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각본 : 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
촬영 : 호이트 반 호이테마(Hoyte Van Hoytema)
음향 : 리처드 킹(Richard King), 음악 : 한스 짐머(Hans Zimmer)
특수효과 : 폴 J. 프랭클린 (Paul J. Franklin)
출연 : 쿠퍼 - 매튜 맥커너히, 아멜리아 브랜드 - 앤 해서웨이, 어린 머피 - 맥켄지 포이, 어른 머피 - 제시카 차스테인, 브랜드 - 마이클 케인, 도널드 - 존 리스고, 로밀리 - 데이빗 기아시, 도일 - 웨스 벤틀리, 만 - 맷 데이먼, 게티 - 토퍼 그레이스, 어린 톰 - 티모시 찰라멧, 어른 톰 - 케이시 애플랙 외
줄거리 :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다가온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불러왔고, NASA도 해체되었다. 이때 시공간에 불가사의한 틈이 열리고, 남은 자들에게는 이 곳을 탐험해 인류를 구해야 하는 임무가 지워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그들은 이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간다. 그리고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출처 > 네이버영화]

 * 한 줄 요약 - 이번에도 세상을 구하는 것은 사랑이다.

※ 가급적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화를 볼 생각이 있다면 뒤로 가기 버튼 추천.

- 일반 상대성이론, 특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블랙홀, 웜홀, 우주..... 이런 건 부차적이다. 결국 놀란 감독이 하고싶었던 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건 인셉션이나 메멘토에서도 그랬고, 이번엔 좀 더 노골적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우와~ 이 무슨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의 제일은 사랑...같은 이야기냐 하겠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희망과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스포인가?)

- 숨이 막힐 듯한 모래 폭풍과 어딘가 불길한 옥수수 평원과 달리 대기권 밖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한 없이 푸르고 아름답다. 우주로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흐르는 정적이 너무나 차갑고 쓸쓸해서 눈물이 났다. 절대 고독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저런 느낌이겠지.

- 공돌이로서 우주로 날아간 초반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놀란 감독의 놀라운 기술력에는 감탄의 연속이었지만, 이게 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후반부(웜홀, 블랙홀, 차원의 방 등등)에 가서는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도 되나요 싶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누누히 얘기하지만, 이건 사랑 영화인걸.

- 위대한 우주 앞에 먼지처럼 작아지는 인간이지만, 티끌 속에도 우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맨인블랙인가ㅋㅋㅋ

- 놀란 사단이라도 불러도 무방할 배우들의 면면에 반해, 맷 데이먼을 놀란 감독 영화에서 본다는 건 무척 생경한 경험이었다. 난 정말 아무 정보 없이 그저 놀란 감독 영화라는 거 하나만 알고 보러간 거라, 앤 해서웨이 나올 때도 놀랐는데, 맷 데이먼 나왔을 때 진짜 깜짝 놀랐더랬다.

- 머피는 중요 인물이라는 게 처음부터 느껴졌지만, 오빠 톰은 머피에 비해 너무나 존재감이 없고, 평범하게 나와서 난 사실 오빠 이름이 톰이었다는 것도 네이버에서 찾아보고야 알았지만, 톰이야말로 숨은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그게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닐지라도, 황폐해져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줬으니까.

+ 타스와 케이스.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 ㅠ.ㅠ

단테의 신곡 (2014~2015 국립극장레퍼토리시즌)

