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All That Skate Summer 일시 : 2010. 07. 23~25 총4회 공연 | 장소 : 일산 KINTEX 특설 아이스링크 | 주최 : All That Sports
출연 : 여자 싱글 : 김연아, 곽민정, 김해진, 미셸 콴, 샤샤 코헨, 실비아 폰타나
남자 싱글 : 스테판 랑비엘, 브라이언 쥬벨, 제레미 애봇, 존 짐머만
페어 :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 제이미 살레 & 데이빗 펠티에
아이스댄싱 : 타니스 벨빈 & 벤자민 아고스토
특별출연 : 윤하, 조경아 외 꼬꼬마 선수들 (경아 선수 외에 이름을 몰라서 미안합니다.)
연아선수의 아이스쇼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가봤거늘, 지난 4월 FOI는 회사에서 갑자기 일본으로 출장가라는 바람에 못갔었다. 얼마나 원통했는지. ㅠ.ㅠ 내사랑 쿨릭 옵화, 돔샤에 베르너, 쥬벨까지 왔었는데, 못봤지. 나중에 영상을 보는데, 좋으면서도 막 화가 나더라. 으찌나 속이 상한지. 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해~~~~~~~~~~~~~~~라며.
그래서 이번 아이스 쇼는 작정하고 즐기기로 마음먹고 2일 3회즈를 하기로 했다. 금요일 일산 크리만 아니라면 첫 공연도 보러갔을 텐데, 거기까지는 무리여서. ㅠ.ㅠ
이번 아이스 쇼의 주제는 꿈.
꿈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참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연아의 자서전에 나오는 구절 중에 99도와 100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이 아가씨가 얼마나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단 1도지만, 끓어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거기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이 어린 아가씨는 일찍부터 깨달았던 거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힘써준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 아가씨는 여전히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세계 최고라는 건 이렇게 다른건가 싶다.
꿈이라는 주제에 맞춰 오프닝 전에 콴과 연아의 인터뷰 영상이 흐르고, 2부의 오프닝은 꿈나무들이 I Have a Dream에 맞춰서 피겨 스케이팅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closing은 Dream on으로 구성되었다.
Opening - "Get the Party Started" by Pink
토요일, 일요일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군무가 나름 착착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우, 左콴 右샤샤와 어깨동무하며 등장하는 연느님의 위엄이여~ 이건 뭐 상상만 하면 다 이뤄지는 연아쇼인가.
특히 막공때. 랑비는 시작부터 이미 스테판과 분리되기 시작. 선수 소개 시간에 보여준 덩실덩실부터 이미 ^^
존 짐머만 (John Zimmerman) - "I'm Gonna Crawl" by Led Zeppelin
얼빠를 양산하는 잘난 남자. 전형적인 미국산 느끼 미남 마초맨. 쥬벨 못지 않게 두꺼운 남자. 하지만, 솔직히 스케이팅 자체는 인상에 남는 게 별로 없;;
곽민정 - "Canon in D Major" by Johann Pachelbel / "Don't Rain on My Parade" soundtrack by Glee
캐논, 이번 시즌 쇼트로 윌슨이 안무를 짜주었다고 한다. 하얀 드레스에 반짝반짝 선녀가 따로 없더라. 이번 시즌 룰 개정으로 쇼트에서 스파이럴이 사라져서 어색했다. 그래도 윌슨이 고심해서 안무를 짜 넣어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민정이하고 굉장히 잘 맞는 느낌. 크리켓 클럽 호그와트설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살짝 밋밋했던 민정이 스텝이 아주 괄목상대, 일취월장. 얼마나 더 다듬어서 가져올까 기대가 된다.
제이미 살레 & 데이빗 펠티에 (Jamie Salé & David Pelletier) - "Try" by Blue Rodeo / "Scream" by Michael Jackson
솔트 레이크 동계 올림픽 페어 금메달은 스캔들로 잡음이 있었고, 러시아조는 피해자, 캐나다조는 그 스캔들의 수혜자로 팬들 사이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바로 그 페어조. 그래서 선입견도 있었고, 솔직히 토요일 공연 때는 Try 프로그램을 봐도 아무 감흥도 없었다. 그랬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프램그램의 완성도가 올라가더니, 막공에서는 정말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 페어조의 진가는 2부 scream에서 드러났는데, 와우, 기술적으로 현역에 전혀 밀리는 게 없을 뿐 더러, 안무가 정말 독창적이었다. 기립을 부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막공엔 전원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공연 전후 가장 인상이 달라진 선수들이다.
