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5(일) 14: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이제서야 은촤 정식 첫공

- 그러니까말이다. 벌써 세번째 공연인데, 사실 이날 공연이 이제서야 정식으로 시작되는 2014 모차르트!의 은촤 첫공이다. 그런데 이게 낮공이라서 목이 덜 풀린 건지, 아니면 컨디션 난조인건지 모르겠는데 목 상태가 썩 좋은 거 같지 않더란 말이지. 하기는 프리뷰 공연에서 정말 프리뷰같지 않게 (공연 내용 상관없이 배우가) 쏟아내더니만, 자잘하게 가사 실수(같은 멜로디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거짓말 할 수 없어'를 '때가 되면 나는 떠날거야'로,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끝나면 너도 끝나는 거지'를 '네가 끝나면 나도 끝나는 거지'로 치환해서 뭐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주객전도잖음?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데의 소멸이 볼프강의 소멸로 이어질 거 같지는 않....은게 아니라, 음악 없는 볼프강은 살아도 산 게 아니겠군;)에 무대 장치도 제때 등장하지 않고(여기 빈에 남겠소에서 주교님의 침대(?)가 등장하질 않아서 민주교가 끙차끙차 계단을 올라왔더랬지), 다들 이제 시작인데, 기합이 빠진 건 아닐거고, 집중합시다.

뭐 저런 실수들이 있었다고 해서 공연이 안 좋았느냐면 또 그건 아니라서. 위에 썼다시피 공연의 흐름 자체를 해칠만큼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이게 공식적인 본 공연이며, 이미 여섯번째 무대라는 생각을 좀 해봅시다. 무대 장치 말썽은 프리뷰 기간 내내 하나 둘 있었는데, 본 공연에서마저 이러면 어쩌란 말인지. 제발 문제가 발생하면 땜방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초반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쉬운 길은 잘못된 길.

보통 재/삼연까지 '나는 나는 음악'은 얼마 없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즐거운 한 때~ 둘의 꽁냥거림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장면이었다. 넘버 자체도 가볍고 통통 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진지하게 악보를 적어나가는 아마데를 억지로 꼬여내여 빙그르르 돌면서 얼러대는 은촤를 엄마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씬.

그런데 이게 사연의 Dark Musical (Das Musical이 아님) Mozart!에 와서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거리가 백만광년 쯤 떨어지면서 볼프강에게 전면적으로 집중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거울을 통해 아마데를 등장시키는 연출은 좋았지만, 그 뿐, 아마데는 이 장면에서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 장면이 참 아쉬운게 뭐냐면, 이게 아마데의 첫 등장 씬인데, 그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는 거다. 볼프강이 처음으로 아마데의 존재를 인지하고 "너"로 인해 자유를 찾게될 거라고, "너"와 "나"는 두려울 게 없다고, 아마데를 또 다른 자신으로 인식하는 장면인데, 이 뒤로 아마데는 그냥 악보나 받아적는 어린 아이가 되버렸을 뿐이고 ㅠ.ㅠ

재/삼연은 처음부터 아마데가 피아노 위에서 악보를 적고 있는 상태에서 볼프강이 호들갑을 떨어대면서 누나~~~~~~~~~ 와서 이 멋진 빨간 코트 좀 보라며, 아마데의 존재를 기정 사실로 치고 들어갔다. 그래서 때로 아마데가 볼프강의 분신인가..하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사연에서는 이 빨간 코트를 통째로 드러내고, 그 대신 쓰잘데기 없는 도박씬으로 시작해서 아빠와 난넬이 같이 볼프강을 구박(;)하며 윗사람에게 복종하라고 훈계를 늘어놓는 장면으로 성인(?) 볼프강이 등장하고, 저 거울을 통해 처음으로 볼프강과 아마데가 만나는 건데, 이거 잘 하면 썩 괜찮은 연출이 될 수 있었는데 ㅠ.ㅠ

