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요시유키 아그리(吉行あぐり)의 「앵두가 열릴 때(梅桃が実るとき)」
NHK 연속 텔레비전 소설 시리즈 중 56번째 작품
1997년 4월 7일 ~ 10월 4일 방송, 총 156회
주요 무대는 오카야마현(岡山縣) 오카야마시(岡山市).
각본 : 시미즈 유키(清水有生)
연출 : 시미즈 카즈히코(淸水一彦) 외 大加章雅, 遠藤理史, 大橋守, 管原浩, 本木一博, 原林麻奈
나레이션 : 호리오 마사아키(堀尾正明) 아나운서
음악 : 이와시로 타로(岩代太郎)
개요
미용사로 잘 알려진 요시유키 아그리(吉行あぐり)의 실화 에세이 - 앵두가 열릴 때(梅桃が実るとき) - 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드라마.
여주인공·아그리(다나카 미사토(田中美里))의 미용사로서의 정열과, 그를 둘러싼 인간 관계를 당시의 시대 배경과 잘 엮어서 그려냈다. 노무라 만사이가(野村萬斎) 연기하는 에이스케(エイスケ)가 인기를 모으고, NHK에 구명 탄원이 쇄도할 정도였다고 한다.
평균 시청율은 28.4%, 최고시청율은 31.5%.
출연
모치즈키 아그리(望月あぐり) : 아키사다 리오(秋定里穂) → 다나카 미사토(田中美里)
어릴 때부터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은 소녀였다. 언니 둘과 아버지가 잇따라서 스페인 독감으로 죽고, 일가파산. 여학교에 다니던 15살 때 모치즈키家에게 시집간다. 이후에 상경해서 미용사가 된다.
모치즈키 에이스케(望月 エイスケ)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아그리의 남편. 소설가. 태연하게 다른 여성과 데이트를 거듭하는 전대미문인 남편이지만, 아그리에게 있어 좋은 이해자이며, 아내에 대한 애정은 깊다. 요시유키 에이스케(吉行エイスケ)가 모델.
모치즈키 미츠요(望月光代) : 호시 유리코(星由里子)
에이스케의 어머니. 남편 ·켄타로(健太郎)와 사이가 나빠져, 도쿄(東京)의 에이스케의 집에 산다.
모치즈키 유조(望月勇造) : 와카바야시 히사야(若林久彌)
에이스케의 남동생. 도쿄(東京)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념하고, 형을 대신해 「모치즈키組」를 잇는다.
사에키(佐伯, 모치즈키(望月)) 후키코(苳子) : 이소노 키리(磯野貴理)
에이스케의 누나. 오카야마시(岡山市)내로 시집갔지만, 이따금 본가에 돌아온다. 전형적인 시누이로 아그리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심술을 부리는 일이 많다. 좋은 며느리라고는 하기 어려운 듯, 요리는 할 수 없다.
모치즈키 쥰노스케(望月淳之介) : 가마타 케이스케(鎌田佳祐) → 시바타 타쿠야(柴田卓也) → 이쿠타 토오마(生田斗真) →오네다 요시키(大根田良樹)→야마다 준다이(山田純大)
아그리와 에이스케의 장남. 처음에 에이스케는 「쥰(淳)」이라고 이름지었지만, 모치즈키의 후계자로서는 인상이 약하다 하여 「요노스케(陽之介)」로 바꾸고 싶다라고 하는 아버지 켄타로의 마음을 받아들여, 다시 한번 에이스케가 「쥰노스케(淳之介)」라고 명명했다. 전쟁에 동원되지만, 지병인 천식 때문에 상처없이 돌려 보내진다. 이후에 소설가가 된다. 요시유키 쥰노스케(吉行淳之介)가 모델.
체리 야마오카(チェリー山岡) : 나토리 유코(名取裕子)
본명 : 야마오카 사쿠라코(山岡櫻子). 미용사. 아그리에게 미용의 기초를 가르친다. 야마노 치에코(山野千枝子)가 모델.
우에하라 세츠코(上原 世津子) : 쿠사부에 미츠코(草笛光子)
작가들이 모이는 찻집 「카페·세라비」의 마담. 작가를 기르고 있다. 애칭은 셋짱. 에이스케뿐만 아니라 켄타로와도 「교제」가 있었지만, 켄타로는 오카야마(岡山)에서의 생활을 선택했다고 하는 과거가 있다.
