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일   시 : 2012. 03. 30 ~ 2012. 04. 29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관극일 : 2012. 04. 29 (일) 18:30
연   출 : 김재성, 음악감독 : 서유진
캐스트 : 모차르트 - 고유진, 살리에리 - 김준현, 콘스탄체 - 이해리, 알로이지아 - 김민주, 레오폴트 - 신성우, 난넬 - 홍륜희, 디바 - 허진아, 세실리아 - 최현선, 안나 마리아 - 장이주, 로젠베르크 - 성열석, 베버/요제프2세 - 장원령

- 호촤 막공을 보고 그 여운에 잠기다 못해 익사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이대로 모오락을 끝내기엔 아쉬워서 예정에 없던 총막공을 현매해서 보기로 했다. 그래서 좋은 좌석은 남아있지 않아서 역시 뒤쪽에서 봐야 했지만, 총막공이라는 건 원래 염불보다 잿밥이니까 하고 자기 합리화했다. 그래서 못 보고 끝나나 했던 고유진 씨의 모차르트(이후 고촤)까지 볼 수 있었다. 이로써 모오락도 디바 커버를 빼고는 전캐를 찍었구나.

- 고촤 자체 첫 공이 총막공이 돼버렸지만, 낮공의 호촤가 정말 레전드여서 고촤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런 걸 참작하고 보더라도, 총막공의 고촤는 뭐랄까 좀 지친 기색이 보인달지, 아니면 원래 고촤 노선은 좀 차분한 모촤인건지, 활기가 없어서 읭? 스럽더라. 그리고 플라워 출신이라고 들어서 연기에 대한 것도 한 수 접고 보기는 했지만, 낮공의 여운이 너무 오래 남아서 총막공 괜히 본다고 했나 싶기도 했다. 일단 자신의 감정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들어서, 밋밋한 느낌의 모차르트더라.
세 모촤 중에 노래를 제일 잘한다는 소릴 들어서 기대한 것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노래야 근촤나 호촤도 빠지는 배우들은 아니고, 난 악보대로 불러주는 걸 더 선호해서, 내꿈왕에서의 샤우팅 애드립 같은 건 좋았는데, 원래 넘버의 박자, 선율이 아닌 부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기도 노래도 성에 차지 않으니 모차르트가 나오는 장면에서 모촤 외에 다른 배우, 앙상블이나 세트, 조명에 더 눈이 가더라는;; 특히 자리를 뒤쪽으로 잡으니까, 2층에 안 가더라도 장미송의 바닥 조명이 보여서 호오~ 이게 그 유명한 장미 조명이군 했더랬다.

- 총막공이라고 여러 애드립이 나왔는데,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들어가 줘서 참 좋더라. 총막공 기념도 되면서,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서 그런 게 참 좋았다.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
. '마시고 또 마시자'에서 술집 주인이 맥주를 마시고 '맛있다~람쥐~다람쥐~' 해준 거.
. 로젠베르크 백작이 옆 머리를 돌돌 말아서 마치 솜털 귀마개처럼 하고 나와서 스테파니와 옥신각신 하던 거.
.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서곡 허밍 하려고 음감에게 '뭐라도 눌러~' 했더니 여러 악기로 한꺼번에 빵 터트린 거.
.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연습 장면에서 모촤와 콘스가 꽁냥거릴 때 디바 누님이 지금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안보이냐며 타박하면서 "끝까지" 기다리게 한다고 할 때 정말 예상치 못한 거라 빵 터졌다. 허진아 씨, 혹 오페라 출연하시면 보러 갈 듯. 이젠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되시는 디바 누님.

