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3(금)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회전문의 시작은 두번째부터

- 부서 MT가 잡혀있어서 아예 표를 잡을 생각도 안했던 날짜였다. 그런데 프리뷰 보고 그렇게 또 투덜댄 거 치고는 자꾸 떠오르는 장면, 넘버들 때문에 호기심이 끓어올라서 가고싶어 안절부절; 게다가 내가 정말 선호하는 캐스팅이어서 계속 뒷머리가 잡아채이는 느낌. 확인해보니 당일 돌아온다는 사람들이 꽤 되는 걸 보고 결심했다. 느낌이 올 땐 가야하는 거라며.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날 공연을 가서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얼마나 좋았는지. (단, 그렇다고 연출상의 구멍이 메워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프리뷰 첫공의 어수선함은 조금 정리가 되었고, 음향은 그래도 동굴처럼 퍼지는 건 좀 잡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싶었는데, 두번째만에 뭔가 자잘하게 피드백되어서 벌써 삭제된 장면도 있고, 의상이나 동선의 변화도 있었다.

- 지난 프리뷰 때는 변화에 따른 생소함에 적응을 못했던 것이, 그래도 두번째 쯤 되니까 눈에 안들어오던 것도 들어오고, 조금이나마 개선된 음향 덕에 안들리던 가사도 들리면서 아드리안이 그리고자 했던 모차르트는 이런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연 모차르트를 보면서, 미하엘 쿤체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잔영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마데'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아드리안은 역으로 영화 아마데우스를 참 많은 부분에서 떠올리게 한다. 이 부분에서 호오가 심하게 갈릴 거 같기도 하고. 신화적인 인물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도 우리같은 사람"인 면이 있겠지만, 분명이 범인이 따라갈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이 있었기에 세기를 넘어서 사랑받는다는 걸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연 모차르트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아마데에 대한 해석이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하나이면서 또 다른 존재이다. 인간으로서의 행복 혹은 쾌락을 추구하려는 볼프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가 아마데인데, 이전 버전에서 아마데가 음악적 천재성, 신의 축복을 받는 음악 신동이라는 이미지라면, 아드리안이 잡은 아마데는 천재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볼프강에 의존적이다. (악보 업자;) 그렇다고 신동이라고 불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두기에도 어정쩡한 포지션이다.

신의 아이라 추앙받는 아마데와 그런 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인간으로서 누릴 행복을 다 누리고 살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의 구도가 깨지면서 1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장면 자체가 개연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은촤가 그렇게나 열창을 하면서 감동을 전해준다해도 왜 쟤가 갑자기 운명을 피하겠다고 난리인지 전달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 전까지 아마데가 뭘 한 게 없거든. 그냥 볼프강이 전해주는대로 악보나 받아적고 뽈뽈뽈 미니미처럼 쫒아다닐 뿐. 별로 위협적인 존재, 혹은 얘가 볼프강에게 영향력이 큰 존재라는 느낌 전혀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채혈(;)하는 것처럼 팔 묶고 펜으로 한 번 찔렀을 뿐인데, 볼프강이 기겁하면서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듯한 이미지랄지.

적어도 재연, 삼연에서 아마데는 볼프강이 음악과 관련된 상황에서 아버지나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장면에서 그가 음악을 선택하도록 콘트롤 하는 정도는 해줬단 말이지. 그래서 황금별 이후에 레오폴트가 넌 빈에 갈 수 없다고 가족의 해체를 두고 볼 수 없다 할 때, 레오폴트 옆에 서있는 아마데는 내게 있어서 캐릭터 붕괴. 아드리안은 그저 아마데를 볼프강의 안티테제로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나는 음악'이나 파리의 연주회 뒤에 부르는 넘버에서 아마데를 "너"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좀 파악해야할 것 같고.

사연에서는 아마데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또 한 장면은 콘스탄체와 결혼이 결정된 뒤에 수수께끼/가면무도회 장면 도입부에서 아마데가 무슨 흑주술이라도 펼치는 듯한 동작을 하고나면 볼프강이 악몽을 꾸는데, 여기 연출이 아마데의 악마성을 보여주겠다고 한 장면인가 싶더라. 천재성인 아마데가 점점 악마로 변해가면서 볼프강을 몰아붙인다...라는 거 같은데, 그건 그거대로 뭐 혼란씬에서 아마데를 바라보며 악마라고 울부짖는 볼프강을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럴 거라면 피날레는 왜 그따위로 연출했는가 말이다. 이렇게 아마데의 역할이 혼란스러우니 극을 따라가는 게 어려워진다.

아마데의 어정쩡한 이 포지션은 커튼콜까지도 유효하다. 재삼연의 아마데는 볼프강과 함께 등장해서 인사했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아역과 성인역이 아닌 동등한 입장이며, 그게 이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에서 둘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연의 아마데는 아역 난넬과 함께 등장해 인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프강이 등장할 때 다시 나타나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아마데는 그저 볼프강의 귀여운 아역일 뿐이다. 바뀐 연출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나는 이런 아마데의 무게 이동이 참으로 아쉽다.

