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9 (목)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Overture에서 희미한 조명 사이로 등장하는 유다는 마치 엘리자벳의 프롤로그 루케니를 보는 느낌이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에서 환상을 보는 그런 느낌. 왜냐하면 Overture 내용 자체가 JCS 전체의 축약판이라, 실제 유다는 예수가 죽기전에 자살했으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볼 수 없을 터인데, 이 유다는 고난 받는 예수에 가슴 아파하고, 마침내 등장하는 십자가 앞에 무릎꿇고 슬퍼한다. 어째서 이 유다는 모든 걸 다 지켜보는 걸까, 혹 루케니처럼 이 유다도 끝나지 않는 재판을 받고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 무릎꿇고 슬퍼하는 유다 앞에 물 흐르듯 고요한 발걸음의 지저스가 등장한다. 그 표표하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부활한 이후의 모습처럼도 느껴진다. 조명이 역광이라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지만, 과연 어떤 표정으로 유다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듯 기타리프가 시작되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와, 지저스는 가던 길을 나아가고, 유다는 이제까지 일이 다 잊혀졌다는 듯 각자가 꿈꾸는 천국을 노래한다.

- 사실 2013 라센 연출에서는 이런 식으로 현실과 환상이 오버랩되는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Overture를 시작으로 Poor Jerusalem에서 Pilate's Dream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에서 마리아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부분 등등.
사실 저 두 장면은 하나는 빌라도의 꿈이구나, 다른 하나는 마리아의 희망 사항이구나...하고 보여지는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가장 난해한 부분은 앞에 얘기한 Overture와 유다의 배신 장면인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Damned for all time 도입부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과 이어지면서 홀로 기도하던 지저스가 기도를 끝내고 가만히 유다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유다 역시 그런 지저스와 시선을 교환하며 제사장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가만히 지켜보던 지저스가 퇴장하고, 유다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제사장들에 둘러싸이고, 왜 내가 당신을 도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지가 아니라고, 난 돈에 팔린 게 아니라고 거듭 변명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가야바가 이건 정당한 댓가라며 돈주머니를 건넬 때, 저 뒤에서 지저스가 등장해서 또 다시 유다를 지그시 바라본다. 이 장면의 지저스는 과연 유다의 양심이 불러낸 환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공간에서 그 환영을 보는 실체로서의 지저스일까. 두가지 다 해석이 가능한 이 장면에서 난 지저스와 유다의 만남과 어긋남을 비장하고 장엄한 음악과 조명을 통해 선명하게 대비시킨 이 연출이 참 마음에 든다.

돈주머니를 들고 언덕위의 지저스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가는 유다의 위로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코러스의 합창과 함께 피처럼 붉은 조명이 내려온다. 회한에 찬 몸짓으로 돈주머니를 떨구고 지저스에게 매달리다 엎어져 흐느끼는 유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바라보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와 자신에게 주어진 독잔을 받아드는 지저스의 등뒤로는 하얀 빛의 조명이 내려온다. 울부짖는 것 같은 일렉기타의 처절한 선율과 함께 독잔을 받아든 은저스가 두 손을 펼치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자, 한줄기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번외지만, 참 신기한게, 난 만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저 한줄기 눈물이라는 걸 은저스를 통해 실제로도 가능하구나...하며 보게됐다. Poor Jerusalem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딱 한 줄로 눈물이 떨어지지?)

- 저렇게 처절하게 1막이 내리고, 2막의 시작은 최후의 만찬부터. 그런데 이날 진짜 내가 웬만하면 관크에 대해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누가 계속 쩝쩝대는 소리를 내서 어찌나 신경에 거슬리던지. 그것도 꼭 골라서 조용한 순간에만 쩝쩝 아주 찰지게 소리를 내는데, 차라리 음악 소리나 좀 큰 장면이면 모르겠는데, 최후의 만찬 은저스 솔로할 때, 반주도 거의 없이 목소리도 조용조용 '힘든 이 순간' 하는데, 진짜 그 순간이 참기 힘들 만큼 쩝쩝대는 소리가 울려퍼져서. ㅠ.ㅠ 어쩌면 소리를 내는 본인은 평소 습관이거나 무의식 중에 내는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노래 진행되는 내내 쩝쩝댔으니까. 그래도 다행이 겟세마네에선 그 쩝쩝대는 소리가 안 들려와서 누가 주의를 줬나 싶었다.