- 총막 무대 인사는 비교적 조촐했지만, 커튼콜이 정말 좋았다. 세 모촤가 같이 부르는 '내 꿈의 왕인 나'는 참으로 신나고 각 모촤를 다 좋아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팬 서비스라는 느낌. 무대 뒤에서 밀어주신 배우분들 브라보~
스토리가 뚝뚝 끊기는 장면 나열식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넘버 좋고, 의상 독특하고, 무엇보다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고난도 안무를 소화해 낸 무용수분들의 퍼포먼스가 훌륭하고, 조명 아름답고,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르는 자체로 귀가 호강하던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대구를 시작으로 성남이라는 지리적인 악조건 때문에 크게 흥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앵콜 공연 때는 꼭 서울에 공연장 잡아서 관객몰이 좀 했으면 좋겠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일   시 : 2012. 03. 30 ~ 2012. 04. 29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관극일 : 2012. 04. 29 (일) 14:00
연   출 : 김재성, 음악감독 : 서유진
캐스트 : 모차르트 - 김호영, 살리에리 - 강태을, 콘스탄체 - 곽선영, 알로이지아 - 최유하, 레오폴트 - 이기동, 난넬 - 홍륜희, 디바 - 허진아, 세실리아 - 최현선, 안나 마리아 - 장이주, 로젠베르크 - 성열석, 베버/요제프2세 - 장원령

- 호준으로 한 번, 근강으로 두 번을 보고, 내 취향은 호강이겠구나 해서 일정표를 살펴봤더니, 내가 갈 수 있는 날이 호촤 막공일이더라는 기가 막힌 현실. 그래도 보고는 싶어서 뒤늦게 자리를 잡는 바람에 뒷줄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정말 안 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만큼, 이날 호촤 막공이 레전드여서. ㅠ.ㅠ 역시 호촤는 내가 생각하는 모차르트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였다. 게다가 영영 못 보나 싶었던 곽선영 씨의 콘스탄체까지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이해리 씨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곽선영 씨의 콘스탄체(이후 곽콘스)는 진짜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발랄한지 이날 뒷줄이라고 망원경 빌려서는 내도록 곽콘스 얼굴만 핥다 왔다. 여기에 레오폴트가 신성우 씨였다면 완벽했을 테지만.

- 극을 여는 서곡으로 레퀴엠 중 '진노의 날'이 울려 퍼지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서로 맞지 않아서 잠시 현실 입갤. 합창단 쪽이 빨랐던 거 같은데, 그래서 나는 이게 MR이 아니었구나 했다. 하기는 이렇게 빠른 박자의 '진노의 날'은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그리고 콜로레도 대주교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이 꽤 익숙하다 했더니, 이게 장미송 메인 테마더라. 난 여기서 그 작은 북의 차르르하는 소리가 뭔가 사형장으로 인도하는 소리처럼 들려서 긴장감이 느껴지면서도 그 소리가 참 좋다. 뭐지?;;

그리고 이어지는 '불가능을 생각해' 에서 여자 앙상블에 둘러싸여 호촤가 등장하는데, 옆에서 심각한 얼굴로 노래하던 난넬 누님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보여서 볼프강은 진짜 이 가족의 구세주구나 하는 걸 알겠더라. 호촤는 또 이 장면에서 앙상블 누님들과 어찌나 케미가 좋은지, 그 요란한 복장에 핫핑크로 물들인 머리 하며 그냥 본투비 모차르트.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라니. "불가능을 생각하고~" 할 때 박자 맞춰 걷는 근촤 봤을 때는 저게 "발맞추어 나가자 앞으로 가자~" 동요에 맞추는 것도 아니고 싶었는데, 호촤는 진짜 리듬 제대로 타면서 온몸으로 '나 잘났어~'를 뿜어대는데, 난 이 장면에서부터 이미 호촤에게 반 이상 넘어간 상태.

