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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02 장군이와 츄츄
  2. 2004.10.01 우리집 연생이
  3. 2004.09.30
  4. 2004.09.24 그 많던 서점은 다 어디갔을까.
연생이의 부모이고, 지금은 실종된(ㅠ.ㅠ)장군이와 츄츄


▲ 새끼 5마리를 낳고 눈빛까지 촉촉해진 츄츄 (2004.03.13)

강아지들이 태어난건 12일 저녁부터. 한마리씩 낳기 시작하더니 새벽까지 출산이 이어졌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어찌나 힘겨운지..
새끼들 건사하는게 얼마나 바지런하고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유전의 신비~로 연생이는 점점 츄츄를 닮아간다. 그런데 신기한 건 성격은 장군이를 닮았다는 것. 예를 들어 특이한 먹을 것을 주면 츄츄는 그게 뭔지 확인도 안하고 덮어놓고 삼킨다.--; 그런데, 장군이는 그게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라면 냄새를 맡아보고, 살짝 맛을 보고 한참을 경계하다가 비로소 집어먹는다. 그런데, 연생이는 장군이 정도의 경계는 아니더라도 살펴보고 음식도 그냥 삼키는게 아니라 씹어먹는다. 그리고 털 결이 츄츄는 좀 뻣뻣하고, 장군이는 보송보송한 느낌이었는데, 연생이는 장군이 같은 털을 가졌다.


▲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표정의 장군이(2004.03)

풍산개 수컷은 특이하게도 2~3년이 지나야 귀가 쫑긋하게 선다고 한다. 저때는 11개월쯤 됐을때 사진이다. 츄츄는 임신한 상태였으니까, 이미 어른;

장군이는 4월에 집을 나갔는데, 원인은 집나간 마누라를 찾아서 OTL
큰집 식구가 놀러와서 부주의하게 대문을 열어놔서 츄츄가 집을 나갔다. 그리고 일주일뒤에 장군이가 담을 뛰어넘었다. 두 마리 다 집밖은 거의 나가본 적이 없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ㅠ.ㅠ
장군이와 츄츄를 마당에서는 풀어키우면서 집밖에는 내보내지 않았던건, 그 전 해에 개 3마리를 한꺼번에 잃었던 일이 있어서 였다. 토돌이는 교통사고, 지니와 2호는 쥐약묻은 돼지고기를 집어먹고 죽어버렸다. 따지자면 관리소홀이었지만, 쥐약 놓는다고 알려주기만이라도 했다면 그런 변은 당하지 않았을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강아지 3마리를 한꺼번에 잃고 들여온 장군이와 츄츄였기에 집밖에는 아예 내놓지를 않았는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그 뒤로 연생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산책을 데리고 다녔다. 어디가도 집은 찾아서 오라고.

▲ 저 노란 이남박 뒤에서 정면을 쳐다보는 녀석이 연생이(ⓒJH, 2004.03)

이름은 연생이, 품종은 풍산개. 생일은 2004년 3월12일
연생이가 태어났을때, 한창 '대장금'이 유행이라 다른 형제들 애칭이 장금이,창이,신비,종사관(;; 유일한 수컷)이었다.
얼굴 일부와 다리만 보이는 저 녀석은 연생이의 엄마 츄츄. 장군이와 츄츄 사이에서 강아지 5마리가 태어났는데, 연생이는 네째. 다른 4마리는 모두 입양을 보냈다. 이 녀석은 처음부터 그 미모가 심상치 않아; 남겨두었는데, 만약, 입양보냈으면 엄청 섭섭했을 듯.



▲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즈의 연생이(ⓒJH, 2004.04)

다른 형제들 모두 입양보내고 홀로 남은 연생이. 저렇게 말끄러미 쳐다보는 눈동자가 어찌나 순정가련한지.
풍산개의 특징인지, 쌍커플도 아주 예쁘게 졌다.
또하나 특징은 코끝이 분홍색이라는 것.
동생 친구녀석이 볼때마다 "어디다 대고 갈았어?" 라고 놀린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잘 보면 두발로 서있다.--;;



▲ 슬슬 말썽피우기 시작할 무렵의 연생이(ⓒJH, 2004.05)

츄츄나 장군이, 그 전에 지니, 토돌이, 2호가 그런 것처럼, 연생이도 자라면서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빠가 질색을 하시는 땅파기 라던가, 화단 망쳐놓기. 꽃망울 똑똑 따기등등 --;;
어째서 강아지들은 그렇게 꽃망울을 똑똑 따는 걸 좋아하는지. 막 꽃피기를 기다리고 있던 동백을 망쳐놨다.
아빠한테 혼나고 저 표정을 좀 보라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는듯.



