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에 2주, 그리고 2주 뒤인 4월 초 부터해서 2주 좀 넘게 출장중이다.
처음엔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출장 일정이!! ㅠ.ㅠ
지금쯤 올림픽 체조 경기장엔 관객들이 슬슬 들어차기 시작하겠구나. 어허헝. 리허설 동영상도, 사진도 그저 가슴에 쓰린 상처를 낼 뿐. OTL
지금 필요한 건 뭐? 공간이동!!!!!!

이제까지 연아의 아이스쇼라면 한 번도 놓친적이 없었는데, 이번 한정으로 볼 수 없다니 ㅠ.ㅠ 징징징.
일본에 있으니 별로 보고싶지도 않은 SOI 같은 것도 중계해주고 그러는데, 얘들이 FOI를 중계해주진 않을 테고.

그래도 이번 출장에서 좋았던 거 몇 개.

1. NHK 교육채널에서 월~금 아침 7:25 ~ 7:35 까지 방송하는 "일본어로 놀자(にほんごであそぼ)"에 출연하는 노무라 만사이 상을 만날 수 있다. 이건 진작 알았다면, 지난 출장 때도 볼 수 있던 거였는데 조금 아쉽지만, 뭐, 이제라도 늦지 않았음. 어린이 TV에 약 3분간 출연해주시는 귀여운 만사이 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분도 동안동안열매를 드셨는지, 올해 벌써 44세이신데 얼굴이 변하질 않아.

2. Tokyo MX에서 매주 화요일 26:00 ~26:25 까지 방송하는 박앵귀 애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한 번 밖에 못봤다. 새벽 2시에 하는 애니를 본방 사수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 그래도 이번주에 하는 건 알람 맞춰놓고 봤다. 게임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러스트는 꽤 마음에 들어서 관심이 갔는데, 애니 작화가 꽤나 훌륭해서 깜짝놀랐다. 게다가 우리 아자씨 목소리가~~~~~~ 아흑, 내가 너무나 좋아해마지않는 서늘한 냉미남계 목소리, 게다가 그 뭐랄까 얼굴과 매치가 안되기는 한데, 중년의 향기를 풍기면서도 단정하고 금욕적인 목소리!! 진짜 좋아요~.

3. TBC에서 매주 목요일 25:25~25:50 까지 방송하는 크게 휘두르며 2기 애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새벽 1시 25분에 하는 애니를 본방 사수하기란 너무 어렵다. OTL 그래서 한 번도 못봤다는 사실. 뭐야, 결국 어디에 있어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

4. 지금 만사이 상에 정신이 완전 팔려서 만사이 상 나온 DVD는 왠만한 건 다 지르고 있는데, HMV에서 DVD를 한 장 이상 주문하면 멀티바이라고 해서 아마존보다 할인율이 훨씬 높고, 빠르면 다음날 배송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현지 사무실 주소로 배송지 설정하니까, 배송료 무료더라.

5. 지금은 이미 다 졌지만, 지난주만 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걸 질리도록 볼 수 있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벚꽃 천지라 일본인은 정말 벚꽃을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신칸센 타고 가면서 봐도 길가에 벚나무 안 심어진 데가 없더라.

6. 이건 딱히 일본에 있어서 좋다기 보다, 출장으로 오면 다른 건 좋을 게 없지만, 딱 하나. 좋은 호텔에 묵을 수 있다는 것. 내돈 쓰는 거 아니니까 별 5개짜리 호텔도 이용할 수 있다. 근데, 별5개면 뭐하나, 인터넷은 하루에 1500엔씩 추가요금 내야하는데. 덴당. 비지니스 호텔도 인터넷은 무료던데, 숙박비도 비싼 오성급 호텔은 인터넷 사용료도 따로 받고.

7. 신간을 바로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으나, 이번엔 때가 안 맞았다. 크게 휘두르며 14권. 발매일이 4월 23일이란다. ㅠ.ㅠ (귀국일 4월20일) 그리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시작하는 애니들 굿즈가 대부분 다음주에 발매 예정. 아놔~

하여간 이렇게 좋은 점이라고 무리하게 끌어오지 않으면 안될만큼, 오늘이 Festa On Ice 2010 공연 첫날이라는 것. 그리고 FOI는 4월 18일 끝이라는 사실이 너무 가슴아프다. OTL
아아~ 누가 나를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공간이동 좀~~~ ㅠ.ㅠ

솔직히 뭘 써야할 지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해서 블로그까지 손 놔버린 건. 그저 내 마음 한 조각도 여유가 없어서.
아등바등 스트레스 받아가며 회사생활하면서 그냥 신변잡기, 주변 다 손 놓고, 내 마음 한 조각 끌어않고 콕 쳐박혀서 겨울잠만 내도록 쳐잤으면 했다.

무기력증.
우울증의 전단계가 무기력증이라고 하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귀찮아 하는 건 타고난 게으름이 원인이되,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놈의 무기력증은 무엇이 원인인가. 혼자 자문자답.
아하~ 지금 나 한테는 자기 주도권이라는 게 희박하구나. 상황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그동안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야근을 밥먹듯이 해도, 지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전보다 훠~얼씬 적어진 거다.
참 뭣같은 상황이로세. 직위도 올라가고, 연수도 차곡차곡 쌓였는데, 내가 손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더 비좁아졌으니 어디 배길수가 있나 그래.
과도한 업무와 당근 없는 채찍.
내가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일을 던져주고, 해내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역적이니, 어디 배길수가 있나.

음,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 눈앞에 뻔히 보이는 답은 "탈출"인데, 그걸 피하려고 하니, 답이 없지.

하여간에 매일 이렇게 자문자답하고 앉았다보니, 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그냥 맥아리 없이 머릿속만 복잡하다. 심란하여 재밌는 걸 봐도, 재미를 못 느끼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는 줄도 모르겠다.
모든 게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게 없이, 그냥 덧없이 스쳐지나간다.
비어있지만, 채워줄 수 없는 것들.

아, 껍데기만 남는다고 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더라.

조금씩 예전의 감각을 되찾아야겠다는 느낌으로 다이어리를 샀다.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충실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록을 남겨보자고.
그렇게 블로그 재활훈련도 시작해보자.
바짝 마른 대기에 물을 주듯, 사흘 내리 비도 오는데.
쌓인 눈과 얼음을 보면서 저거 봄이 오기전엔 절대 안 녹을 거야...했는데, 봐라. 해동비 한 번에 다 녹아 스러진 걸.

나도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