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5(일) 14: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이제서야 은촤 정식 첫공

- 그러니까말이다. 벌써 세번째 공연인데, 사실 이날 공연이 이제서야 정식으로 시작되는 2014 모차르트!의 은촤 첫공이다. 그런데 이게 낮공이라서 목이 덜 풀린 건지, 아니면 컨디션 난조인건지 모르겠는데 목 상태가 썩 좋은 거 같지 않더란 말이지. 하기는 프리뷰 공연에서 정말 프리뷰같지 않게 (공연 내용 상관없이 배우가) 쏟아내더니만, 자잘하게 가사 실수(같은 멜로디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거짓말 할 수 없어'를 '때가 되면 나는 떠날거야'로,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끝나면 너도 끝나는 거지'를 '네가 끝나면 나도 끝나는 거지'로 치환해서 뭐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주객전도잖음?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데의 소멸이 볼프강의 소멸로 이어질 거 같지는 않....은게 아니라, 음악 없는 볼프강은 살아도 산 게 아니겠군;)에 무대 장치도 제때 등장하지 않고(여기 빈에 남겠소에서 주교님의 침대(?)가 등장하질 않아서 민주교가 끙차끙차 계단을 올라왔더랬지), 다들 이제 시작인데, 기합이 빠진 건 아닐거고, 집중합시다.

뭐 저런 실수들이 있었다고 해서 공연이 안 좋았느냐면 또 그건 아니라서. 위에 썼다시피 공연의 흐름 자체를 해칠만큼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이게 공식적인 본 공연이며, 이미 여섯번째 무대라는 생각을 좀 해봅시다. 무대 장치 말썽은 프리뷰 기간 내내 하나 둘 있었는데, 본 공연에서마저 이러면 어쩌란 말인지. 제발 문제가 발생하면 땜방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초반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쉬운 길은 잘못된 길.

보통 재/삼연까지 '나는 나는 음악'은 얼마 없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즐거운 한 때~ 둘의 꽁냥거림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장면이었다. 넘버 자체도 가볍고 통통 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진지하게 악보를 적어나가는 아마데를 억지로 꼬여내여 빙그르르 돌면서 얼러대는 은촤를 엄마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씬.

그런데 이게 사연의 Dark Musical (Das Musical이 아님) Mozart!에 와서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거리가 백만광년 쯤 떨어지면서 볼프강에게 전면적으로 집중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거울을 통해 아마데를 등장시키는 연출은 좋았지만, 그 뿐, 아마데는 이 장면에서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 장면이 참 아쉬운게 뭐냐면, 이게 아마데의 첫 등장 씬인데, 그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는 거다. 볼프강이 처음으로 아마데의 존재를 인지하고 "너"로 인해 자유를 찾게될 거라고, "너"와 "나"는 두려울 게 없다고, 아마데를 또 다른 자신으로 인식하는 장면인데, 이 뒤로 아마데는 그냥 악보나 받아적는 어린 아이가 되버렸을 뿐이고 ㅠ.ㅠ

재/삼연은 처음부터 아마데가 피아노 위에서 악보를 적고 있는 상태에서 볼프강이 호들갑을 떨어대면서 누나~~~~~~~~~ 와서 이 멋진 빨간 코트 좀 보라며, 아마데의 존재를 기정 사실로 치고 들어갔다. 그래서 때로 아마데가 볼프강의 분신인가..하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사연에서는 이 빨간 코트를 통째로 드러내고, 그 대신 쓰잘데기 없는 도박씬으로 시작해서 아빠와 난넬이 같이 볼프강을 구박(;)하며 윗사람에게 복종하라고 훈계를 늘어놓는 장면으로 성인(?) 볼프강이 등장하고, 저 거울을 통해 처음으로 볼프강과 아마데가 만나는 건데, 이거 잘 하면 썩 괜찮은 연출이 될 수 있었는데 ㅠ.ㅠ

아마데에 대한 아쉬움은 이 정도로 하고, 그럼에도 사연의 나는 나는 음악이 좋은 건 볼프강이 진짜로 이 장면에서 음악에 도취되어 내가 곧 음악이라며 너무나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그건 새로 바뀐 편곡도 한 몫 하는데, 중간에 조가 바뀌면서 후렴구가 다시 반복되는 그 부분을 굉장히 힘주어서 강조하며 꾹꾹 눌러 부르는 은촤의 목소리가 참 가슴 속 깊은 곳을 찌르르 건드린단 말이지. 내가 음악이고, 음악이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 감각이 세상 무엇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듯 벅차올라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환희에 젖어 있는 은촤의 모습이, 이 뒤에 다가올 비극과 대비되어서 초반부터 울컥하더라. 진짜 은촤는 목소리에 무슨 짓을 한 거니 ㅠ.ㅠ

