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206건

  1. 2004.10.12 성우 이야기 1
  2. 2004.10.10 반 기독교 정서
  3. 2004.10.09 오랜만의 숫자놀이.
  4. 2004.10.08 우리집을 거쳐 간 애완동물들
▶◀ 故 장정진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제일 처음 '성우'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 나이는 몇 살 쯤이었던가.
그 전엔 '성우'에 대한 개념도 없고, 만화 주인공들이 그냥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더빙의 개념에 대해 깨달은 것은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를 열렬히 시청하면서 부터 였다. 그 전에는 만화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까.

처음 계기는 '어째서 죽은 안소니와 테리우스의 목소리가 똑같은 거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동네 친구들은 누구 하나 내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안소니 목소리와 테리우스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그 아이들은 우겼고, 나는 내 나름대로 안소니를 매우 아꼈기 때문에 안소니의 목소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며, 테리우스 목소리와 같다고 우겼다. 서로 우기다 싸움이 나고,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무슨 만화 잡지(보물섬? 어깨동무? 소년중앙? 뭐였는지 모르겠다;;)에 캔디의 성우에 대한 기사가 실려서 내 귀가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렇다. "권혁수"님이 안소니와 테리우스의 1인 2역을 하신 것이다!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캔디 역에 김진숙 님, 이라이자 역에 송도영 님과 안소니/테리우스 역에 권혁수 님이었다.
그때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성우 리스트 라는 것이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때 좋아했던 성우분들 리스트

송도영 - 주말의 명화에서 거의 여주인공은 이 분이 다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곱고, 공주여성스러운 목소리에 때때로 앙칼진 연기를 하시기도 한다. 은하철도999의 메텔, 천년여왕에서 천년여왕, 캔디의 이라이자(충격;)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음. 맥 라이언 전문 성우.

주희 - 이 분은 '삐삐'로 대표되는 목소리로 기억한다. 장난기 가득한 소녀의 목소리에서부터 지적이며 쿨한 성인 여성의 목소리까지 연기의 폭이 넓으신 분. 말괄량이 삐삐에서 삐삐, 요술공주 밍키에서 밍키,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 외화시리즈 [V] 1기에서 다이애나 역.(2기에선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 아쉽게)

송도순 - 마치 구연 동화를 듣는 듯한 '톰과 제리'의 나레이션으로 기억되는 목소리다. 나는 이 분의 어딘지 푸근한 목소리가 좋았다. 요즘은 홈쇼핑에 자주 출몰하시는 듯하다.

장유진 - 개구쟁이 스머프의 똘똘이 스머프. 송도영씨가 주말의 명화에서 단골 여주인공이었다면, 장유진씨는 토요명화에서 자주 여주인공을 맡았다.(MBC와 KBS를 대표하는 '공주'님들 ^^;) 내 기억 속엔 똘똘이 스머프가 압도적으로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지만, '가요산책' 이라는 라디오 DJ로도 꽤 유명하셨었다.

탁원제 - 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 심술궂은 아저씨 역에도 잘 어울리지만, 믿음직스런 보스역에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계심. 주로 중년 이상의 배역을 자주 맡으시며, 최근에 이누야샤의 자켄 역으로 열연하시고 계시다. (한때 이 분의 따님과 친분이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_^)

그 외에 만화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외화 더빙을 전문으로 하는 성우중에 좋아하는 분들

이선영 - 굉장히 기품있고 나긋한 목소리로 한때 라디오에서 '영화음악' DJ도 하셨다. 글렌 클로즈, 캐서린 햅번 전문 성우

김세원 - 주로 나레이션 전문 성우(?) 차분하고 맑고 경쾌한 목소리에 발음이 야무지고 명쾌하다. 원래 아나운서 출신이시던가;; 알고보면 CF에서 자주 들리는 목소리. 월북 작곡가 김순남씨의 딸.

