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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0 비누 사진 6
  2. 2006.09.04 유노하나 비누 만들기 후기 3
  3. 2006.08.28 쌀겨 비누 만들기 후기 10
  4. 2006.05.17 핸드폰 교체 + 잡상 6
처음으로 만든 미강 비누 사진과 두 번째로 만든 유노하나 비누 사진입니다.
초보자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 못난이 비누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만든 기념으로 일단 사진을 올립니다. (아니, 그래도 너무 심하게 못생겼;; ㅡㅜ)


7일을 굳히고 틀에서 떼어냈는데도 물러서 삐뚤 빼뚤 잘려서 크기도 일정하지 않은데다 힘이 모자라서 일직선으로 자르지도 못했답니다. --; 오른쪽 사진은 단면으로 도장도 한 번 찍어봤습니다. 그러나 이게 가장 잘 나온 상태라는;; 제가 잘 몰라서 자르고 바로 도장을 찍었는데, 바로 잘랐을 땐 지문이 찍힐 정도로 물러서 도장을 찍어도 제대로 찍히지도 않아서 몇은 희미하게 나오고, 이건 자르고 하루 정도 말린 후 찍은 거랍니다. 이런 게 바로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실수라는 것이겠지요.


이게 지난주에 만든 유노하나 비누입니다. 미강 비누가 미강이 섞이면서 색이 누렇게 된 것과 비교하면 유노하나를 넣은 비누는 형광 노란색의 고운 색의 비누가 되었습니다. 역시 7일을 굳히고 틀에서 떼어내어 자르고 하루를 말리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지난번보다는 모양이 잘 나왔네요. 이 비누가 왜 이리 못난이가 되었는가 하면 이번엔 락앤락 제일 큰 놈에 부었는데, 바보같이 비누 부을 때 밑에 비닐이나 랩이라도 깔았어야 했는데, 그냥 부었더니 떼어낼 때 엄청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떨어져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통을 부수어야 하나 고민했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냥 맨손으로 비누를 잘랐는데, 나중에 물로 씻을 때 거품도 잘 나고 부들부들 한 것이 느낌은 좋더군요.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까요. ^^;;

ps. 왜 수제 자연비누인가...하느냐면, 그건 집에서 만든 비누라면 비누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글리세린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글리세린은 흡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부에 바르면 공기 중의 물을 끌어들이므로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자연 비누로 세안한 후에는 별도의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당기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단, 우리나라의 기후는 여름을 제외하곤 대부분 건조한 날씨라 비누만으론 보습을 만족스럽게 할 수 없겠지요. 저는 그럴 땐 포도씨 오일을 한 방울 손바닥에 떨어뜨려 체온으로 덥힌 다음 얼굴에 골고루 발라줍니다. 포도씨 오일은 향도 거의 없고 가벼운 오일이라 바르고 난 후 산뜻한 느낌을 남겨줍니다.
요즘 화장품 회사들의 광고문구를 보면 마치 피지와 각질이 피부 미용의 적인 양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알고보면 피지는 피부에서 만들어내는 자연적인 영양크림이며, 자외선 차단제입니다. 각질 역시 건강한 각질은 자외선을 반사해내고, 피부의 외부자극을 막아주는 자연 보호막입니다. 둘 다 과다하게 쌓여있을 때는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부분까지도 거둬내버리면 수분부족에 민감한 피부가 되버립니다. 제가 안 좋은 피부로 오래 고생해보고 이것저것 시험해 본 결과 가장 좋은 건, 좋은 비누로 세안하고, 화장품은 최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화장품도 써야할 때는 써야겠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화장품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피부를 망치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누 그까이꺼 한 번 만들어보니 별거 아니구먼~ 이라며 또 비누를 만들었습니다. -_-;;
아버지는 당장에 펄쩍 뛰시면서 지난번에 만든 비누나 다 쓰고나서 만들라고 하시지만, 이미 재미가 붙은 딸내미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주말 아침에 바리바리 재료를 꺼내들고 비누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찬장을 뒤져서 집에 있는 오일을 죄 꺼내봤더니 그 비싼 해바라기씨 유와 포도씨 유가 있기에 그것도 넣어봤습니다. 이번엔 아토피에 좋다는 유노하나(湯の花)를 넣고, 향기도 좋게 하려고 에센셜 오일도 준비해서 럭셔리~한 비누를 만들어 보고자 레시피를 짰습니다.