- 그럼에도 내가 사연 모차르트!에 빠져든 이유는 은촤가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거든. OTL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와~ 여자다~ 하던 소년돋는 볼프강도 귀여웠지만, 여자 밝히고, 다크 지수 늘어서 반항기 쩔어주는 이번 볼프강은 또 남다른 섹시함을 선사하셔서. 뭣보다 상남자(;)가 되어 돌아온 은촤가 참으로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해주더라. 프리뷰 첫공에서 '왕자는 떠났네' 중간막 뒤에서 문신 새기는 장면이 2번째 만에 삭제가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퇴폐미가 절절 흐르는 은촤는 또 처음이라, 있을 땐 저거 뭥미? 했으면서도, 빠지니까 애석하던;;;; 그래도 한번이라도 봤으니 럭키~라고 할지.

그리고 너무 미성이라서 안타까웠던 몇 넘버, 특히 대주교와 대립하는 씬에서 너무 고운 소리로 질러대는 게 때로 아쉬웠는데, 괴물 한 번 겪고 나더니 제대로 긁는 소리 섞어가면서 버럭질러줘서 아주 시원시원하다. 이게 '모차르트를 찾아라' '난 빈에 남겠소'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어우 언제 이렇게 박력이 늘었는지, 상스러운 말을 내뱉을 때도, 무슨 모범생이 국어책 읽듯 하던게, 아주 입에 쫙 붙어서 나오는 '그 입을 찢어버리겠어!!'가 얼마나 찰지던지. 난 은촤가 누군가랑 제대로 쌈박질이라는 걸 해본적이 있기는 한지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하도 욕이 어색해서), 이번엔 그런 어색함이 사라졌더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편곡은 이번에 좀 아쉬운 게 반, 그래도 좋은 게 반인데, 아쉬운 건 박자 늘어지는 거. 그런데 또 좋은 건 그 늘어지는 박자를 은촤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먹는 것처럼 강세를 주면서 불러줘서 그게 그렇게 좋더라. 첫 공에서 뛰어내리면서 지르다보니 샤우팅이 비명처럼 들리고, 그러면서 그게 자살처럼 보여질 여지도 있었는데, 이 날은 샤우팅 지를 거 다 지르고 풀쩍 뛰어올라서 그 실루엣이 제대로 씐나는 점프 장면으로 보이더라.

이어지는 2막의 '여기는 빈'은 의상 테러로 인하여 참 눈둘 곳이 없;; 그 이상한 의상 입고 의기양양하게 무대 앞으로 나와서 아이돌 인사같은 거 하지마. ㅠㅠ 안 그래도 그 헤어스타일이랑 너무 잘어울려서 오히려 눈을 감고 싶어진다고.

2막에서 감정적으로 볼프강에 이입하게 되는 장면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이후. 여기서 은촤 연기가 진짜 눈물 쏙 빼게 하는데, 진짜 쟤는 저 하고싶은대로 하고 사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아빠의 사랑없이는 어쩌면 저렇게도 불행한걸까. 그런데 이 뒤에 이어지는 혼란씬에서 아마데가 뭔가 손짓도 하고 뭘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제대로 표현이 안되서 답답하다. 그리고 첫공에선 이 장면에서 자켓을 벗었는데, 이날은 자켓을 벗지 않고 쭉 가더라.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그날의 참사2(참사1은 뒤에)였던 바지 뒷 부분이 터진 거 때문에 그렇게 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왜냐면 그 자켓이 볼프강의 가장 화려한 때, 황제로부터 브라보~를 받았을 때 입던 거라 무지 화려한 거라 이후 분위기랑 좀 안 맞아서 사실은 벗고 가는게 맞는데, 쉬운 길은 잘못된 길까지 계속 입고 나오거든. 그리고 모차르트 모차르트 가서야 벗었는데, 그 뒷 허벅지 쪽에 바지가 터진게 B구역에선 너무 잘 보여서;;

하여튼, 저 나를 왜 사랑해주지 않냐며 절규하던 장면부터 죽음 씬까지 볼프강은 단 한번도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있는데, 신기한 건 따로 분장하는 것도 아닌데, 볼프강이 점점 기력이 빨려나가는게 눈에 보인다는 거다. 실제로 마술 피리 이후에 쉬운 길은 잘못된 길 넘버에서는 얼굴이 창백해 보일 지경이더니,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선 아주 기가 쪽 빨려서 퀭하게 눈빛만 촉촉하게 빛나는 빈사 상태더라.

- 이날 민영기 씨 첫공이었는데, 아아~ 역시 나는 이런 콜로레도를 바랐다고 생각했다. 수용 주교가 채워주지 못했던 걸 민주교가 다 채워주더라. 다크해진 만큼 웃음 포인트 역시 확 줄었는데, 그 와중에도 깨알같이 개그 포인트 다 살려주고, 빵빵 터지는 성량으로 모차르트를 향한 애증을 터트려주시고, 카리스마 역시 주체할 수 없이 흘리고 다니시니, 민주교는 역시 사랑이더라. 마차 씬에서 아르코가 볼프강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자 자기도 같이 욕했으면서 정색하고는 '그래도 꽤 쓸만한 음악가가 아닌가.' 라며 쉴드를 시전하시는 주교님은 역시 츤데레시다.ㅋㅋㅋ

이날의 베스트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이었는데, 와우~ 은촤와 민주교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성량 자랑해대며 질러주는데도 둘이 가진 성질(聲質)이 다르다보니 서로 묻히는 거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들려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 은촤가 안해! 라던가 후회는 없어! 같은 부분을 확 긁어서 지르는 부분 너무 좋다. ㅠㅠ
그리고 신기한 건 은촤가 마술피리 이후로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애가 점점 창백해져가면서 휘청휘청하는데도 성량에서 민주교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거다. 하여튼 이 둘의 맞대결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내가 오늘 이걸 들으러왔구나 했다.

