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 (Das Musical Elisabeth)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2. 23 (목) 20: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송창의, 루케니 - 박은태, 프란츠 요제프 - 윤영석,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전동석, 어린 루돌프 - 탕준상
- 2열도 좋다 했는데, 1열은 진짜 신세계로구나. 앞으로 잡아놓은 것 중에 1열이 딱 한 번 남았는데, 마티네라는 게 함정. 그래서 사실 표를 잡아놓고도 내가 갈 수 있을까, 못가면 양도하지 이랬는데, 오늘 보고나니 반드시!! 연차를 내서라도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젠장, 연차비가 표값보다 더 비싼 게 또 함정이지만 ^.ㅠ
- 도대체 같은 중앙 구역인데, 1열과 2열의 음향이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가...? 1열에선 앙상블 가사를 다 알아들을 수 있더라. 난 프롤로그에서 아기 루돌프도 노래하는 거 이날 처음 알았다. 아님, 지난주 토요일 이후로 음향 설계가 또 좀 더 좋아진건가? 하여튼 앙상블 떼창에서도 가사가 뭉개지지 않고 다 전달되어서 너무 신기하더라. 특히 카페씬에서 "자유주의자, 급진주의자, 정말로 별난 여자야" 라고 하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아들었다.
- 그리고 2열에서 본 은케니와 1열에서 본 은케니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나는 남들이 다 미친놈 은케니, 정신병원 갓 탈출한 은케니라고 할 때도 그게 딱히 와닿지 않았었다. 번뜩번뜩 날카로운 광기를 뿜어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미친놈 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오늘 1열에서 보고 어, 너님 미친놈 맞음 하고 인정했다. 이래서 목소리에 속으면 안된다니까. 뒷쪽에서 봤을 땐 루케니에게만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대략의 분위기와 목소리로 판단하게 되니까 뭔가 광기에 차있지만, 그래도 꽤 냉정하고 냉소적인 해설자구나 했는데, 어우 1열에서 생생한 표정까지 같이 곁들여서 보니 왜 그렇게 다들 은케니 미친놈 타령을 했는지 알겠더라. 가장 인상적인 제스춰는 손가락 까딱거리며 조련하는 거랑, 목 꺽는거. 그 동작 할 때마다 어찌나 섬뜩하던지. 그런데, 시종일관 그렇게 미쳐버린 게 아니라, 멀쩡하게(?) 나타날 때도 있어서 눈빛은 보면 번들번들한데, 표정은 굉장히 차갑고 냉정해서, 저러다 언제 또 돌변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은케니, 무서운 아이.
뭐 평타 레전 은케니 노래 실력이야, 늘 하던대로 잘 했는데, 마담 볼프 살롱에서 가사가 바뀌었더라. "위험을 즐기시려면 그녀가 딱이겠지요." => "그녀가 왜 위험한지 꿈에도 알 수 없겠죠." 워낙 무대에서 애드립이 없는 배우라, 나는 그새 가사가 바뀐 모양이네 했더니, 다른 횽 후기에서 보니까 쌈빡하게 "틀렸어요~"라고라고라. 허허~ 언제 이런 순발력을. 하긴 애드립엔 약해도 순간적인 사고 대처 능력은 뛰어났더랬지. 이날 정신병원 씬에서 다시 김문정 음감에게 젓가락 휘젓는 미친년 드립이 다시 돌아와서, 어제의 트럼펫 주자한테 한 건 역시 레어템이었던 건가. ㅠ.ㅠ
- 송토트는 18일 낮공연에 이어서 2번째였는데, 이날 연기의 노선을 바꿨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순정남 모드에서 완전 나쁜 남자 모드로 변신을 했나. 프롤로그에서 등장 할 때 부터 실실 쪼개면서 등장하는데 그때부터 어라, 저건 뭐지? 했다. 엘리자벳 같은 여자를 - 특히 옥엘리 - 얻기 위해서는 청순가련애잔순정남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건가? 음, 난 사랑에 빠진 섬세한 남자st 송토트도 취향이었어서 조금 아쉬웠다.
18일 공연에서 송토트는 송창의 씨가 원래 가지고 있는 섬세한 남자 이미지와 맞물려서 정말 엘리자벳과 사랑에 빠진, 엘리자벳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죽음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미안하지만 살짝 양아삘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왜 이렇게 건들거리고 실실 쪼개는 거야 싶어서, 18일 공연에서 보여준 애수에 찬 송토트가 살짝 그리웠지만, 워낙 잘생기셔서 뭘 해도 그림이 되기는 하더라.