츠지무라 린타로(辻村 燐太郎) : 노무라 히로노부(野村宏伸)
에이스케의 동료 작가. 이마무라 츠타코(今村つた子)와 뒤에 결혼한다.
모리 준(森潤) : 모리모토 레오(森本レオ)
에이스케의 동료 작가. 츠지 준(辻潤)이 모델. 특별고등경찰에 수배되어 잠시 행방을 숨기지만, 전후에 복귀해서 쥰노스케(淳之介)를 지도한다.
타카야마(高山) : 아키야마 타케시(秋山武史)
「카페·세라비」의 마스터.
나카무라 타미코(中村民子) : 사사미네 아이(笹峰愛)
아그리의 친구. 에이스케의 열렬한 팬으로, 아그리가 에이스케와 결혼하는 것을 알고 화를 내며 절교해버리지만, 임신해서 학교에서 고립된 아그리를 도와 우정을 되찾는다. 나중에 군인과 결혼했지만, 2·26사건으로 사별. 혼자 되고나서는 잡지 편집의 일을 하고 있다.
NHK 아침 드라마는 1주에 6편을 하나의 묶음으로 해서 방송하는데, 총 156회니까, 26주짜리 드라마라는 얘기다.
그 중 에이스케는 18주차 106화에서 죽음을 맞는다. 드디어(?) 에이스케가 죽는 18주차까지 정주행을 마쳤는데, 뒷 내용은 지금 볼까 말까 고민중;
어차피 에이스케가 딱 좋은 시기(;)에 죽기도 했고. 메이지 -> 다이쇼 -> 쇼와로 이어지는 시대적 배경에서 에이스케는 쇼와 초기에 죽었다. 안 그래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던 참이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참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만사이 상에 대한 필터를 빼고라도, 아침 드라마로 적합한 부드럽고 아름다운 메인 테마와 더불어, 역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니, 진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밝고 건강한 드라마의 표본이다.
이 드라마에는 또 참으로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그게 또 하나의 묘미다. 아그리의 스승인 서양식 미용사의 선구자인 체리 야마오카, 작가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전직 게이샤 세츠코, 아그리가 미용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육아 걱정을 덜어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본인도 나이가 들었어도 버릴 수 없는 꿈을 위해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그리의 시어머니 미츠요 등등. 당차고 멋진 여성들이다. 그 시대에.
그에 비하면 남자 배우들은 이 당찬 여성들에 조금 기가 죽은 느낌이랄까. 떠도는 바람같은 에이스케는 별개로 보더라도 모치즈키가의 당주인 켄타로 정도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조금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자면, 변호사 아버지를 둔, 잘 사는 집안에 태어나 남녀 평등의 가치관을 심어준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자라, 아버지의 죽음과 사기를 당해 가세가 기울지만, 곧 또다른 부잣집에 시집가 아씨가 되고, 뭐 남편복은 반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복, 시부모복은 타고나서 시부모한테도 이쁨받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 시어머니인 미츠요는 육아를 담당, 시아버지 켄타로는 미용실을 내라고 건축비까지 대준다 - 좋은 스승 만나서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것까지 배우니. 뭐 자식들은 나중에 속 안 썩였는지 그건 확인해볼 길이 없지만, 실제로 장남은 소설가, 장녀는 배우, 차녀는 시인이자 소설가라니 다들 잘 자라줬겠지.
물론 아그리라는 여성의 강함이랄까, 시련에도 꺽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낙천적인 성격이 그녀의 성공의 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만.
만사이 상이 연기한 모치즈키 에이스케의 모델인 요시유키 에이스케라는 인물은 실제로 주변에 여자의 그림자가 끊이지 않았던 것 같고, 정말 최악으로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면서 다른 여자를 데려간다던가 하는 파렴치한 짓도 태연하게 하는데다, 언론 통제에 반발해 붓을 꺽은 뒤로는 주식에만 관심을 쏟았는데, 죽기 전에 남겨준 거라고는 막대한 빚 뿐이었다고 한다. 그의 소설도 그다지 평가가 높지는 않은 것 같고, 소설가인 장남은 아버지의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고 했다던가. 판권에 대해 출판사에서 문의가 들어왔을 때도, 허락은 해주지만, 팔리지는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만사이 상도, 배역을 받고 그의 글을 읽었는데, 첫인상은 "이게 뭥미?(何じゃこれ)" 하셨다든가.)