- 황금별은 언제 들어도 참 각별하다. 전에는 남작부인이 읊어주는 성벽 너머 황금별을 쫒던 시선이, 이번엔 아버지에게서 떨어지지를 않던 은촤. 레오폴드가 냉정하게 안된다는 시선을 보낼 때도 눈을 피하지 않고, 차갑게 외면당할 때도 그 뒷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레오폴드를 열심히 설득하려 다가가지만, 완고하게 마음을 닫은 아버지 앞에서 상처받고 좌절하는 은촤의 표정이 얼마나 애처롭던지. 혹자는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나는 모차르트 빠순이라 여기서 항상 은촤에 감정이입해서 레오폴드가 원망스럽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주시지.

- 그리고 뜻밖에 마음을 빼앗긴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새로 추가된 넘버 2개는 이제라도 그냥 빼버렸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 쉬운 길 넘버 때문에라도 사연 OST 좀 내줬으면 좋겠다. 아니, 하다못해 홍보 영상이나 음원이라도 좀 풀어줘!!!!!!!!!! 내가 이걸 관대 영상 1분 30초 짜리로 앓아야겠냐. 아니, 이거 듣겠다고 은촤 전관할 기세 OTL

정말 이 넘버에서 은촤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데 성량 괴물 민주교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으면서 자유 의지를 피력해대는데 진짜 안 좋을 수가 있겠냐고. ㅠ.ㅠ 어디서든 내 음악이 흘러넘친다며 도취된 표정하며 휘청휘청하면서도 어렵게 찾은 자유를 포기 "안해!" 모든 건 내 선택 "후회는 없어!"라고 확 긁어서 질러주는데 진짜 말도 못하게 좋다.

진짜 All New 라면서 아직도 초연 버전의 OST라니, All New 답게 새로 OST 좀 내자!! 

+ 박은태가 하는 인터뷰에 허언은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밝혀짐. 회전문 돌라 이거지 OTL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3(금)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회전문의 시작은 두번째부터

- 부서 MT가 잡혀있어서 아예 표를 잡을 생각도 안했던 날짜였다. 그런데 프리뷰 보고 그렇게 또 투덜댄 거 치고는 자꾸 떠오르는 장면, 넘버들 때문에 호기심이 끓어올라서 가고싶어 안절부절; 게다가 내가 정말 선호하는 캐스팅이어서 계속 뒷머리가 잡아채이는 느낌. 확인해보니 당일 돌아온다는 사람들이 꽤 되는 걸 보고 결심했다. 느낌이 올 땐 가야하는 거라며.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날 공연을 가서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얼마나 좋았는지. (단, 그렇다고 연출상의 구멍이 메워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프리뷰 첫공의 어수선함은 조금 정리가 되었고, 음향은 그래도 동굴처럼 퍼지는 건 좀 잡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싶었는데, 두번째만에 뭔가 자잘하게 피드백되어서 벌써 삭제된 장면도 있고, 의상이나 동선의 변화도 있었다.

- 지난 프리뷰 때는 변화에 따른 생소함에 적응을 못했던 것이, 그래도 두번째 쯤 되니까 눈에 안들어오던 것도 들어오고, 조금이나마 개선된 음향 덕에 안들리던 가사도 들리면서 아드리안이 그리고자 했던 모차르트는 이런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연 모차르트를 보면서, 미하엘 쿤체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잔영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마데'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아드리안은 역으로 영화 아마데우스를 참 많은 부분에서 떠올리게 한다. 이 부분에서 호오가 심하게 갈릴 거 같기도 하고. 신화적인 인물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도 우리같은 사람"인 면이 있겠지만, 분명이 범인이 따라갈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이 있었기에 세기를 넘어서 사랑받는다는 걸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연 모차르트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아마데에 대한 해석이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하나이면서 또 다른 존재이다. 인간으로서의 행복 혹은 쾌락을 추구하려는 볼프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가 아마데인데, 이전 버전에서 아마데가 음악적 천재성, 신의 축복을 받는 음악 신동이라는 이미지라면, 아드리안이 잡은 아마데는 천재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볼프강에 의존적이다. (악보 업자;) 그렇다고 신동이라고 불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두기에도 어정쩡한 포지션이다.