송창의 씨의 노래가 다른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송토트가 기본적으로 가진 음색을 좋아하고, 또 안되는 건 미련없이 포기하고 자기가 잘 낼 수 있는 음역대로 낮춘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얼빠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 춤은 용서가 안되는 수준이었음. -_-
지난 18일 공연에서 내가 송창의 씨 노래중에 가장 오오~ 하면서 봤던 건 '그림자는 길어지고' 와 '내가 춤추고 싶을 때' 였는데, 애시당초 송토트가 엘리한테 너무 홀딱 반한 상태라 이 둘은 기싸움이 성립이 안되겠구나 하고 지켜봤거든. 그런데, 역시 좋은 배우는 배우다 싶었던 게, 송창의 씨는 거기에서 다 감싸안는 포용력의 죽음을 선보이더라. 그러니까 전투적인 옥엘리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너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앙탈 부려봐, 나는 다 받아줄 수 있다는 대범한 죽음. 저 섬세하고 애수에 찬 죽음이 옥엘리에 그냥 캐발리겠구나...하는 예상을 뒤집어 엎는 장면이라, 여기에서 송토트에 대한 호감도 상승.
그랬는데, 이날 공연에서 나쁜 남자 모드로 돌아선 송토트. 전투력 막강한 옥엘리에 같이 맞서 싸우면 댁은 그냥 밀릴 수 밖에 없거든요....? 좀 더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엘리한테 참패를 당하고서는 그 아들 루돌프를 집적(;)이러 나타난 송토트. 여기서도 18일 낮공연과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소용없어, 그만두렴." 하는데, 18일 공연에선 너나 나나 그 여자한테 관심 받기는 글렀어~ 뭐 이런 연대감이랄까, 저 친밀한 유대감은 뭐지? 싶었지만 친구라는 말이 납득이 갔는데, 이날 공연에선 아주 제대로 루돌프를 꼬시고 있더라. 게다가 준상이도 18일 공연에선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았는데, 송토트가 막 볼도 쓰다듬고 스킨쉽에 이러니까 상당히 적극적으로 붙잡는 거다. "마음먹으면 강해질 수 있어." 이 부분을 준상이는 포르테로 부르지 않아서 다른 두 어린 루돌프랑 차이가 있는데, 저렇게 막 매달리면서 부르니까, 뭐랄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테니까 가지마세요~ 라는 거 같아서 더 애처롭고 뭔가 간질간질한 케미스트리가 생기더라. 거기에 확인사살 하듯, 송토트가 준상돌프 손에 키스를 똻!! 진짜 어버버 거리면서 이 가정파괴범!!! 하고 봤던 씬. 그러더니만, 그 케미가 커튼콜까지 이어져서, 커튼콜에서 송토트랑 준상이가 손잡고 나오는 거 보고 또 어버버.
- 딴길로 새는 소리지만, "마음먹으면 강해질 수 있어." 부분을 세 어린 루돌프별로 보면, 어디까지나 내 감상이지만
효준이는 씩씩하고 용기있는 자신을 어필하는 것 같다. 어젠 고양이도 쏘아죽였어요, 나 잘했죠?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요, 이런 느낌.
준서는 외모도 목소리도 아기 천사 같은 아이가 그 부분에서 반전돋게 앙칼지게 팍 치고 들어오는데, 어젠 고양이도 쏘아 죽였다는 게 살짝 협박조로 느껴지면서, 떠나려는 죽음을 억지로 잡아 앉히려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너도 엘리자벳 아들 맞구나 뭐 그런 느낌.
준상이는 위에 썼다시피 거기에서 강세를 주지 않는데, 좀 더 애처롭게 매달리는 느낌이라, 어딘지 섬약한 미소년 삘이 강하다.
하여간 세 아기 루돌프들 목소리도 곱고 예쁘고, 연기도 늠늠 잘해줘서 대견하다.
- 옥엘리는 선영 엘리와 비교하면 감정을 밖으로 발산하는 타입인데, 그게 젊어서 그런 것도 있는 듯. 의지도 강하고, 자기애도 그만큼 강해서, 방랑하는 씬에서 거울을 들이 밀면, 선영 엘리보다 훨씬 격하게 반응하는데, 그게 선영 엘리는 거울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피하는 쪽이라면, 옥엘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쪽.
