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2(일) 19: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차지연,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얼마나 더 좋아질건가

- JCS나 프랑켄슈타인 때, 제때 써서 올리지 못한 후기들 때문에 이번 모차르트!는 강박적으로라도 후기를 쓰고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은태 스케줄이 더블일 때랑 트리플일 때 이렇게까지 여유로워지는 건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주 4~5회 공연이냐, 주 2~3회 공연이냐는 전관(;) 찍는 입장에서는 참 다르구나 싶;;; 아니, 트리플에 은촤 스케줄이 지금같아서 다행이다. ㅠ.ㅠ 더 빡빡했으면 나도 내가 어찌되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다.

- 이번에 내가 사연 모차르트!를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달리게 된 데 큰 일 한 "나는 나는 음악"과 언제나 그 곡 하나만 잘 불러주면 더 바랄 게 없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그리고 새로 추가된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진짜 EMK는 싹 뒤엎은 All New라고 광고를 했으면 음원이든 뭐든 좀 풀어라. ㅠ.ㅠ 그거 푼다고 달리던 거 안 달릴 거도 아니고.

- 나는 나는 음악 시작 전 브릿지 음악, 거울이 내려올 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하는 부분이라, 이런 짤막한 브릿지 음악까지 정말 치밀하게 짜넣었구나 새삼 감탄했다. 볼프강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조우하게 되지만, 조금은 우울하기까지 한 그 선율은 관객들에게 이제 나타날 존재가 "귀여운 아이"의 외관을 하고는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소리로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그 음울한 공기를 흩어놓는 맑고 가벼운 신디사이저 소리가 시작된다. 거기에 지지않는 영롱한 은촤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구슬같이 예쁜지. 자기 손 예쁜 거 자기도 알아서 참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보기 좋고. (손팻치;;;)

1막의 은촤가 살짝 재/삼연의 볼프강 스럽게 어려지기는 했는데, 뭐라할까, 그냥 어려지기만 한 게 아니라, 진폭을 키운 느낌이다. 유치한 장면에선 더 어려지고, 진지하고 반항기 넘치는 청년일 때는 또 급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할지.
예를 들어 베버 가족과 만나는 장면에서 은촤는 들이대는 그집 아가씨들에게 당황하며 순진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알로이지아에겐 자기가 먼저 찝적대는 여자 밝히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락토 공원에서는 저런 한심하고 한량같은 인간이 있나 싶다가도 "저급"이라는 단어에 확 돌아서 귀족 나으리를 거칠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뭐 그냥 재밌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ㅋㅋㅋ 콘스탄체와의 데이트에서도 참 빙구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또 딱 결정적인 순간일 때 한 방이 있다. (아, 알사탕 넣고 웅얼거리는 거 진짜 연출가 붙들고 절이라도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모차르트라는 인간이 그렇게 모순덩어리다. 아니, 모차르트 뿐이겠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는 똥과 방귀를 좋아하면서도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방탕한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하느님 다음으로 사랑한다던 순종적인 아들이며, 광기와 난잡함 속에 논리적이고 잘 짜여진 음악을 만들어낸, 그러니까 희대의 천재 소리를 듣는 얼간이. 36년을 살면서 600곡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게으름뱅이. 자존심,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만큼 세간의 평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서 치장하기를 좋아한 못난이.

그런 볼프강이 비로소 대주교로부터 시원하게 독립 선언하게 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이날 은촤 목상태는 시작부터 매우 쌩쌩하기에 기대가 좀 있었는데, 어우 졌다, 졌어. OTL  내가 지난 번에 17일 자체 레젼 어쩌고 그랬는데, 17일보다 더 좋더라. 이거이거 앞으로도 더 좋아질 여지가 아직 있는건...가?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좋아지지?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로운 고음이 공명을 일으키며 광활한 세종 홀을 가득 메우는 그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이러니 내가 전관 안 찍고 배기겠냐고. ㅠ.ㅠ 게다가 1막보다 2막이 더 좋은데 말이다.

