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30(목) 8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김순택, 아마데 - 탕준상
한 줄 평 - 은촤 막공 하나 남았다는 게 진실?!!!! ㅠ.ㅠ
- 오늘 새로운 캐스팅은 쉬카네더 역의 김순택 배우님. 평소 남 앙상블로 등장하지다, 간간히 쉬카네더 얼터로 올라오셨던 모양인데, 난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뵙게 된 배우님. 이제 앙상블 분들 얼굴도 막 구분이 갈 정도로 봐서, 아 이런 거 저런 거 하셨던 분이구나 했다.
재밌던 건 "주!인!고~~~~~~~~~~~~오옹~" 하는 부분에서 오늘 은촤가 던질 것 처럼 페이크하는데, 이분은 녹카네더처럼 길게 끄는게 아니라, 삼단 고음을 시전하시더라. 그 외는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지만, 역시 에녹 배우님의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을 1/3이라도 보여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몸 쓰는 건 좀 많이 어색하신 듯. 그렇게 차근 차근 준비하는 거 아니겠나 싶다.
하여간 이로써 한 분 빼고 전 캐릭터, 올 캐스팅 영접 완료!
- 은촤만 여섯번째인데. 참 이 배우 물건이다. 어떻게 여섯번을 보면서 단 한 번도 실수가 없고, 기복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지. 말이 쉽지 기복 없이 매 공연 "평타가 레전드"라는 찬사를 받는 그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연기와 노래는 정말 감탄스럽다. 배역에 대한 몰입도 정말 뛰어나고, 컨디션에 상관없이 노래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에 와있는 거 같다.
여섯번 쯤 됐으니, 이제 더 새로울 것도 없을테니, 난 그동안 놓친 앙상블이나 다른 배우분들 관찰해야지...라는 마음 먹고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시선은 은촤를 따라 흐르고 있다. 대사 하나 치면서도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는 데, 그러다 보니 자리 바뀌면 또 새로운 모습이 보이고. 이래서 중독이 되는 건가보다.
- 왼쪽 자리에 앉으면 좋은 점. 베버 가족 참 잘 보이고,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 가 있어~'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오른쪽을 바라보는 방향이라, 은촤 표정 연기하는게 정말 선명하게 잘 보인다.
그래서 오늘 건진 게, 빨간 코트 할 때, 난넬이 자켓 입혀 줄 때 표정, 입고 나서 짓는 표정 시시각각 변하는 게 늠 잘 보여서 거기서부터 극 몰입도가 확 올라간다. 아, 이러다 손짓 하나, 시선 하나까지 핥을 기세. 근데 핥고 싶어도 이제 공연은 막공 하나 남았다. OTL
- 오늘 범파파 님은 다른 날보다 음성이 더 크게 들렸는데, 그게 내 기분탓인지, 아니면 정말 다른 날 좀 죽여부르셨던 건지. 그래서 아버님의 노심초사가 더 가슴에 스며들었다. 게다가 아버님 하시는 걱정은 다 들어맞았잖아. ㅠ.ㅠ
- 기본적으로 은촤는 '착한'아이라서 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타인의 말을 의심도 없이 잘 믿고, 누가 꼬드기면 아무 망설임 없이 꼬드김당한다.
그런 그가 꼬드김 당하지 않는 건 오로지 음악 하나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지만 음악에 대해서 볼프강은 가차없다. 그래서 이 아버지가 그런 태도로 돌변했는지도 모르겠다.
네 음악은 너무 어렵다. 집시같다 하는데, 아들은 그런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내 음악은 고칠 부분 없이 완벽하다! 고 하니, 거기서 끊겨버린 아버지가 갑자기 음악과 상관없는 말로 볼프강을 상처주기 시작하는 거다. 넌 누나를 속이고, 엄마를 죽게했어! 볼프강이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 본인도 굉장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상처만 쿡쿡 쑤셔대다가 나에게 더이상 아들은 없다며 카운터 펀치를 날리니, 이 여리고 애정결핍인 아이가 미쳐버리지.