- 만하임에 도착해서 술집 씬. 모오락에 몇 없는 앙상블 넘버 중 하나인 '마시고 또 마시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체 스킵하고는 했는데, 이날은 막공이라고 술집 주인 분이 애드립으로 지휘자에게 술을 권하더라. 그렇게 계속 팔 휘젓느라 고생하는 데, 한잔하고 가라며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말썽꾼' 넘버. 근촤도 이 넘버를 참 잘 불러주지만, 난 호촤가 압도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각 소절의 첫음절을 호촤는 진성으로 부르더라. 예를 들어 '당신들 체면 따위는' 이라는 부분에서 '체면'의 체를 근촤는 가성으로 부르는데, 호촤는 그냥 진성으로 부르는 식이라, 이게 노래를 훨씬 박력이 넘치게 한다. 게다가 여기서 호촤의 모션도 상당히 반항기 가득한 똘아이라는 느낌인데, 근촤는 되게 진지한 혁명가라. 그런데다가 이날 호촤는 막공이라고 기합이 빡 들어간 상태라서, 노래 한 소절 한 소절 굉장히 정성스럽게 부른다는 게 느껴지더라. 고음 올라갈 때, 쥐어짜면서 트로트 삘 나는 거 최대한 자제하고, 저음에서도 힘있게 눌러 불러줘서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이날 호촤한테서 넘버 하나하나 실수없이 올 클리어 하겠다는 의지가 막 느껴지더라는 거.

- 이날 호촤의 연기, 노래가 정말 압도적으로 좋아서 다른 배우들 후기는 좀 적을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곽콘스의 말괄량이다운 모습, 언니한테 대드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워서, 어떻게 모촤는 첫 방문 때 콘스에게 안 반했을까 싶고ㅋㅋ 자매송에서도 유하 알로의 '거울 좀 봐 못난아~' 하는데, 그게 하나도 이해가 안 되더라. 저렇게 귀엽고 예쁜데!! 2막에서 '내 마음 무너지면'에서 곽콘스는 한쪽 손으로는 드레스를 잡고 있어서, 한쪽 팔로만 안무를 하더라. 곽콘스가 해리 콘스보다 키가 더 작은가 했다.
난 개인적으로 민주 알로보다 유하 알로가 더 취향인데, 이날은 유하 알로도 감성이 넘치셔서, 파리로 떠나는 모차르트를 붙잡는 거, 떠난 호촤 보면서 '당신 정말 미워!' 하는데, 내가 다 울컥할 정도로 감정이 좋았다.

- 모차르트가 파리에 도착해서 부르는 '그대 날 새겨줘' 넘버는 앙상블이라 불러야 할지, 무용수라 불러야 할지, 그냥 일단 앙상블이라고 해두고 여 앙상블들의 그 강한 표정이 참 재미있다. 그게 연출가의 주문이었을 테지만, 하나같이 찡그리고 못돼 보이는 표정으로 모차르트를 내치는데, 특히 빨간 가발의 언니님 표정이 압권이다. 진짜 만화 속 캐릭터 같다. 그리고 서서히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 어머니의 죽음 앞에 무너져내리는 연기는 진짜 호촤가 갑이다. 너무 서럽게 울부짖는데, 그게 정말 가슴에 사무치더라.

그리고 쭉 이어지는 감정선을 따라서 처절하게 절규하는 '장미 위에 누워' ㅠㅠ 아, 진짜 이날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넘버였다. 알로이지아가 찬바람 쌩하니 떠나버리자 가슴을 쥐어뜯으며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호촤. 세상 모두가 자신을 등지는 듯한 절망 속에 좌절해 쓰러지는가 싶었는데, 오기로 버티다 다시 약한 모습을 보이며 흐느끼던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 그게 너무나 모촤스러워서. 당신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음악을 만들고 말겠어!! 라면서도 미움받는다는 사실에 약해지고 마는 그런 모차르트의 모습이 보여서 제대로 눈물 뽑아내더라. 게다가 진짜 온 힘을 다해서 넘버를 불러주는데, 마지막 부분의 절규는 농담이 아니라, 피를 토하는 한이 느껴졌다. 1막 끝나고 기립하고 싶어지는 넘버였는데, 이미 눈물에 콧물에 기 빨려서 손뼉 칠 힘도 없더라. 정말 최고의 장미송이였다.

- 그렇게 감동의 1막을 끝내고 2막에는 드디어 나의 사랑~ 태을 살리 등장. 여전히 고고하고, 우아하며 여유롭고 귀족적인 태을 살리.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만 되면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로젠베르크 백작과 굉장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다 뒤로 갈수록 이 고고한 남자가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뭔가 더 극적이라고 해야 할지. 이 공연이 호촤도 막공이지만, 태을 살리 막공이기도 해서, 로젠베르크 백작의 개인기 시간에 눈에 알통 생기겠다고 그러니까 '눈에 알통!' 따라 하는 것도 얼마나 귀엽던지.

