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일   시 : 2014. 03. 18 ~ 2014. 05. 11
장   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관극일 : 2014. 03. 13(목) 20:00
원   작 : 프랑켄슈타인 by 메리 셸리(Mary Shelley)
연   출 : 왕용범, 음악감독 : 이성준, 안무 - 서병구, 무대디자인 - 서숙진
캐스트 : 빅터 프랑켄슈타인/자크 - 이건명, 앙리 뒤프레/괴물 - 박은태, 줄리아/까트린느 - 리사, 엘렌/에바 - 서지영, 룽게/이고르 - 김대종, 슈테판/페르난도 - 이희정, 어린 빅터 - 최민영, 어린 줄리아 - 김희윤 외
줄거리 :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빅터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받은 앙리는 그의 실험에 동참하지만 종전으로 연구실은 폐쇄된다. 제네바로 돌아온 빅터와 앙리는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가는데,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고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홀연 사라지고 만다. 3년 후,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둔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괴물

- 작년 여름 쯤에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창작 뮤지컬을 기획중이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당시에 캐스팅 된 배우 이름은 유준상, 박은태만 올라있는 상태여서 과연 은태가 프랑켄슈타인을 할지, 크리쳐를 할지 궁금했더랬지. 그리고 잊고지냈더니만 전 캐스팅이 발표되었고, 프로필 사진들이 올라오고, 넘버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제작발표회를 통해 기대감을 높였다........지만, 난 이 과정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일에 치여서 ㅠ.ㅠ 
공개된 곡도 제대로 들은 게 없고, 연습 영상이니 뭐니 하나도 챙겨보지도 못하고, 티켓 오픈일도 까맣게 잊어버려서 1차 티켓팅엔 참전도 못했다. (물론 개막 석달 전에 오픈한 기획사가 나쁘다!!) 그 와중에 프리뷰 티켓 오픈일도 놓쳐, 삼성카드데이, 베네데이 다 놓쳐 ㅠ.ㅠ (나 뭐한거니;) 그런데 운좋게 2열 자리를 주웠다. 그렇게 보러 간 프리뷰 공연 (사설이 길기도 길다;) 위에다 주절주절 써놨지만, 하여간 그래서 나는 작품 자체에 대해 프랑켄슈타인이 원작이라는 것 외에 사전지식 없이 공연을 보러갔다. 왕용범 연출의 작품을 접하는 것도 처음이고, 은태랑 김대종 씨를 제외하면 다른 배우들도 다 처음!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예방선 치기다;

- 1막이 끝났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세트가 허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출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넘버가 지루한 것도 아닌데, 전혀 몰입할 수 없는 이 이야기는 뭐지? 싶었다. 2막이 끝났을 땐 더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좋을 땐 정말 좋은데, 또 별로인 장면은 끝간데 없이 냉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이 널뛰는 듯한 퀄리티의 이 괴작은 뭘까. 결국 내 감상도 그렇게 널을 뛸 수 밖에.

- 일단 무대는 고딕풍으로 어둡고 음산하다.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홀로 사는 그 성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여간 고딕과 그로테스크 그 어딘가에 위치한 세트는 정말 작품과 잘 어울린다. 성문과 좌우의 나선형 계단과 중간의 다리를 통해 공간을 분리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출도 꽤 영리하다. 그런데 그걸 좀 자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처음엔 오! 신선해! 했던 게 갈수록 또냐? 싶어지는 것도 좀 있었다.
내용도 암울하고 무대 세트도 어두운데, 조명이라고 밝을 리 없지만, 평화의 시대라던가 빅터의 결혼식 같은 장면은 좀 더 화사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대비가 확실하게 되도록 말이다. 하긴 앙상블들 드레스가 그 모양이라 화려한 분위기는 물건너간거지만. (누가 자꾸 ㅎㅈㅇ에게 일을 주는가 ㅠ.ㅠ)

