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탄생

일   시 : 2011. 11. 15 ~ 2012. 02. 14
장   소 : PMC대학로자유극장
관극일 : 2012. 01. 22 (일) 14:00
연출 / 대본 / 작곡 : 서윤미, 무대 : 김종석
캐스트 : 서동 - 성두섭, 선화공주 - 이정미, 해명왕자 - 김대종, 고수 - 추정화, 남이 - 육현욱, 순이 - 김해정

첫 공연에서 참 재미있게 봐서, 거의 한달의 텀을 두고 재관람. 그런데, 이런 코믹극의 경우 재관람 시에는 아무래도 빵터지는 재미는 좀 덜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재기발랄한 대본,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여전했는데, 그래도 개콘 재방송 보는 것 같은, 감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차라리 캐스트를 바꿔서 봤더라면 나았을까. 사실은 문혜원 씨의 선화공주가 참 궁금했는데, 어떻게 두섭 서동, 대종 해명, 추정화 고수랑 같이 조합된 날짜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극의 깨알같은 재미도 여전하고, 무엇보다 대종 해명의 나쁜 남자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으나, 이런 종류의 극은 역시 첫 만남의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편이 낫다는 것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설 전날이라고 커튼콜 때, 큰절로 인사해준 것은 정말 고마웠다. 역시 센스 대박!!
돈키호테 (Don Quixote)

일   시 : 2012. 01. 07 ~ 2012. 01. 22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2012. 01. 18 (수) 19:30
원   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작 : 빅토르앵 사르두
연   출 : 양정웅, 음악 : 김은정, 의상디자인 : 김영지
캐스트 : 돈 키호테 - 이순재, 산초 - 박용수, 오티즈 - 정규수, 카데니오 - 최광일, 돈 페르난도 - 한윤춘, 도로시아 - 김양지, 루신다 - 김리나, 돈 안토니오 - 이해성, 마리토네 - 유수미, 시장 - 전중용, 후아니타 - 정목화, 피키야 - 박혜경, 용 - 김석이, 둘시네아 공주 - 김주희
줄거리 :
한가로운 시골 귀족인 알론소 키하노는 기사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이 세상을 거짓과 편견에서 구원할 방랑 기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라 여기고 우직한 시골 농부 산초 판자를 종자로 삼아 길을 떠난다. 한편 권세가의 아들 돈 페르난도는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로 친구 카데니오의 연인 루신다를 차지하기 위해 위장을 하고 여기에 속은 루신다는 돈 페르난도와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데...[출처 > 플레이DB]

- 연극과 뮤지컬을 섞어놓은 듯한 이 극을 보고나면 '음악극'이라는 장르를 따로 구분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 레미제라블 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돈키호테는 넘버 몇 개 더 추가하면 충분히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돈키호테가 상상하는 판타지의 세계는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춤추듯 칼 들고 설쳐대고, 몇몇 장면은 뮤지컬의 문법으로 진행이 된다. 그리고 배경 음악들도 스페인풍 무곡으로 듣기 좋더라. 피맛골 연가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정목화 배우도 반가웠다.

- 이순재 씨의 돈키호테는 우선 나이와 연륜에서 오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상당하더라. 발성에서 약간 안으로 집어먹는 발성이라 간혹 대사가 잘 안들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다 늙어서 신체 제어가 잘 안된다던가 하는 건 이게 실제 모습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실례의 말씀일지도 모르겠는데, 너무 귀여우시더라. 분장의 힘도 한 몫했지만, 갑옷 입고 둥글둥글 뒤뚱뒤뚱,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헛소리(;)해대시는 게 나이를 잊고 귀여우셔서~

- 이순재 씨의 일상적인 연기에 박용수 씨의 산초는 과장된 촐싹대는 연기를 선보이셔서 살짝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다. 박용수 씨의 연기가 나빴다기 보다는 이순재 씨의 연기는 너무너무 일상적인 투였는데, 박용수 씨는 무대 연기적인 과장됨이 그대로라서 그 둘이 자연스럽게 섞이지는 않더라는 거. 한명구 씨의 돈키호테와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 돈키호테의 모험과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랑 이야기. 돈 페르난도 역의 한윤춘 씨 브라보! 훌륭하셨음. 카데니오 역의 최광일 씨는 좀 더 젊은 분이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 루신다 역의 김리나 씨는 참 아름다우셨지만, 그 국어책 읽는 연기는 어쩔;; 대사 할 때마다 현실 입갤. 정진하시길.
아, 돈키호테의 영원한 공주님 둘시네아의 김주희 씨는 무용을 하셨는지 팔 동작이라던가 아주 우아우아하셨다.

