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22 (화)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연일 계속되는 공연 관람으로 극도의 수면부족 ㅠ.ㅠ 그래 아직 노담콘 후기도 미완이지만, 오늘 받은 감동이 식기전에 어떻게든 후기를 적으리라 무거운 눈꺼플을 참아가며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가, 결국엔 잠에 지고 말았다. OTL 전엔 밤새고 다음 날 출근도 거뜬했지만, 이젠 예전의 내가 아니라. 어흐흐흐흑, 노화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인가 ㅠ.ㅠ

- 서론이 길어졌는데, 한마디로 이날 공연을 보고난 첫 감상은 이거였다.
내가 박은태라는 배우를 참 과소평가했구나.

전날 노담콘 보면서 목상태가 안 좋은 게 너무 확연해서 내일 공연은 어쩌려나 그랬었다. 아니, 진성은 쥐어짜서라도 지를 수 있지만, 가성에서 목소리 탁해진 건 어쩔거냐며. 그래서 이날 공연을 보러가는 길에 좀 걱정을 하고 갔는데, 웬걸, 1막의 시작 장례식 씬에서 '아버지,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하고 첫 일성을 내뱉는데, 여전히 맑고 투명한 시린 음색인 거다. 그리고 '왜 가↗셨나요~ 한 마디 말없이~'에서도 힘있게 쭉 올려주는데 이 때 벌써 그 감성이 참 아프고 서러운 음색이라, 오늘도 레전드 찍겠구나 예감할 수 있었다.

오늘자 인터뷰 기사에 보니 이제 자기 목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더니만, 그래서 그렇게 마음놓고 갈성으로 마구 그르렁대는 건가. 듣는 사람은 그 미성이 탁해질까 걱정하고 있었더니만. 하여간 전날 노담콘에서 '달'을 듣고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이날 은릿은 여전히 고음에서 맑고 투명한 음색이었고, 지붕 날릴 것 같은 성량은 덤이었다.
게다가 내가 매번 놀라지만, 화요일, 새로운 주차 시작이라 이거지. 그새 연기에 디테일이 더 추가되어서, 재관람자만의 폐해(?)겠지만, 달라진 연기 부분에서 너 이 자식~ 하고 육성 관크할 뻔했;;

- 똑같은 공연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럼에도 계속 그 공연장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는, 무대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항상 똑같이 연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날 그날의 표정, 눈빛, 손짓, 노래에 실린 감성 같은 것이 틀에 찍어낸 것 처럼 똑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가 반복되는 공연에 매너리즘에 빠진다면 그건 고스란히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재미있게도 무대와 객석은 소통을 하기에 그런 매너리즘은 첫 관람자라해도 느낄 수 있다는 거.)
하여간, 그렇게 같은 장면, 같은 대사라도 매 공연 똑같을 수는 없는데, 거기에 은태는 아직도 계속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를 매 주차 첫 화요일 공연에 풀어놓는 것 같단 말이지. 아,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짐작이고 예상일 뿐이다. 왜냐면 매주 화요일마다 확확 달라져서 돌아오니까, 정말 이거 계산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 결혼식 장면에서 은릿이 확실하게 노선을 정리하면서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화려하게 피어난 어머니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저렇게 행복해 하니 어쩔 수 없지않나...체념하며 참석한 결혼식에서 클로디어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좀 더 세련되어졌다. 뿌리치는 동작은 오히려 절제되었는데, 표정이나 분위기는 훨씬 더 까칠해졌다. 아니, 사실 성문이 내려가면서 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저건 고슴도치다 싶더라. 아주 가시를 잔뜩 곤두세운 고슴도치. 나 건들지 마─ 백마디 말보다 그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 범클로께서 환영의 표시로 팔을 벌려 맞아주는데, 찬바람 쌩하니 외면하는 것도 오늘은 눈에 들어오더라. 그렇게 잔뜩 곤두세운 가시도 어머니가 '너도 이제 아이가 아니잖니.' 나를 좀 이해해다오 하니 누그러뜨렸다가도 '사랑 오직 사랑'을 외치며 너도 사랑에 빠져서 우리랑 한 패가 되어보자~ 하니, 또 잔뜩 가시를 세우고는 연회장을 떠나는데, 도입부에서 이렇게까지 캐릭터에 디테일이 쌓여가는구나 싶어서, 이게 막공 즈음이 되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Why me 에서 전날 목상태 걱정했던 걸 말끔히 씻어주며 성량으로 압도하며 퇴장.

