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29(수) 4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윤승욱,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박혜나,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두 줄 평 - 은차르트는 이제 정말 완성형이구나.
              박혜나 콘스탄체님, 오늘 막공 축하드리며, 훌륭한 연기와 노래였습니다.

- 25일 보고 4일만, 동촤 막공 보고 3일만인데,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건 뭐지.
막공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한 회, 한 회 공연이 다 소중하고 아깝다.
호우주의보에 여러 상황이 참 안 좋았는데도 달려가게 만든 공연이고, 보고 와서 정말 안 갔음 후회했겠다 싶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낮 공연이라 할인률이 높아서 그런지,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로비에선 단체로 보러 온 건지 꼬맹이들이 많이 보였고. 일반 관객 비율이 높았는지, 박수 타이밍이 살짝 빠르거나 했지만, 오히려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듯. 깨알같이 유머러스한 장면들에서도 반응들이 대박이라 신선했다.

- 오늘 나의 자체 첫공이자 막공 조합이었던 은촤 + 윤승욱 레오폴트, 은촤 + 박혜나 콘스탄체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는 훌륭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여 주셨습니다. 짝짝짝!!!

- 혜나 콘스탄체는 선아 콘스탄체에 비해서 훨씬 적극적이더라. 볼프강이 처음 인사하러 왔을 때도, 아주 관심있다는 듯 에스라인을 강조한다던가, 경미 베버부인이 알로이지아를 밀어부치며 막 가슴을 강조하며 '날 닮았죠~'할때 뒤에서 바스트 업 체조하고 있더라. ^^;
생각해보면 이 때 모차르트는 21살. 콘스탄체와 6살 차이니까, 15살인 아가씨는 언니의 남자친구를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을까. 이후 재회한 장면에서도 선아 콘스탄체는 베버 부인의 부추김에 볼프강에게 말을 걸었다면, 혜나 콘스탄체는 뒤에서 막 몸단장에 머리도 매만지면서 말 걸 타이밍을 재고 있더라.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넘버에서도 혜나 콘스탄체는 어찌나 적극적으로 나서시는지, 막 먼저 덮치고, 먼저 포옹하고, 먼저 뽀뽀하고~ 베버 부부 들이닥치는 씬에서 '제가 원한 거에요'가 너무너무 진심으로 들렸다.

그리고, 지난번 22일 공연에서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좀 너무 나간 듯 하다고 했는데, 오늘 공연에선 딱 적절하게 캐릭터를 잡아주셔서 좋았다. 정말 술에 취해서 부르는 듯한 연기 디테일도 좋았고 (22일엔 좀 너무 나가서 약 했나? 싶을 정도였;), 연애와 결혼은 이렇게 다르구나 깨닫기도 하면서 놀러나간 남편 원망 대신 너만 즐겨? 나도 내 인생 즐기겠어!! 라면서도 결국 그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이후 연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볼프강을 사랑하는 마음이 베이스로 깔려있지 않으면 이 이후 진행에서 콘스탄체가 다중이 캐릭터가 되버리니까; 
혜나 콘스탄체는 마지막에 일중독에 빠진 볼프강을 떠나면서도 가슴 아프다는 듯 표정연기가 참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콘스탄체는 헤어스타일로 나이를 먹는다.
뽀글뽀글 양배추 인형같은 머리 -> 반 묶음 긴 머리 -> 주황색 올림 머리로 삼단 변신.

- 윤파파가 내 자체 첫공이자 막공이었는데, 아~ 아쉽다. 범파파와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셨는데.
범파파가 좀 날카로운 성격이라면, 윤파파는 다혈질이시더라. 그런데, 다혈질인 윤파파 쪽이 아들에겐 좀 더 다정하다고 할까, 아버지로서 좀 더 아들과 친밀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좋았던 건 이 분 연기가 정말 늠 훌륭하신거라. 노래에 감정 실어 부르시는 건 물론이요, 대사톤도 이쪽이 더 내 취향이었다. 연기 디테일이 참 좋았는데, 특히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아들이 치던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아들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가 아주 심금을 울렸다. 볼프강 진짜 불효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 볼프강의 첫번째 가출 때, 범파파는 웃으며 보내주지만, 윤파파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보낸다는 것도 다른 점.