살리에리의 중요 넘버인 '고통스러운 즐거움'과 '악의 교향곡' 모두 내가 들은 중에 제일 훌륭하게 불러줘서 참 좋았는데, 특히 '고통스러운 즐거움'에서 자신을 잊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취해 홀린 듯 웃음을 짓다가 흠칫 놀라는 연기 같은 게 정말 좋더라. 원래 살리에리는 남들보다 음악에 대한 식견은 훨씬 높았기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고,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가 과한 쾌락은 오히려 고통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듯해서 그 해석이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면은 무용수들의 춤이 압권인데, 확실히 뒤쪽에서 보니까 무대가 한눈에 들어와서 감상하기에 좋더라.

-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점차 쇠약해져 가는 모차르트. 여기서도 호촤의 연기가 참 좋은 게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보여주는 그 열에 들뜬 시선, 강박적인 손톱 물어뜯기, 간헐적인 손 떨림이나, 머리를 쥐어뜯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같은 디테일한 연기가 그저 비틀비틀 흐느적거리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렇게 점점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중에 울려 퍼지는 라크리모사. 제목처럼 눈물 뽑아내는 곡이었다. ㅠ.ㅠ 그리고 디바 언니의 흐느낌을 삼키는 듯한 마지막 모습이 어찌나 가슴을 치던지. 이후 모차르트 승천 씬에서 이 감정선이 그대로 이어져서 '후회없이 살리라' 넘버를 부르는데, 오히려 호촤는 정성을 다해서 넘버를 부르는데 감정이 북받친 태을 살리는 화성을 넣어줘야 할 부분에서 묵음, 디바 언니도 목이 잠기셔서 목소리가 살짝 삑이 나서, 디바 누님의 음이탈을 처음 들어봤다.

- 전체적으로 호촤는 막공이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다짐을 하고 공연을 한 게 아닌가 싶은 그런 느낌. 난 호촤가 좀 더 감정적이 될 줄 알았건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냉정하게 자신을 통제하면서, 막공이니 오히려 더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게 보이더라. 그런데, 보는 관객 입장에선 막공에서 이런 레전드를 보여주면 어떻게 보내냐고요. ㅠ.ㅠ 이대로 못보낸다~ 내가 호촤를 좀 더 달렸어야 했어 후회가 되더라. 그래서 정말 호촤 막공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아서 예정에도 없었던 총막공을 현매했다는; 계획이란 소용없어~ (feat.은케니)
엘리자벳 (Das Musical Elisabeth)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4. 28 (토) 14: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류정한, 루케니 - 박은태, 프란츠 요제프 - 민영기,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전동석, 어린 루돌프 - 탕준상

- 4월 19일 이후로 거의 열흘 만에 보는 엘리자벳인데, 그냥 내가 뮤지컬 엘리자벳에 정이 떨어진 건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청아하게 울리는 명창 탕슨생 목소리는 참 반가웠고, 오랜만에 만나는 은케니, 류토트가 쨍하니 부딪히는 엘리자벳 배틀도 꽤 마음에 들었지만, 그뿐. 이후 공연은 계속 삐걱삐걱. 배우들도 강철 성대 민제프를 제외하면 다들 목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듯하고. 이게 초반에 좋은 기억이 있는 공연이라, 뒤로 갈수록 더 나아지고 좋아지는 부분이 보여야 할 텐데, 그런 건 눈에 안 들어오고 자꾸 실수하는 거, 오케스트라와 배우가 합이 안 맞아서(아직도!!!) 박자 틀리는 거만 들어와서 내내 마음에 차지 않는 공연 보느라 심드렁한 상태였다. 그렇게 이날의 엘리자벳은 또 이렇게 버리는 건가 하던 차에 딱 하나 "베일은 떨어지고"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후기 남길 마음이 되었다.