- 선왕의 유령이 꿈에 나타나고 부르는 '피는 피로써'에서 오늘은 참 이불을 예쁘게 잘도 둘러서 칭찬. 그리고 이 장면에서 상체 근육에 힘이 빡 들어가서 잔근육이 세세하게 다 떠오르는 걸 보고 있자면, 정말 온 몸으로 노래하고 절규하고 분노를 터트리는구나 싶어, 저 결벽하고 예민한 정신의 왕자님이 참 용케 거기서 뛰어내리지 않았구나 안도하는 한 편, 저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으려면 그 마음이 참 천갈래 만갈래 겠구나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 미친 척이 아니라 사실상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던 햄릿에게 폴로니우스는 그게 왕자가 다 사랑에 빠져 그렇다면서 그를 사랑의 열병에 걸린 애송이 취급하고 조롱하는데, 이 장면에서 은릿이 또 연기가 바뀌었다. 대사톤이 완전 냉소적으로 바뀌면서 그래, 나는 돌았어. 니들 눈엔 내가 미친 걸로 보이지? 정말 돌아버리는 게 뭔지 보여줘? 뭐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폴로니우스가 부르는 He's crazy에서 '예전에 그는 백성들의 존경받는 왕자님'이라고 하는데, 저거 '존경'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바꾸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심 좀 담아서 내가 보기엔 원작의 햄릿도 그렇고, 뮤지컬의 햄릿도 존경보다는 백성들의 이쁨을 받는, 아이돌스러운 인기많은 왕자님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

- 이어지는 '수녀원에 가', '증거가 필요해', '오늘 밤을 위해'에서 보여주는 낙차 큰 감정의 표변, 폭발적인 가창력은 뭐 이제 칭찬하는 것도 입 아플 지경이다. 특히 '오늘 밤을 위해'에서 이젠 탭댄스 출 때의 표정이 정말 근사해졌다. 어깨에 힘이 확실하게 빠지면서 살짝 그루브도 타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내 모든 것, 시간이 지나면 연기처럼 사라져~' 부분에서 보여주는 그 절실한 표정과 유려한 손 동작도 참 마음에 든다. 제일 좋은 건 피날레 부분에서 단독으로 '산다는 게 연극 같아' 할때, '피가 끓고! 울고 웃기도 하겠지' 하면서 턴을 하는데, 턴 할 때 흩날리는 땀방울이 난 그렇게 좋더라.

- 그리고 사실 제일 걱정 많이하고, 그만큼 기대하고 있던 2막의 시작 '사느냐 죽느냐' 넘버. 가성을 써서 투명하고 맑은 음색으로 그 시린 감성을 표현해야 하기에 제대로 목소리가 나와주려나 했는데, 역시나 기우였고, 너무 너무 깨끗하고 선명한 음색이었다. 사는 거나 죽는 거나 나에겐 매한가지라는 저 우울한 왕자님을 어쩌면 좋냐. 복수가 이미 그를 갉아먹고, 그 마음은 녹슨 꿈을 찾아 헤매는데, 오히려 이성은 더더욱 차갑고 또렷해져서, 차마 눈뜨고 보기 힘겨운 현실을 뜨거운 감성으로 속일 수도, 외면할 수도 없게 된 저 가여운 왕자님.
연극을 통해 클로디어스의 악행이 드러난 순간 정말 그 분노의 오라가 이글이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부들부들 떠는데, 진심으로 오싹했다.