뭔가 되게 찌질하고, 인간실격인 것 같은 이 남자도 그래도 자기 아이는 귀여워해서, 새로 나온 장난감은 꼭 사와서 같이 놀아주고는 했다는 것 같다.
남편으로는 절대 삼고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옆에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 나쁜 남자.
만사이 상이 연기한 에이스케는 신기하게도 보고 있으면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가끔 에이스케가 반칙성 폼잡는 발언을 하는데, 그게 진실되게 들린다는 게 내가 이미 팬이라 그런 걸까나. 만사이 상의 에이스케 만큼 너무한 남자(ずるい男)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뒤에 따로 포스팅 예정)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본 건 아니지만, DVD를 사놓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좋은 드라마, 다시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별점 :
ps1. 아그리에 출연할 당시 만사이 상은 이제 갓 새신랑 티를 벗을 때 쯤이었을 것이다. 96년 6월에 결혼하셨으니. 그런데, 이 소년 신랑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OTL
아그리 첫주차 제목은 신부는 15살, 즉 아그리와 한 살 차이나는 16세 소년 신랑. 허나 만사이 상 당시 나이 이미 31세.
ps2. 아그리가 얼마나 건전한 드라마였냐면, 에이스케가 가업을 잇지 않겠다며 도쿄로 가버리고, 갖은 구박을 받던 아그리가 돌연 임신한 사건이 있었다. 그 전까지 아그리와 에이스케는 한 방 안에서도 병풍 두르고 자던 부부사이였던 거다. 도대체 언제 애를 만들었는가. 과연 NHK!!
+
친구 C양의 요청에 따라 만사이 상 가장 최근 모습, 올해로 44세. 역시 세월의 흔적을 아주 피할 수는 없지 싶다.
2010년 2월 13일 SmaSTATION!! 에 출연하신 모습.
그날 주제가 『내식(內食, 외식의 반대라는 의미로 새로 지어낸 말) 상품 베스트 셀렉션 17』였는데, 하여간 일본엔 별별 상품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무튼, 그날 방송 주제를 가지고 게스트를 섭외한 것 같지는 않고, 만사이 상은 3월에 시작되는 연극 "맥베스"의 홍보차 출연하신 듯.
프로그램 끝에 시청자 질문 받는 코너에서 교겐시로서 평소에 빼먹지 않고 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 없다고 대답하신 만사이 상. 교겐이란 옛날부터 영주나 무사계급 앞에서 공연하던 것이라, 시키면 바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즉 몸에 배어있어서 언제라도 바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게 교겐이라 자기는 평소에 따로 스트레칭이라든가 준비하는 게 없다고 하심.
yahoo 뒤져보니까, NHK BS에 "The STAR"라고 일본의 저명인사에 대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번에 만사이 상이 나오신다는 것 같다. 6월 초 방송이라는데, 스튜디오 녹화가 5월 17일 이란다. 요 근래 교겐 관람 후기 같은 걸 보면, 방송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는 글이 많던데, 이 방송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울~ 이걸 어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나. 징징 ㅠ.ㅠ
원작 :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의 장편역사소설 "세상 사는 매일(世に棲む日日)"
NHK 정월시대극, 2000년 1월 방송
연출 : 마츠오카 코지(松岡孝治)
출연 : 요시다 쇼인 - 나카무라 하시노스케(中村橋之助)
다카스키 신사쿠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이토 히로부미 - 다카시마 마사노부(高嶋政伸)
야마가타 아리토모 - 야마니시 아츠시(山西惇)
히나기쿠 - 마츠시타 메구미(松下恵)
* 내용 소개
시바 료타로의 장편역사소설 「세상에 사는 매일(世に棲む日日)」을 원작으로 한 스페셜 드라마. 메이지 유신 전야, 나라 본연의 모습 찾아 청춘의 목숨을 태운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기 신사쿠의 이야기. 쇼인을 나카무라 하시노스케, 신사쿠을 노무라 만사이가 연기한다. 가부키와 교겐, 2대 전통예술의 젊은 리더의 첫 공연(共演) 작품.
겐지(元治) 2년(1865년), 막부 타도를 향해, 키헤이다이(奇兵隊)를 인솔해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다카스기 신사쿠는, 결전의 새벽을 맞이해 동료들에게 스승 요시다 쇼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때는 거슬러 올라 안세이(安政) 4년(1857년), 신사쿠는 미국배(쿠로후네)에 올라타려고 해서 투옥되기까지 했다는 쇼인이 연 쇼카 서당(松下村塾)에 흥미가 있다. 틀을 깬 쇼인의 가치관과 교육 방침에 수상함을 느낀 신사쿠였지만, 점차로 그 인품이 신경쓰이는데...[출처 > HMV]
일본 막부 말의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와 맞물려 하여간에 뒷맛이 좋지 않다.