아마데에 대한 아쉬움은 이 정도로 하고, 그럼에도 사연의 나는 나는 음악이 좋은 건 볼프강이 진짜로 이 장면에서 음악에 도취되어 내가 곧 음악이라며 너무나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그건 새로 바뀐 편곡도 한 몫 하는데, 중간에 조가 바뀌면서 후렴구가 다시 반복되는 그 부분을 굉장히 힘주어서 강조하며 꾹꾹 눌러 부르는 은촤의 목소리가 참 가슴 속 깊은 곳을 찌르르 건드린단 말이지. 내가 음악이고, 음악이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 감각이 세상 무엇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듯 벅차올라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환희에 젖어 있는 은촤의 모습이, 이 뒤에 다가올 비극과 대비되어서 초반부터 울컥하더라. 진짜 은촤는 목소리에 무슨 짓을 한 거니 ㅠ.ㅠ

- 황금별은 언제 들어도 참 각별하다. 전에는 남작부인이 읊어주는 성벽 너머 황금별을 쫒던 시선이, 이번엔 아버지에게서 떨어지지를 않던 은촤. 레오폴드가 냉정하게 안된다는 시선을 보낼 때도 눈을 피하지 않고, 차갑게 외면당할 때도 그 뒷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레오폴드를 열심히 설득하려 다가가지만, 완고하게 마음을 닫은 아버지 앞에서 상처받고 좌절하는 은촤의 표정이 얼마나 애처롭던지. 혹자는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나는 모차르트 빠순이라 여기서 항상 은촤에 감정이입해서 레오폴드가 원망스럽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주시지.

- 그리고 뜻밖에 마음을 빼앗긴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새로 추가된 넘버 2개는 이제라도 그냥 빼버렸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 쉬운 길 넘버 때문에라도 사연 OST 좀 내줬으면 좋겠다. 아니, 하다못해 홍보 영상이나 음원이라도 좀 풀어줘!!!!!!!!!! 내가 이걸 관대 영상 1분 30초 짜리로 앓아야겠냐. 아니, 이거 듣겠다고 은촤 전관할 기세 OTL

정말 이 넘버에서 은촤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데 성량 괴물 민주교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으면서 자유 의지를 피력해대는데 진짜 안 좋을 수가 있겠냐고. ㅠ.ㅠ 어디서든 내 음악이 흘러넘친다며 도취된 표정하며 휘청휘청하면서도 어렵게 찾은 자유를 포기 "안해!" 모든 건 내 선택 "후회는 없어!"라고 확 긁어서 질러주는데 진짜 말도 못하게 좋다.

진짜 All New 라면서 아직도 초연 버전의 OST라니, All New 답게 새로 OST 좀 내자!! 

+ 박은태가 하는 인터뷰에 허언은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밝혀짐. 회전문 돌라 이거지 OTL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3(금)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회전문의 시작은 두번째부터

- 부서 MT가 잡혀있어서 아예 표를 잡을 생각도 안했던 날짜였다. 그런데 프리뷰 보고 그렇게 또 투덜댄 거 치고는 자꾸 떠오르는 장면, 넘버들 때문에 호기심이 끓어올라서 가고싶어 안절부절; 게다가 내가 정말 선호하는 캐스팅이어서 계속 뒷머리가 잡아채이는 느낌. 확인해보니 당일 돌아온다는 사람들이 꽤 되는 걸 보고 결심했다. 느낌이 올 땐 가야하는 거라며.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날 공연을 가서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얼마나 좋았는지. (단, 그렇다고 연출상의 구멍이 메워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프리뷰 첫공의 어수선함은 조금 정리가 되었고, 음향은 그래도 동굴처럼 퍼지는 건 좀 잡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싶었는데, 두번째만에 뭔가 자잘하게 피드백되어서 벌써 삭제된 장면도 있고, 의상이나 동선의 변화도 있었다.