- 저 클로디어스를 향한 분노의 감정선이 Chapel -> 거트루트의 침실 장면 ->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으로 이어지며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에서 그 분노의 감정이 일시에 와해되는데, 오늘 이 장면에서 새롭게 디테일이 바뀌면서 좀더 햄릿이라는 캐릭터를 박은태화 시켰다고할까. 아, 하여간 오늘 이 장면에서의 연기는 내게 깜짝 상자와도 같은 충격이었다.

클로디어스를 죽이려다 기도하는 모습에 포기하고 단검을 손에 든 채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세번이나 부르며 달려들어온 은릿. 아들 손에 들린 칼을 보고 겁을 먹지만, 그래도 너는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며 품어주려는 어머니를 차마 칼든 손으로 안길 수 없어 뿌리치고 뒤돌아 가려는 제스춰를 했었는데, 이날은 어머니의 저 회유하는 말에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쥐는 걸로 디테일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면 네가 다시 웃을 수 있겠니'라는 거트루트에 말에 홱 돌아서 바위에 칼을 꽂는데, 저렇게 바뀐 디테일이 더 햄릿의 감정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도대체 얼마나 연구하고 매달리는 건가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어머니를 향해 진실을 보라며 행패부리는 정도는 갈수록 업되어가고 있고, 그런 만큼 어머니가 자신을 이해해 달라며, 네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고 하는 장면에서 슬픔은 더 깊어졌다. 거트루트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저렇게 버럭대는 아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속내를 털어놨겠지만, 난 사실 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하면, 그 아이가 받을 충격은 어쩌라는 건가.
알고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까지 복수심에 끼얹어 진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인 은릿이 선왕의 유령까지 보게되면서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데, 여기서도 연기에 디테일이 붙어서 선왕의 유령이 외면하고나자 힘이 풀려서 휘청이다 손에 든 피묻은 칼을 보고 경악하는 그 과정이 하나 하나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게 바뀌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혼란스럽고 겁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하다 어머니가 끌어안아주니 간신히 진정을 하고 과연 내가 찌른 사람은 누군가 확인하는데, 그게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라고 밝혀지자 이 왕자님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다. 내가 진짜로 폴로니우스를 죽인 건가 믿고싶지 않아서 폴로니우스를 끌어안고 추는 시체춤. 정신차려, 춤 춰야지- 는 마치 어린애들이 '야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 라고 하는 것 같다. 믿고싶지 않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걸 깨닫고 당황하고 놀라서 폴로니우스의 시체를 커튼에 싣고 유기하는 장면에서 전에도 참 실감나게 연기 잘 한다 싶었는데, 이 날은 시체를 끌고 가며 다리 힘 풀려 주저않을 것 같은 디테일도 추가해서 속으로 '이 자식~' 하고 감탄했다. 어디까지 계산한 거니 싶어서.

- 무덤지기와 한바탕 흥겹게 놀고 바로 이어지는 오필리어의 장례식 장면. 아, 지금까지 언급을 안했는데, 오늘 동석 레어티스는 폭주 기관차였다. 1막, 2막 할 거 없이 어찌나 감정과잉에 날뛰어주시는지; 특히 2막 Killer's name에서 자꾸 폭주하는 바람에 후음 길게 빼서 듀엣 맞춰줘야 하는 범클로를 엇박치게 만들었다.
하여간 동레어가 절절하게 오필리어를 무덤에 눕히고 절망속에 '너 없는 이세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에서 그나마 살짝 힘을 빼줘서 참 좋았던 그 뒤로 은릿이 휘청거리며 등장, 또 너무 절절하게 오필리어에게 용서를 구하며, 그대로 무덤속에 따라 들어가 누울 기세. 동레어 눈이 뒤집혀서 네가 무슨 염치로 여기에 나타나, 가식 떨지 말라며 달려들자, 은릿도 거기에 맞받아쳐서 강하게 나오는데, 나는 이런 둘의 작용 - 반작용이 참 좋더라. 상대 배우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걸 또 너무 적절하게 수위 조절해가며 대응해주니까 균형이 맞아서 어느 한 쪽이 밀고 밀리고 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든다. 하여간 폭주하는 동레어에 맞게 같이 감정 터트리며, 나도 죽을만큼 힘들다고 온 몸으로 부딪혀오는 은릿을 볼 수 있어서, 내가 태을 레어를 좀 더 애정하지만, 동레어도 놓을 수가 없는 거지.

