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그까이꺼 한 번 만들어보니 별거 아니구먼~ 이라며 또 비누를 만들었습니다. -_-;;
아버지는 당장에 펄쩍 뛰시면서 지난번에 만든 비누나 다 쓰고나서 만들라고 하시지만, 이미 재미가 붙은 딸내미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주말 아침에 바리바리 재료를 꺼내들고 비누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찬장을 뒤져서 집에 있는 오일을 죄 꺼내봤더니 그 비싼 해바라기씨 유와 포도씨 유가 있기에 그것도 넣어봤습니다. 이번엔 아토피에 좋다는 유노하나(湯の花)를 넣고, 향기도 좋게 하려고 에센셜 오일도 준비해서 럭셔리~한 비누를 만들어 보고자 레시피를 짰습니다.

* 재료
오일류 : 올리브 오일 350g, 미강 유(현미 유) 350g, 코코넛 오일 200g, 팜 유 200g, 포도씨 유 150g, 해바라기씨 유 150g → 오일 총량 1400g
가성소다 : 187g (5% 에누리), 물 : 435g (오일량의 31%)
첨가물 : 유노하나 30g, 라벤더 E.O 5㎖, 티트리 E.O 5㎖


* 오일 블렌딩 방법
일단 무슨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을 뒤적거려서 얻은 결론은 팜유와 코코넛 오일을 전체 오일의 30% 이상은 넣지 말고, 나머지는 보습에 좋은 오일로 채워넣는데, 그 중 베이스 오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일로 하고, 비싼 오일은 10% 내외로 사용하고 포도씨 유는 보존제로 사용할 경우 총 오일량의 0.5% 이상이면 된다. 첨가물은 총량의 1%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도 비누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얼마를 넣든 상관없는 것 같다. 다만, 에센셜 오일은 워낙 비싸니까 총량의 1% 수준으로 넣어준다.


* 특이사항
유노하나를 언제 어떻게 첨가하는 게 좋은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대부분 첨가물은 트레이스 이후에 넣으라고 해서 그렇게 해봤는데, 제대로 녹지 않고 서걱거리는 것이 다음엔 물 435g이면 이중 135g은 따로 준비해서 유노하나를 미리 녹인 다음 부어볼까 생각 중이다. 단, 이번에 만든 비누도 약 2kg 가까이 나올 예정이므로 다음에 언제 비누를 만들게 될지 알 수 없다.

만드는 방법은 지난번과 같고, 다른 점은 트레이스가 난 시점에서 유노하나를 넣고 더 저어주고 마지막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해서 더 섞어주고 틀에 부었습니다.
유노하나는 온천가루…라고 할까요, 온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가루로 물에 풀어쓰면 온천수를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아토피 피부에 특히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비누 색도 노랗게 예쁘게 만들어주네요. 이번엔 향도 좋고 여드름이나 문제성 피부에 좋다는 라벤더와 티트리를 넣어봤습니다. 빨리 써보고 싶은 비누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만든 미강 비누를 만든 지 7일 만에 우유곽에서 떼어내고 컷팅을 했습니다. 확실히 더운 여름에 만들어서 그런지 7일이 지나도 비누는 여전히 물렀습니다. 게다가 따로 보온을 해주지도 않았는데, 젤 화가 일어나서 굉장히 부드러운 비누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1250g의 오일을 사용해서 약 1.9kg의 비누가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흘린 것도 좀 있어서;) 18개 정도. 컷팅 자체는 비누가 물러서 쉬웠는데, 틀에서 떼어내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표면이 물렁물렁해서; 아무튼 지금부터 건조하면 한 달 뒤엔 좀 단단한 비누가 되어있겠지요. (그래서 이번에 만든 유노하나 비누는 집에서 못 쓰는 락앤락 제일 큰놈에 부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충분히 굳히고 나서 떼어내려구요.) 참, 다행히 그 빨랫비누 냄새는 좀 가셨더군요. 나름대로 다행이지만, 그렇다는 건 이번에 에센셜 오일 향도 그렇게 날아간다는 건데…. ㅡㅜ 뭐, 사용할 수 있는 건 한 달 뒤의 이야기니까요, 그때 가서 또 사용기를 써보겠습니다. 일단, 비누를 자를 때 아직은 pH 도가 알칼리에 가까워서 비닐 장갑을 끼고 자르고 물에 씻어봤는데, 거품은 잘 나더군요.

ps. 유노하나 비누는 시중에서 100g짜리 하나가 15,000원에서 20,000원 정도 합니다. 집에서 만들면 인건비, 가공비 포함해도 5,000원이 안들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렇다고 그런 비누숍에서 얼토당토않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쪽도 나름대로 재료비가 많이 들고, 한 달 넘게 숙성기간도 거쳐야 하고, 재고부담도 안고 있을 테니까요. 하긴 원가 생각하면 사서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

* 비누 자른 후 사진



* 유노하나 비누 사용 후기 (2006.11.30)

어제부로 80g짜리 한 개를 다 썼기에 후기를 남깁니다. 일단 거품은 잘 나서 내가 제대로 비누를 만들었구나 안심했습니다. ^^; 거품은 풍부한 편이지만,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꺼지는 거품은 아니지만, 생크림 같은 거품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코코넛유와 팜유의 조합으로는 이 정도의 거품이 나오는 구나...하고 알게됐으니, 좀 더 단단한 거품을 위해 다음엔 피마자유를 넣어볼까 싶습니다.
저는 이 비누로 세수도 하고,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이건 제 자식 자랑이 아니라, 전에 썼던 패츌리 로즈 비누보다 이게 더 좋아요. ^^;; 피부에도 더 순한 거 같고, 제일 좋은 건 머리 감을 때 느낀 건데, 이 비누가 훠얼씬 머리결에 좋은 거 같아요. 느낌만이 아니라, 머리 감고나서 개운함, 감을 때의 느낌, 헹굴 때의 살랑살랑함. 이건 식초로 헹구기 전에도 뻣뻣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 모든 면에서 훨씬 느낌이 좋더군요. 비누를 만들어 쓰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