- 지난 프리뷰 때는 변화에 따른 생소함에 적응을 못했던 것이, 그래도 두번째 쯤 되니까 눈에 안들어오던 것도 들어오고, 조금이나마 개선된 음향 덕에 안들리던 가사도 들리면서 아드리안이 그리고자 했던 모차르트는 이런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연 모차르트를 보면서, 미하엘 쿤체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잔영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마데'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아드리안은 역으로 영화 아마데우스를 참 많은 부분에서 떠올리게 한다. 이 부분에서 호오가 심하게 갈릴 거 같기도 하고. 신화적인 인물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도 우리같은 사람"인 면이 있겠지만, 분명이 범인이 따라갈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이 있었기에 세기를 넘어서 사랑받는다는 걸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연 모차르트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아마데에 대한 해석이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하나이면서 또 다른 존재이다. 인간으로서의 행복 혹은 쾌락을 추구하려는 볼프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가 아마데인데, 이전 버전에서 아마데가 음악적 천재성, 신의 축복을 받는 음악 신동이라는 이미지라면, 아드리안이 잡은 아마데는 천재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볼프강에 의존적이다. (악보 업자;) 그렇다고 신동이라고 불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두기에도 어정쩡한 포지션이다.

신의 아이라 추앙받는 아마데와 그런 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인간으로서 누릴 행복을 다 누리고 살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의 구도가 깨지면서 1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장면 자체가 개연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은촤가 그렇게나 열창을 하면서 감동을 전해준다해도 왜 쟤가 갑자기 운명을 피하겠다고 난리인지 전달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 전까지 아마데가 뭘 한 게 없거든. 그냥 볼프강이 전해주는대로 악보나 받아적고 뽈뽈뽈 미니미처럼 쫒아다닐 뿐. 별로 위협적인 존재, 혹은 얘가 볼프강에게 영향력이 큰 존재라는 느낌 전혀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채혈(;)하는 것처럼 팔 묶고 펜으로 한 번 찔렀을 뿐인데, 볼프강이 기겁하면서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듯한 이미지랄지.

적어도 재연, 삼연에서 아마데는 볼프강이 음악과 관련된 상황에서 아버지나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장면에서 그가 음악을 선택하도록 콘트롤 하는 정도는 해줬단 말이지. 그래서 황금별 이후에 레오폴트가 넌 빈에 갈 수 없다고 가족의 해체를 두고 볼 수 없다 할 때, 레오폴트 옆에 서있는 아마데는 내게 있어서 캐릭터 붕괴. 아드리안은 그저 아마데를 볼프강의 안티테제로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나는 음악'이나 파리의 연주회 뒤에 부르는 넘버에서 아마데를 "너"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좀 파악해야할 것 같고.

사연에서는 아마데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또 한 장면은 콘스탄체와 결혼이 결정된 뒤에 수수께끼/가면무도회 장면 도입부에서 아마데가 무슨 흑주술이라도 펼치는 듯한 동작을 하고나면 볼프강이 악몽을 꾸는데, 여기 연출이 아마데의 악마성을 보여주겠다고 한 장면인가 싶더라. 천재성인 아마데가 점점 악마로 변해가면서 볼프강을 몰아붙인다...라는 거 같은데, 그건 그거대로 뭐 혼란씬에서 아마데를 바라보며 악마라고 울부짖는 볼프강을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럴 거라면 피날레는 왜 그따위로 연출했는가 말이다. 이렇게 아마데의 역할이 혼란스러우니 극을 따라가는 게 어려워진다.

아마데의 어정쩡한 이 포지션은 커튼콜까지도 유효하다. 재삼연의 아마데는 볼프강과 함께 등장해서 인사했다. 아마데와 볼프강은 아역과 성인역이 아닌 동등한 입장이며, 그게 이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에서 둘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연의 아마데는 아역 난넬과 함께 등장해 인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프강이 등장할 때 다시 나타나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아마데는 그저 볼프강의 귀여운 아역일 뿐이다. 바뀐 연출이 좋다 나쁘다 이전에 나는 이런 아마데의 무게 이동이 참으로 아쉽다.

