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23(목) 8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 두 줄 평 : 은촤의 내운명은 진리!! 범사마, 영숙 여신, 선아 여신도 진리!!
                민주교님 ♡ 아르코 백작 옙흔 사랑하세요~

- 오늘 처음 본 캐스팅은 민영기 대주교님. 은촤 + 민주교 자체 첫공이었다. 
이정열 주교님 공연은 세 번을 봤는데, 민주교님은 한 번도 못봐서 많이 궁금했는데, 아르코 백작과 함께 깨알같은 개그, 빅 재미를 선사하셨다. 모차르트는 어디있나 시작 부분에 오케 박자가 좀 빨랐는데, 당황하지 않고, 따라잡으시더라.
이주교님과 비교해보자면, 민주교님은 좀....백치미가 넘치신다고 하면 실례일까 ^^;; 2막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하실 때 책에 파묻혀 살았다네~ 하시는데 역시 설득력이 없으셔~ ^^;
그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빈에 남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과 대결하시는데, 미성인 은촤 성량으로는 밀리는 감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여기선 볼프강이 더 파워로 밀어붙여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정열 주교님과 더 합이 잘 맞는 듯하다. 이 주교님 성량도 뭐 민주교님 못잖으시지만, 이주교님은 컨트롤 하시는 것 같거든.
하지만, 똥 싸드릴게요 이후에 이정열 주교님은 그냥 같이 막 화를 낸다면, 민영기 주교님은 진짜 "쟤가 나한테 똥을 줬어!!"라는 표정과 대사라 재미가 더 컸다.

- 그리고 이경미 베버부인과 은촤 조합도 오늘 처음 봤구나. 정영주 베버 부인과 은촤 조합도 재밌고 좋은데, 특히 누가 이 공연에 참가하시겠습니까~ 할 때 남 앙상블 다 밀쳐내며 저요저요저요 방정떠는 은촤를 향해 "그래요, 너요!" 하시는 게 좋았다면, 이경미 베버 부인은 똥 묻은 돼지꼬리 이후에 박수~ 하다가 박수 소리가 왜 이 모양이냐며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시는 게 참 좋았다. 솔직히 똥 묻은 돼지꼬리 다음에 박수치기 참 애매한 타이밍인데, 여기서 마음놓고 박수를 보낼 수 있어서. 

- 오늘 처음으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봤는데, 이쪽 자리에서 보니 처음 보는 장면들이 또 그렇게 좋았다.
준상 아마데가 음악 상자 앞에 두고 신내림 받을 때(사실과 다름;) 바로 정면으로 보이고, 또 무대 전환 구조상 레오폴트의 등장이 주로 오른쪽이고, 무엇보다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를 오른쪽에서 부른다. 
또, 그동안 베버 부인네 와서 볼프강이 처음 소개받을 때 잘 안 보였는데, 선아 콘스탄체가 볼프강한테 막 관심있는 표정짓는게 보여서 또 재밌었다. 전엔 그냥 스치듯 인사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앞에서 살짝 애교를 부리더라.
그리고 파리로 떠나기 전,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넘버할 때, 볼프강이 '나는 아버지를 사랑해요.'하는 아마데가 갑자기 차갑게 쏘아보는데, 냉포스가 말도 못함. 준상 아마데의 연기가 아주 나날이 놀랍다.

- 볼프강이 콘스탄체와 재회하는 씬. 서로 나잡아 봐라~깨방정 떨다가 슬슬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는 장면 중 은촤가 여기 뽀뽀해봐~ 라는 듯 자기 볼을 톡톡치는데, 콘스탄체가 뽀뽀를 하는 순간 고개를 돌려서 입술에 뽀뽀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전엔 뽀뽀하고 곧바로 둘다 놀랐다는 듯이 방정맞게 하하하하 웃으며 또 뜀박질 하더니, 요즘은 거기서 한 박자 쉬고, 장난이었어~ 라는 듯이 방정을 떠는데, 와~ 그 한 박자 때문에 공기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가, 하하하하 소리에 흩어지는 게 보인다. 진짜 배우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지.
은촤는 빗자루에 콘스탄체 태우고 '너 살쪘어?' 이걸로 계속 밀 생각인가보다. 어디 감히 여신님의 다이너마이트한 바디에 그런 망언을!! 이라지만, 귀여우니까;;

