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제껏 그렇게 많은 남자아이들을 접해보고 살아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대생이었고, 직장도 남자수가 월등히 많은 데를 다니고 있고...
뭐 하여튼..
이렇게 요리를 즐기는 남자애를 본적이 없다. --;;
아빠의 영향이 지대한 것 같은데, 나로서는 신기하기 그지없다.

팥빙수를 만들어 먹자고 빙수기를 산다.
사두고 먼지만 쌓여간다는 집이 많다는데 빙수기를 정말 요긴하게도 쓴다.
생각나면 한번씩 팥빙수를 만들어주는데, 그 배합이 또 기가 막히다.
떡, 칵테일후르츠, 팥, 연유, 우유는 기본이요, 가끔 신기한 걸 넣어 시험해보기도 한다.
미숫가루를 넣기도 하고, 수박을 넣으면 풍미가 좋아진다는 것도 알고.
거기다 어디서 배웠는지 우유 슬러시를 만들어 넣기도;;;

도깨비 방망이를 그렇게 잘 쓸수가 없다.
TV홈쇼핑에서 보고 엄마를 졸라서 샀다고한다.
이제 홈쇼핑은 내동생의 애청프로가 되어버렸다. (이래서 백수는;;)
어쨌든, 사서 지금까지 제일 많은 빈도로 사용하는 주방기기가 아닐까 싶다.
이 녀석은 또 홈쇼핑에서 보고 배웠는지 스스로 뭘 만드는걸 즐기는 거 같다.
처음엔 한창 카푸치노를 만들어준다, 과일주스를 만든다 하더니
요즘 열을 내고 있는것은 집에서 만드는 드레싱, 생크림 종류다.
마트에 가서 휘핑크림을 찾아해메더니 기어이 입수.
1차로는 휘핑크림에 꿀만 넣어서 생크림 만들기에 성공.(맛있었다. orz)
2차로는 만들어진 생크림에 후르츠 칵테일을 넣어서 마치 제과점에서 파는
생크림 케잌같은걸 만들기..

고구마 맛탕을 만든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정말 신기한 녀석이다. 집에 고구마 사놓은 게 있었는데,
그걸 씻어다가 감자껍질 벗기는 도구로 슥슥 껍질을 벗기고 있길래
고구마는 껍질째 쪄야 맛있다고 했더니, 그걸로 맛탕을 만들어왔다.
나는 아직도 고구마 맛탕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녀석이 정말 시중에서 파는 것 같은 그런 맛탕을 만들어 내왔다.
아, 정말 불가사의~

스파케티도 만든다!
무..물론 이탈리아 국수니까 만드는게 그렇게 많이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하나?
모짜렐라치즈까지 얹어서;;

그러더니 급기야, 카스테라를 구웠다. OTL
나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다. 계란 6개는 너무 많았다는둥, 베이킹 파우더가 좀 부족했다는둥 하지만, 호두, 땅콩, 건포도까지 넣어서 구워낸 카스테라는 그야말로 '엄마의 맛'이 났단 말이다.

어쨌든, 이녀석은 라면을 하나 끓여도 그냥 끓이는 법이 없고
TV에서 뭐 맛있게 하는 비법 같은게 나오면 꼭 한번씩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여동생인줄 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요리와는 담을 쌓다시피한데다
두번 손 가는 요리는 하지 않는 주의다.
그래서 내 동생이 요리하는 걸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아, 집에 있었으면 당장 맛탕이라도 해오라고 닦달을 했을텐데.
(단, 이녀석은 지가 내켜야 하기때문에 왠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서 발견한 나비와 엉겅퀴(ⓒJHJ, 2004.04.05)

언제부턴가 나비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솔직히 나비가 그렇게 이쁘다거나 하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진 않았다. 왜냐면, 난 나방이 무서웠기때문에.-_-;;;;;;;
(사실, 벌레는 다 싫다.)

언젠가 우리집 화단에서 검은색의 화려하고 커다란 나비를 본적이 있다. 이름이 무슨 제비나비였던거 같은데, 날개가 햇빛이 비추는 각도에따라 무지개빛 나는 까맣고 윤기나는 그런 나비였다. 이쁘다는 생각이 들기전에 나는 그 나비가 무서웠었다. 보통의 나비보다 훨씬 커다란 크기에.--;;;
(거의 작은 새 정도는 되었던거 같다.)

그나마 내가 좋아한 나비는 노랑나비와 배추흰나비.
무섭지 않았고(가까이서 봤다면 무서웠을지도.--;) 팔랑거리는 날개짓이 조금은 애처로왔던거 같다. 뭐랄까, 딴놈들 1번 팔락일때, 배추흰나비는 3,4번 더 팔락거려야 날 수 있는 거 같이 보였다. 내눈엔.

노랑나비는 꼭 개나리가 날아다니는거 같아서 참 좋아했었다.
태어나서 맨 처음 노랑나비를 봤을때의 흥분을 기억한다.
'나비야~나비야~'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다녔어도, 직접 눈앞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지못했던 초등학교 1학년, 나는 꼭 기적같다고 생각했다.
내 눈앞에서 그 노랗고 얇은 날개를 파닥거면서 날아가는 나비는 정말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산소의 나비를 보고 정철의 사미인곡이 생각났다. 죽어서 나비가 되어서라도 님을 따르리라던가. 학교다닐땐 연군가라고 배웠지만, 암만 들여다봐도 애절한 연시던데.....--;


思美人曲

하라도 열두 때 한 달도 셜흔 날
져근덧 생각마라 이 시람 닛쟈 하니
마암의 매쳐 이셔 骨髓의 께텨시니
扁鵲(편작)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하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찰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대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날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라셔도 내 님 조차려 하노라.

하루도 열두때 한달도 서른날
(하루종일 한달 내내)
잠시라도 임생각을 말아서 잊고자 하나
마음속에 맺혀있고 뼛속까지 사무쳐 있으니
편작(篇鵲)이 열 오더라도 이병을 어찌하리
아~ 내 병이야 그 님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없어져서) 범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가는 곳곳 앉아있다가
향 묻은 날개로 님의 옷에 옮으리라.
님이야, (그 범나비가)나인 줄 모르시더라도 나는 끝내 님을 따르려 하노라.

※편작(篇鵲) - 중국 전설속의 명의

아아~ 나두 나비로 변해서 울 터니한테 날아가고파~~~~~~~
(근데 그녀석, 아앗 나방이야 이럼서 에프킬라를 칙- 뿌리는 장면이 연상되는 이유는..-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