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25(토) 7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정영주,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두 줄 평 - 에녹 쉬카네더님, 목소리 빨리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박은태 배우님, 제가 졌습니다. OTL

- 원래 캐스팅 스케줄에 오늘 저녁 공연 쉬카네더는 김순택 배우님으로 올라있어서, 오늘도 새 얼굴 한 명 보게되나 했더니, 에녹 배우님이 그냥 올라오셨다. 그동안 후기에 쓰지는 않았지만, 난 에녹 배우님 쉬카네더가 늠 씐나고 흥겨워서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목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으셨다. 23일에도 멀쩡하셨는데. ㅠ.ㅠ
그래서 '나는 쉬카네더' 넘버의 끝 부분 '주! 인! 고~~~옹~~~~~~~~~~' 하는 부분에서 은촤가 지팡이를 다른 날보다 빨리 던져줬다. 그래도 씩씩 거리셨지만. 
씬의 마지막 '저를 보려거든~'에서 목소리가 거의 긁혀나와서 '목소리가 왜이래~'라더니 다시 한다고 끊고 넘어간 재빠른 대처가 이 배우님, 경험이 많으시구나 싶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 만큼 춤과 표정과 동작으로 더 많이 표현하려고 하셔서, 그게 다 커버가 되더라. 이래서 뮤지컬 '가수'가 아니라 '배우'인 것이지.

- 그런데, 오늘 쉬카네더 뿐만아니라, 다른 배우님들 상태가 대부분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낮공연에서 너무 쏟아부으셨던 걸까. 심지어 민영기 주교님마저 모션이 줄었더라니까. 하루 2번 공연이 무리스럽기는 한데, 막공까지 얼마 남지 않은만큼 배우님들 마지막까지 부디 건강하게 쭉 가셨으면 좋겠다. 내일 동촤 막공인데, 살짝 걱정된다. ㅠ.ㅠ

- 다른 배우분들이 컨디션 난조인 가운데, 은촤는 오늘 레전드를 찍었다. ㅠ.ㅠ 아니, 이분은 평타가 레전드인데, 오늘은 더 특별했다. 뭐라고 해야하나, 주인공으로서 무너지려는 극을 지탱했다고 해야할까. 다른 배우분들 연기가 형편없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다. 다들 조금씩 지치신 거지. 그래서 노래도, 연기도 살짝 늘어지려는 걸, 은촤가 다 떠받쳤다. 아 진짜 다른 배우분들 욕하려는 거 절대 아니고, 다들 정말 열연해주셨는데, 평균적인 다른 공연보다 조금 몰입하기 부족한 그런 부분을 주인공이 자기 역량을 바닥까지 끌어모으고 모아서 극 전체를 떠 받치고 있었다. 극에 대한 지배력이라고 할까. 아~ 진짜 오늘 은촤는 절대 못 잊을 거 같다.

- 내가 남작부인의 황금별 나올 때 영숙님께 집중하느라 다른 배우들에게 시선이 간 적이 없었는데, 오늘 만큼은 은촤에게 시선이 갔다. 아~ 그렇게 아련한 표정, 마치 황금별을 찾았다는 듯 환희에 찬 표정하고 있는 줄을 네번째 만에 깨닫다니. ㅠ.ㅠ

- 그리고 오늘 비 오는 날씨라 더 냉랭한 건지, 객석 분위기 전체가 싸~ 한게 느껴져서. 안 그래도 난넬과 레오폴트 등장하면 좀 늘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박수가 그렇게 안 나오나;

- 오늘도 은촤의 내 운명은 진리임을 또 확인했다. 게다가 오늘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은촤의 미성과 고음이 이 노래에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이 넘버 하나만으로도 12만원 뽑은 거 같다. 정말로. CD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해주니.

- 여기는 빈, 하루는 좋고 하루는 안 좋고...하루 2번 있는 공연 중 저녁 공연이었으니까 이해는 합니다. ㅠ.ㅠ

- 콘스탄체랑 서로 사랑한다며 침대로 다이빙 했다가 베버 부부 등장하는 씬에서
   은촤는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셔츠를 뭐하려 주섬주섬 여미십니까. 이 조신한 청년아!!!

