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17 (금) 14: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내가 공연을 보면서 JCS만큼 자리에 구애받지 않은 공연이 있을까 싶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자리는 나오지 않고, 아는 동생이 샤롯데 2층도 상당히 괜찮다며 적극 추천해줘서 첫 2층 데뷔(;).
공연의 감동은 좋은 자리에서 오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서 이제까지 맨눈으로 배우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 자리는 가본 적이 없었건만, 여러모로 JCS가 내 경험치를 높여주고있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니 샤롯데 2층은 오글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가치가 있더라. 생각보다 무대와 멀지 않은 거리, 시야도 트여있고, 1층 앞열에서 음향에 뭉개지던 앙상블 가사가 2층 2열에선 오히려 더 잘들리기도 했으니. 물론 1층 앞열에 자리가 있을 땐 주저없이 그리로 가겠지만, 1층 뒷자리(14열 이후)로 갈 바엔 차라리 2층 앞열로 가는게 나은 선택일 것 같다.
하여튼 2층이라도 잡아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이날 공연도 상당히 좋았고 이 앞으로는 계속 더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 기대도 품게 한 공연이었다.

- 1층에서만 보다가 2층 올라오니까 확실히 무대의 휑함이 느껴진다. Overture에서 앙상블들이 튀어나와서 군무를 추는데 이렇게 비어보일 수가! 물론 배우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저 빈 무대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배우가 기댈 구석을 최소화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조명이다. 이 연출의 장기 중 하나인데, 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추구한 무대에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공간을 나누고, 효과를 준다. 특히 JCS에서는 역광을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신비로운 느낌, 경건하고 거룩한 느낌을 잘 살렸다.

- 조명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지저스에게는 수직 조명이 자주 사용되는데, 하늘에서 비추는 후광 효과를 통해 성스러움을 강조한다. 다만, 지저스는 애시당초 신의 아들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데, 굳이 조명을 통해 그 신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JCS의 지저스는 신의 아들보다는 사람의 아들쪽이지 않았는가.
수직 조명의 나쁜 예 : 아무도 없다 @ Strange Thing, Mystifying
수직 조명의 좋은 예 : forever Amen! @ Simon Zealotes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조명은 역시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장면인데, 지저스를 찾아 달려가는 마리아의 발걸음을 따라 물결처럼 퍼지던 바닥 조명과 마리아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던 따스한 오렌지 빛 후광 조명과 청명한 푸른 밤하늘. 기도하는 지저스를 두고 돌아서는 마리아의 뒤로 총총히 빛나던 별밤하늘이다.

가장 섬뜩했던 조명은 채찍신이 끝나고 십자가에 못밖으라고 군중들이 난리칠 때, 마치 핏물이 흘러내리는 듯 보였던 붉은 사선 무늬로 물들은 바닥 조명이었는데, 그 사선의 운동성으로 인해 진짜 무대 전체에 핏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조명은 십자가 씬. 수퍼스타 마지막에서 십자가를 향해 서슬퍼렇게 내려꽂히는 그 조명이 아니라, John 19:41가 흘러나오면서 후방에서 십자가를 향해 핀조명이 떨어지는데 그 빛으로 인해 무대 바닥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가 진다. 조용히 흔들리는 그 십자가 그림자는 이상하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홀연한 느낌마저 주더라.

- 배우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우선 한유다. 사실 JCS에서 유다는 정말 시작부터 쉽지 않다. 뭐, 어떤 배역은 쉽겠냐만은 유다 넘버 중 가장 어려운 곡을 시작하자마자 불러제껴야 한다는 거. 원래 오프닝이 가장 임팩트있는 법이라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 이게 피겨로 치면 3-3 점프 같은 거라. 하여간 Heaven On Their Minds는 참 감탄할만큼 잘 불러줘서 좋았지만, 이후 고음 올릴 때 힘겨워하거나, 종종 피치가 떨어지는 등 성대의 피로도가 여실히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트리플 캐스팅이 무색한 이 2주간의 스케줄을 보라.