- 그리고 은촤는 여성에 대한 태도랄까 그런게, 나날이 진화(?)해간다고 할까. 술집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을 때 쉬카네더가 등장하는데, 거기에서 볼프강 옆으로 여 앙상블 2명이 붙는다. 내가 공연 3번 보는 동안 그 여 앙상블을 대하는 은촤의 태도는 삼단변신!
12일 공연 - 아, 여자다 신기하다 순진순진 *_* 손가락->팔뚝 쓰다듬.
18일 공연 - 아, 여자다~갑자기 테이블로 쓰러트림. 기겁했음. 이건 뭐 손만 잡다가 갑자기 일 치를 기세;
23일 공연 - 아, 여자다~ 완전 술 취한 아저씨 분위기로 시선과 손이 가슴 부위로 집중.
나, 내일 4번째 보러가는데, 그 땐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기대해 보겠다. (아웅, 순진순진 은촤도 귀여웠구만;)

-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마데에게 공격받아서 더블 쇼크에 빠진 채 미쳐버린 은촤는 정말 뭐라 할 수 없이 안쓰럽다. 진짜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그게 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ㅠ.ㅠ

- 유아기의 어떤 시기는 부모가 자식에게 애정을 쏟아부어도 쏟아부어도 부족할 정도로 아이가 부모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고 하는데, 모차르트는 아마도 무한으로 쏟아지는 애정보다 엄격한 훈계를 받으며 자랐을 테지. 혼란씬에서 보여주는 '그가 아프면 손해가 막심해!' 네 엄마를 죽게했어!!' '널 절대 용서못해!!' 까지. 도대체 왜 애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으세요. ㅠ.ㅠ
이 애정결핍 덩치만 큰 아이가 얼마나 가여운지 모르겠다.
애정을 갈구하는 만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신경쓰고, 미움받지 않으려고, 사랑받고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 휘둘리기만 하는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주변엔 그저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 밖에 없는데.

그런 볼프강이 중심을 잡는 계기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진정한 성인으로 혼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걸 보여주는 장면이 스테판 성당에서의 참회 장면과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 소식이 전해지는 장면이다.
그 전까지는 어딘지 소년과 청년의 중간쯤의 모습으로 보이던 볼프강이 차분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습에서 아, 이제야 비로소 두 발로 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의 두 발로 섰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던 볼프강의 마지막은 그래서 참 슬프다. 이제서야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됐는데 그의 생명력은 레퀴엠을 타고 흘러나가버렸다.

- 이 날 공연에서는 참 뜬금없이 피날레에서 갑자기 울컥. 죽음씬까지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앙상블이 "이 싸움이 끝나면 너의 길도 끝난다. 너는 그저 너일 뿐, 너의 음악은 영원하리"라는데, 눈물이 줄줄 흘러넘치더라. 쓰는 지금도 울컥한다. 나 모차르트 빠순이 맞다니까.
근데, 피날레에서 박수 나오는 거, 공연 끝날 때까지 해결 안되겠지. ㅠ.ㅠ

- 앞으로 은촤 남은 공연이 4회. 아쉽다. ㅠ.ㅠ


일   시 : 2011. 06. 22(수) 4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임태경,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박혜나,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이준서


결국 2막 후기 쓰기 전에 임태경 모차르트를 보고 왔다. 2막 후기 언제 다 쓰지;;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에 써놔야 하니까.
간단한 단평이라도 남기고 감.

- 두 줄 평 : 이정열 대주교님, 브라보!! 서범석 아버님, 브라보!! 신영숙 여신님, 여전히 브라보!! 
                그리고 앙상블 여러분, 오늘 최고였습니다. 짝짝짝 

- 오늘 처음 본 캐스팅은 임태경 모차르트, 이경미 베버 부인과 박혜나 콘스탄체, 이준서 아마데...어라 반 이상 새 얼굴.

- 정영주 베버 부인과 이경미 베버 부인, 모두 체칠리아 베버라는 캐릭터를 100% 보여주셨다. 정영주 씨가 좀 더 드러내놓고 적극적인 속물이라면, 이경미 씨는 그래도 뭐랄까 대놓고 그러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얄미운 캐릭터였다. 손수건으로 디테일 잡으신게, 귀부인 흉내내는 싸구려의 향기~ 랄까. 고상한 척 딸을 이용해 모차르트를 착취;하는 모습이 참 제대로였다.

