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7. 04(금)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앙상블을 이루다.
- 나는 나는 음악에서 신이 주신 이 재능이 나의 날개가 될 거라고 노래할 때, 은촤가 정말로 날개를 펼치듯 팔을 펼치고 마치 깃털이 하느작거리며 움직이듯, 건반 두듯리듯 손가락을 팔랑거리던게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봤다.
- 이 날 나는 나는 음악에서 거울 내려오고 펠릭스 아마데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타이밍이 좀 늦어서 은촤가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 단장하고 하는 시간이 좀 길어졌다. 난 이 장면이 볼프강과 아마데의 첫 만남이라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날은 텀이 좀 길어지다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장면이 단순히 아마데와의 첫 만남이 아니라, 아마데의 첫 탄생의 순간이 아닐까 하고. 그러니까 아마데는 어디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볼프강 안에 있었는데, 그걸 볼프강이 '아마데'라는 존재로 처음 인식하는 그 순간, 아마데는 그렇게 처음으로 태어나서 볼프강과 박리(분리가 아니다)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래서 이 때의 아마데는 아직 볼프강과의 분리가 완벽하지 않아 '너'와 '나'의 구분없이 '우리'로서 성립한다. 그러니 볼프강이 전해주는 악상에 의지해 악보만 그려대는 거지. 볼프강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고.
그러던 아마데도 볼프강과 별개의 '존재'로서 성장해나가면서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하는게, 황금별 이후라고 생각된다. 몇 번 썼지만, 난 프리뷰 첫 공연에서 빈으로 떠나겠다는 볼프강과 그걸 막으려는 레오폴트의 대립에서 레오폴트 편에 서는 아마데를 보고 캐릭터 붕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사연의 아마데는 천재성 + 어린 시절이라고 그 생각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이해를 했다기 보다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아마데의 첫 자기 주장, 볼프강과 분리된 또 다른 자아로서 나는 아직 아버지 그늘 아래 있어야한다고 볼프강에게 맞서는 거라면 또 이해가 되지. 그리고 점차로 아마데는 볼프강의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한다. 볼프강은 좀 더 인간다운 삶, 행복, 쾌락을 쫒기 시작한다. 여전히 그에게 음악은 중요하지만, 그게 예전에 내가 곧 음악이라고 하던 시절 만큼은 아니게되었다. 볼프강에겐 사랑도 돈도 명예도 가족도 음악만큼 소중하지만, 아마데는 음악만이 소중하니까. 그래서 볼프강과 아마데의 첫 분리가 베버 가족네 방문 장면이었다는 건 참 의미심장하다. 모차르트!에서 아마데가 가장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존재는 체칠리아 베버, 콘스탄체 베버 인 듯ㅋㅋㅋㅋㅋ
- 빈에 남겠어 넘버가 갈수록 박력이 장난 아니다. 목소리의 강약 조절하며, 아르코 백작을 위협하는 볼프강이 완전 취향이라. 게다가 받아주는 황만익 아르코 백작님 쫄아드는 리액션도 좋고. 이날 특히 '장난처럼 보이나' 할 때 처음부분은 버럭 질렀다가 뒤에 소리를 죽여가며 협박조로 위협하는게 더 무섭더라. 아, 그리고 대주교에게 '할 말이 있어~'할 때 목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쓸데없이 예쁘고 청아한지 모르겠다. 매번 혼자 좋아죽는다.
- 난 자유다~ 이후에 정말 후련하다는 웃음을 짓던 은촤가 아마데의 등장과 함께 싸늘하게 표정이 식는 그 순간순간의 표정 변화는 진짜 연사로 찍어서 저장하고 싶다. 그리고 이날의 내운명도 뻔하지만, 레젼....아닌 날이 있을리가;
지난 28일 버전이 완성형이었던 거 같고 그 노선으로 가닥은 잡고, 그 안에서 좀 더 세밀하게 미세 조정을 하는 느낌이다. 자신을 비추는 낡은 거울을 깨치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고 언덕을 올라가다 이 운명 앞에 지는가 할 땐 진짜 운명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처럼 완전히 주저 앉았다가 박차고 일어나는데, 이게 또 28일과는 또 다르게 굉장히 버거워 보이더라.
그리고 이날 정말 칭찬받아 마땅할 앙상블들. 내 운명에서 앙상블이 저엉말 멋졌던게, 그전엔 조금씩 어긋나는게 들렸는데, 딱 한사람의 목소리처럼 앙상블을 이뤄서 어찌나 좋던지. 그렇게 딱 한 목소리가 되니까 은촤 : 앙상블 = 1:1 의 대치처럼 들리면서, 이 둘(?)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딱 맞서는 것이, 아아~ 여기서 앙상블은 그냥 화음을 넣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목소리가 없는 아마데를 대신하여 볼프강을 압박하는 그 모든 것이구나 하는게 느껴져서 전율이 일었다. 너는 결코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언덕 위로 달아나 탈출에 성공했다고 느꼈을 그 뒤에 까지 쫓아가 매달리는 목소리의 압박이라니.
