고독과 허탈함 속에 나직이 부르는 Poor Jerusalem. 홀로 남겨졌을 때만 보이는 흔들리는 모습,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볼을 타고 흘러 턱밑으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그렇게 티나지 않게 울지좀 말라고 ㅠ.ㅠ

- 지현준 빌라도의 Pilate's Dream도 나쁘지 않았다. 지저스와 교차되면서 마치 환상을 붙잡으려는 듯한 손짓이나, 마지막에 붉은 조명을 받을 때, 태한 빌라도는 서서 조명을 받는데, 현준 빌라도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조명을 받아 좀더 극적인 효과를 낸다. 솔직히 여기 조명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인데, 두 배우가 분위기를 잘 살렸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2막에선 ㅠ.ㅠ

- 이어지는 Temple에서 은저스의 분노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반주가 멈춘 뒤로도 계속 뻗어나가는 나가~~~~샤우팅이 그가 느끼는 분노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냥 분노만이 아닌 슬픔이 흘러넘치는 분노,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자들의 구원씬. 끝도없이 밀려드는 그들의 열망에 자신을 보호하듯 두손으로 몸을 감싸안는 은저스. 그러나 살려달라는 소리에 고개를 털고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하나를 내어주면 열을 바라는 저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채워주려면 어디까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할까.

- JCS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겟세마네, 수퍼스타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대중적인 곡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일 것이다. 군중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친 지저스를 쉬게하고, 지저스를 향한 마리아의 마음을 표현하는 이 노래는 뒤에 유다의 죽음에서 다시 한번 reprise 되기도 한다.
지난번에도 쓴 것 같은데, 정마리아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장마리아의 음색이 내 취향에 직격이라. 그리고 여기에서 장은아 씨의 연기 디테일도 마음에 드는 게, 지저스를 향해 달려가기 전, 화장한 얼굴을 쓱쓱 지우고나서 달려간다. 비교하자면 정마리아는 소녀의 느낌인데, 장마리아는 여인이라는 느낌이다.

- 최후의 만찬에서 안그래도 미욱한 사도들이 마땅치 않았는데, 가사 실수까지 나와서 잠시 빠직. 그럼에도 은저스와 한유다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더라. 그것과 별개로 번역의 일관성 없음이 뼈아픈 장면이기도 하고.

- 겟세마네에서 중간 박수는 번갈아가며 나오는 건지. 지난 9일엔 없었고, 이날은 있었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겟세마네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은저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에서 이 넘버를 시작한다. 그래서 겟세마네 전반에 깔리는 감정은 체념한 상태에서 순수한 의문, 부당한 처사에 대한 원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착한 아들 속성이 어디 안가는 은저스는 저 원망이 길게 가지도 않는다. 겟세마네의 후반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잠시 서러워하다,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이지만, 이 길을 선택한 건 나의 의지이기도 하니, 내게 독잔을 내리려거든, 내가 결심한 바로 지금 내리시라고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이다.

- 그 어느 때보다 더 짙은 미소로 유다를 맞이하는 은저스와 바들바들 떨면서 입맞춤을 건네는 한유다. 참 잔인하기도 하지.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미소를 그 순간에 보여주다니. 이 지저스는 진짜 어디까지 츤데레인지, Last supper에서도 한유다의 시선이 따라붙을 땐 끝내 외면하더니, 그가 등돌려 떠나갈 때야 비로소 아련하게 그 뒷모습을 쫓는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대로 유다의 죽음까지 이어진다. 자신만을 집요하게 쫓는 열에 들뜬 그 시선에는 한번도 응해준 적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서야 봉인했던 감정을 터트리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은저스. 참으로 안타까운 스승과 제자다. (그러니 어디선가 신이 잘못했네~ 하는 평이 나오지;)

