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랑켄슈타인

일   시 : 2014. 10. 10 ~ 2014. 11. 09
장   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관극일 : 2014. 10. 11 (토) 15:00
연   출 : 조광화, 무대디자인 : 정승호, 분장 : 채송화
원   작 : 메리 셀리(Mary Shelley), 각색 : 닉 디어(Nick Dear)
캐스트 : 괴물 - 박해수, 빅터 프랑켄슈타인 - 이율, 드 라쎄/마담 프랑켄슈타인 - 정영주, 엘리자베스 - 전경수, 아가사/여자피조물 - 황선화, 펠릭스 - 이현균, 알리나 프랑켄슈타인 - 박도연, 클라리스/그레텔 - 박지아, 클라우스/이안 - 안창환 외
줄거리 :
어느 날 밤,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케슈타인’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졌지만, 동시에 너무나 추악한 외모를 지닌 ‘괴물(Creature)’. 그는 창조자 ‘빅터’에게 조차 버림받고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배척당한다. 자신의 외모를 저주하며 인간 세상에서 스스로를 배척하던 괴물은 어느 날, 숲 속을 헤매다 눈 먼 노인을 만나 언어와 문학, 인간다운 감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노인의 가족들은 그의 추악한 외모에 놀라 그를 저주하며 내 쫓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절망한 ‘괴물(Creature)’은 복수를 결심하고, 그의 기원이자 창조자인 ‘빅터’를 찾아가 ‘자신을 위한 완벽한 짝’을 만들어 달라고 청한다.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이번에도 괴물이 다했네.

- 올해 무슨 봇물이 터지듯이 프랑켄슈타인 관련한 영화부터 뮤지컬, 연극 등이 계속 올라오고있다. 무슨 붐인건가 아니면 저작권이 이제서야 풀린건가.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망했고, 뮤지컬은 창작뮤지컬임에도 흥했고, 연극은 2011년 영국 국립극장에 올린 버전을 조광화 연출이 올렸다. 이 연극 프랑켄슈타인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빅터와 크리쳐를 연기해서 더욱 더 화제가 되었더랬다.
사실, 내가 재작년인가 처음으로 은태가 프랑켄슈타인을 한다더라...는 소문을 들었을 땐 저 영국 국립극장 버전의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고는 연극을 한다고...?! 상태였는데, 곧이어 그게 창작뮤지컬이라더라..하는 소리에 뭐라고?!! 상태.
하여튼, 그 화제의 연극을 조광화 연출이 다시 손을 봐서 올린 게 2014 연극 프랑켄슈타인이다.

- 프랑켄슈타인으로 늘어놓을 수 있는 담론은 무궁무진하다. 사람이 만들어낸 생명에 대하여 이것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낸 그 무언가로 취급할 것인가. 아름다운 것만을 모아서 만들었으나 결과물이 흉측해서 버린다는 부분으로 가면, 어리고 귀여울 땐 데리고 살다가 커서 못생겨지고 똥오줌 감당이 안될 땐 내다버리는 반려 동물의 이야기. 낳아놓고 책임지지 못한 생명에 대한 무책임. 아동학대, 방치, 폭력 등등.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조광화 연출의 프랑켄슈타인은 무게 중심이 너무 "괴물"에게만 쏠려있다. 첫 탄생에서부터 본능을 따라 생존하는 시기, 드 라쎄를 만나 비로소 삶을 살아가는 시기, 그리고 성장하고 이지를 발하고 (나쁜 쪽으로)인간다움을 배우고, 그걸 따라하는 괴물. 이 연극은 너무나도 '괴물'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박해수 괴물의 원맨쇼에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2시간을 쉬지 않고 끌고가는거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 극의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느껴지더라. 사실은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임팩트가 커야할 것 같은데도 기억하는 건 괴물의 탄생부터 그의 생존기니까. 거기에 집중할 극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다.
본능으로만 뭉쳐진 괴물이 첫 호흡을 하고괴성을 지르고, 힘겹게 두발로 서고, 걷고, 배고픔을 느끼고, 하늘을 나는 새의 아름다운 날갯짓에 마음을 빼앗기는 장면은 무척이나 흐믓하고 엄마미소 짓게 만들었지만, 이게 극의 주제는 아니니까.
 