- 겟세마네는 뭐 매 공연 너무너무 잘 불러줘서 ㅠ.ㅠ 도대체 내가 왜 죽어야하냐고, 누굴 위해 죽어야 하냐는 외침이 가슴에 박혔다. 내가 죽는 건 당신의 위대한 인류 구원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러니 난 당신을 위해 죽는 건가, 아니면 끝없는 고통과 절망속을 해매는 인류 전체를 위해 죽는 건가. 죽어서 얻는 영광이 얼마나 크던, 그게 삶보다 더 위대한 걸까. 그래 까놓고 말해서 이 희생이 그저 개죽음 당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절박함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런데 참 그렇게 흐느껴 울면서 노래는 어쩜 그렇게 깨끗하게 소화해내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 JCS를 보다보면 웨버 옹과 팀 옹이 빌라도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일단 빌라도는 등장할 때 음악도 굉장히 멋지고, 캐릭터도 매우 이성적,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놨다. 성서에는 꿈을 꾼 것이 빌라도의 아내라고 나와있으나 JCS에선 빌라도가 꾼 꿈으로 바꿨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를 풀어주려 애쓰지만, 군중들에 떠밀려 십자가 형을 내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역사속 빌라도는 식민 통치에 있어 가혹한 폭군이었다. 시위 진압을 목적으로 마을 하나를 학살하기도 한 것이 빌라도이다. 뭐 그런 역사 속 이야기이고, JCS는 팩션 뮤지컬이라고 치면 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역광 조명 속 옆모습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태한 빌라도는 느무느무 멋지시고, 등장할 때 빰빠바밤 빰빠밤 관악기 뒤로 채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현악기 소리에 이어지는 '넌! 대체 누군가~' 하는 부분, 어떻게 봐도 편애 가득한 등장씬이라고 생각한다.

- 김동현 헤롯도 서서히 자기색을 찾아가는 게 보여서 좋았다. 진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권에 맞춤옷으로 만들어진 헤롯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엔 안 맞는 옷 입은 듯 어색하더니, 점차 자기걸로 만들어가더라. 조권 헤롯이 권태롭고 퇴폐적인 소년왕이라면, 김동현 헤롯은 어딘지 네로 황제가 떠오르는 기벽이 있는 변태(;)스런 독재자의 느낌이다.

- 유다의 죽음 씬에서 안나스가 거하게 삑사리를 냈다. 그런데 뭐랄까 그게 캐릭터랑 겹쳐지면서 허용범위 내...라는 느낌. 오히려 삑 안내려고 소심하게 불렀으면 화났을 거 같다. 샛길로 빠지는 얘기지만, 베드로의 부인(否認)에서 '난~ 몰라요'에서 '난~'을 매번 삑 날까 소심하게 지르는 걸 보면 답답해서 그냥 뒤집어지더라도 확 지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지저스에게 날 받아줘요~ 절규하는 한유다에게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는 게이브가 살짝 겹쳐보이더라. 애정결핍 한유다.

그러더니 수퍼스타에서는 그렇게 냉정돋게 잔망을 떨 수가 없다. 아직 윤도현 유다를 보지 못해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짝사랑의 정도로 따지면 한유다가 최고봉일 거 같은데, 수퍼스타에서 냉소적이기도 한유다가 최고일 것 같다. 아주 작정하고 껄렁껄렁 빈정빈정...바람직하다.(;)

- 십자가 씬에서 고통의 표현은 매번 다르구나.
수퍼스타에서 이를 악물고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딱 한 번 들려왔더랬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너무 큰 고통에 오히려 목소리를 잃은 듯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차라리 비명이라도 지르면 나을 것을 그 고통을 속으로 꾹꾹 눌러죽이며 온 몸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위에서 만큼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좋으련만, 이 지저스는 끝까지 참고 또 참는다.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고하는 '저들을 용서하소서.' 기절했다 깨어날 때마다 몰아쉬는 거친 숨, 그마저도 점차 가늘어지고, 그리고 비로소 흐느끼며 외치는 서러운 마음 '왜, 왜! 왜~~~~~~~~~ 저를 버리셨나요.' ㅠㅠ 극한의 고통을 참고 또 참았다 터트리는 '목마르다~~~~~~' 마음을 불편하게하는 여러 악기들의 불협화음이 뚝 멈추면 거짓말처럼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다 이루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슬픈 현악 버전의 겟세마네 John 19:41.
십자가 위로 떨어지는 후광 핀 조명이 측광으로 바뀔 때, 그 장면은 마치 명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참으로 그림같은 십자가 실루엣이다.

+ 요한 복음 19:4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7 (화)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조권,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오늘의 뉴페이스는 헤롯 역의 조권. 그 외에 다 자체 첫공과 같은 캐스트.
2주차 들어서니까, 연출....이라기 보단 여기 저기 소소한 변화를 줬는데, 일단 겟세마네 들어가기 전 제자들을 부르는 호칭을 베드로, 존, 제임스에서 베드로, 요한, 야곱으로 변경했다. 애초에 피터, 존, 제임스, 사이먼으로 가던지, 베드로, 요한, 야고보, 시몬으로 하던지 호칭을 정리했어야 했다.
가야바의 저음불가를 해결하는 방법은 옥타브를 높이는 것뿐임을 다들 알고 있었고, 해결책은 역시 그것뿐이었다. 애초에 베이스를 캐스팅했어야 했다.
그리고 2막에서 유다의 배신 이후 어리버리 제자들이 튀어나와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죠?" 해놓고 뒤이어 영어로 "What's the buzz? tell me what's happening." 하고 부르던 걸 그냥 한국어로 통일했다. 이럴거면 수퍼스타에서도 1절에서 "왜 희생했나요? 뭘 위해?" 하던걸, 2절에서 "Who are you? What have you sacrificed?" 라고 부르는 부분도 같이 고쳐주지, 이건 왜 그대로 남겼는지 의문. 하여간에 번역을 하다말아가지고는 -_-+

- 이왕 번역 얘기가 나와서. 세 번쯤 보니까 슬슬 가사도 귀에 익고 해서 내용 흐름이 이건 좀 너무 이상한데 싶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더라. 특히 유다와 지저스의 관계 설정이라던가 이런 부분이 굉장히 모순적인 구석이 많다.

