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206건

  1. 2004.09.20 추억의 가사 실습 과제물
  2. 2004.09.18 질러버렸음.
  3. 2004.09.16 A형을 위한 시
  4. 2004.09.14 첫사랑 - 주윤발
어제 엄마 바지단이 튿어졌다고 꿰매놓으라고 하시길래, 주섬주섬 반짓고리를 찾아서 수선(;)했다. 결과물을 보시고 어찌나 흡족해 하시는지.

"아유~ 우리 딸이 딴 건 잘 못해도, 바느질 하나는 기똥차게 해요~" 라신다.

그렇다.
나도 잘하는 게 있기는 있는 것이다. _-_;;

가사, 집안일, 이쪽으로는 영 잼병이지만, 유일하게 내가 잘 하는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바느질, 자수, 뜨개질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한마디씩 한다. 虛!
하지만,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그 증거물!


▲1/4 사이즈로 만든 한복 저고리 앞면


▲1/4 사이즈로 만든 한복 저고리 뒷면

비록 1/4사이즈라고는 하나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의 본격적인 저고리이다. 자부해도 좋을 만큼 가사선생님께 칭찬받았다. 하여간 박음질 한 땀의 길이가 1mm를 넘기지 않았었으니까. (내 동무는 편집증이냐고까지 했다. -_-;;)


▲안감까지 아주 제대로 만들어 넣었다.


▲한복 저고리의 백미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인 깃과 섶, 동정.
저 둥글리기, 코세우기, 구겨지지 않게 동정달기에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른다.

10년도 더 된 이 저고리가 아직도 옷장안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 딸래미의 유일한(;) 여성스러움의 잔재라고 깊이 보관해두신 엄마의 마음~♡ 덕택.
오랜만에 꺼내놓고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을 떨다가 '이것 봐. 이걸 내가 다 손으로만 바느질해서 만들었다니까~'라고 자랑했더니, 그럼 1/4사이즈 말고, 입을 수 있게 만들어보라시던 아버지. 이런 건 자전거 타기랑 틀려서, 다시 해보라면 못한다니까요. OTL

아무튼 바늘질은 좋아한다.
자수를 놓는 것도 좋아하고, 뜨개질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이쪽은 바느질 만큼 결과물이 좋지는 못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다. --;;

가끔 인형 옷을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재봉틀을 쓸 줄 모르는게 치명적이다. --;;

▲ 최근에 출시 되었다는 금칠금세라믹옥매트. [사진출처 > 우리홈쇼핑]

정작 사려고 마음먹은 물건은 몇날 며칠을 이리저리 재고 벼르고 하면서, 생각지도 않게 순식간에 지른 물건은 바로 이것. 물론, 날이 추워지기 전에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그래도 원래 사려고 마음먹은 건 다른 것이었는데...OTL
전자사전보다 옥매트를 선택했다는 것은 역시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하지만, 부모님 쓰시는 은사 옥매트는 한 번 누워보니 극락이더라.
전기장판과는 다른 은근한 온기가 몸의 긴장을 한 순간에 풀어주는데, 그 느낌은 흡사 좋아하는 물건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지갑과도 같다고할까. -┌

포근한 잠자리야말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데 필수 조건!
(그래서 내 방에서 두번째로 비싼 물건은 침대;)
가뜩이나 추위를 심하게 타는데, 올 겨울에는 따끈한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 카오스님 이글루에서 트랙백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 쪽 구석으로 생각하면서 이런 분석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라는 사람을 확인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A형을 위한 시

1,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착하고 다정다감하다.
-- 일단 반한게 죄라고, 한번 반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진다. 약간의 실수는 그냥 어여쁘게 보아 넘기고, 조금만 잘해도, 엄청 대견해보인다.(하지만, 결코 착하거나, 다정다감은 아닌데;;)

2, 언제나 수줍은 듯한 미소와 약간의 부끄러움으로 사람을 만난다.
-- 대개는 말 붙이기 힘든 분위기라고 하던데;;

3, 배신을 당할 망정 남을 해꼬지 못하고, 아무리 싫어해도 싫으면 차리리 그 사람이랑 안부딪힌다.
-- 개인차가 있다고 해두자. 하지만, 싫은 소리를 해줄 만큼 친하지 않다면, 뭐하러 에너지를 쏟느냐는 쪽이기는 하다. 좋아하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미워하는 데는 더 큰 마이너스적인 에너지가 들기때문에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간다.