실비아 폰타나 (Silvia Fontana) - "Boom Boom Pow" by Black Eyed Peas
이 언냐, 몸매부터 어찌나 핫 하신지. ^^; 제대로 리듬타고 춤을 춰주셔서. 하지만, 스케이팅 자체가 거칠어서 보는 맛은 좀 덜한. 하지만, 열정을 불사르는 춤 솜씨에는 감탄. 2부에선 부군인 존 짐머만과 Prince의 Purple Rain에 맞춰 페어 연기를 선보였다. 부부라고 말야, 아주 끈끈한 애정을 과시해서 흥,칫,핏
제레미 애봇 (Jeremy Abbott) - "At This Moment" by Michael Bublé / "Viejos Aires" by Nuevo Tango Ensamble
제레미는 토털 패키지에 가까운 선수로 스케이팅 스킬도 좋고, 점프도 깔끔, 스핀도 잘해, 스텝이야 뭐 스케이트에 버터 발랐나 싶은 선수지만, 이상하게 큰 대회랑은 인연이 없어 아쉬운 선수. 1부 갈라는 그야말로 제레미에게 꼭맞는 옷과 같은 갈라였고, 2부 프로그램은 올 시즌 쇼트인 탱고. 탱고는 아이스 쇼에서 한 게 두번째 런쓰루라고 할 정도니까, 아직 완성품이 아니라 믿고. 좀더 탱고 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탱고는 부드럽기만 해서는 재미 없어요. 맺고 끊는, 완급조절이 필요해보인다.
타니스 벨빈 & 벤자민 아고스토 (Tanith Belbin & Benjamin Agosto) - "If it Kills Me" by Jason Mraz / "Bleeding Love" by Leona Lewis
벨빈은 정말 헐리우드 미녀가 울고갈 미인이었다. 화면으로 봐도 이쁜데, 실물로 보니 더 예쁘더라. 아고스토에게 미안한데, 정말 한순간도 벨빈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1부의 If it kills me는 소꿉친구로 시작해서 하이틴을 거쳐 어른의 로맨스로 발전. 이것이 바로 소꿉친구 첫사랑 루트의 정석이라는 걸 보여줬다. 재미있었던 건 벨빈 언니의 3단 변신. 그리고 아고스토는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싶게 참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1부의 귀여운 커플이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2부에서 보여주는 듯한 Bleeding love. 벨빈은 얼굴만 예쁘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번에 보니 역시 아댄팀의 스케이팅 스킬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브라이언 쥬벨 (Brian Joubert) - "Love is All" by Roger Glover / "Aerodynamic" by Daft Punk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쥬벨에 큰 관심이 없었다. 왠지 나에게 쥬벨은 점퍼로 기억되었고, 내 취향은 패트릭 챈 처럼 트랜지션이 좋은 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보니, 스케일이 큰 점프의 박력이란. 그리고 그 두꺼운 몸을 하고 코믹한 프로그램으로 큰 웃음 선사. 막공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 남방을 결국엔 벗어 선물로 투척, 재미있었다. 한국 팬들의 기 받아서 다음 시즌 좋은 성적 기대해본다.
샤샤 코헨 (Sasha Cohen) - "Hallelujah" by Jeff Buckley / "Mein Herr" soundtrack from Cabaret by Liza Minnelli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프로그램은 말라게냐. 앙큼 샤샤라는 별명만큼 잘 어울리는 별명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샤샤는 어딘가 깍쟁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뭐 그 이미지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이번에 보니 왜 미국에서 샤샤 복귀를 그렇게 바랐는지 알겠더라. 현 미국 여싱은 샤샤의 매력에 반도 못 미친다. 샤샤는 기계체조 선수 출신답게 유연성도 좋고, 동작 하나하나가 예뻤다. 1부의 할렐루야에서 보여준 팔동작이 얼마나 우아하고 예쁘던지. 2부 마인 헤어에서 보여준 뮤지컬 배우 같은 춤솜씨도 일품이었다.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 (Aliona Savchenko & Robin Szolkowy) - "Barbie Girl" by Aqua / "Gee" by 소녀시대
FOI에서 영장 갈라로 처음 접했던 페어조. 이후 다른 페어조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여서 나는 이 페어조를 참 좋아한다. 남녀간의 케미스트리가 아닌, 동료애라고 할까. 파트너쉽이라고 할까. 바비걸이나 Gee나 이 팀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발랄한 갈라라 귀엽고 흥겨웠지만, 두 프로그램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 아쉽기도. 그래도 알리오나의 깜찍발랄 귀여운 모습을 실컷 봐서 좋았다.