처음엔 내용도 보지 않고, 일단 만사이 상이 나오니까..라는 이유로 주문했다. 뭐, 보기 싫은 촌마게를 한 것도 있어서 썩 당기지는 않았지만, 눈에 콩깍지가 쓰이고 나면 원래 뵈는게 없는 법이다.
사전 정보도 없이 일단 틀고봤는데, 보다보니 이거 은혼에서 봤던 내용인 거다. 아마도 다카스기 신스케의 모델일 다카스기 신사쿠와 신스케가 사모해마지않는 소요 선생님(요시다 쇼인)도 나오고.
그런데, 이 드라마 다분히 만사이 상의 팬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은게, 저 쵼마게는 회상씬에서만 나오고, 나레이션을 만사이 상이 하신다. 게다가 만사이 상, 샤미센을 연주하면서 '삼천 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를 노래하시는 등 서비스 씬이 잔뜩 나온다. 내용이야 뭐 우리 역사와 관련해서 씁쓸하기 그지없으니, 나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수 밖에;
드라마 시작부터 이렇게 서비스 씬 작열. 결전을 준비하는 기병대 한 가운데서 쇼인이 남겨준 샤미센을 연주하는 신사쿠. 아아~ 섬섬옥수가 따로 없다.
그리고는 쇼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쇼인이라는 사람은 뭘 하든 무척 진지해서 그게 묘한 이로케(色気)가 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로 쇼인 사후 6년 뒤라는 시점에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회상 씬에서의 첫 등장. 다카스기 신사쿠라는 인물은 좀 사는 집안의 잘나가는 도련님 - 사무라이로 쇼인이 운영한다는 쇼카 서당이라는 곳에 대해 수상쩍은 의문을 품고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리고 쇼인과의 운명적인 만남♡ 다카스기는 쇼인의 애제자로 알려져있는데, 집안 좋고, 두뇌 명석,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자신만만, 거만하고 불같은 성격의 다카스기는 처음에 쇼인을 시험삼아 만나보자, 뭐 질문 하나 던져놓고, 대답에 따라 벨 생각이었다고까지 하는데, 이 뒤로 그 인품에 반해서 홀랑 넘어가 버렸다고나 할까. (일본은 역사적으로 원래 호모로운 나라인 건지도;;)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촌마게 모습도 꽤 어울리잖아~ 같은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이런게 바로 파슨의 혐오스런 일생이라는 걸까...절망했다.
다시 회상씬에서 돌아와서. 만사이 상 주위의 3인방은 어찌보면 다카스기 친위대랄까, 팬클럽이랄까. 다카스기가 들려주는 쇼인의 이야기에 끌려 계속 주위를 맴돌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중간 생략.
대략 쇼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떤 가치관으로 교육을 했고,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 등등에 대한 내용이 지나간다. 쳇.
그리하여 결전의 새벽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구름이 짙어도 하늘의 본 모습은 푸른 하늘이라며 연설 한 판.
뒤에 병사들은 얼굴에 검댕도 칠하고, 무구도 쓰고 하는데, 뽀얀 얼굴 그대로 나오는 만사이 상을 보면서,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팬서비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연출가, 노렸지!!
이 전투에서 키헤이다이는 압승을 거두게 되고, 막부가 쓰러지는 결정타가 된다. 다카스기는 그러나 막부가 쓰러지는 걸 보지 못하고 폐결핵으로 28세에 요절했다고 한다. (만사이 상, 에이스케에 이어 두번째 요절 캐릭터;)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 무슨 B급의 향기를 풍기는 일본판 전설의 고향인가 했더랬다. 특히 모여라 꿈동산에나 나올 법한 도손의 까마귀 식신이 그 인상을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촬로 다져진 특수분장은 또 어찌나 저렴한 센스를 자랑해 주시는지. ^^;
첫인상은 그랬지만, 세월이 10년 쯤 흐른 뒤 다시 보게 될 땐 전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원작에 없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친구가 되기 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에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종의 작가공인 서비스 외전이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데면데면한 첫 만남부터 히로마사에게 깍듯하게 경어를 사용하는 세이메이를 볼 수 있다.