* 재료
오일류 : 올리브 오일 350g, 미강 유(현미 유) 350g, 코코넛 오일 200g, 팜 유 200g, 포도씨 유 150g, 해바라기씨 유 150g → 오일 총량 1400g
가성소다 : 187g (5% 에누리), 물 : 435g (오일량의 31%)
첨가물 : 유노하나 30g, 라벤더 E.O 5㎖, 티트리 E.O 5㎖


* 오일 블렌딩 방법
일단 무슨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을 뒤적거려서 얻은 결론은 팜유와 코코넛 오일을 전체 오일의 30% 이상은 넣지 말고, 나머지는 보습에 좋은 오일로 채워넣는데, 그 중 베이스 오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일로 하고, 비싼 오일은 10% 내외로 사용하고 포도씨 유는 보존제로 사용할 경우 총 오일량의 0.5% 이상이면 된다. 첨가물은 총량의 1%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도 비누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얼마를 넣든 상관없는 것 같다. 다만, 에센셜 오일은 워낙 비싸니까 총량의 1% 수준으로 넣어준다.


* 특이사항
유노하나를 언제 어떻게 첨가하는 게 좋은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대부분 첨가물은 트레이스 이후에 넣으라고 해서 그렇게 해봤는데, 제대로 녹지 않고 서걱거리는 것이 다음엔 물 435g이면 이중 135g은 따로 준비해서 유노하나를 미리 녹인 다음 부어볼까 생각 중이다. 단, 이번에 만든 비누도 약 2kg 가까이 나올 예정이므로 다음에 언제 비누를 만들게 될지 알 수 없다.

만드는 방법은 지난번과 같고, 다른 점은 트레이스가 난 시점에서 유노하나를 넣고 더 저어주고 마지막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해서 더 섞어주고 틀에 부었습니다.
유노하나는 온천가루…라고 할까요, 온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가루로 물에 풀어쓰면 온천수를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아토피 피부에 특히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비누 색도 노랗게 예쁘게 만들어주네요. 이번엔 향도 좋고 여드름이나 문제성 피부에 좋다는 라벤더와 티트리를 넣어봤습니다. 빨리 써보고 싶은 비누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만든 미강 비누를 만든 지 7일 만에 우유곽에서 떼어내고 컷팅을 했습니다. 확실히 더운 여름에 만들어서 그런지 7일이 지나도 비누는 여전히 물렀습니다. 게다가 따로 보온을 해주지도 않았는데, 젤 화가 일어나서 굉장히 부드러운 비누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1250g의 오일을 사용해서 약 1.9kg의 비누가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흘린 것도 좀 있어서;) 18개 정도. 컷팅 자체는 비누가 물러서 쉬웠는데, 틀에서 떼어내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표면이 물렁물렁해서; 아무튼 지금부터 건조하면 한 달 뒤엔 좀 단단한 비누가 되어있겠지요. (그래서 이번에 만든 유노하나 비누는 집에서 못 쓰는 락앤락 제일 큰놈에 부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충분히 굳히고 나서 떼어내려구요.) 참, 다행히 그 빨랫비누 냄새는 좀 가셨더군요. 나름대로 다행이지만, 그렇다는 건 이번에 에센셜 오일 향도 그렇게 날아간다는 건데…. ㅡㅜ 뭐, 사용할 수 있는 건 한 달 뒤의 이야기니까요, 그때 가서 또 사용기를 써보겠습니다. 일단, 비누를 자를 때 아직은 pH 도가 알칼리에 가까워서 비닐 장갑을 끼고 자르고 물에 씻어봤는데, 거품은 잘 나더군요.

ps. 유노하나 비누는 시중에서 100g짜리 하나가 15,000원에서 20,000원 정도 합니다. 집에서 만들면 인건비, 가공비 포함해도 5,000원이 안들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렇다고 그런 비누숍에서 얼토당토않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쪽도 나름대로 재료비가 많이 들고, 한 달 넘게 숙성기간도 거쳐야 하고, 재고부담도 안고 있을 테니까요. 하긴 원가 생각하면 사서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