스테판 랑비엘 (Stéphane Lambiel) - "Let the Good Times Roll" by Ray Charles / "William Tell Overture" by Gioachino Rossini
랑비는....이제 뭐 더 말할 게 없다. 그냥 최고다. 어찌나 관중과 찰떡궁합인지. ^^ 한국에만 오면 관중 환호에 힘 받아서 올림픽 프로그램을 클린해내고. 1부의 스윙재즈도 좋았지만, 역시 2부의 윌리엄 텔 서곡이 압도적이었다. 아이스 쇼에서 보기 드문 쿼드 점프를 아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어째서 그분이 이제야 오셨을까. ^^;; 더블 악셀 - 쿼드 토 - 트리플 플립에 랑비 전매특허인 드릴 스핀, 삘 충만 스텝까지. 멋진 퍼포먼스였고, 그 퍼포먼스의 완성은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와 쩌는 박자감으로 함께한 박수, 그리고 스탠딩 오베이션으로 마무리. 아주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미셸 콴 (Michelle Kwan) - "Primitive" by Annie Lennox / "No One" by Alicia Keys
연기에서 인품이 우러나온다. 극 연기건, 춤이건, 스포츠이건 표현자인 이상, 자신의 성격, 인품은 고대로 드러날 수 밖에없다. 그리고 드러내지 못한다면 표현자로서는 부적합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콴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안정감, 당당함, 짙은 호소력은 그대로 콴의 인품이라 생각된다. 그녀의 빙판 장악력은 조금 심심한 프로그램 안에서도 빛을 발한다. 안무가 좀 부족하고, 스킬이 예전만 못하다고한들 그게 뭐 어때서. 여전히 콴은 콴이다. 빙판에 날이 박혀도 기어이 랜딩을 해내는 걸 보면서, 콴의 안정감이란...하고 감탄했다.
1부의 클로징은 연아와 콴의 듀엣 공연. Mariah Carey의 Hero. 연아의 우상이었던 콴과 콴의 소개대로 자라나는 어린 소녀들의 훌륭한 롤 모델인 연아. 이 두 영웅의 합동 공연을 두눈으로 보게되다니. 참으로 영광스러워서. ㅠ.ㅠ
김연아 - "Méditation" from Thaïs by Jules Massenet / "Bulletproof" by La Roux
아, 드디어 우리 연아 얘기.
말해 무엇하겠는가만, 연아의 타이스를 맨눈으로 봤다. 타이스는 역시 올림픽 갈라 의상이 진리. 이상봉 디자이너의 드레스도 아름답지만, 명상곡에는 비둘기색 드레스가 딱이다. 짙은 회색으로 그라데이션된 치마자락이 얼마나 아름답게 나부끼던지.
그 단아하고, 우아한 몸짓, 담백하면서도 청아한 팔동작. 마치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것과 같은 청량감. 그 대숲에서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고요하게 참선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맞다. 정화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막공에서 보여준 지고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그저 눙물이.......ㅠ.ㅠ
2부에서 새로 선보인 Bulletproof는 명상곡과 강렬하게 대비가 되는 일렉트로닉팝. 팔색조인 연아니까 가능한 이 연기의 갭. 도대체 끝을 모르는 연아의 재능. 이건 뭐 화수분도 아니고.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끝을 모르는 광맥이라고 해야하나. 진짜 연아가 계속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남아준다는 사실이 피겨계에 얼마나 큰 다행인지 사람들은 알까 모르겠다. 앞으로 보여줄 신세계는 또 얼마나 환상적일까. 지금도 충분히 현란해서 눈이 부시다.
Finale는 Aerosmith의 "Dream On"을 가수 윤하가 불렀다. 윤하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잘하더라. 피날레의 분위기는 뭐 이미 광란의 클럽.^^ 사진 한 장으로 대체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 그것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뜨거운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번 아이스쇼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우리 유망주 선수들도 많이 느꼈으면 한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축하를 건너 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ㅠ.ㅠ
한 사람의 꿈을 위해 같이 태교하는 마음으로 속을 다스리고, 같이 울고 웃고, 응원하고, 기도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 들어가기까지 제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간절한 바람이 모이고 모여서 연아가 연기할 때 함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은 개인적으로 참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것 같은 경기였습니다.
첫 시작인 페어에서부터 레전드 급의 연기가 쏟아져 나왔지요. 뭐, 중간에 어라? 싶은 페어조가 있기도 했지만, 쉔 슈에/자오 홍보, 팡 칭/통 지안, 사브첸코/졸코비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쉔자오의 관록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NBC 플러프에서 쉔 슈에 선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Skating with Heart" 네, 마음으로 타는 스케이팅이었기에 그렇게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던 거겠지요. 3번의 월드 챔피언에 더해 올림픽 챔피언까지, 정말 축하합니다.