- 내가 왕용범 연출이 처음이라 그런데, 원래 이렇게 플래시백 스타일을 즐겨 쓰는 타입이신지. 효과적으로 쓰인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극의 흐름 자체를 끊어놓을 지경인 부분도 있어서 좀 정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읽다가 회상 장면이 너무 길어져서 본편의 흐름을 놓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뒤적뒤적 앞장을 찾아 읽을 때가 있다. 소설이야 다시 읽으면서 아 이랬었지~ 하면 되지만, 공연에선 그런 흐름을 한 번 놓치면 다시 잡기 힘든 만큼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이야기가 나열식으로 전개되는데다가 그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아도 좋은 이야기는 장황하게 펼쳐놓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한 장면은 넘버 속 가사 몇 줄로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장면 나열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 극은 장면 전환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다가 연출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있었을 거 같긴 한데, 암전의 최소화에 신경 쓴 나머지 오히려 간격을 두어야 할 장면 마저 서둘러 치고 들어와 여운을 즐길 틈도 주지 않고, 그 공기를 산산히 부숴버린다. 앞에 장면이 조용하게 끝나면 다음은 박진감 넘치게 가자고 그렇게 시놉을 짰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정말 심각할 정도로 감정 훼손. 나오려던 눈물 쏙 들어가게 만드는 생뚱맞은 전개라 나중엔 화가 날 지경이더라. 진짜 선택과 집중이 아쉽다.

- 선택과 집중 얘기 나온 김에. 넘버 얘길 안 할 수 없는데, 마지막 소절은 반드시 쭉 뽑아올려서 쩌렁쩌렁 질러야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양 모든 넘버가 다 오페라 아리아급으로 질러대는 걸로 마무리. 진짜 모든 넘버들이 다 하이라이트일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욕심이야 낫겠지만, 그래도 그 욕심을 좀 버렸다면 훨씬 더 큰 걸 얻었을텐데. 그렇다고 넘버들이 영 허접하냐하면 오히려 좋은 노래도 많은데, 그게 계속되는 고음의 나열에 귀가 피로해지고 무뎌지면서 어떤 패턴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조곤조곤 하다 고조되고 리프라이즈되다 마지막엔 또 질러대는 식. 가끔 랩처럼 들리는 곡들은 가사를 너무 많이 구겨 넣으려다 실패한 게 아닌가 싶고, 굳이 저기서 저렇게 안 질러도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으로 심드렁해지면서 배우들 성대 걱정이나 하고 앉아있으니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가 있나.

그리고 노래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있어서 가사 전달이 잘 안된다.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데, 다다다다 구겨넣은 의미심장한 가사들을 관객이 제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감상할 여지를 주지 못한다. 모든 관객이 다 재관람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사가 곧 대사인 뮤지컬에서 가사 전달이 안 된다는 건 상당히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처음에 빅터와 앙리가 서로 의견 대립하다가 앙리가 설득당하는 부분이 노래 한 곡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그걸 한 번에 알아듣고 파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러니 앙리 금사빠 소릴 듣지;) 생명창조가 시작된다는 넘버에서도 중간에 거의 랩을 하듯 지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빅터의 중2함을 들키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꼼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아,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향을 기대하고 갔는데, 좋았던 부분보다는 어딘가 올드하고 촌스러운 편곡에도 살짝 실망했다. 어째서 브라스 편곡이 죄다 열린음악회 아니면 전국노래자랑인걸까. OTL

- 음, 위에 실컷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그렇다고 이게 망작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닌게 배우들이 워낙 열연을 해주셔서. 배우빨이라는 소릴 하려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다보니 스토리도 나름 탄탄하고 극의 구조도 평면적이라 그렇지 아주 얼토당토않은 괴작은 아닌데, 이게 점수로 치자면 70점 정도? 그런데 그걸 순간 순간 120점까지 끌어올리는 게 배우들이다. 마치 심장 뛰는 곡선처럼 밋밋하다 한번씩 피크를 치는, 그래서 평균은 80점인데 최대값은 120점을 줘도 좋은 느낌이다.

- 이건명 배우의 빅터는 오만하고 도도한 귀족 도련님이다. 아마도 뒤치닥거리는 룽게에게 다 맏기고, 자기가 어떤 사고를 치고 다녀도 누나는 나를 다 이해해줄 거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줄리아는 나를 사랑할 거라고 믿는 나르시스트 기질이 다분한 도련님. 그를 유별나다거나 좀 특이한 괴짜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서 그의 주위엔 항상 사람이 모였을 것 같고, 앙리는 그 반짝거림에 끌렸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잃으면서 그 때마다 내도록 절규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느라 계속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역이라 배우가 참 힘들어 보인다.

