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피겨 종합선수권 SP - Send in the Clowns | Score - 80.60


연아가 보여준 아름다움이 가슴에 스며들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즌의 SP으로 선택한 곡 Send in the Clowns.
올리브 그린과 노란색이 절묘하게 섞인 코스튬은 그 자체로 꽃같고, 나비같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건 들판을 장식하는 노란 들꽃. 멀리 떠나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는 건 노란 손수건. 선곡과 어울리는 참으로 멋진 색상이다. 게다가 재질이 뭔지 모르겠는데, 연아가 팽그르르 회전할 때마다 치맛단이 꽃잎처럼 활짝 펼쳐져서 은반위에 핀 노란 수선화같이 아름답다. 나풀나풀 한 마리 노란 나비같다.

점프는 더이상 찬사할 말도 부족할 정도로 가볍고 높으면서도 견고하다. 서정적인 곡이라고 역동성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을 비웃듯 한시도 쉬지않는 트랜지션과 안무. 아름다운 포지션의 스핀과 유려한 스텝. 어느 하나 억지스러운 거, 막히는 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그저 자연스럽고 그 자체로 완벽하다.

작년에 세계선수권 때도 느꼈던 거지만, 연아는 어떤 경지에 오르다못해 득도해서 우화등선한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어떤 궁극의 아름다움이다. 마찰력이 없는 은반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둥실 떠다니는 듯 매끄러운 움직임, 물 흐르듯 유려한 흐름, 속도, 그리고 비상(飛上). 그 모든 미끄러짐에 동반된 아름다운 몸짓까지.

그저 주어진 시간 안에 음악에 맞춰 점프를 뛰고, 스핀을 돌고, 스텝을 수행하는 게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훌륭한 선수는 음악과 안무와 연기를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중에게 전달하고 교감을 이끌어낸다. 연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스케이팅과 연아와 음악 (+코스튬), 그 모든 것이 혼연일체되어 한 덩어리로 전달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일체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전부라고 할까, 완전한 그 무엇을 만난 느낌이다.

겨울이 지나 내게 찾아온 봄 같은 연아.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
밀린 후기가 7개. OTL
저거 다 채워넣을 생각에 벌써부터 깝깝하다. 엘리자벳 3개, 모오락 2개, 궁리, ATSSpring 까지
그래도 공연 보고 남는 건 티켓과 후기 뿐이니 부지런히 남기긴 해야겠지;
그 와중에 연아 내꺼!!!!!!!!!!!!!!!!!!!!!!!!!!!!!!!!!!!!!!!!
무슨 교생 실습하면서 화보찍느냐며. 연느님은 어째서 갈수록 미모가 피어오르시냐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모차르트? 모차르트!
3년 연속 올라올 줄 몰랐던 뮤지컬 모차르트! 작년에 은촤에 낚여서 공연 홀릭의 시작이었는데, 올해는 공연 기간 짧아서 잘하면 은촤 전관 찍을 듯?! 게다가 장소도 세종이라, 작년 피맛골 연가 때 2주간 광화문으로 퇴근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누만.
은촤 제껴두고 일단 기대되는 건 이번에 대주교에서 레오폴트로 변신하신 이정열 씨. 범사마 뒤를 이어 뮤지컬계의 아버지 전문 배우로 나서시는 건지. 근래들어 아버지 역을 많이 하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초연 때 대주교 역을 했던 윤형렬 씨의 복귀도 기대되고, 새로운 콘스탄체 최성희 씨, 오진영 씨도 각각 어떤 콘스탄체를 보여줄 지 흥미롭다. 정선아 씨가 워낙 강하게 구축해놓은 캐릭터지만, 두 배우가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강북 노담콘에서 처음 만난 오진영 씨는 그때도 이렇게 노래 잘하고 예쁜 배우가 있었네 했는데 모차르트!에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작년에도 좋았던 은촤는 올해 또 어떤 모차르트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건 당연지사. 연기도 괄목상대, 목소리에 파워가 붙어서 이번에 들려줄 내운명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Mozart! L'Opera Rock

