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5(수)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음향팀, 이게 최선입니까. ㅠ.ㅠ

- 모차르트!의 Overture는 내가 좋아하는 서곡 중의 하나인데, 얼마나 잔인한 인생 -> 왕자는 떠났네 -> 마음 굳게 먹어라 -> 나는 나는 음악 -> 황금별로 이어지는 애잔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의 흐름이 좋다. 특히, 왕자는 떠났네의 오보에와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들려오는 호른 소리가 참 좋다. 르베이 씨의 관악부 사용은 참 귀신같은데가 있어서,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을 정말 적절하게 잘 쓰신단 말이지.

오버츄어에서 무대는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공동묘지가 아니라, 공동묘지 처럼..인 이유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비석을 대신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굳이 따지자면, 음악의 무덤이라고 할까. 그리고 오른편 허공에 떠있는 천체가 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달이 아니라, 화성이나 금성으로 보인다. 그것도 무늬를 봐서는 화성보다는 금성 처럼 보이는데, 내가 너무 확대 해석인건가.

- 어쩌다 보니 계속 펠릭스 아마데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이안 아마데를 보니까, 아~ 정말 작고 소듕;; 여기 인형이 살아서 걸어다녀요~ 어찌나 깜찍한지. 전에도 썼지만, 이안이는 적어도 피아노를 배웠을 거 같다. 피아노 핸드 터치 싱크로율도 높고, 바이올린도 음악에 맞춰서 제대로 보잉하는 거 보면, 연주라도 할 것 같은 기세. 실제로 저렇게 쪼끄만한 아이가 짧은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리며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 연주를 해내는 걸 본다면 대부부은 저런 신동이 있나 하면서 신기해하는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아역한테 이런 말 하는 건 뭔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음악 상자 열리고 신내림받는 씬(실제와 다름)에서 조금만 연기를 해주면 안될까. 연출 디렉션은 간단했을 거 같지만, 그 장면 배경 음악이 꽤 길어서 참 뻘쭘하다. 이건 형인 펠릭스도 마찬가지라 뭐;; (이안이보다 펠릭스가 형 맞겠지..?)

- 은촤의 아빠바라기가 완벽 부활했다. 재/삼연에 비해 질풍노도의 반항아인가 했더니, "착한 아들" 속성이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니었는가보다.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나도 아빠를 사랑해, 하느님 다음 최고로~' 하면서 팔을 벌렸다 앞으로 모으고는 귀엽게 웃는데, 문젠 입으로만 사랑하는 아빠는 그런 아들 얼굴을 쳐다도 안 본다는 거. -_-; 누가 나만큼 아빨 사랑해~ 할 때도, 고개 쭉 빼고 실없는 웃음 흘리면서 아빠를 쳐다보지만, 끝내 아버지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 가버리고, 뒤에 남은 은촤는 실망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아빠를 따라 나간다.

황금별에서도 정말 남작부인 쪽으로는 거의 시선을 주지 않고, 간절한 시선으로 아빠만을 쫓는다. 어떻게든 자신을 이해받고싶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지는데, 아버지는 끝내 그 시선을 외면한다. 넌 여기 남아야한다는 소리에 설득하는 목소리도 참 애달프다. '아버지가 저를 더 자랑스러워하실 거라고요.' 조근조근, 그러면서도 호소력있게 설득하려고 애쓰는 은촤와 철벽을 두르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아버지의 태도는, 라푼젤과 마더 고텔의 그것과 닮아있다.

- 은촤 전관...이라고해도 이제 겨우(?) 일곱번째 공연인데, 내운명은 볼때마다 더 더 좋아지고, 레젼 갱신. 이날 달라진 디테일 중에 '이 운명 앞에 지는가'하는 가사 부분에서 한쪽 무릎 꿇고 주저앉아있다가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라면서 박차고 일어나서 거부의 몸짓을 하는데, 그 순간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는 명제가 은촤라는 그 존재 전부를 통해서 흘러나와 표현되는 그 느낌이 전율이더라. 이게 오르막 길을 뒷걸음으로 오르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진 건지, 은촤가 의도한 건지 모르겠는데, 난 진심으로 가슴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단말이지.
붉은 조명 속으로 점프하며 뛰어드는 실루엣은 참으로 시원스럽고 아름답지만, 눈이 아플 정도의 그 붉은 빛은 역시 불길하다.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 지난 후기를 읽다가 뭐가 빠진 거 같아서 보니, 내가 콘스탄체에 대해서는 일절 뭐라고 써놓지를 않았더라. 음, 그만큼 이번 사연에서 콘스탄체의 위치는 많이 축소되기도 했고;;
그런데 이날 눈에 들어왔던 게, 소향 콘스가 예술가의 아내 rep.에서 마술피리 작곡에 여념없는 볼프강을 바라보며 절망하다가 볼프강이 자기 쪽은 쳐다도 안보고 '곧 따라갈게'하는데, 은촤 손 끝을 살며시 잡았다가 스스르 놓는 디테일이 정~ 말 좋았다. 그러니까 이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가 내가 그동안 정말 바래왔던 콘스탄체의 마음을 느끼게 해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음악밖에 모르는 네 옆에서 나는 외로움에 지쳐서 이렇게 떠나지만, 내 진심은 니가 지금이라도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볼프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콘스탄체를 느끼게 해줘서 좋았다. 