저렇게 둘이 활활 불타오르니, 이후 결투씬은 안봐도 비디오, 칼싸움이 참 이렇게 격렬한 거 처음 본 듯. 동레어 진짜 죽을둥 살둥 덤벼들어서 은릿은 간신히 간신히 막아내는 형국이다가 동레어에게 한 방 얻어맞고 호승심 끓어오르는 거 참 좋더라. 그래도 그 전엔 지가 지은 죄가 있으니 손속을 좀 두다가 저렇게 한 방 먹고 달려들려다가 거트루트가 갑자기 너희의 평화를 위해 이 잔을 들겠다고 하자, 잠시 소강상태에서 어머니의 축배(그게 독배인 줄 모르니까)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다가갔다가 레어티스의 불의의 일격을 맞게 되는데, 독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햄릿은 그저 레어티스의 비겁한 일격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덤벼들게 되고, 극은 비극적 몰살을 향해 달려간다.

- 모든 사건의 배후에 클로디어스가 있음을 알게된 후 지르는 '클라우디우스──'는 들을 때마다 전율이다. 그 목소리에 담긴 원망, 분노, 살의, 절망 그리고 허무. 내 심장도 같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산산히 깨진 유리 파편이 심장에 박히는 것 같은 느낌. 진짜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지. 
극의 마지막, 사는 게 죽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저 아프고 힘겨운 왕자님이 그저 평안한 안식을 얻기를 바라며, 나도 호레이쇼와 같은 마음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비극을 선사해준 배우분들에게 박수를~

+ 자잘한 사건 하나. 범클로께서 햄릿의 연극 때문에 분노하는 장면에서 폴로니우스의 충언에 열받아서 '듣기 싫다! 당장 꺼져─!' 하시는데, 저 꺼져~할때 갑자기 목소리가 뒤집히시는 바람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어제 노담콘이 남긴 영향이라고 믿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 이날 뮤지컬 배우 정성화 씨가 햄릿을 보러오셨다. 티켓 찾는 줄에서 정성화 씨를 보고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박은태 지인..'이라고 하셔서, 맞구나 했다. 소심한 나는 사인 요청도 못하고 그냥 보내드렸; 
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20 (일) 14: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이정화,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윤영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이정화 오필리어, 많이 애정합니다~
10월 30일 이후로 20여일만에 오른 무대인데, 오필리어의 감정선을 제대로 잘 유지하고 있었다. 윤공주 오필리어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볼 때마다 참 과유불급, 너무 차고 넘쳐서 그게 나랑은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정화 오필리어가 얼터라는 걸 감안해서 내 기준이 관대해진 것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사톤도 억지로 어린애 목소리를 내는 윤공주 씨에 비해 이정화 씨가 훨씬 자연스럽다. 굳이 어린애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발랄함 같은게 사랑에 빠진 어리고 순진한 아가씨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헬레나 이미경 배우와 케미도 훨씬 여고생다운 깨방정에 발랄함, 사랑에 빠져서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어린 소녀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리더라.

그리고 레어티스와 함께 하는 Sister에서 윤공주 오필리어와 이정화 오필리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빠, 그는 나를 진정 사랑해' 부분. 너는 지금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오빠의 충고에 그렇지 않다며, 우리 사랑은 진심이라고 설득하는 저 가사에서 윤공주 씨는 흔들리는 눈빛에 슬픈 표정을 하고있는데, 그게 오빠가 자신의 사랑을 부정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도 햄릿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오빠를 설득하려니 저런 표정이 나오는 거 같다. 그에 비해 이정화 오필리어는 동생 걱정으로 불안한 표정의 오빠를 바라보며 생긋 웃으면서 오빠를 안심시킨다. 그는 나를 진정 사랑해라는 말에도 햄릿의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진다. 뭐, 그런 오필리어니까 오빠가 걱정도 되고 하는 거겠지만.