- 박혜나 콘스탄체는 좀 캐릭터 잡기 힘들었다. 워낙 콘스탄체라는 인물이 감성선의 변화가 종잡을 수가 없는 면이 있긴 하지만, 정선아 콘스탄체는 그래도 나름의 감정의 흐름이 보였는데, 박혜나 콘스탄체는 그게 너무 기복이 심하더라. 나는 예술가의 아내라에 너무 힘을 주셔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 씬이 참 콘스탄체라는 캐릭터를 대변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좀 많이 나갔다는 느낌이었다.

- 이준서 아마데는 한마디로 귀요미였다. 어린애가 벌써 철이 다 들어서 볼프강이 사고칠 때마다 뒤에서 한 숨 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어린애가 영특해서 어른들의 사정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일찍 철이 들어서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아직도 속은 어린애인. '어휴, 아빠, 철 좀 들어~'라고 훈계하지만, 아직 속은 아빠의 사랑이 고픈 그런 아이. 준상 아마데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모습인데, 준서가 좀 들 차가워 보인건 그런 이유때문이었던 듯 하다. 

- 임태경 씨의 노래를 너무 많이 기대하고 갔었나 보다. 노래가 어쨌다기 보다 그냥 내 기대가 너무 컸다고 생각하련다.

- 오늘 나에게 자체 최고는 이정열 대주교님. 아~ 진짜 오페라 하우스를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음성이셨습니다. 
'빈에 남겠어' 넘버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고, 레이디(;)를 셋 씩이나 거느리고 내려오시는데 어찌나 육감적이시던지. 본능으로 사실 것 같은 분이 '이성만이 최고의 가치~'이러시니까 설득력이;;; 어쨌거나 저쟀거나 영주님은 멋지셨어요~

- 뮤지컬 불의 검에서 임태경 씨는 산마로 아사, 서범석 씨는 수하이바토르 역을 하셨었더랬다. 그래서 그런가, 범석 레오폴트와 임촤는 뭔가 좀 대등하게 싸우는 것 처럼 보이더라. 은촤는 아빨 너무 좋아해서 ㅠ.ㅠ

- 준서 아마데는 커튼콜에서 텀블링을 하더라. 그리고 쪼르르 달려가 임촤 품에 안기는데, 완전 아빠와 아들 분위기. 임태경 씨도 벌써 그런 나이가 되셨구나.



일   시 : 2011. 06. 12(일) 7시 공연
            2011. 06. 18(토) 3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정영주,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처음엔 넘버에 관심이 갔고, 마침 공연 중이라고 하니, 가서 한 번 볼까...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정말 고맙게도 아는 뮤덕 동생 덕분에 2열 거의 중앙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K양, S양 다시 한 번 Thank you!!
돈님은 어찌나 정직하신지. 배우들 얼굴 표정도 진짜 생생하게 다 보이는데다 음향도 훌륭!! 덕분에 공연 보고 나오자마자 자발적으로 18일 3시 공연을 2열 왼쪽 자리로 예매.
두 번의 공연을 하나의 감상으로 밀어넣기 하려니 이건 뭐 지대로 스크롤 압박 예상.
(솔직히 어디까지 길어질지 상상도 안 간다. 내가 이 후기만 일주일도 넘게 붙잡고 있어서. OTL)

뮤덕 동생에게 갈라콘 뮤지컬이라는 평을 듣고갔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나름 만족했다. (아니면 내가 헝가리 버전을 미리 보고 간 덕을 본 건지도 모르겠다만) 가사도 좀 다듬은 듯 CD 버전과는 달라진 부분이 좀 많았다. 예를 들면 콘스탄체의 "나는 예술가의 아내라"에서 무대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는 싹 빠졌는데, 그편이 더 나았다.

0. 프롤로그
극의 처음은 비석 하나 제대로 없는 모차르트의 무덤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마데우스도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에서 시작하더니만, 역시 비극적인 천재에게 '요절'과 '죽음'이라는 꼬리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모양이다.