- 그럼에도 내가 사연 모차르트!에 빠져든 이유는 은촤가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거든. OTL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와~ 여자다~ 하던 소년돋는 볼프강도 귀여웠지만, 여자 밝히고, 다크 지수 늘어서 반항기 쩔어주는 이번 볼프강은 또 남다른 섹시함을 선사하셔서. 뭣보다 상남자(;)가 되어 돌아온 은촤가 참으로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해주더라. 프리뷰 첫공에서 '왕자는 떠났네' 중간막 뒤에서 문신 새기는 장면이 2번째 만에 삭제가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퇴폐미가 절절 흐르는 은촤는 또 처음이라, 있을 땐 저거 뭥미? 했으면서도, 빠지니까 애석하던;;;; 그래도 한번이라도 봤으니 럭키~라고 할지.

그리고 너무 미성이라서 안타까웠던 몇 넘버, 특히 대주교와 대립하는 씬에서 너무 고운 소리로 질러대는 게 때로 아쉬웠는데, 괴물 한 번 겪고 나더니 제대로 긁는 소리 섞어가면서 버럭질러줘서 아주 시원시원하다. 이게 '모차르트를 찾아라' '난 빈에 남겠소'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어우 언제 이렇게 박력이 늘었는지, 상스러운 말을 내뱉을 때도, 무슨 모범생이 국어책 읽듯 하던게, 아주 입에 쫙 붙어서 나오는 '그 입을 찢어버리겠어!!'가 얼마나 찰지던지. 난 은촤가 누군가랑 제대로 쌈박질이라는 걸 해본적이 있기는 한지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하도 욕이 어색해서), 이번엔 그런 어색함이 사라졌더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편곡은 이번에 좀 아쉬운 게 반, 그래도 좋은 게 반인데, 아쉬운 건 박자 늘어지는 거. 그런데 또 좋은 건 그 늘어지는 박자를 은촤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먹는 것처럼 강세를 주면서 불러줘서 그게 그렇게 좋더라. 첫 공에서 뛰어내리면서 지르다보니 샤우팅이 비명처럼 들리고, 그러면서 그게 자살처럼 보여질 여지도 있었는데, 이 날은 샤우팅 지를 거 다 지르고 풀쩍 뛰어올라서 그 실루엣이 제대로 씐나는 점프 장면으로 보이더라.

이어지는 2막의 '여기는 빈'은 의상 테러로 인하여 참 눈둘 곳이 없;; 그 이상한 의상 입고 의기양양하게 무대 앞으로 나와서 아이돌 인사같은 거 하지마. ㅠㅠ 안 그래도 그 헤어스타일이랑 너무 잘어울려서 오히려 눈을 감고 싶어진다고.

2막에서 감정적으로 볼프강에 이입하게 되는 장면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 이후. 여기서 은촤 연기가 진짜 눈물 쏙 빼게 하는데, 진짜 쟤는 저 하고싶은대로 하고 사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아빠의 사랑없이는 어쩌면 저렇게도 불행한걸까. 그런데 이 뒤에 이어지는 혼란씬에서 아마데가 뭔가 손짓도 하고 뭘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제대로 표현이 안되서 답답하다. 그리고 첫공에선 이 장면에서 자켓을 벗었는데, 이날은 자켓을 벗지 않고 쭉 가더라.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그날의 참사2(참사1은 뒤에)였던 바지 뒷 부분이 터진 거 때문에 그렇게 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왜냐면 그 자켓이 볼프강의 가장 화려한 때, 황제로부터 브라보~를 받았을 때 입던 거라 무지 화려한 거라 이후 분위기랑 좀 안 맞아서 사실은 벗고 가는게 맞는데, 쉬운 길은 잘못된 길까지 계속 입고 나오거든. 그리고 모차르트 모차르트 가서야 벗었는데, 그 뒷 허벅지 쪽에 바지가 터진게 B구역에선 너무 잘 보여서;;

하여튼, 저 나를 왜 사랑해주지 않냐며 절규하던 장면부터 죽음 씬까지 볼프강은 단 한번도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있는데, 신기한 건 따로 분장하는 것도 아닌데, 볼프강이 점점 기력이 빨려나가는게 눈에 보인다는 거다. 실제로 마술 피리 이후에 쉬운 길은 잘못된 길 넘버에서는 얼굴이 창백해 보일 지경이더니,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선 아주 기가 쪽 빨려서 퀭하게 눈빛만 촉촉하게 빛나는 빈사 상태더라.