- 민주교와 은촤의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뭐 다시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로 좋았지만, 오늘도 민주교님이 살~짝 박자를 놓치셨다. 이 곡이 결코 쉬운 박자가 아닌 거 아는데, 조~금만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민주교님도 디테일에 변화를 주셨는데, 첫번째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할때, 뒤에 잘못된 길을 힘줘서 지르는 게 아니라, 꼬득이는 투라고 할지, 목소리에 힘을 빼고 내 말을 들어~ 하듯 좀 나긋하게 부르시더라. 그리고 거기에 반격하는 은촤는 진짜 어쩌면 저렇게 힘에 부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민주교를 밀어붙이는지 불가사의. 분명 목소리는 힘이 없는데, 절대 묻히지 않는 목소리란 말이지. 내 표현의 한계인데, '받아들일지 포기해 버릴 건지'에서 둘이 맞붙을 땐 같이 성량 자랑하면서 맘껏 질러주는데, 솔로 파트에서는 소리 반 공기 반이라고 할지, 목소리 자체는 힘겨워 하는 느낌인데 그게 오케스트라든 앙상블이든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들려서 신기하다.

-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앙상블의 박력이 고스란히 볼프강을 짖누르는 압력이 되어 숨도 쉬지 못하고 말라가는데, 이안이는 귀엽게 생겨가지고 그렇게 야물딱지게 은촤를 닥달해댈 수가 없다.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고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그를 흔든다. 그리고 진짜로 숨을 헐떡이며 악보에 음표를 그려넣는 은촤. ㅠ.ㅠ

- 마지막 침대 씬에서 은촤가 스르륵 넘어가는데, 앉은 자리가 침대 헤드에서 좀 멀어서 헤드에 머리를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그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러진 자세로 버티면서 노래를 하는데, 분명히 저거 목힘으로 버티는 건데, 어떻게 음정하나 흔들리지 않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목소리 컨트롤하면서 감정을 다 실어 부르는지 감탄했다. 그러더니 마지막에 와서는 그냥 침대에 머리 쳐박고 노랠 하는데, '내 어린 시절 그리고 나의 누나, 내 아버지 나의 사~랑~' 진성으로 쭉 올려 부르는데, 온갖 자세로 노랠 하면서 흔들림없었던 난 괴물이 살짝 생각났다. 어우, 괴물로 단련되면 저런 자세에서도 이 정도 안정적인 가창이 되는구나.

- 내가 모차르트 오프닝 장면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게, 모차르트 장례식 날은 비가 퍼붓는 날씨여서 콘스탄체를 비롯한 가족 누구도 모차르트의 장지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모차르트가 어디 묻혔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콘스탄체는 자신있게 '여기에요.'라고 매스머 박사를 인도할까...하는 거였다. 뭐, 이건 뮤지컬이니까 하고 넘어갔는데, 와우~ 아드리안이 이걸 한 방에 해결해주더라.

극의 마지막 모차르트의 죽음에서 베버 부인은 모차르트의 유품 중 돈을 가져가고, 콘스탄체는 시체팔이를 했는데, 무덤에서 두개골을 꺼내고 좋아하던 매스머 박사 앞에 장피엘(로 추정)이 또 다른 두개골을 꺼내보인다. 그러자 뒤에서 돈 받아 챙긴 콘스탄체를 흘겨보는 매스머 박사의 모습을 통해, 결국 콘스탄체가 알려준 무덤도 모차르트의 진짜 무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아드리안 브라보~

결국 모차르트의 유산 중 제일 좋은 몫 - 음악은 난넬의 차지가 되었다. '끝나지 않는 음악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밤이나 낮이나 수많은 침묵 속에 다시 태어날거야'라고 그의 음악은 영원하리라고 고하는 뒤로 쓸쓸히 등장한 볼프강은 죽어서도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어쩌면 좋을까.

- 세종문화회관이 원래 뮤지컬하기에 좋은 공연장은 아니다. 광활하기 그지없는데다가 오케스트라 피트도 무지하게 넓어서 1열과 무대 사이가 적어도 6m이상 떨어져 있다. 애초에 연주회, 혹은 발레, 오페라 용 극장으로 만든 거니까. 그래도 그런 공연장을 대관받아서 뮤지컬을 올린 거였으면, 음향 설계를 좀 제대로 하던가. B,C,D 구역 다 앉아봤는데, 음향 밸런스를 C 구역 기준으로 맞췄는지, C 구역에선 개미 허리만큼 괜찮은 음향이 사이드로 가면 여지없이 뭉개진다. 특히 D구역 쪽에 퍼커션이 배치되어있어서, 그놈의 드럼, 스네어 뚱땅거리는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거 같더라. 내 다시는 D구역 앞으로는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공연이 중반을 향해가는데, 진심으로 묻고싶다. 음향팀, 지금 이 세팅이 최선입니까? 내가 위키드의 건조한 생목소리인 듯한 세팅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70% 뒤엎었다는 가사는 알아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언제까지 물먹은 솜 틀어막은 거 같은 거지같은 음향에 시달려야하는지.
이렇게 음향팀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건 이날 공연이 저~엉말 좋았기 때문. ㅠ.ㅠ 빌어먹을(feat. 은촤)