- 레오폴트가 빈으로 가서 볼프강의 성공을 보고 아들을 내치는 장면도 범파파와는 온도 차이가 나더라. 윤파파는 자기 손에 닿지 않는 높이로 날아오른 아들이 너무 눈이 부셔서 거기에서 오는 어떤 서운함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음악적으로 뭐라 충고해도 이젠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들, 그의 음악은 본인이 이해하기엔 점점 더 어렵고, 새로운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니. 음악 얘기로는 아들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갑자기 가족을 배신했다느니, 엄마를 죽게했다며 화풀이. 그래놓고, 버림받은 아들만큼 스스로에게 충격받은 아버지. ㅠ.ㅠ 아아~ 아버님, 그런 표정 지을 정도라면, 버리고 가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 에녹 쉬카네더 부활!
오늘은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80% 정도 목 상태는 돌아오신 듯 하더라. 아유~ 제가 오늘 배우님 나오실 때 다른 날보다 더 환호한 거 아시려나.
쉬카네더 부활과 함께 은촤의 지팡이 던지기 밀당도 좀 길어졌다. 오늘 쉬카네더 씨는 진짜 한 대 칠 기세였는데, 간신히 참으신듯 ^^;

- 김대원 배우님과 사랑에 빠진 은촤
김대원 배우님이 맡은 역이 모차르트 빠돌이 매스머 박사, 잘츠부르크 술집에서 주먹 친구, 모차르트 집에 쳐들어온 도박 친구, 베버 부인의 재혼 남편 토호바르트까지 일인 다역을 하시는데, 다 볼프강과 엮이는 역이라. 아주 둘이 티격태격 옙흔 사랑 쌓아가고 있더라.

-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씬
동촤나 임촤는 이 장면에서 그저 군중에 휩쓸리다가 '우리 아버지 황제 폐하'에 반응하는데, 은촤는 자발적으로 군중과 함께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바로 그 전 성 스테판 성당씬에서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기는 한다. '신의 댓가를 치르겠어요~' 이후에 볼프강은 비로소 자기 두발로 서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 씬에서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그들과 함께하며 '난 자유로운 예술가야!'라고 볼프강의 혁명과 이어진다. 오늘 새롭게 보인 장면.

- 은촤와 탕준상 아마데에 대해서는 뭐 더이상 쓸 게 없다. 이 두 사람은 이미 완성형이다. 이미 확실하게 캐릭터를 잡았고, 흔들림없이 연기하고 있다. 배우의 가장 큰 미덕이 성실함과 꾸준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둘은 거기에 있어서 이미 수없이 찬양해 왔으니 오늘은 따로 적지 않겠지만, 참 이 기복없이 레전드를 찍어주는 기본기와 노력은 오늘도 기립박수감이었다. 매번 감동받고 돌아옵니다.


일   시 : 2011. 06. 26(일) 3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전동석,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김효준


두 줄 평 - 전동석 배우, 내년, 내후년엔 어떤 모차르트를 보여줄지 매우 기대가 된다.
              동촤 막공이라고 막 힘내서 연기해주신 모든 출연진들 브라보~!