* 비누 자른 후 사진



* 유노하나 비누 사용 후기 (2006.11.30)

어제부로 80g짜리 한 개를 다 썼기에 후기를 남깁니다. 일단 거품은 잘 나서 내가 제대로 비누를 만들었구나 안심했습니다. ^^; 거품은 풍부한 편이지만,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꺼지는 거품은 아니지만, 생크림 같은 거품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코코넛유와 팜유의 조합으로는 이 정도의 거품이 나오는 구나...하고 알게됐으니, 좀 더 단단한 거품을 위해 다음엔 피마자유를 넣어볼까 싶습니다.
저는 이 비누로 세수도 하고,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이건 제 자식 자랑이 아니라, 전에 썼던 패츌리 로즈 비누보다 이게 더 좋아요. ^^;; 피부에도 더 순한 거 같고, 제일 좋은 건 머리 감을 때 느낀 건데, 이 비누가 훠얼씬 머리결에 좋은 거 같아요. 느낌만이 아니라, 머리 감고나서 개운함, 감을 때의 느낌, 헹굴 때의 살랑살랑함. 이건 식초로 헹구기 전에도 뻣뻣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 모든 면에서 훨씬 느낌이 좋더군요. 비누를 만들어 쓰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주말에 집에서 비누를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걸 보니 니가 심심한 모양이구나.'라며 구박을 하셨으나, 딸내미의 SOS에 옆에서 부지런히 도와주셨습니다. 간간이 '이게 정말 비누가 되긴 하는 거냐?'고 초를 치셨지만.--;;

비누가 되는 원리는 매우 간단한 것으로 오일이 염기(가성소다나 양잿물)를 만나면 비누와 글리세린이 된다는 겁니다. 즉, 오일에 적정한 양의 가성소다를 넣기만 하면 어떤 오일도 비누가 됩니다. 비누화 값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찾을 수 있고 요즘은 아예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참고 - 매운콩의 가성소다 계산기
집에서 만드는 CP비누는 비누화 과정의 부산물인 글리세린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보습에 좋은 비누가 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비누는 글리세린을 따로 빼서 화장품 재료로 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정력은 좋아도 피부는 건조하게 하는 거지요.
아무튼, 대학 때 화학실험을 끝으로 해보지 않은 화학 반응에 두근두근하며 만들어본 레이식 쌀겨(미강) 비누 만들기 후기입니다.

* 재료
오일류 : 올리브 오일 1L(약 900g), 팜유 175g, 코코넛 오일 175g -> 오일 총량 1250g
가성소다 : 169g (5% 에누리), 물 : 446g (가성소다/38%)
첨가물 : 미강, 넣고 싶은 만큼; (전체 중량의 5%를 넘기지 말라고도 하는데, 비누가 되기만 하면 됨)

* 도구
주방 저울, 오일을 섞을 그릇, 가성소다를 물에 풀 그릇, 주걱, 핸드블렌더, 온도계, 비닐장갑
(용기는 가성소다와 반응하는 알루미늄이나 철 소재가 아니면 됨. 유리,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등등)

* 만드는 순서
1. 저울로 계량한 가성소다를 준비한 물에 넣고 녹인다.
2. 계량한 오일을 준비한 그릇에 넣고 섞는다.
3. 가성소다 녹인 물이 온도가 40℃~45℃ 정도로 떨어지면, 데운 오일과 섞고 저어준다. 저으면서 첨가제를 넣기도 한다. (트레이스 상태가 된 후 넣으라는데, 그렇게 하면 쌀겨는 골고루 섞이지 않을 수 있다.)
4. 저어주다가 죽 같은 상태로 걸쭉하게 되면 트레이스 상태가 된 것이다. 틀에 붓고 하루나 이틀 정도 보온 상태에서 굳히고 웬만큼 굳은 것 같으면 틀에서 떼어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4주~6주 정도 숙성시킨다.