+ Tag 정리 하다가 보니까, 딱 3년전에도 나는 같은 날짜에 은촤를 봤더라.
그날 후기를 읽어보니, 레퀴엠에서 죽음씬까지 이어지는 부분에서 내 감상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새삼 All New라고는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걸 확인했다. 결국 신의 품으로 돌아간 아마데와 껍데기만 남은 볼프강이라는 구도는 달라진 게 없다. ㅠ.ㅠ

11. 06. 25 - 모차르트!(박은태/정선아/서범석/민영기/탕준상/에녹)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2(일) 19: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차지연,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얼마나 더 좋아질건가

- JCS나 프랑켄슈타인 때, 제때 써서 올리지 못한 후기들 때문에 이번 모차르트!는 강박적으로라도 후기를 쓰고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은태 스케줄이 더블일 때랑 트리플일 때 이렇게까지 여유로워지는 건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주 4~5회 공연이냐, 주 2~3회 공연이냐는 전관(;) 찍는 입장에서는 참 다르구나 싶;;; 아니, 트리플에 은촤 스케줄이 지금같아서 다행이다. ㅠ.ㅠ 더 빡빡했으면 나도 내가 어찌되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다.

- 이번에 내가 사연 모차르트!를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달리게 된 데 큰 일 한 "나는 나는 음악"과 언제나 그 곡 하나만 잘 불러주면 더 바랄 게 없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그리고 새로 추가된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진짜 EMK는 싹 뒤엎은 All New라고 광고를 했으면 음원이든 뭐든 좀 풀어라. ㅠ.ㅠ 그거 푼다고 달리던 거 안 달릴 거도 아니고.

- 나는 나는 음악 시작 전 브릿지 음악, 거울이 내려올 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하는 부분이라, 이런 짤막한 브릿지 음악까지 정말 치밀하게 짜넣었구나 새삼 감탄했다. 볼프강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조우하게 되지만, 조금은 우울하기까지 한 그 선율은 관객들에게 이제 나타날 존재가 "귀여운 아이"의 외관을 하고는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소리로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그 음울한 공기를 흩어놓는 맑고 가벼운 신디사이저 소리가 시작된다. 거기에 지지않는 영롱한 은촤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구슬같이 예쁜지. 자기 손 예쁜 거 자기도 알아서 참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보기 좋고. (손팻치;;;)

1막의 은촤가 살짝 재/삼연의 볼프강 스럽게 어려지기는 했는데, 뭐라할까, 그냥 어려지기만 한 게 아니라, 진폭을 키운 느낌이다. 유치한 장면에선 더 어려지고, 진지하고 반항기 넘치는 청년일 때는 또 급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할지.
예를 들어 베버 가족과 만나는 장면에서 은촤는 들이대는 그집 아가씨들에게 당황하며 순진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알로이지아에겐 자기가 먼저 찝적대는 여자 밝히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락토 공원에서는 저런 한심하고 한량같은 인간이 있나 싶다가도 "저급"이라는 단어에 확 돌아서 귀족 나으리를 거칠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뭐 그냥 재밌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ㅋㅋㅋ 콘스탄체와의 데이트에서도 참 빙구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또 딱 결정적인 순간일 때 한 방이 있다. (아, 알사탕 넣고 웅얼거리는 거 진짜 연출가 붙들고 절이라도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모차르트라는 인간이 그렇게 모순덩어리다. 아니, 모차르트 뿐이겠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는 똥과 방귀를 좋아하면서도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방탕한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하느님 다음으로 사랑한다던 순종적인 아들이며, 광기와 난잡함 속에 논리적이고 잘 짜여진 음악을 만들어낸, 그러니까 희대의 천재 소리를 듣는 얼간이. 36년을 살면서 600곡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게으름뱅이. 자존심,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만큼 세간의 평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서 치장하기를 좋아한 못난이.

그런 볼프강이 비로소 대주교로부터 시원하게 독립 선언하게 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이날 은촤 목상태는 시작부터 매우 쌩쌩하기에 기대가 좀 있었는데, 어우 졌다, 졌어. OTL  내가 지난 번에 17일 자체 레젼 어쩌고 그랬는데, 17일보다 더 좋더라. 이거이거 앞으로도 더 좋아질 여지가 아직 있는건...가?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좋아지지?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로운 고음이 공명을 일으키며 광활한 세종 홀을 가득 메우는 그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이러니 내가 전관 안 찍고 배기겠냐고. ㅠ.ㅠ 게다가 1막보다 2막이 더 좋은데 말이다.