4, 사랑과 인생과 공부는 언제나 정규 속도를 지키자.
-- going my pace~

5, 불같은 사랑도 벼락치기 공부도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속도는 지키라고 있는거다.
-- 대개는 속도를 지키지만, 벼락치기를 할 정도라면 아예 손을 놓아버리기 때문에, 벼락치기를 시도하지 않는다는게 맞는 말이지 않을까.

6, 망설임과 주저함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가 혹은 그녀가 날 정말로 사랑하는지가 확실하지 않아서이다.
-- 개인차, 감정의 무게를 저울질 하지는 않는다. 내 마음 가는 대로~

7, A형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영원히 변치 않는다.
달아오르기도 힘들지만 식기는 더 힘들다니까.


8, A형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사랑하는지 알고싶다고?
그럼 당신이 그의 생활 속에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생각해보렴.
-- 타의에 의해 내 생활이 흔들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라, 진입장벽이 높을 뿐.

9, 우리가 잘해준다고 항상 웃는 얼굴이라고 우릴 물로보지마라.
함부로 우릴 대하다간 언젠가 비수 맞는다.
-- 그렇다고 비수씩이나;;

10, 우리가 잘해주다가도 어느 순간 조금 냉담한 걸 느꼈다고?
그럼 이제 당신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동안 당신은 사소한 많은 실수를 한거야.

11, 척하지 마라. 우리네 부류는 진짜와 척하는 인간은 단숨에 구별해 낸다.
특히나 잘난 척하는 인간들을 우리는 몹시 싫어한다.
-- 아마도 그건 A형이 고상한 척, 쿨한 척 내숭을 떨기 때문일지도.

12, A형이 애정표현이 부족하다고? 전화를 자주 안한다고? 소심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단지 표현이 부족할 뿐. 한 번 사랑한 사람은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런 면이 싫다면 떠나라.
-- 떠나라~ 고 말할 수 있다면 이미 A형이 아니지--;; 스스로가 떠나거나 뒤돌아 땅만 팔테지.



흔히,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것은 혈액형 분포가 비교적 고른 동양에서 써먹는다고 한다. 서양은 네가지 혈액형 중에 일부 편중되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끄응..
대개 저런 성질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발현에 있어 정도의 차가 있을 뿐이지 않나 한다.
내가 주윤발(周潤發)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삼류극장 (재개봉관)에서 였다. 영웅본색1과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동시상영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들킬까봐 (누구에게?) 조마조마해서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영화를 제대로 봤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운명은 때로 이렇게 찾아오는 법이다. 내가 주윤발에게 결정적으로 반한 장면은 그 유명한 쌍권총 난사씬도, 위조지폐에 불 붙여 담배불 붙이는 장면도, 홍콩판 희나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테이블위에 의족을 올려놓고 술병을 들이붙는 장면도 아닌, 마지막에 빗발치는 총격 속에 죽는 장면이었다.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미화되어멋지게 나온 영화는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첩혈쌍웅(諜血雙雄)' 이다. 완벽하고 냉정한 킬러이면서, 내면은 따뜻한 그런 정말 멋진 남자로 그려졌다. (그런 역할이 주윤발의 단골이기는 하다;) 오우삼 감독의 춤추듯 유려한 총격 장면도 환상이었고, 처절한 사나이들의 의리, 이유없이 비장한 슬로우 모션 같은 것도 참 멋있다...고 느꼈었다. 결국 난 그영화가 삼류극장에 내려왔을때 극장에서만 5번을 봤다. 이틀에 걸쳐서. Ⅲorz (난 이럴때 나한테 편집증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