일   시 : 2014. 10. 31 ~ 2014. 11. 08
장   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극일 : 2014. 11. 05 (수) 20:00
원   작 : 단테 알리기에리, <La Divina Commedia di Dante Alighieri>
제작진 : 연   출 - 한태숙, 재창작 - 고연옥, 음악감독 - 이태원, 홍정의, 무대디자인 - 이태섭, 조명디자인 - 김창기, 음향디자인 - 김호성, 음향효과디자인 - 지미세르, 의상디자인 - 김우성 외
캐스트 : 단테 - 지현준, 베르길리우스 - 정동환, 미노스 - 김금미, 베아트리체 - 김미진, 프란체스카/사피아 - 박정자, 카론/천사 - 이시웅, 하드리아/로메오 - 최원석, 우골리노/천사 - 오승용, 루키페르/천사 - 김인휘, 파울로/마르코 - 박종태, 단테 내면/늙은 단테 - 김은석, 대장마귀 - 서정금, 미라 - 남궁혜윤 외
줄거리 :
살아서 지옥을 견디는 사나이의 이야기
삶의 한 가운데서 길을 잃은 단테는 어두운 숲 속에서 만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평생을 그리워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깊은 어둠 속에서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노래와 함께 지옥의 문이 열리고, 죽은 영혼들을 지옥의 심판대에 실어가기 위해 지옥의 뱃사공 카론이 다가온다. 카론은 아직 살아있는 육신을 가진 단테를 배에 태울 수 없다고 거부하지만, 저 높은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한 여인을 만나야 한다는 단테의 간청을 받아들인다. 지옥의 심판대에는 괴물 형상을 한 지옥의 판관 미노스가 죄인들의 몸에 자신의 꼬리를 휘감으며 그들의 죄를 심판한다. 미노스는 지옥을 지나려는 단테에게 인간이란 살아서도 죽어서도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데, 단테는 지옥에 떨어질 정도로 죄지은 일이 없다고 자신하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대극장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대해서는 그저 광활하다는 인상. 그리고 앞자리의 역단차. 도대체 극장 설계를 누가 했는지원, 1,2열 피해가도 착시효과에 의한 역단차 현상은 여전하다.
초연은 보지 못했고, 해서 이 넓디 넓은 대극장에서 과연 어떤 연극을 보여줄 것인가, 배우들은 생목소리로 연기할 것인가 궁금증을 안고 갔다. 결론적으로 그 큰 대극장에서 생목소리는 무리이며, 배우와 관객 모두를 위해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
(같은 대극장이라도 규모가 좀 작은 엘지 아트센터에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봤을 땐, 배우들이 그 넓은 대극장을 생목소리로 채우느라 다들 목이 가서 나중엔 쇳소리밖에 안났던 슬픈 기억이 ㅠ.ㅠ)

- 단테의 신곡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다이제스트는 읽어봤지만; 그 길고 방대한 원작은 항상 지옥편 초입에서 읽다 포기하기 일쑤여서. 대략의 내용만 파악하고 갔는데(인터넷은 참 좋아;) 이 복잡하고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참으로 효율적으로 쉽게 이해시키는 연극이라는 점이 대단했다.

- 누누히 얘기하지만, 저 광활한 해오름 극장의 깊이감을 충분히 살린 경사 무대로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소름끼치는 음향 효과. 내가 한태숙 연출에게 감탄하는 것 중 하나가 탁월한 음향 효과의 사용인데, 이번 단테의 신곡에서도 정말 굉장했다. 특히 우골리노가 손자를 잡아먹을 때의 그 까드득 까드득 하는 효과음은 얼마나 공포스럽던지.

창극과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연출도 정말 좋았다. 지옥도의 다양한 면을 그렇게 보여주는 듯해서. 특히 오페라 가수를 캐스팅한 듯한 우골리노, 루키페르가 등장하는 장면은 딱 오페라 씬 그 자체였다. 특히 루키페르의 솔로는 돈 죠반니의 석상을 보는 듯했다. 우골리노의 복수와 증오에 찬 절규 가득한 바리톤의 울림 또한 어찌나 멋지던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순간의 그 광기와 온몸을 불태울 듯한 복수심이 전율을 일으킨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거지, 신은 어디에 있는가.

- 1막이 지옥편, 2막이 연옥과 천국편인데, 지옥편이 아무래도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함이 넘치다 보니, 2막이 좀 심심한 느낌이다. 그래도 기울어진 유리벽으로 표현한 연옥은 시각적으로 영상미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내 죄를 내가 압니다.' 지은 죄의 경중을 떠나 연옥과 지옥의 차이는 그거다. 지옥에 갖혀있는 자들은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할 줄 모르고, 연옥에 있는 자들은 적어도 자신이 지은 죄가 뭔지 알고 그걸 반성한다는 것. 그들은 산자들의 기도를 통해 연옥에서 보내는 날이 줄어드는데, 이 대목에서 신부님이 식사 전 기도만 하지말고, 식사 후 기도[각주:1]도 반드시 하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 천국편은 좀 싱거웠다고 할까. 나처럼 속물적인 사람은 천국은 뭔가 더 좋고 아름답고 그래야할 것 같은데, 단지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 하기는 천국의 모습을 누가 알겠는가. 지옥이나 연옥이나 지상에 펼쳐진 인간 군상의 모습과 다를 바 없으니 크게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겠지만, 천국이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이니.