- 프리뷰 이후로 김수용 주교를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아~ 여전히 주교로서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의 문제인지, 아니면 분장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가볍고 경박하다. 그래서 레오폴트가 그 앞에서 굽신거릴 때, 아니~ 뭐에 저렇게 굴종하시는 건가 싶어진다. 오히려 은촤가 바락바락 대들 땐, 살짝 동년배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하는 면이 있기는 한데, 젊은 대주교라고 생각하고 봐야할까. 더블 캐스트가 사연까지 이어오는 민주교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교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용 주교만의 개성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쉽다. 빈에 남겠어 넘버에서도 민주교는 '뭐야 저놈은!' 할 때 진심으로 역정을 내면서 등장하는데, 수용 주교는 별로 짜증나는 기색도 없이 그냥 노래를 하면서 등장. 좀 맥이 빠진다.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라 아직까지 역에 몸에 붙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특히 2막의 '어떻게 이런 일이(사연에선 위대한 음악이던가?)'에서 발성이 아쉽다. 딕션이 불분명하다가 보다는 그 툭툭 던지는 창법때문에 이 곡과 잘 맞지 않는달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열등감, 질투심 같은 게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이 뒤에 따라오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쉬운 길은 민주교 은촤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목소리 톤이 유사한 수용 주교와 은촤의 대결은 좀 심심한 편이었는데, 은촤가 마지막에 '후회는 없어!!' 하고 지를 때, 오케스트라 끝난 뒤에까지 밀어붙여 질러줘서 주교를 질리게 만들었던 게 인상에 남는다.

- 왠지 오랜만인 것 같은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 아~ 역시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또렷한 딕션, 확실한 박자감. 믿고보는 아버님. 박철호 씨의 "한국형" 아버지 연기도 나름 괜찮았지만, 노래만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인터미션을 하게 만드시니; 정열 레오폴트는 아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면서 한 편으로는 그 아들을 천재로 키워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아버지다. 그래서 자신의 그늘을 벗어난 아들에게 더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아버지. 참 이 짠한 부자를 어찌하오리까.

- 이날 새로 만나는 캐스트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분이 차지연 씨였다. 모차르트의 남작부인 역은 신영숙 씨 대체불가의 캐릭터로 굳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 캐스팅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미 그 캐릭터는 이 배우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고 고착화 된 상태에서 그 배역에 도전할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지연 씨는 굉장히 용기있는 도전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남작부인은 신영숙 씨의 아성이 너무도 단단한데, 일단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은 첫인상이 좋았다. 대단히 좋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차지연 만의 남작부인을 만들어온 것이 보였다. 그게 완성된 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투영할 정도로 신영숙 씨와는 차별화 된 남작부인을 만들어 온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차지연 씨를 본 게 아이다와 서편제 뿐이어서, 신영숙 씨처럼 앙상블의 고음을 이끌어줄 정도의 역량이 될까 의심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더라.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충분히 앙상블을 이끌어주고, 또 거기에서 볼프강에게 던지는 싸늘한 시선은 확실히 신영숙 씨와 다른 남작부인이었다.

- 모차르트!모차르트! 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촛불이 꺼져가듯 생명력이 스러져가는 볼프강. 그걸 지켜보는 나도 같이 생기를 빨리는 것 같다. 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로 신이 주신 운명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쳤다며 흐느끼다 외치는 '나의 사랑~~~' 쭉 올려줄 땐 감정이 같이 고양되면서 눈물이 쏟아진다. 무엇하나 남은 게 없는 그 인생이 가엽고, 그래도 음악은 영원히 남는다는 앙상블의 음성이 어찌나 서글프던지.
더 서글픈 건 죽은 후에도 여전히 볼프강은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지. ㅠ.ㅠ 죽어서도 고통받는 볼프강인가. ㅠ.ㅠ
젠장, 아드리안이고 쿤체고 왜이리 모차르트를 괴롭히는 거냐. 그리고 난 뭐가 좋다고 이걸 무한반복하고 있느냐고;

하여간 이건 다 은촤탓이닷!!!!!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0(금)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2막은 배우도 관객도 감정 노동

- 농담이 현실로. 진짜 이 기세로 은촤 전관 찍을 거같다. OTL

이날 사인회도 있던 날이고 해서 그랬는가, 암전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들뜬 박수 소리가 저 뒤쪽 3층에서 들려와서 좀 웃었다. 학생 단관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고등학교 때 단관으로 본 오페라 마술피리가 내 첫 오페라였는데, 그 때 생각도 좀 나고. 그때 정말 어리바리 선생님한테 오페라 보러갈 때 뭐 입고 가야하냐고 물어보고ㅋㅋㅋㅋㅋ 그때 선생님이 니들이 무슨 드레스라도 챙겨 입고 갈거냐며, 그냥 교복입고 오라고 그래서 괜히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세종이었구나. 그리운 추억이다. (아, 후기에 왠 사설이 이리도 긴지;;)

- 17일 후기에도 썼지만, 1막의 은촤는 프리뷰 때와 비교하면 살짝 어리고 천방지축스러운 느낌을 좀 더 살렸다. 그러면서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남매 케미를 살리더라. 사실 빨간 코트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난넬과의 형제애가 많이 아쉬웠는데, 그걸 은촤가 사소한 눈빛 교환, 손짓으로 하는 소소한 소통같은 걸로 살려내서 참 좋더라. 그리고 마냥 친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의견 차이가 나면 투닥투닥 다투기도 했을 거라는 평범한 남매의 모습도 보여주고.