1. 이 아이는 누구인가
죽음에서부터 과거로 회상하며 신동계의 아이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치며 하늘에서부터 내려온다. 신통방통한 이 꼬마 천재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귀족들 앞에서 아들 자랑이 늘어지신 범석 레오폴트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 감정엔 아들의 재능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그런 천재 아들을 키워낸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합쳐져 있다.
이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은 저 두 가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천재인 아들의 재능을 아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영향력 하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것. 아들의 영광이 곧 아버지의 영광,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헌신할 테니, 너는 그냥 나만 따르면 돼. 아빠 믿지? 그러니 이 부자의 앞날이 어찌 순탄할 것인가.
그나저나 준상 아마데는 어쩜 그렇게 작고도 귀여운 것이냐. ㅠ.ㅠ

2. 빨간 코트
네가 주목받는 건 천재인 "어린애"라서다, 네가 자라서 천재성이 희석되기라도 한다면, 아무 시선도 끌지 못한다는 레오폴트의 주문이 반만 먹혔는지, 덩치만 큰 피터팬 볼프강과 의젓하고 착실한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 아마데우스로 모차르트는 분열돼 있었다. 아마데가 입은 빨간 코트는 이제 내 몸에 맞지 않는다며 새로 장만한 빨간 코트을 누나 난넬에게 자랑하며 수선을 피운다. 옛날이 좋았지~ 라며 누나 난넬도 아련한 시선을 보내는데, 레오폴트가 나타나서 찬물을 끼얹는다. 이제 넌 어린애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라며, 빨간 코트도 빼앗아버렸다.

이 장면에서 깨방정 떠는 은촤도 귀엽지만, 난 준상이가 흐믓한 표정으로 피아노 위에서 바라보던 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확실히 자리가 참 중요한게, 12일 공연 때는 중앙에 가까운 자리여서 은촤에게 시선이 갔는데, 18일 공연 때는 왼쪽에 치우친 자리라 준상이가 느무 잘 보이더라. 그냥 무표정하게 인형처럼 앉아있는 줄 알았는데, 18일 공연의 준상 아마데는 피아노 앞에 비스듬히 앉아서 코트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남매를 참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더라. 그리고 난넬에게 어리광 피우며 무릎에 누운 볼프강에게 달려가 가슴팍에 안기던 아마데. 참 좋은 한 때다. 근데 난 왜 눈물이 ㅠ.ㅠ
 
이 첫 등장 장면부터 박은태 배우의 모차르트 연기에 물이 올랐구나 라는 걸 그냥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처음보는 공연이었지만, 진짜 몸에 딱 달라붙었구나 하고. 나를 사랑해줘요~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오라를 퐁퐁퐁 뿜어대는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랑스럽고 말 지지리 안 듣는, 그럼에도 "착한" 아이다. 좀 더 바락바락 대드는 반항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더 박은태다운 모습이었던듯 하다. 동촤는 좀 다를까? 임촤는 뭐 더 범생 아들일 것 같고;

3.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는 아버지지만, 자신을 너무 구속하는 것 같다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흘러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내가 곧 음악인데, 아버지는 나를, 내 음악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버지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12일 공연을 볼 땐 뜬금없이 초장부터 눈물이 났더랬다. 에구 저것이 지 앞날이 어찌될지도 모르고서 저렇게 '음악이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는 둥 하는구나. 정말 자신이 음악 그 자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 천진난만 순수한 녀석을 어쩌냐 싶어서.

이 노래의 가사 전반부는 볼프강이 아버지에게 보낸 서간문 중에서 발췌한 것 같다.

저는 시인이 아니므로 시적인 글은 못올립니다.
또한 어휘를 재미있게 배열하는 기교도 부릴 줄 모릅니다.
저는 화가가 아니며 댄서도 아니며
몸짓이나 팬터마임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 재주도 없습니다.
그러나 소리로는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음악가이기 때문입니다.                                     -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中


(참고로 헝가리 버전에서는 콜로레도 대주교와 한판 뜬 다음, 파리로 떠나기 직전에 이 노래가 나온다. 예전 처럼 연주 여행을 떠나, 그 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을 생각에 들뜬 볼프강이 부르는 넘버다. 우리나라 버전은 아버지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줬으면 하는 느낌이라면, 헝가리 버전은 청중들이 성장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넘버다.)

