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돈 주고 샀으면 울뻔했다. --;;
내가 이 만화를 처음 봤을땐 코난과 라나, 포비와 동년배였다면, 이번에 DVD로 보게되었을땐 몬스키나 다이스 선장 연배쯤 된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세월 무상이다.
게다가 코난의 첫 화면 '서기 2008년 핵무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초자력 무기로 지구의 절반이 바다에 가라앉고, 극심한 지각변동을 일으켜....' 로 시작하는 나레이션을 들으니, 그 당시 21세기 라는 단어에 깃들어 있는 SF적인 기대감 같은 것이 새샘스럽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코난과 라나 포비(일본명 지무시)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와 이후 살아 남은 사람들의 생존기이다.
유일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 하이하바와 문명도시 인더스트리아의 대립과 화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 제시까지가 내용의 큰 틀이다.
따라서 어린이용 만화로 제작되었지만, 코난에는 여러가지 메세지를 포함하고 있다.
반전, 인간과 자연의 조화, 삶에 대한 경의.
그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계속해서 그의 작품속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또한 코난에서는 독재자(레프카)에 대한 격렬한 거부반응과 계급(1등 시민만이 인더스트리아의 삼각탑에서 살 수 있다.)에 대한 반발, 물물교환식의 원시 공동체(하이하바)를 이상향으로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치관, 세계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은 이정도로 하고, DVD 품질로 들어가면 더빙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어렸을때의 추억을 되살리는 물건을 살때는 사실, 그 향수로 인해 웬만한 결점은 눈 감아주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것이 좀 심했다.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라는 한국판 주제가는 널리 응원가로 쓰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곡이다. 그런데, DVD 1~3편은 원곡을 싣지 않고, 새로 녹음한 곡을 넣었는데, 어쩐지 트롯트처럼 들릴 정도로 편곡도 엉망이다.
(일본판 주제가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70년대 제작되어 그런지 엔카풍이다.)
가장 많이 거슬렸던 부분은 DVD화 하면서 새로 더빙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정말 참을 수 없을정도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일본의 경우 매회 시작하는 부분이 지난 회의 끝부분과 겹치게 방송을 한다.
그것을 한국에서 방송시간에 맞추기위해 편집했는데, DVD화 하면서 그 부분을 새로 더빙을 했다. 하지만, 번거롭게 새로 더빙을 하느니 차라리 전 회 끝부분을 덮어쓰기 했더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한 회에서 심하게는 서너번씩 목소리가 바뀌는 등장인물을 보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놓아 감상중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다. 라나의 목소리가 갑자기 포비의 목소리로 바뀌고, 라오 박사나 몬스키도 불쑥 다른 목소리로 바뀐다.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자막판으로 설정을 변경해야하는 일까지 생겼다.
다행스러운 것은 처음부터 비슷하게 맞춰서 캐스팅을 한 것인지 일본판의 성우들의 목소리 톤이 더빙판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목소리 톤과 연기였으며, 특히 다이스 선장의 경우는 구별하기 힘들정도로 유사하다.
어쨌든, 추억의 TV 만화를 DVD화 할때는 이런 점을 주의해서 제작해줬으면 좋겠다.
[그림 출처 > yes24]
개인적인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