우선 유다가 왜 배신을 하게됐는지 알려주는 Heaven on their minds 에서. 유다는 지저스가 인간이 아닌 신의 길을 선택했고, 그게 곧 자기희생 = 죽음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있다. 그래서 그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하는데, 유다가 꿈꾸는 신보다 위대한 인간의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로마를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주길 바라나? 혁명을 꿈꾸는 건가 했더니, 나자렛에서 평범하게 목수나 하지 어쩌다 위험하신 혁명가가 되셨냐며 오히려 빈정거린다.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번역 혹은 의역의 실수로 밖엔 안보이는데, 유다가 말하고자 한 건 메시아니 자기희생이니 하는 소리 할 바엔 차라리 평범한 목수로 사는 게 더 낫다...는 쪽이지 않았을까?

모순적인 건 지저스도 마찬가지. Everything's alright 에서 향유가지고 찌질하게 대드는 유다를 향해 "넌 알고 있으니, 날 이용하거라." 은근슬쩍 부추기기까지 한다. 지저스 역시 유다가 자신이 가려하는 길을 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게 유다에게는 '후회하게 될 '이라는 것까지도.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유다의 선택이다. 유다가 지저스의 결심을 알았다고 그를 배신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끝까지 기다려주고 미워하던가, 왜 처음부터 유다에게는 찬바람 쌩쌩인건가. 헤븐에서 중간에 유다를 쳐다보는 눈빛이 어찌나 얼음장이신지. 그 눈빛의 의미가 내 계획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을까, 네가 선택한 길로 나를 배신해라 였을까.

- 그럼에도 이 극이 대단히 매력적인 것은 압도적인 음악의 힘, 원작(; 기독교도가 아니라고 해도 성서는 문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이 가진 영웅담의 원조격인 극적인 이야기 전개, 이 모든 간극과 모순을 커버하고도 남을 배우들의 역량 덕분이다. 

- 한유다는 일단 외모에서부터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에 허기진듯한 눈빛이 내가 상상하던 유다의 모습인데다, 그 독특한 음색도 참으로 나의 취향이다. 게다가 연기 노선까지 내 취향에 직격인 짝사랑하는 유다!
지저스를 향한 그의 시선은 참으로 집요하기 그지없다. 단 한시도 지저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래놓고 곁에 가면 차마 그 옷자락에 손도 대지 못한다. 마리아가 근처에서 얼쩡거리기라도 하면 열심히 견제하다 깨깽하고 깨지고, 하여간에 일편단심 민들레인 이 유다가 어째서 지저스를 배신했을까. 그리고 끝내 지저스를 원망하며 죽어갔을까.
Last Supper에서 김유다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거냐며 대들고 떼를 쓴다면, 한유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저스를 설득한다. 그 앞에 엎어져 무릎을 꿇고, 얼굴도 못들고 기어가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사정한다. 안타까운 연심(;)이다.
그러나 그가 알까. 끝내 외면하고 있는줄 알았던 은저스가 발밑에 엎드려 있는 그를 가만히 굽어보고 있었다는 걸. 물론 츤데레(;) 은저스는 한유다가 고개를 드는 타이밍에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 은태가 표현하는 지저스 - 은저스는 명경지수와도 같은 선지자의 모습이다. 고요하게 가라앉아있어, 외부에서 불어오는 그 어떤 바람도 그 호수에 물결이 일게 하지 못한다. 굉장히 경건하고 신성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게 내면까지 그런가 하면 숨길 수 없는 두려움과 나약함을 저렇게 무표정으로 위장해서 감춘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호산나에서 환호하는 군중 사이에서 입은 웃어도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나 시몬과 군중들이 물러간 뒤에 혼자 남아 부르는 Poor Jerusalem은 또 얼마나 처연한가. (아, 여기서 은저스 저음은 진짜 너무 좋다. ㅠ.ㅠ)
하여튼 저렇게 굳건해보는 사람이 한번씩 내비치는 약한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 애간장을 태운달까. 신전에서 사람들을 내쫒고, 병자들에 시달리다 마리아에게 위안을 받을 때, 마리아의 볼을 쓰다듬으며 얼마나 아프게 미소를 짓던지, 가슴이 내려앉더라.

