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이 쏟아지는 와중에 2003년에 만들어진 애니를 새삼슬레 끄집어낸 것은 러브리스와 츠바사의 음악에 자극받아서, 갑자기 라스트 엑자일의 엔딩이 듣고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엔딩 뿐만 아니라, 용두사미 곤조가 어디가냐 혹평했던 그 애니가 어쩐지 보고싶어져서 다시 찾아보게됐다.
그리고 장렬히타올랐침몰했다. OTL
Gonzo.
회사명과 어울리지 않게 막판에 근성부족으로 무너지는;;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내가 곤조라는 이름을 인식하게 된 건 전투요정 유키카제 로부터 였는데, 비행 장면, 전투 장면, 메카닉등에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줬으면서 어째서 캐릭터나 스토리는 그렇게 허술한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었다.
그래도, 그 현란한 3D와 편집증인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에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곳이니,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그 곤조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라스트 엑자일이다.

역시나 곤조답게 시작은 엄청 근사했다. 기대감을 잔뜩 품게 만드는 오프닝, 환상적인 음악, 그리고 실사를 방불케하는 정교한 3D.
이번에야말로 근성을 보여봐! 라고 응원했을 정도로 열광했었더랬다.
그리고, 다 보고난 다음엔 여러 의미로 역시 곤조...라고. ^^;;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그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그때는 한 회, 한 회 연재되는 것을 따라가다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지금 오히려 더 차분하게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하늘, 비행, 자유 -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오마쥬?
안노 히데야키가 미야자키 하야오 팬이라더니만, 전 가이낙스의 직원들도 감화를 받았던 걸까.
주인공인 크라우스와 라비들이 타는 소형 비행정 번쉽(Van-ship)은 자유의 상징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구의 명령도 받지않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배달업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지만, 무엇을 누구에게 배달할 것인가는 순전히 번쉽 파일럿의 선택이다. 붉은 돼지가 생각나지 않는가?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크라우스들 뿐만이 아닌 다른 개성 강한 번쉽들이 등장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그리고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녀 알 비스, 그녀는 천공의 성 라퓨타의 시타와 닮아있다. 알은 시타이면서 비행석인 존재다.
하기는 일본 애니에서 하늘과 비행을 얘기하면서 미야자키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는 하다.
게다가, 스팀펑크 장르고.
2. 듀시스의 총알은 모랑 세틀랜드를 피해서 지나간다.

아나트레이국의 마드쉐인에 승선한 총병, 모런 쉐틀랜드(모랑 세틀랜드).
라스트 엑자일 1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다. 안전한 자리에 앉아서 상황판에서 변하는 병사의 숫자로 전쟁의 승패를 판단하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판에 '기사도' 운운 속편한 소리나 하고있는 지휘관과 대비되어 담뿍 감정이입 되었던 녀석이다.
코앞에서 서로 총을 겨누고 소모품처럼 사그러지는 총병들. 피부로 느껴지는 죽음의 공포,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 점점 고조되는 긴박감을 "듀시스의 총알은 모랑 세틀랜드를 피해서 지나간다." 는 주문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만으로 표현해낸 것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다. 그러다 하나씩 총을 맞고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눈빛이 변해 뛰쳐나가는 장면에서는 괜히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치밀어 오르는게 있었다. 그리고 총격전이 끝난 후 혼자 살아남은 모랑의 망연자실한 모습에는 가슴이 아팠다.
1화에서의 등장이 이랬기 때문에 이후에도 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되었는데, 아~ 어쩌면 이렇게도 소시민의 표본이었는지.
적당히 허풍쟁이에, 실바나에 승선한 이후에는 자기 자리를 찾지못하고 붕 떠있다가 타치바나에게 같이 실바나에서 내리지 않겠는가 프로포즈(?)했다가 거절당하는 한심한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어울리지도 않는 실바나의 정비공에서 다시 총병으로 돌아간 모랑은, 자기가 두 발로 단단하게 자리잡고 서 있을 장소를 찾아 확실하게 일어선다. 어딘지 비굴해보였던 실바나에서의 모습을 떨쳐버린 모랑은 이번엔 연애에도 성공, 듀나라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지킬 것이 생긴 남자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이 녀석이 내가 침몰한 이유다.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캐릭터 성우가 미키 신이치로. OTL
설마! 진짜?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기절할만큼 놀랬다.
2003년에는 당연하지만, 성우에 대한 관심이 없을 때였고, 미키신의 팬이 된 다음에도 프로필에서 저 캐릭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팬 자격 없음 ㅠ.ㅠ) 모랑의 저 첫 일성을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미키상, 당신 정말 여러번 저를 죽이시는군요. ㅠ.ㅠ
1화에서 이렇게 격침당하고나서 불타올라 다시 본 라스트 엑자일은 미키신 뿐만 아니라, 실바나의 함장 알렉스역에 모리카와 토시유키, 세키 토모카즈가 실바나의 정비반의 한 사람으로 나와서 놀랬다.
하지만, 다시 봐도 역시 뒷 부분의 스토리의 비약과 캐릭터의 산만함은 해결이 안된다. 곤조의 제작 노하우는 최상급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아무리 볼거리가 많고 화면이 화려해도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작품은 되지 않는다. (원더풀 데이즈 ㅠ.ㅠ)
요 근래 제작된 곤조의 작품에서는 그런 약점이 조금씩 보완되고 있는듯 해서,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낼 작품은 또 어찌 될지 기대하고 있다.
올 여름엔 풀 메탈 패닉 3기(?)도 나온다고 하고.
Gonzo, 근성을 보여줘~!
개인적인 별점 :
그리고 장렬히
Gonzo.
회사명과 어울리지 않게 막판에 근성부족으로 무너지는;;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내가 곤조라는 이름을 인식하게 된 건 전투요정 유키카제 로부터 였는데, 비행 장면, 전투 장면, 메카닉등에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줬으면서 어째서 캐릭터나 스토리는 그렇게 허술한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었다.
그래도, 그 현란한 3D와 편집증인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에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곳이니,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그 곤조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라스트 엑자일이다.

