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26(수)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우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은릿이 한 이틀 쉬고 오더니, 목청은 더 좋아져서 왔는데, 뭔가 미묘하게 합이 잘 안 맞았던 공연.
근데, 이게 은태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시작할 때 영상과 음향이 안 맞아서 다시 한다던가, 결혼식 장면에서 벽에 걸린 장미꽃 리스가 떨어진다던가 (헬레나 이미경 배우가 재치있게 다시 걸어줬다. 이걸 나중에 햄릿이 광분해서 집어던져야 하거든), 오필리어 자살 씬에서 원래 옷자락이 앞에 펼쳐져야 하는데, 그 받침대 사이에 껴서 아래 반쪽은 다 보였다던가 (이건 좀 큰 실수지 싶지만 뭐;), 은태는 커튼콜에서 관객들의 환호 소리에 묻혀 한 음절을 반복해야했다.
화요일이면 뭐 조금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어제 용릿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 왜들 이러시나. 그런 자잘한 산만함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는 듯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은릿의 노래가 쩌렁쩌렁 쩔어주셔서 ㅠ.ㅠ 매번 감탄하기는 하는데 진짜 노래를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지.
- 뮤지컬 햄릿에서 햄릿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쉴드를 쳐줄 수가 없는 개객끼다. 그런데, 오늘 특히 은릿이 완전 나쁜 남자 모드가 되어서 오필리어한테 너무 잔인하게 굴더라. 수녀원에 가라고 할 때 그 빈정거림에 정말 무섭게 퍼부어대더니, 커튼 뒤에 폴로니우스, 클로디우스, 거트루트가 숨어있는 걸 알아차리고 뜯어내는데, 그 커튼 자락이 오필리어를 덮어버렸다. 안 그래도 가슴이 찢어질 오필리어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2막에서 클로디어스를 떠보기 위해 연극을 할 때, 쭈뼛쭈뼛 햄릿을 무서워하는 오필리어 옆에 앉아 그 무릎위에 손을 올리고, 그 손을 오필리어가 소심하게 밀어내자 오히려 허리 뒤로 팔을 돌려 거칠게 끌어안는데, 참 잔인하다 싶더라. 아무리 복수에 정신이 팔려있다고 해도 어쩜 그렇게 마음 한 조각 나눠주지 않는 건지. 그러면서 무의식중에 밀어내려는 오필리어를 끌어당기고 있는 건 자각하지 못하고. 그래놓고 죽은 오필리어를 끌어안고 네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 없다며 함께 죽겠다고 그러니 그 사랑을 누가 이해하겠냐고.
- 강태을 레어티스는 전동석 레어티스(이후 동레어)에 비하면 오빠도가 더 높고, 그만큼 분노하는 와중에도 이성을 놓지 않아서, 동레어에 비해 좀더 냉정하다. 그렇다고 오필리어에 대한 애정이 덜하냐 하면, 이쪽도 만만찮지만, 그래도 근친삘은 덜해서 이쪽이 더 내 취향이다. 동레어는 오필리어와 케미가 늠 좋아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노래는 동레어쪽이 좀 더 취향이지만, 연기는 역시 태을 레어티스의 노선이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레어티스가 죽어가며 '형제여, 이걸로 서로 용서하자.'는 앞에서 보여준 분노의 감정이 크면 클수록 뭥미스럽기 때문에 이 부분은 연출이 에러라고 밖엔. 눈이 뻘개져서 죽여버리겠어! 라더니만, 마치 권투에서 공이 울리고 코너로 돌아가는 상대 선수 뒷통수를 치는 것처럼 얍삽하게 팔을 삭 긋는 것도 좀 웃기다. 원작에서도 그런 설정이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원작에선 그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이것이 복수의 결투가 아닌,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대결이라고 덧씌우고 시작한단 말이지. 그래서 레어티스가 형제여- 어쩌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정당한 대결에 간계를 꾸며 복수를 하려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 김장섭 씨는 김성기 씨와 비교하면 참으로 훈훈한 미중년이시라, 폴로니우스의 광대적인 면모를 보이기엔 느무 멋지시다. 레어티스를 프랑스에 보내면서 충고하는 중에 '넌 날 닮아서 너무 잘생겼어'라는 대사가 김성기 씨가 하면 개그 포인트겠지만, 김장섭 씨가 하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되버린다. 그래서 김장섭 씨의 폴로니우스는 조금 심심한데, 무덤지기는 또 아주 능청스럽게 걸쭉하게 잘 소화하셔서 대 만족. 루이 암스트롱 삘로 목소리를 걸걸하게 뽑아내시는데, 넘버와 잘 어울린다. 오늘은 아예 모짜렐라 해골을 은릿 얼굴 옆에 대고 '비슷하다'고 까지 하셨음ㅋㅋㅋㅋㅋ