신의 아이라 추앙받는 아마데와 그런 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인간으로서 누릴 행복을 다 누리고 살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의 구도가 깨지면서 1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장면 자체가 개연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은촤가 그렇게나 열창을 하면서 감동을 전해준다해도 왜 쟤가 갑자기 운명을 피하겠다고 난리인지 전달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 전까지 아마데가 뭘 한 게 없거든. 그냥 볼프강이 전해주는대로 악보나 받아적고 뽈뽈뽈 미니미처럼 쫒아다닐 뿐. 별로 위협적인 존재, 혹은 얘가 볼프강에게 영향력이 큰 존재라는 느낌 전혀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채혈(;)하는 것처럼 팔 묶고 펜으로 한 번 찔렀을 뿐인데, 볼프강이 기겁하면서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듯한 이미지랄지.

적어도 재연, 삼연에서 아마데는 볼프강이 음악과 관련된 상황에서 아버지나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장면에서 그가 음악을 선택하도록 콘트롤 하는 정도는 해줬단 말이지. 그래서 황금별 이후에 레오폴트가 넌 빈에 갈 수 없다고 가족의 해체를 두고 볼 수 없다 할 때, 레오폴트 옆에 서있는 아마데는 내게 있어서 캐릭터 붕괴. 아드리안은 그저 아마데를 볼프강의 안티테제로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나는 음악'이나 파리의 연주회 뒤에 부르는 넘버에서 아마데를 "너"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좀 파악해야할 것 같고.

사연에서는 아마데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또 한 장면은 콘스탄체와 결혼이 결정된 뒤에 수수께끼/가면무도회 장면 도입부에서 아마데가 무슨 흑주술이라도 펼치는 듯한 동작을 하고나면 볼프강이 악몽을 꾸는데, 여기 연출이 아마데의 악마성을 보여주겠다고 한 장면인가 싶더라. 천재성인 아마데가 점점 악마로 변해가면서 볼프강을 몰아붙인다...라는 거 같은데, 그건 그거대로 뭐 혼란씬에서 아마데를 바라보며 악마라고 울부짖는 볼프강을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럴 거라면 피날레는 왜 그따위로 연출했는가 말이다. 이렇게 아마데의 역할이 혼란스러우니 극을 따라가는 게 어려워진다.

아마데의 어정쩡한 이 포지션은 커튼콜까지도 유효하다. 재삼연의 아마데는 볼프강과 함께 등장해서 인사했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아역과 성인역이 아닌 동등한 입장이며, 그게 이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에서 둘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연의 아마데는 아역 난넬과 함께 등장해 인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프강이 등장할 때 다시 나타나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아마데는 그저 볼프강의 귀여운 아역일 뿐이다. 바뀐 연출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나는 이런 아마데의 무게 이동이 참으로 아쉽다.

- 그럼에도 내가 사연 모차르트!에 빠져든 이유는 은촤가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거든. OTL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와~ 여자다~ 하던 소년돋는 볼프강도 귀여웠지만, 여자 밝히고, 다크 지수 늘어서 반항기 쩔어주는 이번 볼프강은 또 남다른 섹시함을 선사하셔서. 뭣보다 상남자(;)가 되어 돌아온 은촤가 참으로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해주더라. 프리뷰 첫공에서 '왕자는 떠났네' 중간막 뒤에서 문신 새기는 장면이 2번째 만에 삭제가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퇴폐미가 절절 흐르는 은촤는 또 처음이라, 있을 땐 저거 뭥미? 했으면서도, 빠지니까 애석하던;;;; 그래도 한번이라도 봤으니 럭키~라고 할지.

그리고 너무 미성이라서 안타까웠던 몇 넘버, 특히 대주교와 대립하는 씬에서 너무 고운 소리로 질러대는 게 때로 아쉬웠는데, 괴물 한 번 겪고 나더니 제대로 긁는 소리 섞어가면서 버럭질러줘서 아주 시원시원하다. 이게 '모차르트를 찾아라' '난 빈에 남겠소'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어우 언제 이렇게 박력이 늘었는지, 상스러운 말을 내뱉을 때도, 무슨 모범생이 국어책 읽듯 하던게, 아주 입에 쫙 붙어서 나오는 '그 입을 찢어버리겠어!!'가 얼마나 찰지던지. 난 은촤가 누군가랑 제대로 쌈박질이라는 걸 해본적이 있기는 한지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하도 욕이 어색해서), 이번엔 그런 어색함이 사라졌더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편곡은 이번에 좀 아쉬운 게 반, 그래도 좋은 게 반인데, 아쉬운 건 박자 늘어지는 거. 그런데 또 좋은 건 그 늘어지는 박자를 은촤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먹는 것처럼 강세를 주면서 불러줘서 그게 그렇게 좋더라. 첫 공에서 뛰어내리면서 지르다보니 샤우팅이 비명처럼 들리고, 그러면서 그게 자살처럼 보여질 여지도 있었는데, 이 날은 샤우팅 지를 거 다 지르고 풀쩍 뛰어올라서 그 실루엣이 제대로 씐나는 점프 장면으로 보이더라.