- 겟세마네는 이날도 좋았지만, 중간 박수가 흐름을 깼고, 거기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흔들리는 맘' 부터 감정을 평소보다 끌어올려서 흐느낌이 더해졌다.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독하게 하늘을 쏘아보며 내 마음 변하기 전에 '지금 당장!' 죽이시라는 외침은 참 아프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 그리고 이날 유다의 죽음 이후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깊었던 게, 유다가 지저스를 원망하며 자살하고 난 후 그 장례 행렬을 죄수복을 입은 은저스가 가만히 쳐다보다가 음악이 변하면서 정면으로 돌아서는데, 그 순간 은저스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거다. 자신을 배신하고, 자살까지 해버린 유다를 불쌍히 여기는 지저스라니. 코러스가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 하는게 지저스가 유다에게 불러주는 장송곡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
그렇게 유다의 죽음을 아파하던 은저스는 그러나 무릎 꿇고 자세를 바로하며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에는 흔들림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가여운 인간! (feat. 유다)

- 아, 어쩌다 헤롯 씬을 뛰어 넘어버렸는데, 처음에 헤롯 역에 조권이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땐, 도대체 어떤 헤롯인가 했는데, 지난 공연에서 김동현 헤롯을 보면서도 아, 이래서 조권을 캐스팅했구나 했다. 그만큼 조권에 맞춤옷처럼 헤롯을 재창조했는데,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신경질적이며 신기한 구경거리를 바라는 권태롭고 퇴폐적인 소년왕이랄까.
노래 가사 중에 '깜짝이야~' 하는 부분에서 김동현 헤롯은 지저스와 눈이 마주쳐서 놀랐다는 쪽인데, 조권은 가사 내용 '죽은 사람도 살린다며'에 놀랐다는 쪽이라 지저스와 시선을 맞추지 않더라. 그래서 은저스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멈칫..하는 게 보였다. 마음껏 지저스를 능욕하고 마지막에 꺼지라고 하면서 네발로 엎드린채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동작때문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역시 조권이 캐스팅 된 이유가 있었다고 납득이 됐다.

- 이왕 옆길로 샌거, 제사장 삼인방도 보다보니 나름 이 셋이 JCS의 귀요미 담당일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바의 저음불가는 여전하고, 안나스의 방정맞은 목소리는 뒤집히기 일보직전이고, 이름 없는 사제는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난 이 셋의 연기합이 마음에 든다. 특히 가야바의 깨알같은 손짓 연기도 귀엽고. 안나스가 '예수 추!종자~' 하면 침튄다고 손사래 치는 거, 둘이 쪼르르 달려와서 예수의 기세가 위험하다고 법석을 떨어대는데,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소매단 정리하는 거, 이런 디테일 좋다.

- 김태한 빌라도도 참 좋은데, 일단, Poor Jerusalem에서 바로 빌라도의 꿈으로 오버랩되는 연출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여기서 피빛 조명을 받는 장면이나, 이 뒤에 잡혀온 지저스를 헤롯에게 넘긴다고 하면서 손을 씻는 동작도 좋다. 생각보다 교활한 헤롯은 결국 모든 짐을 빌라도에게 넘기고, 지저스를 두고 돌변한 군중들에 대한 분노, 죄없는 지저스에 대한 연민이 다 표현되는 채찍신에서의 감정의 고조됨도 좋다.
아, 근데 난 채찍신이 이렇게 리얼하게 전개되리라고는 또 상상를 못했어서. 하기는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도 리얼하기는 마찬가지로구나;

- 이날 십자가씬은 또 나에게 멘붕을 선사해줬다. 이번엔 마치 목구멍이 핏물로 가득찬 것 처럼 컥컥 기침을 해대서. 활자로는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지만, 한번씩 쿨럭, 큭, 컥컥대며 대사를 이어나가는데, 한가지 에러였던 건, 오케스트라 소리를 대사할 땐 좀 줄여주지, 그러지를 않아서 가뜩이나 힘겹게 내뱉는 대사를 더 듣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거. 마침내 찾아온 죽음의 순간. 그제야 비로소 아무 고통도 고뇌도 없이 평안함을 찾아 가는 지저스. 그런 지저스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평안따위 산산조각 난 다음이라. 그리 홀가분하게 가시면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ㅠ.ㅠ

+ 원작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것 같은데, 진짜 보고나면 성당가야 할 것 같은 느낌. 라센 연출의 실패일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5 (일) 18:3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김신의, 막달라 마리아 - 장은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한 줄 요약 : 계획이란 소용없어~ (feat. 루케니)

- 애시당초 JCS를 두 번만 보고 끝낼 생각이었기에, 이날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관극은 하나 빼고는 모두 예정에 없던 일이라는 거. 하여간 원래 잡아놓은 일정은 이 다음주였는데,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무작정 지르고 보자는 마음으로 잡았더니 11열. 진짜 평소의 나라면 절대 쳐다도 안봤을 자리. 11열을 vip 가격을 주고 보다니 ㅠ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 전에 모오락 막공은 현매로 12열에서 봤잖아~ 성남 아트센터 12열에 대면 샤롯데 11열은 양반이지...라며 자기합리화. 그리고 샤롯데는 워낙 무대 객석간 거리가 가까워서 11열도 볼만한데? 하고 실감했다. 물론 지저스가 무대 깊숙이 들어가 있는 씬에서는 오글 생각이 간절했지만, 유다가 워낙 무대 앞쪽까지 나와주니까 유다 보기에는 뒷 자리도 괜찮다 싶었다. 근데 난 지저스 보러왔잖아. ㅠㅠ