* 재료비
팜유 1L(2,700원), 코코넛 오일 1L(3,200원), 가성소다 3kg(3,000원), 온도계(100℃ 알코올 온도계 1,800원), pH 테스트 페이퍼 (4,000원) - 케이크 솝
전자저울 - 인터파크에서 3만 원. 최소 1g 단위 최대 2kg 측정
미강 - 마트에서 쌀을 즉석 도정해서 파는 곳에서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그냥 주셨음. (옥션에서 찾아보면 몇천 원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미강을 살 수 있음.)
나머지는 집에 있는 것 이용.

만드는 법 자체는 간단합니다만 제가 처음 만들다 보니 뜻하지 않게 낭패를 본 부분도 있고 그러네요.
먼저 가성소다는 강알칼리라서 취급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절대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되고, 물에 가성소다를 넣어야지 가성소다에 물을 부으면 작은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물에 넣었을 때 녹이는 과정에서 온도가 순식간에 80도 가까이 오르고 연기가 나기도 하는데, 이 연기는 마시면 안 좋습니다. (뭐, 사실 맨살에 닿는다고 바로 피부가 녹아들거나 연기 좀 마신다고 기절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가성소다가 피부의 수분을 흡수해가서 따끔거리고, 가렵고 부어오르거나 단백질을 녹이기 때문에 좀 미끄덩거리거나, 연기를 맡으면 목구멍과 코에 자극이 되고, 가래가 끓고 하는 정도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가성소다가 맨살에 닿으면 바로 물에 씻으면 됩니다.) 아무튼, 가성소다를 물에 넣고 투명하게 녹을 때까지 잘 저어서 식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 식습니다. 해서 중탕하듯 찬물에 그릇을 넣고 식히는 게 빠릅니다.
비누 만들기 사이트에서 보면 물은 증류수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수돗물로 한다고 해서 안될 것은 없습니다. 가성소다가 녹기만 하면 되니까요. 좋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 녹차 우린 물이나, 한약재 달인 물을 쓰기도 하고, 우유를 섞기도 하는데 불순물 좀 들었다고 수돗물이 안 될 이유가 없겠지요. 저는 집에서 먹는 생수를 썼습니다만.

가성소다 녹인 물을 식히는 동안 오일을 준비합니다. 오일류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중에 올리브 오일이 제일 만만해서 시도했습니다. 마침 집에 선물로 받은 게 한 병 남아있어서 (무려 엑스트라 버진) 그걸 썼습니다. 올리브 오일은 보습에 좋은데, 잘 물러지고 거품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코코넛 오일과 팜유를 넣었습니다. 코코넛 오일은 세정력이 좋고, 거품을 잘 나게 하고, 팜유는 비누를 단단하게 하고, 거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고 합니다. 단, 세정력이 좋아서 전체 중량의 30% 이상은 넣지 말라고 하더군요. 보통 건성용 비누에 13~5%, 지성용 비누에 20% 정도 넣는다고 합니다. 저는 대충 14% 정도로 계산했습니다. 이거저거 다 귀찮거나 다른 오일을 살 생각이 없으면 올리브 오일 100% 비누를 만들어도 됩니다. 그리고 에센셜 오일을 넣어주기도 하는데, 초보자인 제가 도전하기엔 그 효능도 잘 모르겠고, 비싸기도 하고 해서 관뒀습니다. 그러나 비누가 완성된 단계에서 약간 후회가…….; 그건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팜유나 코코넛 오일은 상온(20℃)에서 고체 상태인 경우가 있으니 약한 불로 오일을 데워줍니다. (그릇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가스레인지에 약한 불로 데우거나) 저는 오일 온도까지 재지는 않지만, 가성소다 녹인 물과 비슷한 온도로 맞추라고들 합니다. 저처럼 대충해도 비누가 만들어지기는 하니까 굳이 온도계를 2개 쓸 필요는 없을 듯;

가성소다 녹인 물과 오일을 섞어서 저어줄 때 저는 처음엔 주걱으로 대강대강 저었는데, 정말 열 나절 저어야 트레이스 상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불쌍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더니

아버지 : 그거 얼마나 저어야 하는데?
: 1시간은 저어야 한데.
아버지 : 정말로 한 시간 저을 거냐?
: …. 도*비 방망이로 하면 10분이면 끝나는데….
아버지 : 그럼, 도*비 방망이로 돌리고 10분 안에 끝내자.

