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9 (목)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Overture에서 희미한 조명 사이로 등장하는 유다는 마치 엘리자벳의 프롤로그 루케니를 보는 느낌이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에서 환상을 보는 그런 느낌. 왜냐하면 Overture 내용 자체가 JCS 전체의 축약판이라, 실제 유다는 예수가 죽기전에 자살했으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볼 수 없을 터인데, 이 유다는 고난 받는 예수에 가슴 아파하고, 마침내 등장하는 십자가 앞에 무릎꿇고 슬퍼한다. 어째서 이 유다는 모든 걸 다 지켜보는 걸까, 혹 루케니처럼 이 유다도 끝나지 않는 재판을 받고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 무릎꿇고 슬퍼하는 유다 앞에 물 흐르듯 고요한 발걸음의 지저스가 등장한다. 그 표표하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부활한 이후의 모습처럼도 느껴진다. 조명이 역광이라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지만, 과연 어떤 표정으로 유다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듯 기타리프가 시작되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와, 지저스는 가던 길을 나아가고, 유다는 이제까지 일이 다 잊혀졌다는 듯 각자가 꿈꾸는 천국을 노래한다.
- 사실 2013 라센 연출에서는 이런 식으로 현실과 환상이 오버랩되는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Overture를 시작으로 Poor Jerusalem에서 Pilate's Dream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에서 마리아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부분 등등.
사실 저 두 장면은 하나는 빌라도의 꿈이구나, 다른 하나는 마리아의 희망 사항이구나...하고 보여지는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가장 난해한 부분은 앞에 얘기한 Overture와 유다의 배신 장면인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Damned for all time 도입부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과 이어지면서 홀로 기도하던 지저스가 기도를 끝내고 가만히 유다가 하는 양을 지켜본다. 유다 역시 그런 지저스와 시선을 교환하며 제사장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가만히 지켜보던 지저스가 퇴장하고, 유다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제사장들에 둘러싸이고, 왜 내가 당신을 도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지가 아니라고, 난 돈에 팔린 게 아니라고 거듭 변명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가야바가 이건 정당한 댓가라며 돈주머니를 건넬 때, 저 뒤에서 지저스가 등장해서 또 다시 유다를 지그시 바라본다. 이 장면의 지저스는 과연 유다의 양심이 불러낸 환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공간에서 그 환영을 보는 실체로서의 지저스일까. 두가지 다 해석이 가능한 이 장면에서 난 지저스와 유다의 만남과 어긋남을 비장하고 장엄한 음악과 조명을 통해 선명하게 대비시킨 이 연출이 참 마음에 든다.
돈주머니를 들고 언덕위의 지저스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가는 유다의 위로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코러스의 합창과 함께 피처럼 붉은 조명이 내려온다. 회한에 찬 몸짓으로 돈주머니를 떨구고 지저스에게 매달리다 엎어져 흐느끼는 유다. 그리고 그런 유다를 바라보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와 자신에게 주어진 독잔을 받아드는 지저스의 등뒤로는 하얀 빛의 조명이 내려온다. 울부짖는 것 같은 일렉기타의 처절한 선율과 함께 독잔을 받아든 은저스가 두 손을 펼치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자, 한줄기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번외지만, 참 신기한게, 난 만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저 한줄기 눈물이라는 걸 은저스를 통해 실제로도 가능하구나...하며 보게됐다. Poor Jerusalem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딱 한 줄로 눈물이 떨어지지?)
- 저렇게 처절하게 1막이 내리고, 2막의 시작은 최후의 만찬부터. 그런데 이날 진짜 내가 웬만하면 관크에 대해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누가 계속 쩝쩝대는 소리를 내서 어찌나 신경에 거슬리던지. 그것도 꼭 골라서 조용한 순간에만 쩝쩝 아주 찰지게 소리를 내는데, 차라리 음악 소리나 좀 큰 장면이면 모르겠는데, 최후의 만찬 은저스 솔로할 때, 반주도 거의 없이 목소리도 조용조용 '힘든 이 순간' 하는데, 진짜 그 순간이 참기 힘들 만큼 쩝쩝대는 소리가 울려퍼져서. ㅠ.ㅠ 어쩌면 소리를 내는 본인은 평소 습관이거나 무의식 중에 내는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노래 진행되는 내내 쩝쩝댔으니까. 그래도 다행이 겟세마네에선 그 쩝쩝대는 소리가 안 들려와서 누가 주의를 줬나 싶었다.