- 이번 모차르트 캐스트 중 새 얼굴인 막내 모차르트 전동석 배우의 동촤 첫공이자 막공을 보고 왔다. 단 5회 뿐인 공연 기회. 스케줄 잡기도 어려웠는데, 막공이라도 놓치지 않고 갔다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 사전 정보라고는 성악과 출신이라는 것과 조증 모차르트(;)라는 것만 알고 갔다.
그런데, 진짜 쉴 새없이 움직이더라. 젊다는 건 좋은 것이여. 그리고 그 어리다는 점을 십분 이용해서 모차르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임촤가 청년에서 장년까지, 은촤가 사춘기 청소년에서 청년까지를 표현한다고 하면, 동촤는 진짜 어린애, 가끔보면 유아기인가 싶을 정도의 모습도 보여줬다. 진심으로 효준 아마데가 옆에서 볼프강의 보모 노릇도 같이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말투에서도 어쩜 그렇게 애교가 철철철 넘치는지. 비음 섞인 목소리가 귀염도를 더 높이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 1막, 기대 이상으로 호연을 보여주는 동촤에 막 빠져들라 그러는 찰나에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들어버렸다. 시작 부분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아마데가 깃펜으로 팔뚝 찌르고 앙상블과 섞이는 부분. 세상에 난 그렇게 앙상블과 불협화음하는 샤우팅일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 그 샤우팅 하나로 그냥 홀딱 다 깨더라.
성악과 출신인데 고음이 안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대체 그 나오는 대로 지르겠소 샤우팅은 뭔지. 차라리 아니 한 만 못한 샤우팅이었다고 본다.

영숙님이 인터뷰에서 "‘전동석’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1막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신나게 한다. 연기적으로 굉장히 재밌는 요소도 많다. 아직 어린 모차르트다. 다른 배우들과는 차별되는 1막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의 하이음도 아주 멋지다." 라고 하셨는데, 설마 저 샤우팅을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요;;

- 그 외 넘버들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내 마음에 들었던 건 "똥 묻은 돼지꼬리". 진짜 신나는 쇼를 한 판 벌리더라.

- 기본적으로 어린데 짐승인지라; 콘스탄체와의 사랑의 세레나데는 세 모촤 중 최고 수위를 보여줬다.
베버 부부 나타나서 '당했구나!' '유린했어.'라고 할때 임촤, 은촤는 진짜 억울해 해도 된다. 그들은 뭐 간지럼태우기 장난을 하는지, 아님 오히려 덮침을 당하는지;; 그런데 셔츠부터 벗어재끼는 동촤는 절대 억울해하면 안 된다.

- 1막의 조증 볼프강을 보면서 2막의 감정선을 어떻게 잡아가려고 저러나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와~ 2막에서 미쳐가는 연기도 진짜 훌륭했다. 어린애가 돌아버리면 저렇게 되겠구나 싶게 동촤는 진짜 완~~~~~~~전히 맛이 간 연기를 보인다. 임촤나 은촤나 미쳐가는 중이지 아주 미쳐버리지는 않았는데, 동촤는 그냥 정신줄 놨다는 게 확 느껴지더라. 5번 밖에 없는 공연 스케줄인데, 이 만큼 캐릭터를 완성시킨 건 정말 놀랍다. 앞날이 참 기대되는 배우다. 일단 군필자라는 점이 아주 앞날이 창창할 듯.

- 커튼콜 때, 동촤는 참 많이도 울었다. 본인이 모차르트!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게 오늘 공연으로도 확실하게 보였다. 이렇게까지 몰입하려면 정말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성남에서는 이제 더 못보겠지만, 지방 공연한다면 보러갈지도 모르겠다. 뭐, 스케줄 나와봐야 알겠지만.

- 에녹 쉬카네더는 오늘도 목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서 회복하시길. 에녹 배우님의 블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라보!!를 애낍니다.