그리고 애절하게 레어티스와 이별하고 곧바로 햄릿과 만나는 장면에서도 이정화 오필리어는 오빠와 이별은 슬펐지만, 우연히 햄릿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를 만났다는 설레임에 가슴 떨려하는 소녀의 모습을 제대로 잘 표현해줘서 좋더라. 햄릿의 모습을 살피면서 자기 마음을 고백하며 다가가는 장면이, 아 정말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구나 싶어서 사랑스러웠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여기서 윤공주 씨는 감정선이 너무 무겁다. 자기 희생쪽에 더 무게를 실어서 정말 처녀 제물같다니까. 그리고 정화 오필리어는 확실히 윤공주 씨에 비해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것도 마음에 들었고. 사랑에 빠져 오로지 내 눈앞에 당신 밖에 안보여 상태라는 게 확실하게 보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오늘 은릿이 오필리어에게 지어주는 미소가 또 그렇게 달달할 수가 없더라.

'수녀원에 가' 넘버에서 정화 오필리어는 윤공주 씨에 비해 동선이 길다. 이건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겠지만, 하여간 좌우로 이동하는 동선이 평소 호흡보다 길어서 이쯤이면 뒤에서 붙잡아야하는데 라는 박자보다 한 박자 늦어지니까, '이게 누구신가~'하는데 은릿이 살짝 엇박으로 시작을 했지.

이후에 극중극 씬에서의 이정화 오필리어의 연기도 참 좋은게, 바로 전에 만났을 때 '수녀원에나 가'라고 폭언을 듣고 헤어진 다음인데, 햄릿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옆에 앉아 무릎위에 팔을 올려놓으니 밀어내는데, 햄릿이 우악스럽게 끌어안자, 얘 뭐야~ 하면서도 햄릿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리고 극을 바라보는 햄릿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그 와중에도 햄릿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거다. 햄릿이 복수에 정신이 팔려서 오필리어에게서 떨어져 걸어갈 때도 햄릿을 시선으로 쫒으며 왜 저러는 걸까 하는 표정. 사랑에 빠진 철없는 소녀였던 오필리어가 사랑의 상처를 입고, 조금은 성장한 걸까.

2막 실성한 오필리어가 등장하는 씬에서도 내가 상상하던 오필리어가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어~ 라며 감격 ㅠ.ㅠ 머리에 화관이나 그 꽃덩굴 주렁주렁 단 옷이 좀 이상해서 그렇지, 그냥 얼굴만 보면 딱히 미쳤다는 느낌 안 드는 지극히 온화하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다. 그 얼굴 어디에도 슬픔이나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좀 이상한데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저 평온한 얼굴이 실성한 걸로는 안 보이는 거지. 그러다 갑자기 클로디어스를 보고 '아빠─ 이것 봐'라고 입을 떼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구나 확신하는 거다. 정화 오필리어는 먼저 눈물 흘리거나, 슬픔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는 가련한 여인인 거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다.

쓰다보니 오늘 후기는 이정화 오필리어 찬양글이 되버렸는데, 다음에 만약 뮤지컬 햄릿이 또 올라온다면, 그때는 제발 신인 여배우 발굴해서 기용해주길 바란다. 정화 오필리어가 좀 더 회차가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ㅠ

- 은릿은 뭐 따로 언급할 것도 없이 매 공연 레전드. 목금토일 4일 연속 공연이 벌써 2주째 이어지다보니 성대의 피로도가 슬슬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질러줘야하는 부분에선 뻐렁치게 질러주니 참 대단. 오늘 공연 끝나고 원래라면 내일은 쉬는 날이어야 했지만, 내일도 노담콘이 잡혀서 다음주도 쉽지 않겠구나.