아니, 그게 빅터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고, 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살면서 가장 최악의 순간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연속적으로 겪게되니까, 이건 무슨 잔혹동화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상급이 최상급인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인데, 최악에 최악을 겹쳐서 경험하게 하다니;; 그리고 그 최악의 일이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차례로 벌어진다는 게 충격과 공포다. 아니, 애초에 이 뮤지컬엔 쓸데없는(?) 죽음이 너무 많다. 죽음에 무감각해질 정도로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죽고 죽고 계속 죽는다. 왕용범 연출 전작이 잭더리퍼라서 그런건지.

자크는 스테레오 타입의 찌질한 악역이라 특별히 의미 부여할 게 별로 없;;
이건명 배우는 프랑켄슈타인으로 처음 만나는데, 연기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으나 음정에 예민한 귀가 자꾸 이게 아니라고;;

- 은앙리, 은괴물에 대해선 내가 사실 이성을 붙들고 후기를 쓸 자신이 없어서...;; 일단 은태가 그동안 이렇게 오래 작품을 쉰적이 없었고, 나도 공연을 참 오랜만에 보는데, 난 진짜 첫 대사 '조금만 참아요, 살 수 있어요!' 만 듣고도 너~무 반가웠어서;; 그런데다가 앙리 설정이 좀 미소년 뭐 이런 캐릭터라서 그랬는지 목소리가 유난히 미성미성. 목소리만 들으면 진짜 영락없는 미소년ㅋㅋㅋ 그런데 또 이 올곧은 청년은 군의관에도 조력자에도 너무너무 성실하게 자기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각잡힌 청년이라서, 참 배우 본인의 아우라라는 건 어쩔 수 없구나 했다. 이게 2막의 괴물에 가서는 특유의 홀리함까지 덧입혀져서, 어쩌면 이렇게 내 취향 적격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는지. ㅠ.ㅠ

오래 쉬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동안에도 꾸준히 레슨 받은 보람인지 저음이고 고음이고 뭐 너무나 안정적인데다가 울림이 풍성한 그 목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 목소리에 취해 이미 반이상 마음을 빼앗겼는데, 2막의 괴물에 가서는 놀라움의 연속. 난 이제껏 박은태라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저렇게 미칠듯한 감정을 쏟아내는 걸 본 적이 없다. 뭐라고 해야할까 은저스 때도 그의 감정은 내부로 꾹꿀 눌러 담아서 절제하고 절제해도 어쩔 수 없이 흘러넘치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 이번에도 다른 장면에서는 그런 절제된 감정이 느껴지는데, '난 괴물'이라는 넘버에 가서는 진짜 전부를 내던져버리더라. 온 마음과 정신과 감정, 오장육부를 송두리째 뒤집어 무대 위에 쏟아내는 느낌이라 그 순간 급격히 감정의 밀도가 높아진다. 내가 저 위에 썼지만, 사실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계속 관찰자 모드로 심드렁하니 극을 구경(감상이 아닌)하고 있더랬었는데, 진짜 이 한 장면에서 보여준 순도 높은 감정의 폭발에 휩쓸려서 냉정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그 여운에 잠겨들려는 찰나에 쿵쾅쿵쾅 앙상블 떼창에 다음 장면이 곧장 치고들어와서 내 감정을 산산히 흩어놓았지. -_-++

사실 '난 괴물' 넘버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나에게 이 날 가장 가슴 저린 대사는 '바람이 분다.' 였다. 이건 봐야지 알 수 있는데, 너무나도 물기 가득한, 그러면서도 서늘한 목소리로 빅터에게 '하늘을 봐. 바람이 분다.' 하는데, 난 이 뒤에 '살아야겠다.'가 나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내려앉더라. 뭐, 그 대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은괴물을 보면서 은태가 캐릭터 해석을 진짜 철저하게 나노 단위로 해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는 한 편, 그래서 앙리는?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 그게 배우 탓이기만 하겠냐며.

- 두 주인공 얘기에 진이 빠진 관계로 나머지 배우들은 간단히.

리사 씨가 맡은 캐릭터인 줄리아는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든 꽃 병풍이었고 (배우 역량이나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상 끼어들 여지가 없다), 까뜨린느는 그렇게까지 몰아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그러니까 이 세상에 불행한 일이란 불행한 일은 모두 이 여자에게 벌어져야 했었냐고. 누군가는 이런 인간 군상들이 잔뜩 나오는 극이라 보고나면 기가 빨린다고 하던데, 난 그냥 지치더라. 발성이 뚝뚝 끊어치는 듯해서 좀 거슬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넘버 소화도 잘하고, 연기도 무난무난한데, 꽃 병풍 답게 비명이라도 좀 시원하게 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르다 만 바람 빠진 비명 말고, 공포 영화에 잘 나오는 그런 비명 좀...