일   시 : 2011. 06. 25(토) 7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정영주,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두 줄 평 - 에녹 쉬카네더님, 목소리 빨리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박은태 배우님, 제가 졌습니다. OTL

- 원래 캐스팅 스케줄에 오늘 저녁 공연 쉬카네더는 김순택 배우님으로 올라있어서, 오늘도 새 얼굴 한 명 보게되나 했더니, 에녹 배우님이 그냥 올라오셨다. 그동안 후기에 쓰지는 않았지만, 난 에녹 배우님 쉬카네더가 늠 씐나고 흥겨워서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목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으셨다. 23일에도 멀쩡하셨는데. ㅠ.ㅠ
그래서 '나는 쉬카네더' 넘버의 끝 부분 '주! 인! 고~~~옹~~~~~~~~~~' 하는 부분에서 은촤가 지팡이를 다른 날보다 빨리 던져줬다. 그래도 씩씩 거리셨지만. 
씬의 마지막 '저를 보려거든~'에서 목소리가 거의 긁혀나와서 '목소리가 왜이래~'라더니 다시 한다고 끊고 넘어간 재빠른 대처가 이 배우님, 경험이 많으시구나 싶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 만큼 춤과 표정과 동작으로 더 많이 표현하려고 하셔서, 그게 다 커버가 되더라. 이래서 뮤지컬 '가수'가 아니라 '배우'인 것이지.

- 그런데, 오늘 쉬카네더 뿐만아니라, 다른 배우님들 상태가 대부분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낮공연에서 너무 쏟아부으셨던 걸까. 심지어 민영기 주교님마저 모션이 줄었더라니까. 하루 2번 공연이 무리스럽기는 한데, 막공까지 얼마 남지 않은만큼 배우님들 마지막까지 부디 건강하게 쭉 가셨으면 좋겠다. 내일 동촤 막공인데, 살짝 걱정된다. ㅠ.ㅠ

- 다른 배우분들이 컨디션 난조인 가운데, 은촤는 오늘 레전드를 찍었다. ㅠ.ㅠ 아니, 이분은 평타가 레전드인데, 오늘은 더 특별했다. 뭐라고 해야하나, 주인공으로서 무너지려는 극을 지탱했다고 해야할까. 다른 배우분들 연기가 형편없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다. 다들 조금씩 지치신 거지. 그래서 노래도, 연기도 살짝 늘어지려는 걸, 은촤가 다 떠받쳤다. 아 진짜 다른 배우분들 욕하려는 거 절대 아니고, 다들 정말 열연해주셨는데, 평균적인 다른 공연보다 조금 몰입하기 부족한 그런 부분을 주인공이 자기 역량을 바닥까지 끌어모으고 모아서 극 전체를 떠 받치고 있었다. 극에 대한 지배력이라고 할까. 아~ 진짜 오늘 은촤는 절대 못 잊을 거 같다.

- 내가 남작부인의 황금별 나올 때 영숙님께 집중하느라 다른 배우들에게 시선이 간 적이 없었는데, 오늘 만큼은 은촤에게 시선이 갔다. 아~ 그렇게 아련한 표정, 마치 황금별을 찾았다는 듯 환희에 찬 표정하고 있는 줄을 네번째 만에 깨닫다니. ㅠ.ㅠ

- 그리고 오늘 비 오는 날씨라 더 냉랭한 건지, 객석 분위기 전체가 싸~ 한게 느껴져서. 안 그래도 난넬과 레오폴트 등장하면 좀 늘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박수가 그렇게 안 나오나;

- 오늘도 은촤의 내 운명은 진리임을 또 확인했다. 게다가 오늘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은촤의 미성과 고음이 이 노래에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이 넘버 하나만으로도 12만원 뽑은 거 같다. 정말로. CD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해주니.

- 여기는 빈, 하루는 좋고 하루는 안 좋고...하루 2번 있는 공연 중 저녁 공연이었으니까 이해는 합니다. ㅠ.ㅠ

- 콘스탄체랑 서로 사랑한다며 침대로 다이빙 했다가 베버 부부 등장하는 씬에서
   은촤는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셔츠를 뭐하려 주섬주섬 여미십니까. 이 조신한 청년아!!!