Was für ein Kind (이 아이는 누구인가)
Der Rote Rock (빨간 자켓)
Ich bin Musik (나는 나는 음악)
Penser L'Impossible (불가능을 생각해) / Wo bleibt Mozart (모차르트를 찾아라)
Ah, das Fräulein Mozart (모차르트 아가씨)
La chanson de l'aubergiste (마시고 또 마시자!)
Le Trubilion (말썽꾼)
Schliess dein Herz in Eisen ein (마음 굳게 먹어라)
Eine ehrliche Familie (구세주를 기다려요)
Bim Bam Boum (빔 밤 붐)
Ah vous dirais-je maman (엄마에게 말할까)
Six pieds sous terre (잊혀질 것)
J'Accuse Mon Pere (벗어나야 해)
Tatoue-Moi (그대 날 새겨줘)
자애로운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Was für ein grausames Leben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Je dors sur des roses (장미 위에 잠들어)
짤츠부르크엔 겨울이
Ein bissel für's Hirn und ein bissel für's Herz (나는 쉬카네더)
Gold von den Sternen (황금별)
Niemand liebt Dich so wie ich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Si je défaille(내 맘 무너지면)
그는 내가 만든 작품
모두 가짜
Sauschwanz von Drecken (똥 묻은 돼지꼬리)
네 모습 그대로
끝나지 않는 음악 있을까
Comédie, Tragédie (기뻐도 슬퍼도) / Ich bleibe in Wien! (난 빈에 남겠어)
Wi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 (내 운명 피하고 싶어) / Place, Je Passe (내 꿈의 왕인 나) 
Hier in Wien! (여기는 빈)
C'est le bien qui fait mal (고통스런 즐거움)
Dich kennen heißt dich lieben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Solos sous les draps (홀로 잠든 이여)
Mummenschanz / Rätsellied (가면무도회 / 수수께끼)
Der Prinz ist fort (왕자는 떠났네)
L'Assasymphonie (악의 교향곡)
친구
Irgendwo wird immer getanzt (난 예술가의 아내라)
Wie kann es möglich sein? (어떻게 이런 일이)
Warum kannst du mich nicht lieben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구걸 편지
Dors mon ange (잘 자요)
스테판 대성당
Der Mensch wird erst Mensch durch den aufrechten Gang (사람답게 사는 것)
Mozart, Mozart! (모차르트, 모차르트!) / Victime de ma victoire (승리의 희생양)
Der Prinz ist zum König geworden (왕자는 왕이 되었다네)
Autant vivre à en crever (후회없이 살리라)
C'est bientôt la fin (이제 끝)
<= 라이센스 공연 에서는 빠졌음.
Finale (피날레)

모차르트!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합집합이랄지.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한 사람을 두고 두 개의 뮤지컬이 만들어졌으니 이런 놀이도 재미삼아 해보는 거지. ㅋㅋㅋ 섞어놓고 보니까, 모차르트!가 진짜 송쓰루라 넘버가 많기는 많구나. OST에 안 들어간 앙상블 넘버, 브릿지 넘버도 많고, 모오락의 경우 애초에 Actor로 분류된 배우들은 넘버 할당도 안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노래가 많지 않다.
두 뮤지컬의 교집합에서 빠진 캐릭터를 보니,
모차르트! - 아마데, 매스머 박사, 아르코 백작,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쉬카네더
모차르트 오페라 락 - 살리에리, 로젠베르크 백작, 카발리에리(디바), 안나 마리아, 스테파니 경, 요제프2세, 다 폰테 정도인가? 모오락 쪽이 등장인물이 훨씬 많은데, 그건 극의 방향성이 서로 다르니까. 모차르트!가 모차르트라는 인물 내면에 집중했다면, 모오락은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한 주변 관계에 더 중심을 뒀는데, 그게 등장 인물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
엘리자벳 끝나고 나면 뭘 보나 했는데, 고민이 무색하게 줄줄이 올라오는 위키드, 라만차의 사나이, 라카지, 모차르트!, 두 도시 이야기 등 대극장 뮤지컬. 어차피 모차르트!에 올인이기는 할 테지만, 이래서 뮤덕의 지갑은 종잇장 신세를 못 면하는구만.
뮤지컬 엘리자벳을 몇 번씩이나 보면서도 사실 "죽음"이라는 캐릭터에 100% 만족하고 돌아온 적은 별로 없었다. 이건 배우의 역량과는 무관한 드라마 엘리자벳에서의 "죽음"이라는 캐릭터의 설정같은 게 명확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캐릭터를 잡는데 정답은 없는 법이고, 연출의 노선이라는 건 하나의 큰 줄기를 정해주는 것 뿐이고, 세세한 디테일이나 배우간에 호흡, 상성은 배우 역량으로 메꿔가고 뭐 그러는게 EMK식 뮤지컬이기는 한데, 죽음과 사랑(혹은 연애;)이 결합되면서 가끔은 이 캐릭터를 "죽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고.