그리고 팡통의 프리 연기인 "Impossible Dream"은 그야말로 전율이었습니다. 윌슨이 왜 천재인지 알 수 있는 안무였고요. 페어에서 이런 전율을 느껴본 건 2003 월드의 쉔자오의 투란도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팡통조의 팬들의 바람은 늘 한결 같았죠. TES보다 PCS가 좀 높아봤으면 좋겠다. 쇼트에서 타임 디덕션에(모로좁 보고있냐!!!) 줄세우기 일환인 PCS 크리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4위를 마크할 수 밖에 없었던 팡통조는 프리에서 정말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은메달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올림픽 경기 중 연아양 경기 외에 가장 많이 보게된 경기는 팡통의 'impossible dream'입니다. 팡칭의 공중걷기(?) 부분은 선녀강림이 따로 없습니다. 영상이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
사졸의 이번 시즌 쇼트는 제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올림픽에서도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쉔자오의 퍼포먼스를 뛰어넘지는 못했지요. 이 페어조의 특징은 페어의 기술중 가장 고난이도의 기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보인다는 것인데요, 그게 프리 프로그램에서 거의 극대화 됩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서 최고난도의 기술과 함께 독특하고 아름다운 안무가 곁들여지는데, 이번엔 점프에서 실수가 좀 있었습니다. 다음 월드에서 좋은 연기 보여주길 바랍니다.
아이스댄스에서는 달달한데 안 사귀는(^^;) 테사 버추/스캇 모이어, 작년부터 급성장한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러시아 아댄의 자존심 옥사나 돔니나/막심 샤발린이 각각 금은동을 가져갔습니다. 버모네의 연기는 물론이고 메찰조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아댄은 초보자의 눈으로 보기엔 스케이팅 스킬, 기술 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흐름이 자연스럽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일체감 등을 보게되는데, 두 팀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메찰의 OD 인디언 댄스가 정말 이번 시즌 저의 Favorite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올림픽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나, 발 카메라의 영향으로 아직도 그랑프리 시리즈 COR에서의 영상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실 분은 여기로
남자 싱글은 올림픽 전부터 가장 치열한 포디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뭐랄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속담처럼 되었습니다.
돌아온 짜르 예브게니 플루센코의 영향인지, 남싱들은 쿼드가 없이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쿼들을 넣어왔고, 장렬하게 실패들을 하셨습니다. 남자 싱글은 그래서 전반적으로 점프 실수도 많고 클린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는데, 그 가운데, 자신이 준비한 것을 착실하게 깨끗하게 연기해낸 에반 라이사첵 선수가 금메달을 땄습니다.
프로그램으로 보면 올시즌 남자 싱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쇼트 "Eye" 와 패트릭 챈의 쇼트 "망명자의 탱고", 프리 "오페라의 유령", 스웨덴의 아드리안 슐타이츠 선수의 프리 "사이코 병동(이런 제목은 아님;;)" 정도입니다.
제냐의 타고난 운동 능력, 점프 컨시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복귀 프로그램은 전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습니다. 랜딩랜딩 열매를 먹은 듯, 아무리 점프 축이 기울어졌어도, 기어이 랜딩해내고야 마는 그 능력은 다른 어떤 선수도 흉내내기 어려운 기술이지만, 피겨는 점프만 팡팡 뛰면 되는 스포츠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냐에게 다른 재능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지만, 뭐 본인이 지향하는 피겨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사첵의 연기는 올림픽 챔피언으로서는 무난한 수준이었고,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연기는 그중 군계일학이었습니다. 프리에서 쿼드를 시도해서 넘어졌는데, 만약 넘어지지 않았다면, 아시아 남성 최초의 올림픽 메달 색깔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혼자 아이스쇼를 하듯 가장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스테판 랑비엘 선수를 빼먹을 뻔 했네요. 예술성으로는 우승을 다툴 정도였는데, 부상의 후유증은 참으로 질겼습니다. 어쩌면 다카하시 선수 대신 동메달을 따게 될 지도 몰랐는데, 프리에서 막판 체력부족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말하면 가슴 아픈 브라이언 쥬벨 선수. 진짜 뭐가 씌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경기를 펼쳤는데, 월드에서 심기일전 하기를 바랍니다.