- '어떻게 이런 일이'에서 레오폴트가 '제가 천재를 만들어 바치겠습니다.'하면서 웃는데, 아, 이 아버지는 이미 아들을 버렸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볼프강이 빈에서 꽤 잘나가게 됐다는 소문, 대주교가 알 정도인데, 레오폴트가 모를 리가 없다. 겉으론 아들을 못본지 몇 년은 됐다고 하지만, 속으론 정말로 아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천재를 만들어보겠노라고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영향력을 벗어나 저 혼자 성공한 아들을 보고 싶지 않았던거다.

- 그래서 빈에 가서 아들과 대면할 때, 레오폴트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자기 없이 성공한 아들 같은 거 보고싶지 않았는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눈치도 없이 아들이 자랑스럽겠다는 소리나 하고.
성공한 네 얼굴은 너무 낯설고, 내 발로 찾아온 것이 후회된다는 말이 전엔 참 가슴아프게 들렸는데, 당신은 이미 아들을 버렸잖아...라는 생각으로 보니 저건 그냥 화풀이더라. 볼프강이 진짜 너무 절절하게 '저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라고 하는데, 이건 뭐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더라.

-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 넘버가 애정결핍 볼프강의 애정 구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난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 신동으로 남으라는 어린 시절 레오폴트의 주문에 대해 난 그렇게는 못산다는 노래였다. 천재인 한 작은 아이는 그냥 추억으로 간직하게어.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라는 노래였던 거다. 이 넘버 뒤에 아마데가 볼프강을 공격하는데, 나는 이게 '너 언제까지 아빠 타령이나 하고 있을래!'하고 정신 차리라는 건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아마데는 볼프강이 자신을 추억으로 남긴다는 둥 자신의 존재를 과거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던 거다.
오늘 아마데의 분노는 정말 무대를 다 얼려버릴 듯이 차갑게 분노하고 있어서 이러다 아마데가 볼프강 잡겠다 싶을 정도였다. 준상아 오늘, 진심으로 오싹했어. ㅠ.ㅠ 난 이때부터 폭풍 눈물이 쏟아져서, 이후 혼란 씬 때는 진짜 육성으로 울음이 터질 뻔 했다. 입을 막는다고 최대한 막았는데, 흐느낌 소리에 감상에 방해가 됐다면, 주변에 관람하던 분들께 죄송.

- 레퀴엠부터 모차르트 모차르트로 이어지는 장면도 오늘 정말 레전드였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넘버 자체가 참 웅장하면서도, 사람들의 욕망 같은게 너무 모차르트를 압박한다고 느꼈는데, 그 압박감이 앙상블의 울림으로 고스란히 보여지면서 전율이 일더라. 모차르트는 점점 쇠약해져가는데, 사람들은 만족을 모르고 더 더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을 내놓으라고 난리. 모차르트 진짜 불쌍해. ㅠ.ㅠ

- 죽음씬에서 은촤와 준상 아마데는 언제 봐도 참 너무 짠해서 ㅠ.ㅠ
팔뚝을 아무리 찔러도 이제 피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아웅, 여기서 은촤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이제 남은 피는 심장 뿐, 하지만 심장을 찌르면 너도 끝이야, 라니까 아마데가 휙 돌아앉는데, 그게 꼭 아끼는 장난감이 이대로 망가지는 건 싫은데 그래도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살짝 망설이는 것 처럼 느껴졌다. 정말 망가지나? 뭐 이런.
그런데, 자기는 볼프강을 쪼끔이지만 생각해준다고 망설이기까지 하는데, 이 녀석이 나는 다 바쳤다면서, 내 아버지 어쩌고 하니까 정말 사납게 째려보는데, 그게  아마데가 '너 아직도 아버지 타령이야!'라며 빡 도는 것처럼 보이더라.
은촤는 이미 죽음을 감지하고 있어서 '내가 죽으면 너도 끝인데, 그래도 넌 할거지?' 라는 듯 팔을 벌려 그런 아마데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 심장을 망설임도 없이 찌르는 아마데와 그럼에도 아마데를 끌어안은 은촤가 참 마냥 짠하다.
   