그래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나한테는 이거야 말로 "죽음"이 인간으로 육화해서 나타난 것 같다는 전율을 선사한 존재가 너무나 생생했기에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2009 세계선수권 SP - 죽음의 무도 | Score - 76.12


- 빙판 위에서 시작 포즈를 잡는 순간부터 피아노 건반에 맞춰 고개를 확 꺽는 오프닝 동작, 강렬한 시선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그 짧은 순간 굉장한 집중력으로 몰입, 자신 뿐만 아니라, 청중들 모두를 순식간에 음산하고 기괴한 무덤가로 초대한다.
시작부터 자신의 지배력을 과시하는 듯한 거대한 스케일의 3F-3T을 뛰는데, 난 정말 남녀 통틀어 이렇게 시원스럽고, 넓은 아이스 커버리지를 보여주면서 이대로 날아가버릴 듯한 3F-3T를 본 적이 없다. (이런 훌륭한 점프에 장난질한 심판들, 그래서 지금 피겨판에 저런 점프 뛰는 여자 선수 한 명이라도 있던가? 흥, 자업자득일세.) 이어지는 3Lz의 근사함이야 뭐 이미 최고라고 말하기도 입 아플 지경이고. (끈질기지만, 현 여싱 중에 3Lz 저만큼 뛰는 선수 있음 나와보라 그래. 하여간에 ISU든 심판들이든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뒤로 뒤로 후퇴만 하고 있으니.) 연아의 프로그램이 정말 독보적인건 점프, 스핀, 스텝, 스파이럴이 각기 하나의 기술 요소로 필요하니까 들어간 게 아니라, 이 기술 요소들이 전체 안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의미없이 뛰어야 되니까 뛰는 점프, 의미없이 들어간 스핀 같은 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저 완벽한 균형미와 우아함,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표정 연기,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란 연아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 처음 음악으로 생상의 죽음의 무도를 들었을 땐 죽음이 을 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연아의 죽음의 무도는 그야말로 죽음이 춤을 춘다는 느낌이다. 때로는 요사스러울만큼 유혹적이고, 때로는 고통속에 몸부림치는 이에게 자비로운 안식을 선사하고, 그리고 무자비하게 폭풍처럼 몰아치며 전쟁과 질병으로 인간을 학살하는 절대자. 그런 모습을 단 2분 30여초에 모두 담아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피겨 역사에도 길이 남을 마스터 피스다.

음악 선곡에 어울리는 의상과 안무. 그리고 그걸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걸 뛰어넘어 몸 동작에 맞춰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섬세한 음악성.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 종종 배경음악 틀어놓고 나는 나 할 것 하겠소 하는 경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저 음악을 잘 타기만 해도 음악성있다 소리 듣는 세계인데, 연아는 진짜 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여기선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이런 부자연스러움도 없다. 그저 이 모든 상황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표정이 드러나고 감정이 실린다. 내가 곧 이 세계를 지배하는 죽음이라고 엔딩 포즈에서 '쾅' 폭발하는데, 그저 엎드려 경배하고 싶을 뿐이고.
참고로 위 영상에서는 그 장면이 안 잡혀서 좀 아쉬운데,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이 영상 - http://youtu.be/zFDQpt92ygE 에서는 엔딩에서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연아를 볼 수 있다.

+ 이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내가 '완벽'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썼더라. 하여간 나에게 연아는 진짜 '완벽'이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 같은 존재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축하합니다.

연아 선수, 정말 고생 많았어요. 아이고, 우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그동안 온 나라의,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정말 정말 진심으로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합니다.
그동안 몸도 마음도 피곤했을텐데, 싹 다 날리고 행복하고 좋은 기분으로 어서 금의환향하시길.

기쁜 소식과 함께했으니, 올해 올댓 스케이트 서머는 진짜 축제 분위기 제대로 즐기겠네. 올레~
더불어 올댓 스케이트 서머 캐스팅 발표된 거 보고 기절하는 줄.
세상에 커트 브라우닝에 이리나 슬루츠카야 까지 오다니. 이러다 피겨 레전드란 레전드는 다 올라올 기세!
지난 올댓 스프링 때는 예카테리나 고르디바를 초청해서 깜짝 놀라게 하더니, 어번 서머에는 저 두분이 와주시니 아 진짜 바라면 바라는 대로 다 이뤄주는 램프의 지니인가효~
여기에 해마다 출석부에 도장찍는 스테판 랑비엘, 패트릭 챈, 쉔 수에 & 자오 홍보,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쉐린 본 여사님,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 작년 스크림으로 완전 달궈주신 펠티에조도 온다고 하니 이건 뭐 팀 캐나다 총 출동. 그리고 사라 마이어 온다니까 랑비랑 둘이 팀 스위스 하면 되겠군. 참, 미녀 키이라 코르피양도 이번에 2번째 출연. 또 이번에 첫 출연하는 플로랑 아모디오. 쇼맨쉽이 출중한 걸로 아는데, 기대하고 있겠숴. 아, 그리고 또 한 팀은 키스 앤 크라이 우승팀이 들어오겠구나. 어휴 티켓팅 전쟁이 뭐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점점 더 치열해지기만 하니 ㅠ.ㅠ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선수는 있어도 한 번 만 출연한 선수는 없다는 연아쇼, 점점 더 전설이 되어가는 듯 하다.
이전버튼 1 2 3 4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