박일 - 보통 '목소리가 좋으면 얼굴이 못생겼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속설에서 멋지게 빗나간 미남이시다. ^^; 권혁수님이 아니라면, 테리우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닐까. 에어울프의 호크 외 다수. 출연작이 꽤 많은데, 잘 생각이 안난다. OTL

양지운 - 스타워즈의 한 솔로, 인디애나 존스의 인디애나를 비롯 해리슨 포드 전문 성우로 각인된 목소리. ^^;

배한성 - 맥가이버의 맥가이버, 외계인 알프의 알프외 다수, 진짜 천의 목소리는 이 분을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요즘은 동물 나오는 프로에 나레이션도 많이 하신다.

유강진 - 동물의 왕국 나레이션 목소리로 처음 인식했기 때문에, 언젠가 다른 성우분의 나레이션을 듣고 굉장히 어색했던 적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렛 버틀러 역은 유강진 님 말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외 주로 숀 코네리 전문 성우님.

이정구 - 전격 Z작전의 마이클외 다수, 실베스타 스텔론, 브루스 윌리스 전문 성우. 반지의 제왕 더빙에서 아르곤 역을 싱크도 120%로 연기하심.

TV와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성우에 대한 관심도 옅어져서,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우분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내가 좋아했던 성우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꺼나.
※ 초코미야님 이글루에서 트랙백 - 요즘의 안티 기독교 정서에 대한 잡상

들어가기에 앞서 용어정리.

* 기독교 - 크리스트교의 중국어식 발음에 맞춘 한자어. 즉, 기독교는 예수를 그리스도라 믿는 사람들의 종교를 통칭하는 말이다. 마치 개신교만이 기독교이고,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닌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모두 기독교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기독교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삼위일체-'예수와 하느님과 성령은 하나이며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이다' 라는 교리- 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 내가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냉담자이기는 하나;)이므로 천주교에 대한 한가지 오해를 풀자면, 천주교에서는 마리아를 믿는게 아니라, 공경하는 것이다. 예수의 어머니에 대한 경의와,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라는 신심에 대해서 본받고자 하는 것이다. 기도문에 자주 등장하는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를 보자.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가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주기를 부탁하는 것이다.

각 기독교 교파의 차이점에 대한 참고 기사


언제부터인가 각종 게시판에 반 기독교 정서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후추닷컴이라고 스포츠를 비롯 일상만사를 다루는 실명제 게시판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어떤 분이 지속적으로 선교와 관련한 글(그렇다고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친 것도 아니고, 다이제스트에 실릴 정도의 이야기 - 하느님은 늘 당신 곁에 있고,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류의 인생기만적인 내용)을 올렸다 뭇매를 맞는 걸 보고, 비기독교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어지간하구나..하는 걸 느꼈었다.
(교훈 - 자유게시판이라고 아무 얘기나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했다.)

어째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커지게 되었을까.
예전엔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그 반감이 확산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나는 그 원인이 목적을 상실한 무분별한 교세 확장과 자기반성 없는 방만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게시판에 억지 전도에 대한 불쾌감에 대해 글을 올리면, 곧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절대 공감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한국 기독교 성토의 장으로 변질이 되고, 간혹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비난하지 말아주세요.'같은 미약한 변명조가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저 "일부"라는 말에는 공감할 수가 없다. 100명에 1명이면 일부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10만명 중에 1천명, 100만명 중에 1만명(1%) 정도 된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그런' 사람들의 특성은 조용히 음지에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의 서너 배는 부지런하고,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이쯤되면 일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정말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면 "예수천당 불신지옥" 같은 저주말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깨에 띠 두르고 명동한복판에서 그렇게 외쳐봐야 돌아오는 건 "당신같은 사람들만 가는 천당이면, 나라도 가기 싫다." 같은 반응뿐이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가서 사랑을 '실천'하라고 했다.