여자싱글은 왜 동계올림픽의 꽃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인지 확실하게 알게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연아 선수가 자신이 만족할만한 경기를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만큼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는 말처럼, 다들 태교하는 마음으로 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다려 왔었지요.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클린 경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던 남자 싱글에 비하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여자 싱글 경기에서 그분이 단체로 오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선수들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올림픽이라 점수 인플레가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준비하고 나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 그 와중에 시원하게 망해버린 유럽 챔피언도 있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라우라 레피스토, 미라이 나가수 같은 선수들이 있어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번이 시니어 데뷔 두번째 무대였던 곽민정 선수도 어쩌면 그렇게 침착하게 자기 연기를 척척 펼쳐보이는지, 대견하고, 장하고 정말 자랑스럽더군요. 유럽 챔피언보다 순위도 한 계단 위고 ^^
연아 선수의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은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쇼트 경기날, 저는 회사에 출근해서 인터넷 생중계만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이미 버퍼링 지옥 ㅠ.ㅠ 동료의 DMB 폰을 부러워하며, 주위에서 술렁대는 분위기로 대강 어떤 경기를 했겠구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뭐, 결과는 아시다시피. 언론에서 라이벌리로 떠받들어주는 선수가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치면서 73점이라는 고득점을 얻은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도 나는 내 할 것만 하면 되는 거임..하는 표정의 김슨생은 진정 대인배라는 말로도 모자랍니다.
쇼트 경기날의 일을 교훈삼아, 프리 경기날에는 휴가를 냈습니다. 일생에 몇 번 오는 날도 아닌데, 밴쿠버까지 날아가지는 못할 망정, 경기는 생중계로 봐야겠다는 결심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전날 밤, 잠도 못이루고, 새벽에 해주는 드레스 리허설까지 보고,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1그룹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다른 때 같으면 앞 그룹은 스킵하련마는 이번엔 선수들이 다들 어찌나 잘해주는지, 그냥 계속 지켜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민정 선수 순서. 주책맞게 벌써부터 눈물이 나덥니다. 그 어린 선수가 그 가는 팔다리로 레미제라블을 연기하는데, 뭐 큰 무대라서 떨고 이런 거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연기가 끝나고 저는 TV를 향해 박수를 쳤습니다. 어린 선수가 정말 장하고 큰일 해냈다고.
어느덧 연아 선수 순서. 앞의 안도 미키 경기는 귀로 봤는지, 코로 봤는지 모르게 연아 선수는 담담한데, 내가 막 긴장하고 떨려서 두근두근 대면서 봤습니다. 보는 나는 이렇게 떨리는데, 연아 선수는 오히려 침착하게 연기를 펼치더군요.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야말로 모던함,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최고 난이도의 기술이 안무로 승화되어 프로그램안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점프, 스핀, 스텝, 스파이럴 이런 기술 요소들이 하나하나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 그 자체인듯 스며들어있어, 다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천의무봉"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상향. 그것을 이번에 연아 선수가 보여줬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독일 해설자의 말처럼, 연아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실현해 보여준 것입니다.
정말 이런 날이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연아 선수에게 카타리나 비트, 크리스티 야마구치, 미쉘 콴 등 이름만으로 빛나는 레전드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그런 날이 정말로 오게되었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 All That Skate Summer]
올림픽은 이렇게 끝이나고, 진정한 Queen Yuna로 거듭나신 여왕님의 갈라쇼로 마무리 합니다. 원래 갈라는 타이스의 명상곡입니다만, 이번만은 이 몽타주가 워낙 아름다워서, feverskating의 김마리님의 몽타주로 대신합니다.
김마리님 영상이 삭제되어 All That Skate Summer에서의 타이스로 영상 대체합니다.
대관식을 끝마치고, 오히려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나신 여왕님께서 백성들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를 전하는 것 같은 갈라라고 느낀 건 너무 오바일까요. ^^;;
눈물나게 아름다운 갈라 프로그램입니다.
ps. 지금 일본에 출장 와있습니다. 3/8 월요일 출근했더니 일본으로 출장 가라더군요. 내일 가나요? 했더니, 월요일 당일에 당장 일본으로 가라고 OTL
정신없이 짐꾸려서 일본에 도착해서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이제야 시간이 되서 올립니다. 귀국은 21일 예정인데, 설마 연기되는 일은 없........겠죠;; (그래도 벚꽃 피는 거 못보고 가는 건 좀 서운할지도)
연아쇼가.
연아가 이번 쇼에서 '죽음의 무도'를 보여준다는 데서 이미 한차례 열광했었더랬는데~~~
아흑, 어제 뜬 뉴스를 보니, 연아가 콴과 함께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에 맞춰 페어 연기를 한다고라고라. ㅠ.ㅠ
아니, 이런 광영이 있나그래. 연아와 콴의 페어라니!!!
진짜 연아 덕분에 얼마나 훌륭한 쇼를 보게되는 건지. 고맙고 또 고맙다.
연아가 아니었다면, 이런 훌륭한 선수들의 아름다운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었을까.
게다가 나한테는 얼음위의 살아있는 '왕자님'이었던 일리야 쿨릭 오라방도 와주시고, 랑비엘은 지난 FOI때 로쥴, 탱고에 이어, 이번 쇼에서는 "사계"를 해주신단다. 아놔, 눈물 좀 닦자. ㅠ.ㅠ 초원을 뛰노는 한 마리 얼룩말이 되어주실 랑비를 정말 이번에 볼 수 있다니 이 무슨 사치스런 쇼냔 말이지.