영화는 크게 4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지는데, 버림받고 박에 주술을 건 여인의 이야기, 도손이 건 아츠히라 친왕의 저주를 푸는 이야기, 히로마사와 스케히메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마나리 히메 이야기, 사와라 친왕과 도손의 하다 만 쿠데타(뭔가 다름;)가 그것이다.
일단 영화는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알기 쉽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 오프닝에서 음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개, 그 뒤를 이어 아베노 세이메이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것을 박에 걸린 주술을 푸는 에피소드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설명한다. 음양료에 소속된 공무원이면서 후궁 여인의 상담은 들어줘도 공무는 뒷전이고, 대신들이 마술쇼를 보고 싶다 징징대니 환각(환상이 아니다!)의 마술을 보여준다든가. 그걸로 세이메이에 대한 좋지 않은 첫 인상을 품은 히로마사가 바람둥이 카네이에의 부탁으로 세이메이네 집에 가서 사실은 죽지 않았던 나비를 만나고 금방 세이메이에게 마음을 푼다는 장면을 통해 히로마사의 인품까지 한꺼번에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꽤 세련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 어설픈 CG와 특수분장, 모여라꿈동산까마귀가 설쳐대서 그렇지;;
이 영화는 4가지 에피소드와 어설픈 특수효과로 산만하고, 비웃음을 살 수 있는 여지도 많지만, 마냥 비웃을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배우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작비 10억엔은 의상과 캐스팅 비로 다 써버려서 특수효과가 그모양이 된지도;) 특히 사극에서는 안정감이랄까 무게감 있는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면에서 미카도 역의 키시베 잇토쿠, 우대신 역의 에모토 아키라의 역할이 크지않았나 싶다. 미중년에 목소리마저 성우 못잖으신 사나다 히로유키의 활약도 멋졌지만, 이분은 뒤로 가면 개그 담당이었나 싶을 정도라 ㅠ.ㅠ
또 이 호모로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로맨스를 담당하신 스케히메 역의 나츠카와 유이의 연기도 훌륭했다. (만화를 먼저 접한 사람은 왜 히로마사와 스케히메 사이에 로맨스냐고 의아해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마나리 히메 부분에서 보여준 박력있는 연기가 아주 돋보였다. 다만 특수분장은 안습이었지만;
조연분들의 활약에 지지 않는 메인 콤비, 두 분의 연기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토 히데아키는 음악을 사랑하고, 순수한 인품에 충직한 히로마사에 아방함을 좀 더 많이 채워넣은 듯 하지만, 뭐 각본이 그랬으니 히로마사의 대단함이 좀 덜 부각되었다 한들, 그 사랑스러움만큼은 확실하게 어필했다고 본다.
노무라 만사이 상의 세이메이는 이미 원작자의 러브콜에 의해 캐스팅 된 거라 그 자연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얀 카리기누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고전 예능을 해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우아함, 기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뺀질거리는(;) 세이메이를 잘도 표현해 주셨다.
게다가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 역시 절품이었다. 아방한 히로마사는 아직 반응이 둔하지만, 세이메이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늘의 달을 준다는 둥 (여인이니 슈니 하는 건 핑계로 밖에 안들림), 너를 위해 가겠다는 둥 (미야코 따위 어찌돼도 상관없다더니), 너만은 잃고 싶지 않았다며 눈물 바람...등등 보는 이쪽이 간지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이건 정말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항상 여유작작 냉소적인 세이메이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 장면
덕분에 소설 음양사를 읽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노무라 세이메이와 이토 히로마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여간에 이 영화 덕분에 나는 노무라 만사이라는 분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영화다. 새벽에 뭔가 중구난방으로 써내려가다 보니 정리가 잘 안되서, 음양사의 주요 장면만 모아놓은 듯한 팬 무비 한 편 소개하는 걸로 마무리.
사실 영화의 본질은 세이메이가 히로마사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는가...로 요약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아바타 (Avatar,2009)
감독 : 제임스 카메론
출연 : 샘 워싱턴(제이크 설리), 조 샐다나(네이티리)
시고니 위버(그레이스 박사), 미쉘 로드리게스(트루디 언니님)
스티브 랭(쿼리치 대령), 조엘 무어(노엄)
웨스 스터디(에이투칸 - 네이티리 아빠)
CCH 파운더(모앗 - 네이티리 엄마)
라즈 알론소(츠테이)
2D로 한 번 보고 IMAX-3D로 한 번 더 봤는데, 어째서 3D가 진리인지 첫 장면부터 알게해줬다. 2개의 물방울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촛점이 맞춰지는 장면을 보며, 자 3D는 이렇게 보면 됩니다...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우주 유영 장면에서 압도되어, 아, 이게 3D구나 싶더라.
