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뭘 써야할 지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해서 블로그까지 손 놔버린 건. 그저 내 마음 한 조각도 여유가 없어서.
아등바등 스트레스 받아가며 회사생활하면서 그냥 신변잡기, 주변 다 손 놓고, 내 마음 한 조각 끌어않고 콕 쳐박혀서 겨울잠만 내도록 쳐잤으면 했다.

무기력증.
우울증의 전단계가 무기력증이라고 하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귀찮아 하는 건 타고난 게으름이 원인이되,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놈의 무기력증은 무엇이 원인인가. 혼자 자문자답.
아하~ 지금 나 한테는 자기 주도권이라는 게 희박하구나. 상황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그동안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야근을 밥먹듯이 해도, 지금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전보다 훠~얼씬 적어진 거다.
참 뭣같은 상황이로세. 직위도 올라가고, 연수도 차곡차곡 쌓였는데, 내가 손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더 비좁아졌으니 어디 배길수가 있나 그래.
과도한 업무와 당근 없는 채찍.
내가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일을 던져주고, 해내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역적이니, 어디 배길수가 있나.

음, 그래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 눈앞에 뻔히 보이는 답은 "탈출"인데, 그걸 피하려고 하니, 답이 없지.

하여간에 매일 이렇게 자문자답하고 앉았다보니, 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그냥 맥아리 없이 머릿속만 복잡하다. 심란하여 재밌는 걸 봐도, 재미를 못 느끼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는 줄도 모르겠다.
모든 게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게 없이, 그냥 덧없이 스쳐지나간다.
비어있지만, 채워줄 수 없는 것들.

아, 껍데기만 남는다고 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더라.

조금씩 예전의 감각을 되찾아야겠다는 느낌으로 다이어리를 샀다.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충실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록을 남겨보자고.
그렇게 블로그 재활훈련도 시작해보자.
바짝 마른 대기에 물을 주듯, 사흘 내리 비도 오는데.
쌓인 눈과 얼음을 보면서 저거 봄이 오기전엔 절대 안 녹을 거야...했는데, 봐라. 해동비 한 번에 다 녹아 스러진 걸.

나도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