+ 어제 불꽃검이 합이 안맞는다고 그랬는데, 오늘은 다시 그냥 보통검으로 돌아왔다. 불꽃이 튀면 좀 화려한 맛이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칼 때문에 배우들간에 합이 맞지 않는 거라면 불꽃을 포기하고 박진감 쪽을 선택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부상의 위험도 있으니.
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19 (토) 19: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 나날이 좋아지는 은릿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비록 내 통장은 눈물 흘릴지언정 끝까지 지켜보기로했다.

- 로딩 완료된 은태는 매공연 평타 레전드라고 그랬는데,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졌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런지.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마 내일은 또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진짜 은태는 매 공연 디테일을 얼마나 다듬어 오는거냐.

- 내가 어제 폴로니우스 살해 직후 은태 연기에서 좀 불분명하게 느꼈던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오늘 그게 마치 카메라 초점 맞추는 것처럼 선명하게 확 들어오더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공포스러운 감정 -> 그래서 내가 찌른 건 누구였나로 넘어가는 사고의 과정이 오늘은 진짜 너무 자연스럽게 비약 없이 보여져서 그새 달라졌어 싶어 감탄스럽더라.
그리고 오늘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또 이 장면에서 거의 주저앉으시면서 고통스러워 하시는데, 은릿 장단에 맞춰서 시체춤 추시는 동안에도 계속 신음을 흘리시고, 그런데 은릿은 거기에 더 대비되게 엄청 해맑은 거지. 그 해맑은 미소가 섬뜩함으로 바뀌는 순간의 표정변화도 이젠 자연스러워졌고.
그리고 당황해서 시체 유기(;)하는 장면에서 오필리어 발견하고 짓는 표정이나 이런 것도 더 확실하게 바뀌어서 그 황망함, 이러려던 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혼란스러운 감정이 다 느껴지더라.

- 은태 노래 잘하는 거야 말하면 입 아프지만, 특히 햄릿에서는 은태가 가성도 이렇게 잘 쓰는구나 새롭게 발견했다고 할까.
진성으로 고음 쭉쭉 올려주는 거야 모촤나 피맛골에서도 익히 알았던 건데, 은태가 가성으로 부르는 넘버에서 이렇게 강점을 보일 줄 몰랐지. 아니 들어볼 기회가 없어서 몰랐다고 해야하나.
가성으로 지르는 고음에서 음정 안 떨어뜨리는거, 여리게 가성을 쓰면서도 소리가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리는 거 그리고 절절한 감정들을 가성에 실어 부르는 부분은 정말 감성 폭발. 

- 은릿 가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우선은 오필리어에게 너무 간절하게 고백하는 '사랑해~'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오냐 싶다.
그리고 2막 처음을 여는 '사느냐 죽느냐'에서 소절마다 창법을 바꿔가며 햄릿의 고뇌를 노래에 담아내는데, 이게 연기 디테일 뿐만아니라, 노래에 싣는 감정만큼 창법이나 이런 디테일도 촘촘해서 진짜 노래에 대해 얼마나 파고드는 건가 싶다.
마지막으로 햄릿이 죽어가면서 부르는 '어디든 가주오~' 부터 '사는 건 죽는 건 뭘까' 하는 부분. 그 흐느끼는 것 같은 물기 서린 목소리가 정말 가슴을 파고든다는 표현이 딱이다.

- 강태을 씨의 레어티스는 굉장히 안정감 있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오라버니이다. 진짜 김성기 폴로니우스를 보고 있자면, 어디서 저런 훤칠한 아들이 나왔냐 싶고, '네 엄마같은 여잔 안돼.'라는 말에서 어머니가 한 미모하셨구나, 그래 인물값을 하셨나..?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딘가 귀족의 품위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데, 아들은 어찌 저렇게 기품이 흘러넘치는지. 진짜 이쪽도 캐보면 햄릿네 가정사만큼 복잡한 건 아닌가 싶은 뻘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 딴소리지만, 김성기 폴로니우스의 자식들과의 스킨쉽은 좀.........성희롱스러워서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다 큰 딸래미의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아들과의 이별에 볼에 키스는 쫌;;

- 불꽃이 튀는 검으로 바꾼 게 더 박진감이 넘쳐서 오오~ 하고 봤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은릿이나 태을 레어나 묘하게 힘겨워하는 것 같은데, 이게 칼 무게가 무거운 건가 싶더라. 칼을 두 손으로 잡고 싸우는 씬은 괜찮았는데, 칼을 한 손으로 들고 싸우는 씬에서 칼을 든 팔이 휘청휘청하는 느낌이라, 합이 제대로 맞지를 않더라. 뭔가 칼에 장치같은 게 들어가면서 무거워졌나 싶고.