신유박해를 받고, 외세를 끌어들여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려 한적도 있고(황사영 백서), 일제 시대에는 신사참배를 종용하고(저항하다 순교한 분들도 일부있기는 하다), 독재자의 선전도구로 교도권을 휘둘러 일반 신자들을 세뇌시키고(독재자에 저항하다 탄압받았던 분들이 일부 있었다), 이제는 시대를 역행하여 '국보법 폐지 반대시위'로 신자들을 내몰고 미국을 찬양하고 현 정권을 타도하는 기도회나 열고..
(천주교라고 이게 남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쪽에도 주사파 발언의 박흥 신부나, '원로'라는 이름이 아까운 김수환 '전'추기경 같은 인사가 포진하고 있으니)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된지 200년이 좀 넘었다. 그동안 종교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선행과 악행, 어느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질지 기독교 내부의 깊은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방 창문을 열면 그 창문 밖으로 빨간 십자가가 다섯개나 보인다. 교회는 자꾸 늘어나는데, 어째서 세상은 하느님 나라와 자꾸 멀어지는지...
1

건강이 저축이고, 재테크다. --;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탓에 감기가 유행인지, 사방에 감기 환자 천지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본인도 감기 환자다. OTL
그러게, 말간 콧물이 떨어질 때, 어깨가 시리다고 느껴졌을 때, 재채기가 좀 나온다 싶을때 감기약이라도 먹어뒀으면 지금 이 고생 안할 것을..
그 동안 비타민 먹었던 게 무지 아깝게 느껴진다.
(비타민C를 감기 예방약 쯤으로 여기는 인간;)


2

가뜩이나 감기로 골골한데, 일은 산더미. 그런데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건강 검진을 받으라고 독촉을 해대서, 검진 받으러 가서 피까지 뽑혔다.
피 뽑을 때마다 혈관을 못 찾아서 고생이라 이번엔 또 무슨 엽기짓(찔러 넣고 혈관 찾아 삼만리하기-차라리 다시 찔러요;; 또는,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의 찌른 자리 또 찌르기)을 당할까 했더니, 팔꿈치 안쪽에서 결국 못 찾아서 손목께에서 피를 뽑혔다. 팔 안쪽보다 배는 더 아프다. 결국 멍들었다. 게다가 오른손목이다. OTL
불행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던가...


3

종일 "부탁해"를 듣고 어제의 건방진 감상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토니야 미안. OTZ(무릎꿇고 반성중)
물론, 아직도 멜로디는 평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토니 보컬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는 다시 한 번 느꼈다고나 할까. (그만큼 반주가 무미했단?!!!)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나는 토니 목소리가 정말정말 좋다. 비음이 살짝 섞인 허스키한 음성. 보통 허스키한 음성이라고 하면, 건조하고 바스락거리고 날카롭기 마련인데, 토니는 정말 독특하게 촉촉하고 말랑하며 부드럽다. 촉감이 느껴지는 음성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그동안의 세월을 총 망라해보면, 새 종류는 오래 못 살았고, 강아지들은 장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작년 5월, 올 4월은 우리집 강아지들 대참사의 달이었다. ㅠ.ㅠ)

의정부에 있는 지금 집에 이사오기전, 서울 살 때는 마당이 없어서 강아지를
기를 수 가 없었다. 그렇다구 애완동물이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 잠시 잠깐 강아지를 키워봤으나, 누군가 잡아갔다.--;;
새장속에 잉꼬도 키웠었고, 문조도 키웠었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 집안에 들여놓지 않은 날, 고양이가 잡아가버렸다.
또 다람쥐도 키웠었는데, 훗.....다람쥐가 귀엽다고 했던가.
먹이를 충분히 주는데도 한 놈이 다른 한 놈을 잡아먹어버렸다.
(다람쥐가 잡식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 이후론 다람쥐에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래봐야 줄무니 '쥐' 잖아.
(햄스터 기르던 동생 친구도 같은 일을 겪고나서 햄스터에 정을 띄었다는 걸로 봐서, 쥐는 역시 한 마리만 길러야 하는가보다.)