- 첫공과 다른 유다와 마리아. 그리고 둘 다 나에겐 뉴페이스. 김신의는 그룹 몽니 출신, 장은아는 보이스 코리아 출신이라는데, TV든 대중 가요든 딴 세상 이야기인지라 알턱이 있나. 그런데 결론적으로 난 이 두 사람이 다 마음에 들었다. 김신의 유다는 첫곡인 헤븐에서부터 오~ 이것이 롹커의 샤우팅! 이라며 감탄했고, 장은아 마리아는 약간 허스키한 음색이 내 취향에 직격, 조금 어색한 연기도 다 커버가 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아, 그리고 김신의 유다가 한유다보다 딕션이 좋다는 것도 살짝 충격. 한유다 때 이상하게(;) 들리던 가사들 다 제대로 들리더라. 특히 1막 마지막 Damned For All Time에서 뭐래는거야 했던 거 다 알아들겠더라.  

-  두번째 쯤 되니까, Overture가 극에 대한 다이제스트라는 걸 알겠다. 희미한 조명 아래 실루엣만 보이는 인물들이 누군지, 그리고 역광 조명을 받으며 고난 받는 예수의 춤을 추는 저 사람은 절.대.로! 은태가 아니겠구나 하는 것도;

- 한유다의 Heaven On Their Minds에도 감탄했는데, 김유다의 헤븐은 또 이게 바로 롹커의 헤븐! 이라는 느낌이었다. 후음까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샤우팅에 속이 뻥 뚫리는 상쾌함. 가령 '무얼 원하나~~~~~~~아아아~~' 하고 외칠 때 그 롹커 특유의 쫙 뻗어나가면서 끝에 풍부하게 울리면서 길게 끌어주는 후음이 말도 못하게 좋더라. 유다의 가장 어려운 넘버인 이 첫곡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해줘서 난 이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표정이 좀 일관되고, 몸동작 어색한 거 따위! 다 날려버릴만큼 멋진 소리였다.

- 처음 볼때는 유다와 지저스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했던 마리아. 정선아 마리아가 나빴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고, 늘 해오던대로 잘하는 배우라서, 이 정도는 해주겠지 기대한 만큼 잘해주니까 오오~ 감탄하고 그런 감상은 없었다. 그런데 장은아 마리아는 내가 처음 보는데다, 누누히 말하지만, 음색이 너무나 취향이라. 이미 대중들에 치여서 마음이 굳어진 지저스를 위로하는 Everything's Alright에서, 정마리아는 지저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쳐있는 모두(사도들에 유다까지!)를 품어주듯이 노래한다면, 장마리아는 어디까지나 지저스를 위해서 노래하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 첫공에서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Simon Zealotes에서 시몬의 솔로 파트는 떼창으로 바뀌었다. 그래 솔로할 역량이 안되면 물량으로라도 밀어붙여야지.

- 첫공 때도 보면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서 방황했던 템플씬. 민망해서가 아니라, 왼편에서도 오른편에서도 섹시한 댄서 언냐들이 심상찮게 과격한 섹시 댄스를 추지, 가운데에선 가짜 선지자 양반이 신들린 무당처럼 굿을 한판 벌이지 눈이 두개 뿐이라 뭘 봐야할지 방황하다보면 어느새 뒤쪽에서 은저스 등장.

그런데 참 여기 가사 내용이 신자의 가슴을 콕콕 찌른단 말이지. (이것도 웨버옹의 노림수겠지;)
하느님 이름 팔아 돈벌이에 치중하는, 겉으론 교회이나 사실은 금전교나 물신교를 믿는게 아닌가 싶은 행태들도 떠오르고, 농담처럼 주식회사 예수라고 조롱당하는 모습들도 떠오르고. ㅠㅠ
은저스의 '나가~~~~~~~' 는 참으로 정신이 버쩍들게 하는 일갈.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금속성 외침이 짜릿하다.
그리고 모두를 쫒아낸 뒤 분을 삭이듯 몰아쉬는 숨소리가 참.......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좋다.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절망, 깊은 무력감, 쾌락만을 쫓는 인간에 대한 환멸 같은 것이 다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자들의 기원. 한 사람 한 사람일 때의 가련함이 뭉쳐지니 무시무시한 열망으로 변하고, 그 열망은 부풀고 폭주하여 거대한 해일처럼 예수를 덮친다. 뭐 지금도 어딘가에선 끝도 없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누가 망하게 해주세요, 내가 더 잘되게 해주세요, 안들어주면 안믿어요 같은 폭력적인 탄원을 기도랍시고 올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웨버옹의 노림수 2인가;)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병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쓸리는 은저스를 보는 것이 마음 아픈 것과 별개로 이 장면의 조명과 군무는 참 마음에 든다.

