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맹세의 꽃 (원제 - 騎士と誓いの花)

저자 : 로쿠세이 미츠미(六青みつみ) [각주:1]
삽화 : 히구치 유우리(樋口 ゆうり)
발행 : 2006년 10월 (대원씨아이)
         2005년 07월 (幻冬舎)

[이미지, 내용 출처 > yes24]

전란과 기근으로 쇠퇴해가는 샤르한 황국에서 가혹한 생활을 보내는 노예 리트.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은 단정한 외모를 가진 흑의의 기사 그리파스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누구에게도 상냥한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던 리트는 그의 감싸는 듯한 마음에 끌린다.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리파스는 리트에게 그가 모시는 황자의 대역을 부탁한다. 목숨을 구해준 그리파스를 위해, 리트는 황자의 대역이 될 것을 결심하는데...

로쿠세이 미츠미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일단 내가 아는 작가 중, 신파의 메카니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맞게 잘 그려내는 작가다. 순수하고 순정 가련한 주인受와 둔한데다 사랑에 서투르기 짝이 없는 주인功의 조합. 그 서툴어빠진 공을 사랑한 죄로 시련을 당하는 주인수. 뒤늦게 주인수의 소중함을 깨달은 주인공이 상처받은 주인수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 소설의 주된 구도이다.

용신의 가호를 받는 자가 왕이 되지 않으면 나라가 환란에 빠진다는 설정은 어딘가 십이국기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도 이 소설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곳곳에 나온다.) 그놈의 정통성 때문에 위왕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왕자 루스란을 위해 호위 기사 그리파스 [각주:2]는 가짜 왕자를 내세우기로 하고, 그 대역을 찾다가 노예로 핍박받는 리트를 만나게 된다. (노예와 기사다. 신파의 양념이랄 수 있는 신분차이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려주시고.)
부모를 잃고 노예로 팔려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온 리트에게 목숨을 구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먹을 것을 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그리파스는 말 그대로 구세주다. 그가 하는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할 게 뻔하지 않나. 그러나 전해지지 않는 리트의 진심, 그리파스 나.름.대.로.의 서툴고 왜곡된 애정표현(츤데레?)에 순진한 리트는 항상 뒤돌아 눈물짓는 삼월이(;) 역이라, 언감생신 연애는 꿈도 못꾸는 상황이니 제대로 신파의 요소는 다 갖춘셈이다.

너를 목숨을 걸고 지켜주겠다는 기사의 맹세만큼 달콤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그 기사의 목숨은 주인을 위해 바쳐야 하는 몫이고보니 언제나 뒷방 신세인 리트의 애닲은 연심은 닳고 닳아 가루가 되었;; (뭐래니;) 아무튼, 위기는 닥쳐오고 충직한 기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리고 리트는 결심한다.

당신은 맹세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러니 나도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눈물나게 순정적인 리트의 저 대사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가 아닌가한다. 뭐 이후 전개는 통속적인 전개를 따라가니 따로 적지는 않겠다. (귀찮아서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국내에서 나온지도 꽤 되었고, yes24에서 이미 품절된 이 책의 리뷰를 뒤늦게 올리는 이유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신파가 시도 때도 없이 땡기는 시기엔 이만한 작가도 드물단 말이다. --;

+ BL에서 고문은 왜 항상 성고문인걸까. --;;
++ 소설을 읽는 내내 리트의 목소리가 치히로 상 목소리로 치환되는 바람에 더 눈물 뺀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별점 :
  1. "幻冬舎에서 遥山の恋(아득히 먼 산의 사랑, 2003.06) , 至福の庭 ラヴ・アゲイン(지복의 정원 러브 어게인, 2004.08), 蒼い海に秘めた恋(푸른 바다에 묻은 사랑, 2005.05), 騎士と誓いの花(기사와 맹세의 꽃, 2005.07), リスペクト・キス(리스펙트 키스, 2006.02), 楽園の囚われ人(낙원의 포로, 2006.06), 夕陽と君の背中(석양과 너의 등, 2007.03)" [본문으로]
  2. 소설 읽다가 몇 번이나 크레파스로 읽는 바람에 몰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본문으로]
   
  

저   자: 타케우치 리우토(たけうちりうと)
삽   화: 히비키 레이네(ひびき玲音)
출판사 : 大洋図書
가   격 : 903円(860円+税)
시리즈 순서 : 薔薇とボディガード(장미와 보디가드) (2000.01), 星とボディガード(별과 보디가드) (2000.07),
                   琥珀とボディガード(호박과 보디가드) (2001.10), ボディガードの告白(보디가드의 고백) (2002.05),
                   海とボディガード(바다와 보디가드) (2002.10), 探偵とボディガード(탐정과 보디가드)(2003.10)

[그림 출처 > 7adny]

이 책을 일본에서 사들고 온 게 약 2년전;; 그걸 이제야 읽고 있다. 그것도 책을 다 산것도 아니고 보라색 글씨로 된 부분만 사들고 와서 바다와 보디가드, 탐정과 보디가드는 지금 내 손에 없다. (뭐, 굳이 사고싶은 생각도 없기는 하지만;) 새삼스레 2년만에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십이국기 시리즈를 읽다가 줄기차게 나오는 어려운 한자에 치여서, 막히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일본어 소설을 찾다 이게 생각났다는 이유.