옥엘리가 부르는 노래 중 이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정신병원 씬에서 "아무 것도 없어." 인데, 이 곡이 참 선율도 일반적이지 않고, 리듬도 복잡한데다 음역도 상당히 높고, 감정을 넣고 폭발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엘리자벳 솔로곡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가만히 서서 불러도 어려울 이 곡을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불러야 하니, 배우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동선이라고 해야할지. 하여튼 그래서 선영 엘리가 이 곡을 부를 땐 약간 힘겨워 보이는데, 젊다는 건 역시 좋은 것인가, 옥엘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성량도 빵빵하게 질러주더라. 특히 '난 강한척 할 뿐' 할 때 아주 화려하게 터트려주고 점점 사그라드는 목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 난 개인적으로 요제프 역에는 윤영석 씨가 좀 더 취향인데, 옥엘리와의 케미는 확실히 민제프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2막의 '행복은 너무 멀리에'에서 두 사람의 하모니는 잘어우러져서 만족스러웠다. 이 장면에서 윤제프와 옥엘리가 아닌, 요제프와 엘리자벳으로서의 두 사람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나를 용서하라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요제프와 서로 갈 길이 다르다는 엘리자벳. 이 둘은 끝까지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구나 싶어서 그게 안타깝더라.
- 세 토트가 아마도 세 루케니처럼 각자의 개성과 노선이 다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송토트가 이렇게 딱 로맨스 담당의 토트를 해버리니까 종말이니 세기말의 혼돈이니 하는 게 다 겉돌아버려서 그 점은 좀 아쉽다.
- 아, 이날 공연 좋았던 거. 지난 두 번의 공연(17일, 18일)에서는 마지막에 은케니가 로프에 목을 걸면 바로 커튼이 닫히는 바람에 3초만 늦춰주지!! 했었는데, 이날은 고개 늘어뜨리는 것 까지 제대로 보여주고 커튼이 닫혀서, 제대로 극이 완결된 깔끔한 느낌이 좋더라.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2. 23 (목) 20: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송창의, 루케니 - 박은태, 프란츠 요제프 - 윤영석,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전동석, 어린 루돌프 - 탕준상
- 2열도 좋다 했는데, 1열은 진짜 신세계로구나. 앞으로 잡아놓은 것 중에 1열이 딱 한 번 남았는데, 마티네라는 게 함정. 그래서 사실 표를 잡아놓고도 내가 갈 수 있을까, 못가면 양도하지 이랬는데, 오늘 보고나니 반드시!! 연차를 내서라도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젠장, 연차비가 표값보다 더 비싼 게 또 함정이지만 ^.ㅠ
- 도대체 같은 중앙 구역인데, 1열과 2열의 음향이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가...? 1열에선 앙상블 가사를 다 알아들을 수 있더라. 난 프롤로그에서 아기 루돌프도 노래하는 거 이날 처음 알았다. 아님, 지난주 토요일 이후로 음향 설계가 또 좀 더 좋아진건가? 하여튼 앙상블 떼창에서도 가사가 뭉개지지 않고 다 전달되어서 너무 신기하더라. 특히 카페씬에서 "자유주의자, 급진주의자, 정말로 별난 여자야" 라고 하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아들었다.
- 그리고 2열에서 본 은케니와 1열에서 본 은케니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나는 남들이 다 미친놈 은케니, 정신병원 갓 탈출한 은케니라고 할 때도 그게 딱히 와닿지 않았었다. 번뜩번뜩 날카로운 광기를 뿜어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미친놈 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오늘 1열에서 보고 어, 너님 미친놈 맞음 하고 인정했다. 이래서 목소리에 속으면 안된다니까. 뒷쪽에서 봤을 땐 루케니에게만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대략의 분위기와 목소리로 판단하게 되니까 뭔가 광기에 차있지만, 그래도 꽤 냉정하고 냉소적인 해설자구나 했는데, 어우 1열에서 생생한 표정까지 같이 곁들여서 보니 왜 그렇게 다들 은케니 미친놈 타령을 했는지 알겠더라. 가장 인상적인 제스춰는 손가락 까딱거리며 조련하는 거랑, 목 꺽는거. 그 동작 할 때마다 어찌나 섬뜩하던지. 그런데, 시종일관 그렇게 미쳐버린 게 아니라, 멀쩡하게(?) 나타날 때도 있어서 눈빛은 보면 번들번들한데, 표정은 굉장히 차갑고 냉정해서, 저러다 언제 또 돌변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은케니, 무서운 아이.