이어지는 2막의 '여기는 빈'은 의상 테러로 인하여 참 눈둘 곳이 없;; 그 이상한 의상 입고 의기양양하게 무대 앞으로 나와서 아이돌 인사같은 거 하지마. ㅠㅠ 안 그래도 그 헤어스타일이랑 너무 잘어울려서 오히려 눈을 감고 싶어진다고.

2막에서 감정적으로 볼프강에 이입하게 되는 장면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이후. 여기서 은촤 연기가 진짜 눈물 쏙 빼게 하는데, 진짜 쟤는 저 하고싶은대로 하고 사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아빠의 사랑없이는 어쩌면 저렇게도 불행한걸까. 그런데 이 뒤에 이어지는 혼란씬에서 아마데가 뭔가 손짓도 하고 뭘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제대로 표현이 안되서 답답하다. 그리고 첫공에선 이 장면에서 자켓을 벗었는데, 이날은 자켓을 벗지 않고 쭉 가더라.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그날의 참사2(참사1은 뒤에)였던 바지 뒷 부분이 터진 거 때문에 그렇게 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왜냐면 그 자켓이 볼프강의 가장 화려한 때, 황제로부터 브라보~를 받았을 때 입던 거라 무지 화려한 거라 이후 분위기랑 좀 안 맞아서 사실은 벗고 가는게 맞는데, 쉬운 길은 잘못된 길까지 계속 입고 나오거든. 그리고 모차르트 모차르트 가서야 벗었는데, 그 뒷 허벅지 쪽에 바지가 터진게 B구역에선 너무 잘 보여서;;

하여튼, 저 나를 왜 사랑해주지 않냐며 절규하던 장면부터 죽음 씬까지 볼프강은 단 한번도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있는데, 신기한 건 따로 분장하는 것도 아닌데, 볼프강이 점점 기력이 빨려나가는게 눈에 보인다는 거다. 실제로 마술 피리 이후에 쉬운 길은 잘못된 길 넘버에서는 얼굴이 창백해 보일 지경이더니,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선 아주 기가 쪽 빨려서 퀭하게 눈빛만 촉촉하게 빛나는 빈사 상태더라.

- 이날 민영기 씨 첫공이었는데, 아아~ 역시 나는 이런 콜로레도를 바랐다고 생각했다. 수용 주교가 채워주지 못했던 걸 민주교가 다 채워주더라. 다크해진 만큼 웃음 포인트 역시 확 줄었는데, 그 와중에도 깨알같이 개그 포인트 다 살려주고, 빵빵 터지는 성량으로 모차르트를 향한 애증을 터트려주시고, 카리스마 역시 주체할 수 없이 흘리고 다니시니, 민주교는 역시 사랑이더라. 마차 씬에서 아르코가 볼프강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자 자기도 같이 욕했으면서 정색하고는 '그래도 꽤 쓸만한 음악가가 아닌가.' 라며 쉴드를 시전하시는 주교님은 역시 츤데레시다.ㅋㅋㅋ

이날의 베스트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이었는데, 와우~ 은촤와 민주교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성량 자랑해대며 질러주는데도 둘이 가진 성질(聲質)이 다르다보니 서로 묻히는 거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들려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 은촤가 안해! 라던가 후회는 없어! 같은 부분을 확 긁어서 지르는 부분 너무 좋다. ㅠㅠ
그리고 신기한 건 은촤가 마술피리 이후로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애가 점점 창백해져가면서 휘청휘청하는데도 성량에서 민주교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거다. 하여튼 이 둘의 맞대결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내가 오늘 이걸 들으러왔구나 했다.