더블 캐스팅된 지저스가 저렇게 꼬박꼬박 번갈아 무대에 서는 것과 달리, 유다는 트리플 캐스팅임에도 마치 한유다 원캐에 김유다 얼터인 것 같은 스케줄이다. 부디 죽음의 주간에 살아남기를. 난 내일도 모레도 보러오니까;;

- 정마리아와 장마리아, 둘 다 좋고 잘하지만, 역시 나는 장마리아 쪽에 좀더 기운다. 정마리아도 참 잘하는데, 장마리아의 음색도 음색이거니와, 좀 더 지저스에 집중하는 느낌이랄지.
What's The Buzz에서 군중들이 자꾸만 매달리고 언제 뜻을 이루실거냐고 귀찮게 굴 때, 더이상 걱정하지 말라며 마리아가 끼어드는데, 여기서 정마리아와 장마리아가 다른 게, 정마리아는 지저스의 뒤쪽으로 빙 돌아서 이동을 하고, 장마리아는 군중과 지저스의 사이를 가르며 이 둘을 분리시켜서 좀 더 독점욕을 내보인다. 
Everything's Alright에서도 유다의 비난 이후 두 마리아가 보이는 태도가 다르다. 정마리아는 자신을 천한 여자라 비하한 유다까지 위로하는!(그것도 지저스보다 먼저!) 성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마리아는 시선은 유다를 향했어도 마음은 지저스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라,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 유다를 욕할 것 같은 마리아다. 
이후 2막에서 정마리아는 점점 더 성녀로서의 모습이 강해지면서 지저스의 체포 이후 와해된 사도들을 다시 하나로 묶고 일으켜 세우는 지도자의 모습마저 보인다. 장마리아는 그런 면에 사도들과 유대감 같은 게 옅고, 끝까지 지저스 하나만 바라보는 인상이 더 강하다. 

- 지현준 빌라도를 보고 난 다음이라 그런가 태한 빌라도는 뭘 해도 다 좋고, 동현 헤롯도 자기 색을 확실히 찾아서 좋았다. 제사장 삼인방도 내가 본 중에 이날 공연이 가장 좋았는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는지 커튼콜에서는 이제 환호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더라. 시몬은 여전히 별로였는데, 뒤에서 고음 서포트 하는 앙상블을 시몬 커버로 쓰는 게 어떨지. 베드로의 '난 몰라요~'가 근래 들은 것 중엔 개중 나아서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질러줬음 싶더라.

-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면서 차곡차곡 감정이 쌓이고,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마치 파이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이날의 은저스는 지난 수요일과 또 다른 감정을 보여주었다.
2막의 시작 최후의 만찬에서부터 은저스의 목소리엔 물기가 가득하다. 자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었으나, 아~무것도 모른채 공명심에 차있는 제자들을 보며 부질없다 한탄하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잊혀짐을 서글퍼한다. 지레 찔린 유다의 변명을 듣기 싫다 물리치고, 그 와중에 눈치 없는 제자들은 또 한 번 스승의 속을 긁어놓는다. 골치 아픈 일 때가 되면 알게되리~ 라니, 진짜 제자복도 없는 지저스. 그런 지저스를 또 한번 유다가 도발한다. 이 가여운 인간! 하지만 더 불쌍한 건 당신을 위해 희생양으로 선택된 나라고 주장하는 유다를 지저스는 진절머리난다는 듯 떨쳐낸다. 그냥 닥치고 네 일이나 하라고. 그 말에 절망한 유다는 그 발앞에 꿇어 엎드려 절규한다. 꼭 그래야만 하는거냐고. 지저스의 옷자락에 손도 못대고 자신을 외면하는 지저스를 애처롭게 바라보다 등돌려 떠나는 한유다. 그러나 그가 떠날 때 고집스럽게 외면한 지저스가 그 뒤에서 아련한 시선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걸 알았다면 그는 다시 돌아왔을까.
그리고는 유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아무도 곁에 없구나~' 하는데, 그럼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다른 제자들은 뭐가 되나요; 