뭐 평타 레전 은케니 노래 실력이야, 늘 하던대로 잘 했는데, 마담 볼프 살롱에서 가사가 바뀌었더라. "위험을 즐기시려면 그녀가 딱이겠지요." => "그녀가 왜 위험한지 꿈에도 알 수 없겠죠." 워낙 무대에서 애드립이 없는 배우라, 나는 그새 가사가 바뀐 모양이네 했더니, 다른 횽 후기에서 보니까 쌈빡하게 "틀렸어요~"라고라고라. 허허~ 언제 이런 순발력을. 하긴 애드립엔 약해도 순간적인 사고 대처 능력은 뛰어났더랬지. 이날 정신병원 씬에서 다시 김문정 음감에게 젓가락 휘젓는 미친년 드립이 다시 돌아와서, 어제의 트럼펫 주자한테 한 건 역시 레어템이었던 건가. ㅠ.ㅠ
- 송토트는 18일 낮공연에 이어서 2번째였는데, 이날 연기의 노선을 바꿨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순정남 모드에서 완전 나쁜 남자 모드로 변신을 했나. 프롤로그에서 등장 할 때 부터 실실 쪼개면서 등장하는데 그때부터 어라, 저건 뭐지? 했다. 엘리자벳 같은 여자를 - 특히 옥엘리 - 얻기 위해서는 청순가련애잔순정남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건가? 음, 난 사랑에 빠진 섬세한 남자st 송토트도 취향이었어서 조금 아쉬웠다.
18일 공연에서 송토트는 송창의 씨가 원래 가지고 있는 섬세한 남자 이미지와 맞물려서 정말 엘리자벳과 사랑에 빠진, 엘리자벳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죽음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미안하지만 살짝 양아삘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왜 이렇게 건들거리고 실실 쪼개는 거야 싶어서, 18일 공연에서 보여준 애수에 찬 송토트가 살짝 그리웠지만, 워낙 잘생기셔서 뭘 해도 그림이 되기는 하더라.
송창의 씨의 노래가 다른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송토트가 기본적으로 가진 음색을 좋아하고, 또 안되는 건 미련없이 포기하고 자기가 잘 낼 수 있는 음역대로 낮춘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얼빠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 춤은 용서가 안되는 수준이었음. -_-
지난 18일 공연에서 내가 송창의 씨 노래중에 가장 오오~ 하면서 봤던 건 '그림자는 길어지고' 와 '내가 춤추고 싶을 때' 였는데, 애시당초 송토트가 엘리한테 너무 홀딱 반한 상태라 이 둘은 기싸움이 성립이 안되겠구나 하고 지켜봤거든. 그런데, 역시 좋은 배우는 배우다 싶었던 게, 송창의 씨는 거기에서 다 감싸안는 포용력의 죽음을 선보이더라. 그러니까 전투적인 옥엘리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너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앙탈 부려봐, 나는 다 받아줄 수 있다는 대범한 죽음. 저 섬세하고 애수에 찬 죽음이 옥엘리에 그냥 캐발리겠구나...하는 예상을 뒤집어 엎는 장면이라, 여기에서 송토트에 대한 호감도 상승.