일단 등장인물을 소개하자면, 표지의 커플인 주인공 쥰 테루야(ジュン テルヤ)와 그레이 러브스톡(グレイ ラブストック), 얘네 회사 P3S의 보스 랜디 구즈먼 [각주:1], 전직 해커이며 정보처리부의 우라디미르, 경호견 부분 담당이자 수의사인 닥터 존, 경호 부문의 미녀 보디가드 레나 마이어, 훈련대장 오오타, 부외 인물이지만 출연 빈도수는 높은 톰 셜티(보디가드의 고백 편은 톰 셜티 주인공의 외전) 등이 있다.


내가 아는 타케우치 리우토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하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마치 추리소설처럼 쓰는데 능한 작가라는 이미지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주인공 커플의 사랑이 깊어지는 구도가 많은데, 이 보디가드 시리즈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이 보디가드 시리즈는 웬일로 하드보일드액션스릴러물이다. 아니 제목에서처럼 보디가드가 주인공인데, 하드보일드액션스릴러물이 아니기가 더 어렵지않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의 야오이 소설에서 보디가드는 그냥 보디가드의 이름을 달고 연애질을 할 뿐이었으니까. --;;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장미와 보디가드는 마치 '사선에서(클린트 이스트 주연의)'를 연상시키는 통유리 엘리베이터에서의 총격씬과 탈출씬이 나오고, 두 번째 별과 보디가드에서는 산악 영화 (K2, 버티칼 리미트 같은)를 연상시키는 장면, 세 번째 호박과 보디가드에서는 심리전이 돋보인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데는 탁월한 데, 문제는 갈등의 해소부분이 너무 약하다. 기-승-전 까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결에서 힘이 탁 풀린다고 할까. 해결하는 방법이 너무 쉬워. OTL
그래도 기본적인 필력이 되는 작가라서, 경호라든가 경비 시스템에 대해 사전 조사도 잘 되어있는 것 같고, 적어도 '보디가드라는 게 왜 이따위야.'라고 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단, 주인공인 쥰 테루야가 사서고생타입 [각주:2]이라 좀 마음에 안들었을 뿐. 보디가드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일컬어지는 그레이 러브스톡(처음엔 러브스토커인 줄 알았다;)은 일에 있어서 언제나 냉정 침착, 비록 연인이라도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곧장 지적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작가후기.
특히 로봇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데, 작가가 로봇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적었다. 역시 실제 강아지처럼 귀여워 할 수는 없었는데, 그건 비교대상이 '실제 강아지'이기 때문이지 않나…한다고. 만약, 그냥 강아지가 귀여운 짓을 하면 순수하게 귀여워~라고 감탄할 수 있지만, 로봇 강아지는 '진짜 강아지처럼 귀여워.'라는 식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다고. 음, 정말 그럴지도. 또, 이 로봇 강아지를 만든 제작자 인터뷰에서 "쓸모없는 걸 만들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자기가 쓰고 있는 이 소설이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게 아닌가…라는 고찰까지. 후훗. 쓸모없어도 좋은 게 세상엔 얼마든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엔 하다못해 게임도 쓸 모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세상이지만서도.

개인적인 별점 :
  1.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도 뭐 거기서 거기지만, 일본어에는 기본적으로 받침이 없고, 모음이 제한적이다보니. 랜디 구즈먼의 경우 카타카나로 ランディ ガーズマン 이라고 쓰는데, 이걸 그냥 란디 가즈만이라고 할 수는 없고. 해서 찾아보니 Guzman을 얘네들은 ガーズマン이라고 쓰는 걸 발견. 이대로 쓰기로 했다. 덤으로 블리치에 나오는 호로(ホロー)는 영문으로 hollow라든가, 데스노트의 라이토는 실은 light라든가 하는 일도 비일비재. [본문으로]
  2. 하지 말라는 거 해서 일 벌이고, 제 때 알렸으면 큰 일로 번지지 않았을 걸 알리지 않아서 일 크게 만드는 타입. [본문으로]
쿠죠 아오이(九条AOI) 라는 작가는 적어도 내가 알기에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국내에 라이센스로 발행된 작품 수도 적고(아래 네 작품 뿐) '누구'라고 이름을 댔을때, 단번에 '아~' 하고 바로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여기서 한 번 더 이 작가가 뭐를 그렸다..라고 했을때, 또 한번 그 인지도가 갈리는데, 이 작가는 '작품'도 그다지 유명한 작품이 없어서..)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림이 예뻐서'다. 전에도 몇 번인가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예쁘면 다 용서가 되는 인간이다. 외형과 포장을 중시하며, 미남미녀를 좋아한다. 물론 그 예쁨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내 주관적인 잣대에 준하여 점수가 매겨지므로,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그림으로만 치면 가장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호나미 유키네와 쿠죠 아오이가 있다. 나오노 보라는 데생이 탄탄해서 인체 비례라든가 근육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고, 야마다 유기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가운데 언뜻 색기 농후한 컷을 그린다. 섬세하기로 치면 결코 빠지지 않는 쿠니에다 사이카도 있지만, 이 작가도 초창기 그림은 오히려 선이 굵고 날카로운 터치를 보였다. 그런데, 이 쿠죠 아오이라는 작가는 '키스의 저편(2001)'이래 '아직 알지 못하는 우리들(2004)'까지 그림체의 변화가 거의 없고, 그런 와중에 키스의 저편에서 이미 자신의 그림체를 완성한 상태로 보인다.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터치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망가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작가 중에는 갈 수록 점점 그림이 예뻐지는 사람도 있고, 예쁘던 그림이 갈수록 망가지는 작가도 있는데(콘노 케이코라든가 콘노 케이코라든가 콘노 케이코라든가;) 그런 것과 비교해보면 이렇게 한결같이 그림이 예쁘다는 건 그만큼 이 작가의 데생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한다.