이어지는 겟세마네. 이제와서 레전이니 뭐니 하는 것도 유난스럽지만, 정말 너무 좋았다. ㅠㅠ 베드로, 요한, 야고보 부르는 목소리에서부터 흐느낌이 느껴지더니, 전에 없이 이날은 시작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소리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처연하게 시작된 노래는 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한 순간 피눈물을 삼키 듯 울컥해서 나도 같이 울컥대고, 찢고 쳐서!!할 때의 처절함은 더 강렬해지고, 내 맘 변하기 전!에서 보여주는 단호함은 더 단단해졌다. 당신이 정해놓은 운명에 따르기는 따르겠으나, 하나 뿐인 당신 아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똑똑히 보시라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이날 가장 가슴에 남았던 유다의 죽음. 솔직히 유다의 죽음 장면에서 동어 반복만 계속되는 하다만 번역이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한유다가 보여주는 찌질한(;) 유다의 죽음이 마음에 안들기도 해서 썩 좋아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정재일 음감의 귀신같은 편곡으로 재탄생한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 코러스 뒤로 울려퍼지는 비장한 음악때문에 좋아하게 된 장면인데.....
아놔, 이날 은저스가 장례 행렬을 향해서 한쪽 손을 뻗는게 아닌가. 안그래도 이 장면에서 은저스 표정 디테일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더해서 저렇게 손을 들어 애도의 표시를 하니, 유다의 배신까지 자책하며, 그 죄를 자신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ㅠㅠ
(그런데 환생해 돌아온 유다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받는 스승을 향해 '하늘나라 친구들은 어떠세요~' 이러고 있고. ㅠㅠ)

지난 수요일 공연부터 은저스는 '다, 이루었다'에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냥 눈 앞에 장면, 소리를 흘려보내다 이 대사를 들으면 갑작스레 오열이 터져나와서 주체할수가 없다.

+ 공연장을 나서는데, 어떤 꼬마가 하는 말이 들려왔다.
"있지, 지저스가 죽을 때 웃으면서 죽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15 (수)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장은아, 빌라도 - 지현준,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관극 다섯번 째만에 지현준 빌라도 자체 첫공. 태한 빌라도가 뜻밖의 수확이었기에 공연에서 처음 만나는 지현준 씨의 빌라도는 어떨지 궁금함을 안고 보기 시작했는데, 어........Overture에서부터 확 다른 빌라도. 저기 그건 치마가 아니라 토가인데요...라는 말이 절로나오는 격렬한 치마질에 일단 식겁했다. 그리고 이때 품었던 불안한 마음은 2막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지. 훗,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ㅠㅠ

- 명경지수에 조금씩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무심함과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은저스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게 앞머리를 신경쓰면서 그런 건지. 전에는 앞머리가 내려오던 말던, 눈앞에 커튼을 치던말던 하던걸 좀 신경쓰는 게 보이더라. 특히 유다를 바라보는 시선의 싸늘함은 여전한데, 이게 간혹 미묘하게 흘깃 확인해보는 것 같은 시선이랄지.
이건 한유다의 집착이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더 그런 것도 있기는 한데, 이날따라 한유다의 시선이 진짜 집요하게 지저스만을 쫓아서; 어디서 뭘 하던 그 시선의 끝에는 늘 지저스가 있다. 그러니 그 집요한 시선을 은저스가 모를리가 있나. 알면서 외면하고 그런데 또 그 시선이 아직 자신에게 와 있는지 슬쩍 확인하고, 한유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 때만 골라서 또 한유다를 바라보는 은저스는...이 무슨 밀당의 고수들도 아니고;