그랬는데, 이날 공연에서 나쁜 남자 모드로 돌아선 송토트. 전투력 막강한 옥엘리에 같이 맞서 싸우면 댁은 그냥 밀릴 수 밖에 없거든요....? 좀 더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엘리한테 참패를 당하고서는 그 아들 루돌프를 집적(;)이러 나타난 송토트. 여기서도 18일 낮공연과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소용없어, 그만두렴." 하는데, 18일 공연에선 너나 나나 그 여자한테 관심 받기는 글렀어~ 뭐 이런 연대감이랄까, 저 친밀한 유대감은 뭐지? 싶었지만 친구라는 말이 납득이 갔는데, 이날 공연에선 아주 제대로 루돌프를 꼬시고 있더라. 게다가 준상이도 18일 공연에선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았는데, 송토트가 막 볼도 쓰다듬고 스킨쉽에 이러니까 상당히 적극적으로 붙잡는 거다. "마음먹으면 강해질 수 있어." 이 부분을 준상이는 포르테로 부르지 않아서 다른 두 어린 루돌프랑 차이가 있는데, 저렇게 막 매달리면서 부르니까, 뭐랄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테니까 가지마세요~ 라는 거 같아서 더 애처롭고 뭔가 간질간질한 케미스트리가 생기더라. 거기에 확인사살 하듯, 송토트가 준상돌프 손에 키스를 똻!! 진짜 어버버 거리면서 이 가정파괴범!!! 하고 봤던 씬. 그러더니만, 그 케미가 커튼콜까지 이어져서, 커튼콜에서 송토트랑 준상이가 손잡고 나오는 거 보고 또 어버버.
- 딴길로 새는 소리지만, "마음먹으면 강해질 수 있어." 부분을 세 어린 루돌프별로 보면, 어디까지나 내 감상이지만
효준이는 씩씩하고 용기있는 자신을 어필하는 것 같다. 어젠 고양이도 쏘아죽였어요, 나 잘했죠?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요, 이런 느낌.
준서는 외모도 목소리도 아기 천사 같은 아이가 그 부분에서 반전돋게 앙칼지게 팍 치고 들어오는데, 어젠 고양이도 쏘아 죽였다는 게 살짝 협박조로 느껴지면서, 떠나려는 죽음을 억지로 잡아 앉히려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너도 엘리자벳 아들 맞구나 뭐 그런 느낌.
준상이는 위에 썼다시피 거기에서 강세를 주지 않는데, 좀 더 애처롭게 매달리는 느낌이라, 어딘지 섬약한 미소년 삘이 강하다.
하여간 세 아기 루돌프들 목소리도 곱고 예쁘고, 연기도 늠늠 잘해줘서 대견하다.
- 옥엘리는 선영 엘리와 비교하면 감정을 밖으로 발산하는 타입인데, 그게 젊어서 그런 것도 있는 듯. 의지도 강하고, 자기애도 그만큼 강해서, 방랑하는 씬에서 거울을 들이 밀면, 선영 엘리보다 훨씬 격하게 반응하는데, 그게 선영 엘리는 거울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피하는 쪽이라면, 옥엘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쪽.
옥엘리가 부르는 노래 중 이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정신병원 씬에서 "아무 것도 없어." 인데, 이 곡이 참 선율도 일반적이지 않고, 리듬도 복잡한데다 음역도 상당히 높고, 감정을 넣고 폭발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엘리자벳 솔로곡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가만히 서서 불러도 어려울 이 곡을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불러야 하니, 배우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동선이라고 해야할지. 하여튼 그래서 선영 엘리가 이 곡을 부를 땐 약간 힘겨워 보이는데, 젊다는 건 역시 좋은 것인가, 옥엘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성량도 빵빵하게 질러주더라. 특히 '난 강한척 할 뿐' 할 때 아주 화려하게 터트려주고 점점 사그라드는 목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 난 개인적으로 요제프 역에는 윤영석 씨가 좀 더 취향인데, 옥엘리와의 케미는 확실히 민제프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2막의 '행복은 너무 멀리에'에서 두 사람의 하모니는 잘어우러져서 만족스러웠다. 이 장면에서 윤제프와 옥엘리가 아닌, 요제프와 엘리자벳으로서의 두 사람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나를 용서하라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요제프와 서로 갈 길이 다르다는 엘리자벳. 이 둘은 끝까지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구나 싶어서 그게 안타깝더라.
- 세 토트가 아마도 세 루케니처럼 각자의 개성과 노선이 다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송토트가 이렇게 딱 로맨스 담당의 토트를 해버리니까 종말이니 세기말의 혼돈이니 하는 게 다 겉돌아버려서 그 점은 좀 아쉽다.
- 아, 이날 공연 좋았던 거. 지난 두 번의 공연(17일, 18일)에서는 마지막에 은케니가 로프에 목을 걸면 바로 커튼이 닫히는 바람에 3초만 늦춰주지!! 했었는데, 이날은 고개 늘어뜨리는 것 까지 제대로 보여주고 커튼이 닫혀서, 제대로 극이 완결된 깔끔한 느낌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