- 이경미 씨도 이날 첫 만남이었는데 역시 김현숙 씨와는 다르더라. 김현숙 체칠리아는 진심으로 범죄자의 느낌이 나는 딸 팔아서 남의 등쳐먹는 악덕 포주같은 엄마라면, 이경미 씨는 그보단 딸 키워놓은 덕좀 보자는 속물 엄마 쪽이다. 넘버 소화는 김현숙 씨가 낫지만, 연기나 캐릭터 면에서는 이경미 씨가 내 정신 건강에 더 나을 것 같더라. 아, 그런데 마술 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를 왜 체칠리아가 하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영화 아마데우스 차용인데;;

- 이날의 참사1은 쉬카네더 마이크 사고다. 쉬카네더 유일한 솔로 넘버인 '나는 쉬카네더'에서 마이크가 나가서 안나오는 이변이. 그래도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이어나가던 박형규 씨에게 박수를. 그리고 급히 핸드 마이크 들고나와서 어찌어찌 참사가 대참사가 되는 일은 면했는데, 아무리 프리뷰였대도 이 정도 사고는 용서가 안되지. 음향팀은 좀 빡세게 반성해라.

- 이런 저런 사고가 있었지만, 이날 공연 만큼은 정말 배우들의 열연으로 참 좋았고, 그게 커튼콜까지 이어져서, 피날레 이후 박수 소리가 커튼콜 음악 나올 때까지도 끊이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제일 큰 환호는 역시 황금별 여사님의 몫이었고, 은촤는 신나게 뛰어나와서 무대 좌우를 폴짝폴짝 뛰댕기며 손 흔들어대고, 첫공인 민주교와 끌어안고 토닥토닥. 아마데를 손주처럼 안아주신 정열 레오폴트 등에 손을 두르고 다른 쪽 손으로 바이바이 인사하는데, 볼프강, 아마데, 레오폴트 단란한 가족 같아서 흐믓한 광경이었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입덕작이며 애정작인 모차르트!가 돌아왔다.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1(수)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줄거리 :
신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 천재로서의 운명과 자유로운 인간이고픈 열망의 끝없는 대립! 신동으로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와 그의 누나 난넬은 아버지의 주도 하에 유럽 전역을 투어하며 상류층 귀족들 앞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하지만 성인이 된 볼프강은 자신을 얽매는 계급사회를 못 견뎌 하고, 자신의 고용주인 콜로레도 대주교와 매번 갈등을 일으킨다. 결국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를 떠나 꿈꿔왔던 음악 여행길에 오르지만, 음악밖에 모르는 순진한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연주회를 보러 온 어머니마저 죽음을 맞이하자 자괴감에 빠진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로 돌아온다. 자신을 옭아매려는 레오폴트와 콜로레도로 인해 갈등은 고조되고, 그의 천재성인 ‘아마데’는 점점 더 악마로 변해 볼프강을 죄어 오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진.짜.로. Brand New Mozart!

- 내가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에 갖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게,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거 같은데, 난 음악가 모차르트의 빠순이(팬아니고)며, 뮤지컬 모차르트!(2011) 덕분에 본지니가 생겼오늘날에 이르렀다. 초연은 못봤고, 재연은 중반 이후에 보기 시작해서 아마도 이미 물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여서 더 감동이었던 거 같고, 삼연은 썩 좋은 기억이 없더랬다. 삼연도 사실 은촤 막공 즈음엔 꽤나 좋아져서 진작 이렇게 좀 하지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하여간 후에 들려오는 소리가 세트를 다 불태웠다던가 그래서 난 모차르트!가 한참 뒤에나 올라올 줄 알았다. 이후에 EMK 라인업도 신작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레파토리도 다양한데, 그렇게 금방 올라올까 했는데, 1년 쉬고 돌아온;

- 연습실 공개,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간간히 소식이 들려왔지만, 내가 아드리안 연출은 또 처음이라 짐작이 안 가더라. 게다가 가사를 70% 이상 바꿨대지, 새로운 넘버는 3곡이 들어간대지, 무대 세트는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채워넣을테니 어떻게 바뀔지도 좀 기대가 되고, 무엇보다 괴물을 거쳐간 은태가 어떤 모차르트를 보여줄지가 가장 기대가 되었다. 목소리도 연기도 기존 은차르트와는 달라졌을 거 같아서.