- Strange Thing, Mystifying에서 Everything's Alright 으로 이어지는 이 두 곡에서 한유다의 질투심이 참 제대로 폭발인데, 여기서 장마리아의 상심한 표정 연기도 좋고, 그런 마리아를 위로하는 은저스의 손은 또 왜 그리 고운지.
빈정대며 날린 화살은 마리아를 향한 것이었는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돌아오는 건 '너에게 실망했다.'는 스승의 싸늘한 반응이다. 그리고 누구도 내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지저스를 위로한 것 역시 마리아의 몫이다보니, 지켜보는 한유다는 한 소리 들은 것도 있고, 마냥 지켜만 본다. 그러나 향유를 발라주며 지저스를 주물주물(;) 마사지하는 마리아를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또 딴지를 건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정마리아는 직접적인 터치가 별로 없는데, 장마리아는 좀더 진한 스킨십을 보여준다. 말하는 내용은 그 향유에 쓸 돈이면, 가난한 자들을 얼마든지 더 구할텐데, 왜 그리 낭비하냐는 비난인데, 이게 한유다의 몸짓, 시선이 겹쳐지면서, 어떻게 들어도 마리아의 향유 조공이 아니꼽고, 그걸 좋다고 받아주는 지저스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심통으로밖에 안들린다. 호모로운 한유다여. ㅠ.ㅠ
그런데 문제는 은저스가 이런 한유다의 감정을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군중들의 찬양을 들으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다가도 유다와 시선이 마주치자 싸늘하게 굳어버리는 표정. 그러니 한유다는 더 안달이 날 수 밖에; (나 지금 JCS 감상 쓰는 거 맞음;)

- 제사장 삼인방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맞지않는 음역대를 좀 높이면서 가야바의 자신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요망한(;) 안나스와 무색무취 사제 삼인방의 연기합이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안나스는 위혐, 위염을 오가는 위험한 발음을 어떻게 좀 해줬음좋겠다. 이 셋의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도 난 이 넘버에서 박수를 칠 수가 없는데, 내가 아무리 날라리라도 대놓고 예수를 죽이라는 넘버에 박수를 칠 마음은 안들어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수퍼스타에서도 박수가 안 나온다.

- 저 삼인방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시몬은 아직도 목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 하고, 앙상블은 여전히 하모니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싶은 째지는 소리를 낸다. 이게 나름 오합지졸 사도들, 무조건 떼쓰고 보는 군중들, 2막에서 악을 쓰며 십자가에 못박으랄 때만 박력이 터지는 군중을 염두에 둔 캐스팅이었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다들 생목소리로 질러대는지 ㅠ.ㅠ Hosanna에서 떼창 사이로 은저스 솔로 흘러나올 때, 마치 소음 가득한 공간에서 맑은 계곡 물소리 들리는 숲으로 들어갔을 때와 맞먹는 감동을 느낀다.

- 앞에서 명경지수에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게 Simon Zealotes에서부터 전엔 진짜 무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이날은 조금씩 표정이 달라진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표정, 걱정하는 표정,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가야할 길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르키는 것을 보고 짓는 서글픈 표정으로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제자들마저 내 뜻을 몰라주는구나 깊은 고독과 허탈함 속에 나직이 부르는 Poor Jerusalem. 홀로 남겨졌을 때만 보이는 흔들리는 모습,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볼을 타고 흘러 턱밑으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그렇게 티나지 않게 울지좀 말라고 ㅠ.ㅠ

- 지현준 빌라도의 Pilate's Dream도 나쁘지 않았다. 지저스와 교차되면서 마치 환상을 붙잡으려는 듯한 손짓이나, 마지막에 붉은 조명을 받을 때, 태한 빌라도는 서서 조명을 받는데, 현준 빌라도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조명을 받아 좀더 극적인 효과를 낸다. 솔직히 여기 조명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인데, 두 배우가 분위기를 잘 살렸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2막에선 ㅠ.ㅠ

- 이어지는 Temple에서 은저스의 분노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반주가 멈춘 뒤로도 계속 뻗어나가는 나가~~~~샤우팅이 그가 느끼는 분노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냥 분노만이 아닌 슬픔이 흘러넘치는 분노,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자들의 구원씬. 끝도없이 밀려드는 그들의 열망에 자신을 보호하듯 두손으로 몸을 감싸안는 은저스. 그러나 살려달라는 소리에 고개를 털고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하나를 내어주면 열을 바라는 저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채워주려면 어디까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할까.