서지영 배우도 이번에 처음 만나는데, 그동안 내가 엠뮤지컬 작품을 안봐서 이 분을 이제야 접하는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실력도 좋으시고, 연기도 짱짱하신데, 엘렌과 에바 모두 훌륭하셨다. 특히 '남자의 세계'에서 무슨 밤의 여왕 소환하는 고음역을 잘도 지르시던데, 내가 다 긴장이 되서. 비중면에서 보면 여주인공은 줄리아가 아니라 엘렌인 것 같던데, 빅터가 가장 슬퍼한 것도 엘렌의 죽음이었고.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누님과 남자를 채찍으로 부리는 누님 모두 매력적이었다. 자크는 어쩌다 이렇게 멋진 누님의 눈에 들었을까나.

룽게와 이고르 역의 김대종 씨는 이 어둡기만한 극에 한줄기 웃음을 안겨다 주는 감초 캐릭터를 잘 살려주셨다. 그 와중에 이고르의 비중이 너무 미미해서 도대체 왜 이 역을 시켰는지 모르겠다는 게 아쉬움. 슈테판 시장과 페르난도 역의 이희정 배우도 처음인데, 음...뭘 논하기엔 내가 제대로 본 게 없어서.

그리고 노래도 연기도 너무너무너무너무 잘 해낸 어린 빅터의 최민영 군, 혀가 꼬일 것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들의 나열을 또랑또랑 맑은 음색에 실어서 불러주는데, 아주 그냥 기특해서 엄마 미소 지으며 봤더랬다.

앙상블은 초반 '단 하나의 미래'에서 보여준 시체춤은 정말 훌륭해서 기대가 좀 있었는데, 음....아직 한 목소리가 되지 못해서, 떼창에서 소리가 제각각이라 가뜩이나 가사 듣기 어려운데 좀 깔끔하게 한데 묶여나오는 소리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 나 악인! 이라고 그려놓은 듯한 인물이 저지르는 악행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의도치 않게 벌이는 악행 쪽이 사실은 더 무섭고 잔인하다.
뮤지컬 11편에 43회 관람, 연극 6편에 10회 관람. (2012년 뮤지컬 13편에 61회 관람, 연극 19편에 19회 관람). 새로운 부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공연 관람 횟수가 줄기도 했지만, 내가 제일 바쁠 때, 마침 은태가 딱 휴식기에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ㅠ.ㅠ 2014년에도 일거리는 파도처럼 웨이브를 타면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형국일 터, 앞으로 관극 일정 잡는 게 더 어려워질 게 눈에 뻔히 보인다. 대체 개막 석 달 전 예매라니!! 난 겁나서 프랑켄슈타인 티켓팅엔 손도 못댔다.

* 최다 재관람 공연 - JESUS CHRIST SUPER STAR 22회(은저스 21회)
보기 전엔 2번 정도 보면 되지 않을까...로 시작했으나, 세번째 관람 후 결국 굴복하고 5월15일 이후로 은저스 전관을 달렸더랬다. 사실 그 때 막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렇게 하루 걸러 하루씩 잠실로 출근할 수 없는 일정이었는데, 무리해서 달렸더랬지. 하여간 그놈의 타이밍이 문제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보다보다 공연 기간이 왜 이리 짧은가, 어째서 지방 공연은 안하나 아쉬웠을 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으니까. 25주년, 자칫 올드할 수 있는 뮤지컬에 정재일 음감을 끼얹은 건 신의 한수였다. 세련되면서 다이나믹하고 절묘한 편곡이 극을 살렸다. 2014년 대관 일정에 밀려 다음 공연은 2015년이나 되야 올라온다는데, 기다리다가 현기증 나게 생겼다.

최다 재관람 기념으로 남기는 JCS 결산
  • 총 관람횟수 - 22회
  • 캐스트 별 관람 횟수
    예수 - 박은태(21), 마이클리(1) / 유다 - 김신의(3), 윤도현(8), 한지상(11)
    마리아 - 장은아(5), 정선아(17) / 빌라도 - 김태한(10), 지현준(12) / 헤롯 - 김동현(9), 조권(13)


* 나만의 베스트 뮤지컬 - JESUS CHRIST SUPER STAR
처음엔 번역에 뜨악했고, 준비가 덜 된 듯한 앙상블에 또 한번 뜨악했으나, 역시 웨버옹의 음악은 대단했고, 원작이 가진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연출이지만, 난 연출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조명의 사용이 적절했고, 직접적으로 예수의 등장이 없어도 되는 장면 곳곳에 예수를 등장시킨 것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면 마리아의 유일한 솔로곡인 'I don't konw how to love him'에서 무대 뒤편에 기도하는 예수를 등장 시켜서, 마리아의 환상과 교차하는 장면 같은 거. 이 프로덕션으로 다음에 올라올 땐 번역만 좀 더 다듬어서 올라오면 좋겠다.