- 배우들 얘기를 해보면, 지현준 씨의 재발견. 이렇게 훌륭한 배우였던가! 몸을 쓰는 것부터 사소한 손 짓,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근데 JCS에선 왜 그러셨어요;;)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며 연습량이 보이는 신체의 움직임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베르길리우스의 정동환 씨는 워낙 베테랑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에겐 천국을 보여주고, 자신은 볍씨만한 믿음이 없어 지옥으로 떨어진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고스란히 무대 위에 재현해주셨다.
애욕의 화신 프란체스카와 질투에 눈이 먼(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사피아 역의 박정자 씨 역시 연륜이 묻어나오는 포스를 보여주셔서 감격. 난 이렇게 묵직한 울림 있는 연기를 보여주시는 원로 배우분들이 정말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셔서 무대에 오르시길 간절히 바란다.
그 외에 다양한 지옥의 아귀들, 인간 군상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는데, 딱 한 명 제 몫을 못한 이를 꼽자면 베아트리체 역의 김미진 씨. 단테의 이상의 여인이며, 천상의 지고한 곳에 머무는 베아트리체가 그렇게 무미건조한 여인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너무 아쉬웠다.

+ 내 이름은 단테, 지옥을 견디는 자입니다.

이거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대사인데, 난 뜬금없이 러닝맨 특유의 그 '시간을 멈추는 자~' 뭐 이런 게 생각나서 혼자 뿜을 뻔 했다.ㅋㅋㅋㅋㅋ


  1. 식사 후 기도 - 전능하신 하느님 /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 아멘 /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 아멘 [본문으로]
레베카(Rebecca)

일   시 : 2014. 09. 06 ~ 2014. 11. 09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4. 11. 02 (일) 14:00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원   작 :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
캐스트 : 나 - 임혜영, 막심 드 윈터 - 민영기, 댄버스 부인 - 신영숙, 반호퍼 부인 - 김희원, 잭 파벨 - 박인배, 줄리앙 대령 - 허정규, 베아트리체 - 이정화, 가일스 - 김장섭, 프랭크 크롤리 - 이광용, 벤 - 김지강, 프리츠 - 신재희 외

* 한 줄 요약 - 임나 종신계약 원츄~

- 초연 때도 좋다 했는데, 재연에서 더더 좋아진 임혜영 씨의 '나'는 참 미묘한 주인공이다. 캐스팅 보드에서조차 댄버스 부인 뒤에 있지만, 분명히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나'라는 거. 그걸 조용한 존재감이라고 표현할 지. 하여간 대놓고 내가 주인공이다 카리스마 터트리고 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아직 어리고 젊은, 미숙한 소녀가 사랑을 하면서 점차 강단있는 여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그걸 임나가 정말 잘 표현해줘서 매번 감탄하고있다. 특히 칼날송 이후 '나'의 변화는 놀라운데, 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이 사람을 아주 바꿔놓았다. 항상 소심하게 움츠러들던 모습이 사라지고, 등을 쭉 펴고 당당하게 고개를 쳐든 모습이 허세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진짜 이 '나'라는 역할은 임혜영 씨 필모에 길이 남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 신영숙 씨의 댄버스 부인은 옥댄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데, 초연 때도 레베카 내 새끼, 내 자랑스러운 레베카~ 이런 모성을 보여줬는데, 재연에선 그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뭔가가 더 생겨난 거 같더라. 옥댄이 레베카를 동일시하며 숭배하는 노선이라면, 신댄은 자랑스런 내 새끼, 뭘해도 우월하고 잘난 레베카 우쭈쭈 이런 느낌인데, 거기에 되게 아련하고 애절한 감정이 더 깊어졌다. 
레베카3는 옥댄의 화려한 폭발력이 더 돋보이는데, 레베카4에서의 배신감에 무너져내리는 감정선은 신댄이 정말 처절하더라. 게다가 오늘 손수건을 가차없이 집어던지는데, 그 상처받은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하더라. 순간적인 몰입이 굉장해서 가슴을 쿡 찌르는데,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불타는 맨덜리에서 보여준 광기도 정말 대단해서, 민막심과 함께 블퀘 천장을 뚫어버리심.