- JCS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겟세마네, 수퍼스타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대중적인 곡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일 것이다. 군중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친 지저스를 쉬게하고, 지저스를 향한 마리아의 마음을 표현하는 이 노래는 뒤에 유다의 죽음에서 다시 한번 reprise 되기도 한다.
지난번에도 쓴 것 같은데, 정마리아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장마리아의 음색이 내 취향에 직격이라. 그리고 여기에서 장은아 씨의 연기 디테일도 마음에 드는 게, 지저스를 향해 달려가기 전, 화장한 얼굴을 쓱쓱 지우고나서 달려간다. 비교하자면 정마리아는 소녀의 느낌인데, 장마리아는 여인이라는 느낌이다.

- 최후의 만찬에서 안그래도 미욱한 사도들이 마땅치 않았는데, 가사 실수까지 나와서 잠시 빠직. 그럼에도 은저스와 한유다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더라. 그것과 별개로 번역의 일관성 없음이 뼈아픈 장면이기도 하고.

- 겟세마네에서 중간 박수는 번갈아가며 나오는 건지. 지난 9일엔 없었고, 이날은 있었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겟세마네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은저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에서 이 넘버를 시작한다. 그래서 겟세마네 전반에 깔리는 감정은 체념한 상태에서 순수한 의문, 부당한 처사에 대한 원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착한 아들 속성이 어디 안가는 은저스는 저 원망이 길게 가지도 않는다. 겟세마네의 후반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잠시 서러워하다,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이지만, 이 길을 선택한 건 나의 의지이기도 하니, 내게 독잔을 내리려거든, 내가 결심한 바로 지금 내리시라고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이다.

- 그 어느 때보다 더 짙은 미소로 유다를 맞이하는 은저스와 바들바들 떨면서 입맞춤을 건네는 한유다. 참 잔인하기도 하지.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미소를 그 순간에 보여주다니. 이 지저스는 진짜 어디까지 츤데레인지, Last supper에서도 한유다의 시선이 따라붙을 땐 끝내 외면하더니, 그가 등돌려 떠나갈 때야 비로소 아련하게 그 뒷모습을 쫓는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대로 유다의 죽음까지 이어진다. 자신만을 집요하게 쫓는 열에 들뜬 그 시선에는 한번도 응해준 적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서야 봉인했던 감정을 터트리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은저스. 참으로 안타까운 스승과 제자다. (그러니 어디선가 신이 잘못했네~ 하는 평이 나오지;)

- 내가 아끼는 태한 빌라도라도 영어로 숫자세는 채찍신은 민망했더랬는데, 지현준 빌라도의 채찍신은 민망한 정도가 아니라, 그 오버스러움에 뜨악했다. 지금 채찍 맞는 건 지저스고요, 그 지저스가 이 악물고 신음소리 한 번 안내고 견디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빌라도가 당장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을 거 같은 거죠? ㅠ.ㅠ 그리고 왜 노래를 안하시고 짐승처럼 울부짖기만 하시는 건지. ㅠ.ㅠ 내가 태한 빌라도를 먼저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 십자가 장면은 이제 그냥 반쯤 넋을 놓고 보는데, 이날은 무방비하게 있다가 너무나 지친 목소리로 한숨처럼 '다 이루었다' 한마디에 격침. 당황스러울 정도로 눈물이 흘러넘치고 갑작스럽게 오열이 치밀어 올라서 입 틀어막고 끅끅대느라 숨 막히는 줄 알았다. 이게 커튼콜까지 멈추지를 않아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리고 은저스는 커튼콜에 등장할 때, 아직 지저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모습이어서 또 울컥했더랬다.

+ 이날 객석에 수녀님 몇 분이 보여서 과연 이분들이 어떻게 보셨을까 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가는 길에 보니 함박 웃음이시더라. 한유다의 수퍼스타 앵콜이 이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많이 휘발 시키기는 하지요.

++ 스승의 날이기도 했던 이날, 설컴 트윗에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새겨보라는 둥 하며 올린 사진. 저 사진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라는 거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