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윤발(周潤發)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삼류극장 (재개봉관)에서 였다. 영웅본색1과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동시상영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들킬까봐 (누구에게?) 조마조마해서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영화를 제대로 봤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운명은 때로 이렇게 찾아오는 법이다. 내가 주윤발에게 결정적으로 반한 장면은 그 유명한 쌍권총 난사씬도, 위조지폐에 불 붙여 담배불 붙이는 장면도, 홍콩판 희나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테이블위에 의족을 올려놓고 술병을 들이붙는 장면도 아닌, 마지막에 빗발치는 총격 속에 죽는 장면이었다.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미화되어멋지게 나온 영화는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첩혈쌍웅(諜血雙雄)' 이다. 완벽하고 냉정한 킬러이면서, 내면은 따뜻한 그런 정말 멋진 남자로 그려졌다. (그런 역할이 주윤발의 단골이기는 하다;) 오우삼 감독의 춤추듯 유려한 총격 장면도 환상이었고, 처절한 사나이들의 의리, 이유없이 비장한 슬로우 모션 같은 것도 참 멋있다...고 느꼈었다. 결국 난 그영화가 삼류극장에 내려왔을때 극장에서만 5번을 봤다. 이틀에 걸쳐서. Ⅲorz (난 이럴때 나한테 편집증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