- 순간적으로 이거 아동극같애...라는 생각이 들었던 용의 등장; 그리고 박진감이 좀 떨어졌던 풍차와 돈키호테의 대결.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정말 이거 뮤지컬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냐 싶었던 투우씬. 그럼에도 마지막에 검술씬은 제대로 박진감이 넘쳐서 조로 못잖은 활극으로 보였다. 

- 극의 마지막 부분을 너무 질질 끈다 싶기도 했지만, 하여간 용이 나오고, 신나는 모험과 활극, 공주님이 등장하는데다 춤과 노래까지, 퓨전은 이런 거다...싶은 극이었다.
리턴 투 햄릿 (연극열전 4)

일   시 : 2011. 12. 09 ~ 2012. 04. 08
장   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관극일 : 2012. 01. 14 (토) 15:00
연출 / 대본 : 장진, 의상디자인 : 오수현
캐스트 : 진우/클로디어스 - 김원해, 민/햄릿 - 서주환, 재영/레어티스 - 김대령, 지욱/폴로니우스 - 장현석, 여일/거트루트 - 김지영, 도식/호레이쇼 - 조복래, 소희/오필리어 - 이엘, 이연/칼 - 강유나
줄거리 :
<리턴 투 햄릿>은 연극 '햄릿'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분장실을 배경으로 연극 배우들의 무대에 대한 열정과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품.
지난 2008년 연극 <서툰 사람들>로 전회매진을 기록한 장진 감독이 직접 작,연출한 이번 작품은 브래드화 된 ‘장진식 코미디’를 연극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TV스타가 되어 주인공 자리를 꿰찬 민(박준서, 서주화)과 그런 민이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 연극배우 재영(김대령)의 갈등, 아동극부터 재연극까지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는 배우 진우(김원해, 양진석) 등 배우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마당극 ‘햄릿’도 쏠쏠한 재미. 편가르기, 이간질 시키기, 칼의 진술 등 햄릿의 비극성을 뒤집으며 기발한 웃음을 안긴다. [출처 > 플레이DB]

- 처음 저 제목을 봤을 때, 이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더랬는데, 연극을 보고나니까 참 많은 의미를 담고있구나 싶더라. 표면적으로는 무대에서 시작해서 방송으로 뜬 배우 민이 햄릿으로 무대로 돌아온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장진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더 다층적으로 담겨져 있다.
주로 장진 감독이 하고픈 이야기는 분장실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도록 하면서, 햄릿은 햄릿대로 진행을 시킨다. 그리고 배우들의 이야기가 햄릿과 교차되어 펼쳐지는 부분, 특히 민과 재영의 갈등을 햄릿과 레어티스의 대결로 풀어낸 방식은 정말 훌륭했다.

- 마당극으로 푼 햄릿 이야기는 정말 시종일관 포복절도 하도록 재미있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햄릿이라니. 게다가 그 편가르기 장면에서 클로디어스 혼자 남겨두고 죄다 햄릿 편이라니ㅋㅋㅋㅋㅋ 거트루트는 엄마니까, 오필리어는 연인이니까, 그런데 햄릿 손에 죽는 폴로니우스, 레어티스마저도 우리는 가족이라며 햄릿 편으로. 급기야 재연 들어가면서 레어티스가 오필리어 끌어안고 '내가 햄릿을 사랑해도 되겠니?' 막 이러고ㅋㅋㅋㅋㅋㅋㅋ 레어티스의 배신에는 결국 클로디어스 삐져서 무대 이탈. 떠나면서도 한 마디 던지는 걸 잊지 않았는데, 남매 사이에 애 생길 지경이라고 했던가ㅋㅋㅋㅋㅋ 하여간 레어티스가 동생 사랑이 유별나긴하지.

- 중간 중간 변질된 대학로 풍경에 대한 비판도 섞이고, 나이트도 아니고 왠 삐끼가 그렇게 많냐는 대사라던가, 연극이 재미없으니 관객이 안들지, 그걸 왜 관객 탓하냐는 대사, 평론가에 대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비판 - 어려운 말 쓰면 유식해 보인다 뭐 이런 거, 실제로 극 보지도 않고 평론한다던가 - 그리고 요즘 이슈가 되었던 김문수 도지사가 119에 건 전화에 대한 풍자도 깨알같이 장진식으로 집어넣었더라.

