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15 (수)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장은아, 빌라도 - 지현준,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관극 다섯번 째만에 지현준 빌라도 자체 첫공. 태한 빌라도가 뜻밖의 수확이었기에 공연에서 처음 만나는 지현준 씨의 빌라도는 어떨지 궁금함을 안고 보기 시작했는데, 어........Overture에서부터 확 다른 빌라도. 저기 그건 치마가 아니라 토가인데요...라는 말이 절로나오는 격렬한 치마질에 일단 식겁했다. 그리고 이때 품었던 불안한 마음은 2막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지. 훗,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ㅠㅠ

- 명경지수에 조금씩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무심함과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은저스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게 앞머리를 신경쓰면서 그런 건지. 전에는 앞머리가 내려오던 말던, 눈앞에 커튼을 치던말던 하던걸 좀 신경쓰는 게 보이더라. 특히 유다를 바라보는 시선의 싸늘함은 여전한데, 이게 간혹 미묘하게 흘깃 확인해보는 것 같은 시선이랄지.
이건 한유다의 집착이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더 그런 것도 있기는 한데, 이날따라 한유다의 시선이 진짜 집요하게 지저스만을 쫓아서; 어디서 뭘 하던 그 시선의 끝에는 늘 지저스가 있다. 그러니 그 집요한 시선을 은저스가 모를리가 있나. 알면서 외면하고 그런데 또 그 시선이 아직 자신에게 와 있는지 슬쩍 확인하고, 한유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 때만 골라서 또 한유다를 바라보는 은저스는...이 무슨 밀당의 고수들도 아니고;

- Strange Thing, Mystifying에서 Everything's Alright 으로 이어지는 이 두 곡에서 한유다의 질투심이 참 제대로 폭발인데, 여기서 장마리아의 상심한 표정 연기도 좋고, 그런 마리아를 위로하는 은저스의 손은 또 왜 그리 고운지.
빈정대며 날린 화살은 마리아를 향한 것이었는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돌아오는 건 '너에게 실망했다.'는 스승의 싸늘한 반응이다. 그리고 누구도 내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지저스를 위로한 것 역시 마리아의 몫이다보니, 지켜보는 한유다는 한 소리 들은 것도 있고, 마냥 지켜만 본다. 그러나 향유를 발라주며 지저스를 주물주물(;) 마사지하는 마리아를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또 딴지를 건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정마리아는 직접적인 터치가 별로 없는데, 장마리아는 좀더 진한 스킨십을 보여준다. 말하는 내용은 그 향유에 쓸 돈이면, 가난한 자들을 얼마든지 더 구할텐데, 왜 그리 낭비하냐는 비난인데, 이게 한유다의 몸짓, 시선이 겹쳐지면서, 어떻게 들어도 마리아의 향유 조공이 아니꼽고, 그걸 좋다고 받아주는 지저스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심통으로밖에 안들린다. 호모로운 한유다여. ㅠ.ㅠ
그런데 문제는 은저스가 이런 한유다의 감정을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군중들의 찬양을 들으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다가도 유다와 시선이 마주치자 싸늘하게 굳어버리는 표정. 그러니 한유다는 더 안달이 날 수 밖에; (나 지금 JCS 감상 쓰는 거 맞음;)

- 제사장 삼인방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맞지않는 음역대를 좀 높이면서 가야바의 자신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요망한(;) 안나스와 무색무취 사제 삼인방의 연기합이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안나스는 위혐, 위염을 오가는 위험한 발음을 어떻게 좀 해줬음좋겠다. 이 셋의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도 난 이 넘버에서 박수를 칠 수가 없는데, 내가 아무리 날라리라도 대놓고 예수를 죽이라는 넘버에 박수를 칠 마음은 안들어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수퍼스타에서도 박수가 안 나온다.

- 저 삼인방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시몬은 아직도 목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 하고, 앙상블은 여전히 하모니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싶은 째지는 소리를 낸다. 이게 나름 오합지졸 사도들, 무조건 떼쓰고 보는 군중들, 2막에서 악을 쓰며 십자가에 못박으랄 때만 박력이 터지는 군중을 염두에 둔 캐스팅이었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다들 생목소리로 질러대는지 ㅠ.ㅠ Hosanna에서 떼창 사이로 은저스 솔로 흘러나올 때, 마치 소음 가득한 공간에서 맑은 계곡 물소리 들리는 숲으로 들어갔을 때와 맞먹는 감동을 느낀다.