오늘도 나는 나는 음악이 참 좋았는데, 진짜 사연으로 들어와서 난난음악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서, OST가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아마데와 볼프강의 첫 대면이면서, 앞으로 어떤 운명을 걷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음악이 주는 기쁨에 취해 내가 곧 음악이라고 그 안에 푹 빠져 행복해하는 볼프강을 바라보는 건, 같이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가슴 한 켠이 아릿하다. (그리고 은촤가 워낙 손가락이 길쭉하고 예쁘고 그 움직임이 나긋나긋해서 아마데에게 악상을 던져주는 동작도 초반의 어색함이 많이 사라지고 그냥 홀린 듯이 그 손짓만 쳐다보게된다. 손팻치;;)

하여간 저렇게 내가 곧 음악이라며 신나서 작곡해서 들고간 곡이었으니 '성스럽고 위대한 내 음악~'이라며 자랑이 늘어지는데, 무서운 건 이게 진심이고, 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거다. 앞에 나는 나는 음악에서 무게감이 생기니까, 이 장면에서 모차르트의 분노에 상당한 개연성이 생겼는데, 전에는 '모차르트를 찾아라'에서 볼프강이 그져 철없는 반항 청소년으로 느껴졌는데, 배우가 사연씩이나 하다보니, 그리고 연출의 방향이 다르다보니 이제야 음악가로서의 볼프강이 보인다.

대주교의 권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는 볼프강에 분노한 대주교가 '저 방정맞은 녀석을 데려가라!' 호통칠 때, 아버지가 쩔쩔매면서 그게 다 오해십니다 하는 뒤로 너~무나 해맑게 '진심입니다~'하는 볼프강. 그래 진심이라 무섭다니까. 그래서 자신의 악보가 구겨지고 버려질 때 볼프강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분노를 터트린다. 자신을 방정맞은 놈이니 뭐니 무시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음악을 쓰레기 취급하는 데는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악보의 쉼표 하나 까지 완벽하다고 했던 그 음악에서, 당신에게는 그 쉼표 조차 아깝다고 버럭대는 볼프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자존심을 짖밟힌 볼프강의 마음을 레오폴트는 헤아려주지도 않고, 그냥 대주교의 권위에 복종하라고만 한다. 소시민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어쩌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을. 

하여간 재/삼연을 볼 때도 그냥 건방진 반항아로만 보였던 이 장면에서 난 사연을 통해 처음으로 음악가 볼프강, "나는 천박한 놈이지만, 내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했던 그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 공연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것 중에 하난 이렇게 배우가 배역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면서 일체화되는 걸 지켜볼 때. 아버지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사소한 몸짓, 대사톤 이런 걸 섬세하게 조정해 나가면서 그 안에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리는 걸 지켜보는 게 좋다. 그래서 자꾸 공연장으로 발길이 가는 거지만;

- 황금별 이후에 빈으로 떠나겠다는 볼프강과 아버지와의 대립에서 레오폴트 옆에 서는 아마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전에 계속 투덜거렸는데, 이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이전까지 아무런 의심없이 볼프강이 아마데를 또 다른 "나"라고 인식했더랬는데, 이 사건(?)을 시작으로 볼프강이 드디어 아마데가 그냥 단순히 또 다른 자아가 아닌, 자신과 대립되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 계기라고 할까. 여기서 아버지를 열심히 설득하려다 실패하고 뒤돌아 서기 직전 은촤가 아마데를 한 번 쳐다보고는 뒤돌아서는데, 그게 꼭 따라오던지 말던지 네 맘대로 해, 난 여길 떠날 거야! 라는 거 같더라. 그제서야 뭔가가 실타래 풀리듯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아마데와 부딪힘이 잦아지기 시작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플라토 공원에서 '똥구린내 백작' 다음에 아주 스치듯 살짝 나오는데, 아르코 백작을 신나게 물리치고 의기양양해 하는 볼프강 앞에 아마데가 나타나서 뚱하니 쳐다본다가 뒤에서 베버부인이 볼프강을 부르자, 볼프강의 주의가 그리고 향하고, 아마데는 총총히 무대밖으로 사라진다. 어디를 가던 항상 붙어다니던 그 시절이 끝난 것이다. 도대체 그런 사소한 장면을 숨겨놓고 관객더러 캐치를 하라는 아드리안은 좋은 연출가다. OTL