- 민막심은 지난번보다 오늘이 훠~얼씬 더 좋아져서, 역시 공연이 진행될 수록 점점 더 내공이 쌓이고 발전해나가는 구나 싶었다. 지금 마리 앙트와네트랑 같이 달리시는 듯 한데, 레베카는 다음주면 끝이니까. 아~ 써놓고 보니 좀 아쉽다. 한 번 정도 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스케쥴이 안 맞다니 ㅠ.ㅠ
'놀라운 평범함'이 참 어려운 넘버인가보다. 내가 본 세 막심 누구도 만족스럽게 불러준 사람이 없다. 이게 막 어려운 넘버라는 티는 안나는데도 뭔가 부르기 어려운 곡인가보다. 뭐, 막심의 대표곡은 따로 있고, 신이여나 칼날송만 잘 불러주면야. 게다가 오늘 민막심의 칼날송은 진심으로 대박! 레베카의 제안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치욕스러움과 그만큼 더 커다란 레베카에 대한 증오심이 제대로 표출되고, 그 와중에 그녀에게 끌려다니는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까지 다 보이더라. 레베카 빙의 씬도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자연스러웠고. 하여간 오늘 민막심은 칼날송이 다했음.

- 김희원 씨의 반호퍼 부인은 나래 반호퍼 부인과 또 다른 매력덩어리. 나래 반호퍼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난미쿡여자 넘버에서 제대로 소울 충만한 섹시한 반호퍼를 보여준다면, 희원 반호퍼는 애드립 넘치는 즉흥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은 매력을 선사한다. 줄리앙도 거기에 흠뻑 빠진 거 같고. 난 이 커플 지지합니다!! 초반에 이히를 대하는 태도가 두 반호퍼가 냉탕/온탕 수준이지만,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쿡 졸부 아지매라는 캐릭터는 유지하고 있으니까. 초연 때 경미 반호퍼가 넘버 소화라는 면에서 살짝 밸붕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번 반호퍼는 누굴 봐도 만족스러운 듯.

- 박인배 씨의 잭파벨도 변함없이 좋아서, 난 진짜 이 잭파벨이야말로 레베카가 장난감으로 데리고 놀았을 법한 레베카에 어울리는 정부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인물값하고, 적당히 야망이 있고, 적당히 양아치고. (매우 양아치면 안됨.) 음색도 좋고, 넘버 소화 잘하고, 페이크 모션같은 것도 좋다. 무엇보다 너~무 느물대지 않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 레베카는 마지막 에필로그와 커튼콜이 참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 특히 다들 인사한 후,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레베카~로 시작되는 앵콜송이 아주 좋다. 오늘은 민막심이 작정한 듯 후음을 굉장히 기~일게 빼줘서 객석이 끓어올랐지. 그리고 주인공 '나'가 등장해서 부르는 어젯밤 꿈속 맨덜리 선창 후 합창이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것 같아서 보고있는 동안엔 분명 어둡고 미스테리한 내용이라 생각했으면서도,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그래서 웃기게도 레베카가 힐링극인 거 같다는 착각이든다니까. 뭐, 그래서 엄마와 동생을 동반한 거기도 한데, 엄마도 동생도 아주 만족하면서 재밌었다니 보람이 있다.  

+ 극장을 나서는데, 쿤체와 르베이 할배가 보여서 나도 모르게 아는 체를 할 뻔했다. 안 해서 다행이다. (진땀) 
연극 프랑켄슈타인

일   시 : 2014. 10. 10 ~ 2014. 11. 09
장   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관극일 : 2014. 10. 11 (토) 15:00
연   출 : 조광화, 무대디자인 : 정승호, 분장 : 채송화
원   작 : 메리 셀리(Mary Shelley), 각색 : 닉 디어(Nick Dear)
캐스트 : 괴물 - 박해수, 빅터 프랑켄슈타인 - 이율, 드 라쎄/마담 프랑켄슈타인 - 정영주, 엘리자베스 - 전경수, 아가사/여자피조물 - 황선화, 펠릭스 - 이현균, 알리나 프랑켄슈타인 - 박도연, 클라리스/그레텔 - 박지아, 클라우스/이안 - 안창환 외
줄거리 :
어느 날 밤,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케슈타인’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졌지만, 동시에 너무나 추악한 외모를 지닌 ‘괴물(Creature)’. 그는 창조자 ‘빅터’에게 조차 버림받고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배척당한다. 자신의 외모를 저주하며 인간 세상에서 스스로를 배척하던 괴물은 어느 날, 숲 속을 헤매다 눈 먼 노인을 만나 언어와 문학, 인간다운 감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노인의 가족들은 그의 추악한 외모에 놀라 그를 저주하며 내 쫓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절망한 ‘괴물(Creature)’은 복수를 결심하고, 그의 기원이자 창조자인 ‘빅터’를 찾아가 ‘자신을 위한 완벽한 짝’을 만들어 달라고 청한다.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이번에도 괴물이 다했네.