- 결론적으로 All New Mozart! Brand New Mozart! 맞다. 정말 기존의 모차르트와 확연하게 바뀌어서 1막 초반부터 어안이 벙벙. 넘버 두세개를 하나로 믹싱해서 넣었는가 하면, 아예 없던 넘버가 추가되서 들어가거나, 이미 익숙해진 가사가 싹 다 바뀌어서 새로운 극을 보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사실 음악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기에 연출의 방향이나 무대 사용 이런 걸 파악한다는 거 자체가 나로서는 용량의 한계. 그러니 이후 후기는 그저 의식의 흐름, 뒤죽박죽 제대로 된 후기는 안 나올 듯;

- 우선 좋았던 거 먼저 쓰자면, 무대가 채워졌다. 무대가 이쁘다. 휑하기 그지 없던 판대기가 사라지고 하여간에 뭔가로 무대를 꽉꽉 채워넣었던데, 세종이 워낙 광활하다보니 그렇게 채워넣었어도 빡빡하단 느낌이 안 들더라. 다만 산만해 보이기는 하던; 제일 좋았던 장면은 '이 아이는 누구인가' 시작 부분. 마치 액자처럼 생긴 틀 안에 아마데와 난넬, 레오폴트 셋이 들어있는데, 초상화 혹은 가족사진 같아서 좋더라. 조명도 굉장히 화사했고.
아, 곁가지로 오버츄어 시작할 때 그냥 공동묘지만 덜렁 보여주는 건 좀 많이 심심하더라. 재연, 삼연처럼 차라리 모차르트! 시그니처 영상이라도 보여주는 편이 덜 지루했을 거 같고. 무대는 여러겹을 겹겹이 만들어놔서 참 깊게도 쓰고, 중간막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 앞열이라도 오페라 글라스는 필수인 듯.

- 음악은 전체적으로 타악(팀파니라던가)이 늘었는데, 묘하게 늘어지는 느낌. 타악이 늘었는데도 박력은 떨어진달지. 나는 나는 음악은 새로운 편곡이 마음에 들었지만, 바뀐 가사에는 아직 적응을 못하고. 거울 연출 좀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싱거워서; 아 새로 추가된 장면, 넘버 중 하나가 아르코 백작이랑 볼프강 도박하는 장면이었는데 볼프강의 귀족에 대한 환멸, 반항 이런 거 때문에 넣은 거라면 솔직히 낭비라고 본다. 이 씬 통째로 빼고 차라리 빨간 코트를 돌려내라. ㅠㅠ

그리고 추가된 넘버 중 하나는 베버 부인이 자기 딸 팔아서 팔자 고치려고 넌 가서 그놈앞에 몸을 던지라든 둥 하는 게 있었는데, 이것도 사실 별로; 아니 저 베버네 가족이 등장하는 씬 전부가 사실 별로; 알로이지아가 노래로 어필하는 장면에서 꼭 그렇게 몸을 비비꼬면서 교태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야하는가. 아니 베버네 딸 전부 볼프강한테 몸을 던지는데, 지난 공연에서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었던 이 가족의 변신이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추가된 넘버인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음....노래 자체는 좋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미묘하다. 대주교를 한 번 더 등장시켜야겠다면서 추가한 곡 치고는 그냥 대주교가 왜 볼프강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 아마데의 비중이 늘었다면 늘었는데,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을까. 내가 본 바로는 1막의 아마데는 볼프강이 던져주는 악상을 악보에 옮기는 그저 음악상자 셔틀; 이 둘 사이에 별다른 교감, 연대, 유대감 따위 없다. 이게 연출의 방향인지, 아직 로딩이 덜 되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볼프강이 아마데를 부린다고 할지. 그런 느낌이 강하다. 너~무 대놓고 손짓을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악상을 아마데에게 던지는 그런 동작이 참으로 촌스러울 뿐이고;
내 운명 피하고싶어에서 아마데가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데 필살의 탈출을 시도하며 뛰어내리는 볼프강은 뭥미 싶고; 이게 2막에서 아마데에 잠식당해가는 볼프강을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딴 거 없다; 2막에서도 아마데는 그냥 상자 셔틀 신세를 못 면한다. 콘스탄체와 결혼이 결정된 그 뒤에 아마데가 무슨 마법이라도 거는 거처럼 볼프강을 재우는 듯한 동작을 하기는 하는데 이게 명확하게 와닿는 게 없어서, 재관람하면 좀 알게되려나 싶고.

- 사연 프리뷰 첫 공연이라고 시작전에 사전 양해씩이나 구하는 아나운스를 하더니만, 음향 설계는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할 것 같고, 자잘한(?) 무대 사고가 몇 번 있었다. 암전에 중간막 내려올 때 조명이 들어온다던가, 2막의 마차씬에서 마차가 안 움직여서 앙상블이 밀고 갔다던가. 그리고 콘솔은 좀 빡세게 혼나야할 듯. 둘 이상이 부르는 넘버에서 가사를 알아먹을 수가 없다. 커튼콜 밋밋하게 바뀌어서 아쉽다.

