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작성 - 2004-04-07

제 목 : 애프터 크레이지 어바웃 유

저 자 : 시루우 키무라 퐁

번 역 : 일상다반사

출간일 : 04/03/28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31권 뒷편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부디 슬램덩크 전 31권을, 설령 2억번째라고 하시더라도, 이 이야기를 읽으시기 전에 꼭 다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엄청 뻔뻔스럽게도 부탁드립니다." - 작가 서문 中


슬램 원작을 다시 읽으면서 새록새록 하나미치 사랑에 불타오르던 나에게 가뭄 단비같은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아름다운' 하나미치 찬사.
(예쁘다와 아름답다는 구별되어야 한다.)
소설속에서 루카와의 가족은 모두 하나미치에게 홀딱 반한다.
여러모로 좀 특이한 가정이기는 한데, 패러디에서 보면 루카와의 가족이 평범하게 나온건 오른손 시리즈 정도일까. (거기서도 루카와의 누나는 농구선수지만.)
에브리씽에서도 그럭저럭 평범한 가정을 보여주지만, 형제가 위로 형2에 여동생 1명이었지.
이 소설에서 루카와는 등반가(마터호른이니 히말라야니를 등반하는)이자 번역가인 어머니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라도 근무할듯한 오지와 분쟁지역을 돌며 사진을 찍는 아버지를 둔데다, 하나 있는 남동생은 루카와도 울고갈 정도의 미남에 싸움의 달인이라는 설정이다. (굉장한 가족)
이런 가족 사이에서 자랐으니, 루카와에게 평범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아닌가...라는 ^^;;
(여기에 비해 하나미치의 가족사항은 거의 대부분 비슷하게 편부슬하에 아버지는 중학교때 돌아가신 것으로 많이 나온다. 원작에서 하나미치에게 모친의 그림자가 거의 비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서도..)

어쨌든, 동생인 니시키는 하나미치와 첫 대면에서 싸움, 한 방에 나가떨어졌는데 일어나 보니 무릎위에 팥빵이 놓여있더라나. 이 부분은 정말 와방으로 하나미치다워서 엄청 웃었었다. 정말로 하나미치라면 이랬을거라는 느낌.
니시키는 그러면서 아버지가 찍어준 '이리'와 하나미치가 닮았다고 한다.

소설 전체를 면면히 흐르는 '이리'같은 하나미치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니시키로부터 시작해서 루카와를 동감하게 만들고, 아버지 카오루에 가서 완성된다.

카오루와 하나미치의 첫 만남은 또다른 의미로 강렬하다.
장기 부재 이후 얼마만인지도 모르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카오루의 눈앞에 하나미치가 비친 순간 직업으로 인해 몸에 배인 감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댄다.
하나미치에 대한 카오루의 첫 감상은 '사람이 이런 눈을 가지려면 얼마나 고독해야 할까.'라는 것이었다.
진짜 고독은 진짜 강함에서 나온다면서. 그 진짜 강함이란 무리를 지으면서도 혼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야생동물과도 같은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강함이라고..
그런데, 그때 니시키가 하나미치를 부르자, 하나미치는 해바라기처럼, 태양처럼 웃는 얼굴로 파인더를 들여다 보면서 "니시키, 이 사람이 너네 아버지지? 벌써 사진찍어줬어." 라고 반짝반짝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하나미치의 아름다움, 거기에 또 한 장이 적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루카와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농구는 서툴지만, 믿어지지 않는 점프를 하고,
가끔은 천재이고
그렇지만 엄청난 바보고
그런가 하면 바닥을 알 수 없고
항상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착하고, 다정한 하나미치.

나도 그런 하나미치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이 소설을 읽으며 내도록 행복했고, 많이 웃었고, 가끔 눈물 글썽였다.

ps. 하나미치는 '강백호'다웠다면, 루카와가 '서태웅'다웠는지는 조금 의문.
소리내어 웃는 루카와를 떠올리기엔 상상력이 모자란 탓이겠지만서도.
(루카와가 등장하는 처음 부분에 소리내어 웃는 장면에서 매우 당혹했음)
내 속에 서태웅에 대한 이미지는 웃어도 파안대소는 안할 거 같고, 하하하 소리는 안낼거 같고, 울어도 눈물이 고일지언정 흘러넘치지는 않을 거 같고, 흑흑 흐느끼지는 않을 거 같은, 그런 편견이다. 그래도 고1 15세 남자아이니까 가끔은 웃고, 울고 했을까?

ps2. 옥의 티를 찾아라.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一夜..로 시작하는 하나미치가 읊은 문구가 나오는데 주석엔 π = 1.414156..이렇게 적혀있더란 말이지.
원주율은 3.141592...인데.
√2 를 잘못 쓴거겠지? ^^;;



추가 작성 2004-04-10(modified 09-02)

루하나에 등장하는 요헤이의 역할은 하나미치에 대해서는 뭐든지 알고있는 '친정어머니'다.
(루하나가 아니라 하나루라도 요헤이는 저런 역할이라는게 특이함.)
이 소설속에서도 요헤이는 하나미치의 형제와도 같은 불*친구이며, 이해자이고, 친정어머니다.
그런 역할은 사실 별다를게 없다.