* 나만의 베스트 연극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만사이 상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일본적인 정서로 재해석해서 전통극인 교겐의 형식을 빌어서 미니멀하게 무대에 재현시키는 만사이 상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연극이었다. 대자연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인간 역시 삼라만상 중 하나일 뿐. 미니멀하면서도 화려한 연출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 나만의 베스트 넘버 - I only want to say (겟세마네)
재연 엘리자벳에서 은케니의 밀크도 좋았지만, 그건 겟세마네로 단련된 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 공연 피를 토하는 절절함으로,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분노로, 두려움보다 더 강한 서러움을 쏟아내던 곡.


# 피겨 스케이팅 (1 대회, 1 공연)

  • 제67회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일시 : 2013. 01. 05 (쇼트) ~ 01. 06 (프리)
    장소 : 목동 아이스링크
    출전선수 : 여자 싱글 - 김연아, 김해진, 박소연, 김규은, 최휘, 이호정, 박연준, 최다빈 외
                   남자 싱글 - 김진서, 김민석, 이준형, 이동원 외
    연아의 뱀파이어의 키스, 레미제라블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더랬다.

  • All That Skate 2013 - 1회
    일시 : 2013. 06. 21(금) ~ 06. 23(일)
    관람일 : 2013. 06. 23 14:30
    장소 : 올림픽 체조경기장
    출연 선수 : 김연아, 조애니 로셰트, 애슐리 와그너, 김해진, 커트 브라우닝, 스테판 랑비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김진서,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 타티아나 볼로소자/막심 트란코프, 블라디미르 베세딘/올렉세이 폴리슈츄크, 피오나 잘두아/드미트리 수카노보프


# 뮤지컬 (11 공연, 43회)

  • 황태자 루돌프 - 1회
    13. 01. 27 (일) 14:00 - 황태자 루돌프(박은태/옥주현/조휘/한지연/류창우)


  • 아이다 - 1회
    13. 01. 29 (화) 20:00 - 아이다 (차지연/정선아/최수형/성기윤)


  • 레베카 - 3회
    13. 02. 15 (금) 20:00 - 레베카 (류정한/임혜영/옥주현/최나래/최민철/정의갑)
    13. 03. 02 (토) 19:00 - 레케카 (류정한/임혜영/신영숙/이경미/에녹/선우재덕)
    13. 03. 05 (화) 20:00 - 레베카 (유준상/임혜영/신영숙/최나래/에녹/정의갑)


  • JESUS CHRIST SUPER STAR - 22회
    13. 05. 01 (수)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김동현)
    13. 05. 05 (일) 18:3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김신의/장은아/김태한/김동현)
    13. 05. 07 (화)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조권)
    13. 05. 09 (목)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김동현)
    13. 05. 15 (수)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장은아/지현준/김동현)
    13. 05. 17 (금) 14: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김동현)
    13. 05. 18 (토) 15: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지현준/조권)
    13. 05. 18 (토) 19:30 - JESUS CHRIST SUPER STAR (마이클리/한지상/정선아/지현준/조권)
    13. 05. 19 (일) 14: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김동현)
    13. 05. 22 (수)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지현준/조권)
    13. 05. 24 (금)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지현준/김동현)
    13. 05. 25 (토) 19:3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김신의/정선아/김태한/김동현)
    13. 05. 26 (일) 18:3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장은아/지현준/조권)
    13. 05. 28 (화)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지현준/조권)
    13. 05. 29 (수)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한지상/정선아/김태한/조권)
    13. 05. 30 (목)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지현준/조권)
    13. 06. 01 (토) 15: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지현준/조권)
    13. 06. 02 (일) 14: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장은아/김태한/조권)
    13. 06. 04 (화) 20: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지현준/조권)
    13. 06. 06 (목) 14: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김신의/장은아/지현준/조권)
    13. 06. 08 (토) 15:0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지현준/김동현)
    13. 06. 09 (일) 18:30 - JESUS CHRIST SUPER STAR (박은태/윤도현/정선아/김태한/조권)