-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졸음이 몰려와서 배우 평은 간단히
어쩌다보니 프리뷰 전문 배우가 된 은촤, 초반에 긴장한 티가 좀 보이더니 뒤로 갈수록 점점 자기 페이스 찾아가면서 순간순간 감정 몰입이 확 올라오는 게 보이더라. 특히 2막에서 내도록 눈물 바람이라 ㅠㅠ 간간히 은괴 소환되기도 했다만, 그래 프랑켄 끝난지 3주니까.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빨리 찾아내길. 재연, 삼연에서 소년스러운 모습이었다면 사연에서는 완전 청년으로 성장해서 여자 끼고도 잘 놀고, 문신에 알콜에 다크함이 늘어서 그건 또 취향이긴한데, 그게 모차르트스럽게 잘 융화되면 좋겠다. 노래야 뭐 언젠 못했던 적 있나;

새로 투입된 주교인 김수용 씨는 미묘. 내가 원래 수용 씨 툭툭 던지는 창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과 별개로 음향탓인지 모르겠는데, 가사가 불분명하게 들리고, 카리스마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 내가 기존에 알던 민주교, 지금은 레오폴트지만 왕년에 정열주교와 비교해도 뭔가 좀 애송이같달까. 아, 그런데 아르코 백작은 왜 대주교를 "폐하"라고 부르지? 폐하는 황제한테만 붙이는 거 아닌가? 예하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못알아들을까봐 그런가? 그럴거면 차라리 전처럼 주교님 혹은 영주님이라고 하던지.

역시 새로 캐스팅 된 임정희 씨의 콘스탄체는 내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노래만 들었을 땐 무난무난. 연기는 잘 모르겠다. 김현숙 씨의 체칠리아 베버는 천박하고 너무 대놓고 사기꾼이라, 이경미 베버가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다. 그래도 재연, 삼연의 체칠리아는 속물적인 천박함을 두르고 있기는 했어도, 그게 범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김현숙 베버는 진짜로 등쳐먹는 사기꾼이라.

박형균 씨의 쉬카네더는 좀 많이 에러. 쉬카네더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하나도 못 살리심. 잔망스럽기 해, 섹시하길 해, 어딜봐서 이분이 잘나가는 수퍼스타라는 건지 ㅠㅠ 에녹을 쉬카네더로 쓰기엔 배우 낭비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에녹 배우만한 쉬카네더는 없었던 거 같다. 피맛골에서 구수한 연기는 꽤 좋았는데, 쉬카네더는 좀 아닌 듯.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는 굿, 신영숙 씨의 황금별은 여전하고, 배해선 씨의 난넬은 어딘지 초췌하고 가련하다.

- 솔직히 프리뷰니까....라며 넘어간 부분도 많고, 내가 프랑켄슈타인 프리뷰 보고나서도 70점 이래놓고, 팽팽 회전문 돌았던 전적이 있어서, 모차르트! 사연의 프리뷰는 이 정도로 투덜대는 걸로.

+
그러니까 모차르트! 4연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저 포스터 디자인만큼 달라졌다.



++ 추가

1. 황금별 연출 마음에 안든다. 여사님 클라이막스 때 열심히 경사진 무대 올라서 뒤로 후광이 뙇 펼쳐지는데, 그게 황금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그대로 문 닫히면서 퇴장. 아, 그 경사 무대를 엄청 많이 쓰던데,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면 너무 노골적이고, 동선으로 사용될 때도 빈해보여서 싫다.

2. 황금별이 끝나고 빈으로 떠나겠다는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대립이 극으로 치달을 때, 아마데는 대체 왜 레오폴트 옆에 서있나? 응? 그때만큼은 볼프강 편에 서던지, 먼저 앞장서서 빈으로 가자고 종용해야하는 거 아님? 가족의 해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아빠 옆에서 그러고 서있으면 마치 음악대신 가족이 우선이야...라는 거 처럼 보이잖아. 볼프강 뛰쳐나가니까 할 수 없이 뒤따라나서는 것 같은 모양새도 좀 아니다 싶고. 뭣보다 2막 피날레에서 내 운명 피하고 싶다는 앞에서 아마데와 레오폴트의 감격의 상봉, 랑데부는 말 그대로 멘붕을 선사해줬으니; 뭐지? 저 아마데는 모차르트에게 음악을 통한 신의 사명을 부여하고 이끌어주는 천재성이 아니라, 그냥 어린 시절의 볼프강인가?

3. 난넬과 볼프강 사이에 형제애가 옅어졌다. 이게 다 빨간 코트의 부재 때문인가.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2. 07. 10 ~ 2012. 08. 04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2. 07. 10 (화) 20:00
연   출 : 유희성,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 최성희,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콜로레도 - 민영기, 난넬 모차르트 - 임강희,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체칠리아 - 이경미, 쉬카네더 - 김재만, 아마데 - 탕준상, 어린 난넬 - 윤시영
줄거리 :
천재음악가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사랑 받고자 했던 모차르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스타 모차르트!
다양한 음악으로 풀어낸 진짜 그의 인생 이야기! [출처 > 플레이 DB] 

한줄 요약 - 사골국도 재탕까지는 먹을만 하지만, 삼탕부터는 맛이 떨어진다.