- 이경미 씨도 이날 첫 만남이었는데 역시 김현숙 씨와는 다르더라. 김현숙 체칠리아는 진심으로 범죄자의 느낌이 나는 딸 팔아서 남의 등쳐먹는 악덕 포주같은 엄마라면, 이경미 씨는 그보단 딸 키워놓은 덕좀 보자는 속물 엄마 쪽이다. 넘버 소화는 김현숙 씨가 낫지만, 연기나 캐릭터 면에서는 이경미 씨가 내 정신 건강에 더 나을 것 같더라. 아, 그런데 마술 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를 왜 체칠리아가 하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영화 아마데우스 차용인데;;

- 이날의 참사1은 쉬카네더 마이크 사고다. 쉬카네더 유일한 솔로 넘버인 '나는 쉬카네더'에서 마이크가 나가서 안나오는 이변이. 그래도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이어나가던 박형규 씨에게 박수를. 그리고 급히 핸드 마이크 들고나와서 어찌어찌 참사가 대참사가 되는 일은 면했는데, 아무리 프리뷰였대도 이 정도 사고는 용서가 안되지. 음향팀은 좀 빡세게 반성해라.

- 이런 저런 사고가 있었지만, 이날 공연 만큼은 정말 배우들의 열연으로 참 좋았고, 그게 커튼콜까지 이어져서, 피날레 이후 박수 소리가 커튼콜 음악 나올 때까지도 끊이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제일 큰 환호는 역시 황금별 여사님의 몫이었고, 은촤는 신나게 뛰어나와서 무대 좌우를 폴짝폴짝 뛰댕기며 손 흔들어대고, 첫공인 민주교와 끌어안고 토닥토닥. 아마데를 손주처럼 안아주신 정열 레오폴트 등에 손을 두르고 다른 쪽 손으로 바이바이 인사하는데, 볼프강, 아마데, 레오폴트 단란한 가족 같아서 흐믓한 광경이었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입덕작이며 애정작인 모차르트!가 돌아왔다.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1(수)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줄거리 :
신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 천재로서의 운명과 자유로운 인간이고픈 열망의 끝없는 대립! 신동으로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와 그의 누나 난넬은 아버지의 주도 하에 유럽 전역을 투어하며 상류층 귀족들 앞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하지만 성인이 된 볼프강은 자신을 얽매는 계급사회를 못 견뎌 하고, 자신의 고용주인 콜로레도 대주교와 매번 갈등을 일으킨다. 결국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를 떠나 꿈꿔왔던 음악 여행길에 오르지만, 음악밖에 모르는 순진한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연주회를 보러 온 어머니마저 죽음을 맞이하자 자괴감에 빠진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로 돌아온다. 자신을 옭아매려는 레오폴트와 콜로레도로 인해 갈등은 고조되고, 그의 천재성인 ‘아마데’는 점점 더 악마로 변해 볼프강을 죄어 오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진.짜.로. Brand New Mozart!

- 내가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에 갖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게,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거 같은데, 난 음악가 모차르트의 빠순이(팬아니고)며, 뮤지컬 모차르트!(2011) 덕분에 본지니가 생겼오늘날에 이르렀다. 초연은 못봤고, 재연은 중반 이후에 보기 시작해서 아마도 이미 물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여서 더 감동이었던 거 같고, 삼연은 썩 좋은 기억이 없더랬다. 삼연도 사실 은촤 막공 즈음엔 꽤나 좋아져서 진작 이렇게 좀 하지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하여간 후에 들려오는 소리가 세트를 다 불태웠다던가 그래서 난 모차르트!가 한참 뒤에나 올라올 줄 알았다. 이후에 EMK 라인업도 신작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레파토리도 다양한데, 그렇게 금방 올라올까 했는데, 1년 쉬고 돌아온;

- 연습실 공개,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간간히 소식이 들려왔지만, 내가 아드리안 연출은 또 처음이라 짐작이 안 가더라. 게다가 가사를 70% 이상 바꿨대지, 새로운 넘버는 3곡이 들어간대지, 무대 세트는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채워넣을테니 어떻게 바뀔지도 좀 기대가 되고, 무엇보다 괴물을 거쳐간 은태가 어떤 모차르트를 보여줄지가 가장 기대가 되었다. 목소리도 연기도 기존 은차르트와는 달라졌을 거 같아서.