- 토월 극장은 처음이었는데, OP석 3열은 그럭저럭 괜찮았다만, OP 1,2열은 과연 시야가 어땠을지. 극장의 울림 자체는 좋은 편인데 음향 소리가 배우들 생목소리를 다 집어먹더라.
무대는 정승호 디자이너라 살짝 기대가 있었는데, 저예산이었나;; 비닐과 랩과 투명테이프가 몇 박스가 들어갔겠구나 싶은 무대였다.

- 아직은 가슴을 치는 그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프리뷰라서 그럴까. 다음에 본 공연을 볼 땐 좀 더 마음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 무대의 중요한 소품 중에 사슴뿔을 닮은 거대한 나뭇가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슴은 생명을 말할 때 중요한 상징으로 영상 처리된다. 원령 공주 이후로 사슴 = 생명 혹은 대자연이라는 공식이라도 생겼나보다.

++ 아, 그리고 배우들 일렬로 죽 세우는 연출은 좀.... 이거 동선 정리 좀. 무슨 커튼콜도 아니고 일정한 간격으로 줄 맞춰서 늘어서서 사람을 찾는다고;;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 2014)

감독 : 웨스 볼
원작 : 제임스 대시너(James Dashner)
출연 : 토마스 - 딜런 오브라이언, 알비 - 에멜 아민, 뉴트 - 토마스 생스터, 민호 - 이기홍, 갤리 - 윌 폴터, 척 - 블레이크 쿠퍼, 제프 - 제이콥 라티모어, 트리사 - 카야 스코델라리오, 아바 페이지 - 패트리시아 클락슨 외
줄거리 :
삭제된 기억,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인 낯선 공간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의문의 장소로 보내진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는 미로에 갇힌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매일 밤 살아 움직이는 미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존재와 대립하며,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갈 탈출구인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로의 문이 열리고 그들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출처 > 네이버영화]

* 한 줄 요약 - 이 가혹한 시대에 태어난 십대들에게 고함

※ 스포일러 주의

-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은 예고편을 보고 했던 예상과는 많~이 벗어난 영화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난 움직이는 미로가 주인공인 줄 알았지. 정작 미로는 맥거핀이었다. 그리고 그건 미로라기 보다는 그냥 거대한 "벽"에 가깝다. 진격의 거인에서 거인의 침입을 막아줄 거대한 벽. 미로는 그저 그리버의 침입을 막아주는 벽일 뿐, 미로가 가지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들이 이 영화의 성격을 말해준다. 엔더의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에반게리온, 진격의 거인 까지.
이 영화들이 주는 메세지는 "십대는 미래의 희망" 이랄까. 그들이 망해가는 이 세상의 구원자이며, 그들로 인해 세계는 멸망으로 향하는 길을 얼마간 늦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니 너희 목숨을 담보로 깨지고 구르고 네 능력을 펼쳐보여라~ 라니.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게, 노골적인 기성 세대의 "너희가 우리 미래를 책임져야 해!"라는 것처럼 들려서 심히 거북하더라.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미 기성 세대 반열에 들어섰지만서도 불쾌한 건 불쾌한 거다.
우리는 이미 글렀다. 그러니 너희들의 미래는 니들 손으로 만들어가라...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이미 글렀으니 니들이 우리가 망쳐놓은 너희들의 미래까지 같이 책임져라..는 게 너무 파렴치하달까.

- 왜 그들은 우리와 다를까.
모든 기성 세대들이 십대를 마주하며 떠올리는 이 명제가 결국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분명히 내게도 십대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째서 기성 세대는 새로 나타난 돌연변이를 바라보듯 "요즘 애들"을 바라보는 걸까. 이건 뭐 인류가 지구 위에 존재하던 그 먼 옛날부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겠지.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문제는 환경이 변하는 속도가 현저하게 빨라졌다는 거지. 그 변화에 쫒아가서 적응하고 다음 변화에 대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시대가 흐를수록 익스포넨셜하게 빨라지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세대의 삶의 방식이 기성 세대에게 얼마나 이질적으로 보이겠어. 이 무시무시한 유연성을 머리 굳은 기성 세대는 쫒아갈 수 없으니, 그들보다 오래 산 경험, 정보 우위를 가지고 그들을 내모는 거지. 교활하게도 그들이 가져다 줄 열매를 기다리면서.

- 영화 자체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러브 액츄얼리의 그 사랑스러운 꼬마가 역변없이 잘 성장해 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고, 민호가 귀여웠다. (뜬금없다;;)

- 나는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어떻게 살고싶은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