  • 스팸어랏 - 1회
    13. 06. 29 (토) 15:00 - 스팸어랏 (서영주/이영미/윤영석)


  • 여신님이 보고계셔 - 1회
    13. 07. 06 (토) 13:00 - 여신님이 보고계셔 (최호중/박정원/임철수/강정우/최성원/주민진/이자숙)


  • 두도시 이야기 - 1회
    13. 07. 18 (목) 20:00 - 두도시 이야기 (서범석/최수형/임혜영/신영숙/김도형)


  • 엘리자벳 - 9회
    13. 07. 27 (토) 14:00 - 엘리자벳 (김소현/전동석/박은태/민영기/김이삭/강동유)
    13. 07. 31 (수) 20:00 - 엘리자벳 (김소현/박효신/박은태/민영기/김이삭/강동유)
    13. 08. 03 (토) 14:00 - 엘리자벳 (김소현/박효신/박은태/민영기/김이삭/윤예담)
    13. 08. 11 (일) 19:00 - 엘리자벳 (김소현/전동석/박은태/이광용/김이삭/최재혁)
    13. 08. 14 (수) 15:00 - 엘리자벳 (옥주현/전동석/박은태/민영기/김이삭/강동유)
    13. 08. 16 (금) 20:00 - 엘리자벳 (김소현/박효신/박은태/민영기/노지훈/강동유)
    13. 08. 24 (토) 14:00 - 엘리자벳 (옥주현/전동석/박은태/이광용/노지훈/최재혁)
    13. 08. 28 (수) 15:00 - 엘리자벳 (옥주현/전동석/박은태/민영기/김이삭/최재혁)
    13. 09. 07 (토) 14:00 - 엘리자벳 (김소현/전동석/박은태/이광용/김이삭/윤예담)


  • 몬테크리스토 - 1회
    13. 08. 02 (금) 20:00 - 몬테크리스토 (김승대/윤공주/조휘/백주희/박철호/신현욱)


  • 애비뉴Q - 1회
    13. 09. 01 (일) 18:30 - 애비뉴Q


  • Wicked - 2회
    13. 11. 20 (수) 20:00 - Wicked (옥주현/정선아/이지훈/남경주)
    13. 12. 25 (수) 14:00 - Wicked (옥주현/정선아/이지훈/남경주)


# 연극 (6 공연, 10회)

  • 키사라기 미키짱 - 2회
    13. 01. 16 (화) 20:00 - 키사라기 미키짱(미키팀)
    13. 02. 23 (토) 18:00 - 키사라기 미키짱(미키팀)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 4회
    13. 03. 15 (금) 19:30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13. 03. 16 (토) 15:00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13. 03. 16 (토) 19:30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13. 03. 17 (일) 15:00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 라오지앙후 최막심 - 1회
    13. 05. 31 (금) 19:30 - 라오지앙후 최막심


  • 보이첵 - 1회
    13. 07. 13 (토) 15:00 - 보이첵


  • 광부화가들 - 1회
    13. 09. 30 (월) 19:30 - 광부화가들


  • 햄릿 - 1회
    13. 12. 23 (월) 19:30 - 햄릿(명동예술극장)

    햄릿 (Hamlet)

    일   시 : 2013.12.04 ~ 2013.12.29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13. 12. 23 (월) 19:30
    원   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   출 : 오경택,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햄릿 - 정보석, 클로디어스 - 남명렬, 거트루드 - 서주희, 폴로니어스 - 김학철, 레어티즈/극중극배우 - 박완규, 오필리어 - 전경수, 선왕의 유령/무덤지기/극중극배우 - 정재진, 호레이쇼 - 지춘성, 볼티먼드/극중극배우 - 이지수, 로젠크란츠/포틴브라스 - 김병희, 길덴스턴/무덤지기 - 구도균, 여비서/극중극배우 - 배소현, 경호원 - 신기원, 시종 - 최민혁, 시종 - 고홍진
    줄거리 :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 지금은 왕이 된 삼촌 클로디어스와 여전히 왕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 거트루드의 계략이 있었다는 유령의 이야기에 햄릿은 일부러 미친 척을 하고 사실을 파헤친다. 오필리어는 갑자기 변해버린 연인 햄릿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아버지 폴로니어스와 오빠 레어티스의 반대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한편 햄릿은 자신을 찾아온 배우들에게 아버지의 살해 장면을 연기해 줄 것을 부탁하고, 공연을 함께 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영국으로 내쫓으려 하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배우 낭비, (주의 - 아래 감상 중 스포일러 포함.)