그리고 집에서 기르던 것은 아닌데, 상처입은 비둘기(아마 새끼였던 걸로 기억한다.)
를 치료해줬더니, 어디 날아가지도 않고, 꼭 우리집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구구..하고 부르면 날아와서 모이도 받아먹고 그래서, 무슨 강아지 키우는
기분으로 키웠었더랬다.
그런데, 역시 누군가 잡아갔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아서,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는 것이 화근이었는지.
동네 사람들 말로는 예비군 훈련 나온 사람들이 그 비둘기를 잡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의정부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곳은 그래도 마당이 좀 있어서
이런 저런 동물을 키웠다. 내 예기를 들은 친구는 무슨 동물원 같다고....--;;

처음 키운것은 꿩이었다. '금계'라고 하는 아주 화려한 수꿩을 키웠다. 정말 머리털이
황금빛으로 반짝반짝하는 것이 얼마나 이뻤는지 모른다. 털 색깔이 무지 화려했는데,
암컷을 꼬시기 위한 수컷들의 노력도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이 녀석은 어쩌다 우리 문을 안 잠갔더니 날아가 버렸다.
그래봐야, 야생에 나가면 굶어 죽을 것을.....그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 다음엔 칠면조를 키웠다.
(울 집 근처는 거의 농촌에 가깝다. 양계장도, 목장도, 차타고 10분 안에 다 있다.)
칠면조 3마리를 키웠는데, 정말 덩치가 산만하다. 닭은 옆에 놓으면 상대도 안될 정도다.
이 넘들은 덩치도 큰 만큼 싸기도 많이 싸서, 항상 우리 청소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물론 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늘 아빠와 동생의 몫이었으니까.)
이넘들은 다 키워서 잡아먹었다.--;
동네 잔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음.....
칠면조 고기는 생각보다 질겼다.

그 다음에 키운 것은 오골계였다.
아버지가 어디서 쌔까만 병아리 다섯마리를 사오셨다. 아니 생각해보면 새까맣다기보단
잿빛이라고 해야할까. 아냐, 아주아주 까맸다.
다섯 마리중에 한 마리가 죽고, 4마리가 무럭무럭 자랐다.
닭을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닭 분뇨 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역시 청소에
날이 새고, 날이 지고.....
그래도 키운 보람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은 알을 낳았다.
(수탉이 한마리 있었으니 수정란이다.)
그런데, 이넘들이 알을 품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보고 배운게 있어야 따라서 해보고
할텐데, 그래서 그 알들은 다시 양계장에 보냈다. 몇개는 요리해먹고.
그리고 결국엔 잘 키워서 복날에 삼계탕도 해먹고, 닭도리탕도 해먹고.....했다. --;;
그런데 오골계는 뼈까지 검은 색이더라.
백숙이 백숙이 아니더라는....조금은 징그럽기까지 했지만, 오골계는 약이라니까.

그리고 나서 아버지는 새우리를 뜯어버리셨다.
나이가 드니 힘에 부치신다나...(아침저녁 물청소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아! 한번은 상처입은 너구리가 한마리 집으로 들어온적도 있었다.
사냥꾼이 놓은 올가미에 걸렸었는지 발목있는데를 심하게 상해있었다.
우리에 넣어두고 밥도 주고, 치료도 해줬는데, 역시 야생의 동물이라서인지
좀 나았다 싶었을때 우리의 철망을 끊고 도망갔다.
(대단한 이빨이다. 너구리도 맹수라는 걸 깨달았다. --;;)

