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감독 : 존 카니
음악 : 그렉 알렉산더
출연 : 그레타 - 키이라 나이틀리, 댄 - 마크 러팔로, 데이브 - 애덤 리바인, 스티브 - 제임스 코든, 바이올렛 - 헤일리 스테인펠드, 미리암 - 캐서린 키너, 트러블검 - 씨 로 그린 외

줄거리 :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데… [출처 > 네이버영화]

* 한 줄 요약 :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어 주는 그것, 음악

-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얼마만에 쓰는 영화 감상인지 모르겠다. 밀린 후기도 잔뜩인데, 광주까지 갔다온 모차르트 후기는 시작도 못했는데, 오늘 보고 온 이 영화가 참으로 울렁울렁해서.

- 영화의 오프닝에서 흐르던 지친 목소리,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건조한 노래가 댄의 '마음의 소리'를 거쳐서 변화하는 그 순간의 마법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저 노래가 그 사람에겐 이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 편곡의 힘, 프로듀싱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장면에서 그 황홀경을 같이 느끼게 해준 감독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며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당황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도 좋은 연주일 수 있지만, 거기에 피아노 반주가 섞이고, 바이올린, 첼로, 퍼커션, 베이스가 적절하게 하모니를 이루게되면 1+1+…+1 이 아니라 익스포넨셜한 효과가 더해진다. 바이올린 독주도 아름답지만, 현악 사중주가 되면 얼마나 풍성한 소리가 되는가. 파이처럼 겹겹이 쌓이는 악기 소리들이 주는 청각적 쾌감이 황홀하다.

- 영화의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어땠는지, 그리고 그 음악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바로 그 "음악"

-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같은 음악을 들으며 밤새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레타와 댄의 밤나들이 장면이다. 자신의 핸드폰의 음악 리스트를 보이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과 같다는 그레타의 대사에 뜨끔했다. 나도 가끔 친구가 요즘엔 뭘 듣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종종 있어서;
음악이 함께하는 그 순간엔 일상적인 것들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런 감각을 나이들수록 찾기 힘들어진다는 댄의 대사에도 뜨끔. 그나마 굳어져가는 마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음악이지.

- 시대를 반영한 건지 협찬이 들어온 건지 아이폰, 맥북 에어가 자주 등장한다. 초반에 오디션용 CD를 듣는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선 다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앨범 제작과 발매와 유통 방법 역시 매우 Smart 하다. 그런 의미에서 CD를 듣고, LP 박스를 챙기던 댄은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다. 그레타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가진 Smart한 현대인이라고 할까. 노래를 통해 남자 친구의 변심을 알아채고, 그에 대한 감정 정리 역시 노래로 전한다. 그리고 둘 만의 노래가 대중의 노래가 된 순간 그녀는 결단을 내린다. 아름답고 영리하고 신념이 있고 재능이 넘치는 매력적인 아가씨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 처음으로 워크맨이 내게 주어졌던 그날부터 음악은 내 일상이었다. 듣고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버스 안 라디오 방송, 타인의 수다 소리를 차단해주고, 눈만 감으면 콘서트 홀로 영화 속으로 공연장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존재. (그래서 내가 소니에 감정이 각별한 건가;)

- 제목처럼 세상을 구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7. 05(토) 14: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차지연, 난넬 모차르트 - 임강희,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Overture의 첫 부분에서 터져나오는 금관 악기 소리는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의 도입부다. 그리고 이 도입부는 레퀴엠의 "Rex tremendae" 의 Rex~ 부분의 음을 따서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건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구나. 뮤지컬 모차르트! 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그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뒤에 걸려있는 천체가 목성으로도 보인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41번은 쥬피터라는 부제를 달고있으니까, 그의 죽음을 기리는 무덤가에 어울릴지도.

-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나는 음악' 찬양. 온 몸으로 내가 곧 음악이라고 환희에 젖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 모습에 참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 그냥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미 뒷 얘기를 알아버린 나는 마음 한 구석에 떠오르는 슬픔을 모른척 하지도 못한다. 내가 이 구역의 모차르트 빠순이요. ㅠ.ㅠ

- 임강희 난넬을 사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생각해보면, 난 재연/삼연 모두 난넬은 임강희 씨 원캐스트였고, 오히려 초연 배우인 배해선 난넬을 사연에서 처음 만난 건데, 두분 다 어쩌면 그렇게 본투비 난넬들이신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냥 난넬이구나...하고 받아들였다는 걸 깨달았다. (뭐래;;)
그런데, 임난넬은 배난넬에 비해 좀 더 단호하고, 어두운 느낌이더라. 배난넬은 엄마같은 누나라면, 임난넬은 연년생 누나, 자라면서 남동생과 엄청 싸우고, 어느 순간 사이가 틀어져서 다시는 안 볼거 같은 그런 누나 이미지랄까. 그게 가장 두드러지는 게 '친구'씬이나,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는 장면에서 배난넬은 슬픔을 깔고있고, 임난넬은 분노가 기저에 깔려있다. 그래도 임난넬의 꾀꼬리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좋기는 좋더라. 얼굴도 인형같이 예쁘시고.