4. 모차르트는 어디있나
내가 사랑하는 앙상블 넘버 중에 하나. 물론 앙상블보다 콜로레도 대주교와 초딩 볼프강의 맞대결이 중심인 노래지만, 난 여기서 앙상블 언냐들이 풍성한 치마를 입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열을 맞추고, 빰빠바밤~ 에 맞춰 절도있게 대주교를 향해 절하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18일 공연에선 마이크 음향 사고가 났지;;
하여튼 시종들의 절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아래것들을 내려다보시는 이정열 대주교님의 바리톤은 또 얼마나 중후하신지. 2번의 공연 모두 이정열 대주교였는데, 아우~ 정열님은 성직자를 하시기엔 느무 짐승남이셔요~///.///
성직자 보다는 권력자의 향기~ 거만하기 이를데 없고, 초딩 볼프강의 도발에 가소롭다는 듯 네까짓게 -  헛웃음 지으시며 저거 치워~ 라시던 모습은 카리스마 넘치셨지만, 그 뒤에 "경이롭다~" 하실 땐 촘 많이 귀여우셨어요~>.<
아직 민영기 대주교님을 영접하지 못했는데, 민주교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 지 사뭇 기대가 된다.

5. 가족이니까
콜로레도 주교와 한 판 뜬 철딱서니 없는 아들래미 때문에 범석 레오폴트는 오늘도 머리가 아픕니다. (고뇌하는 아버님,하앍하앍~)
저 혼자서는 신발끈도 못 매는 주제에, 츤데레 영주님의 매력도 못 알아보고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를 떠나 음악 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아버지의 걱정에도 아랑곳 안 하고 아마데가 이봐 이쪽이야~ 라는 듯 고개짓 까딱하니까 총총총 쫓아가는 볼프강. 벌써부터 아마데의 지배력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6. 모차르트 아가씨
장사치들의 떠들썩한 호객 소리를 사이로 꽃 같은 아가씨 난넬 모차르트가 장을 보러 나왔다. 난넬 역의 임강희 씨는 정말 얼굴도 어여쁘시고, 목소리는 완전 꾀꼬리. 그래서 살짝 묻히는 감이 있지만 곱고 예쁜 목소리로 우리 동생이 만하임에서 잘 나가면 나도 따라갈 거에요~ 낙천적인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 아르코 백작이 나타나서 니들 생각대로는 안될껄~ 파토를 내기 전까지. '너흰 귀족을 몰라~'라는 아르코 백작의 엄포에 그렇게 발랄하게 노래하던 난넬도 서서히 불안감에 휩싸인다.

7. 마음 굳게 먹어라
아들을 떠나보내고 너를 걱정한단다, 부디 마음 굳게 먹어라~ 세상은 만만치가 않아요,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늘 겸손해라. 물가에 내놓은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이런 것이다..하고 보여주는 노래. 특히나 다른 집 애들과 달리 천재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들을 둔 레오폴트는 걱정이 두 배. 이 애끓는 부성애를 편지만이 아닌 아들 앞에서 제대로 보여줬더라면 이 부자 관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은 나를 버렸다'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이 이 아버지를 너무 굴절시킨 건 아닌가 싶다. '너는 나의 자부심'이지만, 그렇다고 아들이 나의 대신은 될 수 없는 것을.
18일 공연에서 '아들! 힘내거라!'는 12일 공연보다 좀 더 힘이 들어가 있어서, 뭐랄까 좀 더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아버지로 느껴졌다.

8. 구세주를 기다려요
아버지의 절절한 걱정이 무색하게 모차르트는 베버 가족과 만나버렸다! 아~ 분명 이 가족은 악역인데, 난 이 가족이 참 유쾌하다. 그건 넘버탓이 큰데, 이거 너무 씐나는 서커스 풍이라서. 정영주 체칠리아 베버 부인,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주책맞은 속물 아줌마 연기를 하시는지. 캐릭터가 아주 딱 들러붙었더라.
실제로 모차르트는 알로이지아를 위해 그녀의 음역대에 맞는 아리아를 작곡해줬다고 한다. 비록 그녀와는 그게 인연의 전부였던 듯 하지만.

9. 레오폴트의 기도 / 엄마의 죽음 /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아버님의 걱정대로 아들은 베버 가족사기단에게 전재산을 홀랑 넘겨버리고, 레오폴트는 신께 진지한 기도를 바친다. 파리는 돈이 너무 많이 드네요~ 하시는데, 기러기 아빠의 고단함이 살짝 엿보이고. ㅠ.ㅠ 게다가 아내가 아프다는데, 병원갈 돈도 없다고 하시는데 어찌나 슬픈 표정이시던지.