- 결론적으로 All New Mozart! Brand New Mozart! 맞다. 정말 기존의 모차르트와 확연하게 바뀌어서 1막 초반부터 어안이 벙벙. 넘버 두세개를 하나로 믹싱해서 넣었는가 하면, 아예 없던 넘버가 추가되서 들어가거나, 이미 익숙해진 가사가 싹 다 바뀌어서 새로운 극을 보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사실 음악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기에 연출의 방향이나 무대 사용 이런 걸 파악한다는 거 자체가 나로서는 용량의 한계. 그러니 이후 후기는 그저 의식의 흐름, 뒤죽박죽 제대로 된 후기는 안 나올 듯;

- 우선 좋았던 거 먼저 쓰자면, 무대가 채워졌다. 무대가 이쁘다. 휑하기 그지 없던 판대기가 사라지고 하여간에 뭔가로 무대를 꽉꽉 채워넣었던데, 세종이 워낙 광활하다보니 그렇게 채워넣었어도 빡빡하단 느낌이 안 들더라. 다만 산만해 보이기는 하던; 제일 좋았던 장면은 '이 아이는 누구인가' 시작 부분. 마치 액자처럼 생긴 틀 안에 아마데와 난넬, 레오폴트 셋이 들어있는데, 초상화 혹은 가족사진 같아서 좋더라. 조명도 굉장히 화사했고.
아, 곁가지로 오버츄어 시작할 때 그냥 공동묘지만 덜렁 보여주는 건 좀 많이 심심하더라. 재연, 삼연처럼 차라리 모차르트! 시그니처 영상이라도 보여주는 편이 덜 지루했을 거 같고. 무대는 여러겹을 겹겹이 만들어놔서 참 깊게도 쓰고, 중간막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 앞열이라도 오페라 글라스는 필수인 듯.

- 음악은 전체적으로 타악(팀파니라던가)이 늘었는데, 묘하게 늘어지는 느낌. 타악이 늘었는데도 박력은 떨어진달지. 나는 나는 음악은 새로운 편곡이 마음에 들었지만, 바뀐 가사에는 아직 적응을 못하고. 거울 연출 좀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싱거워서; 아 새로 추가된 장면, 넘버 중 하나가 아르코 백작이랑 볼프강 도박하는 장면이었는데 볼프강의 귀족에 대한 환멸, 반항 이런 거 때문에 넣은 거라면 솔직히 낭비라고 본다. 이 씬 통째로 빼고 차라리 빨간 코트를 돌려내라. ㅠㅠ

그리고 추가된 넘버 중 하나는 베버 부인이 자기 딸 팔아서 팔자 고치려고 넌 가서 그놈앞에 몸을 던지라든 둥 하는 게 있었는데, 이것도 사실 별로; 아니 저 베버네 가족이 등장하는 씬 전부가 사실 별로; 알로이지아가 노래로 어필하는 장면에서 꼭 그렇게 몸을 비비꼬면서 교태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야하는가. 아니 베버네 딸 전부 볼프강한테 몸을 던지는데, 지난 공연에서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었던 이 가족의 변신이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추가된 넘버인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음....노래 자체는 좋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미묘하다. 대주교를 한 번 더 등장시켜야겠다면서 추가한 곡 치고는 그냥 대주교가 왜 볼프강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 아마데의 비중이 늘었다면 늘었는데,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을까. 내가 본 바로는 1막의 아마데는 볼프강이 던져주는 악상을 악보에 옮기는 그저 음악상자 셔틀; 이 둘 사이에 별다른 교감, 연대, 유대감 따위 없다. 이게 연출의 방향인지, 아직 로딩이 덜 되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볼프강이 아마데를 부린다고 할지. 그런 느낌이 강하다. 너~무 대놓고 손짓을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악상을 아마데에게 던지는 그런 동작이 참으로 촌스러울 뿐이고;
내 운명 피하고싶어에서 아마데가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데 필살의 탈출을 시도하며 뛰어내리는 볼프강은 뭥미 싶고; 이게 2막에서 아마데에 잠식당해가는 볼프강을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딴 거 없다; 2막에서도 아마데는 그냥 상자 셔틀 신세를 못 면한다. 콘스탄체와 결혼이 결정된 그 뒤에 아마데가 무슨 마법이라도 거는 거처럼 볼프강을 재우는 듯한 동작을 하기는 하는데 이게 명확하게 와닿는 게 없어서, 재관람하면 좀 알게되려나 싶고.

- 사연 프리뷰 첫 공연이라고 시작전에 사전 양해씩이나 구하는 아나운스를 하더니만, 음향 설계는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할 것 같고, 자잘한(?) 무대 사고가 몇 번 있었다. 암전에 중간막 내려올 때 조명이 들어온다던가, 2막의 마차씬에서 마차가 안 움직여서 앙상블이 밀고 갔다던가. 그리고 콘솔은 좀 빡세게 혼나야할 듯. 둘 이상이 부르는 넘버에서 가사를 알아먹을 수가 없다. 커튼콜 밋밋하게 바뀌어서 아쉽다.

