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29(수) 4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윤승욱,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박혜나,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두 줄 평 - 은차르트는 이제 정말 완성형이구나.
              박혜나 콘스탄체님, 오늘 막공 축하드리며, 훌륭한 연기와 노래였습니다.

- 25일 보고 4일만, 동촤 막공 보고 3일만인데,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건 뭐지.
막공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한 회, 한 회 공연이 다 소중하고 아깝다.
호우주의보에 여러 상황이 참 안 좋았는데도 달려가게 만든 공연이고, 보고 와서 정말 안 갔음 후회했겠다 싶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낮 공연이라 할인률이 높아서 그런지,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로비에선 단체로 보러 온 건지 꼬맹이들이 많이 보였고. 일반 관객 비율이 높았는지, 박수 타이밍이 살짝 빠르거나 했지만, 오히려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듯. 깨알같이 유머러스한 장면들에서도 반응들이 대박이라 신선했다.

- 오늘 나의 자체 첫공이자 막공 조합이었던 은촤 + 윤승욱 레오폴트, 은촤 + 박혜나 콘스탄체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는 훌륭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여 주셨습니다. 짝짝짝!!!

- 혜나 콘스탄체는 선아 콘스탄체에 비해서 훨씬 적극적이더라. 볼프강이 처음 인사하러 왔을 때도, 아주 관심있다는 듯 에스라인을 강조한다던가, 경미 베버부인이 알로이지아를 밀어부치며 막 가슴을 강조하며 '날 닮았죠~'할때 뒤에서 바스트 업 체조하고 있더라. ^^;
생각해보면 이 때 모차르트는 21살. 콘스탄체와 6살 차이니까, 15살인 아가씨는 언니의 남자친구를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을까. 이후 재회한 장면에서도 선아 콘스탄체는 베버 부인의 부추김에 볼프강에게 말을 걸었다면, 혜나 콘스탄체는 뒤에서 막 몸단장에 머리도 매만지면서 말 걸 타이밍을 재고 있더라.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넘버에서도 혜나 콘스탄체는 어찌나 적극적으로 나서시는지, 막 먼저 덮치고, 먼저 포옹하고, 먼저 뽀뽀하고~ 베버 부부 들이닥치는 씬에서 '제가 원한 거에요'가 너무너무 진심으로 들렸다.

그리고, 지난번 22일 공연에서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좀 너무 나간 듯 하다고 했는데, 오늘 공연에선 딱 적절하게 캐릭터를 잡아주셔서 좋았다. 정말 술에 취해서 부르는 듯한 연기 디테일도 좋았고 (22일엔 좀 너무 나가서 약 했나? 싶을 정도였;), 연애와 결혼은 이렇게 다르구나 깨닫기도 하면서 놀러나간 남편 원망 대신 너만 즐겨? 나도 내 인생 즐기겠어!! 라면서도 결국 그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이후 연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볼프강을 사랑하는 마음이 베이스로 깔려있지 않으면 이 이후 진행에서 콘스탄체가 다중이 캐릭터가 되버리니까; 
혜나 콘스탄체는 마지막에 일중독에 빠진 볼프강을 떠나면서도 가슴 아프다는 듯 표정연기가 참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콘스탄체는 헤어스타일로 나이를 먹는다.
뽀글뽀글 양배추 인형같은 머리 -> 반 묶음 긴 머리 -> 주황색 올림 머리로 삼단 변신.

- 윤파파가 내 자체 첫공이자 막공이었는데, 아~ 아쉽다. 범파파와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셨는데.
범파파가 좀 날카로운 성격이라면, 윤파파는 다혈질이시더라. 그런데, 다혈질인 윤파파 쪽이 아들에겐 좀 더 다정하다고 할까, 아버지로서 좀 더 아들과 친밀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좋았던 건 이 분 연기가 정말 늠 훌륭하신거라. 노래에 감정 실어 부르시는 건 물론이요, 대사톤도 이쪽이 더 내 취향이었다. 연기 디테일이 참 좋았는데, 특히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아들이 치던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아들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가 아주 심금을 울렸다. 볼프강 진짜 불효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 볼프강의 첫번째 가출 때, 범파파는 웃으며 보내주지만, 윤파파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보낸다는 것도 다른 점.

- 레오폴트가 빈으로 가서 볼프강의 성공을 보고 아들을 내치는 장면도 범파파와는 온도 차이가 나더라. 윤파파는 자기 손에 닿지 않는 높이로 날아오른 아들이 너무 눈이 부셔서 거기에서 오는 어떤 서운함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음악적으로 뭐라 충고해도 이젠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들, 그의 음악은 본인이 이해하기엔 점점 더 어렵고, 새로운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니. 음악 얘기로는 아들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갑자기 가족을 배신했다느니, 엄마를 죽게했다며 화풀이. 그래놓고, 버림받은 아들만큼 스스로에게 충격받은 아버지. ㅠ.ㅠ 아아~ 아버님, 그런 표정 지을 정도라면, 버리고 가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 에녹 쉬카네더 부활!
오늘은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80% 정도 목 상태는 돌아오신 듯 하더라. 아유~ 제가 오늘 배우님 나오실 때 다른 날보다 더 환호한 거 아시려나.
쉬카네더 부활과 함께 은촤의 지팡이 던지기 밀당도 좀 길어졌다. 오늘 쉬카네더 씨는 진짜 한 대 칠 기세였는데, 간신히 참으신듯 ^^;

- 김대원 배우님과 사랑에 빠진 은촤
김대원 배우님이 맡은 역이 모차르트 빠돌이 매스머 박사, 잘츠부르크 술집에서 주먹 친구, 모차르트 집에 쳐들어온 도박 친구, 베버 부인의 재혼 남편 토호바르트까지 일인 다역을 하시는데, 다 볼프강과 엮이는 역이라. 아주 둘이 티격태격 옙흔 사랑 쌓아가고 있더라.

-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씬
동촤나 임촤는 이 장면에서 그저 군중에 휩쓸리다가 '우리 아버지 황제 폐하'에 반응하는데, 은촤는 자발적으로 군중과 함께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바로 그 전 성 스테판 성당씬에서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기는 한다. '신의 댓가를 치르겠어요~' 이후에 볼프강은 비로소 자기 두발로 서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 씬에서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그들과 함께하며 '난 자유로운 예술가야!'라고 볼프강의 혁명과 이어진다. 오늘 새롭게 보인 장면.

- 은촤와 탕준상 아마데에 대해서는 뭐 더이상 쓸 게 없다. 이 두 사람은 이미 완성형이다. 이미 확실하게 캐릭터를 잡았고, 흔들림없이 연기하고 있다. 배우의 가장 큰 미덕이 성실함과 꾸준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둘은 거기에 있어서 이미 수없이 찬양해 왔으니 오늘은 따로 적지 않겠지만, 참 이 기복없이 레전드를 찍어주는 기본기와 노력은 오늘도 기립박수감이었다. 매번 감동받고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