정말 연아한테 108배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심정이다.
아우, 무리를 해서라도 금욜 표를 끊었어야 하는걸까. (하지만, 귀국이 13일이고, 14일은 꼼짝없이 출장보고를 해야한단말이지. ㅠ.ㅠ)
다른 얘기지만, 오늘 아침 TV를 틀었더니, 고시엔 개막식을 NHK에서 생중계해주더라. 으~ 여름이 왔다는 실감.
선수단 입장하는 거며, 배경음악이며 '크게 휘두르며'가 생각 안날래야 안 날 수가 없어서리..사이타마 대표라고 선수단이 입장하는데, 속으로 니시우라는 올해도 못 올라왔고나 라고 망상을;;
근데, 이게 큰 대회기는 한지, 일본 왕자(?)라는 사람이 축하 인사를 하고, 첫 시합은 관전을 한다더라.
올해는 49개 고교가 고시엔에 올라왔다는데, 그 각 49개 리그마다 다 드라마가 있었을테지.
우웅, 니시우라 아가들의 여름 이야기도 빨리 보고 싶다.
* 8/11 - 결국 출장 하루 더 연기되서 8/14일 입국.
8/18 다시 출국 8/30 까지 출장 기간 예정 OTL 누가 나에게 여름 휴가를!!!
* 그저께 저녁에 진도 6인가의 지진이 도쿄 남쪽 바다에서 발생했다. 그 시간 대에 나는 지하에 있는 식당에 있어서 지진이 났는지도 몰랐는데, 오늘(8/11) 새벽 5시 경 진도 4의 지진이 났다. 진도 4 정도인데도, 흔들림이 상당해서 놀랐다. 그래봐야, 침대에 누워서, 선잠 상태로 어, 쫌 많이 흔들린다....뭐 이랬지만;; 진짜로 옷장 안에 옷걸이들이 짤짤 거리며 흔들리고, 침대도 좌우로 흔들리는게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큰일이 안 났으면 좋겠다.
2009. 4. 27. 22:17
Festa On Ice 2009를 토, 일 양일간 다녀왔습니다.
은반위의 스타(Stars On Ice)도 아니고, 은반위의 친구(Friends On Ice)도 아니고, 은반위의 예술(Art On Ice)도 아닌, 어째서 "Festa On Ice"인지 이번에 아주 격하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명실상부 선수도 관객도 그저 모두 흥겹고 신명난 축제였습니다.
Festa On Ice 2009 일시 : 2009. 04. 24~26 총3회 공연 | 장소 : 일산 KINTEX 특설 아이스링크 | 주최 : IB Sports
출연 : 여자 싱글 : 김연아, 신예지, 윤예지, 아라카와 시즈카, 알리샤 시즈니
남자 싱글 : 김민석, 조니 위어, 패트릭 챈, 스테판 랑비엘, 제레미 애봇, 아담 리폰
페어 : 장단 & 장하오
아이스댄싱 :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
특별출연 : 손연재 (리듬체조선수), 비보이 겜블러, 빅마마, 뮤지컬 팀(죄송;)
작년에 FOI를 처음 봤을 때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우리 연아가 주인공인 아이스 쇼를 드디어 보게되는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면, 이번엔 우리 여왕님 즉위식 축하 파티로군! 이라며 좀 여유를 가지고 축제를 즐겼다고 할까요. 가능하면 3회 공연을 모두 가고싶었지만, 직장인의 비애로 토, 일 2회 공연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TV나 영상으로 보는 건 직접 한 번 보는 것과 비교도 안된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
진짜 목동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자리가 좋았어요. 링크가 바로 코앞이고, 이건 뭐 선수들이 펜스에 다가오기만 하면 바로 아이 컨택도 가능한데다, 그 생생한 표정이 다~ 보였다니까요. 바로 눈 앞에서 점프를 팡팡 뛰어주시고, 현란한 스텝 밟아주시고, 뻐렁치는 스파이럴에 환상적인 스핀까지 진짜 눈과 귀가 호강했습니다.
으찌나 마음이 풍요롭고 좋던지, 돈님은 정직하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암요. 게다가 한번은 K석, 한번은 C석 이렇게 양쪽 사이드를 번갈아 봤더니 더 좋았답니다.
오프닝은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가 Snow Man 주제가 Walking in the air에 맞춰 멋진 체조 공연을 시전해주었습니다. 노래처럼 중력을 느낄 수 없는 가벼운 몸짓과 유연함이 마치 요정같았어요. 손연재 선수도 척박한 한국 리듬체조계에 뚝 떨어진 재능 넘치는 신예로 알고있습니다. 부디 부상없이 잘 자라주길 바랍니다.