-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졸음이 몰려와서 배우 평은 간단히
어쩌다보니 프리뷰 전문 배우가 된 은촤, 초반에 긴장한 티가 좀 보이더니 뒤로 갈수록 점점 자기 페이스 찾아가면서 순간순간 감정 몰입이 확 올라오는 게 보이더라. 특히 2막에서 내도록 눈물 바람이라 ㅠㅠ 간간히 은괴 소환되기도 했다만, 그래 프랑켄 끝난지 3주니까.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빨리 찾아내길. 재연, 삼연에서 소년스러운 모습이었다면 사연에서는 완전 청년으로 성장해서 여자 끼고도 잘 놀고, 문신에 알콜에 다크함이 늘어서 그건 또 취향이긴한데, 그게 모차르트스럽게 잘 융화되면 좋겠다. 노래야 뭐 언젠 못했던 적 있나;

새로 투입된 주교인 김수용 씨는 미묘. 내가 원래 수용 씨 툭툭 던지는 창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과 별개로 음향탓인지 모르겠는데, 가사가 불분명하게 들리고, 카리스마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 내가 기존에 알던 민주교, 지금은 레오폴트지만 왕년에 정열주교와 비교해도 뭔가 좀 애송이같달까. 아, 그런데 아르코 백작은 왜 대주교를 "폐하"라고 부르지? 폐하는 황제한테만 붙이는 거 아닌가? 예하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못알아들을까봐 그런가? 그럴거면 차라리 전처럼 주교님 혹은 영주님이라고 하던지.

역시 새로 캐스팅 된 임정희 씨의 콘스탄체는 내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노래만 들었을 땐 무난무난. 연기는 잘 모르겠다. 김현숙 씨의 체칠리아 베버는 천박하고 너무 대놓고 사기꾼이라, 이경미 베버가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다. 그래도 재연, 삼연의 체칠리아는 속물적인 천박함을 두르고 있기는 했어도, 그게 범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김현숙 베버는 진짜로 등쳐먹는 사기꾼이라.

박형균 씨의 쉬카네더는 좀 많이 에러. 쉬카네더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하나도 못 살리심. 잔망스럽기 해, 섹시하길 해, 어딜봐서 이분이 잘나가는 수퍼스타라는 건지 ㅠㅠ 에녹을 쉬카네더로 쓰기엔 배우 낭비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에녹 배우만한 쉬카네더는 없었던 거 같다. 피맛골에서 구수한 연기는 꽤 좋았는데, 쉬카네더는 좀 아닌 듯.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는 굿, 신영숙 씨의 황금별은 여전하고, 배해선 씨의 난넬은 어딘지 초췌하고 가련하다.

- 솔직히 프리뷰니까....라며 넘어간 부분도 많고, 내가 프랑켄슈타인 프리뷰 보고나서도 70점 이래놓고, 팽팽 회전문 돌았던 전적이 있어서, 모차르트! 사연의 프리뷰는 이 정도로 투덜대는 걸로.

+
그러니까 모차르트! 4연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저 포스터 디자인만큼 달라졌다.



++ 추가

1. 황금별 연출 마음에 안든다. 여사님 클라이막스 때 열심히 경사진 무대 올라서 뒤로 후광이 뙇 펼쳐지는데, 그게 황금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그대로 문 닫히면서 퇴장. 아, 그 경사 무대를 엄청 많이 쓰던데,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면 너무 노골적이고, 동선으로 사용될 때도 빈해보여서 싫다.

2. 황금별이 끝나고 빈으로 떠나겠다는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대립이 극으로 치달을 때, 아마데는 대체 왜 레오폴트 옆에 서있나? 응? 그때만큼은 볼프강 편에 서던지, 먼저 앞장서서 빈으로 가자고 종용해야하는 거 아님? 가족의 해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아빠 옆에서 그러고 서있으면 마치 음악대신 가족이 우선이야...라는 거 처럼 보이잖아. 볼프강 뛰쳐나가니까 할 수 없이 뒤따라나서는 것 같은 모양새도 좀 아니다 싶고. 뭣보다 2막 피날레에서 내 운명 피하고 싶다는 앞에서 아마데와 레오폴트의 감격의 상봉, 랑데부는 말 그대로 멘붕을 선사해줬으니; 뭐지? 저 아마데는 모차르트에게 음악을 통한 신의 사명을 부여하고 이끌어주는 천재성이 아니라, 그냥 어린 시절의 볼프강인가?