- 오늘 커튼콜에서 김성기 폴로니우스 님 안경이 날아가서 태을 레어티스가 집어들고 안경도 한 번 써보고 하더라.ㅋㅋ


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18 (금)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햄릿 캐스팅 스케줄에서 참 드문 조합 중에 하나가 오늘 조합이다. 박은태 - 서범석 - 전동석 - 김장섭 4번인가 밖에 안 나오는 조합. 생각해보면 EMK 배우 풀이 거기서 거기라서 생기는 딜레마 같은 건데, 저 조합안에 모차르트! 배우만 3명이다. 은태랑 동석인 볼프강이었고, 범사마는 레오폴트였으니, 햄릿에서마저 어떻게든 부자지간, 유사 부자지간으로 나오는 거다. 그게 연기에 드러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번씩 떠오르는 거지. 그래서 신영숙 님도 황금별 남작부인의 잔상이 남아있는 거고. 하지만, 배우들이 워낙 좋아서 난 별로 전작의 잔상이 남는다거나 하는 느낌은 안든다. 은릿 웃음 소리에서 은촤 떠오른다고 하는데, 글쎄, 은릿은 은촤때의 방정맞음에 비하면 훨씬 똘끼 충만한 삘인데, 그걸 같은 거라고 도매금 취급하는 건 좀;; 아니면 내가 회전문을 너무 많이 돌아서 남들 눈에 안들어 오는 깨알같은 디테일에 너무 집중해서 그런 건지도.

- 장례식을 지켜보는 은릿의 표정도 나날이 더 깊어지고 표현이 다양해지는데 예를 들어 첫공 때는 굵직하게 한 세가지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낸다고 치면, 요즘은 그 세가지 표정 사이 사이에도 뭔가가 더 생겼다. 아주 미묘하게 어디를 손 댄건지 모르겠지만, 완성도가 올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까. 99% 완성된 조각을 100%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전에 사용하던 큰 조각칼이 아니라 세밀한 조각칼을 이용해서 섬세하게 세밀하게 깎아나가야 하는 것 같이, 그렇게 공들여 캐릭터를 완성해가는 게 보인다. 똑같은 슬픔이라도 더 슬프게, 똑같이 미쳤어도 더 강렬하게, 이렇게 깊이가 쌓여나가는 게 보여서 은태는 아직도 계속 성장하고 진행형이구나 싶어서 그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보람이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어떻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노래마저 회가 거듭할 수록 더 잘부르는다는 거. 햄릿이 이제 거의 중반을 지나가는데, 아직까지도 저 쩌렁쩌렁 지붕날릴 듯한 미친 성량은 나날이 더 좋아지지,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도 말하면 입 아플정도에, 아주 감정에 따라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구나 싶은 '사느냐 죽느냐' 넘버에는 그냥 가슴 앞에 두 손 모으게 만든다.

결혼식 장면에서 '사랑 오직 사랑'을 외치는 하객들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사실 은릿은 정식 등장 장면도 아니고, 바깥에서 연회장을 들여다보는 장면인데, 무대위에서 춤추는 배우들한테 미안하게도 은릿에게서 시선을 뗄수가 없는게, 이때부터 햄릿의 캐릭터가 보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분명 이 장면에서부터 은릿은 분노의 감정을 품고 경멸과 조소를 담아 하객들을 관찰했었는데, 3주차부터 감정선에 변화가 생겼다. 분노라기보다 체념에 더 가까운 감정으로. 만개한 꽃 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그게 아버지 품이 아니라, 삼촌 곁에서 저리도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으니, 아들로서 그 복잡한 심경과 원래는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결혼식이지만, 그런 어머니를 보며 그래도 참석하는 게 도리겠지 체념하고 돌아서는 쪽으로 감정선에 변화가 온 것 같다. 역시 '효자' 속성은 어쩔 수 없는 은태의 개성인 거니까 그게 어느 정도 반영이 되는 거겠지.