    - 전 세계 어디선가는 항상 상연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가 지지 않는 연극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햄릿일 것이다. 그만큼 유명하고 다양한 버전과 연출로 변주되고 있는 햄릿. 뮤지컬로 영화로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었을 희곡.
    믿음을 주는 명동예술극장의 선택이고, 원작이 바로 그 햄릿!!이고 오경택 연출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봤을 때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게 무리다. 당연히 그만큼 큰 기대를 안고 보러갔는데, 역시 기대와 만족도는 반비례의 관계였음을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 배우들? 당연히 다들 한가닥 하시는 분들인데, 나쁠 게 있었을까? 연출? 아주 막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정승호 디자이너의 무대는 참신했고, 역광 조명을 이용한 장면이나 오필리어의 죽음에서 사용된 시퍼런 배경은 정말 좋았다. 그 외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차지 않았냐....하면, 역시 캐릭터성, 현대화, 오리지널 캐릭터...뭐 이런 거? 

    - 칼대신 총을 쓴 건, 뭔가 이유가 있어서 였을 거다. 처음 햄릿이 총을 꺼냈을 때만 해도, 나는 리즈시절 디카프리오의 화보 영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지만, 역시 햄릿은 총과 어울리지 않는다. 총은 그저 우리 현대사의 어떤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한 소품으로 등장할 뿐으로 포틴브라스에게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독재자와 쿠테타의 향기가 너무 노골적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경악했던 부분은 클로디어스의 캐릭터였는데, 거기에 오리지널 캐릭터인 여비서는 뜬금없이 등장시켜서 클로디어스의 정체성마저 흔들어버렸는가 하는 것이다. 악랄한 근친 살해, 부당한 왕위 찬탈에 이어 여비서와의 불륜까지 얹어서 클로디어스의 야비함을 더할 필요가 있었던 건지. 그리고 그의 최후가 햄릿의 복수의 칼날이 아닌 포틴브라스의 총끝에서 끝났다는 건 진짜 어이가 없어서. 연출은 클로디어스의 최후에 박통의 최후를 겹쳐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음....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고지식한 건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서주희 배우를 데려다 거트루드를 시키면서 그정도 밖에 활용을 못한다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배우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육체적인 욕망에 빠져서 클로디어스를 선택했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하고, 그랬던 여인이 뒤에 진실을 깨닫고 햄릿에 대한 모성을 발하는 장면의 개연성 없음은 어쩔건가. 마치 선수의 기술력이나 기본기는 탄탄한데 제대로 된 안무가를 만나지 못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연기를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햄릿이라는 희곡이 원래 거트루드와 오필리어에게 친절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 그럼 뭐하러 현대성을 찾고, 각색이라는 걸 하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 오필리어의 죽음이 연출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음모론'이나 작금의 안녕들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연출의 고통같은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난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 건 싫었단 말이지. 그래도 시퍼런 물속을 향해 침잠해가는 오필리어의 가련하고도 창백한 모습은 굉장히 시각적으로 훌륭한 연출이었다. 푸르도록 시리고 슬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오필리어 역의 전경수 배우는 뮤지컬 햄릿 월드버전(2008)에서 오필리어로 출연한 경력이 있던데, 내년 초에 EMK에서 올린다는 햄릿에 재도전 해보시는 건 어떨지.

    - 배우들 얘기를 해보면, 햄릿의 정보석 씨는 쉰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변치않는 미모를 자랑하시며 나약하고 신경쇠약에 까칠하며 생각이 많은 햄릿을 연기해주셨다. 레어티즈 역의 박완규 배우는 '잠들지 못하는 밤은 없다.'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시더니, 레어티즈의 비통함과 절망스러움을 온몸으로 표현해주셨다. 엘리자벳의 라우셔 추기경 이지수 배우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반가웠고, 폴로니어스 역의 김학철 배우는 클로디어스와 폴로니우스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고 병들어 지친 몸뚱아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신 정재진 배우님까지 참으로 명품 배우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훌륭한 드림캐스트다.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저 유명한 독백을 극의 마지막으로 돌린 연출도 마음에 차지 않고, 비극의 여운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게 한 마무리도 마음에 안들고, 하여간 나한테는 별 두개 반, 박한 평점을 줄 수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픈 기대작이었다.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2013)