- 겟세마네는 뭐 매 공연 너무너무 잘 불러줘서 ㅠ.ㅠ 도대체 내가 왜 죽어야하냐고, 누굴 위해 죽어야 하냐는 외침이 가슴에 박혔다. 내가 죽는 건 당신의 위대한 인류 구원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러니 난 당신을 위해 죽는 건가, 아니면 끝없는 고통과 절망속을 해매는 인류 전체를 위해 죽는 건가. 죽어서 얻는 영광이 얼마나 크던, 그게 삶보다 더 위대한 걸까. 그래 까놓고 말해서 이 희생이 그저 개죽음 당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절박함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런데 참 그렇게 흐느껴 울면서 노래는 어쩜 그렇게 깨끗하게 소화해내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 JCS를 보다보면 웨버 옹과 팀 옹이 빌라도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일단 빌라도는 등장할 때 음악도 굉장히 멋지고, 캐릭터도 매우 이성적,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놨다. 성서에는 꿈을 꾼 것이 빌라도의 아내라고 나와있으나 JCS에선 빌라도가 꾼 꿈으로 바꿨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를 풀어주려 애쓰지만, 군중들에 떠밀려 십자가 형을 내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역사속 빌라도는 식민 통치에 있어 가혹한 폭군이었다. 시위 진압을 목적으로 마을 하나를 학살하기도 한 것이 빌라도이다. 뭐 그런 역사 속 이야기이고, JCS는 팩션 뮤지컬이라고 치면 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역광 조명 속 옆모습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태한 빌라도는 느무느무 멋지시고, 등장할 때 빰빠바밤 빰빠밤 관악기 뒤로 채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현악기 소리에 이어지는 '넌! 대체 누군가~' 하는 부분, 어떻게 봐도 편애 가득한 등장씬이라고 생각한다.
- 김동현 헤롯도 서서히 자기색을 찾아가는 게 보여서 좋았다. 진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권에 맞춤옷으로 만들어진 헤롯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엔 안 맞는 옷 입은 듯 어색하더니, 점차 자기걸로 만들어가더라. 조권 헤롯이 권태롭고 퇴폐적인 소년왕이라면, 김동현 헤롯은 어딘지 네로 황제가 떠오르는 기벽이 있는 변태(;)스런 독재자의 느낌이다.
- 유다의 죽음 씬에서 안나스가 거하게 삑사리를 냈다. 그런데 뭐랄까 그게 캐릭터랑 겹쳐지면서 허용범위 내...라는 느낌. 오히려 삑 안내려고 소심하게 불렀으면 화났을 거 같다. 샛길로 빠지는 얘기지만, 베드로의 부인(否認)에서 '난~ 몰라요'에서 '난~'을 매번 삑 날까 소심하게 지르는 걸 보면 답답해서 그냥 뒤집어지더라도 확 지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지저스에게 날 받아줘요~ 절규하는 한유다에게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는 게이브가 살짝 겹쳐보이더라. 애정결핍 한유다.
그러더니 수퍼스타에서는 그렇게 냉정돋게 잔망을 떨 수가 없다. 아직 윤도현 유다를 보지 못해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짝사랑의 정도로 따지면 한유다가 최고봉일 거 같은데, 수퍼스타에서 냉소적이기도 한유다가 최고일 것 같다. 아주 작정하고 껄렁껄렁 빈정빈정...바람직하다.(;)
- 십자가 씬에서 고통의 표현은 매번 다르구나.
수퍼스타에서 이를 악물고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딱 한 번 들려왔더랬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너무 큰 고통에 오히려 목소리를 잃은 듯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차라리 비명이라도 지르면 나을 것을 그 고통을 속으로 꾹꾹 눌러죽이며 온 몸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위에서 만큼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좋으련만, 이 지저스는 끝까지 참고 또 참는다.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고하는 '저들을 용서하소서.' 기절했다 깨어날 때마다 몰아쉬는 거친 숨, 그마저도 점차 가늘어지고, 그리고 비로소 흐느끼며 외치는 서러운 마음 '왜, 왜! 왜~~~~~~~~~ 저를 버리셨나요.' ㅠㅠ 극한의 고통을 참고 또 참았다 터트리는 '목마르다~~~~~~' 마음을 불편하게하는 여러 악기들의 불협화음이 뚝 멈추면 거짓말처럼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다 이루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슬픈 현악 버전의 겟세마네 John 19:41.
십자가 위로 떨어지는 후광 핀 조명이 측광으로 바뀔 때, 그 장면은 마치 명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참으로 그림같은 십자가 실루엣이다.
+ 요한 복음 19:4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