- 내가 아끼는 태한 빌라도라도 영어로 숫자세는 채찍신은 민망했더랬는데, 지현준 빌라도의 채찍신은 민망한 정도가 아니라, 그 오버스러움에 뜨악했다. 지금 채찍 맞는 건 지저스고요, 그 지저스가 이 악물고 신음소리 한 번 안내고 견디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빌라도가 당장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을 거 같은 거죠? ㅠ.ㅠ 그리고 왜 노래를 안하시고 짐승처럼 울부짖기만 하시는 건지. ㅠ.ㅠ 내가 태한 빌라도를 먼저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 십자가 장면은 이제 그냥 반쯤 넋을 놓고 보는데, 이날은 무방비하게 있다가 너무나 지친 목소리로 한숨처럼 '다 이루었다' 한마디에 격침. 당황스러울 정도로 눈물이 흘러넘치고 갑작스럽게 오열이 치밀어 올라서 입 틀어막고 끅끅대느라 숨 막히는 줄 알았다. 이게 커튼콜까지 멈추지를 않아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리고 은저스는 커튼콜에 등장할 때, 아직 지저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모습이어서 또 울컥했더랬다.

+ 이날 객석에 수녀님 몇 분이 보여서 과연 이분들이 어떻게 보셨을까 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가는 길에 보니 함박 웃음이시더라. 한유다의 수퍼스타 앵콜이 이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많이 휘발 시키기는 하지요.

++ 스승의 날이기도 했던 이날, 설컴 트윗에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새겨보라는 둥 하며 올린 사진. 저 사진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라는 거였을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9 (목)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Overture에서 희미한 조명 사이로 등장하는 유다는 마치 엘리자벳의 프롤로그 루케니를 보는 느낌이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에서 환상을 보는 그런 느낌. 왜냐하면 Overture 내용 자체가 JCS 전체의 축약판이라, 실제 유다는 예수가 죽기전에 자살했으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볼 수 없을 터인데, 이 유다는 고난 받는 예수에 가슴 아파하고, 마침내 등장하는 십자가 앞에 무릎꿇고 슬퍼한다. 어째서 이 유다는 모든 걸 다 지켜보는 걸까, 혹 루케니처럼 이 유다도 끝나지 않는 재판을 받고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 무릎꿇고 슬퍼하는 유다 앞에 물 흐르듯 고요한 발걸음의 지저스가 등장한다. 그 표표하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부활한 이후의 모습처럼도 느껴진다. 조명이 역광이라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지만, 과연 어떤 표정으로 유다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듯 기타리프가 시작되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와, 지저스는 가던 길을 나아가고, 유다는 이제까지 일이 다 잊혀졌다는 듯 각자가 꿈꾸는 천국을 노래한다.

- 사실 2013 라센 연출에서는 이런 식으로 현실과 환상이 오버랩되는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Overture를 시작으로 Poor Jerusalem에서 Pilate's Dream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에서 마리아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부분 등등.
사실 저 두 장면은 하나는 빌라도의 꿈이구나, 다른 하나는 마리아의 희망 사항이구나...하고 보여지는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가장 난해한 부분은 앞에 얘기한 Overture와 유다의 배신 장면인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Damned for all time 도입부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과 이어지면서 홀로 기도하던 지저스가 기도를 끝내고 가만히 유다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유다 역시 그런 지저스와 시선을 교환하며 제사장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가만히 지켜보던 지저스가 퇴장하고, 유다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제사장들에 둘러싸이고, 왜 내가 당신을 도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지가 아니라고, 난 돈에 팔린 게 아니라고 거듭 변명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가야바가 이건 정당한 댓가라며 돈주머니를 건넬 때, 저 뒤에서 지저스가 등장해서 또 다시 유다를 지그시 바라본다. 이 장면의 지저스는 과연 유다의 양심이 불러낸 환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공간에서 그 환영을 보는 실체로서의 지저스일까. 두가지 다 해석이 가능한 이 장면에서 난 지저스와 유다의 만남과 어긋남을 비장하고 장엄한 음악과 조명을 통해 선명하게 대비시킨 이 연출이 참 마음에 든다.