그리고 오기 싫었지만, 어머니 때문에 왔다는 티 팍팍 내는 연회장에서, 사랑 만세를 외쳐대는 하객들 사이에서 이딴 게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을 부정하겠다는 듯 화를 터트리며 연회장을 떠나 이 나라가 왜 이 꼬라지냐고 한탄하며 부르는 Why me. 가장 믿었던 친구마저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라며 너 하나 눈감고 지나가면 모두가 즐거울 것을 넌 왜이리 심각하냐고 하니, 은릿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지. 어떻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이 모든 부정을 눈가리고 아웅 하듯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길 수 있는 건가. 이 결벽한 자존심 높고 예민한 왕자님은 이런 자신이 미친 건지, 세상이 미친 건지 증오스러울 지경인 거다. 정말 여기서 보여주는 은릿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매번 깜짝깜짝 놀란다.

뭐 은태 가창력에 놀랄 포인트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일단 질러주는 면에서는 저 Why me와 선왕의 유령이 등장한 이후 보여주는 '피는 피로써' 에서 성벽을 오르며 부르는 어디든 가주오~ 부분인데, 이 부분은 볼 때마다 나도 같이 막 얼굴 찡그리면서 막 힘주면서 본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진짜 감정이입 장난 아니다. 햄릿이 받았을 충격과 분노와 증오, 세상이 뒤집힌 것 같은 혼란스러움, 그리고 절망감. 정말 중간 기립이라도 하고싶어지게 만드는 노래와 연기다.
그런데, 이러게 지르는 것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Let's rise above this world에서의 '사랑해─'에서의 그 속삭이듯 여린 음성은 또 얼마나 애가 끓고 안타까운지. 진짜 매번 매 넘버가 더 좋아진다는 게 가능한가 싶은게, 그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하여간에 경이롭다~ (feat. 콜로레도)

- 강레어 연속으로 보다 다시 만난 동레어. 그 블링블링함은 여전한데, 참 그 널뛰는 감정선은 회가 거듭되도 정리가 아직 안되는구나. 아직 노련미까지 기대하기에 동석인 어리니까 하고 일단은 넘기자. 1막에서 근친도는 더 올라가서 이젠 느끼할 정도;; 2막에서도 그 격한 감정은 제어불능 상태로 빠져서 오필리어 무덤에 햄릿보다 레어티스가 먼저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던데, 그래서 햄릿이 함께 죽겠다니까 선수 빼앗겨서 날뛰는 레어티스 처럼 보이더라. 노래하는 목소리는 동석이가 더 취향이긴 한데, 난 동석이가 성악전공자 티내면서 쫙 뽑아주는 건 또 부담스럽고. 동석이가 적정선을 찾아주면 참 좋겠다.

- 햄릿 월드버전에서는 칼싸움 장면에서 칼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2011 버전에선 그런 효과가 없었는데, 와우~ 오늘 드디어 그 불꽃 튀는 칼싸움을 구경(;)했다. 효과를 준 거라고 보기엔 화려함이 덜해서, 진짜 금속과 금속이 세게 부딪혀서 발생한 부싯돌 효과 불꽃으로 보였는데, 이게 동석이가 힘이 장사라 그런 걸까 싶더라. 그리고 오늘 동레어는 정말 어떻게든 햄릿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흘러넘쳐서 칼싸움에서 박진감이 장난 아니었다. 저러다 한발 삐끗하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진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에서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을 주체 못하고 은릿이 가사 실수를 했지만, 이렇게 오늘도 또 레전드 갱신. 아니, 어느 순간 매 공연 평타 레전드를 찍기 시작했으니, 이건 앞으로도 계속 갱신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