한편 모차르트의 음악은 파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텅빈 객석, 그리고 아픈 어머니는 아들이 교향곡을 완성하든 말든, 생을 다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볼프강은 비로소 현실에 눈 뜨게 된다. 신의 아이라고 찬사를 받으며 연주 여행을 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세상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랑이며, 그의 전부인 음악마저도 어머니의 죽음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상의 냉혹함, 잔인함을 경험하고, 어머니의 죽음에도 묵묵히 작곡만 하는 아마데 앞에서 절규하며 결국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비로소 아이에서 한 단계 성장한다.

10. 잘츠부르크는 겨울 / 나는 쉬카네더
기세좋게 떠난 연주 여행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큰 상처를 남겼고, 모차르트는 씁쓸하게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그런 볼프강을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비웃는다. 거 봐라, 네가 그럼 그렇지~ 라는 조롱에 울컥해서 취객과 시비가 붙고 한 대 얻어터지는 순간 쉬카네더가 등장한다. 쉬카네더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빛나는 재능을 감지하고, 그를 어떻게 잘 구슬려볼 생각인 것이다. 귀족들만의 음악이 아닌 대중음악!계로의 스카우트.
솔직히 나는 이 쉬카네더라는 인물이 여기서 등장하는 게 상당히 뜬금이 없다고 생각했다. 넘버도 OST로 들었을때 확 와닿지 않았고. 하지만, 자괴감에 자신감 상실,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 등 실의에 빠진 볼프강 앞에 나타나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보면 타당한 흐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쉬카네더 넘버 할 때 은촤가 느무 흥겹게 앙상블을 따라서 춤을 춘다. 깨알같이 싸웠던 취객과 화해의 키스(;)까지 나누고. 하여간 은촤는 몸도 잘 쓰다보니, 이런 부분도 볼만하다.

11. 황금별
간신히 얻은 오르간 주자 자리마저 위태로운 볼프강 앞에 구세주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등장해 자신과 함께 빈으로 떠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들의 가출로 이미 아내를 잃은 레오폴트가 쌍수들고 반대할 것은 자명한 일. 남작부인은 그 완고한 레오폴트를 설득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아~ 진짜 신영숙 님의 '황금별'은 진리다. 연기라고는 해도 옆에서 볼프강과 난넬이 딴짓(의논과 설득)하는 걸 보면서 '니들이 지금 감히 여신님 노랠 안 듣고 딴짓하냐?!'는 심정이 될 정도였다. 신영숙 님, 정말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황금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셨어요. 비중이 적은 역이지만, 그 우아한 존재감 만큼은 최고싶니다. 앙상블의 고음 부분도 확실히 이끌어주시고.

12. 아무도 나만큼 너를 사랑하진 않는다
남작분인의 노래는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였지만, 그렇다고 아들 때문에 홀아비 신세가 된 레오폴트가 순순히 넘어갈 리 없다. 그냥 아들 걱정하는 진심만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을, 너는 너무 미숙하다, 네 곁에 내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상은 위험하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미 눈은 밖을 향하고 있는 볼프강에게 씨알도 안 먹히지.

이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관계는 어쩐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은 라푼젤의 특별한 능력을 독점하려고 그러는 거지만, 세상은 위험하고, 잔인하다며 탑 안에 가둔 엄마(마녀)와 오로지 엄마밖에 모르는 사랑스러운 예쁜 딸 라푼젤. 가출 후 라푼젤이 보여준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은 그 얼마나 많은 딸들의 공감을 샀던가. 레오폴트가 오로지 볼프강을 이용하기만 하는 무정한 아버지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들의 의지에 상관없이 그의 성공마저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던 것만은 사실이니까.
'나 죽는 꼴 볼래!'를 시전해봤으나, 볼프강은 '나는 잘츠부르크가 싫어요!'로 응수. 결국은 자, 이리 와, 라고 고개짓하는 아마데를 따라 빈으로 떠난다.

13. 그는 내가 만든 작품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인 분명 볼프강이 잘츠부르크를 떠나는 건 콜로레도 대주교도 합의했다고 했다. 그 권위주의 쩌는 대주교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허락을 해줬나 했더니, 모차르트가 유명해지면 그의 윗전인 자신의 명예도 올라가니까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기 외 다른 영주들이 모차르트를 눈독들이지 않을까 경계하며 빈으로 여행길에 오른 우리 츤데레 주교님~♡ 민감하신 장 때문에 큰 웃음 선사하셨습니다.
이 장면은 정말 대주교님 외에도 아르코 백작과 시종분들의 깨알같은 개그 연기가 빛을 발한다. 덕분에 남 앙상블 한 분 이름도 외웠다. 이창희 님, 보고계십니까?