돈주머니를 들고 언덕위의 지저스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가는 유다의 위로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코러스의 합창과 함께 피처럼 붉은 조명이 내려온다. 회한에 찬 몸짓으로 돈주머니를 떨구고 지저스에게 매달리다 엎어져 흐느끼는 유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바라보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와 자신에게 주어진 독잔을 받아드는 지저스의 등뒤로는 하얀 빛의 조명이 내려온다. 울부짖는 것 같은 일렉기타의 처절한 선율과 함께 독잔을 받아든 은저스가 두 손을 펼치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자, 한줄기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번외지만, 참 신기한게, 난 만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저 한줄기 눈물이라는 걸 은저스를 통해 실제로도 가능하구나...하며 보게됐다. Poor Jerusalem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딱 한 줄로 눈물이 떨어지지?)

- 저렇게 처절하게 1막이 내리고, 2막의 시작은 최후의 만찬부터. 그런데 이날 진짜 내가 웬만하면 관크에 대해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누가 계속 쩝쩝대는 소리를 내서 어찌나 신경에 거슬리던지. 그것도 꼭 골라서 조용한 순간에만 쩝쩝 아주 찰지게 소리를 내는데, 차라리 음악 소리나 좀 큰 장면이면 모르겠는데, 최후의 만찬 은저스 솔로할 때, 반주도 거의 없이 목소리도 조용조용 '힘든 이 순간' 하는데, 진짜 그 순간이 참기 힘들 만큼 쩝쩝대는 소리가 울려퍼져서. ㅠ.ㅠ 어쩌면 소리를 내는 본인은 평소 습관이거나 무의식 중에 내는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노래 진행되는 내내 쩝쩝댔으니까. 그래도 다행이 겟세마네에선 그 쩝쩝대는 소리가 안 들려와서 누가 주의를 줬나 싶었다.

- 겟세마네는 뭐 매 공연 너무너무 잘 불러줘서 ㅠ.ㅠ 도대체 내가 왜 죽어야하냐고, 누굴 위해 죽어야 하냐는 외침이 가슴에 박혔다. 내가 죽는 건 당신의 위대한 인류 구원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러니 난 당신을 위해 죽는 건가, 아니면 끝없는 고통과 절망속을 해매는 인류 전체를 위해 죽는 건가. 죽어서 얻는 영광이 얼마나 크던, 그게 삶보다 더 위대한 걸까. 그래 까놓고 말해서 이 희생이 그저 개죽음 당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절박함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런데 참 그렇게 흐느껴 울면서 노래는 어쩜 그렇게 깨끗하게 소화해내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 JCS를 보다보면 웨버 옹과 팀 옹이 빌라도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일단 빌라도는 등장할 때 음악도 굉장히 멋지고, 캐릭터도 매우 이성적,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놨다. 성서에는 꿈을 꾼 것이 빌라도의 아내라고 나와있으나 JCS에선 빌라도가 꾼 꿈으로 바꿨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를 풀어주려 애쓰지만, 군중들에 떠밀려 십자가 형을 내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역사속 빌라도는 식민 통치에 있어 가혹한 폭군이었다. 시위 진압을 목적으로 마을 하나를 학살하기도 한 것이 빌라도이다. 뭐 그런 역사 속 이야기이고, JCS는 팩션 뮤지컬이라고 치면 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역광 조명 속 옆모습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태한 빌라도는 느무느무 멋지시고, 등장할 때 빰빠바밤 빰빠밤 관악기 뒤로 채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현악기 소리에 이어지는 '넌! 대체 누군가~' 하는 부분, 어떻게 봐도 편애 가득한 등장씬이라고 생각한다.

- 김동현 헤롯도 서서히 자기색을 찾아가는 게 보여서 좋았다. 진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권에 맞춤옷으로 만들어진 헤롯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엔 안 맞는 옷 입은 듯 어색하더니, 점차 자기걸로 만들어가더라. 조권 헤롯이 권태롭고 퇴폐적인 소년왕이라면, 김동현 헤롯은 어딘지 네로 황제가 떠오르는 기벽이 있는 변태(;)스런 독재자의 느낌이다.