라고 하시며 바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ㅡㅜ 흑, 그거 매일 아침 아버지 콩 물 갈 때 쓰시는 건데, 선뜻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주걱으로 섞다가 핸드블렌더로 섞다가 번갈아가며 젓는데, 정말 핸드블렌더의 힘은 대단하더이다. 제가 저을 땐 어떤 기미도 안 보이더니 순식간에 점도가 생기더군요. 거품도 좀 나고 3분 이상 돌리면 모터가 과열돼서 주걱으로 사이사이 좀 저어주고 했더니 정말 10분 만에 걸쭉한 트레이스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어떻게 판단하냐면 주걱으로 떠서 떨어뜨리면 표면에 자국이 남는 걸로 트레이스 상태가 됐다고 보는 겁니다만, 죽이나 풀 같은 상태라고 판단되면 이미 비누화 된 겁니다.
이렇게 된 상태에서 미리 준비한 1000ml 우유 곽에 부어주는데, 아뿔싸! 둥그런 이남박을 그냥 부었더니 흘리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그냥 상자 같은 넓은 데 부었으면 되었을 걸 입구가 좁은 우유 곽 같은데 부으려니 그게 잘 될 리가 없지요. 다음에 또 만들 일이 있다면 이 부분에서 개선을.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우유 곽 두 개에 부어놓고 굳히기에 들어갔는데, 그때도 뜨끈뜨끈 비누화 반응은 계속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에션셜 오일이나 프레그런스 오일을 넣었더라면 이라고 후회한 건 바로 이때였는데, 향기가 참;;; 싸구려 빨랫비누 냄새가 나더군요. 향이야 어차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다 날아간다고 들어서 아예 시도하지 않았는데, 지금 심정은 정말 그 향이 다 날아간다면 좋겠다…입니다. 아버지는 향을 맡아보시고는 그거 너 혼자 다 써라~ 고 하시고… ㅡㅜ 정말 4~6주 후에도 이런 향이라면 쓰는 게 망설여질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비누를 숙성시키는 건 pH 도를 적정선으로 낮추기 위함인데, 비누화 과정은 틀에 부은 뒤에도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숙성과정이 길수록 부드러운 비누가 된다고 합니다. 단, 비누가 산패할 수 있기 때문에 보관에 신경을 써야겠지만요. (* 비누의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항산화제를 넣어주기도 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게 포도씨유, 비타민 E, 자몽씨유 등입니다. 최소 전체 중량의 0.5% 이상.)

처음 만들어보는 비누라 사진 같은 걸 찍을 여유도 없이 만들었는데,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 정리하는데 30분 정도 걸렸네요. 일단 비누 색은 옅은 노랑색(빨랫비누 색 OTL)이고 향도 싸구려 빨랫비누 냄새지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베이스 오일로 사용한 만큼 고급비누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숙성 기간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다음엔 사용해보고 사용기를 올리도록 하지요.

* 비누 자른 후 사진.

[사진출처 > 인터파크]
아아~ 나의 낡은 폰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
문자 좀 못 보면 어때, 발신자 표시 좀 안 보여도 통화만 잘되면 괜찮다 했는데, 핸드폰을 시계 대용으로 사용하는 인간이 시간을 볼 수 없다는 건 꽤 불편하더군요. 겉이나 안이나 다 액정이 시커멓게 변해서 뭘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도 기특한 건 아침 알람 시간은 정확히 맞춰주더군요. 그렇게 한 일주일 버텼는데, 역시 안 되겠어서 결국 옆에 보이는 이놈으로 바꿨습니다. 모델명 SPH-V9100. 기기변경으로 보조금 꼴랑 7만 원 받아서 살 수 있는, 시중에 나온 그.나.마. 최신폰 중에 가장 싼 녀석이 이거더라고요.
그저 그거 하나만 보고 샀습니다. ㅜㅡ (내가 원하는 얇은 바타입에 문자, 통화만 되는 핸드폰을 과연 애니콜에서 출시해줄까요? 애니콜밖에 쓸 수없는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기능은 쓸데없는 MP3P기능, 메모리 100MB, 카메라 130만 화소(그러나 회사에서 못 쓰게 렌즈에 스티커 붙여놔서 무용지물. OTL 회사에서도 정보보안 때문에 이러는 건 알겠지만, 이건 엄연히 재산권 침해에요. ㅡㅜ 회사에서 사준 것도 아닌데.) 그나마 스티커 붙이기 전에 우리 연생이 사진이라도 하나 찍은 게 위안입니다. 훌쩍 ㅜㅜ