이렇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서서히 몸풀기를 시작하더니, 아이스 쇼가 시작됩니다. 바로 Think of me에 맞춰 우리 연아가 아주 공주님이 되어 등장! 이 때부터 제 정신줄은 안드로메다를 향해 떠나고;
이분이 바로 김크리스틴님이십니다. 아이고, 진짜 공주님~ 소리가 절로 나온답니다. 저 하얀 드레스가 바로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품입니다. 치마단에 한글 새겨진 거 보이시나요? 그림자로 연아 다리에 비치는 저 한글 흘림체.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 김소월 , 님과 벗 中
시구도 아름답지만, 저 치마단이 얼마나 사락사락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저 치마자락이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예쁘지만, 점프나 스핀 돌 때는 펼쳐진 꽃잎같이, 나비 날개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어둥 속에서 홀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서있는 연아를 봤을 땐 진짜 천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작년 포이 때 패트릭 챈 선수가 있었다면, 이번 공연에서 제가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선수는 아담 리폰 선수였습니다. 원래 모로조프 코치 밑에 있다가 이번에 오서 코치와 안무가 윌슨에게 옮겨왔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주니어 월드 때 처음 눈에 든 선수였어요. ^^; 모로조프에서 오서 코치로 바꾸고 출전한 주니어 월드에서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지요. 이 선수의 2009 주니어 월드 FS - 팔리아치를 보면 이미 시니어의 레벨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트리플 악셀을 콤비와 단독 점프로 깔끔하게 랜딩하고, 시그니쳐 점프랄 수 있는 아름다운 타노 트리플 러츠도 선보이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J1XA3sXJSM8 <- 관련 영상)
오서샘의 새 제자라는 것과 타토 트리플 러츠가 시원스럽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왠걸요, 실물을 보니 이건 진짜 아도니스의 현신이네요. 천연 곱슬머리에 상기된 두 뺨, 초롱초롱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 아놔~ 그리스 신화에서 묘사하는 미소년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누나들의 환호성을 즐기며, 아주 관중의 반응을 쥐락펴락하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1부 갈라인 데스페라도에서 보여준 뻐렁치는 스프레드 이글과 예쁜 타노 러츠도 좋았지만, 2부 갈라의 "난 니꺼(I'm yours)"는 그야말로 누나들의 심장을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에 한국팬의 샤우팅 샤워에 흠뻑 젖어 또 한국에 오고싶다고, 다시 불러달라고 강조했다는데, 다음에 올 땐 이승기의 "누난 내 여자니까." 추천합니다. ^^
다음 시즌 미국 내셔널 남싱은 아주 치열할 것 같습니다. 에반 라이사첵, 제레미 애봇, 조니 위어에 아담 리폰까지 가세했으니 볼만할 것 같습니다.
제레미 얘기가 나왔으니. 저는 제레미 애봇 선수를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처음 인지했습니다. 그때 우승했죠. 남자 싱글은 진짜 박빙의 승부라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할 정도면,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들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는 이 선수를 그 전까지 잘 몰랐기 때문에, 우승은 좀 의외의 결과였죠. 그리고 그 뒤로 컨디션 난조였는지, 내셔널, 사대륙대회, 월드까지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이스 쇼에서 보니 뭐 이렇게 잘하는 선수였나 싶은 겁니다. 비율 쩔어주시는 기럭지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한 스케이팅에 큰 키에 비해 안정적인 점프. 게다가 약간 수줍은 인상이었는데, 관중들과의 호흡도 척척. 일욜 막공에선 바로 제 눈앞에서 제레미 선수의 트리플 악셀을 봤답니다. 어우~ 진짜 그대로 공중부양하는 줄 알았습니다. 탄탄한 기본기에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가지고 스케이팅을 해준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뭐 지금도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요. ^^
또 한명의 미국 남싱 스케이터인 조니 위어. 이 선수는 이제 반은 우리 국대입니다. ^^;; 비보이 배틀할 때도 국대 잠바를 걸치고 나오는 센스. 게다가 모 케이블 TV 인터뷰에서 연아와 함께 금메달을 따서, 금메달 두 개를 한국에 바치고 싶다고 했다죠? 이번 갈라도 진짜 "한국팬 한정!"이 붙은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 맞춰서 하나 해주고. 그 말 그대로 조니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좌니, 짜식 넌 진짜 감동이었다~~~ 빙판위의 발레리노 같다고, 어쩜 남싱이 이렇게 섬세하고 부드러울 수 있냐며 감동했더니, 2부 포커 페이스에서는 또 다른 매력 발산. 어찌나 Hot!! 하신지. 이건 뭐 섹시하다는 정도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Hot한 공연이었습니다. 조니가 한국팬을 위해 이 갈라를 준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후~ 죄많은 좌니.