- 무대 뒤 배우들의 애환을 풀어놓은 방식은 사실 좀 전형적이기는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예술하면서 힘들게 사는 배우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기가, 티켓 파워가 곧 캐스팅 파워로 이어지는 우리가 익숙하게 잘 알고있는 이야기.
순수예술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다락같이 높아서 상업예술에 배타적인 그런 걸 꼬집는 내용도 곳곳에 들어가있고. 또 메인 스트림으로 상승한 사람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을 때 배척하지 말아달라는 듯한 메세지도 느껴지면서, 어쩐지 장진 감독의 변명처럼도 들리더라. (장진 감독이 무엇에 대해 변명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 학교에서는 항상 주인공만 맡았다던 재영과 TV 스타로 뜬 뒤에 연극 무대에 주인공으로 선 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장면에서 연극 햄릿으로 치환되는 장면이 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재영이 민에게 본심을 드러내며 "춘향전에서 난 이몽룡이었고, 넌 이방이었는데, 지금도 난 네가 이방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TV에서 떴다고 네가 햄릿으로 돌아온 걸 받아들일 수 없다." 며 적대감을 비추자, 지금껏 나름 참아왔던 민도 "춘향전 이제부터 이방이 이몽룡 죽이는 걸로 바뀐다."며 급격 둘의 칼싸움이 시작되는데, 이게 곧바로 햄릿과 레어티스의 마지막 결투 장면으로 옮겨지는데, 그 상황이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란 말이지.

산다는 게 연극같아. (feat. 은릿)
연극에 일상을 끌어들인다고 해야할까. 일상이 연극이라고 해야할까. 민과 재영의 상황을 햄릿과 레어티스의 결투장면으로 이어가는 그 연출이 정말 흥미로웠다. 레어티스는 확실히 햄릿을 질투해왔을 거 같다니까ㅋㅋㅋㅋㅋ 자기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는데, 저놈은 주인공이라고 저 하고싶은대로 다 할 수 있고, 자긴 클로디어스의 계략에 빠져 비겁하게 독이나 쓰고, 죽어가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나 하고, 햄릿은 또 폼나게 형제여 자네를 용서하네 뭐 이러면서 마지막까지 영웅으로 죽는다. 아, 불공평한 세상~

- 마무리가 신파로 끝난 건 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대 뒤 배우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극 햄릿까지 만족스럽게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뮤지컬 햄릿이 정말 각색 잘 한 거구나 싶었다. 그걸 2시간 안에 잘도 구겨넣었지. 햄릿 독백이 좀 길어야 말이지. 그리고 또 새삼 뮤지컬 햄릿이 그립더라. 앓이 시작인가. ㅠ.ㅠ

+ 음악 좋고, 의상이 정말 멋지더라. 의상디자인 하신 분 브라보~!
참 1열에서는 무대 장치에 가리는 장면이 좀 있어서, 다음엔 뒤로 가서 한 번 더 볼까 싶다.
라 레볼뤼시옹 (La Révolution)

일   시 : 2011. 12. 03 ~ 2012. 01. 29
장   소 : 연우 소극장
관극일 : 2012. 01. 11 (수) 20:00
연   출 : 김운기, 대본 : 이희준, 음악감독 : 이보미
캐스트 : 홍규/레옹 - 윤석원, 원표/피에르 - 박성환, 서도/마리안느 - 문진아
줄거리 :
1884년 한성, 개혁을 꿈꾸는 홍규와 원표 앞에 나타난 여인 서도.
그녀가 원표에게 건넨 한 권의 책 속엔 1789년 혁명을 잉태한 프랑스 파리가 펼쳐진다.
프랑스 혁명 속의 세 사람 - 레옹과 피에르 그리고 마리안느.
갑신정변 속의 세 사람, 홍규와 원표, 그리고 서도.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이들의 뜨거운 삶. 과연 운명은 그들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 [출처 > 플레이DB]

- 지인들 평이 좋아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를 하지 말 것을 그랬는가보다. 항상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알고는 있는데, 그게 잘 조절이 안된다. 아니, 소극장 뮤지컬이라 그렇게 큰 기대를 한 것도 없었는데, 난 도대체 뭘 기대했던거지? 아, 넘버가 좋다고 했던거 같은데, 난 솔직히 오늘 음악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를 않았구나;;

아, 이게 극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내가 오늘 극에 집중을 전혀 못했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배우 셋에 소품이라고는 테이블 하나에 의자 2개 뿐인 단촐한 무대인데, 그 작은 공간을 이용하려 배우들의 동선은 정신이 없었고, 조명은 대극장급으로 현란하고, 소극장인데 라이브 반주를 들려주려는 의도는 정말 훌륭했지만, 음향 설계의 문제인지 윤석원 배우 노래, 대사는 간혹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쩐지 비슷한 리듬과 멜로디로 전개되는 넘버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두 개의 혁명과 두 개의 삼각관계가 교차되는 연출은 꽤 괜찮은 시도였다. 환생 코드를 넣은 건지, 평행 이론을 써먹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똑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게 지루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랄까. 그리고 제목은 '혁명'이나 이 뮤지컬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사랑'인 것 같다.