그런데, 이 장면에서 오늘 범파파님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셨다. 내가 본 공연 중엔 처음이었는데, 어우 그렇게 눈물 한 방울 툭 떨구고 돌아서시는 아버님, 아버님이 그럴 정도면 뒤에 남은 아들은 어땠겠어요. ㅠ.ㅠ
- 오늘도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부터 혼란씬까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볼프강의 감정에 나도 휘말려 버려서;; 이제 그만 울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도 그 절절한 '사랑해줘요~ 내 모습~' 부분을 보면 그냥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아마데가 목 조르는 장면에서 은촤는 어쩜 그렇게 몸을 잘 쓰는지. 정말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이렇게 절박하게 보일 수가 없다. 준상 아마데의 냉기 풀풀 포스는 또 어떻고. 은촤 + 준상 아마데는 최고의 조합이다.
- 난 가끔 '남작부인'이 사이에 끼지 않았으면 볼프강은 그냥 아빠 곁에서 평범한 음악가로 남았을 지언정, 그래도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뭐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래서 볼프강이 저렇게 죽은 건 일정 부분 남작 부인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 오늘 처음으로 남작 부인이 '어른이 되는 것은~' 부를 때 굉장히 슬퍼하면 부른다는 걸 알았다. 남작 부인도 볼프강이 힘겨워 하는 걸 같이 마음 아파하는 것같은 느낌?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 보는 내 마음도 아프지만, 어른이 되려면 겪어야하는 성장통이다. 네가 스스로 이겨내야해~ 라는 것 같아서 조금 구원받았다. 난 남작 부인이 '황금별'로 꼬여내고는 애를 저혼자 어른이 되라고 방치했는 줄 알았거든. 역시 영숙님은 짜장이십니다.
-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은촤 앞에 베버 가족이 나타나 돈 뜯어내는 장면은 언제 봐도 은촤가 참 늠 불쌍해서. ㅠ.ㅠ 그리고 난넬이 등장하는데, 아 진짜 누나~ 하고 부르는 톤이 빨간 코트 첫 등장할 때 누나아아아아~~~~~ 하는 톤이랑 거의 같은 높이의 톤이더라. ㅠ.ㅠ 그저 애처로움이 수직 상승했을 뿐. 어릴 때 왕자님이라고 부르던 동생의 이런 비참한 모습에 난넬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차마 얼굴에 닿지 못한 손이 그 심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며 한 발 다가서는 은촤에게 '너를 용서못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정도로 다른 모촤들에 비해 은촤한테는 그래도 좀 관대한 모션을 보여주신다. (동촤나 임촤한테는 아예 등을 돌려버리셨지;) 그만큼 이 장면에서 은촤는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상태라서. ㅠ.ㅠ
- 아버지의 죽음 앞에 완전히 주저 앉은 볼프강은 스테판 성당에서의 참회씬에서 '신의 댓가를 치르겠어요~'라며 어떤 결의를 다진다. 그리고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rep'이 흐르면서 비틀거리면서도 두 발로 일어서는데, 이건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그렇게 맥없이 주저 앉았다가 바닥을 치고 스스로 일어서는 장면이니까. 그리고 팔뚝을 걷어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는데, 그 팔뚝이 참 남자다워서 잠시 하앍하앍~ ;;
- 그리고 그대로 프랑스 혁명씬으로 이어지는데,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터 벗어난 은촤는 여기서 다른 모촤들과는 달리 군중들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구 시대를 무너뜨리는 혁명과 모차르트가 "자유로운 예술가"로서 서게 되는 혁명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테판 성당 씬이후 볼프강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후 은촤는 대사톤에서 전과 달리 목소리를 굵게 내고 있었다. 그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특히 '난 자유로운 예술가야!'하고 외칠 때, 정말 최대한 굵게 낸 샤우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 레퀴엠에서 모차르트 모차르트로 이어지는 부분은 오늘도 전율이~ 게다가 오늘 은촤는 작곡의 신이 내렸는지,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악보를 적어대는 거냐. 저러다 K6000번까지 작곡 할 기세. 그의 몸을 타고 음악이 생명력과 함께 빠져 나가는 그 장면에서 퍼져 울리는 "영원히 빛나는 그 이름 모차르트"는 소름이 끼졌다. 영숙님이 이끄는 앙상블의 고음이 불러오는 고양감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들었을 때랑 기시감이 느껴지는 넘버다.
감상 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져서 여기서 줄여야 겠다. ㅠ.ㅠ
ps. 한 번도 대사 씹힌적이 없었는데, 황제 앞에서 연주회를 하기로 했는데, 무산되서 찾아와 항의하는 장면에서 '영주님의 계략이에요'에서 '영주님'이 씹혀서 두 번 했다. 그러고는 '이거놔 놔'하고 자연스럽게 애드립 연결.정말 드문 실수라서 나름 레어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