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Hamlet)

일   시 : 2013.12.04 ~ 2013.12.29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13. 12. 23 (월) 19:30
원   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   출 : 오경택,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햄릿 - 정보석, 클로디어스 - 남명렬, 거트루드 - 서주희, 폴로니어스 - 김학철, 레어티즈/극중극배우 - 박완규, 오필리어 - 전경수, 선왕의 유령/무덤지기/극중극배우 - 정재진, 호레이쇼 - 지춘성, 볼티먼드/극중극배우 - 이지수, 로젠크란츠/포틴브라스 - 김병희, 길덴스턴/무덤지기 - 구도균, 여비서/극중극배우 - 배소현, 경호원 - 신기원, 시종 - 최민혁, 시종 - 고홍진
줄거리 :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 지금은 왕이 된 삼촌 클로디어스와 여전히 왕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 거트루드의 계략이 있었다는 유령의 이야기에 햄릿은 일부러 미친 척을 하고 사실을 파헤친다. 오필리어는 갑자기 변해버린 연인 햄릿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아버지 폴로니어스와 오빠 레어티스의 반대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한편 햄릿은 자신을 찾아온 배우들에게 아버지의 살해 장면을 연기해 줄 것을 부탁하고, 공연을 함께 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영국으로 내쫓으려 하는데... [출처 > 플레이DB]

* 한 줄 요약 : 배우 낭비, (주의 - 아래 감상 중 스포일러 포함.)

- 전 세계 어디선가는 항상 상연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가 지지 않는 연극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햄릿일 것이다. 그만큼 유명하고 다양한 버전과 연출로 변주되고 있는 햄릿. 뮤지컬로 영화로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었을 희곡.
믿음을 주는 명동예술극장의 선택이고, 원작이 바로 그 햄릿!!이고 오경택 연출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봤을 때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게 무리다. 당연히 그만큼 큰 기대를 안고 보러갔는데, 역시 기대와 만족도는 반비례의 관계였음을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 배우들? 당연히 다들 한가닥 하시는 분들인데, 나쁠 게 있었을까? 연출? 아주 막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정승호 디자이너의 무대는 참신했고, 역광 조명을 이용한 장면이나 오필리어의 죽음에서 사용된 시퍼런 배경은 정말 좋았다. 그 외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차지 않았냐....하면, 역시 캐릭터성, 현대화, 오리지널 캐릭터...뭐 이런 거? 

- 칼대신 총을 쓴 건, 뭔가 이유가 있어서 였을 거다. 처음 햄릿이 총을 꺼냈을 때만 해도, 나는 리즈시절 디카프리오의 화보 영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지만, 역시 햄릿은 총과 어울리지 않는다. 총은 그저 우리 현대사의 어떤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한 소품으로 등장할 뿐으로 포틴브라스에게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독재자와 쿠테타의 향기가 너무 노골적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경악했던 부분은 클로디어스의 캐릭터였는데, 거기에 오리지널 캐릭터인 여비서는 뜬금없이 등장시켜서 클로디어스의 정체성마저 흔들어버렸는가 하는 것이다. 악랄한 근친 살해, 부당한 왕위 찬탈에 이어 여비서와의 불륜까지 얹어서 클로디어스의 야비함을 더할 필요가 있었던 건지. 그리고 그의 최후가 햄릿의 복수의 칼날이 아닌 포틴브라스의 총끝에서 끝났다는 건 진짜 어이가 없어서. 연출은 클로디어스의 최후에 박통의 최후를 겹쳐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음....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고지식한 건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서주희 배우를 데려다 거트루드를 시키면서 그정도 밖에 활용을 못한다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배우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육체적인 욕망에 빠져서 클로디어스를 선택했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하고, 그랬던 여인이 뒤에 진실을 깨닫고 햄릿에 대한 모성을 발하는 장면의 개연성 없음은 어쩔건가. 마치 선수의 기술력이나 기본기는 탄탄한데 제대로 된 안무가를 만나지 못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연기를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햄릿이라는 희곡이 원래 거트루드와 오필리어에게 친절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 그럼 뭐하러 현대성을 찾고, 각색이라는 걸 하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 오필리어의 죽음이 연출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음모론'이나 작금의 안녕들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연출의 고통같은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난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 건 싫었단 말이지. 그래도 시퍼런 물속을 향해 침잠해가는 오필리어의 가련하고도 창백한 모습은 굉장히 시각적으로 훌륭한 연출이었다. 푸르도록 시리고 슬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오필리어 역의 전경수 배우는 뮤지컬 햄릿 월드버전(2008)에서 오필리어로 출연한 경력이 있던데, 내년 초에 EMK에서 올린다는 햄릿에 재도전 해보시는 건 어떨지.