- 배우들의 연기는 박성환 씨가 초반 피에르에 좀 더디게 몰입이 진행된 걸 빼면 다들 자기 캐릭터에 잘 맞춰서 연기 하신다. 넘버가 귀에 안 들어오는 건 별개로 치고 안정감 있게 노래도 잘 하신다. 그런데 나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는 게 참 가슴이 아프더라.
등장해서 혁명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윤석원 씨는 초장부터 눈물을 가득 매달고 비참한 민중의 삶에 분노하는데, 나는 아직 극 속으로 몰입하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을 뿐이고; 이 당황스러움이 관극하는 내내 나를 방관자로 만들어서 어느 캐릭터에도 이입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바로 코앞에서 너무 절절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 감정들이 마치 유리벽에 튕겨지듯 나한테는 와닿지 않는게 너무 슬펐다. ㅠ.ㅠ

-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부르던 박성환 씨, 그리고 극의 마지막, 원표의 눈에 보이는 레옹과 마리안느의 모습. 거기서마저 외면당하는 원표이자 피에르인 박성환 씨의 눈물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사실, 연기 자체는 윤석원 씨의 연기가 좀 더 감정선이 좋았던 것 같은데, 박성환 씨는 딱 그 부분에서 포텐이 터지셔서. 문진아 씨는 예쁘시고, 노래도 꾀꼴하게 잘 하시고, 연기도 뭐 캐릭터에 맞춰 잘 하셨지만 마리안느가 레옹에게 끌리는 건 이해가 가도, 서도가 홍규에게 끌리는 건 좀 이해가 안 가더라. 피에르와 레옹은 귀족과 혁명가로 서로 신분도 신념도 달랐지만, 원표와 홍규는 어쨌든 같은 편이었는데, 서도는 왜 원표가 아닌 홍규에게 끌렸을까. 환생 코드 쪽인 건가?

- 현매하면 티켓도 예쁜 걸 준다고해서, 사실 오늘 공연은 인팍에서 예매하고, 보고 좋으면 다음엔 현매를 할까 했는데, 다시 보러갈 것 같지는 않아서 당황스럽다.

+ 추기

하루 지나고 가만 생각해봤다. 왜 별로였을까. 뭐, 하루 지난 다음이지만 멜로디 라인이 하나도 생각 안나는 음악이라던가. 음악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난 시종일관 시끄럽다고 느꼈어서;; 소극장에 대극장 배우들 데려다 놓은 것 같이 성량 자랑하는 고음부, 그리고 소리는 큰데 정작 내용은 안들리는 그런 답답함.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한테는 홍규라는 캐릭터가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게 컸다.
레옹은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귀족들이 하하호호 즐길 때 빵 한쪼가리 먹지 못했고, 아버지는 감옥에서 동상에 걸려 발을 잘라야했고, 동생은 굶어죽었다. 그에게 혁명은 사회를 바꾸자는 거창한 신념 이전에 분노의 발산이었고, 악에 받친 마지막 외침이었다. 그렇게 눈이 시뻘게져서 다 뒤집어엎자는 그 앞에 아주 전형적인 귀족 아가씨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장미. 그 향기에 끌릴 수 밖에 없었을 레옹의 혼란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귀족 집안에 태어나 귀족의 삶 밖에 모르던 그녀 앞에 서민의 비참한 삶을 들이민 레옹의 존재는 신선한 충격과 각성을 가져다 줬을 것이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경험. 그게 마리안느의 혁명이라면 혁명이겠지. 그래서 마리안느가 레옹에게 끌리는 것도, 레옹이 마리안느에게 끌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홍규라는 캐릭터는 심하게 말하면 무모한 행동파라고 할지. 생각없이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그의 행동에는 어떤 계획도 없고, 일관성 같은게 전혀 없다. 레옹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연애 소설이라 비하했다가, 나중엔 그 안에 깔린 혁명은 읽지 못하냐고 버럭대는 너무나 모순이 많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왕후전에 대책없이 쳐들어가 들킨 것 같다고 대뜸 총부터 들이대는 꼴이 그저 한숨밖에 안 나오는데, 도대체 똑똑한 서도는 뭘 보고 홍규에게 끌린 거지? 그냥 홍규는 레옹의 환생이니까? 음, 알 수 가 없다.

난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극에 집중이 안되는 타입이라, 그래서 나한테는 별로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