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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16 A형을 위한 시
  2. 2004.09.15 아침형 인간
  3. 2004.09.14 첫사랑 - 주윤발
  4. 2004.09.13 슬램덩크 OVA 4편
※ 카오스님 이글루에서 트랙백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 쪽 구석으로 생각하면서 이런 분석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라는 사람을 확인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A형을 위한 시

1,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착하고 다정다감하다.
-- 일단 반한게 죄라고, 한번 반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진다. 약간의 실수는 그냥 어여쁘게 보아 넘기고, 조금만 잘해도, 엄청 대견해보인다.(하지만, 결코 착하거나, 다정다감은 아닌데;;)

2, 언제나 수줍은 듯한 미소와 약간의 부끄러움으로 사람을 만난다.
-- 대개는 말 붙이기 힘든 분위기라고 하던데;;

3, 배신을 당할 망정 남을 해꼬지 못하고, 아무리 싫어해도 싫으면 차리리 그 사람이랑 안부딪힌다.
-- 개인차가 있다고 해두자. 하지만, 싫은 소리를 해줄 만큼 친하지 않다면, 뭐하러 에너지를 쏟느냐는 쪽이기는 하다. 좋아하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미워하는 데는 더 큰 마이너스적인 에너지가 들기때문에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간다.

4, 사랑과 인생과 공부는 언제나 정규 속도를 지키자.
-- going my pace~

5, 불같은 사랑도 벼락치기 공부도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속도는 지키라고 있는거다.
-- 대개는 속도를 지키지만, 벼락치기를 할 정도라면 아예 손을 놓아버리기 때문에, 벼락치기를 시도하지 않는다는게 맞는 말이지 않을까.

6, 망설임과 주저함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가 혹은 그녀가 날 정말로 사랑하는지가 확실하지 않아서이다.
-- 개인차, 감정의 무게를 저울질 하지는 않는다. 내 마음 가는 대로~

7, A형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영원히 변치 않는다.
달아오르기도 힘들지만 식기는 더 힘들다니까.


8, A형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사랑하는지 알고싶다고?
그럼 당신이 그의 생활 속에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생각해보렴.
-- 타의에 의해 내 생활이 흔들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라, 진입장벽이 높을 뿐.

9, 우리가 잘해준다고 항상 웃는 얼굴이라고 우릴 물로보지마라.
함부로 우릴 대하다간 언젠가 비수 맞는다.
-- 그렇다고 비수씩이나;;

10, 우리가 잘해주다가도 어느 순간 조금 냉담한 걸 느꼈다고?
그럼 이제 당신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동안 당신은 사소한 많은 실수를 한거야.

11, 척하지 마라. 우리네 부류는 진짜와 척하는 인간은 단숨에 구별해 낸다.
특히나 잘난 척하는 인간들을 우리는 몹시 싫어한다.
-- 아마도 그건 A형이 고상한 척, 쿨한 척 내숭을 떨기 때문일지도.

12, A형이 애정표현이 부족하다고? 전화를 자주 안한다고? 소심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단지 표현이 부족할 뿐. 한 번 사랑한 사람은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런 면이 싫다면 떠나라.
-- 떠나라~ 고 말할 수 있다면 이미 A형이 아니지--;; 스스로가 떠나거나 뒤돌아 땅만 팔테지.



흔히,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것은 혈액형 분포가 비교적 고른 동양에서 써먹는다고 한다. 서양은 네가지 혈액형 중에 일부 편중되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끄응..
대개 저런 성질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발현에 있어 정도의 차가 있을 뿐이지 않나 한다.
올 들어서..아니 한참 됐던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아침형 인간'이 되자, 그래서 성공하자는 처세 관련 책이 붐, 그래서 너도나도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사회인이 되자 운운..
결국 회사에서는 출근 시간마저 10분 당기란다.
세상에 8시까지 출근하라는 회사가 앞으로 7시50분 까지 자리에 앉으란다.
내가 이걸 회사 게시판에서 보고 광분을 하자 옆에서
"*선임님, 원래 50분 보다 일찍 오시잖아요. 뭘 새삼스레 열받고 그러세요."
란다.
아니, 이건 기분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그 시간에 오는 것과 회사에서 고의적으로 시간을 당기는건 다르지 않아?!!
8시 이후에 들어오면 당연히 지각이지만, 저렇게 되면 7시 55분에 들어와도 마치 지각인 것처럼 되는게 아니냐는 거다.

이름 붙이길 '아침형 인간이 되자' 캠페인. =_=;

그 아침형 인간이 하도 선풍적인 인기길래, 요약본을 좀 봤다.
그 중에 한 대목.

'당신이 지하철에서 멍하니 보내는 1시간을 책읽는데 쓴다고 하자.
그시간에 20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고하면, 1달에 300페이지 책을 두권 읽을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전략).....당신은 노모랑 함께 사십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당신은 매일 이 노인한테 꼬박 한 시간을 바치고 있지요. 이를테면 귀가 들리지 않는 노인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니 이것도 쓸데없이 버려진 시간이지요. 55,188,000 초로군요. 게다가 당신은 쓸데없이 앵무새까지 기르면서 그걸 보살피는 데 매일 15분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13,797,000 초가 되는군요."
"그렇지만...."
푸시 씨는 애원하듯이 항의했다.
"조용히 하십시요!"
외무사원은 이렇게 말하고는 점점 더 빨리 계산을 해댔다.
"당신의 어머니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기 때문에 당신은 집안일도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시장을 봐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그런 종류의 귀찮은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거기에다 매일 얼마나 쓰십니까?"
"아마 한 시간쯤, 하지만..."
"당신이 쓸데없이 써버린 시간이 또다시 55,188,000 초나 되는군요, 푸시 씨....(하략)"

- 미카엘 엔데, 모모中

그렇다!
이것은 시간 도둑인 잿빛 인간들이 써먹는 수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쉬는 시간도 아까워하면서 능률과 효율을 따지던 사람들이 결국은 어떻게 되었더라.