- 너무 많이 울어서 수습하기 힘들었는데, 오늘도 피날레에선 어김없이 박수가 터져나왔고, 기를 쏙 빨려버린 나는 커튼콜에서 느무느무 해맑게 웃는 은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뭐야, 나는 아직도 감정 수습, 눈물 자욱 지우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활짝 웃고 말이지.
준상이는 오늘 커튼콜에서도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았다. 아우~ 내년에 꼭 빌리하자!


일   시 : 2011. 06. 23(목) 8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 두 줄 평 : 은촤의 내운명은 진리!! 범사마, 영숙 여신, 선아 여신도 진리!!
                민주교님 ♡ 아르코 백작 옙흔 사랑하세요~

- 오늘 처음 본 캐스팅은 민영기 대주교님. 은촤 + 민주교 자체 첫공이었다. 
이정열 주교님 공연은 세 번을 봤는데, 민주교님은 한 번도 못봐서 많이 궁금했는데, 아르코 백작과 함께 깨알같은 개그, 빅 재미를 선사하셨다. 모차르트는 어디있나 시작 부분에 오케 박자가 좀 빨랐는데, 당황하지 않고, 따라잡으시더라.
이주교님과 비교해보자면, 민주교님은 좀....백치미가 넘치신다고 하면 실례일까 ^^;; 2막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하실 때 책에 파묻혀 살았다네~ 하시는데 역시 설득력이 없으셔~ ^^;
그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빈에 남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과 대결하시는데, 미성인 은촤 성량으로는 밀리는 감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여기선 볼프강이 더 파워로 밀어붙여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정열 주교님과 더 합이 잘 맞는 듯하다. 이 주교님 성량도 뭐 민주교님 못잖으시지만, 이주교님은 컨트롤 하시는 것 같거든.
하지만, 똥 싸드릴게요 이후에 이정열 주교님은 그냥 같이 막 화를 낸다면, 민영기 주교님은 진짜 "쟤가 나한테 똥을 줬어!!"라는 표정과 대사라 재미가 더 컸다.

- 그리고 이경미 베버부인과 은촤 조합도 오늘 처음 봤구나. 정영주 베버 부인과 은촤 조합도 재밌고 좋은데, 특히 누가 이 공연에 참가하시겠습니까~ 할 때 남 앙상블 다 밀쳐내며 저요저요저요 방정떠는 은촤를 향해 "그래요, 너요!" 하시는 게 좋았다면, 이경미 베버 부인은 똥 묻은 돼지꼬리 이후에 박수~ 하다가 박수 소리가 왜 이 모양이냐며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시는 게 참 좋았다. 솔직히 똥 묻은 돼지꼬리 다음에 박수치기 참 애매한 타이밍인데, 여기서 마음놓고 박수를 보낼 수 있어서. 

- 오늘 처음으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봤는데, 이쪽 자리에서 보니 처음 보는 장면들이 또 그렇게 좋았다.
준상 아마데가 음악 상자 앞에 두고 신내림 받을 때(사실과 다름;) 바로 정면으로 보이고, 또 무대 전환 구조상 레오폴트의 등장이 주로 오른쪽이고, 무엇보다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를 오른쪽에서 부른다. 
또, 그동안 베버 부인네 와서 볼프강이 처음 소개받을 때 잘 안 보였는데, 선아 콘스탄체가 볼프강한테 막 관심있는 표정짓는게 보여서 또 재밌었다. 전엔 그냥 스치듯 인사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앞에서 살짝 애교를 부리더라.
그리고 파리로 떠나기 전,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넘버할 때, 볼프강이 '나는 아버지를 사랑해요.'하는 아마데가 갑자기 차갑게 쏘아보는데, 냉포스가 말도 못함. 준상 아마데의 연기가 아주 나날이 놀랍다.