- 유다의 죽음 씬에서 안나스가 거하게 삑사리를 냈다. 그런데 뭐랄까 그게 캐릭터랑 겹쳐지면서 허용범위 내...라는 느낌. 오히려 삑 안내려고 소심하게 불렀으면 화났을 거 같다. 샛길로 빠지는 얘기지만, 베드로의 부인(否認)에서 '난~ 몰라요'에서 '난~'을 매번 삑 날까 소심하게 지르는 걸 보면 답답해서 그냥 뒤집어지더라도 확 지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지저스에게 날 받아줘요~ 절규하는 한유다에게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는 게이브가 살짝 겹쳐보이더라. 애정결핍 한유다.

그러더니 수퍼스타에서는 그렇게 냉정돋게 잔망을 떨 수가 없다. 아직 윤도현 유다를 보지 못해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짝사랑의 정도로 따지면 한유다가 최고봉일 거 같은데, 수퍼스타에서 냉소적이기도 한유다가 최고일 것 같다. 아주 작정하고 껄렁껄렁 빈정빈정...바람직하다.(;)

- 십자가 씬에서 고통의 표현은 매번 다르구나.
수퍼스타에서 이를 악물고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딱 한 번 들려왔더랬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너무 큰 고통에 오히려 목소리를 잃은 듯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차라리 비명이라도 지르면 나을 것을 그 고통을 속으로 꾹꾹 눌러죽이며 온 몸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위에서 만큼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좋으련만, 이 지저스는 끝까지 참고 또 참는다.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고하는 '저들을 용서하소서.' 기절했다 깨어날 때마다 몰아쉬는 거친 숨, 그마저도 점차 가늘어지고, 그리고 비로소 흐느끼며 외치는 서러운 마음 '왜, 왜! 왜~~~~~~~~~ 저를 버리셨나요.' ㅠㅠ 극한의 고통을 참고 또 참았다 터트리는 '목마르다~~~~~~' 마음을 불편하게하는 여러 악기들의 불협화음이 뚝 멈추면 거짓말처럼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다 이루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슬픈 현악 버전의 겟세마네 John 19:41.
십자가 위로 떨어지는 후광 핀 조명이 측광으로 바뀔 때, 그 장면은 마치 명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참으로 그림같은 십자가 실루엣이다.

+ 요한 복음 19:4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7 (화)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조권,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오늘의 뉴페이스는 헤롯 역의 조권. 그 외에 다 자체 첫공과 같은 캐스트.
2주차 들어서니까, 연출....이라기 보단 여기 저기 소소한 변화를 줬는데, 일단 겟세마네 들어가기 전 제자들을 부르는 호칭을 베드로, 존, 제임스에서 베드로, 요한, 야곱으로 변경했다. 애초에 피터, 존, 제임스, 사이먼으로 가던지, 베드로, 요한, 야고보, 시몬으로 하던지 호칭을 정리했어야 했다.
가야바의 저음불가를 해결하는 방법은 옥타브를 높이는 것뿐임을 다들 알고 있었고, 해결책은 역시 그것뿐이었다. 애초에 베이스를 캐스팅했어야 했다.
그리고 2막에서 유다의 배신 이후 어리버리 제자들이 튀어나와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죠?" 해놓고 뒤이어 영어로 "What's the buzz? tell me what's happening." 하고 부르던 걸 그냥 한국어로 통일했다. 이럴거면 수퍼스타에서도 1절에서 "왜 희생했나요? 뭘 위해?" 하던걸, 2절에서 "Who are you? What have you sacrificed?" 라고 부르는 부분도 같이 고쳐주지, 이건 왜 그대로 남겼는지 의문. 하여간에 번역을 하다말아가지고는 -_-+

- 이왕 번역 얘기가 나와서. 세 번쯤 보니까 슬슬 가사도 귀에 익고 해서 내용 흐름이 이건 좀 너무 이상한데 싶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더라. 특히 유다와 지저스의 관계 설정이라던가 이런 부분이 굉장히 모순적인 구석이 많다.

우선 유다가 왜 배신을 하게됐는지 알려주는 Heaven on their minds 에서. 유다는 지저스가 인간이 아닌 신의 길을 선택했고, 그게 곧 자기희생 = 죽음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있다. 그래서 그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하는데, 유다가 꿈꾸는 신보다 위대한 인간의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로마를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주길 바라나? 혁명을 꿈꾸는 건가 했더니, 나자렛에서 평범하게 목수나 하지 어쩌다 위험하신 혁명가가 되셨냐며 오히려 빈정거린다.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번역 혹은 의역의 실수로 밖엔 안보이는데, 유다가 말하고자 한 건 메시아니 자기희생이니 하는 소리 할 바엔 차라리 평범한 목수로 사는 게 더 낫다...는 쪽이지 않았을까?