- 이렇게 볼프강과 아마데가 처음엔 하나였다가 점점 분리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볼프강이 아마데를 자신을 짓누르는 "음악 신동"이라고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인 것이다. 귀에다 사이다 한 사발을 부은 것 같은 청량하고도 날카로운 "난 자유~다~~~~~~~~~~~~~~~~~" 이후로 등장한 아마데를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이 그것을 증명한다. 넌 결코 내 편이 아니잖아....라는, 그러니 어린 시절의 그 꼬마 아이는 이제 필요없다고, 떠나버리라고 하지만, 볼프강이 간과한 것이 아마데는 자신의 천재성이기도 하지만, '신동'인 채로 남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집념이 불러낸 주박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 지점이 재/삼연에서 아마데와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떨쳐버리고 싶은 천재성, 음악 상자에 붙들려 결국 아마데의 공격을 받게된 볼프강은 이제야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무게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 운명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피하는 길을 선택한다. 나를 얽매는 것이 자신의 재능이라는 덫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일견 탈출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일막의 엔딩은 미장센적으로 참 아름답고 시원스럽게 보이지만, 붉은 조명을 사용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황금별 조명이나 떠오르는 새벽빛 같은 그런 조명이었다면 훨씬 희망차게 보였을 거 같다는 이야기)

-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회피를 선택했기에, 볼프강은 아마데와 계속 공존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러다 서서히 아마데의 지배력이 커가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마데 역시 볼프강이 자신을 크게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면 그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을 거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음악"뿐이니까. 그러니까 아마데에게 중요한 것은 볼프강의 행복이나 사랑, 돈과 명예, 부와 명성 이런 게 아니다. 오로지 음악만을 향하는 그 순수한 열망이 "순수해서" 더 잔인한 이유다.
아마데에게 볼프강이 빈에서 성공한 것,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데, 인간 볼프강은 그로 인해 좌절하고 쓰러진다. 그리고 그런 볼프강을 아마데는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어리석고 멍청한 얄팍한 놈이라고. 이런 아마데의 공격에, 이제까지 자신이 곧 음악이며, 음악이 자신이라고 굳게 믿었던 볼프강이 무너진다.

- 그렇게 이미 무너진 볼프강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제대로 크리티컬 히트. 끝내 용서받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는 볼프강에게 레퀴엠 의뢰와 마술피리 의뢰가 같이 들어온다. 마술피리를 작곡하면서 보여주는 은촤의 연기가 정말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만큼 가슴이 아프다. 자신의 음악의 아름다움에 취해 울면서 웃는 그 얼굴에 고통과 쾌락, 슬픔과 행복이 같이 떠오른다.

- 이날의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17일에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은촤 민주교 아주 팽팽한 기싸움이며 성량 대결을 제대로 펼쳐보여줘서 아주 귀호강. 빈사 상태로 간신히 간신히 버텨내다가 눈빛만 형형하게 빛을 내며 내던진 "후회는 없어~"를 오케스트라 끝난 뒤까지 밀어붙이던 은촤에게 브라보~

그리고는 곧장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그 앞에 아마데가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한다. 대주교와의 싸움에서는 어떻게든 최후의 한방울 까지 짜내서 버티고 버텨 승리할 수 있었지만, 볼프강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도 이미 기력이 소진한 다음인데야, 더이상 아마데에게 거스를 수 없는 상태. 그저 빼앗기고 빼앗긴다. 그의 모든 영육간의 에너지와 영혼까지. 그 뒤에서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앙상블의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폭군과도 같은 아마데의 횡포와 맞물려서 볼프강을 압박한다. 저대로 질식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흡이 가빠지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말라가는 은촤를 바라보는 건 진짜 굉장한 강도의 감정 노동이다. ㅠ.ㅠ

- 끝내 자신의 행복을 버려가며 신이 주신 운명을 지켜낸 볼프강은 그런 자신에게 남은 건 음악 뿐이라고 눈물을 흘린다. 그저 행복하길 바란 것 뿐인데, 자신에게 재능을 주신 신께선 그것 말고 다른 건 무엇 하나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 마지막 외침은 자조였을까, 원망이었을까.

아마데를 꼭 끌어안은 볼프강이 그래서 더 슬프고, 피날레의 아마데와 레오폴트의 랑데뷰는 두배로 더 슬프다. 어디에도 안길 곳 없는 볼프강은 어쩌란 말인지. ㅠ.ㅠ 생각할 수록 그 비참한 죽음이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 아우, 난 모차르트 빠순이 주제에 왜이렇게 본격 모차르트 불쌍하게 만드는 뮤지컬에 빠져서 이모양인거야. ㅠ.ㅠ
이게 다 은촤 때문이닷!!!!! (책임회피)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7(화)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화요일스러운 공연, 그러나 2막이 살렸다.

-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공연계에는 화요병이라는 게 있다한다. 그래도 대게는 다들 프로니까 그렇게까지 티가 나지는 않는데, 이날의 모차르트!는 오케도 배우도 무대도 다들 삐끗삐끗.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항상 베스트일 수 는 없을 거라고 이해는 한다. 그러나 뮤지컬 티켓값 한두푼 하는 거 아니고, 다들 나같이 홍익뮤덕의 정신으로 객석에 앉아있는 거 아니고, 귀중한 시간, 돈 들여서 공연을 보러오는 거다. 그것만 명심해서 공연해주면 좋겠다.....만 뭐 그래도 좋다고 달리는 나같은 사람이 있으니, 결국 내가 제일 문제인가? -_-;

- 1막의 은촤가 묘하게 어려졌다. 살짝 재/삼연의 볼프강이 떠오를 정도까지 갔는데, 음....난 애새끼어린애는 취향이 아니라서. 부디 '밝고 명랑한'이 '어린'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본적으로 볼프강이 가지고 있는 똘끼, 광기, 유쾌함, 유아기적 유치함을 뭉뚱그려서 '어리다'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삼연까지는 저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사연에서 연출과 극의 방향에서 보면 어울리지 않거든. 아직까지 그렇게 밸런스가 무너진 정도는 아니지만, 더 나가는 건 싫다.