- 옥엘리는 처음 한 번 보면 참 잘한다 싶은데, 이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왜 이리 아쉬운 부분이 자꾸 늘어가는지. 캐릭터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이 단순하고 거칠다. 예를 들어 우는 연기를 한다고 치면, 통곡하는 거, 아이처럼 엉엉 우는 거,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거,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거 등등 다양하게 상황과 감정에 맞춰 연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아서 몇 개를 돌려가며 쓰는 것 같다. 그리고 곱고 예쁜 목소리로 노래는 참 잘하는데, 그 잘하는 노래에 감정을 실어서 절절하게 불러주면 좋겠는데, 이것 역시 얹어지는 감정의 종류가 단순해서 아쉽다. 앞으로 남은 공연은 한 번 빼고는 다 옥엘리라 심란하다. 더 우울한 건 이대로 나에겐 레전드 없이 엘리자벳이 끝날 거 같아서.

- 류토트와 은케니가 만나면 확실히 류토트가 은케니 잡아 누르는 게 보여서 좋다. 그래도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치고 오르는 은케니라 제어에 애를 먹기는 해도, 어쨌든 그래도 류토트가 우위라는 건 보이거든. 특히 엘리자벳 배틀에서 은케니가 '그 여자가 도대체 뭐라고?!!!' 라는 듯 버럭 대는 거 찌릿하고 노려보는 류토트 눈빛에서 '저 시키, 저거저거 말도 드럽게 안 들어 쳐먹는 시키, 저걸 어찌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도 보인다고 하면 오버일까.ㅋㅋㅋ

- 이날 은케니는 뭐랄까 상당히 삐쭉빼쭉한 상태. (겉모습도; 공연하면서 이발 안 하는 게 무슨 징크스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더라. 머리가 상당히 많이 자라서 이젠 어깨에 닿을 지경인데다가 복슬복슬하기까지 해서 아주 정신 사납더라.) 자기 멋대로 휘젓고 다니고 싶은데, 똘끼로도 넘을 수 없는 '죽음'이라는 존재가 위에서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짜증스럽지만, 일단 죽음이 시키는 대로 하기는 한다만, 누르는 힘이 조금만 약해져도 퉁겨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더라. 인형극 씬에서도 그렇고, 카페 씬에서도 어떤 느낌이냐면, '이 내가 너(죽음)를 위해 움직여주고 있는데, 맡겼으면 참견하지 말고 지켜보기나 해!' 라는 것 같다. 전권을 위임받아 아낌없이 권력남용~ 그래서 이런 은케니가 딱 내 취향이다. 그리고 그럴 능력이 충분하잖아? Milk에서 민중을 선동하는 거 봐라. 내가 상사였으면 특별 보너스 엄청나게 챙겨줬을 거다. 이날도 다른 곡보다 Milk에서 만족도가 최고였던 것도 있고. 어우, 진짜 그 기세 좋은 앙상블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매번 전율이다.

- 그리고 이날 처음 본 디테일인데, Kitsch에서 Eljen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뒤에 정지 화면처럼 멈춰있던 인물들이 윤정열 배우가 '헝가리의 자유를 준~'하면서 움직일 때, 은케니가 큐사인을 주는 거 보면서 오~ 이것 봐라? 싶더라.
프롤로그에서 보이지 않는 실로 좀비들을 쥐락펴락하는 것, 엘리자벳의 결혼 생활 4년을 짤막한 인형 단막극으로 보여주는 것, 정지된 카페 씬을 얼음 땡 하는 것처럼 커피 한 잔으로 깨우는 것에 이어서 Eljen까지. 루케니가 엘리자벳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을 잘 파악하고 연출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은케니 기세가 꺾인 4월 초의 사건이 아쉽다. 햄릿 때 매주 디테일이 확확 달라지는 거 보면서, 은케니도 그런 발전 방향이 보였는데, 한 번 굴절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 만약 그런 사건이 없었다면 어떤 은케니를 보여줬을지 뭐 그런 아쉬움. 사실 지금도 충분히 잘 해주고는 있지만.