그리고 나서 우리집에 강아지 한마리가 왔다.
종을 말하라면 잡종이겠지만, 아마도 북방계열의 강아지이지 싶다. 털이 북실북실하고 털길이도 길고, 또 피부 표면에 솜털이 엄청 촘촘하게 나 있는 것이.
하얀 색에 귀만 갈색이고, 몸에는 갈색 얼룩이 있었다. 우린 그넘을 '재롱이'라고 불렀다.
이녀석이 우리 집에서 최고로 오래 산 애완동물이다. (장장 7년을 같이 살았으니.)
재롱이는 어려서부터 무지 똑똑하고, 또 엄청 이쁜 짓을 잘했기에 온집안 식구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가장 사랑스런 포즈는 앞발에 코뭍고 눈동자 치켜뜨기.
강아지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그넘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 또랑또랑한 눈망울에 장난기가 비추는 것도 보이고, 때론 이넘이 지금 기분이 좋구나 우울하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 기분도 또 장난아니게 잘 파악하는 넘이라, 내가 좀 우울해뵌다 싶으면 괜히 옆에 와서 비비적거리고 아양을 떨었다.
우리 동네에는 갤로퍼가 2대가 있었는데, 아빠 들어오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서
먼저 대문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으며, 아빠가 골목에 차를 댈때 꼭 그 뒤에서 알짱대는 바람에, 아빠는 항상 조심을 해야했다. 바퀴에 강아지가 끼일까바.
똑똑하기는 또 얼마나 똑똑했는지, 집안에 사람이 있을땐 옆집 사람이 놀러와도 짖는법이 없었다. 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으면, 자지러지게 짖어대서 대문 근처에 사람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영리하던 녀석이 가장 취약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차를 무서워 할 줄 모른다는 거였다. 그래서 결국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동네 아주머니 말씀으론 동네앞 큰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다고했다.
그리고 뒤따라 온 차가 개를 실어갔다고 했다.
(나중에 이말을 들으신 울 아빠, 그 사람도 어지간히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시체도 묻어주지 못하고, 재롱이는 그렇게 우리곁을 떠났다.

그 후로 아버지는 다시 개에게 정을 주기는 힘들것 같다시며 개 키우기를 꺼려하셨다.
우리 엄마는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재롱이하고는 정이 듬뿍들었었기땜에
엄마도 개를 키우지 말자고 하셨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우리는 강아지를 키웠고, 지금도 키우고 있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개를 좋아해서 그런가...

한 번은 시골에 성묘하고 돌아오는데 도로 한복판에 왠 까만 새끼 강아지가 한마리 놓여있어서, 또 마침 차도 뜸해서 데려온 적도 있다. 이름은 까맣다고 깜순이(;)라고 지었는데, 안타깝게도 장염에 걸려서 죽었다.(사실, 수의사가 자꾸 주사 바늘로 찔러대서 죽음을 재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다음에 키운 것이 참 볼것없는 쪼그만 강아지였다. 털도 웬지 빈약하고, 몸도 작고 빼짝 마른것이 궁상스러워 보인달까.....그치만 이름은 '예삐'였다. --; 암컷이니까.
털도 많이 빠지고, 화장실도 못 가렸다.--;
그런데도 그 녀석이 우리집에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군대 가있던 내 동생이 계속 이 녀석의 안부를 챙겼기 때문이다.
매번 전화할 때도 집안 식구 안부를 묻는 끝에 '예삐도 잘있지?' 하고..
그 덕에 예삐는 엄마의 구박속에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다.

그 뒤에 아는 동생에게서 마르티스 새끼를 한마리 얻었다.
원래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를 키우다가 그 녀석이 죽었단다.
동물병원에서 측은히 여겨(아니면, 그 쪽 의료실수였을까..) 마르티스 새끼를 줬단다.
그런데, 앞에 간 놈이 눈에 밟혀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다고, 강아지를 나한테 맡겼다.
이 녀석 이름이 '토돌이'다. 토돌이는 너무 어려서 젖을 떼는 바람에 병치레가 잦았다.
죽을 고비도 넘겼다. (강아지때는 장염이 제일 무서운 병임.)
암튼, 이 녀석한테는 병원비가 수월찮게 들어갔다.
토돌이가 좀 자라고 나서 내 동생이 지 친구한테 강아지를 한마리 얻어왔는데, 그게 '지니'다.
진도개와 누렁이의 잡종인것 같은데, 덩치는 진도개보다 좀 크고 털색도 누렇다.
그렇게 해서 강아지 암컷 3마리가 같이 살게 됐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예삐가 두 어린 녀석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이 때 예삐는 벌써 7살.. 꼬부랑 할머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예삐는 조용히 세상을 떴다.
그 전에 지니에게 다리를 한번 물렸는데, 그게 원인이었을까...

