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프리뷰로 첫 관람하고 뭐라뭐라 쓴소리를 잔뜩 써놨던 거 같은데....피맛골, JCS 데자뷰냐;
첫 공연 보고와서는 진짜 괴물이 다했네...가 내 감상의 전부였고, 그래서 그 괴물 보러 한 번 더 갔다가 또 그렇게 개미지옥의 늪으로 ㅠ.ㅠ
저 비공개 후기들을 얼마나 완성해서 공개로 돌릴지, 아니며 끝까지 비공개로 남길지 나도 모르겠다.
시기적으로 정말 일이 제일 바쁠 때 딱 걸린 작년 JCS도 무리해가면서 막판에 달리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프랑켄슈타인은 더하면 더했지. 게다가 독한 감기에 된통 걸려서 내가 기침하지 않으려고 홀스를 몇 통을 들이 마셨는지;
그래도 참 저렇게 봐두길 잘했지,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았으면 뒤끝 오래가는 나는 또 얼마나 후회를 하며 땅을 팠을 것인가.

작년에 JCS 끝나고는 일주일을 몸살을 앓았는데, 올해는 그래도 무사히(?) 넘어갈 것 같다. 진짜 한 점 후회나 미련도 없이 후련하게 털어버릴 수 있게 좋은 공연, 행복한 커튼콜 선사해준 모든 배우분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 프랑켄슈타인 결산

  • 총 관람횟수 - 27회 (박은태 회차가 44회 였는데, 반 좀 넘게 본 건가;)
  • 캐스트 별 관람 횟수
    빅터 / 자크 - 유준상(10), 류정한(10), 이건명(7)
    앙리 / 괴물 - 박은태(27)
    줄리아 / 까뜨린느 - 리사(15), 안시하(12)
    엘렌 / 에바 - 서지영(15), 안유진(12)
    룽게 / 이고르 - 김대종(21), 신재희(6)
    어린 빅터 - 최민영(22), 오지환(5) / 어린 줄리아 - 김희윤(22), 김민솔(5)
    지휘 - 음감(16), 부음감(11)

2014 피겨 종합선수권 SP - Send in the Clowns | Score - 80.60


연아가 보여준 아름다움이 가슴에 스며들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즌의 SP으로 선택한 곡 Send in the Clowns.
올리브 그린과 노란색이 절묘하게 섞인 코스튬은 그 자체로 꽃같고, 나비같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건 들판을 장식하는 노란 들꽃. 멀리 떠나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는 건 노란 손수건. 선곡과 어울리는 참으로 멋진 색상이다. 게다가 재질이 뭔지 모르겠는데, 연아가 팽그르르 회전할 때마다 치맛단이 꽃잎처럼 활짝 펼쳐져서 은반위에 핀 노란 수선화같이 아름답다. 나풀나풀 한 마리 노란 나비같다.

점프는 더이상 찬사할 말도 부족할 정도로 가볍고 높으면서도 견고하다. 서정적인 곡이라고 역동성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을 비웃듯 한시도 쉬지않는 트랜지션과 안무. 아름다운 포지션의 스핀과 유려한 스텝. 어느 하나 억지스러운 거, 막히는 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그저 자연스럽고 그 자체로 완벽하다.

작년에 세계선수권 때도 느꼈던 거지만, 연아는 어떤 경지에 오르다못해 득도해서 우화등선한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어떤 궁극의 아름다움이다. 마찰력이 없는 은반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둥실 떠다니는 듯 매끄러운 움직임, 물 흐르듯 유려한 흐름, 속도, 그리고 비상(飛上). 그 모든 미끄러짐에 동반된 아름다운 몸짓까지.

그저 주어진 시간 안에 음악에 맞춰 점프를 뛰고, 스핀을 돌고, 스텝을 수행하는 게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훌륭한 선수는 음악과 안무와 연기를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중에게 전달하고 교감을 이끌어낸다. 연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스케이팅과 연아와 음악 (+코스튬), 그 모든 것이 혼연일체되어 한 덩어리로 전달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일체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전부라고 할까, 완전한 그 무엇을 만난 느낌이다.