행성 판도라는 지구보다 중력이 가볍다(?)고 한다. 네이티리가 망설임없이 나뭇잎 위로 뛰어내린 건 아마도 그 덕분인지도; 하여간 그래서 판도라의 생명체들은 식물이건 동물이건 지구보다 부피가 10배는 더 큰걸까. 나비족은 신장이 지구인보다 2배는 큰데, 그 정도 신장이니, 균형을 잡으려면 꼬리 정도는 있어줘야 했나보다. 근데, 판도라의 육상 동물들은 다리가 6개인데, 나비족은 왜 팔이 2개일까. 팔이 4개면, 마치 천수관음 같을까. 손가락, 발가락은 4개더만.
제이크가 처음으로 아바타와 링크하는 장면에서 앗싸~ 발가락이 움직인다~ 라며 두다다다 뛰어가는 뒤로 "아오 씐나~~~~"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나비족의 움직임, 특히 네이티리의 움직임은 어딘가 암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음, 코도 사자코였고. 수퍼모델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늘씬늘씬 잘 빠진 나비족의 몸매를 보면서, 역시 수렵 생활로는 비만이 될 만큼 잉여 식량이 나오지는 않는가보다 했다. 농사를 짓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 네트웍인지 뭔지가 발달한 식물이 지배하는 판도라에서 과연 자손-씨앗을 빼앗아 가는걸 에이와가 두고 볼까 싶은 생각도 들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겉과 속이 똑같은 나비족은 표정이 예술이었다. 특히 네이티리가 제이크를 꼬실 때, 제이크의 답 하나 하나에 눈빛이 파르르 떨리는 것 까지, 하여간 제임스 카메론, 이 완벽주의자 같으니라구.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나비족의 표정은 에이투칸이 처음 제이크를 대면하고, 상대를 가늠하듯 한 번 쓱 훑어보며서 한쪽 입꼬리만 올려 씩 웃던 표정이다. 네이티리, 모앗, 츠테이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에이투칸은 영어를 구사하지 않았는데, 그 성격상 영어를 배우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게 뭔가 귀엽게 느껴져서;; 아버님, 어이하여 그리 허무하게 가셨는지 ㅠ.ㅠ
네이티리는 몇 살일까. 나비족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도 궁금했다.
하늘에 떠있는 섬을 보고 라퓨타를 떠올린 사람이 많은 듯 한데, 나는 에스카플로네가 생각났더랬다. 에스카플로네 극장판이었던가. 하늘을 나는 배에는 부유석을 매달아서 하늘을 날 수 있었는데, 부유석을 식히면 고도를 낮출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 홈트리가 쓰러지면서 날리던 불티와 재는 정말 입체감이 어찌나 탁월했는지, 나는 그만 기침이 나오고 말았더랬다.
판도라의 식물들은 밤이면 형광빛을 내뿜는데, 혹 판도라의 달은 자외선을 발산하는 걸까나...그 형광빛으로 광합성을 하는걸까. 나비족의 피부가 파란 것도 혹 자외선과 관련이 있는건 아닐까..뭐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크란이 전사를 선택하는 방법. 이것은 츤데레? 오덕중에 제일은 양덕이라더니 양덕지왕 제임스 카메론답다. (응?)
토루크가 제이크를 선택한 걸 암시하는 장면이 살짝 나왔는데, 엉뚱한 생각이 또 들어서리...저는 사냥하겠다고 덤볐는데, 아 쟤가 나를 선택했구나 저혼자 착각하고 덤벼드는...뭐 그런 상상. 아니면, 저는 난 널 찜했음~ 하고 대쉬했더니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라 매번 자기 짝을 못 찾는 비운의 토루크라던가. 뭔가 슈렉의 용 아가씨가 떠올라서.
보는 사람 예쁘라고 빛을 내뿜으며 헬기처럼 휘리릭 날아다는 애. 뭐, 보기엔 예쁘고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에 안성맞춤이다만, 그렇게 날면 안 어지럽냐. 천적이 나타나면 절대 선보이지 말아야 할 능력이지 싶다.
하여간 제임스 카메론의 그 편집증 적일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는 감탄스럽다. 도데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CG인지 교묘하게 잘도 섞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