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7. 02(토) 3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한 줄 평 - 나더러 지방도 뛰라는 거지. 은촤, 나한테 왜이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뭐라고 후기를 적어야 한단 말인가. 공연 보고 나오는데 완전 가슴이 뻥 뚫려버린 듯 해서 완전 탈진 상태.
내가 오늘 막공이라고 새삼 감성 돋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눈에 새기고 돌아오겠다며 굉장히 차분하게 무대를 뜯어먹기라도 할 기세로 관람하고 있었건만, 정말 은촤는 오늘도 내 눈에서 눈물을 쏙 뽑아내는 바람에 2막 후반은 뭐 거의 통곡하다시피 울다 나왔다.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 감상에 방해되었다면 정말 죄송.

- 파리에서의 연주회. 텅빈 객석을 바라보며 부르는 '한 때는 모두 열광하더니, 지금은 초라한 내모습~' 넘버가 참 좋다. 항상 철없어 보이는 볼프강이지만, 이 넘버에서 보면 그는 이미 세상이 예전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머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구는 건, 그가 정말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착한' 아이이기 때문이라는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1막에서의 밝고 붕붕 떠다니는 듯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부분은 특이하게도 '황금별' 이후.
황금별을 향해 손을 뻗는 은촤의 표정이 참 제대로 전율이라. 묶어두려는 아버지와 여기에선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는 볼프강의 대립은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니까 참 어느 편을 들기도 힘들었는데, 내가 막공이라고 은촤에 제대로 감정이입해서 집중한 까닭에, 아버님 그렇게 불안하면 누나라도 붙여서 보내지 그러셨어요. ㅠ.ㅠ 하고.

- 볼프강이 떠난 후 과거를 떠올리며 난넬이 부르는 '끝나지 않는 음악이 있을까.' 넘버를 이번 막공에서 가장 집중해서 봤던 거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주위 관객들도. 객석이 정말 조용~하게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잠깐 있었는데, 그게 난넬 넘버였다는 게 감격스럽기도. ㅠ.ㅠ 유난히 난넬+레오폴트 넘버는 좀 늘어지는 감이 있었더랬는데.

- 영주를 찾아가 한판 뜨고 궁에서 쫒겨나며 '넌 이제 끝이야!' 다음에 이어지는 '아니, 난 이제 시작이야.' 그리고 '난 자유다~~~~~~~~~' 부분 보면 볼 수록 참 좋다. 시원스런 샤우팅도 최고.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은촤의 표정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진짜 자유롭게 살 수 있나? 하는 듯. 그리고 그런 은촤에게 음악상자를 들이미는 아마데.

이 부분이 사실은 참 뜬금없이 여겨질 수도 있는 장면인데, 자유선언 하고 나서 왜 쟤는 갑자기 '내 운명 피하고 싶어'지는 건지, 그런데, 여기서 등장하는 아마데의 저 차갑고도 섬뜩한 표정과 동작으로 볼프강이 정말로 피하고 싶어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해석이 되는 장면인 거다. 그런 의미에서 준상 아마데는 참 연기 신동인지. 그 어린애가 대사도 없이 표정과 동작으로만, 그것도 감정 표현이 극도로 절제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덕분에 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날 은촤는 완전 모든 걸 다 터트려버리겠다는 듯, 이 어려운 넘버를 불러재꼈다. 뭐, 막공이겠다, 더이상 목소리를 안존할 필요도 없겠다. 샤우팅 부분을 그냥 진성으로 확 질러버리더라. 본인 막공, 그동안 계속되는 공연에 목 상태가 썩 좋을 리 없을텐데도, 내가 들은 '내 운명'중에 단연 최고를 보여줬다. 이걸 이제 다시 못 듣는다 생각하니, 어찌나 아쉬운지. (뭐, 다음 모촤 공연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은;)

- 2막에서는 초반 콘스탄체와의 달달한 한 때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라. ㅠ.ㅠ
난 그동안 울만큼 울었다고, 이제 더 감정이입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은촤는 진짜 나한테 왜이래.
아빠에게 버림받고 부르는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가 이 걸 몇 번째 보는 건데, 마지막까지 폭풍눈물 흘려야겠냐고.
은촤가 감정선을 늠 애처롭게 잡아서 진짜 보는 이쪽이 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도 있는데, 그날은 또 내가 은촤에 몰입해서 봤더니, 전엔 '왜 쟤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였다면, 그날은 그냥 가서 끌어안고 같이 울고싶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마데의 목조르기에서 은촤는 또 전에 없이 겁에 질려서 완전히 망가지고 있더랬지. 전에도 그랬던 거 같긴 하지만, 이 날은 특히 더 몸부림치고, 울먹울먹하더니, 이후 혼란씬에서도 완전 감정 폭발. 더이상 사릴 게 없다는 듯 마구 분출돼는 광기에 또 깜놀. 평소와 다를 바 없으면서 미묘하게 이날은 정말 뒤 돌아볼 것 없이 터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게지.

- 마술피리, 레퀴엠에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이제 내 귀엔 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들린다. 빨마 가지 높이 들어올려 호산나를 외치던 그 목소리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돌변하는 그 비정함. (아~ 언젠가 은태 배우가 좀 더 관록이 쌓여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참 좋겠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찬양하면 할 수록 시들시들 말라가는 모차르트.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듯 한 고음의 '신이 내린~ 모차르트!' 에 맞춰 레퀴엠 악보를 휘날리는 은촤는 정말 그대로 쓰러져 죽었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력을 다했다는 게 보여서 ㅠ.ㅠ

- 죽음씬. 은촤는 다른 모촤들과 아마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대사에서도 느껴진다. 피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팔뚝을 찌르는 아마데에게 다른 모촤들은 '안돼, 이미 피를 다 흘렸어. 찌르려거든 심장을 찔렀어야지. 하지만, 여기를 찌르면 너도 끝이야' 라며 냉소한다면, 은촤는 '안돼, 우린 이미 피를 다 흘렸어. 피가 남은 곳은 심장 뿐. 하지만 여기를 찌르면 끝이야. 그런데, 내가 끝나면 너도 끝나'라며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건데, 그래도 괜찮아?'라는 느낌이라, 아~ 은촤는 아마데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껴진다. 죽는 순간에도 아마데를 끌어안으려 하는데, 그게 준상이와의 케미스트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모촤들과는 차별되는 관계다.

- 참 뜬금없이 넘버 하나에 꽂혀서 보러갔던 뮤지컬. 그리고 너무나 내 감성과 맞닿아 있던 모차르트!를 보여준 박은태 배우에 홀랑 넘어가서 6월 중순부터 달려왔다. 이 열병과도 같은 앓이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공연 전 날, 이렇게 설레여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 또 이런 감성일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랜만에 홀릭할 수 있는 공연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 한 번도 커튼콜 영상을 올려본 적 없는데, 이 날 커튼콜은 정말 감동적이어서 유툽에서 끌어옴.
준상 아마데와 은촤가 오래도록 끌어안고 있던 장면, 준상이와 눈 마주치는 장면,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