- 장마리아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는데, 이 장면에서 무심코 시선을 뺏기게 되는게, 마리아가 노래하는 뒤로, 마치 그림처럼 앉아서 기도하는 은저스의 모습이다. 어쩌면 저렇게 자세가 좋은지. 내가 또 곧은 자세 이런 거 덕후라. (만사이 상에게 반한 계기가 바로 그 올곧은 정좌 모습에 홀랑 반해서였다.) 진짜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기도하는 모습이다. 이게 마리아의 상상속 포옹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과 맞물려 정말 좋은 장면이 나와서 귀는 물론 눈도 호강하는 느낌.

- 지난 첫공 때는 1막의 주인공은 유다구나 했는데, 이날은 이렇게 지저스에 몰입해서 보다보니, 이 뒤에 유다가 나와서야 어라 잊혀졌던 유다가 이제야 나오나..싶었던;;
김유다는 기본적으로 한유다보다 어리다. 나이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모든 행동이나 사고력이 그렇다. 예수를 팔아넘기는 이 장면에서 한유다는 세 제사장과 비교적 대등한 입장으로 서있는데, 김유다는 세 제사장 사이에 앉아서 그들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게 마치 그들의 권위에 눌려 자백하는 듯한 인상이다.
한유다의 경우는 굉장히 망설이고 고뇌한 끝에 겟세마네를 힘겹게 말하는데, 김유다는 의외로 선선히 불었다...는 인상이 드는 것도 그런 탓이 크다. 어리버리 아직 어려서 세상 경험이 없는 녀석을 데려다 제사장들이 어르고 달래서 대답을 끌어낸 형국. 그래서 김유다는 예수를 부여잡고 발치에 엎드린 다음,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그를 붙잡으려 손을 내밀다가 차마 잡지 못하고 목놓아 울어버린다. 정작 울고 싶은 게 누군데, 니가 먼저 통곡하는거냐 하는 마음이 드는 한편, 이제야 지가 저지른 일의 중대함을 깨닫고 저리 서럽게 울부짖는 어린 양을 어이할꼬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다.

- 2막 시작은 최후의 만찬으로 시작되는데, 사도들의 노래가 참 너무나 동네 성가대스러워서; 스승의 마음 속은 이미 최후를 바라보느라 심란하기 그지없는데, 태평스럽게 사도가 되서 좋아요~ 골치아픈 일 지금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되겠죠~ 이러고 있으니, 저런 것들도 제자라고 거둬들인 지저스께서 울화가 치밀지.
여기서 유다와 지저스의 정면대결!이 참으로 흥미진진 한데, 의외로 김유다가 바락바락 대들어줘서 거기에 맞춰 은저스도 카랑카랑하게 맞선다. 한유다는 일단 한수 접고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김유다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라는 듯 대들고, 떼를 쓴다. 역시 어린 유다.

- 겟세마네. 내가 부르다 죽을 겟세마네. ㅠㅠ 지난 공연 때도 좋았는데, 이날은 진짜 훨씬 더 좋아져서, 중간 박수도 없었고, 노래 끝나고 객석 어딘가에서 브라보~! 가 터져나왔다.
이 날이 공연 시작하고 일주일 째던가, 목상태가 5/1 보다 훨씬 좋아서 Why~~~ 샤우팅에서 김유다가 질러줬던 것 같은 그런 후음이 쭉 뻗어나가는데 끝까지 갈라지는 소리 하나 없이 풍부한 울림을 들려줘서 정말 좋았다. 전반적으로 소리에 강함이 묻어나와서 실리는 감정도 좀 격했는데, 흔들리는 맘, 지쳐버린 몸에서 흐느낌은 또 물기가 잔뜩 서려있고, 마음 다잡은 뒤로 독하게 내뱉는 건 또 강하게 치고 나와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나의 비참한 죽음을 지켜보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착한 아들이 화나면 이렇게 화를 내는구나 싶었;

- 김유다의 수퍼스타는 한유다의 잔망스타(;)에 비하면 좀 많이 심심한 편이었고, 여전히 가림막 뒤에서 뭘 하는지 보려면 11열에 앉은 나는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잘 보이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었고;

- 십자가 씬에서 쓸데없이(?) 리얼한 은저스의 디테일에 내 숨이 다 막혀왔다. 기절했다 깨어남을 반복하며 몰아쉬는 숨소리, 신음소리, 고통스런 절규 ㅠㅠ 촛불이 꺼져가는 듯 목소리의 힘이 빠지고, 마침내 불이 사그라들며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듯 공기중에 흩어지는 '다 이루었다' 한 마디.

정말 당신은 뭘 이루시고 가셨나요.