- 앞에서 명경지수에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게 Simon Zealotes에서부터 전엔 진짜 무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이날은 조금씩 표정이 달라진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표정, 걱정하는 표정,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가야할 길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르키는 것을 보고 짓는 서글픈 표정으로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제자들마저 내 뜻을 몰라주는구나 깊은 고독과 허탈함 속에 나직이 부르는 Poor Jerusalem. 홀로 남겨졌을 때만 보이는 흔들리는 모습, 가려진 앞머리 사이로 볼을 타고 흘러 턱밑으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그렇게 티나지 않게 울지좀 말라고 ㅠ.ㅠ

- 지현준 빌라도의 Pilate's Dream도 나쁘지 않았다. 지저스와 교차되면서 마치 환상을 붙잡으려는 듯한 손짓이나, 마지막에 붉은 조명을 받을 때, 태한 빌라도는 서서 조명을 받는데, 현준 빌라도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조명을 받아 좀더 극적인 효과를 낸다. 솔직히 여기 조명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인데, 두 배우가 분위기를 잘 살렸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2막에선 ㅠ.ㅠ

- 이어지는 Temple에서 은저스의 분노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반주가 멈춘 뒤로도 계속 뻗어나가는 나가~~~~샤우팅이 그가 느끼는 분노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냥 분노만이 아닌 슬픔이 흘러넘치는 분노,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자들의 구원씬. 끝도없이 밀려드는 그들의 열망에 자신을 보호하듯 두손으로 몸을 감싸안는 은저스. 그러나 살려달라는 소리에 고개를 털고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하나를 내어주면 열을 바라는 저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채워주려면 어디까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할까.

- JCS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겟세마네, 수퍼스타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대중적인 곡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일 것이다. 군중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친 지저스를 쉬게하고, 지저스를 향한 마리아의 마음을 표현하는 이 노래는 뒤에 유다의 죽음에서 다시 한번 reprise 되기도 한다.
지난번에도 쓴 것 같은데, 정마리아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장마리아의 음색이 내 취향에 직격이라. 그리고 여기에서 장은아 씨의 연기 디테일도 마음에 드는 게, 지저스를 향해 달려가기 전, 화장한 얼굴을 쓱쓱 지우고나서 달려간다. 비교하자면 정마리아는 소녀의 느낌인데, 장마리아는 여인이라는 느낌이다.

- 최후의 만찬에서 안그래도 미욱한 사도들이 마땅치 않았는데, 가사 실수까지 나와서 잠시 빠직. 그럼에도 은저스와 한유다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더라. 그것과 별개로 번역의 일관성 없음이 뼈아픈 장면이기도 하고.

- 겟세마네에서 중간 박수는 번갈아가며 나오는 건지. 지난 9일엔 없었고, 이날은 있었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겟세마네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은저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에서 이 넘버를 시작한다. 그래서 겟세마네 전반에 깔리는 감정은 체념한 상태에서 순수한 의문, 부당한 처사에 대한 원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착한 아들 속성이 어디 안가는 은저스는 저 원망이 길게 가지도 않는다. 겟세마네의 후반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잠시 서러워하다,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이지만, 이 길을 선택한 건 나의 의지이기도 하니, 내게 독잔을 내리려거든, 내가 결심한 바로 지금 내리시라고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이다.

- 그 어느 때보다 더 짙은 미소로 유다를 맞이하는 은저스와 바들바들 떨면서 입맞춤을 건네는 한유다. 참 잔인하기도 하지.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미소를 그 순간에 보여주다니. 이 지저스는 진짜 어디까지 츤데레인지, Last supper에서도 한유다의 시선이 따라붙을 땐 끝내 외면하더니, 그가 등돌려 떠나갈 때야 비로소 아련하게 그 뒷모습을 쫓는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대로 유다의 죽음까지 이어진다. 자신만을 집요하게 쫓는 열에 들뜬 그 시선에는 한번도 응해준 적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서야 봉인했던 감정을 터트리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은저스. 참으로 안타까운 스승과 제자다. (그러니 어디선가 신이 잘못했네~ 하는 평이 나오지;)

- 내가 아끼는 태한 빌라도라도 영어로 숫자세는 채찍신은 민망했더랬는데, 지현준 빌라도의 채찍신은 민망한 정도가 아니라, 그 오버스러움에 뜨악했다. 지금 채찍 맞는 건 지저스고요, 그 지저스가 이 악물고 신음소리 한 번 안내고 견디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빌라도가 당장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을 거 같은 거죠? ㅠ.ㅠ 그리고 왜 노래를 안하시고 짐승처럼 울부짖기만 하시는 건지. ㅠ.ㅠ 내가 태한 빌라도를 먼저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 십자가 장면은 이제 그냥 반쯤 넋을 놓고 보는데, 이날은 무방비하게 있다가 너무나 지친 목소리로 한숨처럼 '다 이루었다' 한마디에 격침. 당황스러울 정도로 눈물이 흘러넘치고 갑작스럽게 오열이 치밀어 올라서 입 틀어막고 끅끅대느라 숨 막히는 줄 알았다. 이게 커튼콜까지 멈추지를 않아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리고 은저스는 커튼콜에 등장할 때, 아직 지저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모습이어서 또 울컥했더랬다.

+ 이날 객석에 수녀님 몇 분이 보여서 과연 이분들이 어떻게 보셨을까 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가는 길에 보니 함박 웃음이시더라. 한유다의 수퍼스타 앵콜이 이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많이 휘발 시키기는 하지요.

++ 스승의 날이기도 했던 이날, 설컴 트윗에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새겨보라는 둥 하며 올린 사진. 저 사진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라는 거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