- 프리뷰 이후로 김수용 주교를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아~ 여전히 주교로서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의 문제인지, 아니면 분장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가볍고 경박하다. 그래서 레오폴트가 그 앞에서 굽신거릴 때, 아니~ 뭐에 저렇게 굴종하시는 건가 싶어진다. 오히려 은촤가 바락바락 대들 땐, 살짝 동년배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하는 면이 있기는 한데, 젊은 대주교라고 생각하고 봐야할까. 더블 캐스트가 사연까지 이어오는 민주교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교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용 주교만의 개성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쉽다. 빈에 남겠어 넘버에서도 민주교는 '뭐야 저놈은!' 할 때 진심으로 역정을 내면서 등장하는데, 수용 주교는 별로 짜증나는 기색도 없이 그냥 노래를 하면서 등장. 좀 맥이 빠진다.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라 아직까지 역에 몸에 붙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특히 2막의 '어떻게 이런 일이(사연에선 위대한 음악이던가?)'에서 발성이 아쉽다. 딕션이 불분명하다가 보다는 그 툭툭 던지는 창법때문에 이 곡과 잘 맞지 않는달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열등감, 질투심 같은 게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이 뒤에 따라오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쉬운 길은 민주교 은촤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목소리 톤이 유사한 수용 주교와 은촤의 대결은 좀 심심한 편이었는데, 은촤가 마지막에 '후회는 없어!!' 하고 지를 때, 오케스트라 끝난 뒤에까지 밀어붙여 질러줘서 주교를 질리게 만들었던 게 인상에 남는다.

- 왠지 오랜만인 것 같은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 아~ 역시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또렷한 딕션, 확실한 박자감. 믿고보는 아버님. 박철호 씨의 "한국형" 아버지 연기도 나름 괜찮았지만, 노래만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인터미션을 하게 만드시니; 정열 레오폴트는 아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면서 한 편으로는 그 아들을 천재로 키워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아버지다. 그래서 자신의 그늘을 벗어난 아들에게 더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아버지. 참 이 짠한 부자를 어찌하오리까.

- 이날 새로 만나는 캐스트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분이 차지연 씨였다. 모차르트의 남작부인 역은 신영숙 씨 대체불가의 캐릭터로 굳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 캐스팅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미 그 캐릭터는 이 배우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고 고착화 된 상태에서 그 배역에 도전할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지연 씨는 굉장히 용기있는 도전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남작부인은 신영숙 씨의 아성이 너무도 단단한데, 일단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은 첫인상이 좋았다. 대단히 좋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차지연 만의 남작부인을 만들어온 것이 보였다. 그게 완성된 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투영할 정도로 신영숙 씨와는 차별화 된 남작부인을 만들어 온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차지연 씨를 본 게 아이다와 서편제 뿐이어서, 신영숙 씨처럼 앙상블의 고음을 이끌어줄 정도의 역량이 될까 의심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더라.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충분히 앙상블을 이끌어주고, 또 거기에서 볼프강에게 던지는 싸늘한 시선은 확실히 신영숙 씨와 다른 남작부인이었다.

- 모차르트!모차르트! 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촛불이 꺼져가듯 생명력이 스러져가는 볼프강. 그걸 지켜보는 나도 같이 생기를 빨리는 것 같다. 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로 신이 주신 운명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쳤다며 흐느끼다 외치는 '나의 사랑~~~' 쭉 올려줄 땐 감정이 같이 고양되면서 눈물이 쏟아진다. 무엇하나 남은 게 없는 그 인생이 가엽고, 그래도 음악은 영원히 남는다는 앙상블의 음성이 어찌나 서글프던지.
더 서글픈 건 죽은 후에도 여전히 볼프강은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지. ㅠ.ㅠ 죽어서도 고통받는 볼프강인가. ㅠ.ㅠ
젠장, 아드리안이고 쿤체고 왜이리 모차르트를 괴롭히는 거냐. 그리고 난 뭐가 좋다고 이걸 무한반복하고 있느냐고;

하여간 이건 다 은촤탓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