13. 똥 묻은 돼지 꼬리
볼프강은 빈에 도착한 후 유랑극단 노릇을 하는 베버 가족과 재회하게 되는데, 항문기를 벗어나지 못한 똘끼충만 볼프강을 제대로 보여주는 넘버다. 나는 시인도, 배우도 아니라던 그가 여기서는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라며 아주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파닥 신이 났다. 이 넘버가 아주 씐나고 은촤가 한 댄스하는 걸 보여주는지라 흥겹고 재밌지만, 솔직히 이게 여기서 왜 튀어나오나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자꾸 헝가리 버전을 이야기 해서 좀 그런데, 헝가리 버전에선 아르코 백작을 등장시켜서 그를 조롱하는 음악으로 연출을 해서 그게 설득력이 있었거든. 한국판에선 그냥 "난 진짜 뿔난 돼지꼬리~"라며 모차르트의 별난 성격과 캐릭터를 돼지 꼬리라고 희화화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지만.

14. 모두 가짜 / 니가 맘에 들어
베버 가족과 재회하고 시집간 알로이지아 대신 콘스탄체와 가까워질 기회를 잡았다. 빗자루 요정 은촤의 깨방정과 정신 사나움,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이 싹튼 중딩의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이 고까운귀여운 한 씬.

15. 끝나지 않는 음악 있을까.
빈에서 콘스탄체와 연애질이 한창인 볼프강과 달리 잘츠부르크에 남은 가족들은 베버 가족과 재회한 볼프강 걱정에 날이 샌다. 레오폴트는 대주교가 볼프강을 데리러 갔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난넬을 안심시키지만, 난넬은 동생의 날개가 또 꺽이는 건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때 자신도 음악 신동이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이렇게 다른 처지가 되버렸다는 것을 한탄하기도 한다.

16. 난 빈에 남겠어
황제 앞에서 열기로 한 음악회가 대주교의 농간으로 취소되자 격분한 볼프강이 대주교를 찾아온다. 불시에 쳐들어왔기에 대주교님의 준비되지 않은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하여간에 이정열 대주교님은 성직자를 하시기엔 느무 짐승남이셔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은 모습이 어찌나 정력적으로 보이는지 말입니다.
월급쟁이 딴따라 주제에 말 지지리도 안 듣는 볼프강은 얄밉기 그지 없고, 볼프강은 볼프강대로 넌 권력만 빼면 시체, 예술은 글로 배웠지!! 라며 뻗댄다. 우리 츤데레 대주교님은 '자유의 다른 이름은 배고픔이지'라며 설득을 시도하지만, 내가 배를 곯아도 니 하인 노릇은 안해! 라며 바락바락 대드는 모차르트를 봐 줄리 없다. 해고 시키고 나서도 시원하다~는 게 아니라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씩씩대는 대주교님은 역시 츤데레~

17.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겉으론 버려진 것 같지만, 사실은 먼저 버리고 떠난 모차르트는 시원하게 자유 선언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대주교로부터 자유라고 외치는 순간, 볼프강은 자유의 몸이 된 환희를 채 음미하기도 전에 불안함에 휩싸인다. 자신을 구속하는 아버지도, 대주교도 떨쳐버릴 수 있었지만, 이제까지 날개인 줄 알았던 "천재성"이 실은 묵직하게 발목에 채워진 족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연 가기 전에 가장 기대한 넘버. 박은태 배우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정말 최고였다. CD에서 듣던 그냥 곱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연기가 들어가면서 제대로 질러주고, 공포에 질려 벗어나고자 필사적인 느낌이 확 사는 노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그새 뮤지컬 어워드 때의 연기에서 디테일이 확 늘었더라.
게다가 아마데 탕준상의 연기가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그 전까지 아마데는 그냥 인형같이 귀여운 무표정의 꼬마였다. 웃는 법이 없고, 음악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늘 한 발 뒤에 서 있었다. 그런 아이가 잉크가 마른 깃펜으로 볼프강의 팔뚝을 찌르고선 만족한 듯 짓는 썩소라니. 이때 정말 정신이 확 나가서 이후 노래에 집중을 못했다.
두번째 관람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 난 이걸 꼭 다시 보고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서 이건 뭐 1막 끝나자 마자 다시 보고 싶어져서 재관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우, 이제 1막 끝났다. 헥헥
2막은 이 뒤에...(나 이거 임촤 보기전에 다 쓸 수 있을까. OTL)