- 그동안 은태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승돌프보다 동돌프를 압도적으로 많이 보게 되었는데, 엘리자벳에서 동돌프의 변천사를 보면 동석이가 어떻게 무대에서 힘을 빼는 법을 배워가는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달까. 사실 무대에서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더 어려운 과제이긴 하다. 무슨 일이든 안 그렇겠는가만은 적정선을 찾는 것. 균형을 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류동 그림자 송은 서로의 상성이 가장 잘 맞기도 해서 듣기 좋은데, 이날은 앙상블의 웅장한 합창이 더 귀에 들어오더라. 동돌프 거울송은 요즘 보면 거의 유서 같은 느낌. 애초에 엄마의 도움 같은 거 기대하지 않는 게 보여서 엘리의 거절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 승돌프는 그래도 찌질하기는 해도 매달리는 느낌인데, 동돌프는 처음부터 포기한 것 같아서 그냥 마지막으로 엄마 목소리나 들으러 왔니 싶어 짠하다.

- 하여간 내도록 옥엘리에 시큰둥하다 보니, 그 짝이라고 할 죽음에게마저 별 감흥이 일지 않아서, 아무리 루케니, 루돌프가 잘해도 오늘 엘리는 버렸구나 할 때, 정말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극의 마지막 베일 씬에서 죽음의 마중을 맞이하며 힘겹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옥엘리가 닭똥 같은 눈물을 후두둑 떨구는 게 바로 코앞에서 보이는 거다. 그리고 옥엘리와 만나면 유독 차가운 절대자가 되는 류토트가 옥엘리를 안아주면서 "세상을 스치며 나를 지키려 했어~" 노래하는 옥엘리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순간 울컥하더라. 그 짧은 단 한 순간의 장면으로 나는 그날 공연을 버린 셈 치려던 걸 다시 주워 올렸다. 그 장면이야말로 죽음만이 엘리자벳의 유일한 위로이며 위안이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그러나 명이 다한 엘리를 끌어안은 류토트의 표정엔 애잔함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아서 이것도 재미있었다.
너와 함께라면

일   시 : 2012. 04. 20 ~ 2012. 06. 10
장   소 : KT&G 상상아트홀
관극일 : 2012. 04. 27 (금) 20:00
연   출 : 민준호, 원작 : 미타니 코우키
캐스트 : 아빠 - 안내상, 큰딸 남자친구 - 최진석, 엄마 - 이정은, 큰딸 - 손희승, 작은딸 - 장유리, 남자친구 아들 - 이현응, 이발소 직원 - 김민혁
줄거리 :
코이소 가의 연례행사 ‘나가시 소멘 (流しそうめん-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 먹는 일본전통풍습)’ 준비가 한창인 어느 날, 장녀 아유미의 집에 40살 연상인 남자친구 켄야가 불쑥 방문한다. 예비 사위가 건실한 청년 사업가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족들과 남자친구의 나이를 숨겼던 아유미는 켄야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한다. 엄마에게만은 들키지 않기 위해 온 가족이 켄야의 존재를 자꾸만 숨기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을 뿐! 사건은 점점 꼬여가기 시작하고… 과연 켄야와 아유미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출처 > 플레이DB]

- 교훈 :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더라도 극이 취향이 아니면, 끝까지 아닌거다. ㅠ.ㅠ

- "한성별곡 正"에서 정조 역을 연기했던 안내상 씨를 좋아해서, 이후에 안내상 씨가 나오는 드라마는 관심을 좀 가져봤지만, 줄줄이 막장 드라마에 출연하시는데다, 난 원래 드라마 안 보잖아; 그랬는데, 이번에 연극에 나오신데서 아싸~를 외쳤으나, 그게 라이어류의 소동극이라니; 그래도 일단 애정하는 분의 무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거 하나에 보러갔는데, 아아~ 역시 이런 극은 절대 나랑 맞을 수가 없어. OTL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억지 설정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건 라이어 하나로 족하다고 봄.

- 기대했던 안내상 씨의 연기는 뭐 무척이나 평이했다. 아니, 이런 시트콤스러운 연극에서 힘줘서 연기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무리해서 웃기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정말 중간에 나가버릴까 싶은 충동이 시시때때로 날 괴롭혔지만, 끝까지 참고 버틴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