겨울이 지나 내게 찾아온 봄 같은 연아.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 중의 하나가 있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논리적으로 돌고 도는 이 질문에 대해 과학은 그래도 알이 먼저라고 답한다.
가끔 나의 덕질에도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좋아하니까 취향이 따라가는 건지, 취향에 맞으니까 좋아하게 된건지. 아래 인터뷰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벳을 보면서 트리플 캐스팅된 삼케니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배역을 만들어갔다는 게 느껴졌는데, 그 중 은케니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반복성이었다. 백년동안 계속되는 재판에 미쳐버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뫼비우스의 띠,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계속될 루케니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애초에 은태가 잡은 루케니라는 캐릭터가 그랬던 모양이다.
여기서 의문은 그거지. 난 그렇게 해석한 은태의 루케니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가열차게 회전문을 돌았지만, 그게 내 취향의 루케니라서인지, 은태가 만들어낸 루케니라서인지....하는 의문.

박은태 "부족함 채워가는 재미, 그 맛에 살죠"  | TV데일리, 2013. 07. 10 中

- 박은태를 사로잡은 루케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루케니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얘기하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원작의 내용이 정말 많이 빠졌어요. 독어 원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두 세배는 더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요. 그걸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중요한 정보만 넣다 보니 많은 것이 빠지게 된 거죠. 아쉬워요. 루케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관에게 얘기를 하고, 객석은 배심원이 되죠. 그런데 극적인 효과를 따지기 위해 중간에 배심원에 대한 얘기가 없어졌죠. 그러다보니 드라마적인 얼개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죠. 하지만 뮤지컬 장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연출자의 선택이고 몫이니까 저는 루케니가 주인공이라는 마인드로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거죠. 한 신 한 신 정말 재미있어요."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루케니는 흔히 말해 사이코패스잖아요. 미친 사람인거죠. 자기가 유명해지고 싶어서 누군가를 죽여요. 상스럽고 저급한 인물이죠. 루케니 나름대로는 이상을 가지고 엘리자벳을 죽였겠지만 정말 생각 없이 사람을 죽인 거죠. 즉흥적이고 욱하고 에너지컬한 느낌이 강하죠. 그래서 저는 처음과 마지막이 가장 루케니스럽다고 생각해요. 이게 정말 루케니 얘기인 것 같아요. 물론 '밀크' 같은 곡도 좋지만, 처음 눈을 떠서 재판관에게 욕을 하고, 마지막에 다시 목을 맬 때 제일 매력 있어요. 루케니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거든요. 물론 그 사이에 춤추고 노래하는 식의 뮤지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만, 드라마적으로 루케니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과감하게 칼로 찌르는 거죠.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 보니 그런 신에서 사이코패스를 표현하고 싶거든요.

-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끼시나요?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희열을 느끼죠. 지저스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에요. 박은태라는 사람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무대에서 하잖아요. 그게 제일 재미있어요. 100년 동안 매일 밤마다 깼을 때,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요. 하지만 얘기를 하고 마지막에는 또 사람을 죽이잖아요. 목을 매는 것은 짜증이 나지만 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좋아서 내일을 기약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재미있는 인물이 되더라고요. 항상 그렇게 표현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에요. 잠깐이지만 칼로 찌르기 전의 느낌이나 찌르고 나서의 미소 같은 것을 찾는 것이 재미있어요."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만 해도 은태가 해석한 지저스가 내가 마음속에 그려놓은 어떤 예수象과 굉장히 유사하고, 내 취향(이라는 말을 쓰려니 죄스럽지만;)의 그 어떤 것, 그러니까 이런 저런 게 보고싶다고 생각한 그런 것을 보여줬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볼 수 있었던 거라. 하기는 모차르트! 때도 그렇게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내 감성과 맞닿아있는 감성과 연기 노선 때문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런 배우를 만나게 된 게 어쩌면 나한테 행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헐, 이래서 본진인가? (새삼스레;;)

ps. 근데 인터뷰 말미에 내년에 올라온다는 햄릿에 스케줄때문에 못들어간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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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들어왔더니 갑자기 비번이 안맞는다고 -_-
당황해서 비번 찾기 신청했더니, 메일함에 메일이 안와.
고객 센터에 문의하니 님이 메일마스터를 수신거부해서 그렇다는 답이 왔다.
하여튼 우여곡절끝에 들어오기는 들어왔으나 그동안 밀린 공연 리뷰는 그냥 포기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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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라고 할지, 미키 상의 일기를 번역했던 '아자씨의 일기' 카테고리를 비공개로 돌립니다.
미키하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Top Page에 "본 홈페이지에 게재된 컨텐츠의 무단전재를 금합니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번역해 올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었고, 또 안 한지도 꽤 되었지만, 하여간 아자씨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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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아는 동생 덕분에 '피겨 종합선수권'에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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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 배우님의 쾌차를 진심으로 간절하게 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