모순적인 건 지저스도 마찬가지. Everything's alright 에서 향유가지고 찌질하게 대드는 유다를 향해 "넌 알고 있으니, 날 이용하거라." 은근슬쩍 부추기기까지 한다. 지저스 역시 유다가 자신이 가려하는 길을 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게 유다에게는 '후회하게 될 '이라는 것까지도.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유다의 선택이다. 유다가 지저스의 결심을 알았다고 그를 배신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끝까지 기다려주고 미워하던가, 왜 처음부터 유다에게는 찬바람 쌩쌩인건가. 헤븐에서 중간에 유다를 쳐다보는 눈빛이 어찌나 얼음장이신지. 그 눈빛의 의미가 내 계획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을까, 네가 선택한 길로 나를 배신해라 였을까.

- 그럼에도 이 극이 대단히 매력적인 것은 압도적인 음악의 힘, 원작(; 기독교도가 아니라고 해도 성서는 문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이 가진 영웅담의 원조격인 극적인 이야기 전개, 이 모든 간극과 모순을 커버하고도 남을 배우들의 역량 덕분이다. 

- 한유다는 일단 외모에서부터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에 허기진듯한 눈빛이 내가 상상하던 유다의 모습인데다, 그 독특한 음색도 참으로 나의 취향이다. 게다가 연기 노선까지 내 취향에 직격인 짝사랑하는 유다!
지저스를 향한 그의 시선은 참으로 집요하기 그지없다. 단 한시도 지저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래놓고 곁에 가면 차마 그 옷자락에 손도 대지 못한다. 마리아가 근처에서 얼쩡거리기라도 하면 열심히 견제하다 깨깽하고 깨지고, 하여간에 일편단심 민들레인 이 유다가 어째서 지저스를 배신했을까. 그리고 끝내 지저스를 원망하며 죽어갔을까.
Last Supper에서 김유다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거냐며 대들고 떼를 쓴다면, 한유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저스를 설득한다. 그 앞에 엎어져 무릎을 꿇고, 얼굴도 못들고 기어가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사정한다. 안타까운 연심(;)이다.
그러나 그가 알까. 끝내 외면하고 있는줄 알았던 은저스가 발밑에 엎드려 있는 그를 가만히 굽어보고 있었다는 걸. 물론 츤데레(;) 은저스는 한유다가 고개를 드는 타이밍에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 은태가 표현하는 지저스 - 은저스는 명경지수와도 같은 선지자의 모습이다. 고요하게 가라앉아있어, 외부에서 불어오는 그 어떤 바람도 그 호수에 물결이 일게 하지 못한다. 굉장히 경건하고 신성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게 내면까지 그런가 하면 숨길 수 없는 두려움과 나약함을 저렇게 무표정으로 위장해서 감춘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호산나에서 환호하는 군중 사이에서 입은 웃어도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나 시몬과 군중들이 물러간 뒤에 혼자 남아 부르는 Poor Jerusalem은 또 얼마나 처연한가. (아, 여기서 은저스 저음은 진짜 너무 좋다. ㅠ.ㅠ)
하여튼 저렇게 굳건해보는 사람이 한번씩 내비치는 약한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 애간장을 태운달까. 신전에서 사람들을 내쫒고, 병자들에 시달리다 마리아에게 위안을 받을 때, 마리아의 볼을 쓰다듬으며 얼마나 아프게 미소를 짓던지, 가슴이 내려앉더라.