- 3년 연속으로 올라올 줄은 몰랐는데, 하여간에 삼연을 맞이하게 된 뮤지컬 모차르트! 한줄 요약이 첫공에 대한 감상이지만, 더 정확한 감상평을 말하자면, 난 첫공 보고 내가 잡은 표의 1/3은 버렸다. 아까운 수수료를 물어가며. ㅠ.ㅠ

아무리 첫공 쉴드를 쳐주고 싶어도 이건 아니다 싶게 공연의 완성도가 70% 정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공연을 올린 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애초에 공연 기간도 짧게 올라와서 이게 작정하고 올리는 공연이 아니라, 뭐라도 올려야 할텐데, 준비된 게 없어서 했던 거 올린다는 인상이더니만, 정말 딱 그짝이었던 모양이다. 기존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세번째나 되니까 안이하게 하던대로 하면 되지~생각했던 거 같고, 처음 출연하는 배우들은 몸에 맞지 않는 옷에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희성 연출의 단점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책없이 평면적인 무대전환, 맥이 뚝뚝 끊기는 흐름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 가장 큰 문제는 앙상블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합이 안맞는 건 연습량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소리가 제대로 뭉치지 않고, 화음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기량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모차르트! 넘버에서 앙상블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앙상블이 제대로 받쳐주지를 못하니, 어디에서 감동받을 구석이 없더라. 기존 앙상블들이 지금 엘리자벳 지방 공연에 묶여있는 상황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진짜 1막 초반에는 다들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건 뒤로 가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제일 심각한 건 첫음이 소리가 안나는 거. 자신감 부족이라고 해야할지, 왜 치고 나와야 하는 첫음을 다들 뭉개버리는 건데. 음향 튜닝이 덜 되었는지 공연 중에 볼륨 들쑥날쑥한 것도 원인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앙상블 소리에 힘이 없다. 다들 스리슬쩍 묻어가려고만 하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신영숙 씨가 끼면, 신영숙 씨 목소리만 확 튀면서 앙상블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기현상이 발생. 특히 여기는 빈, 모차르트모차르트 넘버에서 심하게 드러나더라. 공연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은데, 과연 이 앙상블들이 제대로 앙상블을 이루게 될지 걱정된다.
그리고 쉬카네더의 김재만 씨는 깔롱을 떨지 말고, 제대로 공연을 보여주세요. 앙상블에 묻히는 쉬카네더라니 ㅠ.ㅠ 에녹 씨가 그리워서 눈물이 ㅠ.ㅠ
유희성 연출의 연출 방식은 마음에 안들어도 앙상블 조련 만은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더랬는데, 어쩌다 이지경으로 무대위에 올리게 됐는지 진짜 궁금하다. 아니, 프로듀싱 하면서 이게 하나도 안 거슬렸나?

- 내가 작년 성남 모차르트를 보러갈 때, 아는 동생이 그냥 갈라콘이라고 생각하세요~ 했을 때도, 난 그렇게까지 맥락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모차르트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기에 큰 감동을 받기도 했고. 그런데 이번 공연은 과연 작년에 봤던 그 공연과 같은 공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진짜 맥이 뚝뚝 끊기고 제대로 하나의 극으로 이어지지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이렇게 장면 전환도 부자연스럽고, 단순할수가 있는지.
작년엔 내 눈과 귀에 뭐가 씌였던 건가 싶을 정도로 연출이 형편없더라. 무대 장치가 좌우에서 등장/퇴장을 반복하고, 노래 끝날 즈음해서 배우에게 핀 조명. 이게 매 장면마다 의미없이 반복되는데, 진짜 연출이 그냥 거저먹었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뿐인가 배우가 연출에 기댈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휑한 무대 위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게 다 눈에 들어오던데. 연기다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거~의 없었고, 다들 갈라콘에 노래하러 나온 듯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서 난 이 극이 이렇게 지루한 극이었나, 내 기억이 왜곡된 건가 했다. 작년에 분명 150분이 짧다고 느껴졌는데.

- 배우 얘기를 해보자면, 은차는 이제 좀 쉴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작년 은차에 홀릭해서 팬 비스무리하게 된 이후 매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이번에도 기대가 좀 있었는데, 그 기대 중에 만족시킨 부분은 목소리에 파워가 붙었다는 거 말고는 없었다. 연기 노선도 크게 바뀐 부분이 없고, 여성스러움이 좀 빠지고, 연령대는 더 어려지고, 막무가내가 좀 늘고 하는 정도.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이고 얕은 흉내내기? 연기가 단순해졌다. 흑흑 흐느끼고, 에헤헤 웃고, 깨방정을 떨고. 하여간 모차르트를 세번째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지 흥이 나지를 않더라. 노래는 참 매번 감탄스럽게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첫공이라 실수없이 불러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었던 거 같고, 그 와중에도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참 기가막히게 뽑아내서 그건 참 좋았다. 그러나 배역에 몰입하지 못하는 게 눈에 보여서 그 복잡다단한 감정선이 하나도 이해가 안 가고, 그냥 순서 외운대로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만 보여줘서 실망스러웠다.