이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들에 대한 강력한 '음모'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노동자를 부려먹기위해 서머타임을 도입한 것과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둥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미 아침이 빠뜻한 직장인/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아침형 인간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나는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화목하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취미 생활에 충실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떤 틀에 찍어낸 것 같은 모형을 세워두고, 전부 이렇게 되라! 라고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획일화 사회가 아닌가.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묵묵히 앞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 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 없어. 앞에는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을 멈추고 한참동안 생각을 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 미카엘 엔데, 모모中

나는 베포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즐겁게 일하고 싶다. 그게 나한테도 정말로 중요하니까.
내가 주윤발(周潤發)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삼류극장 (재개봉관)에서 였다. 영웅본색1과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동시상영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들킬까봐 (누구에게?) 조마조마해서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영화를 제대로 봤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운명은 때로 이렇게 찾아오는 법이다. 내가 주윤발에게 결정적으로 반한 장면은 그 유명한 쌍권총 난사씬도, 위조지폐에 불 붙여 담배불 붙이는 장면도, 홍콩판 희나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테이블위에 의족을 올려놓고 술병을 들이붙는 장면도 아닌, 마지막에 빗발치는 총격 속에 죽는 장면이었다.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미화되어멋지게 나온 영화는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첩혈쌍웅(諜血雙雄)' 이다. 완벽하고 냉정한 킬러이면서, 내면은 따뜻한 그런 정말 멋진 남자로 그려졌다. (그런 역할이 주윤발의 단골이기는 하다;) 오우삼 감독의 춤추듯 유려한 총격 장면도 환상이었고, 처절한 사나이들의 의리, 이유없이 비장한 슬로우 모션 같은 것도 참 멋있다...고 느꼈었다. 결국 난 그영화가 삼류극장에 내려왔을때 극장에서만 5번을 봤다. 이틀에 걸쳐서. Ⅲorz (난 이럴때 나한테 편집증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

슬램덩크 TV판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애니화 한 것에 비해, 극장판으로 나온 4편은 오리지널이 상당 부분 섞여들어간 내용이다. 그래서 원작을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 오리지널은 용서가 안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다지 좋아지지는 않는게 극장판 슬램덩크다. 그나마 그중에 4편을 쬐끔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뒤에...

극장판 4편은 '녹성(이름 짓는 성의하고는;;)'고등학교를 등장시켜 거기다 '마이클'이라는 버터를 말아먹은 듯한 금발총각까지 나오는, 오리지널 스토리.

원작 시기상으로는 전국대회 지역예선에서 해남에게 진 다음이다.
무림과 능남과의 경기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녹성고교가 도전을 해왔다..라는건데, 이런 스토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머리를 박박 미는 강백호가 나왔다는게 제일 중요하다!!
이건 원작에는 안나오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분명 원작에서는 이 다음에 바로 빡빡이었단 말이다.


↑ 서로 자기가 더 잘했다면 해남전에서 승리했을거라고 한바탕하는 두 사람

* 동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자면 이 부분은 수없이 많은 패러디에서 재현이 된 장면이다.
비를 맞고 의기소침하게 락커룸에 앉아있는 강백호.
그때 갑자기 등장한 루카와(...호칭 변경;)의 검은 실루엣은 또 어찌나 멋지신지.
기죽은 강백호에게 다시 元氣를 불어넣는 자상한 그이로서의 루카와의 모습~♡

어쨌거나, 원작은 백호의 머리를 깍는 모습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히 농구위주의 만화라 그들의 일상까지는 보여주지 않는것인지.
그런데, 극장판 4편의 맨 첫 화면은 이발소를 찾은 하나미치의 머리 깍는 장면부터 시작이다.
우후~ 너무너무너무 귀여운 변신을 하는 우리의 하나미치! 꺄아~ o((>.<))o
하나미치가 머리를 깍고 첫 등교를 하는 장면에서 자칫 인상이 더 험해 보일 수 있음에도 그 가운데 '귀여움'을 찾아낸 하루코(채소연)의 심미안에 감복하는 바이다.
거기다 백호군단과 농구부 선배들의 그 폭발적 반응이라니.^^
(역시 하나총수!! ← 뭔가 다름;)

거기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의 마이클의 시선도 심상치 않았음.
당연하지, 역시 천재~ 냐하

이런 무방비하고 태양같이 환한 한점의 그늘도 없는 웃음의 직격탄을 맞고
가슴이 설레이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 역시 뭔가 다름;)



ps. 가끔 투니버스에서 울궈먹기의 일환으로 슬램덩크 극장판을 틀어주곤 하는데, 화면 상단에 ⑦ 표시가 되있는걸 보고, 순간적으로 어째서 18금이 아니지? 라고 3초간 의아해 했던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