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출처 - 리브로>

나는 포장이란걸 상당히 중시한다. (부가가치 창출은 항상 마무리에서 결정되는 법이다.)
책을 살때도 같은 내용의 책이라면 당연히(?) 좀더 비싸더라도 그림은 칼라면 좋고, 표지 이쁘고, 종이질 좋고, 편집이 잘된 쪽을 고르게된다.
(아,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이 하드커버를 덧씌우거나 한 책은 취향이 아니다. 오히려 두꺼워도 페이퍼백 쪽이 좋다.)

그런 면에서 시공사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백귀야행'은 나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주 훌륭한 만화책이다. 생각해보니 백귀야행은 책표지가 사게된 동기의 60%는 차지하는 셈이다. 사실, 원본은 아주 예쁜 펄지 표지다. 그러나, 국내 출판 여건상 시공사에서 이만큼이라도 찍어내주는게 대견하다. 가뜩이나 만화 시장이 점점 망해나가는 판에..

백귀야행의 내용은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본풍 괴담으로, 영력은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초능력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 리쓰(어째서 리츠가 아니라 리쓰인지;)의 '뜻하지 않았으나 해야만 하는 살풀이 여정' 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퇴마가 아니라 살풀이라는 점이다.
귀신이나 요마라고 해서 무조건 퇴치!가 아니라, 심지어는 애먼 생목숨을 없애버린 오지로와 오구로도 살려둔다. (그들은 이제 거의 주연급이다;)
이런 점은 '음양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리쓰는 세이메이보다는 히로마사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세이메이는 귀신도 무서워하는 여우인지 사람인지 모를 막강한 존재이지만, 히로마사는 의도한 바는 아니나, 鬼(오니)들의 '아이돌'쯤 된다고 할까.

백귀야행에서 나를 가장 많이 웃기는 녀석들은 오지로와 오구로이다.
특히 5권에서 '오옷~ 주인님이 수험생에서 재수생으로 변신?!' 하면서 두근대며 기대어린 시선으로 리쓰를 쳐다보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후에 리쓰는 재수생에서 대학생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

자칫 어둡고, 공포스러울 법한 소재와 내용이지만, 이렇게 끝까지 유머를 잃지않음으로 해서 이야기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환상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라 집도 마음도 황폐해지도록 방치하고 귀신에게 너무나 쉽게 안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다. (리쓰)

네가 무서워하니까 따라오는 거란다.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가규)
- 백귀야행 4권, 눈길 中

국내에는 단행본으로 11권까지 나왔고, 일본에서는 '무네키'라는 잡지에서 연재되고 있다.

※ 백귀야행초 화보집과 일러스트 콜렉션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단, 일러스트 콜렉션은 말 그대로 콜렉션. --;; 화집인줄 알았는데, 책으로 된 화집이 아니라, 한장 한장의 일러스트를 모아놓은 것이다. 물론 펄지에 아름답게 인쇄된 일러스트는 멋지구리 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음.

카우보이 비밥팀이 다시 뭉쳐서 만든 애니라고 입소문이 쟁쟁했었다.
잔뜩 힘을 준 오프닝 영상에서, 칸노 요코의 아름다운 음악에서 벌써부터 심장은 쿵쾅쿵쾅.
1화의 엔딩 Gravity를 들으면서 기대한 보람이 있어~ 라며 한줄기 눈물을 흘렸더랬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역시 금물. OTL

TV에서 방영된 26화만으로도 충분히 허탈한데, 추가로 제작되었다는 30편까지 보고서도 그 허탈함은 채워지질 않았다.
(아무리 훌륭해도 추천이 듣지 않는 애니가 있는가 하면, Wolf's rain이나 Last exile같이 시작 전부터 기대를 끌어모으고는 배신하는 애니도 있는 법이다. 등가교환의 법칙?;;)

이 녀석이 주인공격인 키바다. 이름 한번 잘 지었지. 키바(きば (牙) - 엄니). 잠깐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게, 주인공인 네 마리의 늑대의 이름은 키바를 비롯해서 츠메(つめ(爪) - 발톱), 히게(ひげ(鬚) - 수염), 토오보에(とおぼえ(遠吠え) - 늑대울음)다. 기가막힌 작명센스. 이걸 투니버스에서 개명할 때 키바는 투쓰(tooth;;)로 츠메는 탤런(talon), 히게는 비어드(beard), 토오보에는 하울(howl)이라는 식으로 죄 영어로 바뀌버렸다. (그렇다고 키바를 '엄니'라고 부르길 바랬던 건 아니지만. ㅠ.ㅠ)

키바는 인간형일때는 이런 날카롭고 반항적인 푸른 눈의 소년이다. (매우 이쁨 ㅠ.ㅠ) 늑대형일때는 순백의 은빛털에 황금빛 눈동자(편애가 섞인 시선;)를 가진 멋진 늑대다.
그런 키바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나온 장면은 오프닝 영상에 있다. 오프닝에 힘을 잔뜩 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애니 작화는 양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이 오프닝 영상에서 만큼 '아찔한' 키바는 나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정면 클로즈업 하면 날카로움이 다 사라져 버려서..ㅠ.ㅠ)
오프닝의 이 장면은,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위태로움, 홀로 바람에 맞서는 당당함,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혼자라도 약하지 않은 이것이 '늑대' 라는 외침이다.
Stray라는 칸노요코의 음악과 합쳐진 역동적인 영상은 이 오프닝만으로도 충분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 그 위를 화살처럼 달려가는 한마리의 늑대. 그 짧지만, 강렬한 영상에 시선을 빼앗겼다면 이미 잠재적인 '키바팬'

거기에 결정적 쐐기를 박는 장면.
일본어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남자'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우리말로 하면 '물찬 제비'쯤 되는 표현일까. 진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키바~♡
키바는 본질부터 순수한 '늑대'이다. 꺽이지 않는 자긍심, 긍지, 포기를 모르는 강인함, 그리고 하나의 목표(혹은 존재)를 향한 외곬으러움. (어라, 수려한 외모까지 더하고 보니 나의 하트를 채갈 수 있는 요건은 모두 클리어한 셈;;)
이렇게 내가 좋아할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wolf's rain에 열광할 수 없었던 것은 그 허무한 스토리가 한 몫 했음이다.