- 배우들 얘기를 해보면, 햄릿의 정보석 씨는 쉰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변치않는 미모를 자랑하시며 나약하고 신경쇠약에 까칠하며 생각이 많은 햄릿을 연기해주셨다. 레어티즈 역의 박완규 배우는 '잠들지 못하는 밤은 없다.'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시더니, 레어티즈의 비통함과 절망스러움을 온몸으로 표현해주셨다. 엘리자벳의 라우셔 추기경 이지수 배우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반가웠고, 폴로니어스 역의 김학철 배우는 클로디어스와 폴로니우스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고 병들어 지친 몸뚱아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신 정재진 배우님까지 참으로 명품 배우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훌륭한 드림캐스트다.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저 유명한 독백을 극의 마지막으로 돌린 연출도 마음에 차지 않고, 비극의 여운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게 한 마무리도 마음에 안들고, 하여간 나한테는 별 두개 반, 박한 평점을 줄 수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픈 기대작이었다.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2013)

감   독 : 프란시스 로렌스
원   작 : 수잔 콜린스 作 헝거 게임 시리즈
캐스트 : 캣니스 에버딘 - 제니퍼 로렌스, 피타 멜라크 - 조쉬 허처슨, 헤이미치 에버내시 - 우디 헤럴슨, 게일 호손 - 리암 헴스워스, 스노우 대통령 - 도날드 서덜랜드, 시나 - 레니 크라비츠, 피닉 오데어 - 샘 클라플린, 조한나 메이슨 - 지나 말론, 플루타르크 헤븐스비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피 트링켓 - 엘리자베스 뱅크스, 프림로즈 에버딘 - 윌로우 쉴즈, 비티 - 제프리 라이트 외
줄거리 :
혁명의 불꽃이 될 거대한 생존전쟁! 살아남아라, 최후의 승자가 모든 것을 바꾼다!
헝거게임의 우승으로 독재국가 ‘판엠’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캣니스, 혁명의 불꽃이 된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캐피톨은 75회 스페셜 헝거게임의 재출전을 강요한다. 역대 최강의 우승자들이 모인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된 캣니스는 판엠의 음모 속에서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막강한 도전자들과 맞닥뜨린다. 모두의 운명을 걸고 살아남아야 하는 캣니스, 그녀와 함께 혁명의 불꽃이 시작된다. [출처 > 네이버영화]

* 4분기 부서 행사로 영화 관람이 선택되서 보게된 헝거 게임. 1편을 그럭저럭 잘 봐서 선택했는데 덕분에 잘 봤다.

1편인 판엠의 불꽃은 묘하게 지루하면서도 중간에 그만두자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작품이었다. 독재국가 판엠의 기득권 층을 위한 무한 경쟁. 헝거 게임은 판타지가 아니라 무한 경쟁 속에 떠밀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였다. 언론 통제, 여론 조작, 공포 정치. 그리고 하고 싶지 않아도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최후의 승자만이 살아남는 잔인한 세계에 던져진다. 힘있고, 돈있는 상위 몇 %를 위해서.
주인공 캣니스는 활솜씨가 뛰어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의지가 굳건한 아가씨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혁명 전사이거나,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선동가는 아니다. 다만 그녀는 상식적인 정의감과 도덕적인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용기가 있었다. 그녀는 약육강식이 당연하다는 게임의 룰을 벗어나 가능하면 싸움을 피하고 자신보다 약한 루를 보호한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게임의 룰마저 바꿔나간다. 그렇게 그녀는 혁명의 아이콘이 된다. 

그리고 2편 캣칭 파이어에서 영화는 한층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기득권자들이 약자를 무한 경쟁의 구도로 밀어넣을지라도 약자들은 연대를 통해 그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결국 약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서로에 대한 연대 뿐이라고. 누가 들으면 당장에 좌빨이라고 길길이 날뛰겠구만;

1편을 볼 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의 제니퍼 로렌스에 의한 제니퍼 로렌스를 위한 영화다. 등장 인물이 적은 것도 아닌데, 원탑 여주인공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내뿜는 이 매력적인 배우가 이제 23살이다. (엠마 왓슨, 연아랑 동갑인데, 하늘에서 90년 생 여성에게 뭔가 특별한 축복이라도 내려준건가.)

영화 내용은 체제 선전에 동원되는 우승자 퍼레이드와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가는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 우승자들을 모아서 왕중왕 전을 펼치는 전개로 나간다. 그녀로 인해 각지에서 번지는 반란의 기운. 사랑하는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힌 채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면서, 생사를 함께 넘나드는 남자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막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지옥같은 전장 속으로 던져진 캣니스. 다시 재현되는 헝거 게임은 전편에서 한 번 경험한 적이 있기에 흥미롭지 못했지만, 점차 전사로 각성해나가는 캣니스를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게 끝이야...? 라며 허탈해 하더라마는 12구역에 떨어진 참혹한 소식을 접하고 경악고 슬퍼하고 눈물흘리며 사정없이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가 분노를 품고 불꽃을 피워내는 그 과정을 보여준 그 마지막 장면은 제니퍼 로렌스의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되겠구나 서막을 올리는 장면으로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자리의 부장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내가 사는 게 헝거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