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5(수)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음향팀, 이게 최선입니까. ㅠ.ㅠ
- 모차르트!의 Overture는 내가 좋아하는 서곡 중의 하나인데, 얼마나 잔인한 인생 -> 왕자는 떠났네 -> 마음 굳게 먹어라 -> 나는 나는 음악 -> 황금별로 이어지는 애잔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의 흐름이 좋다. 특히, 왕자는 떠났네의 오보에와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들려오는 호른 소리가 참 좋다. 르베이 씨의 관악부 사용은 참 귀신같은데가 있어서,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을 정말 적절하게 잘 쓰신단 말이지.
오버츄어에서 무대는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공동묘지가 아니라, 공동묘지 처럼..인 이유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비석을 대신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굳이 따지자면, 음악의 무덤이라고 할까. 그리고 오른편 허공에 떠있는 천체가 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달이 아니라, 화성이나 금성으로 보인다. 그것도 무늬를 봐서는 화성보다는 금성 처럼 보이는데, 내가 너무 확대 해석인건가.
- 어쩌다 보니 계속 펠릭스 아마데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이안 아마데를 보니까, 아~ 정말 작고 소듕;; 여기 인형이 살아서 걸어다녀요~ 어찌나 깜찍한지. 전에도 썼지만, 이안이는 적어도 피아노를 배웠을 거 같다. 피아노 핸드 터치 싱크로율도 높고, 바이올린도 음악에 맞춰서 제대로 보잉하는 거 보면, 연주라도 할 것 같은 기세. 실제로 저렇게 쪼끄만한 아이가 짧은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리며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 연주를 해내는 걸 본다면 대부부은 저런 신동이 있나 하면서 신기해하는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아역한테 이런 말 하는 건 뭔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음악 상자 열리고 신내림받는 씬(실제와 다름)에서 조금만 연기를 해주면 안될까. 연출 디렉션은 간단했을 거 같지만, 그 장면 배경 음악이 꽤 길어서 참 뻘쭘하다. 이건 형인 펠릭스도 마찬가지라 뭐;; (이안이보다 펠릭스가 형 맞겠지..?)
- 은촤의 아빠바라기가 완벽 부활했다. 재/삼연에 비해 질풍노도의 반항아인가 했더니, "착한 아들" 속성이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니었는가보다.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나도 아빠를 사랑해, 하느님 다음 최고로~' 하면서 팔을 벌렸다 앞으로 모으고는 귀엽게 웃는데, 문젠 입으로만 사랑하는 아빠는 그런 아들 얼굴을 쳐다도 안 본다는 거. -_-; 누가 나만큼 아빨 사랑해~ 할 때도, 고개 쭉 빼고 실없는 웃음 흘리면서 아빠를 쳐다보지만, 끝내 아버지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 가버리고, 뒤에 남은 은촤는 실망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아빠를 따라 나간다.
황금별에서도 정말 남작부인 쪽으로는 거의 시선을 주지 않고, 간절한 시선으로 아빠만을 쫓는다. 어떻게든 자신을 이해받고싶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지는데, 아버지는 끝내 그 시선을 외면한다. 넌 여기 남아야한다는 소리에 설득하는 목소리도 참 애달프다. '아버지가 저를 더 자랑스러워하실 거라고요.' 조근조근, 그러면서도 호소력있게 설득하려고 애쓰는 은촤와 철벽을 두르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아버지의 태도는, 라푼젤과 마더 고텔의 그것과 닮아있다.
- 은촤 전관...이라고해도 이제 겨우(?) 일곱번째 공연인데, 내운명은 볼때마다 더 더 좋아지고, 레젼 갱신. 이날 달라진 디테일 중에 '이 운명 앞에 지는가'하는 가사 부분에서 한쪽 무릎 꿇고 주저앉아있다가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라면서 박차고 일어나서 거부의 몸짓을 하는데, 그 순간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는 명제가 은촤라는 그 존재 전부를 통해서 흘러나와 표현되는 그 느낌이 전율이더라. 이게 오르막 길을 뒷걸음으로 오르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진 건지, 은촤가 의도한 건지 모르겠는데, 난 진심으로 가슴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단말이지.
붉은 조명 속으로 점프하며 뛰어드는 실루엣은 참으로 시원스럽고 아름답지만, 눈이 아플 정도의 그 붉은 빛은 역시 불길하다.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 지난 후기를 읽다가 뭐가 빠진 거 같아서 보니, 내가 콘스탄체에 대해서는 일절 뭐라고 써놓지를 않았더라. 음, 그만큼 이번 사연에서 콘스탄체의 위치는 많이 축소되기도 했고;;
그런데 이날 눈에 들어왔던 게, 소향 콘스가 예술가의 아내 rep.에서 마술피리 작곡에 여념없는 볼프강을 바라보며 절망하다가 볼프강이 자기 쪽은 쳐다도 안보고 '곧 따라갈게'하는데, 은촤 손 끝을 살며시 잡았다가 스스르 놓는 디테일이 정~ 말 좋았다. 그러니까 이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가 내가 그동안 정말 바래왔던 콘스탄체의 마음을 느끼게 해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음악밖에 모르는 네 옆에서 나는 외로움에 지쳐서 이렇게 떠나지만, 내 진심은 니가 지금이라도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볼프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콘스탄체를 느끼게 해줘서 좋았다.