- 이번에 공연 올라오면서 콘스탄체는 새 얼굴로 싹 바뀌었는데, 최성희 씨와 오진영 씨. 사실 바다의 연기를 내가 본 적이 없지만, 나는 4차원의 바다라면 새로운 콘스탄체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예상대로 최성희 씨는 정선아 씨와 전혀 다른 콘스탄체를 보여주기는 했는데, 이게 참;; 1막의 바다 콘스탄체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한마디로 백치미가 넘치는 푼수떼기. 볼프강과 재회했을 때 '난 항상 청소만 해야돼.'하는 대사를 정선아 씨는 의기소침해서 시무룩하게 하는데, 최성희 씨는 저 대사를 할 때 조차 발랄하기 그지없다. 백치미 넘치는 웃음을 헤헤헤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 그런 모습도 나름 귀엽게 잘 어울리기는 해서 생각보다 괜찮네 했는데, 아~ 2막. '난 예술가의 아내라' 넘버 자체가 콘스탄체에게 참 불친절한 노래이긴 한데, 너무 캐릭터가 맥락없이 바뀌어서 ㅠ.ㅠ 뭐, 새로 캐스팅 된 배우의 첫공이라고 관대하게 넘어가자 싶으면서, 관객인 내가 왜 이런 마음가짐으로 관극을 해야하나 싶어서 짜증도 나고. 오진영 씨의 콘스탄체는 또 어떠려는지.

- 작년에 대주교였던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는 그럭저럭 어울렸지만, 왜 노래를 가요풍으로 편곡해서 박자도 막 바꿔가며 부르시는지. 모차르트!의 곡들은 록적인 것 같으면서 클래식한 곡들이라 박자를 그렇게 밀고 당기고 하면 참 듣기에 어색해서. 하여간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는 기존의 범사마나 윤승욱 씨의 레오폴트에 비해서 참 아들을 많이 걱정하고, 또 귀족 앞에서 엄청 비굴한 레오폴트였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난 게 '황금별' 넘버 전 상황인데, 범사마든 윤파파든 황금별 여사님이 볼프강을 데려가려고 할 때 꽤 단호하게 맞서는 인상이었는데, 정열 파파는 그렇게 단호하게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공손하게 숙이고 들어가더라. 신분상의 문제나 이런 걸로 봤을 때 정열 파파의 해석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대사도 좀 더 자연스러운 톤이다. 근래에 아버지 배역을 자주 맡으시면서 볼프강이나 난넬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더라. 노래만 어떻게 정박자를 찾으시면 참 좋을 듯.

- 민영기 씨나 신영숙 씨(이제 황금별은 신영숙 씨 아니면 상상도 가지 않는 곡이 되버렸;)는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연기 노선에 그 짱짱한 성량까지 여전하셔서 그 점은 참 반갑고도 좋았고, 잔망 탕슨생(커튼콜에서 '나는 나는 음악'에 맞춰서 마지막 춤을 추다니, 잔망의 끝은 어디인가!)의 아마데도 여전히 훌륭! 이경미 씨의 베버 부인도 작년과 동일. 참, 이런 걸로 위안삼아야 하다니. ㅠ.ㅠ

- 보면서 참 한숨이 나오는 공연이었는데, 다음에 볼 땐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흐, 나의 모차르트!는 이렇지 않다능!!!!!!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   시 : 2011. 07. 02(토) 3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한 줄 평 - 나더러 지방도 뛰라는 거지. 은촤, 나한테 왜이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뭐라고 후기를 적어야 한단 말인가. 공연 보고 나오는데 완전 가슴이 뻥 뚫려버린 듯 해서 완전 탈진 상태.
내가 오늘 막공이라고 새삼 감성 돋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눈에 새기고 돌아오겠다며 굉장히 차분하게 무대를 뜯어먹기라도 할 기세로 관람하고 있었건만, 정말 은촤는 오늘도 내 눈에서 눈물을 쏙 뽑아내는 바람에 2막 후반은 뭐 거의 통곡하다시피 울다 나왔다.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 감상에 방해되었다면 정말 죄송.

- 파리에서의 연주회. 텅빈 객석을 바라보며 부르는 '한 때는 모두 열광하더니, 지금은 초라한 내모습~' 넘버가 참 좋다. 항상 철없어 보이는 볼프강이지만, 이 넘버에서 보면 그는 이미 세상이 예전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머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구는 건, 그가 정말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착한' 아이이기 때문이라는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1막에서의 밝고 붕붕 떠다니는 듯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부분은 특이하게도 '황금별' 이후.
황금별을 향해 손을 뻗는 은촤의 표정이 참 제대로 전율이라. 묶어두려는 아버지와 여기에선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는 볼프강의 대립은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니까 참 어느 편을 들기도 힘들었는데, 내가 막공이라고 은촤에 제대로 감정이입해서 집중한 까닭에, 아버님 그렇게 불안하면 누나라도 붙여서 보내지 그러셨어요. ㅠ.ㅠ 하고.

- 볼프강이 떠난 후 과거를 떠올리며 난넬이 부르는 '끝나지 않는 음악이 있을까.' 넘버를 이번 막공에서 가장 집중해서 봤던 거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주위 관객들도. 객석이 정말 조용~하게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잠깐 있었는데, 그게 난넬 넘버였다는 게 감격스럽기도. ㅠ.ㅠ 유난히 난넬+레오폴트 넘버는 좀 늘어지는 감이 있었더랬는데.