- 뭔가 어수선하고 미묘하게 삐끗대던 1막이 정리되는 건 역시나 '여기 빈에 남겠어' -> '내 운명 피하고싶어'로 이어지는 1막의 절정부. 민주교님이 살짝 박자가 어긋났지만, 여기서 난 한 사람의 예술가이며 자유인이라고 선언하는 볼프강의 단호한 태도, 대주교 앞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대거리가 참 좋다. 난 자유다~ 이후에 그 후련해 보이던 미소가 아마데의 등장으로 흐려지면서 시작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특별한 내운명이었다. 지금까지(11,13,15,17...뭐냐;) 13일 내운명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깨버리더라. 어떻게 살아!! 하고 확 긁으며 절규하는데, 아마데가 묶어놓은 속박의 끈처럼 자신을 옭아맨 운명을 진심으로 부정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구나 하는게 느껴지더라. 진짜 내가 본 중에는 최고의 내운명이었다.

늘 하던대로 하는 건 쉽다. 그러나 알게된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도 사는 건 여전히 어렵다. 결코 익숙해지지도 수월해지지 않는다. 그건 공부도 일도, 무대 위에 서는 배우도 마찬가지다. 하던대로 해서는 먹히지 않는다. 그걸 뛰어넘는 탁월함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날의 내운명은 박은태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탁월함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랬던 만큼 아쉬운 점도 있는게, 볼프강은 자유로운 예술가로 살겠다고 아버지도, 대주교도 벗어났는데, 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던 운명, 아마데는 과연 어떤 의미인지가 아직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거. 저렇게 진저리 치면서 탈출에 성공! 씐나게 점프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은 미장센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답고 의미있는 장면인데, 아~ 아마데~

사실 여기서 아마데가 뭘 하는지 지켜보니 깨알같이 뭘 하기는 하더라. 너무 깨알같아서 눈에 안들어와서 그렇지. -_-;
볼프강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아마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이럴 때만 지나치게 친절한 연출;) 그리고 나서 볼프강이 아름다운 교향곡이 여인의 살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는 내 살고 싶은대로 살겠다고 할 때, 여기서 아마데가 악상을 억지로 잡아 끌어내는 동작을 하더라. 이제까지는 볼프강이 던져주는 악상을 받아적기만 하더니, 안 던져주니까 빼앗아서라도 가져간다는 그런 연출인거 같은데, 위에도 말했지만 너무 깨알같은 연출이라 눈에 잘 안 들어온다는;;

순서를 좀 비껴가지만, 이게 아마데가 혼란씬에서 볼프강을 공격하다가 콘스탄체가 들어오면, 아마데는 볼프강의 눈물 한 방울을 훔쳐가서 악보를 쓰더라. 이거 완전 발리는 설정인데 그거 캐치한 사람 얼마나 되려나. 적어도 그날 같이 본 내 친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공연을 좀 본다면 보는 친구이고, 이게 그날 두번째 관람인데도.

아드리안이 아마데의 비중을 어떤식으로 늘렸는지 알겠는데 그럼 그게 연출의 의도대로 연기가 가능한 연령대의 아역을 캐스팅해야했다. 지금의 아마데는 둘다 너무 어리다. 동선 외우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쫒아는 가지만 그 동작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 물론 지금 하는 아역들도 나름 열심히 해주고 있고, 그 많은 동작 동선 다 외워서 실수없이 해내는 거 기특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라고 할만한 걸 보여주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는 거지. 아마데를 너무 신동, 어린애로 촛점을 맞춰서 7살 전후로 설정한 거 같은데, 연령이 좀 올라가도 좋았을 거 같다. (탕이나 준서를 캐스팅하기엔 또 노래 한 소절 없는 이 배역이 배우 낭비 같기도 하지만, 지금의 탕이나 준서가 아드리안이 만들어놓은 아마데를 연기해준다면 얼마나 서늘하고도 악마적일까 ㅠ.ㅠ)

- 2막은 아마데의 비중이 1막에 비해 훠얼씬 늘어나게 되는데, 그 중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수수께끼 장면이다. 내가 프리뷰 첫공을 보고 이 난잡하고 조잡하고 어지러운 장면 연출은 뭐냐며 사실 재/삼연의 연출을 좀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번 보니까 이 장면의 의미 자체가 확 달라졌더라. 재/삼연에서 이 장면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건 그냥 볼프강이 꾸는 꿈이며 그의 무의식의 세계다. 앙상블의 의상이나 안무가 그런 환타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장치이며, 모든 건 볼프강이 가진 죄책감이 꿈으로 드러나는 그런 장면이었다.