+ 이날 공연으로 긴가민가했던 감정이 정리가 됐다. 이건 달려야해. ㅠ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1 (수)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줄거리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7일 전의 이야기를 유다의 시각에서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신자인 나에게는 한마디로 성주간 이야기

- 한 줄 요약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ㅠㅠ

- 일단 이 뒷북도 한~~~참 철지난 뒷북 후기에 들어가기 전에.
 난 태어나보니 이미 천주교 신자였고, 말을 깨우치기도 전에 이미 유아 세례라는 걸 받은 상태였으며, 어릴 때부터 활자중독 기미가 있어서 집안에 돌아댕기는 공동번역 성서를 전래동화 읽듯 읽고 자랐다. 그렇다고 뭐 내가 독실한 신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지금은 냉담자이고, 한때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을 읽다가 아~ 불교도 참 좋구나 감화된 이력도 있더랬지만, 뭐 신부님 말마따나 이미 이마에 印이 새겨진 거 팔자려니 하는 날라리 신자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인호 작가 역시 천주교 신자라고;)

뭘 이렇게 장황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사실 아래 증거 포스팅도 있지만, 난 전부터 은태가 JCS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목소리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얼마나 끝내줄까 바랐던 사람이다.

http://redlover.tistory.com/520 - 2011.07.05 모차르트! 후기 중

- 마술피리, 레퀴엠에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이제 내 귀엔 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들린다. 빨마 가지 높이 들어올려 호산나를 외치던 그 목소리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돌변하는 그 비정함. (아~ 언젠가 은태 배우가 좀 더 관록이 쌓여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참 좋겠다.)

http://redlover.tistory.com/598 - 2011.12. 09 햄릿 후기 중

- '피는 피로써' 넘버는 매 공연 참 계속해서 레전드를 찍어주니 내가 더이상 어떻게 더 찬양할 수식을 못 찾겠다. 그런데 정말 그 허리에 감은 천하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자꾸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와 겹쳐보여서, 언젠가 은태가 꼭 JCS를 해줬으면 좋겠다. 아우, 저렇게 파워가 붙은 목소리로 질러주는 겟세마네는 얼마나 처절할까.


그랬는데, 막상 희망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망설이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과연 매번 십자가에 못박히고 매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는 게 하나. 그리고 올해 부서가 바뀌면서 적응하느라 시간 내는 게 전 같지 않아서라는 게 둘.
그래서 바보처럼 2차 티켓팅엔 참전조차 안했다지;; 하여간 그런 미묘한 감정을 안고 잡은 자체 첫공은 노동절 밤공이었다.

- 첫공에 대한 감상은 우선은 압도적인 음악음악음악. 극 내용에 대한 선호와 별개로 나는 JCS의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수시로 ost (1996년 런던 캐스트, 그 스티브 발사모가 캐스팅된)를 듣기도 하고 했는데, 역시 날 것의 힘이란. 거기다 정재일의 편곡이 더해지면서 음악이 더 박력있고 세련되어졌다. 오버추어 시작의 일렉기타 선율에서부터 전율이 오더니만 무릎 꿇은 유다 위로 십자가가 내려오며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수퍼스타로 마무리되는 이 장엄함이란. 난 무슨 장엄미사곡 듣는 기분으로 오버추어의 끝부분을 감상했고, 이때 벌써 직감했다. 원작의 발칙함을 한국에서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지도...하고.

- 그러고선 다시 십자가가 올라가고 성극에서 자주 듣던 허밍이 들려오는 가운데 무대 오른편에서부터 지저스로 추정되는 그가 등장하는데, 난 이 첫 장면에서부터 은저스의 홀리함에 깜짝 놀랐다. 후방 조명으로 인해 생긴 실루엣이 흔히 그림속에서 자주보던 예수님이네? 언제 머리가 저렇게 길었지? 프로필 사진 찍을 때만해도 저렇게 길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 고요하고 정적인 걸음걸이를 넋을 잃고 쳐다봤다. 아직 노래 한 마디, 대사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등장만으로 벌써 압도되는 그런 느낌.

- 속으로 일났다...고 느낀 오프닝에 한지상 유다의 Heaven On Their Minds가 시작되는데, 어우 지저~~~~~~~~스 내뱉는 그 일성에서 다시 한 번 넉다운. 잘한다. 진짜 끝내주게 잘한다. 이 곡이 시작부터 참 쉽지않은 곡인데, 정말 감탄스럽게 잘 부르더라. 넥스트 투 노말과 공연이 겹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 쩌렁쩌렁한 목청은 대체 뭐람. 게다가 슬림한 몸선에 허기진듯한 눈빛이 진짜 딱 내 상상속의 유다다.
한유다는 지저스에 대한 태도가 뭐랄까 감히 손댈 수 없는 분? 최후의 만찬에서 바닥을 기어가고, 엎드려 사정할 때도 그 옷자락에 손도 대지 못하더라. 벌벌 떨리는 손을 간신히 발을 감싸고 부들부들 떠는 거 보면서, 어라 이 유다 취향일세...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경박한 걸까나;

- 초반에 이렇게 집중해서 극에 몰입해서 보다가 나에게 찬물을 끼얹은 게 두서너 일고여덟가지가 있었는데, 영어가 1/3 쯤 들어간 노랫말 -_-+, 화음을 이루지 못하고 깨진 유리같은 생목소리로 질러대던 앙상블, 저음불가 가야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순간 내가 뭘 들은거야 싶었던 Simon Zealotes 에서 시몬...이라고 생각되는 배우의 솔로 파트. 시몬 질럿 끝나고 쨍하니 얼어붙은 객석 분위기가 참...뭐라 말할 수 없이 민망했다.
가야바 역을 하신 배우분은 그분이 못한다기 보다는 음역대가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우리나라에 베이스를 제대로 소화할만한 배우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제작진의 성의 부족이라고 느껴졌다.