    감   독 : 프란시스 로렌스
    원   작 : 수잔 콜린스 作 헝거 게임 시리즈
    캐스트 : 캣니스 에버딘 - 제니퍼 로렌스, 피타 멜라크 - 조쉬 허처슨, 헤이미치 에버내시 - 우디 헤럴슨, 게일 호손 - 리암 헴스워스, 스노우 대통령 - 도날드 서덜랜드, 시나 - 레니 크라비츠, 피닉 오데어 - 샘 클라플린, 조한나 메이슨 - 지나 말론, 플루타르크 헤븐스비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피 트링켓 - 엘리자베스 뱅크스, 프림로즈 에버딘 - 윌로우 쉴즈, 비티 - 제프리 라이트 외
    줄거리 :
    혁명의 불꽃이 될 거대한 생존전쟁! 살아남아라, 최후의 승자가 모든 것을 바꾼다!
    헝거게임의 우승으로 독재국가 ‘판엠’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캣니스, 혁명의 불꽃이 된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캐피톨은 75회 스페셜 헝거게임의 재출전을 강요한다. 역대 최강의 우승자들이 모인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된 캣니스는 판엠의 음모 속에서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막강한 도전자들과 맞닥뜨린다. 모두의 운명을 걸고 살아남아야 하는 캣니스, 그녀와 함께 혁명의 불꽃이 시작된다. [출처 > 네이버영화]

    * 4분기 부서 행사로 영화 관람이 선택되서 보게된 헝거 게임. 1편을 그럭저럭 잘 봐서 선택했는데 덕분에 잘 봤다.

    1편인 판엠의 불꽃은 묘하게 지루하면서도 중간에 그만두자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작품이었다. 독재국가 판엠의 기득권 층을 위한 무한 경쟁. 헝거 게임은 판타지가 아니라 무한 경쟁 속에 떠밀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였다. 언론 통제, 여론 조작, 공포 정치. 그리고 하고 싶지 않아도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최후의 승자만이 살아남는 잔인한 세계에 던져진다. 힘있고, 돈있는 상위 몇 %를 위해서.
    주인공 캣니스는 활솜씨가 뛰어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의지가 굳건한 아가씨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혁명 전사이거나,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선동가는 아니다. 다만 그녀는 상식적인 정의감과 도덕적인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용기가 있었다. 그녀는 약육강식이 당연하다는 게임의 룰을 벗어나 가능하면 싸움을 피하고 자신보다 약한 루를 보호한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게임의 룰마저 바꿔나간다. 그렇게 그녀는 혁명의 아이콘이 된다. 

    그리고 2편 캣칭 파이어에서 영화는 한층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기득권자들이 약자를 무한 경쟁의 구도로 밀어넣을지라도 약자들은 연대를 통해 그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결국 약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서로에 대한 연대 뿐이라고. 누가 들으면 당장에 좌빨이라고 길길이 날뛰겠구만;

    1편을 볼 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의 제니퍼 로렌스에 의한 제니퍼 로렌스를 위한 영화다. 등장 인물이 적은 것도 아닌데, 원탑 여주인공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내뿜는 이 매력적인 배우가 이제 23살이다. (엠마 왓슨, 연아랑 동갑인데, 하늘에서 90년 생 여성에게 뭔가 특별한 축복이라도 내려준건가.)

    영화 내용은 체제 선전에 동원되는 우승자 퍼레이드와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가는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 우승자들을 모아서 왕중왕 전을 펼치는 전개로 나간다. 그녀로 인해 각지에서 번지는 반란의 기운. 사랑하는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힌 채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면서, 생사를 함께 넘나드는 남자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막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지옥같은 전장 속으로 던져진 캣니스. 다시 재현되는 헝거 게임은 전편에서 한 번 경험한 적이 있기에 흥미롭지 못했지만, 점차 전사로 각성해나가는 캣니스를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게 끝이야...? 라며 허탈해 하더라마는 12구역에 떨어진 참혹한 소식을 접하고 경악고 슬퍼하고 눈물흘리며 사정없이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가 분노를 품고 불꽃을 피워내는 그 과정을 보여준 그 마지막 장면은 제니퍼 로렌스의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되겠구나 서막을 올리는 장면으로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자리의 부장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내가 사는 게 헝거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