그리고 세월이 지나 처녀인줄 알았던 우리 토돌이가 임신을 했다. 오!
토돌이는 새끼 2마리를 낳고, 1마리는 사산했다. (이때 또 병원에 2일간 입원했었다.)
수컷 한마리, 암컷 한마리를 낳았는데, 수컷은 동생 친구놈에게 주고, 암컷은 우리가 키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집엔 또 암컷 3마리가 남았다.
새로 태어난 새끼는 어쩌다보니 제대로 이름도 못붙여주고 '2호'라고만 불렀다.;;

2호가 애기티를 벗어날 즈음, 역시 처녀인줄 알았던 '지니'가 임신을 했다. 어허~
지니는 총6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출산했다.
암컷3마리 수컷3마리.
이 녀석들은 태어난지 40일만에 전부 입양돼어 나갔다.

다시 암컷 3마리만 남았다.

그리고 악몽같은 작년 5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토돌이 죽었다.'
교통사고 였다고 한다. 풀어놓은 우리가 잘못이긴 하지만, 토돌이는 평소에는 절대로 도로가에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그날은 도로변에 나와서는 끔찍하게 죽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더 끔찍한 소리는 글쎄 동네 아저씨 둘이서 우리 토돌이를 해먹었댄다.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얼마 안 나오더라구요.' 오 마이 갓.
기가 막혀 말도 안나왔다. 그냥 이러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아무튼 재롱이에 이어서 두번째, 교통사고로 강아지를 잃었다.
이때 토돌이 나이 3살.

토돌이를 보내고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우리 집에 개 한마리도 없다.'
지니와 2호가 쥐약을 뿌려놓은 돼지고기를 먹고 죽었다고 한다.
이때는 정말 섬뜩했다.
누가 우리집 강아지들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일부러 죽였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고,
그 범인은 옆집에 세사는 아저씨라는 심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토돌이를 해먹은 사람중 하나 --++)

어쨌든,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강아지 독살 사건에 아버지가 길길이 화가나셔서
강아지 두 마리를 소독약에 흠뻑 적셔서 뒷산에 묻어주셨다고한다.
(쥐약먹은 개라도 내장만 빼내면 보신탕 거리로 쓸 수 있다고 함.)
지니 1살 반, 2호는 고작 6개월 살다 갔다. ㅠ.ㅠ

아무튼 이렇게 한꺼번에 강아지 3마리를 잃고나니 그렇게 가슴아프고 허탈할수가 없었다.

입양 보낸 토돌이 새끼, 지니 새끼들이 아쉬웠다.

개 키우는 집은 결국 또 개를 키우게 되있나보다.
다시 강아지 3마리를 키우게됐다.
코커스파니엘 수컷 1마리, 풍산개 암수 한쌍.
코커스파니엘 수컷(방방이)은 3개월쯤, 풍산개 암컷(츄츄)은 70일, 수컷(장군이)은 50일 쯤에 우리집에 왔다.

방방이는 코카 특유의 산만함과 장난기로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들더니, 시골 농장으로 보내졌다. (얼마나 뛰댕기면 이름도 방방이;;)
츄츄와 장군이는 우리집에서 1년을 채 못살고 새끼 5마리를 남겨놓고 집을 나갔다. OTL

지금은 연생이 한 마리만 남았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애완동물史다.

부디, 연생이는 제 수명 다할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우리집에는 천수를 누리고 죽은 강아지가 없는건가. 반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