정말 특이한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루코'이다.
보통 하루코는 루하나 소설에서 그들을 밀어주는 '동인녀'이거나, 둘 사이를 방해하는 못된 년;;이거나 아니면, 아예 비중없는 학생1과 같은 정도로 출연하는 정도다.
그리고 못된 년;;쪽의 비율이 조금 더 많은 편이고.
그리고 드물게 등장하는 동인녀 하루꼬는 내가 본 중에서는 ODD FISH가 유일하다.

사실 원작에서 보면 하루꼬의 '농구 좋아하세요?'가 없었던들 슬램덩크가 시작될 수 있었을까?
그만큼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다. 거기다 하나미치가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물론, 그녀의 둔감함을 넘은 무심함에 화가 날때도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저렇게 러브빔을 쏘아대는 하나미치의 마음을 그렇게 모를수가 있을까;
하긴,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를 탓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루꼬는 조금씩 왜곡돼어왔던 그녀의 이미지에 대면 거의 원작의 하루꼬와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조금은 덜렁대고, 얼빵한 면도 있고, 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고 열심이고..
그런 자연스러운 하루꼬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요헤이와 사귀게 되는 과정도 웃음이 절로 흘러나올만큼 귀엽고, 예뻤다.

그래서 뒤에 실린 요하루 단편은 서비스만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 대학 1학년 교양강의로 선택했던 심리학 책.(제목:심리학;;)

불안(외적인 세계의 위험뿐만 아니라 자기 내적인 세계의 위험으로부터 생기는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정서적 경험)에 처하면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본능적 충동을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도 간접적으로 본능적 충동을 충족하려고 시도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방어 기제(defence mechanism)이다.

방어 기제는 짓누르는 불안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간접적으로는 충동이나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도와준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몇 가지 정서적 방어기제들

1. 억압 : 스트레스나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충동을 의식화시키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 너무 두렵고 고통스러운 충동들이나 기억들을 의식적 인식으로부터 추방함.
그러나 이 경우는 완전하게 성공을 거두는 일이 거의 드물다고 함.

-- 실패하는게 당연하다. --;; 억압만 하다가는 그대로 퇴행상태가 되어 버리거나 도리어 뻥- 터져버리거나해서 병원으로 가야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화병이라고 등록도 되었다는데, 난 병원가기 싫다.


2. 합리화 : 어떤 것에 대해 합리적이거나 적절히 행동한 듯이 보이도록 논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동기를 부여하고 현실을 왜곡하여 자존심을 보호하는 것.
목표에 이르는 데에 실패했을 때의 실망감을 덜어주며 '진짜' 이유보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위해 변명을 함.

-- 일명 여우의 신포도. 가장 애용하는(--;;;) 기제. 평소에도 흔히 사용하곤 하는데 그래봤자 순간의 자기위안이 될뿐,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실은 아픈법이다. ㅡㅜ


3. 반동형성 : 자기의 동기와는 정반대쪽의 동기를 강하게 표혐함으로써 자신에게 그 동기를 은폐시킬 수 있음.

-- 무슨 소린지 몰라서 사용하고 있는 지 아닌 지도 모르겠음.
하지만, 의식도 못하는 사이 그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4. 이지화 : 정서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을 추상적이고 지적인 용어로 취급함으로써 초연해지려는 시도.

-- 능력이 된다면 써 보고 싶다. --;; 지적인 용어라니 이건 능력이 안돼. 쳇...


5. 부인 : 외부의 현실이 당면하기에는 너무 불쾌할 때, 어떤 사람은 그것의 존재를 부인할 수 있음.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고통을 참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잠시라도 부인의 방어기제에 의지함.

-- 이건 아무래도 종종 사용하는거 같은데. 대략 조치안음;;


6. 부정 : 자아의 단순한 방어기제로서, 의식적으로 참을 수 없는 생각이나 욕구 또는 현실의 존재가 무의식적으로 부정되는 것.
현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든지 또는 그 현실을 소원대로의 공상으로 대신 메움으로써 고통을 피하는 것.

-- 현실도피라면 워낙 자주 써먹어서.... --;;



결국, 나는 거의 모든 기제를 다 사용하고 있었다는건가. ((ㅡ.-)a

(자기방어본능에는 충실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