이 부분 연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이 바로 앞에 오필리어가 참으로 슬프게 죽는단 말이지. 그러고 바로 무덤지기와 씐나씐나 이러고 놀고 있으니, 햄릿은 그냥 생각없는 놈으로 비치기 딱 좋은 설정. 원작에서야 덴마크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설정이니까 나라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고, 무덤지기와 삶과 죽음, 죽음의 공평함에 대해 만담을 늘어놓을 수 있겠다 싶지만, 뮤지컬 햄릿에서 햄릿은, 사방을 살피는 호레이쇼의 동작에서 미루어 짐작하길, 폴로니우스를 죽이고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실성한 오필리어에 대한 소문도 못 들었을까. 뭐 하여간 5막짜리 희곡을 2시간짜리 뮤지컬로 만들면서, 또 원작에 없던 거트루트와 클로디어스의 사랑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서 이것저것 쳐낸건 알겠지만, 캐릭터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너무 많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 범사마 님의 클로디어스는 역시 진리. 그런데 이쪽도 참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 오직 사랑~'을 외치고는 있지만, 거트루트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단말이지. 자신의 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것에 대한 명분을 '사랑'에서 찾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건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하는 모습도 그렇고, 햄릿 때문에 부부싸움 할 때 보여주는 신경질적인 면모도, 누가 왕인지 보여주겠다는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권력욕, 제일 심한 건 독배를 마시는 거트루트 옆에서 당황하기는 하나, 놀라거나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 그러니까 클로디어스의 거트루트에 대한 사랑은 딱 거기까지 였던 게지. 사랑 앞에 모든 걸 내던진 여자, 그게 바로 나라던 거트루트는 어렴풋이라도 그걸 깨닫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 이것저것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은릿의 풀어헤쳐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실한 가슴팍(;)이라던가, 허리에 이불 둘둘말고 반라로 미쳐 돌아댕기는 씬, 그리고 귀가 호강하는 그 맑고 힘있는 노래에 낚여서 아차산 지박령이 되겠지;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26(수)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우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은릿이 한 이틀 쉬고 오더니, 목청은 더 좋아져서 왔는데, 뭔가 미묘하게 합이 잘 안 맞았던 공연.
근데, 이게 은태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시작할 때 영상과 음향이 안 맞아서 다시 한다던가, 결혼식 장면에서 벽에 걸린 장미꽃 리스가 떨어진다던가 (헬레나 이미경 배우가 재치있게 다시 걸어줬다. 이걸 나중에 햄릿이 광분해서 집어던져야 하거든), 오필리어 자살 씬에서 원래 옷자락이 앞에 펼쳐져야 하는데, 그 받침대 사이에 껴서 아래 반쪽은 다 보였다던가 (이건 좀 큰 실수지 싶지만 뭐;), 은태는 커튼콜에서 관객들의 환호 소리에 묻혀 한 음절을 반복해야했다.
화요일이면 뭐 조금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어제 용릿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 왜들 이러시나. 그런 자잘한 산만함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는 듯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은릿의 노래가 쩌렁쩌렁 쩔어주셔서 ㅠ.ㅠ 매번 감탄하기는 하는데 진짜 노래를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지.
- 뮤지컬 햄릿에서 햄릿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쉴드를 쳐줄 수가 없는 개객끼다. 그런데, 오늘 특히 은릿이 완전 나쁜 남자 모드가 되어서 오필리어한테 너무 잔인하게 굴더라. 수녀원에 가라고 할 때 그 빈정거림에 정말 무섭게 퍼부어대더니, 커튼 뒤에 폴로니우스, 클로디우스, 거트루트가 숨어있는 걸 알아차리고 뜯어내는데, 그 커튼 자락이 오필리어를 덮어버렸다. 안 그래도 가슴이 찢어질 오필리어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2막에서 클로디어스를 떠보기 위해 연극을 할 때, 쭈뼛쭈뼛 햄릿을 무서워하는 오필리어 옆에 앉아 그 무릎위에 손을 올리고, 그 손을 오필리어가 소심하게 밀어내자 오히려 허리 뒤로 팔을 돌려 거칠게 끌어안는데, 참 잔인하다 싶더라. 아무리 복수에 정신이 팔려있다고 해도 어쩜 그렇게 마음 한 조각 나눠주지 않는 건지. 그러면서 무의식중에 밀어내려는 오필리어를 끌어당기고 있는 건 자각하지 못하고. 그래놓고 죽은 오필리어를 끌어안고 네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 없다며 함께 죽겠다고 그러니 그 사랑을 누가 이해하겠냐고.