- 볼프강이 콘스탄체와 재회하는 씬. 서로 나잡아 봐라~깨방정 떨다가 슬슬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는 장면 중 은촤가 여기 뽀뽀해봐~ 라는 듯 자기 볼을 톡톡치는데, 콘스탄체가 뽀뽀를 하는 순간 고개를 돌려서 입술에 뽀뽀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전엔 뽀뽀하고 곧바로 둘다 놀랐다는 듯이 방정맞게 하하하하 웃으며 또 뜀박질 하더니, 요즘은 거기서 한 박자 쉬고, 장난이었어~ 라는 듯이 방정을 떠는데, 와~ 그 한 박자 때문에 공기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가, 하하하하 소리에 흩어지는 게 보인다. 진짜 배우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지.
은촤는 빗자루에 콘스탄체 태우고 '너 살쪘어?' 이걸로 계속 밀 생각인가보다. 어디 감히 여신님의 다이너마이트한 바디에 그런 망언을!! 이라지만, 귀여우니까;;

- 그리고 은촤는 여성에 대한 태도랄까 그런게, 나날이 진화(?)해간다고 할까. 술집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을 때 쉬카네더가 등장하는데, 거기에서 볼프강 옆으로 여 앙상블 2명이 붙는다. 내가 공연 3번 보는 동안 그 여 앙상블을 대하는 은촤의 태도는 삼단변신!
12일 공연 - 아, 여자다 신기하다 순진순진 *_* 손가락->팔뚝 쓰다듬.
18일 공연 - 아, 여자다~갑자기 테이블로 쓰러트림. 기겁했음. 이건 뭐 손만 잡다가 갑자기 일 치를 기세;
23일 공연 - 아, 여자다~ 완전 술 취한 아저씨 분위기로 시선과 손이 가슴 부위로 집중.
나, 내일 4번째 보러가는데, 그 땐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기대해 보겠다. (아웅, 순진순진 은촤도 귀여웠구만;)

-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마데에게 공격받아서 더블 쇼크에 빠진 채 미쳐버린 은촤는 정말 뭐라 할 수 없이 안쓰럽다. 진짜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그게 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ㅠ.ㅠ

- 유아기의 어떤 시기는 부모가 자식에게 애정을 쏟아부어도 쏟아부어도 부족할 정도로 아이가 부모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고 하는데, 모차르트는 아마도 무한으로 쏟아지는 애정보다 엄격한 훈계를 받으며 자랐을 테지. 혼란씬에서 보여주는 '그가 아프면 손해가 막심해!' 네 엄마를 죽게했어!!' '널 절대 용서못해!!' 까지. 도대체 왜 애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으세요. ㅠ.ㅠ
이 애정결핍 덩치만 큰 아이가 얼마나 가여운지 모르겠다.
애정을 갈구하는 만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신경쓰고, 미움받지 않으려고, 사랑받고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 휘둘리기만 하는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주변엔 그저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 밖에 없는데.

그런 볼프강이 중심을 잡는 계기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진정한 성인으로 혼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걸 보여주는 장면이 스테판 성당에서의 참회 장면과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 소식이 전해지는 장면이다.
그 전까지는 어딘지 소년과 청년의 중간쯤의 모습으로 보이던 볼프강이 차분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습에서 아, 이제야 비로소 두 발로 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의 두 발로 섰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던 볼프강의 마지막은 그래서 참 슬프다. 이제서야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됐는데 그의 생명력은 레퀴엠을 타고 흘러나가버렸다.

- 이 날 공연에서는 참 뜬금없이 피날레에서 갑자기 울컥. 죽음씬까지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앙상블이 "이 싸움이 끝나면 너의 길도 끝난다. 너는 그저 너일 뿐, 너의 음악은 영원하리"라는데, 눈물이 줄줄 흘러넘치더라. 쓰는 지금도 울컥한다. 나 모차르트 빠순이 맞다니까.
근데, 피날레에서 박수 나오는 거, 공연 끝날 때까지 해결 안되겠지. ㅠ.ㅠ

- 앞으로 은촤 남은 공연이 4회. 아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