3. 난넬과 볼프강 사이에 형제애가 옅어졌다. 이게 다 빨간 코트의 부재 때문인가.
맥베스

일   시 : 14. 03. 08 ~ 14. 03. 23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14. 03. 19(수) 19:30
원   작 : 맥베스(Macbeth) by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   출 : 이병훈
캐스트 : 맥베스 - 이해수, 레이디 맥베스 - 김소희, 뱅코우 - 이종무, 던컨 왕 - 곽은태, 맥더프 - 송영근, 마녀1 - 변유정, 마녀2 - 남기애, 마녀3 - 김수연, 부대장 - 장재호, 문지기 - 한동규 외
줄거리 :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와 뱅코우는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난다. 세 마녀는‘맥베스가 코더의 영주 그리고 장차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코더의 영주가 되자 장차 왕이 된다는 예언까지 믿게 된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자신의 성을 방문한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맥베스는 자신의 예언을 알고 있는 뱅코우와 아들 역시 살해하려 하지만, 뱅코우만 죽고, 그의 아들은 도망친다. 이후 맥베스는 뱅코우의 망령에 시달리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레이디 맥베스 역시 불안과 죄책감으로 건강이 악화되는데…  [출처>플레이DB]

* 한 줄 요약 - 텍스트의 무대화

- 벽속의 요정 10주년 막공을 보던 날 명동예술극장 외벽에 걸린 맥베스 포스터를 보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예매창을 켰더랬다. 들어가보니 이미 매진 사례. 하기는 박해수, 김소희 배우에다가 셰익스피어 원작의 맥베스인데 아무렴. ㅠ.ㅠ
그래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구하는 자에게 표는 구해지기 마련으로 어찌어찌 좋은 자리를 찾아서 보러갔다.
(잡소리가 길어지지만, 일에 치여서 관극 일정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보니, 한 번을 보더라도 내가 원하는 캐스트, 좋은 자리를 고집하게 된다. 간절할 수록 자리니 뭐니 안 가릴 거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인간의 욕심이란~)

- '고곤의 선물' 단 한 편으로 애정배우로 등극한 김소희 배우와 '됴화만발' 한 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해수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 맥베스를 연기한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가 컸다. 작년에 노무라 만사이 상이 보여주신 맥베스의 잔영도 남아있었고. 결과적으로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난 왜 학습 능력이 없는 거냐;;
아, 미리 말해두지만 두 배우의 연기에 실망했다기 보다는 연출에 실망한 게 크다. 이해수 배우의 맥베스는 내 예상보다 평면적이었지만, 김소희 배우의 레이디 맥베스는 기대한 만큼을 충족시켜주셨다.

- 무대는 금속성인데, 지난 햄릿도 그렇고 요즘 무대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재료는 금속인가?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드러내는데 금속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누군가 금속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물질이라는 둥 하기는 했지만서도.

-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고스란히 무대에 재현시키면 이렇게 될까 싶은 연출이었다. 모든 연극이 다 연출가만의 독특한 재해석이나 작품 비틀기가 들어가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연출가의 개성은 드러나줘야 하지 않을까.

가장 심심했던 부분은 세 마녀에 대한 연출가의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들은 정말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의 마녀인지, 맥베스 내면의 욕망의 소리인지, 그저 사람을 유혹하고 함정에 빠트리기 좋아하는 악마인지, 그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맥베스의 몰락을 보여주는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장감이 결여된 전쟁 장면이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맥베스가 자신은 끝내 멸망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버남의 숲이 움직이는 순간의 장면 연출은 이 극의 가장 최악의 장면이었다. 실소도 나오지 않는 방패와 영상 활용. 진짜 천 한장으로 스펙타클을 만들어낸 만사이 상이 천재라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아니지.

그리고 맥더프와 최후의 일전에 와서는 눈을 돌려버리고 싶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칼에 휘둘리는 두 배우의 칼싸움은 전~~~~~혀 박진감을 만들어내지도 비장함을 뿜어내지도 못했다. 겉으로 봐서는 박해수 배우도, 맥더프 역의 송영근 배우도 전장의 백전노장, 칼싸움의 명수 쯤으로 보이는데, 어린애들 합 맞춰 얍!얍! 하듯 칼날을 부딪히는 모양새라 맥빠지는 장면이 되버렸다.

거기에 비하면 오히려 몽유병을 앓는 레이디 맥베스의 독백, 회한에 찬 절규, 실은 그저 목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것 뿐인지 모르지만, 간간히 쇳소리가 섞인 흐느낌, 높고 가느다란 울음 소리가 훨씬 더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 마지막까지 희곡대로 결말은 지어졌고, 희곡에 있는 내용은 다 무대에 올렸다는 걸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것 같은 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