지난 일요일에 목천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의 오랜 친구분이자 저에게 이모와도 같은 분을 만나러 온 식구가 출동. 명목은 15일 아버지 생신이라 생일턱 겸 식당 하시는 아주머니 집에 놀러 가자, 가는 김에 근처에 있다는 독립기념관도 둘러보자…는 얘기가 됐는데, 오랜만에 만나 이야깃거리도 많고 돌아가는 길 막힐 것도 걱정돼서 독립기념관은 못 가봤습니다.
그런데 혹시 "가브리살"이라는 걸 아십니까? 저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습니다. 메뉴에도 없는 고기를 내오시면서 많이 먹어라… 한 6인분을 가져다 주시는데,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게 돼지 한 마리에서 200g 정도 밖에 안 나오는 일명 '황제살'이라는 거였어요. 고기가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입안에서 녹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그렇게 맛있게 대접받고 올라오는 길에 저를 수원에 떨궈주고 가신다며 갑자기 원룸에 들이닥칠 땐 어찌나 민망하든지. ㅜ.ㅜ 평소에 정리, 청결과는 담 쌓고 사는지라 방이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그런데 어머니께옵서 아무 말씀 안 하시고 팔 걷어붙이시더니 청소를 시작하십니다. 어헝~ ㅠ.ㅠ. 욕실 청소까지 싹 해주시고는 더럽다 한 마디 없이, 너도 회사, 집 왔다갔다 만 하는 걸, 앞으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와서 엄마가 청소해줄게 하시는데 정말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나 적어;;;) 산처럼 쌓인 책, CD, DVD만 어떻게 정리가 돼도 지금보다는 훨씬 깨끗해질 것 같은데 말이지요. (비겁한 변명입니다만;;)


[사진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이팝나무 꽃입니다. 요즘 한창 만개했더군요. 이름을 몰랐는데, 목천 다녀오는 길에 아버지가 알려주시더군요. "꼭 밥알 얹어놓은 거 같지. 옛날에 보릿고개 지나면서 저 꽃이 전부 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랬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서 예쁘다 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흰 쌀밥이라는 뜻의 이밥에서 이팝으로 이름붙여진 이유를 알겠더군요.

싱그럽기 그지없는 5월입니다. 사람이 나이들면 옛 생각만 난다고 하던가요. 한창 축제의 계절이라 저 대학 다닐 때 생각이 납니다. 대학 축제 때 어느 학교에선 가수 누굴 불렀다더라…하는 이야기로 화제였는데, 저 1학년 땐 노래패 '꽃다지'가 왔었습니다. 참 징하게 짠한 노래를 불러주고 갔습니다.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노래들. 마지막에 서비스로 당시 최고 인기 가요였던 '걸어서 하늘까지'를 손에 적은 가사를 보면서 불러주고 갔더랬지요. 그리고 2학년 때는 故 김광석 씨가 왔습니다. 아, 그때의 기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할 일도 없으면서 밤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노천극장에 울려 퍼지던 김광석 씨의 주옥같은 노래들. 딱 30분 만 하겠다던 공연이 지칠 줄 모르는 앵콜 합창에 1시간짜리 공연이 되었습니다. 그날 다 같이 목이 터져라 불렀던 '일어나'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3학년 땐 학생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룰라'를 초대했습니다. 제목은 몰라도 '나 이제 알아~'하면서 엉덩이 두드리는 춤으로 온 남학생들을 환호하게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축제에 시들해진 나이;라서.) 그러고 보면 딱 저 대학 다닐 때가 학생 운동이 슬슬 기울어가는 시기였나 봅니다. 꽃다지 → 김광석 → 룰라로 이어지는 초대가수의 변천사가 말입니다. 요즘 대학가에선 어떤 가수가 가장 인기일까나요.

ps. 창밖은 눈부신데, 저는 여전히 눈물겹습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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