워낙 그림으로 좋아한 작가라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이 되었는데, 제목에서 적은 것 처럼 이 작가의 스토리는 '소녀적 감수성'이 풍부한 아기자기한 단편이 특기다. 학원물에서 특히 그런 아기자기함이 잘 발휘되는데, 좋아한다는 감정이 사랑한다는 쪽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 굉장히 부끄러울 정도로 소녀스럽게 잘 그려낸다. 매우 정석적이고 정형화된 BL을 예쁘고 섬세한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에 기분좋게, 달콤하고 가볍게 입가심으로 먹는 디저트 같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오늘 같이 한가로운 오후에 기분 전환으로 접하기 딱 좋은 만화가 아닌가 한다.
다만, 작품수가 적다는 것이 참 아쉽다. OTL

ps. 그림이 이쁘기로는 남쪽의 하루카[각주:1] '> 씨도 만만찮지만, 메떼 시리가 따이[각주:2] 같은 내용만 그려대므로 아무리 이쁜 그림이라도 논외다.
  1. '미나미 [본문으로]
  2. 항간에서는 야오이의 줄임말이 止めてお尻が痛たい(그만, 엉덩이가 아파)라는 설이 있다. [본문으로]


ELENA KATOH 저/KAORU YUKIFUNA 그림 [이미지 출처>yes24]

하인이었던 사에키 타카나리에게 회사를 빼앗기고 노예가 될 것을 강요당한 전 사장의 아들 쿠라하시 슈이치. 어머니에게서 요염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물려받은 그는 사에키의 늠름한 체구와 우수한 두뇌에 자존심이 상해 솔직하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굴욕적인 나날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위기에서 구해준 사에키에게 다가서기로 결심하지만, 사에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슈이치는 사에키를 의식하기 시작하는데-.
[yes24 슬레이버즈 누드 책소개]


내가 BL 소설책을 고를 때 작가가 아닌 삽화가를 보고 집어드는 경우, 그 삽화가는 딱 2명인데, 한 명은 이마 이치코, 다른 한 명은 유키후나 카오루다. 이마 이치코가 삽화를 맡은 작품은 대부분은 그녀의 삽화와 잘 어울리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작가를 몰라도 일단 이마 이치코가 삽화를 하면 믿음이 간다. 유키후나 카오루의 경우는 그냥 그림이 이뻐서 좋아하는 경우다. 내용이 별 거 없어도 삽화가 이쁘니 그걸로 손해는 아니라는 기분으로 집어든다.

사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책 아래쪽을 보고 삽화가 많다는 것을 보고 만족해서 고른 이 책. 슬레이버즈 시리즈. 저 위에 책소개는 시리즈 3편에 대한 내용이지만, 실상 1~3까지 저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이 얼마나 진부한 내용인가. 그동안 BL에서 수없이 울궈먹을대로 울궈먹어왔던 소재다.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것처럼 그럭저럭 문장력이 되는 작가가 쓰면 또 읽어줄만한 작품이 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주인수인 슈이치는 부잣집에서 교육 잘 받고 자란 물정 어두운 도련님....이 아니라 거의 공주님. --;; 이렇게 전형적인 공주님일 수가 있나 싶게 공주님이다. 조금만 무리해도 픽 쓰러져 버리시고, 히로인의 필수 과정인 납치도 잘 당해주시고. 이건 뭐 무뇌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악당이 공놈이 나쁜 놈이라고 하면 그냥 납득하고 (하지마!) 그러면서 사실은 공놈이 널 좋아하는 거라는 공친구의 말은 또 의심한다. OTL
주인功 사에키는 이런 보답받지 못할 연심을 품은 고생문 훤한 스토커;; 납치당하는 공주님 구하랴, 그러면서도 자기는 공주님께 못할 짓 하는 나쁜 놈이라고 자학도 하랴, 기울어가는 회사 되살려놓자고 비지니스 하랴 바쁘다. (뭐, 이런 애들이 23살이라는 건 걍 덮어두자. --;;)

진부함이라고 하면 또 그렇지만 서양의 로맨스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벗어나지 못하듯, 한국의 로맨스가 춘향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전형적인 이야기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게 아닌가.

개인적인 별점 :