- 그리고 겟세마네. 음원으로 공개됐을 때, 참 곱게도 부른다며, 저래서야 평생 은언니를 못 벗어나지 했더랬다. 당연히 공연에선 다르겠거니 예상을 하고는 있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도 스튜디오 녹음과 본 공연에서 굉장히 달랐으니까. 그런데 이건 내 예상을 뛰어넘는 진폭이었다.
여리게 파르르 떨면서 시작하는 초반을 지나 본격적으로 이건 부당하잖아요!를 외치는 Why should I die? 의 저 감탄스런 Why~~~~~~ 샤우팅 하며, 후반부에 체념하며 눈물 또르르 떨구며 부르는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에 대한 한탄, 그리고 받아들였으되 가시지 않는 원망스런 마음 가득 담아 '찢고 쳐서!' 죽이시라고 독기를 내보이는 마지막까지 진짜 숨도 못쉬고 울먹울먹.
그런데 정말 너무 아까운 건, 감정이 고조될만 하면 등장하는 영어 가사가 어찌나 중간 중간 찬물을 끼얹던지. ㅠㅠ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더라.

- 이 뮤지컬의 궁극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수퍼스타. 갑자기 거미줄에 걸린 십자가 무늬의 가림막이 내려오더니 한유다의 콘서트가 시작됐다. 하얀색 아프로 헤어의 유다걸들과 같이 등장해서 개인기 시간을 펼치는 한유다의 잔망스러움이란. 그런데 썩 좋지 않은 음향에, 애드립이 반인 노래를 듣고 있자니, 이거 주제가 아니었어? 싶은 마음이 들더라.

사실 딱히 연출의 의도랄까 이런게 잘 안보이기도 했지만, 저 거미줄에 걸린 십자가가 연출의 단 한번 뿐인 소극적인 의사표현처럼 보였다. 유다는 계속 '당신은 누군가? 당신은 뭘 위해 희생한건가?' 묻는다. 그런 물음에 연출은 예수의 죽음이 신의 계획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덧없는 희생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치고는 그 의사표현이 너무 소극적이고, 눈치를 보는 거 같아서 실소가 났지만. 아니 십자가 형을 당하는 예수를 왜 가림막 뒤에 배치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예수의 모습을 가리는 건지? 여기서 유다는 그냥 씐나씐나 콘서트를 하기만 해서는 안되고요, 예수의 고난을 조롱하고, 말도 안되는 신의 뜻을 비웃어줘야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저렇게 미리 방어선을 굳건하게 치는 걸까? 안그래도 극을 보는 내내 이거 복음서 내용에 너무 충실한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도대체 어디가 발칙하다는 거지? 했더랬다.

- 그랬는데, 허공에 떠오르는 십자가라니 ㅠㅠ 그리고 그 십자가 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표하는 신음소리에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내가 문장으로만 읽어왔던 구절들이 생생하게 소리가 되어 재생되고 있는 느낌. 막연히 고통스러웠겠지 하던 것과 눈과 귀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건 전혀 달랐다. 외국어로 듣는 것과 모국어로 듣는 것과의 차이도 있겠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 
그리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정적 속에 희미하게 들려온 '다 이루었다.' 한 마디는 꾹꾹 틀어막고 있던 눈물샘을 기어이 터트리고 말았다. 처연하게 흐르는 겟세마네 현악기 버전과 함께 십자가 위로 핀조명이 떨어지는데, 그 순간 십자가에서 눈물 한방울이 반짝하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 가슴에도 그 눈물이 묵직하게 떨어졌다.

- 위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심봤다~ 싶었던 배우가 있었는데, 빌라도 역의 김태한 씨. 저음은 저음대로 중후하시고, 질러줄 땐 파워풀하게 질러주시는데다가, 사실 의상이 좀 어찌보면 우스운 은갈치(;) 토가였는데도 잘 소화하시고, 무엇보다 냉소적인 로마 귀족풍의 집정관을 보여주셔서 좋았다. 채찍신에서 영어로 숫자세기는 연출의 잘못으로 하고;

- 막이 내려가고 나서도 한동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커튼콜 때, 새벽빛 같은 조명 사이로 은저스가 걸어나오는데 참 울컥하더라. 게다가 음악은 또 왜 그리 좋은지. 한유다의 수퍼스타 커튼콜에 휘발될 뻔한 감상을 끌어안고 공연장을 나서면서, 앞으로 잡은 표가 한 장 뿐인 상황을 떠올리며, 내 운이 그렇지 ㅠㅠ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러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