남싱으로 시작한 거 계속 북미쪽으로 가죠. 패트릭 챈! 제가 이 선수 애정하는 거, 저를 아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작년 FOI때 보고도 홀딱 반했었는데, 연아와 동갑내기 소년이었던 아해가 올해는 어쩐지 남자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뭐, 여전히 아이같은 구석은 남아 있습니다만. ^^; 1년새 참 많이도 발전했더군요. 작년에도 그의 버터 바른 스케이팅에는 침이 마르도록 칭잔을 했었지만, 올해는 그 스케이팅이 또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어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남자 싱글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패트릭 챈의 SP 망명자의 탱고(http://www.youtube.com/watch?v=88pNrx2cBdI) 였습니다. 4대륙대회에서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것 같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새삼 더더욱 그의 스케이팅에 반했지요. 그런데 그 스케이팅을 눈앞에서 바로 보게되니 어쩜 그냥 활주만 해도 눈을 뗄수가 없는 거에요. 스트로크 몇 번이면 링크를 이 끝에서 저끝까지 순식간에 슝~ 진짜 마찰력을 느낄 수 없는 광활한 활주를 펼쳐보이더군요. 평소에도 링크를 넓게 활용하는 선수라 아이스 쇼 용 링크는 좀 좁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몇 번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펜스에 바짝 붙어 점프나 스핀 할 때는 어찌나 조마조마한지. 챈이에겐 더 넓은 링크가 필요해~라고 생각했답니다. 챈이의 속도 빠른 시원시원한 활주는 왜 그의 PCS가 그렇게 높은지 납득이 가게 해줬습니다. 제가 이미 챈에게 마음이 많이 기울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챈이의 스케이팅이 어떠냐면, 다른 연기없이 그냥 음악에 맞춰 활주만 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정도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주 엣지가 이리저리 획획 눕는데, 저절로 시선이 스케이트 날로 가요. 그런데다 점프는 또 얼마나 견고한가요. 활주만큼이나 비거리가 긴 점프에, 프리렉을 공중에서 다 풀고 내려오는 점프 높이 하며, 안정적인 랜딩까지. 더블 악셀을 트리플 악셀처럼 뛰더라니까요. 이 선수에겐 트리플 악셀 컨시만 좀 더 안정되면 더 바랄게 없을 듯 합니다.
이제 유럽으로 넘어가죠. 스테판 랑비엘 선수는 현역은 은퇴했지만, 뭐 2번의 월드 챔피언은 거저 얻은 게 아니죠. 여전히 파워풀하고 안정적인 점프 컨시와 세월이 가도 변함없이 그의 전매특허 스핀을 선보여줬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거기에 탱고까지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습니다. 공연은 역시 막공이 최고라는 걸 이번데도 제대로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우리 연아의 새로운 갈라 Don't Stop the Music!!!!!
연아야~~~ 언니를 호흡곤란으로 보내버릴 셈이냐~~ 싶은 숨 막힐 정도로 열정적이고, 섹시한 갈라였습니다.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랄까, 발 카메라의 난으로 자급자족하는 승냥이들이 편집한 영상으로 감상하시죠.
해외에는 유명하고 역사도 오래된 많은 아이스 쇼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연아가 오기 전에는 그저 남의 집 잔치라고 강 건너 꽃 구경하듯 손 빨고 구경만 해야했던 피겨 스포츠라는 종목처럼, 아이스 쇼 역시 우리에겐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그대였었죠. 그런데 연아가 우리에게 몰고 온 이 훈풍이 결국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토종 아이스 쇼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지금도 컴페티션에 참가하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캐스팅, 연아가 주인(Host)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펼치는 쇼, 거기에 선수들을 향해 아주 폭발적인 애정을 쏟아붇는 팬들의 환성이 어우러져, 앞으로 어떤 선수라도 참가하고 싶고, 한 번 참가한 선수는 노예계약(;)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아이스 쇼로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5/18 멘트 : 여기까지 써놓고, 여자 선수들, 우리 쥬얼즈들(신예지, 윤예지, 김민석), 그리고 진짜 너무너무 달달해서 결혼해라 소리 절로 나오던 버모네, 달달함이라면 지지않는다 장장네 얘기를 더 풀어놓자고 하다, 공개 못하고 있다가, 덜컥 일본 장기 출장이 결정되, 이것저것 바쁘고 정신없고, 이미 일본에 온지 10일 지난 이제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