- 강태을 레어티스는 전동석 레어티스(이후 동레어)에 비하면 오빠도가 더 높고, 그만큼 분노하는 와중에도 이성을 놓지 않아서, 동레어에 비해 좀더 냉정하다. 그렇다고 오필리어에 대한 애정이 덜하냐 하면, 이쪽도 만만찮지만, 그래도 근친삘은 덜해서 이쪽이 더 내 취향이다. 동레어는 오필리어와 케미가 늠 좋아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노래는 동레어쪽이 좀 더 취향이지만, 연기는 역시 태을 레어티스의 노선이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레어티스가 죽어가며 '형제여, 이걸로 서로 용서하자.'는 앞에서 보여준 분노의 감정이 크면 클수록 뭥미스럽기 때문에 이 부분은 연출이 에러라고 밖엔. 눈이 뻘개져서 죽여버리겠어! 라더니만, 마치 권투에서 공이 울리고 코너로 돌아가는 상대 선수 뒷통수를 치는 것처럼 얍삽하게 팔을 삭 긋는 것도 좀 웃기다. 원작에서도 그런 설정이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원작에선 그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이것이 복수의 결투가 아닌,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대결이라고 덧씌우고 시작한단 말이지. 그래서 레어티스가 형제여- 어쩌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정당한 대결에 간계를 꾸며 복수를 하려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 김장섭 씨는 김성기 씨와 비교하면 참으로 훈훈한 미중년이시라, 폴로니우스의 광대적인 면모를 보이기엔 느무 멋지시다. 레어티스를 프랑스에 보내면서 충고하는 중에 '넌 날 닮아서 너무 잘생겼어'라는 대사가 김성기 씨가 하면 개그 포인트겠지만, 김장섭 씨가 하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되버린다. 그래서 김장섭 씨의 폴로니우스는 조금 심심한데, 무덤지기는 또 아주 능청스럽게 걸쭉하게 잘 소화하셔서 대 만족. 루이 암스트롱 삘로 목소리를 걸걸하게 뽑아내시는데, 넘버와 잘 어울린다. 오늘은 아예 모짜렐라 해골을 은릿 얼굴 옆에 대고 '비슷하다'고 까지 하셨음ㅋㅋㅋㅋㅋ
이 부분 연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이 바로 앞에 오필리어가 참으로 슬프게 죽는단 말이지. 그러고 바로 무덤지기와 씐나씐나 이러고 놀고 있으니, 햄릿은 그냥 생각없는 놈으로 비치기 딱 좋은 설정. 원작에서야 덴마크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설정이니까 나라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고, 무덤지기와 삶과 죽음, 죽음의 공평함에 대해 만담을 늘어놓을 수 있겠다 싶지만, 뮤지컬 햄릿에서 햄릿은, 사방을 살피는 호레이쇼의 동작에서 미루어 짐작하길, 폴로니우스를 죽이고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실성한 오필리어에 대한 소문도 못 들었을까. 뭐 하여간 5막짜리 희곡을 2시간짜리 뮤지컬로 만들면서, 또 원작에 없던 거트루트와 클로디어스의 사랑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서 이것저것 쳐낸건 알겠지만, 캐릭터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너무 많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 범사마 님의 클로디어스는 역시 진리. 그런데 이쪽도 참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 오직 사랑~'을 외치고는 있지만, 거트루트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단말이지. 자신의 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것에 대한 명분을 '사랑'에서 찾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건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하는 모습도 그렇고, 햄릿 때문에 부부싸움 할 때 보여주는 신경질적인 면모도, 누가 왕인지 보여주겠다는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권력욕, 제일 심한 건 독배를 마시는 거트루트 옆에서 당황하기는 하나, 놀라거나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 그러니까 클로디어스의 거트루트에 대한 사랑은 딱 거기까지 였던 게지. 사랑 앞에 모든 걸 내던진 여자, 그게 바로 나라던 거트루트는 어렴풋이라도 그걸 깨닫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 이것저것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은릿의 풀어헤쳐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실한 가슴팍(;)이라던가, 허리에 이불 둘둘말고 반라로 미쳐 돌아댕기는 씬, 그리고 귀가 호강하는 그 맑고 힘있는 노래에 낚여서 아차산 지박령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