- 민주교와 은촤의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뭐 다시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로 좋았지만, 오늘도 민주교님이 살~짝 박자를 놓치셨다. 이 곡이 결코 쉬운 박자가 아닌 거 아는데, 조~금만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민주교님도 디테일에 변화를 주셨는데, 첫번째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할때, 뒤에 잘못된 길을 힘줘서 지르는 게 아니라, 꼬득이는 투라고 할지, 목소리에 힘을 빼고 내 말을 들어~ 하듯 좀 나긋하게 부르시더라. 그리고 거기에 반격하는 은촤는 진짜 어쩌면 저렇게 힘에 부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민주교를 밀어붙이는지 불가사의. 분명 목소리는 힘이 없는데, 절대 묻히지 않는 목소리란 말이지. 내 표현의 한계인데, '받아들일지 포기해 버릴 건지'에서 둘이 맞붙을 땐 같이 성량 자랑하면서 맘껏 질러주는데, 솔로 파트에서는 소리 반 공기 반이라고 할지, 목소리 자체는 힘겨워 하는 느낌인데 그게 오케스트라든 앙상블이든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들려서 신기하다.
-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앙상블의 박력이 고스란히 볼프강을 짖누르는 압력이 되어 숨도 쉬지 못하고 말라가는데, 이안이는 귀엽게 생겨가지고 그렇게 야물딱지게 은촤를 닥달해댈 수가 없다.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고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그를 흔든다. 그리고 진짜로 숨을 헐떡이며 악보에 음표를 그려넣는 은촤. ㅠ.ㅠ
- 마지막 침대 씬에서 은촤가 스르륵 넘어가는데, 앉은 자리가 침대 헤드에서 좀 멀어서 헤드에 머리를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그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러진 자세로 버티면서 노래를 하는데, 분명히 저거 목힘으로 버티는 건데, 어떻게 음정하나 흔들리지 않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목소리 컨트롤하면서 감정을 다 실어 부르는지 감탄했다. 그러더니 마지막에 와서는 그냥 침대에 머리 쳐박고 노랠 하는데, '내 어린 시절 그리고 나의 누나, 내 아버지 나의 사~랑~' 진성으로 쭉 올려 부르는데, 온갖 자세로 노랠 하면서 흔들림없었던 난 괴물이 살짝 생각났다. 어우, 괴물로 단련되면 저런 자세에서도 이 정도 안정적인 가창이 되는구나.
- 내가 모차르트 오프닝 장면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게, 모차르트 장례식 날은 비가 퍼붓는 날씨여서 콘스탄체를 비롯한 가족 누구도 모차르트의 장지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모차르트가 어디 묻혔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콘스탄체는 자신있게 '여기에요.'라고 매스머 박사를 인도할까...하는 거였다. 뭐, 이건 뮤지컬이니까 하고 넘어갔는데, 와우~ 아드리안이 이걸 한 방에 해결해주더라.
극의 마지막 모차르트의 죽음에서 베버 부인은 모차르트의 유품 중 돈을 가져가고, 콘스탄체는 시체팔이를 했는데, 무덤에서 두개골을 꺼내고 좋아하던 매스머 박사 앞에 장피엘(로 추정)이 또 다른 두개골을 꺼내보인다. 그러자 뒤에서 돈 받아 챙긴 콘스탄체를 흘겨보는 매스머 박사의 모습을 통해, 결국 콘스탄체가 알려준 무덤도 모차르트의 진짜 무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아드리안 브라보~
결국 모차르트의 유산 중 제일 좋은 몫 - 음악은 난넬의 차지가 되었다. '끝나지 않는 음악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밤이나 낮이나 수많은 침묵 속에 다시 태어날거야'라고 그의 음악은 영원하리라고 고하는 뒤로 쓸쓸히 등장한 볼프강은 죽어서도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어쩌면 좋을까.
- 세종문화회관이 원래 뮤지컬하기에 좋은 공연장은 아니다. 광활하기 그지없는데다가 오케스트라 피트도 무지하게 넓어서 1열과 무대 사이가 적어도 6m이상 떨어져 있다. 애초에 연주회, 혹은 발레, 오페라 용 극장으로 만든 거니까. 그래도 그런 공연장을 대관받아서 뮤지컬을 올린 거였으면, 음향 설계를 좀 제대로 하던가. B,C,D 구역 다 앉아봤는데, 음향 밸런스를 C 구역 기준으로 맞췄는지, C 구역에선 개미 허리만큼 괜찮은 음향이 사이드로 가면 여지없이 뭉개진다. 특히 D구역 쪽에 퍼커션이 배치되어있어서, 그놈의 드럼, 스네어 뚱땅거리는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거 같더라. 내 다시는 D구역 앞으로는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공연이 중반을 향해가는데, 진심으로 묻고싶다. 음향팀, 지금 이 세팅이 최선입니까? 내가 위키드의 건조한 생목소리인 듯한 세팅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70% 뒤엎었다는 가사는 알아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언제까지 물먹은 솜 틀어막은 거 같은 거지같은 음향에 시달려야하는지.
이렇게 음향팀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건 이날 공연이 저~엉말 좋았기 때문. ㅠ.ㅠ 빌어먹을(feat. 은촤)
+ Tag 정리 하다가 보니까, 딱 3년전에도 나는 같은 날짜에 은촤를 봤더라.
그날 후기를 읽어보니, 레퀴엠에서 죽음씬까지 이어지는 부분에서 내 감상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새삼 All New라고는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걸 확인했다. 결국 신의 품으로 돌아간 아마데와 껍데기만 남은 볼프강이라는 구도는 달라진 게 없다. ㅠ.ㅠ
11. 06. 25 - 모차르트!(박은태/정선아/서범석/민영기/탕준상/에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