▲ 데헷~ 하고 웃는 연생이(ⓒJH, 2004.05)

정말로 저렇게 웃으면 '데헷~'이라고 옆에 써주고 싶어진다.
이때부터 슬슬 독특한 짓을 하기 시작하는데, 밥시간이 되면 빈 밥그릇을 차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누가 보면 밥 굶기는 줄 알것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밥때가 되서도 밥을 안주면 아주 생 난리를 쳤다. 스댕 밥그릇은 소리도 요란해서;;



▲ 의젓해진 연생이(ⓒJH, 2004.08)

철이 들고나자 연생이는 매우 의젓해졌다. 철이 든 걸 어찌 아냐면, 귀가 선 걸 보고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는 밥그릇을 차지 않게 되었고, 화단을 망치지도 않고, 산책 나가서 마구잡이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지도 않게 되었다.
풍산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개다. 사람을 싫어하는 개도 있느냐고 하지만, 풍산개는 사냥개로는 적합해도 집지키는 개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낯선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호감을 표시하느라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 그래서 산책에 데리고 나갈땐 목줄을 바짝 당겨서 다녀야했다.

이제 10월이 되면 7개월로 접어드는 연생이.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집에서 잘 살아주길.
지난 봄, 여름에 핀 꽃들.


▲ 문주란 (ⓒJHJ, 2004.봄)
꽃도 이쁘지만, 향기도 무척 그윽하다. 십리밖에까지 퍼지는 향기라고 하더니, 정말 그 향이 오래가고 멀리간다.
언제쯤 찍은 건지 기억이 가물하기는한데, 아마도 봄에 피지 않았을꺼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절)



▲ 공작선인장 (ⓒJHJ, 2004.늦봄)
뒤쪽에 줄기를 보면 알겠지만, 평소에는 별로 볼품이 없다.
그런데도 공작선인장이라길래 참 미스매치로다..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꽃이 피니까 이보다 더 화려할 수가 없다.
납득했다. 그래 너 "공작"선인장이다.
선인장은 원래 꽃이 화려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만큼 화려하고, 꽃이 큰 선인장은 처음 본 듯 하다.
역시 언제 찍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문주란보다는 뒤에 피었다. --;;



▲ 양귀비 (ⓒJHJ, 2004.초여름)
집에서 몇송이 심었다고 잡아가는 건 아니겠지. -_-;;
양귀비는 아편의 재료라고 해서 전에는 항공사진(꽃 색이 선명해서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나)까지 찍어가면서 단속했다고 한다. 실제로 꽃이 지면 동그랗게 씨방이 만들어지는데, 그 씨방에 상처를 내면 하얀 액체가 나온다. 그 하얀 액체를 달이면 아편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뭐 그런 용도도 기른 것은 아니고, 관상용+배앓이 약으로 쓰려고 몇송이 기른 것이다. 양귀비 씨방을 달여먹으면 배앓이에 직효라고.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전에 6월쯤 폈다가 졌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샀었던 것 같다.
본가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그때 산 책들.
중학생 용돈이 얼마나 됐겠는가 마는 군것질 조금 줄이면, 책 한 권 살 돈이 됐다.
시집 종류는 2천원이면 살 수 있었고, 신국판에 빽빽한 자간, 작은 글씨의 소설, 수필집도 5천원을 넘기지 않았다.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시리즈 열풍에,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이해인 수녀님의 주옥같은 시집들.
그 시대가 얼마나 '시'에 열광했었는지, 도종환 시인의 이야기는 영화까지 제작되지 않았는가.
어쨌든, 시집이 300만부씩 팔리는 게 가능한 시대였다.
(시절이 암울해서 사람들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것을 찾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와 라즈니쉬의 '이 시대의 새벽빛이었던 그는'
미카엘 엔데의 '모모' , 알퐁스 도데의 '꼬마 철학자'
조반니 과레스키의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장자끄 상페의 '꼬마 니콜라'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았던 13과 3/4세라는 녀석의 '비밀일기'
유행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꽃들에게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책이 팔리던 시대였다.
아직 저작권이라는 개념도 없이 해적판이 판치고, 그게 해적판인지 자각하지 못하던 시절이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라는 책을 중학교 3학년때 읽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었는데, 나중에 '앵무새죽이기'와 같은 내용이어서 당황했었다. --;)

어쨌든, 그 때는 그냥 길 가다가 생각나면 서점에 들르고, 둘러보고 책이 마음에 들면 한 권 사들고 와서 밤새 읽고...그런 것이 가능했다.
또 서점마다 자기네 서점만의 포장 종이가 있어서 책을 사면 책꺼풀을 입혀서 줬었다. 그래서 포장 종이가 마음에 든 몇 군데 서점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요즘엔 이렇게 해주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OTL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 였을까.
대여점이 생긴 다음부터? 아니면 인터넷이 활성화 된 다음?

하나 둘 사라져간 동네 서점 대신에 지금은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고 있지만, 가끔은 그런 오프라인의 정서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