- 볼프강이 처음으로 인생의 좌절을 겪는 파리의 어느 초라한 카페에서의 연주. 한 때는 천재라고 열광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엄마는 아프고. 이 장면에서 은촤가 표현하는 사연의 볼프강이 재/삼연과 얼마나 다른 캐릭터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재/삼연까지는 그래도 아직 엄마 앞에서 밝은 척 웃을 수 있었던 아이가, 사연에서는 이미 우울하고 어두운 기운에 잠식당해있다. 그래도 엄마를 안심시켜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거짓 웃음도 웃지 못할만큼 자신감은 하락하고, 마음은 우울함으로 가득차있다. 세상물정 모르던 소년과 세상의 쓴맛을 조금은 알게된 청년만큼의 차이일까.
Overture의 처음을 여는 그 레퀴엠의 음악으로 시작하는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에서 코러스를 넣은 건 정말 신의 한수다. 사연의 음악이 전반적으로 웅장하면서 더 어두운 쪽으로 코러스의 사용이 좋아졌는데, 여기서 금관 악기만 연주되던 기존과 달리 Rex~ 하고 코러스를 넣으니까 한층 레퀴엠의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처음 죽음을 대면한 볼프강의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해주면, 그걸 배우가 연기로 풀어내는 그 주고받음이 참 좋다.

- '짤츠부르크는 겨울'에서 '나는 쉬카네더'로 이어지는 술집씬이 사연에서 심심하다...했더니만, 그 씬의 재미를 은촤가 취객 연기로 채워준다. 오늘은 또 어떤 이상한 춤을 출지, 어떤 취한 연기를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어떻게 하루도 같은 날이 없어ㅋㅋㅋ 쉬카네더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시선을 빼앗는 저 잔망스런 볼프강에 지지 않게 볼거리를 제공해보시던가~

- 황금별이 전에는 그냥 황금별 여사의 노래에 푹 빠져 노래 듣는 장면이었는데, 그 안에 이야기가 생겨났다. 내가 또 프리뷰에서 황금별 연출 구리다고 불평을 해댔는데;; 아니, 지금도 그 조명 황금별 조명 뽝! 경사 무대 뙇! 이런 거는 여전히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레오폴트와 볼프강 사이에 시선의 교차나 서로를 향한 마음 같은게 너무 절절하게 표현되니까, 중간에 낀 남작부인이 되게 방해물 같고, 그래서 남작부인이 뒤로 빠져주니까 레오폴트와 볼프강 사이에 드라마가 성립되더라. 
그냥 서있는 게 아니라, 아빠를 향해서 정말 간절한 시선을 보내는 은촤. 전엔 남작부인이 내 얘기를 들어보겠냐고 하면 그 편에 서서 이것 좀 들어보라고 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그보단 좀 더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가 마음을 돌려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중간에 차남작부인때문에 시야가 가리니까 아빠와 아이 컨택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기는 거도 좋았고. 뭐랄까 전에는 이미 남작부인 꼬임에 더 넘어가는 거 같았는데, 사연에 들어서는 아빠와의 소통을 더 바란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남작부인이 언덕에 올라가서 '저 세상으로 날아가 날아올라~' 하고 부르는 부분에서 아빠와 남작부인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는게 마음속 갈등을 그대로 보여줘서 좋았다. 아빠 말을 따라 착한 아들로 살것인지, 남작부인을 따라 새로운 기회의 땅인 빈으로 갈 것인지, 그 맹렬한 갈등 끝에 홀리듯 남작부인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좋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는데, 여기서도 얼마나 간절하게 설득을 하던지. 저렇게 바라는데, 아버님 허락좀 해주지. ㅠ.ㅠ

- 빈에 남겠어에서 용주교와 붙으면 어쩐지 반항기+건방짐이 두배가 되는 은촤. 아무래도 용주교는 민주교에 비해 카리스마도 무게감도 떨어지다보니 동년배의 싸움처럼도 보인다. 오히려 이 장면에서는 아르코 백작과 은촤의 케미가 폭발이라. 받아주는 황만익 아르코 백작님 굿~

- 난 자유다~~~~~~유리 천장 백장이라도 뚫어버릴 것 같은 시원함 뒤로, 아마데의 등장에 한숨 쉬며 주저앉아 시작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이렇게 사소한 한 숨 소리, 몸짓 하나로도 극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매번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만드는 은촤의 내운명이시여. ㅠ.ㅠ 어떻게 갈때마다 더 더 좋아질 수 있는걸까. 어떻게 이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그전에 운명 앞에 지는가'에서 완전히 무너지듯 주저앉았다가 앉은 채 뒤돌아서 '그렇겐 못해!' 하고 일어서는데, 저 단순한(?) 방향 전환만으로 회전과 수직 상승이라는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없이 최고음을 뽑아낸다. 진짜 최고라고 생각했던 그 어떤 걸 계속해서 깨주시는 바람에 전관 찍는 보람이 있다. 정말 단 한 순간도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그야말로 향연이다.

- 이막은 그야말로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가서,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부터 아마데의 공격, 구걸 편지, 아버지의 부고까지 그를 좀 내버려둬~ (feat. 콘스탄체) 라고 하고싶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하러 온 임난넬은 어찌나 차갑고 단호하신지.
이어지는 슈테판 성당, 콘스탄체와의 이별, 마술피리, 쉬운길은 잘못된 길 까지 또 쉴새없이 몰아치다보면 곧장 모차르트!모차르트!가 시작되고 볼프강의 죽음이 다가온다. 적고보니 진짜 2막에서 볼프강은 2/3 이상을 퇴장없이 죽 이어가야하는 터프한 역이구나 싶다.
황금별을 찾았지만, 그 빛에 타버린 그에게 마지막까지 남은 건 그래도 음악. 나는 나는 음악의 슬픈 변주곡 위로 서서히 번지는 미소는 일막에서의 환희에 찬 미소와 대비되어 어쩌면 더 눈부시다는 느낌이다. 진짜로 음악밖에 없구나 싶어서. 그렇게 마지막 불꽃을 환하게 태우고 꺼져버린 모차르트의 빛. 그리고 꺼졌다고 생각했던 그 빛이 음표로 살아나 하늘로 떠오르는 피날레.
그의 음악은 영원하겠지만,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볼프강은 어디에서 위안을 받아야 하는지, 늘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