역시나 곤조답게 시작은 엄청 근사했다. 기대감을 잔뜩 품게 만드는 오프닝, 환상적인 음악, 그리고 실사를 방불케하는 정교한 3D.
이번에야말로 근성을 보여봐! 라고 응원했을 정도로 열광했었더랬다.
그리고, 다 보고난 다음엔 여러 의미로 역시 곤조...라고. ^^;;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그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그때는 한 회, 한 회 연재되는 것을 따라가다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지금 오히려 더 차분하게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하늘, 비행, 자유 -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오마쥬?
안노 히데야키가 미야자키 하야오 팬이라더니만, 전 가이낙스의 직원들도 감화를 받았던 걸까.
주인공인 크라우스와 라비들이 타는 소형 비행정 번쉽(Van-ship)은 자유의 상징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구의 명령도 받지않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배달업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지만, 무엇을 누구에게 배달할 것인가는 순전히 번쉽 파일럿의 선택이다. 붉은 돼지가 생각나지 않는가?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크라우스들 뿐만이 아닌 다른 개성 강한 번쉽들이 등장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그리고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녀 알 비스, 그녀는 천공의 성 라퓨타의 시타와 닮아있다. 알은 시타이면서 비행석인 존재다.
하기는 일본 애니에서 하늘과 비행을 얘기하면서 미야자키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는 하다.
게다가, 스팀펑크 장르고.
2. 듀시스의 총알은 모랑 세틀랜드를 피해서 지나간다.

아나트레이국의 마드쉐인에 승선한 총병, 모런 쉐틀랜드(모랑 세틀랜드).
라스트 엑자일 1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다. 안전한 자리에 앉아서 상황판에서 변하는 병사의 숫자로 전쟁의 승패를 판단하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판에 '기사도' 운운 속편한 소리나 하고있는 지휘관과 대비되어 담뿍 감정이입 되었던 녀석이다.
코앞에서 서로 총을 겨누고 소모품처럼 사그러지는 총병들. 피부로 느껴지는 죽음의 공포,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 점점 고조되는 긴박감을 "듀시스의 총알은 모랑 세틀랜드를 피해서 지나간다." 는 주문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만으로 표현해낸 것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다. 그러다 하나씩 총을 맞고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눈빛이 변해 뛰쳐나가는 장면에서는 괜히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치밀어 오르는게 있었다. 그리고 총격전이 끝난 후 혼자 살아남은 모랑의 망연자실한 모습에는 가슴이 아팠다.
1화에서의 등장이 이랬기 때문에 이후에도 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되었는데, 아~ 어쩌면 이렇게도 소시민의 표본이었는지.
적당히 허풍쟁이에, 실바나에 승선한 이후에는 자기 자리를 찾지못하고 붕 떠있다가 타치바나에게 같이 실바나에서 내리지 않겠는가 프로포즈(?)했다가 거절당하는 한심한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어울리지도 않는 실바나의 정비공에서 다시 총병으로 돌아간 모랑은, 자기가 두 발로 단단하게 자리잡고 서 있을 장소를 찾아 확실하게 일어선다. 어딘지 비굴해보였던 실바나에서의 모습을 떨쳐버린 모랑은 이번엔 연애에도 성공, 듀나라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지킬 것이 생긴 남자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이 녀석이 내가 침몰한 이유다.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캐릭터 성우가 미키 신이치로. OTL
설마! 진짜?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기절할만큼 놀랬다.
2003년에는 당연하지만, 성우에 대한 관심이 없을 때였고, 미키신의 팬이 된 다음에도 프로필에서 저 캐릭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팬 자격 없음 ㅠ.ㅠ) 모랑의 저 첫 일성을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미키상, 당신 정말 여러번 저를 죽이시는군요. ㅠ.ㅠ
1화에서 이렇게 격침당하고나서 불타올라 다시 본 라스트 엑자일은 미키신 뿐만 아니라, 실바나의 함장 알렉스역에 모리카와 토시유키, 세키 토모카즈가 실바나의 정비반의 한 사람으로 나와서 놀랬다.
하지만, 다시 봐도 역시 뒷 부분의 스토리의 비약과 캐릭터의 산만함은 해결이 안된다. 곤조의 제작 노하우는 최상급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아무리 볼거리가 많고 화면이 화려해도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작품은 되지 않는다. (원더풀 데이즈 ㅠ.ㅠ)
요 근래 제작된 곤조의 작품에서는 그런 약점이 조금씩 보완되고 있는듯 해서,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낼 작품은 또 어찌 될지 기대하고 있다.
올 여름엔 풀 메탈 패닉 3기(?)도 나온다고 하고.
Gonzo, 근성을 보여줘~!
개인적인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