- 2막은 초반에 잠깐 상승세를 타던 부분을 지나면 내도록 어둡고 처절한 내리막길이라, 진짜 언덕에서 돌 굴러내리 듯 순식간에 몰아친다. 그 와중에도 제일 처절한 부분은 역시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인데, 이날 처음으로 이 넘버의 무게가 '내 운명'과 맞먹는 다는 걸 느끼게 해주더라. 원래도 2막에서 제일 좋아하던 넘버였고, 은태가 참 절절하게도 잘 불러줘서 모차르트!에서 최애 넘버이기도 하고 했지만, 확실히 한 단계 더 성장한 은태가 불러주는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는 또 다르더라. 볼프강에게 있어서 피하고 싶은 내 운명(천재성 아마데)과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 인정의 무게는 동등하구나 하고. 그러니 아버지가 자신을 내쳤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아마데의 공격을 받고 미쳐버리는 것도 충분히 납득 가능.
-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듣고, 슈테판 성당에서 부르는 노래를 은촤가 참 성스럽게 성가 부르듯 부르는 게 좋다. 경건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거 같아서. 그런데, 여기서 은촤가 가사 실수를ㅋㅋㅋㅋ 근데 참 실수를 해도 티안나게 극복하는데는 도가 텃나보다. 원래 가사가 당신이 옳았어요 다음에 '기적은 다 끝났어, 이제 댓가를 치를 테죠.' 인데, 이걸 '댓가를 치르겠죠, 신의 기적은 끝났어.' 이렇게 부르더라. 댓가가 먼저 나와버리는 바람에 잉? 이랬더니, 뒤에 가서 저렇게 작사를ㅋㅋㅋㅋ 아, 하여간 순발력 하나는 인정.
- 마술피리에서 은촤의 표정 변화 역시 사랑이다. 환희와 고통, 슬픔과 기쁨, 이 두 상반된 극과 극의 감정이 동시에 터져나온다.
- 은촤와 용주교의 쉬운 길은 참 미묘한게 둘의 목소리가 비슷한 성질(声質)을 가졌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좋은 점이라는 거다. 비슷한 성질(声質)이라 섞이기 쉽다. 이게 단점으로 작용하는 건 둘이 같이 맞붙을 때 묻힌다는 거고, 장점으로 작용하는 건 화음을 이룰 때, 정말 듣기 좋은 하모니를 이룬다는 거다. 여기서 막판에 있는 힘껏 내지르는 은촤 승! 으로 싸움은 끝나지만, 이미 모든 기력을 소모해서 간신히 버틴다는 것도 일목요연하다. 그런데 민주교와 용주교의 퇴장 타이밍이 조금 다른 게, 민주교는 밀어내듯 질러대는 볼프강에 밀려서 퇴장하는 느낌이라면, 용주교는 그 뒤에 들려오는 '모차르트!모차르트!' 연호하는 환호 소리에 밀려 퇴장하는 느낌이라 볼프강에게 밀린다기 보다는 볼프강을 연호하는 대중에 떠밀려 퇴장하는 느낌이 든다.
- 내 운명때 그렇게 좋았던 앙상블이니 모차르트! 모차르트! 에서는 또 얼마나 좋았겠나. 역시나 앙상블의 화음이 딱 맞아떨어져 엄청난 전율을 안겨주었다. 앙상블 전원이 풀 파워로 한 목소리로 질러대는 그 느낌. 내가 이거 때문에 대극장 극에 맛을 들였지! 하는 그런 멋진 앙상블이다. 그 위압적인 앙상블이 볼프강을 둘러싸고 짓누르는 그 느낌. 여기서 볼프강이 한 번 탈출을 시도하는 것처럼 침대를 벗어나려 하는데, 그 앙상블의 소리가 마치 자석의 인력처럼 볼프강을 다시 아마데의 곁으로 돌려놓더니 벗어나지 못하게 압박하는 것 처럼 보이더라.
그 압도적인 욕망과 탐욕의 소리에 시달리는 볼프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마데에게 악상을 죽쭉 빨리면서 점점 바스러진다. 내 멘탈도 같이 탈탈 털리고. ㅠ.ㅠ
- 박철호씨의 레오폴트는 참 개성이 강하다. 이정열 씨와 또 다른 아버지 타입으로 좀 더 한국형에 가깝다. 모차르트를 찾아라에서 필사적으로 아들 앞을 막아서는 모습은 눈물겨운 소시민스러운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며, 반항하는 아들에게 이 자식이! 소리치며 한 대 칠것 같은 모습에서도 말보다 빠른 주먹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안타까운 건 연기만큼 노래가 받쳐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ㅠ.ㅠ
- 신영숙 씨는 역시 오리지널이다. 차지연 씨도 좋다 했는데, 역시 신영숙 씨의 남작부인이 주는 안정감이란.
+ 커튼콜에서 인사법은 우아함 쪽으로 방향 선회한 듯. 나이스! 펠릭스 아마데를 향해 사랑의 총알을 쏜 은촤. 펠릭스가 좀 무거워보이는데도 안정적으로 안아들고 둥기둥기. 역시 애아빠. 파파 한번 끌어안고, 주교님도 한번 끌어안고 그리고 막 내려오는데 펠릭스가 세걸음 무대앞으로 나아가 인사하는 바람에 내려오는 막을 보고 식겁한 용주교님이 펠릭스 급 소환. 아가 다음부터는 앞만보지 말고, 위도 좀 보자. 그 막 그거 생각보다 위험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