- 올해 무슨 봇물이 터지듯이 프랑켄슈타인 관련한 영화부터 뮤지컬, 연극 등이 계속 올라오고있다. 무슨 붐인건가 아니면 저작권이 이제서야 풀린건가.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망했고, 뮤지컬은 창작뮤지컬임에도 흥했고, 연극은 2011년 영국 국립극장에 올린 버전을 조광화 연출이 올렸다. 이 연극 프랑켄슈타인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빅터와 크리쳐를 연기해서 더욱 더 화제가 되었더랬다.
사실, 내가 재작년인가 처음으로 은태가 프랑켄슈타인을 한다더라...는 소문을 들었을 땐 저 영국 국립극장 버전의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고는 연극을 한다고...?! 상태였는데, 곧이어 그게 창작뮤지컬이라더라..하는 소리에 뭐라고?!! 상태.
하여튼, 그 화제의 연극을 조광화 연출이 다시 손을 봐서 올린 게 2014 연극 프랑켄슈타인이다.

- 프랑켄슈타인으로 늘어놓을 수 있는 담론은 무궁무진하다. 사람이 만들어낸 생명에 대하여 이것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낸 그 무언가로 취급할 것인가. 아름다운 것만을 모아서 만들었으나 결과물이 흉측해서 버린다는 부분으로 가면, 어리고 귀여울 땐 데리고 살다가 커서 못생겨지고 똥오줌 감당이 안될 땐 내다버리는 반려 동물의 이야기. 낳아놓고 책임지지 못한 생명에 대한 무책임. 아동학대, 방치, 폭력 등등.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조광화 연출의 프랑켄슈타인은 무게 중심이 너무 "괴물"에게만 쏠려있다. 첫 탄생에서부터 본능을 따라 생존하는 시기, 드 라쎄를 만나 비로소 삶을 살아가는 시기, 그리고 성장하고 이지를 발하고 (나쁜 쪽으로)인간다움을 배우고, 그걸 따라하는 괴물. 이 연극은 너무나도 '괴물'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박해수 괴물의 원맨쇼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2시간을 쉬지 않고 끌고가는거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 극의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느껴지더라. 사실은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임팩트가 커야할 것 같은데도 기억하는 건 괴물의 탄생부터 그의 생존기니까. 거기에 집중할 극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다.
본능으로만 뭉쳐진 괴물이 첫 호흡을 하고괴성을 지르고, 힘겹게 두발로 서고, 걷고, 배고픔을 느끼고, 하늘을 나는 새의 아름다운 날갯짓에 마음을 빼앗기는 장면은 무척이나 흐믓하고 엄마미소 짓게 만들었지만, 이게 극의 주제는 아니니까.
 
- 토월 극장은 처음이었는데, OP석 3열은 그럭저럭 괜찮았다만, OP 1,2열은 과연 시야가 어땠을지. 극장의 울림 자체는 좋은 편인데 음향 소리가 배우들 생목소리를 다 집어먹더라.
무대는 정승호 디자이너라 살짝 기대가 있었는데, 저예산이었나;; 비닐과 랩과 투명테이프가 몇 박스가 들어갔겠구나 싶은 무대였다.

- 아직은 가슴을 치는 그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프리뷰라서 그럴까. 다음에 본 공연을 볼 땐 좀 더 마음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 무대의 중요한 소품 중에 사슴뿔을 닮은 거대한 나뭇가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슴은 생명을 말할 때 중요한 상징으로 영상 처리된다. 원령 공주 이후로 사슴 = 생명 혹은 대자연이라는 공식이라도 생겼나보다.

++ 아, 그리고 배우들 일렬로 죽 세우는 연출은 좀.... 이거 동선 정리 좀. 무슨 커튼콜도 아니고 일정한 간격으로 줄 맞춰서 늘어서서 사람을 찾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