- '어떻게 이런 일이'에서 레오폴트가 '제가 천재를 만들어 바치겠습니다.'하면서 웃는데, 아, 이 아버지는 이미 아들을 버렸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볼프강이 빈에서 꽤 잘나가게 됐다는 소문, 대주교가 알 정도인데, 레오폴트가 모를 리가 없다. 겉으론 아들을 못본지 몇 년은 됐다고 하지만, 속으론 정말로 아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천재를 만들어보겠노라고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영향력을 벗어나 저 혼자 성공한 아들을 보고 싶지 않았던거다.

- 그래서 빈에 가서 아들과 대면할 때, 레오폴트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자기 없이 성공한 아들 같은 거 보고싶지 않았는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눈치도 없이 아들이 자랑스럽겠다는 소리나 하고.
성공한 네 얼굴은 너무 낯설고, 내 발로 찾아온 것이 후회된다는 말이 전엔 참 가슴아프게 들렸는데, 당신은 이미 아들을 버렸잖아...라는 생각으로 보니 저건 그냥 화풀이더라. 볼프강이 진짜 너무 절절하게 '저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라고 하는데, 이건 뭐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더라.

-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 넘버가 애정결핍 볼프강의 애정 구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난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 신동으로 남으라는 어린 시절 레오폴트의 주문에 대해 난 그렇게는 못산다는 노래였다. 천재인 한 작은 아이는 그냥 추억으로 간직하게어.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라는 노래였던 거다. 이 넘버 뒤에 아마데가 볼프강을 공격하는데, 나는 이게 '너 언제까지 아빠 타령이나 하고 있을래!'하고 정신 차리라는 건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아마데는 볼프강이 자신을 추억으로 남긴다는 둥 자신의 존재를 과거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던 거다.
오늘 아마데의 분노는 정말 무대를 다 얼려버릴 듯이 차갑게 분노하고 있어서 이러다 아마데가 볼프강 잡겠다 싶을 정도였다. 준상아 오늘, 진심으로 오싹했어. ㅠ.ㅠ 난 이때부터 폭풍 눈물이 쏟아져서, 이후 혼란 씬 때는 진짜 육성으로 울음이 터질 뻔 했다. 입을 막는다고 최대한 막았는데, 흐느낌 소리에 감상에 방해가 됐다면, 주변에 관람하던 분들께 죄송.

- 레퀴엠부터 모차르트 모차르트로 이어지는 장면도 오늘 정말 레전드였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넘버 자체가 참 웅장하면서도, 사람들의 욕망 같은게 너무 모차르트를 압박한다고 느꼈는데, 그 압박감이 앙상블의 울림으로 고스란히 보여지면서 전율이 일더라. 모차르트는 점점 쇠약해져가는데, 사람들은 만족을 모르고 더 더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을 내놓으라고 난리. 모차르트 진짜 불쌍해. ㅠ.ㅠ

- 죽음씬에서 은촤와 준상 아마데는 언제 봐도 참 너무 짠해서 ㅠ.ㅠ
팔뚝을 아무리 찔러도 이제 피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아웅, 여기서 은촤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이제 남은 피는 심장 뿐, 하지만 심장을 찌르면 너도 끝이야, 라니까 아마데가 휙 돌아앉는데, 그게 꼭 아끼는 장난감이 이대로 망가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살짝 망설이는 것 처럼 느껴졌다. 정말 망가지나? 뭐 이런.
그런데, 자기는 볼프강을 쪼끔이지만 생각해준다고 망설이기까지 하는데, 이 녀석이 나는 다 바쳤다면서, 내 아버지 어쩌고 하니까 정말 사납게 째려보는데, 그게  아마데가 '너 아직도 아버지 타령이야!'라며 빡 도는 것처럼 보이더라.
은촤는 이미 죽음을 감지하고 있어서 '내가 죽으면 너도 끝인데, 그래도 넌 할거지?' 라는 듯 팔을 벌려 그런 아마데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 심장을 망설임도 없이 찌르는 아마데와 그럼에도 아마데를 끌어안은 은촤가 참 마냥 짠하다.
   
- 너무 많이 울어서 수습하기 힘들었는데, 오늘도 피날레에선 어김없이 박수가 터져나왔고, 기를 쏙 빨려버린 나는 커튼콜에서 느무느무 해맑게 웃는 은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뭐야, 나는 아직도 감정 수습, 눈물 자욱 지우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활짝 웃고 말이지.
준상이는 오늘 커튼콜에서도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았다. 아우~ 내년에 꼭 빌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