그러나 사연에서 이 장면은 단순히 볼프강의 무의식, 꿈이라기 보다는 아마데가 불러일으키는 악몽 혹은 볼프강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예지몽이다. 그런데 이 장면의 아드리안 연출이 지나치게 친절하다. 이건 뭐 거의 관객 입에 떠먹여 주는 수준의 연출을 보여주니까 그게 또 살짝 반감이 들지. 볼프강이 가족에 대해 지고 있는 부채 의식, 누나에 대한 죄책감, 부부 사이의 불안, 아이의 유산, 뜯어먹기 바쁜 처가와 끝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대주교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다가, 남작부인은 대놓고 커다란 열쇠를 들고 등장한다. 열쇠가 상징하는 건 너무나 명확해서;; (이 넘버의 제목이 수수께끼;;) 그리고 그 열쇠는 허망하게 부서지고, 볼프강은 아마데의 음악 상자 속에 갖혀버린다.
재/삼연에서 이 장면의 숨은 주인공은 아버지였다면, 사연에서 이 장면에서 아버지의 비중은 줄고 아마데의 비중이 확연하게 늘었다. 그렇게 아마데가 볼프강을 몰아붙이는 게 보이는데, 또 여기서 벽에 가로막히는 게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왜냐면 볼프강은 여전히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음악하고 있잖아;;  하다못해 콘스탄체를 그리면서 세레나데를 부를 때 조차 떠오르는 악상을 던져줄 정도인데;

- 이 뒤로는 잠깐의 성공 뒤로 꾸준히 내리막길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씬만 남아있는데,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이후 부터 어찌나 눈물을 줄줄 매달고 있던지, 결국 오른쪽에 검은 눈물자국이 남았는데, 그게 살짝 블랙 스완의 포스터가 떠오르면서 섬뜩함도 불러일으킨다. (전에 JCS할 때도 상처 분장 위로 눈물이 흘러내려서 마치 피 눈물을 흘린 것 같은 효과가 나더니)

-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은촤의 연기, 감정선, 민주교와의 대립 다 좋았는데,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삐끗거리던게 이 곡에서 거의 재앙 수준으로 실수 연발. 민주교 박자 놓치고, 은촤도 한 소절 날리고 안해! 해야할 때 또 박자놓치고;;
그럼에도 이 넘버에서 보여주는 은촤의 연기에 그냥 다 놓아버리게 된다. ㅠ.ㅠ 창백하게 히마리가 하나도 없는 애가 꾸역꾸역 버티고 버티다가 이 환호성을 들어보라며, 이게 내 삶의 의미라고 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 환성에 젖어드는 모습이라던가, 마치 회광반조처럼도 보이는 세상 어디서도 내 음악이 들려온다며 대주교를 압박하는 장면도 너무 좋아서. ㅠ.ㅠ

(처음엔 이 넘버가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곡 자체가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이게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둘이 엇갈리게 부르다가 딱 정면대결하면서 '받아들일지 포기해버릴 건지' 하고 같이 부르는 부분이라던가 화음을 이루는 부분 같은게 역시 르베이 곡이구나 했다.)

-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진짜 숨도 쉬지 못하고 보게된다. 전엔 앙상블의 웅장한 떼창 감상하던 넘버였는데, 여기에서 은촤 연기가 정말 너무 처절해서 ㅠ.ㅠ 단 한 순간도 쉬지못하고 계속해서 음악을, 생기를 빨리는 볼프강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모르겠다. 온몸으로 바르작거리며 반항해봐도 이미 아마데에게 거스를 수 없는 볼프강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여서 침대에 널부러지고, 그런 볼프강을 향해 끊임없이 더 아름다운 음악, 더 성스러운 음악, 더 듣기 좋은 음악을 내놓으라며 닦달하는 앙상블의 탐욕스러움이 절정에 달하는 그 분에서, 또 결정적으로 오케와 신영숙 씨가 엇박이 났다. 여긴 명백히 오케가 반박자 먼저 들어간건데, 문정 음감님 ㅠ.ㅠ 담엔 잘 맞춰줘요.

- 볼프강 모차르트의 죽음은 끝까지 비참하고, 그의 음악만이 살아남았다고 확인 사살하는 피날레 역시 내겐 너무 커다란 슬픔이고. ㅠ.ㅠ 아마데와 아버지의 포옹을 바라보는 은촤의 물기어린 시선만 기억에 남는다.

- 다른 배우들 얘기를 해보자면, 박철호 씨의 레올폴드는 기대치를 낮추면 수용 가능, 조성지 씨의 쉬카네더는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더라. 이경미 베버 부인 역시 캐릭터 적으로는 김현숙 씨보다는 낫고, 넘버 소화 안되는 건 뭐 원래도 베버 부인 넘버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마데 아역 둘을 놓고 보면, 이안이는 바이올린 연주할 때 보잉이 제대로다. 음악 공부한 듯, 피아노 핸드 터치도 제대로. 펠릭스는 너무 초보자 티가 팍팍. 그런데 연기 디텔 깨알같이 살리는 건 펠릭스이기는 한데 문제는 그 동작에 별로 의미부여가 안되는 어색함이 있어서. 그저 공연이 진행되면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