개인적인 별점 :

※ 주의 - <여성향>, <야오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은 '뒤로'버튼을 눌러주시길.


애정쇄박 이중나선2(愛情鎖縛 二重螺旋 2)
著者/訳者名 : 요시하라 리에코(吉原理恵子)/著
出版社名 : 徳間書店 (ISBN:4-19-900233-2)
発行年月 : 2002年06月
サイズ : 311P 15cm
販売価格 : 600円(税込)
畵 : 엔진 야미마루(円陣闇丸)
[그림 내용 출처 > esbooks]

전작인 이중나선을 읽지 않으면 조금 혼란스러울 후속편이지만, 애정쇄박만 떼어놓고 봐도 무리는 없다.
이중나선의 내용이 가장의 불륜에 의해 한 가정이 어떻게 공중분해되는지, 그 와중에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애정쇄박은 콩가루가 된분해된 가정에 남겨진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너무 건전한 줄거리 소개;;)
주요 등장 인물은 시노미야가의 삼형제 마사키(표지 그림의 흰 셔츠쪽)-나오토(표지 그림의 붉은 셔츠쪽)-유타와 나오토의 학교친구들, 나오토의 케르베로스라는 오오사카이다.



ps. 표기법에 대한 취향

* 일본어의 장음을 표시할때 어느 쪽이 취향이냐면, 사실은 오-사카 쪽이다. 오우사카도 아니고, 오오사카도 아니고 오-사카. 같은 이유로 세이메이나 세에메에가 아니라 세-메- 쪽이 취향이지만, 하이픈을 글자라고 할 수는 없고, 외국어표기규정에도 맞지 않으니 오오사카.

* 마사끼, 나오또, 유따 보다는 마사키, 나오토, 유타 쪽이 취향. (사실은 경음화가 싫다.)

* 요시하라 리에코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근친애를 보면서 '형제는 타인의 시작(兄弟は他人の始まり)' 이라는 일본 속담이 떠올랐다. 사촌끼리도 결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개방성(?) 때문일까, BL이라는 장르적 특성일까.

* 우리나라에서 근친은 금기이다. 오죽하면 19세미만 구독불가 번역소설에서마저 친 형을 '옆집 형'으로 번역을 했겠는가.
그런 주제에 근친이 소재가 되는 드라마는 왜이렇게 많은지. 성인 상대 소설보다, 온 국민이 시청하는 드라마가 더 위험하지 않은가? (오빠와 여동생은 남성판타지라 허용되는건가?)

개인적인 별점 :
그 훌륭함에 비해 (지인들에게)추천히 먹히지 않아 슬픈 애니 몇편.

1. 프린세스 츄츄 - 제목때문에 잠재 시청자의 절반은 떨어져 나가리라


애니를 전부 보고 난 후, 이 이상 더 알맞은 제목은 없겠다 싶었지만, '프린세스'에서 절반, '츄츄'에 또 절반은 떨어져 나갔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orz
거기다, 오리 → 소녀 → 프린세스 츄츄로의 삼단 "변신물"이라는 지경에까지 오게되면 제목의 함정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의 절반은 또 고개를 돌려버리지 않았을까.
작화를 보면 로리계열의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다 일본에서 어린이 채널에 일요일 오전에 방송이 됐다던가. 그래서 아동용 애니가 아닌가 하는 이런 선입견까지 작용해버리면...
(하지만, 진지하게 제작진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들 이걸 정말 아동용이라고 제작했단 말인가?)
처절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견.


2. 십이국기 - 초반 7회까지의 압박을 견뎌낸 사람만이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이건 원작 소설에도 적용되는데, 나름대로는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초반 7회까지의 짜증답답함만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비록, 작화가 들쭉날쭉이라 망가진 요코사마와 케이키를 볼때마다 눈물짓게 만들기는 하지만, 원작의 훌륭함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게다가 성우진도 화려. 코야스 타케히토, 마츠모토 야스노리에 야마구치 캇페이, 이시다 아키라까지…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 오리지널 캐릭터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사람도 부지기수 orz
(스기모토는 그렇다치자, 진짜 애니 오리지널 캐릭터 '아사노'는 뭐냐?!!)


3. 이니셜 D - 역시 초반 2회 정도만 작화의 압박을 견뎌낸다면...;;


원래 인물보다 '차'와 '레이싱'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된 원작이 아니던가. 절세미남이라 칭해지는 고가다리(高橋)형제가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도 안돼'라고 해서는 안된다. 대략 2화까지만, 어떻게든 극복하면 중독성 강한 파라파라댄스 음악도 흥겹게 들리고, 붕어눈처럼 보이던 타쿠미도 귀여워지기 시작한다.
(비슷한 이유로 추천이 작 먹히지 않는 만화 - 바나나피쉬, 미즈시로 세토나의 작품들)

[그림출처 - 네이버 이미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