  • 뮤지컬 모차르트!에 완전 HOLIC!!!!! 상태다.
    박은태 배우의 모차르트(이후 은촤) 두 번에 완전 그로기 상태. 어떻게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자체 레전드니. ㅠ.ㅠ 이건 뭐 커튼콜 기립박수 치면서 다음 공연 언제지? 하는 판국이니, 남아 있는 공연이 5~6회 정도라 미친듯이 티켓 예매대기에 올려놨다. 결국 남아있는 은촤 공연 중 29일 낮공연 빼고 전부 예매 완료. OTL
    제대로 된 후기는 쓰려면 너무 시간도 오래걸리고, 어려우니까;; 일단 내 안에 감정 털어놓기.


  • 뮤지컬 모차르트!를 리뷰하기 전에, 일단 나는 모차르트의 팬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하고,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좋아한다. 그건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나는 천재라는 속성에 약하니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위인전에서 별처럼 빛나는 왕자님인 줄 알았던 그 모차르트가 사실은 그리도 경박하고, 항문기를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민폐쟁이였다 해서 그에 대한 평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이 대사 때문에. "저는 천박하지만, 제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면을 타고 흐르는 음악은 정말 반짝반짝 아름다워서~


  • 실존 인물에 대한 Faction으로서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는 잘 쓰여진 희곡으로서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정말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해서 죽게 만들었다고 믿으니까. 뮤지컬 모차르트! 역시 Faction이다. 아마도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그리면서 저 "아마데우스"를 떨쳐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뮤지컬 모차르트는 차라리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극을 만들었다.
    모차르트의 서간문을 엮은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이라는 책이 있는데, 상당 부분 그 안의 문장을 인용한 듯한 설정이 보인다. 예를 들어 후원자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한테 "저번에 봤던 제 마음에 쏙 드는 빨간 코트 있잖아요, 그거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이거 사주세염~의 완곡한 표현;)" 라고 보낸 편지와 아마도 사줬는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론도 작곡한 거염~ 하고 답장 보낸 거 라던가.
    역사적 사실만으론 재미가 없으니, 거기에 오리지널리티로서 신의 아이 아마데와 자유인 볼프강을 분리해냈다.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 베토벤은 "음악의 성인 - 악성"이지만, 서른 다섯에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는 몇 백년이 지나도  "음악의 신동"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참 절묘한 선택이다.


  • 뮤지컬 모차르트에 흥미가 생긴 건 KBS에서 중계해준 뮤지컬 어워드에서 박은태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보고난 뒤에 그 노래에 꽂혀서 유투브를 뒤지다 오히려 독일어 버전 "Wi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어떻게 제 그림자를 떨칠 수 있나)"에 완전 홀릭하게 되버려서. 자연스럽게 다른 넘버들도 듣다보니 마음에 들더란 말이지. 그리고 공연 보고 난 다음엔, 어느 하나 버릴 넘버가 없더라. 심지어 별로라고 생각했던 쉬카네더 넘버도 다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한국판 OST에서 내가 좋아하는 앙상블 넘버 "이 아이는 누구인가"부터 베버 가족네, 누가 누구인가(가면무도회), 시장씬, 혁명씬은 다 빠졌더라? 게다가 피날레도 통째로 빠지고?!!! 이게 바로 OST로 목만 축이고, 더 듣고 싶으면 공연을 보라는 전략인가?
    덕분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독일어 판을 끼고 산다. 게다가 독일어판은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 우리나라판은 걍 녹음실에서 녹음한 티가 너무 나는데.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듣는 "Was für ein grausames Leben(이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는 참으로 상콤하고;;


  • 이제껏 내가 본 뮤지컬이 10여 편 좀 넘는데, 그 중에 이렇게 홀릭해서 반복 관람 하게 만든 건 모차르트!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영화 아마데우스 때도 이 걸 보러 극장에 세 번이나 갔었다. 중딩 용돈에 무리해서 OST를 당시 LP와 테이프로 사서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들었더랬지.
    어차피 난 모차르트 빠순이니깐여~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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