- 영주를 찾아가 한판 뜨고 궁에서 쫒겨나며 '넌 이제 끝이야!' 다음에 이어지는 '아니, 난 이제 시작이야.' 그리고 '난 자유다~~~~~~~~~' 부분 보면 볼 수록 참 좋다. 시원스런 샤우팅도 최고.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은촤의 표정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진짜 자유롭게 살 수 있나? 하는 듯. 그리고 그런 은촤에게 음악상자를 들이미는 아마데.

이 부분이 사실은 참 뜬금없이 여겨질 수도 있는 장면인데, 자유선언 하고 나서 왜 쟤는 갑자기 '내 운명 피하고 싶어'지는 건지, 그런데, 여기서 등장하는 아마데의 저 차갑고도 섬뜩한 표정과 동작으로 볼프강이 정말로 피하고 싶어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해석이 되는 장면인 거다. 그런 의미에서 준상 아마데는 참 연기 신동인지. 그 어린애가 대사도 없이 표정과 동작으로만, 그것도 감정 표현이 극도로 절제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덕분에 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날 은촤는 완전 모든 걸 다 터트려버리겠다는 듯, 이 어려운 넘버를 불러재꼈다. 뭐, 막공이겠다, 더이상 목소리를 안존할 필요도 없겠다. 샤우팅 부분을 그냥 진성으로 확 질러버리더라. 본인 막공, 그동안 계속되는 공연에 목 상태가 썩 좋을 리 없을텐데도, 내가 들은 '내 운명'중에 단연 최고를 보여줬다. 이걸 이제 다시 못 듣는다 생각하니, 어찌나 아쉬운지. (뭐, 다음 모촤 공연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은;)

- 2막에서는 초반 콘스탄체와의 달달한 한 때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라. ㅠ.ㅠ
난 그동안 울만큼 울었다고, 이제 더 감정이입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은촤는 진짜 나한테 왜이래.
아빠에게 버림받고 부르는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가 이 걸 몇 번째 보는 건데, 마지막까지 폭풍눈물 흘려야겠냐고.
은촤가 감정선을 늠 애처롭게 잡아서 진짜 보는 이쪽이 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도 있는데, 그날은 또 내가 은촤에 몰입해서 봤더니, 전엔 '왜 쟤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였다면, 그날은 그냥 가서 끌어안고 같이 울고싶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마데의 목조르기에서 은촤는 또 전에 없이 겁에 질려서 완전히 망가지고 있더랬지. 전에도 그랬던 거 같긴 하지만, 이 날은 특히 더 몸부림치고, 울먹울먹하더니, 이후 혼란씬에서도 완전 감정 폭발. 더이상 사릴 게 없다는 듯 마구 분출돼는 광기에 또 깜놀. 평소와 다를 바 없으면서 미묘하게 이날은 정말 뒤 돌아볼 것 없이 터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게지.

- 마술피리, 레퀴엠에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이제 내 귀엔 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들린다. 빨마 가지 높이 들어올려 호산나를 외치던 그 목소리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돌변하는 그 비정함. (아~ 언젠가 은태 배우가 좀 더 관록이 쌓여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참 좋겠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찬양하면 할 수록 시들시들 말라가는 모차르트.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듯 한 고음의 '신이 내린~ 모차르트!' 에 맞춰 레퀴엠 악보를 휘날리는 은촤는 정말 그대로 쓰러져 죽었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력을 다했다는 게 보여서 ㅠ.ㅠ

- 죽음씬. 은촤는 다른 모촤들과 아마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대사에서도 느껴진다. 피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팔뚝을 찌르는 아마데에게 다른 모촤들은 '안돼, 이미 피를 다 흘렸어. 찌르려거든 심장을 찔렀어야지. 하지만, 여기를 찌르면 너도 끝이야' 라며 냉소한다면, 은촤는 '안돼, 우린 이미 피를 다 흘렸어. 피가 남은 곳은 심장 뿐. 하지만 여기를 찌르면 끝이야. 그런데, 내가 끝나면 너도 끝나'라며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건데, 그래도 괜찮아?'라는 느낌이라, 아~ 은촤는 아마데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껴진다. 죽는 순간에도 아마데를 끌어안으려 하는데, 그게 준상이와의 케미스트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모촤들과는 차별되는 관계다.

- 참 뜬금없이 넘버 하나에 꽂혀서 보러갔던 뮤지컬. 그리고 너무나 내 감성과 맞닿아 있던 모차르트!를 보여준 박은태 배우에 홀랑 넘어가서 6월 중순부터 달려왔다. 이 열병과도 같은 앓이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공연 전 날, 이렇게 설레여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 또 이런 감성일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랜만에 홀릭할 수 있는 공연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 한 번도 커튼콜 영상을 올려본 적 없는데, 이 날 커튼콜은 정말 감동적이어서 유툽에서 끌어옴.
준상 아마데와 은촤가 오래도록 끌어안고 있던 장면, 준상이와 눈 마주치는 장면,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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