- 이날 민영기 씨 첫공이었는데, 아아~ 역시 나는 이런 콜로레도를 바랐다고 생각했다. 수용 주교가 채워주지 못했던 걸 민주교가 다 채워주더라. 다크해진 만큼 웃음 포인트 역시 확 줄었는데, 그 와중에도 깨알같이 개그 포인트 다 살려주고, 빵빵 터지는 성량으로 모차르트를 향한 애증을 터트려주시고, 카리스마 역시 주체할 수 없이 흘리고 다니시니, 민주교는 역시 사랑이더라. 마차 씬에서 아르코가 볼프강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자 자기도 같이 욕했으면서 정색하고는 '그래도 꽤 쓸만한 음악가가 아닌가.' 라며 쉴드를 시전하시는 주교님은 역시 츤데레시다.ㅋㅋㅋ

이날의 베스트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이었는데, 와우~ 은촤와 민주교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성량 자랑해대며 질러주는데도 둘이 가진 성질(聲質)이 다르다보니 서로 묻히는 거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들려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 은촤가 안해! 라던가 후회는 없어! 같은 부분을 확 긁어서 지르는 부분 너무 좋다. ㅠㅠ
그리고 신기한 건 은촤가 마술피리 이후로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애가 점점 창백해져가면서 휘청휘청하는데도 성량에서 민주교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거다. 하여튼 이 둘의 맞대결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내가 오늘 이걸 들으러왔구나 했다.

- 이경미 씨도 이날 첫 만남이었는데 역시 김현숙 씨와는 다르더라. 김현숙 체칠리아는 진심으로 범죄자의 느낌이 나는 딸 팔아서 남의 등쳐먹는 악덕 포주같은 엄마라면, 이경미 씨는 그보단 딸 키워놓은 덕좀 보자는 속물 엄마 쪽이다. 넘버 소화는 김현숙 씨가 낫지만, 연기나 캐릭터 면에서는 이경미 씨가 내 정신 건강에 더 나을 것 같더라. 아, 그런데 마술 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를 왜 체칠리아가 하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영화 아마데우스 차용인데;;

- 이날의 참사1은 쉬카네더 마이크 사고다. 쉬카네더 유일한 솔로 넘버인 '나는 쉬카네더'에서 마이크가 나가서 안나오는 이변이. 그래도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이어나가던 박형규 씨에게 박수를. 그리고 급히 핸드 마이크 들고나와서 어찌어찌 참사가 대참사가 되는 일은 면했는데, 아무리 프리뷰였대도 이 정도 사고는 용서가 안되지. 음향팀은 좀 빡세게 반성해라.

- 이런 저런 사고가 있었지만, 이날 공연 만큼은 정말 배우들의 열연으로 참 좋았고, 그게 커튼콜까지 이어져서, 피날레 이후 박수 소리가 커튼콜 음악 나올 때까지도 끊이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제일 큰 환호는 역시 황금별 여사님의 몫이었고, 은촤는 신나게 뛰어나와서 무대 좌우를 폴짝폴짝 뛰댕기며 손 흔들어대고, 첫공인 민주교와 끌어안고 토닥토닥. 아마데를 손주처럼 안아주신 정열 레오폴트 등에 손을 두르고 다른 쪽 손으로 바이바이 인사하는데, 볼프강, 아마데, 레오폴트 단란한 가족 같아서 흐믓한 광경이었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입덕작이며 애정작인 모차르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