- 겟세마네는 이날도 좋았지만, 중간 박수가 흐름을 깼고, 거기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흔들리는 맘' 부터 감정을 평소보다 끌어올려서 흐느낌이 더해졌다.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독하게 하늘을 쏘아보며 내 마음 변하기 전에 '지금 당장!' 죽이시라는 외침은 참 아프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 그리고 이날 유다의 죽음 이후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깊었던 게, 유다가 지저스를 원망하며 자살하고 난 후 그 장례 행렬을 죄수복을 입은 은저스가 가만히 쳐다보다가 음악이 변하면서 정면으로 돌아서는데, 그 순간 은저스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거다. 자신을 배신하고, 자살까지 해버린 유다를 불쌍히 여기는 지저스라니. 코러스가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 하는게 지저스가 유다에게 불러주는 장송곡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
그렇게 유다의 죽음을 아파하던 은저스는 그러나 무릎 꿇고 자세를 바로하며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에는 흔들림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가여운 인간! (feat. 유다)

- 아, 어쩌다 헤롯 씬을 뛰어 넘어버렸는데, 처음에 헤롯 역에 조권이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땐, 도대체 어떤 헤롯인가 했는데, 지난 공연에서 김동현 헤롯을 보면서도 아, 이래서 조권을 캐스팅했구나 했다. 그만큼 조권에 맞춤옷처럼 헤롯을 재창조했는데,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신경질적이며 신기한 구경거리를 바라는 권태롭고 퇴폐적인 소년왕이랄까.
노래 가사 중에 '깜짝이야~' 하는 부분에서 김동현 헤롯은 지저스와 눈이 마주쳐서 놀랐다는 쪽인데, 조권은 가사 내용 '죽은 사람도 살린다며'에 놀랐다는 쪽이라 지저스와 시선을 맞추지 않더라. 그래서 은저스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멈칫..하는 게 보였다. 마음껏 지저스를 능욕하고 마지막에 꺼지라고 하면서 네발로 엎드린채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동작때문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역시 조권이 캐스팅 된 이유가 있었다고 납득이 됐다.

- 이왕 옆길로 샌거, 제사장 삼인방도 보다보니 나름 이 셋이 JCS의 귀요미 담당일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바의 저음불가는 여전하고, 안나스의 방정맞은 목소리는 뒤집히기 일보직전이고, 이름 없는 사제는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난 이 셋의 연기합이 마음에 든다. 특히 가야바의 깨알같은 손짓 연기도 귀엽고. 안나스가 '예수 추!종자~' 하면 침튄다고 손사래 치는 거, 둘이 쪼르르 달려와서 예수의 기세가 위험하다고 법석을 떨어대는데,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소매단 정리하는 거, 이런 디테일 좋다.

- 김태한 빌라도도 참 좋은데, 일단, Poor Jerusalem에서 바로 빌라도의 꿈으로 오버랩되는 연출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여기서 피빛 조명을 받는 장면이나, 이 뒤에 잡혀온 지저스를 헤롯에게 넘긴다고 하면서 손을 씻는 동작도 좋다. 생각보다 교활한 헤롯은 결국 모든 짐을 빌라도에게 넘기고, 지저스를 두고 돌변한 군중들에 대한 분노, 죄없는 지저스에 대한 연민이 다 표현되는 채찍신에서의 감정의 고조됨도 좋다.
아, 근데 난 채찍신이 이렇게 리얼하게 전개되리라고는 또 상상를 못했어서. 하기는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도 리얼하기는 마찬가지로구나;

- 이날 십자가씬은 또 나에게 멘붕을 선사해줬다. 이번엔 마치 목구멍이 핏물로 가득찬 것 처럼 컥컥 기침을 해대서. 활자로는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지만, 한번씩 쿨럭, 큭, 컥컥대며 대사를 이어나가는데, 한가지 에러였던 건, 오케스트라 소리를 대사할 땐 좀 줄여주지, 그러지를 않아서 가뜩이나 힘겹게 내뱉는 대사를 더 듣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거. 마침내 찾아온 죽음의 순간. 그제야 비로소 아무 고통도 고뇌도 없이 평안함을 찾아 가는 지저스. 그런 지저스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평안따위 산산조각 난 다음이라. 그리 홀가분하게 가시면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ㅠ.ㅠ

+ 원작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것 같은데, 진짜 보고나면 성당가야 할 것 같은 느낌. 라센 연출의 실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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